진서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더니 손바닥으로 조해영의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퍽!그 손짓 한 번에 조해영의 무릎이 바닥에 곤두박질쳤다.“아악-!”극심한 고통에 조해영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형님, 어떻게 처리할지 말씀한 해주세요!”진서준은 지금 당장이라도 조해영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언제까지나 조성우의 조카였다.그러니 어떻게 처분할지도 조성우가 직접 결정해야 했다.“조성우, 죽일 거면 그냥 빨리 죽여!”조해영은 조성우의 이름 석 자까지 부르며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 모습을 보는 조성우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그는 자신과 조해영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극에 치달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개 한 마리도 20년 동안 길러주면 그 감사함을 알건만.그 순간, 한지유가 떨리는 몸을 이끌고 방에서 걸어 나왔다.한지유는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2층 난간을 겨우 붙잡고 있었다.“성우야... 해영이 그냥 보내줘.”한지유가 밖으로 걸어 나오자 조성우는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다.“지유야,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얼른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어!”조성우는 혹시나 한지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됐다.“난 괜찮으니까 성우야, 해영이 그냥 보내줘. 다시는 쟤 보고 싶지 않아.”한지유는 조성우를 바라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지난 20년 동안 한지유는 조해영을 친딸처럼 대하며 키워왔다.하지만 조해영이 오늘 저지른 일은 한지유의 마음을 아프게 파고들었다.그렇다고 조해영을 죽여야 하나?그건 한지오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조해영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애초에 그녀를 키웠던 기억도 지우고 싶었다.“그래, 알겠어. 네 말대로 할게. 저 자식 당장 서울에서 추방해!”조성우는 다급하게 한지유의 부탁을 들어주고는 그녀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딴 위선은 필요 없으니까, 죽일 거면 당장 죽여. 왜 인제 와서 착한 척이야!”하지만 조해영은 여전히 객기를 부리고 있었다.짝!참다못한 진서준이 그녀의 뺨을
전화가 끊기자 진서준은 마침내 자신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바로 며칠 전, 진서준과 맞붙었던 박만년이었다.“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감히 사연이를 인질로 잡아!”진서준의 몸에서는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차 안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진서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진서준의 차는 스포츠카라도 된 듯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갔다....진서준의 집.허사연을 포함한 네 명의 여자들은 손발이 결박된 채 거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아리따운 여자 네 명을 보는 박만년의 눈빛이 음침했다.올해 80이 넘은 나이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 무도를 연마해온 덕에 겉모습은 60대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진서준 그 녀석 참 대단하구먼. 이렇게 예쁜 여자를 넷이나 숨겨두고 있었다니!”“어쩐지, 그날에 나랑 마주쳤을 때 바로 꽁무니를 빼더라니. 여기서 나랑 맞붙기 싫었던 거구나.”박만년의 눈빛이 음침하게 변하더니 희롱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박만년의 역겨운 눈빛에 허사연은 온몸이 소름이 돋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저 나이를 먹고도 아직 그런 더러운 생각이나 하다니!정말 사람 새끼도 아니네!“네 남자 오기 전까지 재밌는 거나 좀 해볼까?”박만년이 손을 비비며 허사연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이 늙어빠진 영감탱이가 진짜! 가까이 오지 마!”허윤진은 망설임 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박만년을 매섭게 쳐다보았다.“감히 나한테 그딴 소릴 해? 그렇다면 너로 정해야겠구나!”박만년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허윤진의 몸을 감고 있던 밧줄을 거칠게 잡아끌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이 미친놈이. 너 뭐 하는 거야? 당장 놓지 못해!”허윤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뭐하냐고? 재밌는 거 하려고 그러지!”박만년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허사연을 포함한 네 명 모두 박만년이 자신들을 상대로 그딴 더러운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저 나이에, 아직도 성욕이란 게 있단 말이야?“당
“그래, 어디 한 번 계속 그렇게 욕 해봐.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말할 기력도 사라질 테니까!”박만년이 허사연을 조롱했다.그가 허사연에게 먹인 약은 본인이 직접 조제한 약이었다.그리고 그 약효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약보다 훨씬 강렬했다.아무리 정조를 지키는 여인이라고 해도 이 알약 한 알이면 3분도 채 되지 않아 발정 난 암퇘지처럼 변해버린다.박만년은 소파에 앉아 허사연이 제 발로 걸어와 자신에게 매달릴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허사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온몸이 불타는 것처럼 열이 올랐고 방 안이 후텁지근하게 느껴졌다.허사연은 재빨리 자리에 앉아 진서준이 가르쳐주었던 아이스 권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일전, 허사연이 은영과를 먹었을 때, 진서준은 허사연의 몸이 얼음에 특화되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가르쳐 줬다.얼음에 특화된 몸이라면 장점은 꽤 많았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그리고 아이스계의 선법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수월하게 연마할 수 있었다.그렇게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아이스 권법을 가르쳐 주게 되었다.아이스 권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자 허사연의 몸속을 파고들던 뜨거운 열기가 가까스로 억눌렸다.박만년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이미 3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발정이 안 나는 거지?“참을성 하나는 대단하네!”“됐어, 내가 직접 움직이지. 굳이 네가 매달려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천천히 몸을 일으킨 박만년이 천천히 허사연에게 다가갔다.허사연도 다급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까이 오지 마!”허사연이 큰소리로 외쳤다.“난 원하던 여자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거든. 그러니까 인제 그만 포기하고 즐기는 게 좋을 거야!”박만년은 순식간에 허사연의 앞으로 다가갔다.짝-!곧이어 박만년은 허사연의 겉옷을 단숨에 찢어버렸다.허사연은 겉옷과 반팔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진서준 씨, 모범수로 조기 석방되었습니다.”높은 담장 밖엔 잡초가 무성하고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진서준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먼 곳을 바라봤다. 두 눈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엄마랑 서라는 잘 있나 모르겠네.”감옥에 갇힌 3년 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단 한 번도 그를 면회하러 오지 않았다. 이에 진서준은 걱정이 스치기 마련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서준은 헝겊을 가득 꿰맨 가방에서 편지 한 통 꺼냈다.편지봉투를 열자 안에는 쪽지와 ‘천기각’이라고 새겨진 옥패 한 개가 들어 있었다.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옥패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마 가장 좋은 화씨 옥으로 조각한 듯싶다.진서준은 옥패를 허리춤에 차고 쪽지를 펼쳐보았는데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서준아, 넌 앞으로 천기각의 주인이고 이 옥패가 바로 그 증표야.」「내년 3월 꽃 필 무렵에 옥패를 가지고 신농산에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다.」이건 진서준이 출소 전에 감방 동기 구창욱 어르신께 받은 편지이다.구창욱 어르신은 종일 신경질적이어서 감방에 아무도 그와 얘기 나누려는 자가 없다. 오직 진서준만 별일 없을 때 어르신을 찾아와 얘기를 나눈다.어르신은 매일 자신이 천기각 주인이라고 허풍을 치셨다. 천문학과 지리학을 꿰뚫고 의술도 뛰어나다고 하셨다.진서준은 애초에 어르신이 자신을 속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어르신을 따라 무술을 연마하고 온갖 기이한 것들을 배우면서 조금씩 어르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3년 동안 진서준은 많은 재능을 습득했다.이젠 그의 두 손으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감옥에 들어온 이유는 바야흐로 3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3년 전 진서준은 여자 친구 유지수와 함께 갓 졸업하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다.어느 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지성이라는 바이어가 유지수를 탐내면서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 제안했다.진서준은 한창 젊고 패기가 넘쳐 술병을 번쩍 들더니 이지성의 얼굴에 가차 없이 내리쳤다.결국...
유지수가 이지성에게 시집갔다고?본인은 그녈 위해 감방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정작 유지수는 원수 놈에게 시집갔단 말인가?진서준의 두 손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눈가에 살의가 굳었다.조희선은 손으로 가볍게 얼굴의 흉터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을 모으기 위해 그녀는 유지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그녀는 집에 돈이 없다는 핑계로 일전 한 푼 내놓지 않았고 심지어 조희선에게 고액 연봉의 일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그 당시 조희선은 그녀에게 엄청 고마워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정작 유지수가 소개한 직장에 와 보니 그녀를 기다리는 건 배불뚝이가 된 몇몇 중년 남성들이었다.조희선은 일이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상대가 그녀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절망의 끝자락에 다다른 조희선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제 얼굴을 그었다.그녀의 얼굴에 난 험상궂은 긴 흉터에 놈들은 분노가 차올라 그녀의 양쪽 다리를 부러뜨리고 길바닥에 내던졌다.진서라가 퇴근하고 마침 그 길을 지나며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조희선은 일찌감치 죽었을 것이다!“이런 짐승만도 못한 것들. 내가 조만간 아작을 내고 말겠어. 죽지 못해 사는 고통이 뭔지 보여줄게!”진서준은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주먹으로 양철 벽에 구멍을 냈다.조희선은 연신 머리를 내저으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준아, 이제 막 나왔는데 또 싸워서 들어가면 어떡해! 일자리 구해서 열심히 일해. 더는 사고 치지 말고.”진서준은 손등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온몸의 뼈마디가 으스러질 것처럼 울화가 치밀었다.“그래도 이건 도저히 못 참겠어요!”이때 거친 목소리가 집 밖에서 들려왔다.“할망구, 돈 갚아야지!”순간 조희선의 수척해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극도로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진서준이 미간을 구기고 나가려 하자 조희선이 재빨리 그를 잡아당겼다.“서준아, 너 여기서 꼼짝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조희선의 애원하는 눈빛에 진서준은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진서준은 엄마를 보더니 몸에 스친 살의가 일찌감치 사라졌다.“엄마, 내가 감방에서 아주 대단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이 내게 무술과 의술을 가르쳐줬어요. 엄마 얼굴에 난 상처랑 부러진 다리까지 전부 치료해 드릴게요.”가슴이 움찔거렸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런 마음을 지닌 건 고맙지만 엄마는 네가 참 걱정이구나! 절대 두 번 다시 사고 치지 말아. 일자리 찾아서 이씨 일가에 진 빚을 다 갚고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꾸나.”진서준이 엄마를 다독이며 대답했다.“네, 엄마 말 들을게요. 지금 바로 나가서 일자리 찾아볼게요.”“그래, 일찍 돌아오너라. 이따가 서라한테 전화해서 퇴근하고 올 때 너 먹일 영양제 좀 사 오라고 해야겠어.”조희선은 마음속에 어렴풋이 희망이 생겨났다.집을 나선 진서준은 깊은 눈동자 속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지난날의 피맺힌 원한을 오늘 반드시 백 배로 갚게 해 줄 거야!’...“아빠, 조금만 버텨요. 병원 거의 다 왔어요! 언니, 좀 더 빨리 몰아!”창백한 얼굴에 겨우 숨을 몰아쉬는 아빠를 보며 허윤진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울지 마, 윤진아. 아빠 괜찮아.”허성태가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콰당!전력 질주하던 마이바흐가 갑자기 급정거했고 뒤에 앉은 허성태 부녀가 화들짝 놀랐다.허윤진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언니, 왜 갑자기 급정거해?”운전하던 허사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허둥지둥 차 문을 열었다.“나 사람 쳤어!”“뭐?”허 씨네 세 부녀가 함께 차에서 내렸다.진서준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었는데 차에 부딪히기까지 하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똑바로 못 해?!”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병원 모시고 가서 검사시켜 드릴까요?”허사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진서준은 분노가 많이 가라앉았다.한편 뒤에 서 있는 허윤진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언니, 이딴 사람에게 왜
두 자매가 아무리 의술을 몰라도 아빠의 혈색으로 보아 확실히 병세를 진정시켜 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눈앞의 이 미쳐 날뛴 소년이 구해주었다!허성태가 비스듬히 눈을 떴다. 가슴에 꽉 막혔던 그 기운도 말끔히 사라졌다.“아빠, 괜찮으세요?”허윤진이 감격에 겨워하며 물었다.“괜찮아. 아까보다 몸이 훨씬 개운해진 것 같구나.”허성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꼼꼼한 허사연은 아빠 몸에 꽂은 은침을 아직 빼내지 않았다는 걸 바로 발견했다.그녀가 막 빼내려 할 때 진서준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움직이지 말아요! 지금 잠시 아버님 병세를 진정시켜 드렸을 뿐이에요. 침은 아직 빼면 안 돼요.”일곱 개의 은침은 북두칠성 모양으로 허성태의 몸에 꽂혀 있었다.이것은 청하13침 중의 일곱 번째 침, 이름하여 연명침이다!허성태가 두 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감격에 겨운 눈길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살려줘서 고맙네 젊은이!”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따님께서 제 부탁을 들어줘서 아버님을 구해드린 겁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진서준이 방금 말한 그 일이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 중 한 명만 진서준과 결혼하면 그녀들도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뜻밖에도 둘 다 시집가게 생겼으니 차오르는 수치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래? 무슨 부탁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허성태가 의아한 듯 물었다.그는 방금 혼미 상태에 빠져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아버님을 구해드리면 제게 20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진서준이 말했다.이건 허윤진이 방금 꺼낸 얘기이다.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하는 건 단지 오만한 허윤진을 처벌하기 위한 진서준의 장난일 뿐이다.설사 결혼한다고 해도 허사연처럼 온화하고 착한 언니와 결혼하겠지.진서준이 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해야 한다는 일을 언급하지 않자 그제야 허사연 자매도 본인들이 놀림을 당했다는 걸 알아챘다.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허윤진은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우리 두 자매가 설마
“그 파렴치한 년과 결혼을 안 했으니 망정이지!”진서준이 싸늘한 눈길로 말을 내뱉었다.“안 그러면 당신들 같은 집구석에 걸려들었을 거잖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꿈에 나올까 봐 두렵네.”유건우는 바닥에서 일어났는데 입이 삐뚤어 바보 꼴이 되었다.“감히 날 때려? 매형에게 이를 거야. 너 또 감방에 처넣을 거라고!”그는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게졌다.진서준의 눈 밑에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어디 한번 해보시던가! 내가 이미 나왔으니 이지성과의 원한은 반드시 결판을 낼 거야!”말을 마친 진서준은 몸을 홱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이제 막 오션 호텔로 출발하려 할 때 주머니 속의 옛날 폰이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허사연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씨, 얼른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위급해요!”“또 위독해지셨어요?”진서준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그는 청하13침 중의 전 일곱 침으로 허성태의 병세를 안정시켰고 은침을 뽑지 않아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지금 위급하다는 건 누군가가 허성태의 은침을 건드렸다는 뜻이다.“지금 어느 병원이죠?”진서준이 물었다.“서울 병원에 있어요. 얼른 와보세요, 얼른요!”전화를 끊은 후 허사연은 병실로 돌아가 낯빛이 창백한 아빠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허윤진의 예쁘장한 얼굴도 사색이 되었고 두 눈에 두려움으로 휩싸였다.허성태가 이렇게 된 건 오롯이 허윤진이 설쳐댔기 때문이다.병원에 도착한 후 허사연은 화장실에 다녀왔다.그녀가 화장실로 간 틈을 타 허윤진이 아빠의 몸에 꽂은 은침을 보더니 또다시 진서준의 당부와 그 거만한 자태가 떠올라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그녀는 몰래 은침 한 개를 뺐는데 아빠의 상태가 급격히 저하됐다.허윤진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병원 의사들도 이 상황을 보더니 전부 속수무책이었다.허사연 자매가 착잡해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병실로 들어왔다.“서준 씨!”허사연이 재빨리 앞으로 마중 가며 진서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차가운 섬섬옥수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