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 한신.박씨 저택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가주인 박인성이 죽자 박씨 가문은 원기가 크게 상했다.박씨 조상을 제외하고 가장 대단한 사람은 바로 박인성이다. 이제 박인성이 죽자 서진에 있던 다른 가문들은 박씨 가문을 공격하기 위해 암암리 움직이고 있다.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허점을 드러내는 순간 적들은 사나운 짐승처럼 우르르 달려와 공격할 것이다.오늘 박씨 저택에 조문하러 온 사람의 90%는 모두 다른 의도를 품고 있다.박인성이 실제로 죽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들은 다음 날부터 박씨 가문을 향해 손을 쓸 것이다.그때가 되면 박씨 가문은 사라지게 되면서 역사로 남을 것이다.박씨 집안 사람들이 분주히 마무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거실에 나타났다.그러자 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동작을 멈추었다.“조상님!”그는 다름 아닌 10년 넘게 폐관해 온 박씨네 조상 박만년이다. 10년 전 그는 5품 대종사 경지에 입문하며 지의방 랭킹 80위에 올랐다.10년이 지났지만 그의 랭킹은 여전히 80위이다. 박만년의 진짜 실력이 어떤지는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말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박만년은 거실 의자에 앉아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박인성의 동생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자기 가문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박만년의 눈에는 살기가 맴돌았다.“지금 당장 준비해. 대한민국으로 갈 거야. 우리 자손들을 위해 복수할 것이다.”“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으로 들어가는 절차가 복잡하고 엄격해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그건 네가 해결해야 할 몫이야. 어떻게라도 나는 열흘 안에 반드시 대한민국으로 들어갈 거야.”말을 마친 박만년은 밖으로 걸어 나갔다.“어디 가세요?”“함부로 우리 가문을 건드릴 수 없게 본때를 보여줘야지. 누구부터 죽여볼까?”박만년은 박씨 저택을 떠나 서진 다른 큰 가문들을 향해 걸어갔다.그날 밤, 박만년은 대여섯 개 가문의 종사를
유현석은 정색하고 말했다.“우리 황씨 가문은 남주성에서 쫓겨났고 제 아들 그리고 민혁의 아들도 모두 진서준에게 죽임을 당했어요.”황영산은 죽은 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도대체 무슨 일인데. 구체적으로 말해 봐.”유현석은 큰일이 일어났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사실은...”황영산은 진서준이 고양에서 했던 모든 일들을 모조리 말했다. 황씨 가문이 멸망하고 한씨 가문 혼자 점점 세력을 키워간다는 말을 듣자 유현석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 진서준이란 자식이 정말 그렇게 대단해?”“대단한 정도가 아니죠. 조씨 가문도 그의 손에서 멸망했는데요.”조씨 가문이 멸망한 일을 생각하자 황영산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알았어. 일단 여기서 묵고 있어. 내가 돌아가서 형님께 보고하마!”유현석은 유씨 가문 가주의 동생이다. 비록 그에게는 부하가 많았지만 그는 자기 부하를 움직여 황영산에게 복수를 해주고 싶지 않았다.황영산의 이모는 유현석의 아내이다. 하지만 그녀는 죽은 지 오래되었다.만약 황영산이 이번에 스스로 찾아오지 않았다면 유현석은 평생 황씨 가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지금의 유씨 가문 가주는 유세훈이다. 유현석은 유세훈에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한번 설명했다. 그러자 유세훈은 직접 명령을 내렸다.“황영산더러 횡련 대종사 한 명을 데리고 가서 복수하라고 해. 지금 유강도 마침 중부에 있으니 걔한테도 전화해서 물어봐.”그러자 유현석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지금 유강에게 전화해 볼게요. 만약 시간이 된다면 황영산의 복수를 도와주라고 하겠습니다.”유세훈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유강은 이미 완치되었다. 횡련 종사의 신체 자질은 무도 종사보다 훨씬 강했다.이렇게 심하게 다쳤으면 무도 종사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었을 것이다.“둘째 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유강은 전화를 받고 다급하게 물었다.“지금 어디야?”“지금 중부 남주성에 있는데 왜요?”“잘됐네. 마침 내 조카를 도와 사람 한 명을 처리해
“사부님,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문희수와 경두진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앉아 겁에 질린 얼굴로 김문호를 바라보았다.“사부님, 그 자식은 정말 너무 강했어요. 우리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습니다.”두 사람이 진서준을 이렇게 평가하자 김문호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자식이라고? 너희 단전을 다치게 한 그 사람이 젊은이야? 나이가 몇인데?”“보아하니 20대 초반인 것 같습니다.”문희수는 조마조마하며 말했다.“뭐? 20대 초반?”쿵...갑자기 공포스러운 기운이 김문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순간 대전에 있던 의자는 산산조각이 되었다.문희수와 경두진은 너무 놀라서 얼른 이마를 땅에 대고 김문호를 쳐다보지도 못했다.‘사부님의 실력이 예전보다 더 강해졌네!’“병신들아. 20대 초반인 총각 하나 못 이겨? 우리 정월문의 체면을 다 구겼네!”김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문희수와 경두진은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20대 초반의 총각 한 명도 이길 수 없다니.정말 쓸모없는 병신과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놀라서 말도 못 하고 몸만 미친 듯이 떨었다. 김문호가 그들을 때릴까 봐 겁나고 두려웠다.“그 자식은 지금 어디에 있어?”김문호는 자기도 모르게 자식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물었다.“아직 고양에 있을 겁니다. 그놈은 한씨 가문과 친분이 두텁습니다.”문희수는 얼른 대답했다.“내일 아침 일찍 고양으로 가자!”김문호는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김문호가 떠난 후에야 문희수와 경두진은 긴장을 풀고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사부님이 너무 무서워. 예전에 사부님은 인의방 랭킹 39위였는데 지금은 20위 안에 들어갈 것 같아!”“나도 같은 생각이야. 하지만 좋은 일이지 뭐. 그 자식은 곧 죽게 될 테니깐!”문희수와 경두진은 진서준이 곧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이른 아침, 눈 부신 햇살이 진서준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왜 그래요?”진서준의 곁을 지키
한보영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얼굴은 사과처럼 빨개졌다. 그녀는 부끄러워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잠깐... 잠깐만요. 제가 옷을 가져다줄게요.”그리고 한보영은 쏜살같이 병실을 빠져나갔다. 진서준도 서둘러 침대에 다시 누웠고 이불로 자신의 몸을 덮었다.잠시 후 한보영은 옷을 들고 들어왔다. 그녀 얼굴의 홍조는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한보영은 옷을 침대에 내려놓고 바로 도망갔다.진서준의 머릿속은 지금 온통 장혜윤뿐이었다. 그는 빠르게 옷을 입고 옆 병실로 달려갔다.문을 열자 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장헤윤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섹시한 입술에는 핏기 하나 없었으며 유난히 안쓰러워 보였다.진서준은 침대 옆으로 가서 장혜윤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장혜윤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서준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왜 이렇게 멍청해? 왜 달려왔어? 네가 죽으면 난 어떻게 사연 씨한테 말해야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나는 더 강해질 거야.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나를 두려워할 거고. 난 스스로 나의 사람과 가족을 지킬 거야.”진서준은 속으로 묵묵히 맹세했다.그는 더 빨리 수련해야 한다. 내년 3월에 신농산을 가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의 가족과 친구를 위해서라도 수련을 빨리해야 한다.“서...준아, 서준아...”혼수상태에 빠진 장혜윤은 갑자기 입을 열고 진서준의 이름을 외쳤다. 병실을 떠나려던 진서준은 장혜윤의 목소리를 듣고 빨리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혜윤아, 나 여기 있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진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다독이었다.“서준아... 나...”장혜윤은 말하다가 그만 다시 잠들었다.“얼른 쉬어. 아무도 다시는 널 해치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장혜윤의 이마를 토닥거린 후 다시 병실을 떠났다. 설우빈은 진서준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왔다.진서준이 다시 살아난 것을 보자 설우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제 그는 직접 진서준의 부상 상태를 확인했다. 갈비뼈가 여러
진서준의 뜻은 매우 명확했다. 그는 공무원처럼 매일 대기하면서 바삐 돌아다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삶, 임무 그리고 목표가 있었다.국안부에 어려움이 있으면 그는 당연히 전력을 다해 도와줄 거지만 작은 일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이기는 싫었다.진서준의 조건을 듣자 설우빈은 쓴웃음을 지었다.“진 마스터님의 조건이 좀 까다롭긴 하네요.”“안 되면 말고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설우빈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제가 명주에 오기 전에 현천진군은 저에게 진 마스터님이 이런 조건을 제시하면 승낙하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리고 진 마스터님을 우리 국안부의 상경으로 모시겠다고 했고요.”진서준은 어젯밤에도 상경이라는 단어를 들었는데 무슨 뜻인지 몰랐다.“상겨은 뭐죠?”“국안부에는 모두 세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와 같은 호국사고요.”호국사는 국안부에서 관직이 가장 낮은 직급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방에서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지방 장관에 해당한다.“두 번째는 진 마스터님 같은 상경입니다. 호국사보다 직급이 한 단계 높고 권력도 더 많죠. 상경은 호국 장군과 정부주의 명령을 따라야 하고 어떤 때에는 스스로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설우빈의 설명을 듣고 난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국안부에는 상경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진서준이 물었다.“진 마스터님을 포함하면 5명이 있습니다.”그러자 진서준은 그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나머지 네 명은 누구죠?”“봉호전에서 그분들을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봉호전은 또 뭐죠?”봉호전은 그가 처음 듣는 말이었다.“아까 제가 말한 현천진군의 호는 현천입니다. 호를 얻으려면 매년 연말에 경성에서 열리는 봉호전에서 3연승을 거두면 스스로 호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지금은 9월 초이고 연말까지는 아직 4개월 남았다.“봉호전은 국안부 내부 인원만 참가할 수 있어요?”“그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무술을 다루는 사람들은 모두 참가할 수 있습니다.”그러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봉호전에
“아니요, 밖에 바람이 좀 세게 불어서.”진서준이 말했다.“환절기라 제가 없는 며칠 동안 꼭 몸을 잘 챙기고 아프지 말아야 해요.”허사연은 진서준이 아플까 봐 무척 걱정하였다.비록 진서준이 보통 사람이 아니어서 감기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한 번 더 귀띔해 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사연 씨가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해요.”진서준은 오히려 허사연을 걱정했다.“그런데 누렁이도 혜윤이와 같이 고양에 왔어요?”누렁이가 집에 없으니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종사 경지의 고수 중에서 누렁이와 실력을 겨룰 만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누렁이는 혜윤이를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같이 가게 놔두었어요. 게다가 저는 집에만 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빨리 서라 씨를 구해내세요. 제가 도착할 때쯤 서라 씨도 함께였으면 좋겠네요.”허사연은 걱정스레 말했다.“알겠어요. 최선을 다할게요.”진서준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전화를 끊자 또 다른 곳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지수, 왜 또 전화해?”진서준은 화를 내며 말했다.“어? 아직 죽지 않았네. 나는 네가 어제 레이 호텔에서 죽은 줄 알았어.”유지수는 듣기 거북한 말을 했다.그녀는 여전히 매를 부르는 목소리로 말했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하루밖에 남지 않았다고 통보하러 온 거야. 만약 옥선화를 얻지 못하면 나는 서라의 한 손을 자를 거야.”유지수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서라를 다치기만 해봐!”진서준은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강렬한 살기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병원 복도 온도마저 몇도 낮아진 것 같았다.“그럼 기다려봐.”유지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때 진서준은 손가락 마디를 움직이면서 우두둑 소리를 냈다.“옥선화가 어디 있는지 아직 몰라.”진서준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럼 내가 알려줄게.”유지수가 말했다.“정말?”진서준은
황씨 저택으로 가는 길에 진서준은 한제성을 보며 물었다.“제성 씨, 황씨 저택 뒷산에 금지 구역이 있다는데 들어본 적이 있어요?”“아버지께서 언급한 적은 있어요. 몇 년 전에 술법 대사를 청해서 큰 진을 쳤다고 했어요. 대성 종사도 그곳에 들어간 후 나온 적이 없다던데요.”한제성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정말요? 대성 종사가 안에서 죽었단 말이에요?”진서준은 궁금해서 물었다.대성 종사는 강기화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성 종사를 죽일 수 있는 진법은 많은 양의 영기가 필요했다.지난번 황씨 저택에 갔을 때 진서준은 어떠한 영기도 느끼지 못했다.“황씨 가문 사람들이 한 말인데 사실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한제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자 진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왜냐하면 유지수가 방금 전화로 진서준에게 귀띔해 주었기 때문이다.그곳은 황씨 저택 금지 구역이기에 들어가기 매우 어렵다. 유지수는 진서준을 걱정해서 귀띔한 것이 아니라 진서준이 죽으면 그녀에게 옥선화를 가져다줄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한제성과 진서준은 곧 황씨 저택에 도착했다.불과 며칠 사이에 현관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벽에는 거미줄이 걸려 있었다.“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들어가 보고 올게요.”진서준은 한제성의 어깨를 토닥이었다.“네. 조심하세요. 서준 씨.”한제성이 걱정스레 말했다.황씨 저택에 들어선 후 진서준은 현관을 지나 뒷마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강철로 납땜한 문 앞에 도착했다.지난번 황씨 저택에 왔을 때 그는 현관까지만 왔을 뿐 뒷마당에는 오지 않았다.만약 그때 이렇게 이상한 문을 봤더라면 진서준은 다가가서 분명히 한번 꼼꼼히 확인했을 것이다.진서준이 손바닥에 살짝 힘을 주자 용접되어 있던 강철은 마치 나무젓가락처럼 부러졌다.철거덕...불과 2, 3초 사이에 몽둥이처럼 굵은 10여 개의 철 막대기는 산산조각이 된 채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진서준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 같
눈 깜짝할 사이에 요괴는 광풍을 일으키며 진서준 앞에 도착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옷은 바람에 날리지도 않았다.“흥!”호진요괴는 진서준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경고하며 울부짖었다.“꽃 한 자루를 가지러 왔어. 갖고 이내 돌아갈게.”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호진요괴는 영성이 있어 진서준이 하는 말을 대충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임무는 대진을 지키고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것이다.그는 진서준을 들여보낼 리가 없었다.그래서 진서준의 말을 듣자 요괴는 갑자기 뛰어올랐고 2미터 넘는 거대한 몸집으로 진서준을 향해 돌진했다.진서준이 한 손을 앞으로 내밀자 검소리가 들리더니 예리한 검 한 자루가 나타나 주위의 흰 안개를 쓸어버렸다.천문검을 손에 쥐자 진서준 체내의 신기는 천문검으로 몰려들었다.진서준은 검을 들고 머리 위에 떠 있는 요괴를 향해 돌격했다.탕!검과 요괴의 발이 부딪히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진서준이 서 있던 곳은 20센티미터 정도 꺼지면서 발이 움푹 패어 들어갔다.“2품 대종사에 가까운 실력이네. 그러니 대종사도 들어가지 못하지.”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너는 영기로 만들어진 물체이니 내가 마침 너와 맞설 수 있는 한 수가 있군.”진서준은 한 손을 요괴의 발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러자 힘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낀 요괴는 진서준을 발로 차면서 버둥거렸다.하지만 진서준은 요괴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힘을 다해 그의 발을 꽉 잡았다.“흥!”요괴는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하지만 요괴가 아무리 분노해도 소용이 없었다.진서준의 흡성대법은 효과가 대단했다. 진서준이 이 기술을 쓸 줄 몰랐더라면 그는 요괴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10여 분 후 요괴는 점점 더 허약해지고 눈빛도 흐리멍덩해졌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더니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면서 요괴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요괴는 비명을 짖고 쓰러졌다. 순간 산속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진서준은 천문검을 거두지 않고 계속 산속으로 걸어갔다. 그는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