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영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얼굴은 사과처럼 빨개졌다. 그녀는 부끄러워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잠깐... 잠깐만요. 제가 옷을 가져다줄게요.”그리고 한보영은 쏜살같이 병실을 빠져나갔다. 진서준도 서둘러 침대에 다시 누웠고 이불로 자신의 몸을 덮었다.잠시 후 한보영은 옷을 들고 들어왔다. 그녀 얼굴의 홍조는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한보영은 옷을 침대에 내려놓고 바로 도망갔다.진서준의 머릿속은 지금 온통 장혜윤뿐이었다. 그는 빠르게 옷을 입고 옆 병실로 달려갔다.문을 열자 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장헤윤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섹시한 입술에는 핏기 하나 없었으며 유난히 안쓰러워 보였다.진서준은 침대 옆으로 가서 장혜윤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장혜윤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서준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왜 이렇게 멍청해? 왜 달려왔어? 네가 죽으면 난 어떻게 사연 씨한테 말해야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나는 더 강해질 거야.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나를 두려워할 거고. 난 스스로 나의 사람과 가족을 지킬 거야.”진서준은 속으로 묵묵히 맹세했다.그는 더 빨리 수련해야 한다. 내년 3월에 신농산을 가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의 가족과 친구를 위해서라도 수련을 빨리해야 한다.“서...준아, 서준아...”혼수상태에 빠진 장혜윤은 갑자기 입을 열고 진서준의 이름을 외쳤다. 병실을 떠나려던 진서준은 장혜윤의 목소리를 듣고 빨리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혜윤아, 나 여기 있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진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다독이었다.“서준아... 나...”장혜윤은 말하다가 그만 다시 잠들었다.“얼른 쉬어. 아무도 다시는 널 해치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장혜윤의 이마를 토닥거린 후 다시 병실을 떠났다. 설우빈은 진서준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왔다.진서준이 다시 살아난 것을 보자 설우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제 그는 직접 진서준의 부상 상태를 확인했다. 갈비뼈가 여러
진서준의 뜻은 매우 명확했다. 그는 공무원처럼 매일 대기하면서 바삐 돌아다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삶, 임무 그리고 목표가 있었다.국안부에 어려움이 있으면 그는 당연히 전력을 다해 도와줄 거지만 작은 일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이기는 싫었다.진서준의 조건을 듣자 설우빈은 쓴웃음을 지었다.“진 마스터님의 조건이 좀 까다롭긴 하네요.”“안 되면 말고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설우빈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제가 명주에 오기 전에 현천진군은 저에게 진 마스터님이 이런 조건을 제시하면 승낙하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리고 진 마스터님을 우리 국안부의 상경으로 모시겠다고 했고요.”진서준은 어젯밤에도 상경이라는 단어를 들었는데 무슨 뜻인지 몰랐다.“상겨은 뭐죠?”“국안부에는 모두 세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와 같은 호국사고요.”호국사는 국안부에서 관직이 가장 낮은 직급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방에서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지방 장관에 해당한다.“두 번째는 진 마스터님 같은 상경입니다. 호국사보다 직급이 한 단계 높고 권력도 더 많죠. 상경은 호국 장군과 정부주의 명령을 따라야 하고 어떤 때에는 스스로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설우빈의 설명을 듣고 난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국안부에는 상경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진서준이 물었다.“진 마스터님을 포함하면 5명이 있습니다.”그러자 진서준은 그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나머지 네 명은 누구죠?”“봉호전에서 그분들을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봉호전은 또 뭐죠?”봉호전은 그가 처음 듣는 말이었다.“아까 제가 말한 현천진군의 호는 현천입니다. 호를 얻으려면 매년 연말에 경성에서 열리는 봉호전에서 3연승을 거두면 스스로 호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지금은 9월 초이고 연말까지는 아직 4개월 남았다.“봉호전은 국안부 내부 인원만 참가할 수 있어요?”“그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무술을 다루는 사람들은 모두 참가할 수 있습니다.”그러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봉호전에
“아니요, 밖에 바람이 좀 세게 불어서.”진서준이 말했다.“환절기라 제가 없는 며칠 동안 꼭 몸을 잘 챙기고 아프지 말아야 해요.”허사연은 진서준이 아플까 봐 무척 걱정하였다.비록 진서준이 보통 사람이 아니어서 감기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한 번 더 귀띔해 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사연 씨가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해요.”진서준은 오히려 허사연을 걱정했다.“그런데 누렁이도 혜윤이와 같이 고양에 왔어요?”누렁이가 집에 없으니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종사 경지의 고수 중에서 누렁이와 실력을 겨룰 만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누렁이는 혜윤이를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같이 가게 놔두었어요. 게다가 저는 집에만 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빨리 서라 씨를 구해내세요. 제가 도착할 때쯤 서라 씨도 함께였으면 좋겠네요.”허사연은 걱정스레 말했다.“알겠어요. 최선을 다할게요.”진서준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전화를 끊자 또 다른 곳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지수, 왜 또 전화해?”진서준은 화를 내며 말했다.“어? 아직 죽지 않았네. 나는 네가 어제 레이 호텔에서 죽은 줄 알았어.”유지수는 듣기 거북한 말을 했다.그녀는 여전히 매를 부르는 목소리로 말했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하루밖에 남지 않았다고 통보하러 온 거야. 만약 옥선화를 얻지 못하면 나는 서라의 한 손을 자를 거야.”유지수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서라를 다치기만 해봐!”진서준은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강렬한 살기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병원 복도 온도마저 몇도 낮아진 것 같았다.“그럼 기다려봐.”유지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때 진서준은 손가락 마디를 움직이면서 우두둑 소리를 냈다.“옥선화가 어디 있는지 아직 몰라.”진서준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럼 내가 알려줄게.”유지수가 말했다.“정말?”진서준은
황씨 저택으로 가는 길에 진서준은 한제성을 보며 물었다.“제성 씨, 황씨 저택 뒷산에 금지 구역이 있다는데 들어본 적이 있어요?”“아버지께서 언급한 적은 있어요. 몇 년 전에 술법 대사를 청해서 큰 진을 쳤다고 했어요. 대성 종사도 그곳에 들어간 후 나온 적이 없다던데요.”한제성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정말요? 대성 종사가 안에서 죽었단 말이에요?”진서준은 궁금해서 물었다.대성 종사는 강기화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성 종사를 죽일 수 있는 진법은 많은 양의 영기가 필요했다.지난번 황씨 저택에 갔을 때 진서준은 어떠한 영기도 느끼지 못했다.“황씨 가문 사람들이 한 말인데 사실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한제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자 진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왜냐하면 유지수가 방금 전화로 진서준에게 귀띔해 주었기 때문이다.그곳은 황씨 저택 금지 구역이기에 들어가기 매우 어렵다. 유지수는 진서준을 걱정해서 귀띔한 것이 아니라 진서준이 죽으면 그녀에게 옥선화를 가져다줄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한제성과 진서준은 곧 황씨 저택에 도착했다.불과 며칠 사이에 현관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벽에는 거미줄이 걸려 있었다.“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들어가 보고 올게요.”진서준은 한제성의 어깨를 토닥이었다.“네. 조심하세요. 서준 씨.”한제성이 걱정스레 말했다.황씨 저택에 들어선 후 진서준은 현관을 지나 뒷마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강철로 납땜한 문 앞에 도착했다.지난번 황씨 저택에 왔을 때 그는 현관까지만 왔을 뿐 뒷마당에는 오지 않았다.만약 그때 이렇게 이상한 문을 봤더라면 진서준은 다가가서 분명히 한번 꼼꼼히 확인했을 것이다.진서준이 손바닥에 살짝 힘을 주자 용접되어 있던 강철은 마치 나무젓가락처럼 부러졌다.철거덕...불과 2, 3초 사이에 몽둥이처럼 굵은 10여 개의 철 막대기는 산산조각이 된 채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진서준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 같
눈 깜짝할 사이에 요괴는 광풍을 일으키며 진서준 앞에 도착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옷은 바람에 날리지도 않았다.“흥!”호진요괴는 진서준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경고하며 울부짖었다.“꽃 한 자루를 가지러 왔어. 갖고 이내 돌아갈게.”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호진요괴는 영성이 있어 진서준이 하는 말을 대충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임무는 대진을 지키고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것이다.그는 진서준을 들여보낼 리가 없었다.그래서 진서준의 말을 듣자 요괴는 갑자기 뛰어올랐고 2미터 넘는 거대한 몸집으로 진서준을 향해 돌진했다.진서준이 한 손을 앞으로 내밀자 검소리가 들리더니 예리한 검 한 자루가 나타나 주위의 흰 안개를 쓸어버렸다.천문검을 손에 쥐자 진서준 체내의 신기는 천문검으로 몰려들었다.진서준은 검을 들고 머리 위에 떠 있는 요괴를 향해 돌격했다.탕!검과 요괴의 발이 부딪히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진서준이 서 있던 곳은 20센티미터 정도 꺼지면서 발이 움푹 패어 들어갔다.“2품 대종사에 가까운 실력이네. 그러니 대종사도 들어가지 못하지.”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너는 영기로 만들어진 물체이니 내가 마침 너와 맞설 수 있는 한 수가 있군.”진서준은 한 손을 요괴의 발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러자 힘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낀 요괴는 진서준을 발로 차면서 버둥거렸다.하지만 진서준은 요괴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힘을 다해 그의 발을 꽉 잡았다.“흥!”요괴는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하지만 요괴가 아무리 분노해도 소용이 없었다.진서준의 흡성대법은 효과가 대단했다. 진서준이 이 기술을 쓸 줄 몰랐더라면 그는 요괴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10여 분 후 요괴는 점점 더 허약해지고 눈빛도 흐리멍덩해졌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더니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면서 요괴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요괴는 비명을 짖고 쓰러졌다. 순간 산속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진서준은 천문검을 거두지 않고 계속 산속으로 걸어갔다. 그는 또 무슨 일이 생길까
진서준의 위치를 알게 된 뒤 유강은 곧바로 황영산을 데리고 한씨 일가로 향했다.“우리 둘만 갔다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황영산은 조금 두려웠다.한씨 일가는 대단한 가문으로, 총 세 명의 종사와 진서준이 있었다.유강과 함께 갔다가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까 봐 황영산은 두려웠다.진서준은 황영산에게 고양시로 다시 돌아오면 죽여버리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두려운 건 아니죠?”유강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황영산을 바라보았다.“그래도 황씨 일가 가주인데 겨우 이 정도로 무서워해요? 그날 무도 경기 때 먼저 떠나지 않았으면 겁을 먹고 기절했겠어요.”유강의 날카로운 비아냥에 황영산은 얼굴이 뜨거웠다.“나는 만일을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사람이라면 실수할 때가 있기 마련인데 그래도 안전한 편이 낫지...”황영산이 말했다.“전 어차피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어요. 혹시 아는 사람이 있으면 몇 명 불러와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와도 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들이 나설 기회 따위는 없을 테니까요.”유강은 말을 마친 뒤 차 천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퍽...유강의 주먹으로 인해 두랄루민으로 만들어진 차 천장이 망가졌다.반대로 유강의 손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아니, 안 불러도 되겠어. 너 혼자면 될 것 같아.”황영산이 서둘러 말했다.“흥, 진서준이라는 놈의 몸이 이 차보다 더 단단하지는 않겠죠.”유강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무도 경기 때, 유강은 심하게 맞았었다. 그 이유는 그의 상대가 인의방 11위인 대종사였기 때문이다.인의방 40위 아래의 무인들이라면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1품 대종사도 마찬가지였다.국안부에서는 아직 진서준의 이름을 인의방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유강은 진서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강은 진 마스터라는 사람을 속 빈 강정이라고 생각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곧 망가진 차를 타고 한씨 일가 앞에 도착했다.“한씨 일가 가주와 진서준에게 전해. 내가 왔으니 당장 나오
퍽...“콜록콜록...”한서강은 자기 목을 잡고 계속 기침했다.조금 전 황영산이 목을 졸랐을 때 한서강은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이건 살짝 혼내준 것뿐이에요. 당장 진서준에게 연락해서 이곳으로 오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여버릴 거니까.”황영산은 한서강을 내려다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다 죽여버릴 거라고요? 우리 한씨 일가에 종사가 없는 줄 아는 건가요?”한서강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인승민 종사님, 얼른 나와요. 여기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어요.”눈 깜짝할 사이에 인승민과 두 명의 종사가 한씨 일가 별장 안에서 걸어 나왔다.“누가 한씨 일가에서 소란을 벌이는 거죠? 죽고 싶나 봐요?”인승민이 차갑게 말했다.“저 두 사람이에요!”한서강은 황영산과 유강을 가리켰다.유강의 얼굴을 본 인승민과 다른 두 명의 종사는 안색이 순식간에 달라졌다.그날 무도 대회 때 세 사람은 현장에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유강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당신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꺼져. 난 유명하지도 않은 자들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유강은 팔짱을 두른 채 거만한 표정으로 인승민 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인승민 등 사람들은 사실 조금 두려웠으나 유강의 말을 듣자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화르르 타올랐다.종사로서 그들 또한 자긍심이 있었다.“유강 씨,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건 아닙니까?”인승민이 차갑게 말했다.“날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야. 그저 당신들은 전혀 내 상대가 되지 않을 뿐이야.”유강은 끊임없이 비아냥댔다.“당신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난 전력을 다할 필요도 없어.”“건방지군요!”“같이 덤벼. 난 약자를 괴롭혔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유강은 중지를 세우더니 인승민 등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세 사람은 그 광경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더는 참을 수 없었다.“같이 덤비죠. 저놈을 단단히 혼내주자고요!”갑자기 주변에서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세 개의 서로 다른 색의 강기
황영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유강이 인승민 등 세 사람의 상대가 안 될까 봐 조금 걱정됐었다.인승민 등 세 사람도 이름을 날린 지 꽤 된 사람들이라 실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보니 민머리 유강의 실력이 더욱 강한 듯했다.“한서강 씨, 지금 당장 진서준에게 죽으러 오라고 연락하지 않는다면 이 세 사람부터 죽일 줄 알아요. 그리고 당신 가족들도 한 명씩 죽일 거예요.”황영산은 앞으로 나서면서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한서강은 황영산이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란 걸 알았다. 황영산은 정말로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래요. 기다려요. 지금 당장 진 마스터님께 연락하겠어요.”한서강은 허성태와 달리 진서준과의 관계가 그리 깊은 편은 아니었다.휴대전화를 꺼낸 한서강은 진서준에게 연락하는 대신 먼저 한제성에게 연락했다.그는 진서준이 일을 보러 외출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진서준에게 연락하면 그의 일을 방해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아빠, 무슨 일이세요?”한제성은 본인이 직접 운전해서 진서준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진 마스터님은? 어디 계셔?”“차에 타고 계시는데요.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한제성은 아버지의 말투에서 이상함을 눈치챘다.“아빠,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아주 조급한 것처럼 느껴지네요.”한제성이 황급히 물었다.“황영산 씨가 민머리 남자와 같이 찾아왔어. 인승민 등 종사들도 그 민머리 남자의 상대가 되지 않았어.”한서강이 말했다.“뭐라고요? 황영산 그 자식이 사람을 데리고 복수하러 왔다고요?”한제성은 깜짝 놀랐다.당시 황영산이 진서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얼마나 애절하게 빌었었는지 한제성은 직접 두 눈으로 보았었다.그런데 겨우 며칠 지났다고 황영산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진서준에게 복수하려고 했다.“빨리 갈게요. 십 분 내로 도착할 거예요.”전화를 끊은 뒤 한제성은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 씨, 황영산 씨가 진서준 씨에게 복수하려고 민머리 남자를 데리고 왔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