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물체는 하얀 머리카락에 푸른 얼굴 그리고 보기 흉한 송곳니를 가지고 있었다.그 물체 주위로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소용돌이쳤다.의심할 여지 없이 이것은 살귀이다.무서운 살귀를 본 후 사람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살귀! 제마 법왕에게 살귀가 있다니!”권해철은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살귀 한 마리를 키우는 것은 횡련 대종사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살귀는 매일 신선한 사람의 피와 고기를 먹어야 한다. 이것은 매일 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제마 법왕은 대한민국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벌써 두 명을 죽였다.그뿐만 아니라 살귀는 음기가 매우 강한 곳에서만 나타난다.제법 모양을 이룬 살귀는 실력의 실력은 대성 종사에 가깝다.지금 나타난 살귀의 실력은 이미 일품 대종사와 비슷했다.진서준은 안색이 약간 어두워지면서 긴장되기 시작했다.눈앞의 이 살귀는 두렵지 않다. 진서준이 두려워하는 것은 살귀와 싸울 때 제마 법왕이 갑자기 손을 쓰는 것이다.제마 법왕은 세 번의 공격을 할 것이라고 했다.보아하니 살귀는 첫 번째 공격일 것이다.살귀가 어떻게 공격하는지는 제마 법왕과 관계가 없다.“제마 법왕, 이건 무슨 뜻이죠? 진 마스터님이 이 살귀를 죽여야 첫 번째 공격을 버텨낸 거로 하는 겁니까?”설우빈이 차갑게 물었다.“그래. 나의 첫 번째 공격은 이미 시작됐어. 내 애완동물과 겨루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한번 보려고.”제마 법왕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정말 비열하고 파렴치하네.”“그러니까,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 규칙을 전혀 안 지키네.”“실력이 더 강한 자가 규칙을 세우는 법이지.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사람들은 진서준을 위해 불평을 토로했다.하지만 감히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괜히 말했다가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았으니 말이다.“죽어...”살귀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진서준을 째려보며 사악하게 말했다.그 목소리는 날카롭고 귀에
“자, 이제 두 번째 공격이야!”설우빈은 제마 법왕이 다시 손을 쓰자 이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제마 법왕은 피식 웃었다.‘두 번째 공격이면 뭐 어때? 진서준이 정말 살귀를 죽일 수 있다고 해도 내가 직접 나서서 세 번째 공격할 때 무조건 죽을 거야.’원래 좀 허약했던 살귀는 제마 법왕이 준 음흉한 기운을 삼키고 나서 아까보다 두 배로 커졌다.키는 2미터에서 4미터로 되어 거의 2층 건물 정도의 높이가 되었고 두 마리의 물소 정도 되는 우람진 체격을 가지게 되었다.그의 긴 발톱에는 마치 날이 서 있는 것처럼 허공에 대고 아무렇게나 그어대면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괴... 괴물 아니야?”“헐! 진 마스터님이 과연 이 괴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힘들 것 같은데... 오늘 밤 진 마스터님이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사람들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살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진서준조차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이 괴물의 실력은 아마 이전의 탁현수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진서준도 박인성과 조정수의 선천 강기를 흡수하고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서준 씨, 부디 조심하세요.”한보영은 옷깃을 꽉 잡고 말했다. 너무 힘준 나머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되었다.“오늘 밤, 넌 내가 검으로 죽인 첫 번째 살귀가 될 거야.”진서준이 앞으로 손을 내밀자 함에서 빛이 번쩍이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칠척 청봉검을 손에 쥐게 되었다. 진서준은 검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평온한 눈빛으로 겁에 질린 살귀를 바라봤다.제마 법왕마저 미간을 찌푸렸다.“비장의 카드가 남아 있다니! 그래, 좋아! 네가 모든 수를 다 쓰면 내 마지막 공격을 막아낼 수 없을 거야.”제마 법왕은 차갑게 웃었다. 그의 눈에는 진서준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오늘 밤 반드시 죽을 것 같았다.그는 인의방 랭킹 3위이고 마교 4대 법왕 중 한 명이다.만약 진서준 같은 젊은이도 세 번의 공격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그는 고개를 들고 다닐 면목이 없을
순간 주변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전의 모든 의심, 공포, 두려움이 이 순간 모두 사라졌다.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지금 이 순간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인간계로 내려온 신선 같았다.신선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을 수 있겠는가?어떻게 끔찍한 살귀를 검으로 한 방에 죽일 수 있겠는가?“흠... 내가 너를 우습게 봤네.”제마 법왕의 표정은 약간 어두워졌다. 그는 아몬드처럼 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이렇게 훌륭한 실력을 갖춘 영혼을 먹을 수 있다면 그의 실력은 분명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하지만 여기는 대한민국이고 호국 장군이 지키고 있는 곳이다.만약 후과를 고려하지 않고 진서준을 죽이고 삼켜버리면 정안부에서 그를 미친 듯이 쫓아올 것이다.제마 법왕은 본전까지 밑지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두 번의 공격 모두 끝났어. 이제 곧 나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될 거야. 이걸 받을 수 있겠나?”마지막 공격에서 제마 법왕은 최선을 다해 여지를 남기지 않고 반드시 진서준을 죽일 것이다.가뜩이나 쌀쌀했던 밤공기가 지금 이 순간 뼈가 시리도록 더 차가워졌다.사람들은 추위에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지? 왜 갑자기 이렇게 추워졌어?”“분명 이 늙은 괴물이 무슨 수를 썼을 거야. 아니면 이렇게 추울 리가 없어.”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을 때 제마 법왕 주위에 검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그리고 안개는 곧 제마 법왕을 뒤덮었고 그의 손에는 아주 날카로운 창이 갑자기 나타났다.“빛도 이 창을 뚫을 수 없어. 인마! 너는 실력이 있지만 오늘 내 앞에서 무조건 죽게 될 거야.”제마 법왕은 말을 마치자 손에 든 창을 멀리 던졌다.창이 날아가는 순간 정말 제마 법왕의 말대로 햇빛도 이를 뚫을 수 없었다.갑자기 하늘에는 단층이 생긴 것 같았다. 창을 중심으로 그 위에는 달빛이 훤히 비추는 밤이었고 밑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둠이었다.창은 진서준과 50미터도 안 되
모두 뒤로 물러서며 연신 감탄했고 겁에 질려 떨리는 눈빛으로 제마 법왕을 바라봤다.몇 초 후, 진서준의 천문검은 완전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진서준은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바로 이때 진서준 앞에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혜윤아.”진서준이 장혜윤을 구하기도 전에 검은 창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다.푸흡...장혜윤의 오른쪽 가슴에서 피가 샘솟듯 뿜어나왔다.“혜윤아!”진서준은 장혜윤의 오른쪽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본 후 순간 멍해졌다.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아!”진서준은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고 남은 모든 영기를 모아 검은 창을 박살 냈다.그리고 쏜살같이 달려가 장혜윤을 품에 안았다.피는 곧 진서준의 흰색 양복을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짙은 피비린내는 모두의 코를 자극했다.“서...서준아...”“나... 너무 추워...”장혜윤의 얼굴은 백지처럼 하얗게 변했다. 앵두처럼 빨갛던 그녀의 입술이 끊임없이 떨렸다.“나... 죽는 거 아니야?”“아니야. 죽지 않아. 죽지 않는다고!”“나를... 좀 안아줘... 너무 추워...”진서준은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고 장혜윤을 꽉 끌어안았다.진서준 몸속의 영기는 장혜윤의 몸속으로 끊임없이 전송되었지만 그녀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죽으면 안 돼! 안된다고!”진서준은 다급하게 소리쳤다.“빨리... 은영과를 가져와!”한보영은 정신을 차리고 전홍석이 보내온 은영과를 진서준에게 건네주었다.진서준은 은영과를 받고 한 조각 베어 물더니 잘게 씹은 후 입으로 장혜윤에게 먹여주었다.은영과는 진정한 영과이다. 비록 기사회생의 효능은 없지만 진서준은 은영과의 힘을 빌려 장혜윤의 체질을 개선하고 그녀를 수련자로 만들 수 있다.그때가 되면 그녀의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은영과를 장혜윤에게 먹인 후 진서준은 급히 영기를 움직이면서 그녀를 치료하기 시작했다.그는 제마 법왕의 존재를 진작에 잊었다.“진 마스터님을
“이럴 수가!”제마 법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그는 진서준이 주먹을 휘두를 때 진서준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말도 안 돼! 정말 20대 초반밖에 안 되는 젊은이에게 이런 실력이 있다고?’제마 법왕이 곰곰이 생각하기도 전에 진서준은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다.제마 법왕도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놈아, 내가 정말 너를 죽이지 못할 줄 알아?”“그럼 죽여봐!”진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제마 법왕을 째려봤고 이마의 핏줄이 솟아올라 마치 시신 무더기에서 걸어 나온 도깨비 같았다.말하는 순간 진서준은 화가 폭발하면서 제마 법왕의 머리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제마 법왕은 한바탕 고함을 지르고 체내의 음흉한 기운을 손에 모으면서 진서준과 격렬하게 부딪혔다.쿵쿵쿵...두 사람의 주먹은 공중에서 부딪힐 때마다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를 냈다. 마치 고속으로 달리던 화물차 두 대가 부딪힌 것처럼 말이다.30초도 안 되어 진서준의 손뼈는 거의 모두 부러졌지만 그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처럼 제마 법왕을 향해 끊임없이 내리쳤다.“미친놈! 미친 거 아니야!”제마 법왕의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뼈도 진서준의 공격에 의해 부러졌다.그는 인의방 랭킹 3위에 달하는 실력자이다. 그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랭킹 1위, 2위 또는 지의방 천교일 뿐이다.그런데 지금 그는 뜻밖에도 20대 초반 청년에게 연달아 얻어맞고 심지어 손뼈까지 부러졌다.진서준은 오른손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자 다시 왼쪽 주먹을 들어 올렸다.“죽어! 죽으라고!”진서준은 마치 귀신에 올린 것처럼 미친 듯이 소리쳤다.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진서준의 모습을 본 제마 법왕은 겁에 질렸다.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진서준을 죽일 수는 있어도 제마 법왕도 중상을 입을 것이다.게다가 정안부 대종사에게 잡히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X발!”제마 법왕은 화가 나는 동시에 답답했다. 그는 욕설을 퍼붓고 난 뒤 뒤로 물러서면서 말
권해철은 다급하게 누렁이한테 말했다.누렁이는 권해철을 알고 있었고 그의 말을 듣자 반신반의하며 엎드렸다.그러자 권해철은 누렁이의 등에 올라타 진서준을 업고 내려왔다.“진 마스터님! 진 마스터님!”권해철은 두 번 소리쳤지만 진서준이 아무 반응이 없자 그는 재빨리 진서준의 맥박을 짚어봤다.“괜찮아. 힘들어서 쓰러진 것뿐이네.”권해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장혜윤의 상태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녀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진서준은 잠시 그녀를 구한 것이지 만약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장혜윤은 죽을 고비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빨리! 진 마스터님과 혜윤 씨를 병원으로 모셔!”권해철이 소리쳤다. 그러자 수십 대의 고급 차가 줄지어 오더니 두 사람을 싣고 곧장 병원으로 출발했다.허씨 종사와 한씨 종사도 차량 행렬의 양측에서 진서준을 호위했다.누렁이도 작아지더니 진서준의 곁에 바짝 붙어 한 발짝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진서준과 장혜윤이 병원으로 이송된 후 퇴근했던 주치의들은 빨리 병원으로 복귀해 두 사람을 치료하기 시작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겨우 응급실에서 실려 나왔다.진서준은 손과 몸에 골절이 심한 것 외는 상태가 괜찮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금세 좋아질 것이다.하지만 장혜윤은 심하게 다쳐서 계속 중환자실에서 지켜봐야 한다.“돌아가세요. 제가 서준 씨를 돌보면 됩니다.”한보영은 3대 가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그럼 보영 씨가 좀 수고해 주세요.”그들은 줄줄이 물러갔다. 진서준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자 오세정도 급히 달려왔다.“서준 씨는 어떻습니까?”오세정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서준 씨는 이제 괜찮아요. 아마 내일 아침이면 깨어날 거예요.”한보영은 오세정을 얼른 위로했다.“정말이에요? 제가 서준 씨를 봐도 될까요?”오세정은 걱정스레 물었다.“그럼요. 조용하게 따라오세요.”한보영은 오세정을 데리고 진서준을 보러 갔다.진서준이 편안하게 자는 것을 발견한 후 오세정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조, 한신.박씨 저택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가주인 박인성이 죽자 박씨 가문은 원기가 크게 상했다.박씨 조상을 제외하고 가장 대단한 사람은 바로 박인성이다. 이제 박인성이 죽자 서진에 있던 다른 가문들은 박씨 가문을 공격하기 위해 암암리 움직이고 있다.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허점을 드러내는 순간 적들은 사나운 짐승처럼 우르르 달려와 공격할 것이다.오늘 박씨 저택에 조문하러 온 사람의 90%는 모두 다른 의도를 품고 있다.박인성이 실제로 죽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들은 다음 날부터 박씨 가문을 향해 손을 쓸 것이다.그때가 되면 박씨 가문은 사라지게 되면서 역사로 남을 것이다.박씨 집안 사람들이 분주히 마무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거실에 나타났다.그러자 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동작을 멈추었다.“조상님!”그는 다름 아닌 10년 넘게 폐관해 온 박씨네 조상 박만년이다. 10년 전 그는 5품 대종사 경지에 입문하며 지의방 랭킹 80위에 올랐다.10년이 지났지만 그의 랭킹은 여전히 80위이다. 박만년의 진짜 실력이 어떤지는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말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박만년은 거실 의자에 앉아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박인성의 동생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자기 가문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박만년의 눈에는 살기가 맴돌았다.“지금 당장 준비해. 대한민국으로 갈 거야. 우리 자손들을 위해 복수할 것이다.”“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으로 들어가는 절차가 복잡하고 엄격해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그건 네가 해결해야 할 몫이야. 어떻게라도 나는 열흘 안에 반드시 대한민국으로 들어갈 거야.”말을 마친 박만년은 밖으로 걸어 나갔다.“어디 가세요?”“함부로 우리 가문을 건드릴 수 없게 본때를 보여줘야지. 누구부터 죽여볼까?”박만년은 박씨 저택을 떠나 서진 다른 큰 가문들을 향해 걸어갔다.그날 밤, 박만년은 대여섯 개 가문의 종사를
유현석은 정색하고 말했다.“우리 황씨 가문은 남주성에서 쫓겨났고 제 아들 그리고 민혁의 아들도 모두 진서준에게 죽임을 당했어요.”황영산은 죽은 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도대체 무슨 일인데. 구체적으로 말해 봐.”유현석은 큰일이 일어났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사실은...”황영산은 진서준이 고양에서 했던 모든 일들을 모조리 말했다. 황씨 가문이 멸망하고 한씨 가문 혼자 점점 세력을 키워간다는 말을 듣자 유현석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 진서준이란 자식이 정말 그렇게 대단해?”“대단한 정도가 아니죠. 조씨 가문도 그의 손에서 멸망했는데요.”조씨 가문이 멸망한 일을 생각하자 황영산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알았어. 일단 여기서 묵고 있어. 내가 돌아가서 형님께 보고하마!”유현석은 유씨 가문 가주의 동생이다. 비록 그에게는 부하가 많았지만 그는 자기 부하를 움직여 황영산에게 복수를 해주고 싶지 않았다.황영산의 이모는 유현석의 아내이다. 하지만 그녀는 죽은 지 오래되었다.만약 황영산이 이번에 스스로 찾아오지 않았다면 유현석은 평생 황씨 가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지금의 유씨 가문 가주는 유세훈이다. 유현석은 유세훈에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한번 설명했다. 그러자 유세훈은 직접 명령을 내렸다.“황영산더러 횡련 대종사 한 명을 데리고 가서 복수하라고 해. 지금 유강도 마침 중부에 있으니 걔한테도 전화해서 물어봐.”그러자 유현석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지금 유강에게 전화해 볼게요. 만약 시간이 된다면 황영산의 복수를 도와주라고 하겠습니다.”유세훈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유강은 이미 완치되었다. 횡련 종사의 신체 자질은 무도 종사보다 훨씬 강했다.이렇게 심하게 다쳤으면 무도 종사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었을 것이다.“둘째 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유강은 전화를 받고 다급하게 물었다.“지금 어디야?”“지금 중부 남주성에 있는데 왜요?”“잘됐네. 마침 내 조카를 도와 사람 한 명을 처리해
장조인은 그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진 선생님, 당시 제가 반드시 도와드리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협력 관계인 건 맞지만 저도 우리 장씨 가문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움직여야 했습니다.”장조인의 말투가 미묘하게 바뀐 걸 눈치채자 신민준과 우진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둘은 장조인 앞에 서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어제 진서준이 참격 하나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베었다는 소식은 이미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실력으로 진서준을 막는 건 어림없는 일임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조인에게 그들이 장씨 가문에 대한 충성을 보여줘야 했다.진서준은 장조인의 해명을 못 들은 듯, 권해철의 등을 만지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치료가 끝났습니다. 이제 권 마스터님은 정상인처럼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권해철도 자기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권해철의 심각하게 부러진 뼈들이 기적처럼 모두 이어진 것이다.“진 상경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권해철은 흥분한 나머지 병상에서 벌떡 일어서 옷도 챙기지 않고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으려 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손을 내밀어 허공에서 권해철을 붙들어 무릎을 꿇지 못하게 했다.“권 마스터님, 이럴 필요 없습니다. 권 마스터님이 구지범에게 당한 것도 저 때문이니 말입니다.”진서준은 권해철을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권 마스터님, 일단 옷을 갈아입으세요. 저는 저 사람들과 밖에서 좀 더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네...”권해철은 그제야 자기가 알몸이란 걸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진서준은 돌아서서 장조인을 힐끗 보고는 병실을 떠났다.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병실을 나선 진서준은 공원 뒤쪽 정원으로 걸어갔다.정원에는 작은 화원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이미 많은 환자와 가족
진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장주호와 신민준은 이 청년이 왜 그런 허세 가득한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즉시 깨달았다.진서준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진서준은 강남 서열 3위 가문 따위가 안 중에 있을 수 없었다.왜냐하면 진서준 한 사람만으로도 장씨 가문 내 모든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장조인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하고 나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진 선생님, 제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던 장문주는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자기 시력에 문제가 생겨 헛것을 본 걸까,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깬 채 꿈을 꾸고 있는 걸까?.장씨 가문 가주가 한 청년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다니,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더 끔찍한 건 장문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장조인이 진서준에게 사과한 걸 보고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들의 눈에는 장조인의 사과가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이미 숨이 끊어질 듯했던 장문주는 이 충격에 다시 한번 타격을 입고 결국 고개를 떨군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허나 장문주의 죽음은 방 안의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그들의 눈에 장문주는 있으나 마나 한 하찮은 존재였기 때문이다.고귀한 신분의 사람이 개미 한 마리의 생사를 신경 쓸 리가 없었다.장조인의 사과에도 진서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진서준은 고개를 푹 숙인 장조인을 차갑게 쓱 훑어본 뒤, 더 이상 장조인을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집중했다.장조인은 허리를 굽힌 채, 진서준이 대꾸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진서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조인은 내심 의아해졌다.결국 장조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진서준은 자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장조인의 마음속에는 순간 분노가 피어올랐다.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본인은 당당한 장씨 가문의 가주 장조인이었다.진서준이 아무리
칼처럼 날카로운 그 기운이 순식간에 신민준의 강기를 찢어버렸다.이어 그 기운이 신민준을 지나쳐 장주호의 오른쪽 귀를 스쳐 지나갔다.푹!장주호의 한 쪽 귀가 시뻘건 피를 튀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파도가 일어날 때의 물보라처럼 대량의 피가 장주호의 귀에서 쏟아져 나왔다.병실의 하얀 벽은 순간 섬뜩한 빨간색으로 물들었다.“아악!”장주호의 입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민준은 뒤에서 들리는 비명에 즉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한쪽 귀밖에 남지 않은 장주호의 모습을 발견했다.난생처음 보는 광경은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무서웠다.자기 강기가 이 청년 앞에서 힘없는 종이처럼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넌 도대체 누구야? 왜 우리 장씨 가문을 이 정도로 물고 늘어지는 거야?”상황 파악이 빠른 신민준은 즉시 이 청년이 자기가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란 걸 깨달았다.오직 장씨 가문 내 지의방에 오른 높은 인물만이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아까 분명 말했지? 장조인을 부르라고.”진서준은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대응했다.신민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바로 가주에게 알리겠어. 기다려 봐.”바닥에 누워있는 장문주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해졌다.장주호와 신민준이 자기를 도와 복수해 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복수는커녕 장주호가 오히려 한쪽 귀를 잃게 되었다.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장씨 가문 가주가 직접 오게 된다니, 상황은 이미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이 청년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신민준은 장주호를 데리고 병실에서 나가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하고는 이내 장조인에게 전화해 장씨 가문의 대종사도 데려오라고 요청했다.장조인은 이 일을 듣고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그 사람이 국안부 사람은 아닐까? 혹시 국안부가 우리 계획을 눈치챈 건가?”신민준은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우리 장씨 가문 계획을 모르는 것 같
장주호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사람의 복장으로 보아 청년인 것 같았다.요즘 청년들은 언제부터 장씨 가문을 하찮게 여길 정도로 이렇게 대담해진 건가?이제 장씨 가문의 강남 내 위치를 반드시 높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최근 형님이 연락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장주호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스쳤다.그 사람들과 협력해 작전에 성공한다면 장씨 가문은 서씨 가문을 제치고 강남에서 으뜸가는 가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길 리스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장주호는 머리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을 접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살짝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인 건가?”진서준은 권해철의 치료를 도와주고 있어 장주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장주호가 이 일을 해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장주호는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버럭 냈다.“내 말 들리지 않아? 귀먹었어?”장주호의 고함이 떨어지자 방 안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언성 높여 시끄럽게 떠들 거면 당장 꺼져.”진서준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감히 장주호가 너무 시끄럽다고 하다니, 장주호는 그 말에 멈칫하다가 곧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야? 감히 내게 시끄럽다고 호통쳐? 오늘 네가 우리 장씨 가문을 건드린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 제대로 알게 될 거야.”이 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건방졌다.장주호는 여태껏 장씨 가문을 이토록 이렇게 무시하는 청년을 만난 적이 없었다.옆에 있던 신민준은 이 청년의 목소리가 다소 익숙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들으면 들을수록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민준아, 네가 먼저 저놈 좀 혼내고 와.”장주호는 신민준에게 명령하며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신민준은 즉시 체내의 강기를 손가락 끝에 모으고 가볍게 튕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