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님, 조심하세요!”왕우림은 서둘러 외쳤다.“전 괜찮으니까 우리 동생 좀 지켜주세요!”진서준이 말했다.“네!”왕우림은 황급히 진서라의 앞으로 달려가서 그녀를 지켰다.안개가 아주 자욱해서 50cm 밖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진서준이 영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반경 3m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주위가 아주 고요해졌을 때 갑자기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안개 속에서 들려왔다.그리고 몇 초 뒤 진서준의 앞에 있던 흰색 안개가 넘실대기 시작했다. 무언가 그를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다.진서준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체내의 영기를 조금씩 사용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호랑이 한 마리가 진서준의 앞에 나타나서 20cm는 될 법한 치아를 드러내며 진서준을 덮쳤다.“같잖은 수작질이네.”진서준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었다.진서준의 멸시를 느낀 건지 호랑이는 크게 울부짖었다.소리가 아주 쩌렁쩌렁해서 근처의 흰 안개가 흩어질 정도였다.“파괴!”자줏빛 번개가 진서준의 손바닥에서 쏘아져서 호랑이를 공격했다.호랑이는 번개에 공격당하는 순간 몸이 갈기갈기 찢기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몸을 숨기고 있던 원재경은 그 광경에 동공이 떨렸다.“이 자식, 꽤 실력이 있네. 하지만 네가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오늘은 여기서 죽어야 해!”말을 마치자마자 원재경은 체내의 진기를 모두 발산했다.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총 8마리의 맹수가 원재경의 앞에 나타났다.곧 8명의 맹수는 진서준을 노리고 그를 향해 돌진했다.순간 땅이 은근히 흔들렸다.“당신만 소환할 줄 알아?”장청의 힘과 혈기가 진서준의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저번에 탁현수와 싸울 때 푸른색과 붉은색의 거대한 용이 진서준의 앞에 나타났었다.용의 울부짖음과 함께 사원을 뒤덮었던 흰 안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크릉!”귀청을 찢는 듯한 용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진서준을 향해 달려들던 8마리의 맹수는 허공에 떠 있는 용을 보더니 뒷걸음질 쳤다. 맹수들은 겁에 질린 듯 보였다.“용
원재경의 말을 들은 진서준은 당황했다.인의방 1위면 실력이 완전히 다른 차원일 것이다.전에 제마 법왕은 실력으로 진서준을 압도했었다. 그런 그조차도 겨우 인의방 3위였고 1위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만약 정말로 원재경을 죽인다면 원재경의 아버지가 복수하러 찾아올지도 몰랐다.그렇게 되면 국안부조차 진서준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자식을 죽인 원한은 그 어떤 원한보다도 컸기 때문이다.진서준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서 있자 원재경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점점 더 기고만장해졌다.‘난 널 이길 수 없지만 내게는 아버지가 있어!’“이 자식, 지금 당장 비켜.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아버지에게 이를 줄 알아!”원재경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감히 인의방 1위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지의방에서 거꾸로 10위 안에 드는 사람들도 감히 원재경의 아버지를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소문에 따르면 원재경의 아버지가 지의방에 들지 않은 이유는 그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일 때문에 원재경의 아버지는 직접 국안부에 찾아가기까지 했었다.그래서 많은 무인들이 원재경의 아버지를 인의방의 수문장이라고 불렀다.“내가 정말로 당신을 어쩌지 못할 것 같아?”진서준은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원재경을 바라보았다.원재경은 그의 눈빛에 겁을 먹고 연달아 다섯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는 당장이라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이 순간, 그는 얼음 동굴에 갇힌 듯 몸이 서늘했고,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진서준은 마치 눈동자에 칼날을 숨겨 놓고 있는 듯했고, 그 칼날이 그의 목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았다.“지금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줄 알아.”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원재경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된 것처럼 말이다.‘저놈 눈빛에 겁을 먹은 건가?’원재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셋!”진서준은 이미 카운트를 시작했다.원재경은 정신을 차린 뒤 화를 냈다.“날 위협하려고? 그럴 실력
지금의 진서준은 국안부의 상경이었다.만약 정말 생명이 위험하다면 호국장군의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비록 소문이 나면 창피하지만 적어도 목숨을 건질 수는 있었다.살아 있는 한 기회는 있는 법이다. 체면을 잃는다고 해도 다시 찾아오면 그만이다.하지만 죽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각주님, 제가 가서 죽었는지 보고 올게요.”왕우림이 말했다.“볼 필요가 없어요. 무조건 아직 살아 있을 거예요. 방금 한방에는 단지 그의 오른팔을 부러뜨렸을 뿐이죠.”진서준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구급차를 불러줘요. 서라를 데리고 먼저 갈게요.”“네!”왕우림은 다급히 휴대 전화를 꺼내 구급차를 불렀다.“서라야, 가자!”진서라는 즉시 진서준을 따라 산 아래로 향해 걸어갔다.산에서 내려올 때 진서준이 물었다.“방금 많이 놀랐지?”“아니야.”진서라가 고개를 내저었다.“서라야, 내가 어떻게 이런 강한 힘을 얻었는지 궁금하지 않아?”진서준이 물었다.아까부터 지금까지 진서라는 조금 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줄곧 평온한 표정이었다.진서준은 심지어 진서라에게 어떻게 말할지 이미 다 생각했다.예전에 진서준은 진서라에게 이런 장면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좀 궁금해. 하지만 오빠가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있겠지.”진서라가 얌전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은 진서라의 말에 감동했고 손을 내밀어 진서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너 같은 동생이 있다는 게 나의 행운이야.”“그건 나도 그래.”진서라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참. 엄마는 어떻게 되셨어?”진서라는 갑자기 조희선이 생각났다.지금 진서준이 돌아왔으니 아마 조희선의 다리는 이미 나았을지도 몰랐다.“어머니는 이미 일어나셨어. 며칠 뒤에 어머니를 뵈러 집으로 가자.”지금 바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허윤진이 아직도 병상에 누워 있기 때문이었다.진서준은 허윤진의 건강에 문제가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서라를 데리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알겠어.”진서라는 여전히
진서준은 한제성이 진서라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한제성은 인성이 좋은 사람이었다. 전에 자기 누나를 구하기 위해 보운산에 직접 사람을 이끌고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영약을 찾으러 갔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다.한제성을 잘 다듬어 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반드시 독보적인 큰 인물이 될 것이다.한제성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실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진서준이 충분히 그를 도와줄 수 있었다.앞으로 한제성이 진서라의 곁을 지키더라도 진서준은 안심할 수 있었다.“서준 씨가 산 위에서 진서라 씨를 구한 거예요?”한제성은 운전하며 가끔 룸미러 쪽으로 눈을 흘기며 진서라를 훔쳐보았다.“그렇죠. 서라가 요 며칠은 산에서 보냈고 산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어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렇군요. 진서라 씨... 그 나쁜 자식들이 서라 씨를 괴롭히지 않았어요?”한제성은 용기를 내어 진서라를 바라보면서 물었다.“아니요. 누구도 저를 괴롭히지 않았어요.”진서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저를 편하게 불러 주세요. 한제성 씨와 제 오빠는 친구 사이니, 나중에 우리도 친구가 될 거예요.”한제성은 그 말을 듣고 너무 흥분해서 기절할 뻔했고 핸들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끼익!차가 왼쪽으로 심하게 휘어져 하나터면 옆으로 넘어질 뻔했다.“운전 열심히 하고 딴생각하지 마세요.”진서준은 한제성의 머리를 가볍게 내리쳤다.“네. 열심히 운전할게요.”한제성은 그제야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했다.한씨 저택에 거의 도착했을 때야 한제성은 긴장이 풀렸다.“서준 씨, 서라랑 언제 돌아갈 계획이에요?”“며칠 후에 윤진 씨의 몸 상태가 좋아지면 돌아가려고요.”진서준이 말했다.진서준의 집은 서울시에 있었고 조희선도 진서준과 진서라를 기다리고 있었다.허윤진이 아니라면 진서준은 오늘 밤에 바로 진서라를 데리고 집에 갔을 것이다.며칠 후면 진서준이 떠난다는 말에 한제성의 얼굴에는 서
“아빠, 서준 씨는 또 어디로 가는 거죠?”한제성은 진서준이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진 마스터는 병원에 있는 허윤진 씨를 보러 갔어. 진 마스터의 여동생이 우리 집에 잠시 묵고 있으니 넌 진서라 씨를 잘 대접해야 해. 함부로 했다가는 내가 네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야.”한서강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알겠어요. 명심할게요. 절대로 서라 씨를 홀대하지 않을게요.”한제성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서준은 차를 몰고 병원에 도착했다.“윤진 씨, 윤진 씨!”진서준은 거의 문을 부술 정도로 열고 병실로 들어갔다.“진서준...”허윤진은 진서준이 나타나자 앵두 같은 입술을 조금 벌리고 진서준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허윤진은 몸이 너무 허약해서 목소리가 낮은 나머지 옆에 서 있는 한보영도 허윤진의 말을 미처 듣지 못했다.진서준은 빠른 걸음으로 허윤진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꼭 잡고 맥을 짚었다.허윤진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정신도 흐리멍덩해 보였지만 목숨에는 이미 지장이 없는 것 같았다.진서준은 허윤진의 체내에 약간의 영기를 주입한 후 눈시울을 붉혔다.“바보 같은 윤진 씨, 왜 그날에 갑자기 달려들었던 거예요. 그 사람은 절 죽이지 못했을 텐데 말이죠. 만약 은영과가 없었다면 윤진 씨는 어쩌면 정말... 윤진 씨가 죽으면 제가 무슨 체면으로 사연 씨와 아버님을 볼 수 있겠어요? 저도 무슨 용기로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겠어요?”진서준은 손을 뻗어 허윤진의 창백한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매번 허윤진의 창백한 모습을 볼 때마다 진서준의 마음은 칼에 베인 듯 아팠다.“저도... 형부가... 죽은 꼴을 보지 못해요. 제가 죽으면... 형부는 언니가 있겠지만... 형부가 죽으면... 나와 언니는... 살 수가 없어요...”허윤진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진서준은 매우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지만 대략적인 것만 들을 수 있었다.“바보 같은 계집애!”진서준의 눈동자에 눈물이 핑 돌았다.처음에 허
허윤진이 의식을 잃었을 때부터 깨어날 때까지 그동안 그녀는 화장실을 가본 적이 없었다.깨어난 후 진서준을 보자 허윤진은 온몸에 긴장감이 풀렸다.그 결과는 공교롭게도 오줌을 누고 싶은 느낌이 들었지만 입을 열기가 부끄러웠다.“가서 간호사를 부를게요.”진서준은 몸을 돌려서 간호사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지금 허윤진의 몸 상태로는 절대 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 없었고 누군가가 그녀를 안고 있어야 했다.진서준은 남자였기에 당연히 허윤진을 안고 화장실까지 갈 수 없었다.“안 돼요...”허윤진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저는...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싫어요.”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깜짝 놀라서 멍해졌다.“설마 저보고 도와달라는 건 아니겠죠?”허윤진은 머리를 이불 속으로 움츠린 채 한참이 지나서야 한 마디를 내뱉었다.“네...”진서준은 어이가 없었다.그들이 만약 연인 사이라면 그럴 수는 있었다.한 걸음 더 물러서서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진서준은 도와줄 수 있었다.하지만 문제는 허윤진은 허사연의 친동생이었고 앞으로 진서준의 처제였다.이런 사이라면 상황은 정말 많이 달랐다.“빨리요... 못 참겠어요...”허윤진은 고개를 내밀자 빨갛게 변한 예쁜 얼굴이 보였다.진서준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허윤진을 안아 올렸다.“제가 화장실까지 안고 갈 테니 들어가서는 혼자 알아서 하세요.”“그런데... 제가 서 있을 수가 없는데...”“설마 아기처럼 안고 있으라는 건 아니겠죠?”진서준은 멍해졌다.그 동작은 정말 너무 수치스러웠다.허윤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은 빨개진 나머지 귀밑까지 빨갛게 되었다.이건 분명히 허윤진도 그 동작을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윤진 씨는 내 처제일 뿐이야. 내 처제라고...’진서준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허윤진을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바지도 벗겨 드려요?”진서준이 물었다.“네...”허윤진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서준은 한 손으로 허윤진을 안고 한 손
“네...”허윤진은 고개를 끄덕이었고 곧 붉어진 얼굴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진서준은 침대 머리를 허윤진이 침대에 기대어 앉을 수 있게끔 높게 조절했다.허윤진이 몸을 좀 일으키자 진서준은 작은 숟가락을 들고 허윤진에게 음식을 먹여 주기 시작했다.입쌀 죽 외에 삶은 계란과 장아찌가 있었다.“뜨거워요?”진서준이 죽을 한 입 먹여주면서 물었다.“조금요.”“그러면 제가 식혀드리죠.”진서준은 먼저 숟가락의 죽을 불어서 식힌 다음 허윤진에게 먹였다.허윤진이 다 먹고 난 후에 진서준은 다시 침대 높이를 조절하고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형부, 제가... 언제쯤이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죠?”“완전히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모레쯤이면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빨리요?”허윤진의 눈에는 약간의 서운함이 스쳤다.혀윤진은 만약 자기가 줄곧 병상에 누워있는다면 진서준은 매일 자신에게 음식을 먹여 주겠다고 생각했다.“그래요. 윤진 씨는 은영과를 복용했기 때문에 체질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보통 사람과 전혀 다르죠. 윤진 씨의 상처가 완전히 나으면 제가 축기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잘 연습하면 나중에 윤진 씨도 저처럼 강해질 수 있죠.”진서준이 말했다.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은 진서준에게 많은 축기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진서준은 그중에서 장청결을 선택했고 다른 공법들은 머릿속에 미리 기억해 두었다.지금이 바로 다른 공법을 사용할 때가 된 것이다.“정말이에요? 그러면 제가... 형부를 지켜드릴 수도 있겠네요...”허윤진의 눈에는 빛이 반짝거렸다.허윤진은 항상 진서준의 보호만 받고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도 반대로 진서준을 지켜주고 싶었다.“물론 정말이죠. 제가 어떻게 윤진 씨를 속일 수 있겠어요.”진서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방금 말한... 은영과는 형부에게 있어서 소중한 물건이 아닌가요?”뭔가 짐작한 허윤진이 갑자기 물었다.“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윤진 씨 목숨보
“김씨 가문!”진서준의 눈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예전에 배수정이 김연가가 김씨 가문에 끌려갔다고 말했을 때부터 진서준은 가서 그녀를 구해줄 생각이 있었다.다만 그때는 진서라를 구해야 했기에 정말 시간이 없었다.지금은 진서라를 이미 구해냈으니 진서준도 김연아를 찾아서 구해낼 시간이 생겼다.“서준 씨, 왜요? 무슨 일이 있어요?”허윤진은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때문에 깜짝 놀라 얼른 물었다.“아니에요. 빨리 푹 쉬세요. 일단 먼저 가볼게요.”진서준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보는 아니라고요. 날 속이지 말고 빨리 말해요.”허윤진은 입을 삐죽 내밀며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은 껄껄 웃으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윤진 씨가 지금 말도 똑바로 하는 걸 봐서는 몸 상태가 많이 나았는가 봐요. 이럴 줄 알았다면 아까 좀 더 기다렸다가 화장실로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진서준이 또 방금 전의 일을 말하는 것을 보고 허윤진의 예쁜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변했다.“그만해요!”허윤진은 얼른 이불 속에 머리를 묻었다.“알겠어요. 먼저 가볼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간호사를 부르거나 저한테 전화 주세요.”진서준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떠났다.병실을 나온 후 진서준은 더 이상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어서 주먹으로 벽을 힘껏 쳤다.쿵...진서준의 주먹에 맞은 자리에는 순식간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고 사방으로 퍼졌다.진서준의 몸에서 강한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오가던 간호사와 환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이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가 봐.”진서준은 어두운 얼굴로 병원을 떠났다.병원을 떠난 후 진서준은 즉시 한 씨 저택으로 향했다.돌아가는 길에 진서준은 점차 마음을 가라앉혔다.어떻게 김연아를 구해낼지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였다.김씨 가문은 강남에서 두 번째로 큰 가문이었기에 그 실력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세 명의 선천 대종사만으로도 많은 고수를 물리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