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가문!”진서준의 눈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예전에 배수정이 김연가가 김씨 가문에 끌려갔다고 말했을 때부터 진서준은 가서 그녀를 구해줄 생각이 있었다.다만 그때는 진서라를 구해야 했기에 정말 시간이 없었다.지금은 진서라를 이미 구해냈으니 진서준도 김연아를 찾아서 구해낼 시간이 생겼다.“서준 씨, 왜요? 무슨 일이 있어요?”허윤진은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때문에 깜짝 놀라 얼른 물었다.“아니에요. 빨리 푹 쉬세요. 일단 먼저 가볼게요.”진서준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보는 아니라고요. 날 속이지 말고 빨리 말해요.”허윤진은 입을 삐죽 내밀며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은 껄껄 웃으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윤진 씨가 지금 말도 똑바로 하는 걸 봐서는 몸 상태가 많이 나았는가 봐요. 이럴 줄 알았다면 아까 좀 더 기다렸다가 화장실로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진서준이 또 방금 전의 일을 말하는 것을 보고 허윤진의 예쁜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변했다.“그만해요!”허윤진은 얼른 이불 속에 머리를 묻었다.“알겠어요. 먼저 가볼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간호사를 부르거나 저한테 전화 주세요.”진서준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떠났다.병실을 나온 후 진서준은 더 이상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어서 주먹으로 벽을 힘껏 쳤다.쿵...진서준의 주먹에 맞은 자리에는 순식간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고 사방으로 퍼졌다.진서준의 몸에서 강한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오가던 간호사와 환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이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가 봐.”진서준은 어두운 얼굴로 병원을 떠났다.병원을 떠난 후 진서준은 즉시 한 씨 저택으로 향했다.돌아가는 길에 진서준은 점차 마음을 가라앉혔다.어떻게 김연아를 구해낼지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였다.김씨 가문은 강남에서 두 번째로 큰 가문이었기에 그 실력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세 명의 선천 대종사만으로도 많은 고수를 물리칠 수 있었다
중부의 3개 도시는 사람이 적은 데다가 경제력도 별로 강하지 않았다.그래서 대종사가 거의 없었다.대종사들은 보통 연해 도시나 일부 큰 도시로 갔다.예전의 탁현수는 심지어 반보 대종사일 뿐이었지만 남주성에서 명성이 자자했고 그곳의 모든 가문은 그를 두려워했다.중부 3개 도시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도 중부의 3개 도시 중에서 으뜸가는 명문 집안이지만 실력이 별로였다.김씨 가문 같은 최고 가문은 말할 것도 없었다.강남의 명문 집안들도 김씨 가문과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래요. 15일 후에 저와 함께 금운에 다녀올 사람들이 필요해요.”“금운에 가서는 뭐 하시려는 거죠? 그곳은 김씨 가문의 영역이에요.”한서강은 깜짝 놀라서 속으로 중얼거렸다.‘진 마스터님은 설마 대종사들을 데리고 김씨 가문을 건드리려는 건 아니겠지?’“신부님을 빼앗아 오려고요.”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했다.‘뭐라고?’한서강과 한제성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한서강은 심지어 말을 약간 더듬으며 말했다.“진 마스터님, 설마 그 사람이 김씨 가문의...”“그래요. 바로 김씨 가문 사람이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었다.꼴깍.한서강은 침을 삼키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 마스터님, 혹시 김씨 가문의 실력을 모르시는 것이 아니에요?”한서강은 진서준이 김씨 가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아니에요. 저는 김씨 가문의 세 명의 대종사가 지의방에 있는 괴물 같은 존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진서준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조용히 말했다.“그걸 아신다는 분이 왜...”정말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김씨 가문 앞에서 그들처럼 작은 가문들은 전혀 반항할 수가 없었다.지금의 한씨 가문으로 말하자면 김씨 가문이 그들을 망하게 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성 종사 한 명이면 한씨 가문은 바로 멸망할 수 있었다.“가야 해요. 제 가장 친한 친구가 김씨 가문에게 잡혀갔어요.”진서준은 화
보니 한보영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보영아, 지금 어디 있어? 진 마스터님이 말씀하시기를 아까 이미 병원을 떠났다고 했는데 왜 아직도 집에 안 오는 거야?”한서강이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딸이었기에 한서강은 한보영에게 사고가 생길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이 한보영의 아버지죠?”한서강은 그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누구세요?”“제가 누구인지는 도착하면 알게 될 거예요. 당장 그 진서준이라는 놈을 데리고 남쪽에 있는 주림원으로 오세요. 정확히 딱 30분만 드릴 테니 단 1분이라도 넘기면 따님의 손가락 하나 잘라버리겠어요. 손가락을 다 자르면 그다음에는 귀, 그다음에는 입술이 될 거예요.”그 사람의 말을 듣자 한서강은 가슴이 섬뜩해졌고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 기다리세요. 제 딸을 절대 해치지 마세요.”말을 마치자 한서강은 전화를 끊었다.“큰일이 났어요. 진 마스터님, 제 딸이 지금 납치당했어요. 지금 우리보고 남쪽에 있는 주림원으로 오라고 해요.”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저도 들었어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지금 빨리 갑시다.”“저도 함께 갈게요.”한제성은 즉시 차를 몰고 진서준과 한서강을 데리고 주림원으로 갔다.진서준은 인승민과 다른 사람들을 부르지 않았다.진서준마저 상대방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면 인승민과 다른 사람들이 가봤자 죽으러 가는 것뿐이었다.가는 길에 진서준이 물었다.“가주님, 한씨 가문에 무슨 원수가 있어요?”“그런 건 아닐 겁니다. 원수라고 해봐야 조씨 가문과 황씨 가문이겠죠. 하지만 두 가문의 사람들은 이미 전부 죽었으니 원수는 없을 겁니다.”한서강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말했다.그러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일단 도착하면 그 자식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제성은 차를 몰고 주림원에 도착했다.주림원은 남쪽에 있는 공원이었고 안에는 대나무가 가득했다.공원 안쪽에 가장
“우리를 자극하지 마. 우리는 이따위 수작에 넘어가지 않아.”한 대머리 남자가 번쩍번쩍 윤기가 나는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우리 사부님을 죽일 수 있다는 건 네놈이 실력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니 우리도 조심해야 할 거야.”그들 다섯 사람은 모두 탁현수의 제자들이었다.탁현수가 종사의 경지였을 때 그들은 탁현수의 문하에 들어갔다.그들이 내공의 경지에 도달하자 전부 고양시를 떠나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에서 단련하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은 모두 유명한 대가문에 있었다.사부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다시 고양시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이 다섯 명은 모두 대성 종사였고 게다가 모두 인의방에 오른 사람들이었다.방금 말한 중년 남자의 이름은 오강훈이었고 인의방의 제63위의 인물이었다.대머리 남자는 강지환이라 불렀고 인의방 제65위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나머지 세 사람도 인의방 제70위, 72위, 74위의 고수들이었다.만약에 그들 다섯이 힘을 합쳐 중부의 3개 도시의 한 가문을 상대한다면 아마 한씨 가문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내가 이미 이곳에 도착했으니 빨리 보영 씨를 풀어줘.”“우리는 바보가 아니야. 이 여자를 풀어주면 우리는 비장의 카드를 잃는 셈이지.”강지환이 차갑게 웃었다.탁현수를 죽였다는 건 진서준의 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그들은 진서준이 이렇게 젊어 보이는 건 분명히 이상한 공법을 수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들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진서준에게서 그 공법을 얻으려고 했다.“서준 씨, 저를 상관하지 마세요. 빨리 이 자식들을 혼내줘요.”한보영이 소리쳤다.“닥쳐!”강지환은 한보영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나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자식아, 네 여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싶지 않다면 즉시 스스로 단전을 없애!”강지환이 한보영을 진서준의 여자라고 말하자 한보영은 얼굴을 붉혔다.“난 서준 씨의 여자가 아니야. 너희들은 날 이용해서 서준 씨를 절대 위협할 수 없
은은한 달빛이 진서준과 한보영을 비추고 있었다.진서준의 품에 안겨 있는 한보영은 묵묵히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한보영은 넋을 잃고 달빛에 비친 진서준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있었다.진서준이 한보영을 안고 한서강의 앞에 갈 때까지 그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한서강은 한보영의 안위가 걱정되어 진서준과 한보영의 야릇한 자세를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심지어 한보영이 진서준과 함께 있기를 원했다.그렇게 되면 한씨 가문은 앞으로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보영아, 괜찮아?”한서강의 말을 듣자 한보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진서준의 품을 떠났다.한보영은 얼굴이 뜨거워졌고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괜찮아요. 방금 저 사람들은 저에게 손을 대지 않았어요.”“그러면 됐어. 잘됐네.”한서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진서준에 의해 한쪽 팔이 잘린 강지환은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갑자기 한쪽 팔이 잘리자 나머지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비록 강지환은 무인일지라도 이런 심한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다.푸른 잔디밭은 이미 강지환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오강훈과 나머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자 등골이 오싹해졌다.‘이 녀석은 괴물이야. 우리가 모두 반응하지 않았을 때 강지환의 한쪽 팔을 잘라 버리다니. 강지환은 인의방에서 65위의 강자인데 말이야.’비록 5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그의 실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이제 인질이 없으니 너희는 어떻게 될 것 같아?”손에 천문검을 든 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 다섯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비록 강지환은 이미 겁에 질려 더 이상 진서준을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바닥 위에서 끊임없이 울부짖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나머지 사람들도 어쩔 줄 몰라 했다.“진 마스터님, 이 일은 우리가 잘못했어요. 우리에게 살길을 준다면 이 큰 은혜는 우리가 나중에 꼭 갚겠어요.”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강훈은 즉시 용서를 빌었다.차라리 지금 잘못을 인정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그래요.
진서준이 걸어오자, 그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방금 그런 말을 했던 이유는 단지 진서준이 그들을 놓아주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들은 떠난 후에 어쩌면 사람을 불러 복수할 생각도 있었는데 바로 진서준을 도와서 일한다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진 마스터님... 우리에게 뭘 시키려는 거죠?”진서준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오강훈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보아하니, 오늘 이곳을 떠나기 어려운 것 같네.’“사실 별거 아니야. 보름 뒤에 나랑 강남에 가서 결혼식장에서 신부님을 빼앗아 오면 돼.”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네? 강남에 가서 신부님을 빼앗아 온다고요?”진서준의 말을 들은 그들은 갑자기 멍해졌다.“누구 집안의 신부님을 빼앗아 오려는 거죠?”오강훈이 또 물었다.“강남 김씨 가문이지. 너희들도 들어봤을 거야.”진서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김씨 가문의 이름을 밝혔다.‘헐! 이럴 수가.’다섯 사람은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강지환은 심지어 잘려 나간 팔 때문에 어깨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조차도 잊은 것 같았다.‘김씨 가문의 신부님을 빼앗아 온다고? 미친 거 아니야?’김씨 가문은 강남에서 두 번째로 으뜸가는 큰 가문이었다.그들 다섯 명이 일하고 있는 가문을 전부 합쳐도 김씨 가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진 마스터님... 우리가 잘못 들은 거 맞죠?”한참이 지나서야 오강훈은 정신이 돌아왔다.“잘못 들은 게 아니야. 바로 강남의 김씨 가문이지. 가주는 이름이 김형섭이고.”진서준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오강훈과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진 마스터님, 우리더러 김씨 가문의 신부님을 납치해 오라는 건 죽으라고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김씨 가문은 강남에서 두 번째로 실력이 강한 가문이죠. 김씨 가문에는 심지어 세 명의 선천 대종사가 있고 게다가 그들 모두가 지의방에 적혀 있는 고수라고요! 우리가 김씨 가문에 가서 신부를 빼앗아 오는 건 정말
강남의 서씨 가문은 가장 실력이 강한 가문이다.그리고 강남의 김씨 가문은 두 번째로 실력이 강한 가문이었다.김씨 가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떨리게 했다.지금 진서준이 빼앗아 오려는 신부는 심지어 이 두 가문의 결혼식장에 있는 신부였다.‘정말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오강훈은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진 마스터님, 저에게 살길을 마련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부모님도 모셔야 하고 애도 키워야 해요. 정말 죽고 싶지 않다고요.”동시에 강남의 두 개의 최고 가문을 상대한다는 건 아마도 십급 대종사만이 그럴 용기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십기 대종사라고 해도 동시에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게 시비를 걸 정도로 날뛰지는 않을 것이다.다른 세 사람도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살려달라고 부탁했다.그들을 보자 진서준은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단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뿐이잖아. 그게 그렇게 무서운 거야? 너희들은 나를 따라오면 돼. 아무 일 없을 거야.”‘아무 일 없다고? 누가 그 말을 믿어? 너도 죽을 수 있다고!’오강훈과 다른 사람들은 절대 진서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3초 동안 생각할 시간을 줄게. 지금 꺼지고 보름 뒤에 나와 함께 강남으로 갈 건지, 아니면 오늘 밤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건지 잘 생각해 봐.”진서준은 차갑게 그들을 바라보았다.“진 마스터님, 보름 뒤에 찾아뵙겠습니다.”“전화번호 알려 줘. 내가 가기 전에 미리 알려줄게. 그때 가서 너희들이 오지 않으면 날 탓하지 마.”진서준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네...”오강훈과 다른 사람 세 명은 강지환을 부축하며 주림원을 떠났다.그들이 떠나자 한씨 가문 사람 세 명이 진서준에게로 다가왔다.“서준 씨, 정말 가서 신부님을 빼앗아 오려는 거예요?”한보영은 근심 어린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네. 연아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인데 그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진서준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서준
한보영은 진서준의 귓가에 엎드린 채 그들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습하고 뜨거운 입김이 진서준의 귓가에 맴돌자 진서준은 깜짝 놀랐다.진서준이 말을 하기도 전에 한보영은 이미 머리를 진서준의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어 눈을 감고 잠들었다.한보영은 몸의 대부분을 진서준의 몸에 기대고 있었다.진서준과 한보영은 모두 얇은 옷을 입었기에 진서준은 한보영의 날씬한 몸매와 부드러운 살결을 느낄 수 있었다.가장 어이없었던 건 한보영의 몸매는 정말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풍만한 가슴은 차의 흔들림을 따라 진서준의 팔에서 위아래로 파도를 타고 있었다.육체적인 감각 외에 한보영의 몸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뿜어져 나와 진서준을 에워싸고 있었다.이렇게 유혹적인 모습 때문에 진서준은 매우 괴로웠다.하지만 진서준은 혹시나 앞에 앉아 있는 한서강과 한제성이 볼 까봐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잠시 후 한씨 가문에 도착했고 한보영은 이미 잠들었다.1박 2일 동안 눈 한 번 붙이지 못한 한보영은 정말 피곤해 보였다. 그녀는 줄곧 허윤진의 곁을 지키며 허윤진을 돌봤다.진서준은 차마 한보영을 깨우기 싫어서 한제성에게 속삭였다.“제성 씨, 보영 씨가 이미 잠들었으니 제가 안고 방까지 모실게요.”한제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기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네. 좋아요.”진서준은 한제성의 표정도 신경 쓰지 않고 한보영을 자신의 품에 눕힌 뒤 곧바로 그녀를 안고 한씨 별장으로 향했다.한제성이 앞에서 진서준에게 길을 안내했고 곧 한보영의 방 문 앞에 도착했다.“서준 씨, 몸 건강을 잘 챙기세요.”한제성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 바로 돌아서 떠났다.“뭐지? 뜬금없이.”진서준은 한제성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중얼거렸다.진서준은 방문을 열고 한보영을 침대에 내려놓았다.진서준은 한보영의 외투를 벗기고 한보영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떠났을 뿐 전혀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가 거실에 돌아오자 한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