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저 사람이 진 마스터라고? 이건 너무 젊잖아!”“이놈 혹시 가짜 아니야? 대종사를 죽일 수 있는 진 마스터는 아무래도 40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아?”"감히 이럴 때 사기를 치러 나오다니, 죽고 싶은 거 아니야?”진서준을 본 적이 없는 모든 사람은 모두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이소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그가 진 마스터였구나. 어쩐지 어제 그렇게 건방지더라니.‘“아빠, 이 사람 꼭 죽여요!”이소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네가 말할 것 없이 이번에 박 선생을 모시고 온 것이 바로 이 진 마스터를 죽이려는 것이야.”조정수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아까 내가 불렀을 때 왜 응전하러 나오지 않았어?” “내가 바보도 아니고, 너와 그 이씨 가문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걸 알면서 찾아가겠어? 내가 방금 갔으면 분명히 죽었을 거야.”진서준이 눈을 희번덕거렸다.진서준은 탁현수를 죽이고 들뜨지 않고 오히려 더 신중해졌다.왜냐하면, 그는 사람 밖에 사람이 있고 하늘 밖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이 세상에 무적의 존재는 없다. 하늘, 땅, 사람 중의 1등마저도 자주 바뀐다.진서준의 말에 사람들은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어떤 똑똑한 사람들은 그의 말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이씨 집안과 인씨 집안은 분명히 진서준을 노리고 온 것이다.체면보다 목숨이 제일 값진 것이다.살아남는다면 잃어버린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만약 살아남지도 못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박인성은 조정수를 향해 말했다.“우리 둘이 손을 잡고 이놈부터 죽이자고!”조정수는 고개 끄덕이며 박인성과 뜻을 같이했다.그 두 사람은 방금 많은 선천의 힘을 소모했다. 만약 두 사람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진서준의 손에 죽을 수도 있다.한 20대 청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은 그들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정말 수치스럽고 큰 모욕이다.그래서 그들은 이전의 원한을 뒤로하고 진서준부터 죽이기로 했다.그 후 어떻게 할
만약 박인성이 정말 패배한다면 한보영을 비롯한 그들을 인질로 삼아 진서준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이씨 집안의 다섯 명의 종사는 즉시 허사연이 있는 방으로 갔다.“뭐 하자는 거야?”한보영은 그들을 보고 안색이 돌변했다.감히 공연히 그들 한씨 가문한테 대들다니, 이희양이 미친 게 아니냐고 그녀는 생각했다.설우빈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서 나서 말했다.“당장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안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야!”이희양도 따라와서 설우빈에게 차갑게 경고했다.“설 종사, 국안부는 이 일에 관여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오늘 우리 중부 3성은 반드시 승자를 가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중부 3성은 영원히 평안할 수 없을 것입니다!”“너 지금 국안부와 맞서는 거야!”설우빈이 소리쳤다.국안부의 설립 취지는 첫째, 국가의 안전을 지키고 해외 무인들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둘째는 국내의 이 세가들을 돌보고 그들이 큰 혼란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만약 국안부가 없었다면 경성의 그 몇 가문들은 이미 전국을 점령했을 것이다.“설우빈, 이렇게 나오면 우리가 무례해질 수밖에 없어.”이희양도 화가 잔뜩 났다.이번에 3성의 선두로 되기 위해서 이희양은 이씨 집안의 모든 정예를 소집하였다.이씨 집안의 다섯 종사를 제외한 이씨 집안의 다른 내공을 쓰는 무인들도 모두 이곳에 왔다. 내공을 쓰는 무인까지 합치면 이씨 집안에는 모두 10여 명이 있다.반면 한씨 가문을 보면 세 종사 외에 권해철 같은 술법 마스터도 있다.권해철 한사람이 두 사람과 싸울 수 있다고 해도 그들은 남은 내공을 쓰는 무인을 막을 수 없다.게다가 한쪽에는 인씨 집안의 사람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한씨 가문의 처지가 심상치 않다.아래쪽 링에는 연기가 자욱했다.진서준과 조정수, 박인성 세 사람의 모습이 다시금 뭇사람의 시야에 들어왔다.하지만 이번엔 세 사람 모두 낭패한 모습이었다.진서준의 옷은 여러 군데가 찢어져 있었는데 마치 어떤 무기에 의해 찢어진
이어 박인성이 조정수를 향해 고개를 돌려 소리 질렀다.“뭘 더 숨기고 있어? 어떤 비장의 무기가 있으면 다 내놓아!”조정수는 한 수 숨겨두려고 했는데 박인성이 이 정도까지 하는 걸 보고 비싼 값에 사들인 단약을 내놓아야 했다.이 단약은 체내의 상처를 빠르게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내의 선천의 힘을 조금 회복할 수 있다.한 알의 제조 비용만 해도 억대의 가치가 있다!하지만 이 생사가 달린 문제 앞에서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들 같은 대종사가 돈을 버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단약을 복용한 후, 조정수의 몸에서 칵하는 소리가 나면서 몸 안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다.두 사람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특히 박인성은 체내의 선천의 힘은 얼마 되지 않지만, 실력은 2품 대종사의 정점을 찍었다.“검을 받아라!”경기장 안에서 검 휘두르는 소리가 울렸다.천문검이 공중에서 나타나 천천히 진서준의 앞에 떨어졌다.진서준이 손을 내밀어 천문검을 잡았다. 그러자 영기가 밀물처럼 천문검에 밀려들었다.천문검은 옅은 청색의 빛을 내뿜고 있었는데 검의 몸체는 마치 검은 밤하늘과 같이 광활하기 그지없었다.한 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이 빠져들게 한다. 하나하나의 푸른 점이 천문검에 나타났는데 마치 하늘의 별과 같았다. 진서준이 검을 들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로 한 검을 내리쳤다.검의 빛은 길이가 10m에 육박하고 너비가 10㎝ 비슷했다.지나가는 곳마다 땅이 뒤집혔는데 수 미터 높이의 먼지가 일었다.“검의? 이 자식이 도대체 정체가 뭐야?!”박인성과 조정수 두 사람의 눈에는 섬뜩함이 가득했다.그들은 진서준의 검에 대성 검의가 있을 줄은 몰랐다.정말 놀라웠다.만약 오늘 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면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이 없다.산을 깎고 강을 가로막을 수 있는 이 한 칼에 조정수와 박인성은 즉시 온 힘을 기울여 맞서 싸웠다.이와 동시에 위층에서 권해철 일행은 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한주먹을 맞은 한제성은 그대로 날아가 벽에 세게 맞았다.그리고 푸하는 소리와 함께 한제성이 피를 뿜었다.통로 전체가 순식간에 진한 피비린내로 뒤덮였다. 진서준과 박인성 그들 세 사람의 전투도 이미 과열 단계에 접어들었다.그렇게 큰 링은 이미 형체를 완전히 알아볼 수 없게 자갈로 변했다.링에서 가까운 관중석은 진서준을 비롯한 세 사람의 전투의 여파에 의해 영향을 받아 가루로 되었다!이때 진서준 몸에도 몇 개의 새로운 상처가 생겼고 체내의 영기도 거의 바닥이 났다.하지만 박인성의 상태도 매우 좋지 않았다. 그가 방금 먹은 그 단약은 이미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만약 1분 안에 진서준을 죽이지 못한다면 박인성이 먼저 쓰러질 것이다. 조정수도 마찬가지였다. 몸에 몇 군데 새로운 상처가 더 생겨 피부가 찢기고 살이 터졌다. 바로 그때 진서준은 허사연의 고함을 들었다.“진서준 씨, 우리 상관하지 말고 빨리 도망쳐요.”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안색이 갑자기 변하여 즉시 고개를 돌려 허사연을 바라보았다.허사연과 한보영은 이미 이씨 집안의 내공 무인에게 잡혀 2층에서 아래층으로 끌려갔다.권해철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아직도 2층에서 이씨 집안 종사와 싸우고 있었다. “이놈들아, 죽어버려!”진서준의 두 눈이 새빨갛게 변했고 살기가 가득 찼는데 전체 지하 링장의 온도가 몇 도나 떨어져 등골이 오싹해졌다. 진서준이 돌아서서 그의 여인을 구하러 가는 것을 보고 박인성과 조정수는 즉시 그의 앞을 막았다.“비켜!”진서준의 폭발적인 외침과 함께 몸에서 공포의 기운이 맴돌았다. 조정수 두 사람은 눈이 움츠러들었다. 눈앞의 진서준은 아까보다 더 무서웠다.진서준이 검을 몇 번 휘두르자 검의 빛이 빗방울처럼 그 두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두 사람은 황급히 몸을 피했다. 감히 맞설 수 없었다.하지만 그 두 사람은 피한 후 바로 진서준의 뒤를 쫓아가 한사코 진서준에게 매달렸다. 진서준은 너무 화가 나서 천문검을 바로 거두었다. “너희들
피비린내 나는 광경에 이미 겁에 질려 있던 관객들은 더욱 공포에 질렸다.사람이 아니라 지옥에서 돌아온 악마가 분명했다.“사연 씨, 괜찮아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앞으로 달려가서 그녀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자세히 살폈다.“난 괜찮아요. 서준 씨는 괜찮아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허사연은 피 칠갑을 한 진서준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그를 꽉 끌어안았다.미처 참지 못한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내려 진서준의 옷자락을 적셨다.진서준은 황급히 설명했다.“이 피는 내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 것도 있어요.”진서준도 다치기는 했지만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다.게다가 그는 조정수와 박인성 두 사람의 선천의 힘까지 흡수하여 단전 내의 영해도 많이 회복되었다.“사연 씨, 잠깐 놔줘요. 나 권해철 씨를 도와주러 가봐야겠어요.”권해철과 이희양은 아직도 싸우고 있었는데 권해철이 질 것으로 보였다.허사연은 서둘러 진서준을 놓아주었다. 진서준이 그들을 도울 수 있게 말이다.진서준은 발밑에 힘을 주더니 마치 기러기처럼 날아가서 2층 창가에 도착했다.진서준이 갑작스럽게 나타나자 이씨 일가의 종사들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린 그들은 목숨을 잃은 조정수와 박인성을 본 순간,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두 선천 대종사가 진서준의 손에 죽다니.‘저 자식은 대체 정체가 뭐지? 인의방 10위 안에 드는 고수도 저 자식의 상대가 되지 않다니.’사실 전성기 때의 박인성, 조정수와 목숨 걸고 싸웠더라면 진서준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조정수와 박인성 모두 체력이 조금 닳은 상태라서 기회가 있었다.게다가 진서준은 금기시된 방법을 썼기에 아주 빠르게 전투를 끝낼 수 있었다.“박... 박인성 씨를 죽였다고?”진서준을 바라보는 이희양의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있었다.박인성과 조정수 모두 죽었다면 이씨 일가는 더 이상 진서준과 싸울 수가 없었다.5명의 종사는 진서준 앞에서 쪽도 못 쓸 것이다. 진서준은 이미 8명의 종사를 죽인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이씨 가문의 종사
진서준은 이희양의 뺨을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면서 때리기 시작했다.짝짝짝...이희양의 얼굴에 진서준의 손바닥 자국이 가득 남았다. 이빨도 거의 다 빠져서 입안에 피가 가득했다.얼굴이 퉁퉁 부은 이희양을 본 이씨 가문의 종사들은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제발 살려주세요. 저희는 이씨 일가의 돈을 받고 일한 것뿐입니다.”이씨 가문의 종사들은 이희양이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었다매달 이씨 가문에서는 5명에게 거액을 줘서 평안을 지켰다.그런데 이제 그들은 진서준에게 굴복하여 자기 목숨만 살려달라고 했다.진서준은 다섯 사람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각자 알아서 팔 하나씩 부러뜨리고 꺼져.”팔을 부러뜨리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다섯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곧장 진서준이 말한 대로 했다.퍽퍽퍽...다섯 사람은 자신의 왼팔을 부러뜨리더니 아파서 계속 숨을 들이켰다.“진서준 씨, 저희는 이제 가봐도 되죠?”“꺼져!”진서준은 가봐도 된다는 뜻으로 손을 휘적였다.이씨 가문의 종사들이 떠난 뒤 이희양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이때 그는 더 이상 빌릴 힘이 없었다.“권해철 씨, 그쪽에 있는 사람들 전부 잡아 오세요.”진서준은 이씨 가문 사람들이 있는 VIP실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권해철은 곧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이소준 등을 끌고 왔다.진서준은 그들을 쓱 둘러보더니 미간을 찡그렸다.그는 손승호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손승호는?”진서준이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이소준은 서둘러 대답했다.“오늘 몸이 좋지 않다면서 오지 않았어요.”“또 도망쳤네, 그 자식!”진서준은 화가 났다.‘빌어먹을 자식, 당시 서울에 있을 때 죽여버려야 했어!’“진서준 씨, 저희를 놓아주세요. 앞으로 절대 진서준 씨와 맞서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이서강은 서둘러 말했다.“이제야 잘못을 알았어? 늦었어!”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이소준은 얼굴이 창백해졌다.“진서준 씨, 전 이씨 일가의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고 전 만하문의 제자예요. 절 죽인
조금 전 조정수가 죽는 모습을 본 허준희는 오늘 허씨 일가는 틀림없이 패배할 거라고 확신했다.두 대종사가 진서준의 손에 죽었으니 패배를 인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그래도 허준희는 똑똑한 편이었다. 그는 사람을 시켜 허사연을 잡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만약 허사연을 잡으려고 했다면 허씨 가문도 이씨 가문처럼 소멸당했을 것이다.“진서준 씨,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부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허준희는 가장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덜덜 떨었다.어제까지 진서준 앞에서 건방을 떨던 허준석은 겁을 먹어서 말도 하지 못했다.진서준이 이렇게 강할 줄 알았더라면 절대 진서준을 그렇게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똑똑하네.”진서준은 허준희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웃었다.이씨 일가는 이미 망했고 허씨 일가까지 없애버린다면 한씨 일가만 남게 되는데 그건 현실적이지 않은 일이었다.지금까지 한씨 일가는 조씨 일가와 황씨 일가의 구역도 전부 집어삼키지 못했다.“허씨 일가는 봐줄 수도 있어. 하지만 앞으로 내 명령에 따라야 해.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허준희는 서둘러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일가는 영원히 진서준 씨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진서준의 앞날은 아주 창창했다.진서준은 겨우 20대였다. 만약 그가 30대가 되고 40대가 된다면 7품 이상의 대종사가 될지도 몰랐다.그대가 되면 허씨 일가의 지위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질 것이다.“좋아. 한씨 일가와 연합하여 이씨 일가를 삼키도록 해.”진서준이 분부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확실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모든 걸 해결한 뒤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그곳을 떠났다.한씨 일가로 돌아간 뒤 진서준은 곧바로 샤워하여 몸에 묻은 피를 전부 씻어냈다.그가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을 때 허사연은 그의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서준 씨, 조금 전에 다친 것 같던데 얼른 봐봐요.”허사연이 긴장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괜찮아요. 상
진서준은 허사연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사연 씨, 내가 샤워할 때 왔네요. 몰래 훔쳐보지는 않았죠?”허사연은 부끄럽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했다.“내가 왜 늑대 같은 서준 씨를 훔쳐보겠어요?”“우리 둘 중에 늑대가 누굴까요? 내가 샤워할 때 몰래 찾아온 건 사연 씨인데 말이에요. 게다가 내 상처를 보겠다면서 옷을 벗으라고 했잖아요!”진서준은 작게 말했다.“아까 이씨 일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죠? 나도 사연 씨가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할래요!”허사연은 진서준의 품에 풀썩 쓰러졌다.심지어 호흡마저 가빠졌다.이 순간, 방 안의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고 핑크빛 기류가 감도는 듯했다.허사연의 부드럽고 가녀린 허리에 팔을 두른 진서준은 그녀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그는 잘 때도 허사연을 끌어안고 자고 싶었다.“아...”허사연은 엉덩이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지자 참지 못하고 신음을 냈다.그 목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허사연의 입에 입을 맞췄다.허사연은 처음엔 진서준의 거친 몸짓에 살짝 놀랐지만 진정한 뒤에는 진서준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몇 분 뒤, 허사연은 얼굴이 빨개진 채 숨을 헐떡였다.그녀는 진서준에 의해 상의가 다 벗겨져서 검은색 레이스 속옷만 입고 있었다.가슴이 커서 진서준의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안... 안 돼요. 여긴 한씨 일가예요. 우리 돌아가서...”허사연의 목소리는 마지막에 가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진서준은 사실 허사연과 스킨십을 할 생각이었지 이 정도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냉정을 되찾은 진서준은 서둘러 옷을 입혀줬다.그러고는 허사연에게 몇 번 더 입을 맞춘 뒤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서라를 구하면 바로 돌아가요!”“네. 난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요...”허사연은 자신의 방으로 빠르게 달려갔다.그녀는 방으로 돌아온 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샤워했다.진서준은 허사연이 떠난 뒤 창문을 전부 열어놓고 통풍시켰다....저녁.김연아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
장조인은 그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진 선생님, 당시 제가 반드시 도와드리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협력 관계인 건 맞지만 저도 우리 장씨 가문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움직여야 했습니다.”장조인의 말투가 미묘하게 바뀐 걸 눈치채자 신민준과 우진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둘은 장조인 앞에 서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어제 진서준이 참격 하나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베었다는 소식은 이미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실력으로 진서준을 막는 건 어림없는 일임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조인에게 그들이 장씨 가문에 대한 충성을 보여줘야 했다.진서준은 장조인의 해명을 못 들은 듯, 권해철의 등을 만지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치료가 끝났습니다. 이제 권 마스터님은 정상인처럼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권해철도 자기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권해철의 심각하게 부러진 뼈들이 기적처럼 모두 이어진 것이다.“진 상경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권해철은 흥분한 나머지 병상에서 벌떡 일어서 옷도 챙기지 않고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으려 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손을 내밀어 허공에서 권해철을 붙들어 무릎을 꿇지 못하게 했다.“권 마스터님, 이럴 필요 없습니다. 권 마스터님이 구지범에게 당한 것도 저 때문이니 말입니다.”진서준은 권해철을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권 마스터님, 일단 옷을 갈아입으세요. 저는 저 사람들과 밖에서 좀 더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네...”권해철은 그제야 자기가 알몸이란 걸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진서준은 돌아서서 장조인을 힐끗 보고는 병실을 떠났다.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병실을 나선 진서준은 공원 뒤쪽 정원으로 걸어갔다.정원에는 작은 화원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이미 많은 환자와 가족
진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장주호와 신민준은 이 청년이 왜 그런 허세 가득한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즉시 깨달았다.진서준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진서준은 강남 서열 3위 가문 따위가 안 중에 있을 수 없었다.왜냐하면 진서준 한 사람만으로도 장씨 가문 내 모든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장조인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하고 나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진 선생님, 제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던 장문주는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자기 시력에 문제가 생겨 헛것을 본 걸까,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깬 채 꿈을 꾸고 있는 걸까?.장씨 가문 가주가 한 청년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다니,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더 끔찍한 건 장문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장조인이 진서준에게 사과한 걸 보고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들의 눈에는 장조인의 사과가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이미 숨이 끊어질 듯했던 장문주는 이 충격에 다시 한번 타격을 입고 결국 고개를 떨군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허나 장문주의 죽음은 방 안의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그들의 눈에 장문주는 있으나 마나 한 하찮은 존재였기 때문이다.고귀한 신분의 사람이 개미 한 마리의 생사를 신경 쓸 리가 없었다.장조인의 사과에도 진서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진서준은 고개를 푹 숙인 장조인을 차갑게 쓱 훑어본 뒤, 더 이상 장조인을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집중했다.장조인은 허리를 굽힌 채, 진서준이 대꾸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진서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조인은 내심 의아해졌다.결국 장조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진서준은 자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장조인의 마음속에는 순간 분노가 피어올랐다.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본인은 당당한 장씨 가문의 가주 장조인이었다.진서준이 아무리
칼처럼 날카로운 그 기운이 순식간에 신민준의 강기를 찢어버렸다.이어 그 기운이 신민준을 지나쳐 장주호의 오른쪽 귀를 스쳐 지나갔다.푹!장주호의 한 쪽 귀가 시뻘건 피를 튀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파도가 일어날 때의 물보라처럼 대량의 피가 장주호의 귀에서 쏟아져 나왔다.병실의 하얀 벽은 순간 섬뜩한 빨간색으로 물들었다.“아악!”장주호의 입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민준은 뒤에서 들리는 비명에 즉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한쪽 귀밖에 남지 않은 장주호의 모습을 발견했다.난생처음 보는 광경은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무서웠다.자기 강기가 이 청년 앞에서 힘없는 종이처럼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넌 도대체 누구야? 왜 우리 장씨 가문을 이 정도로 물고 늘어지는 거야?”상황 파악이 빠른 신민준은 즉시 이 청년이 자기가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란 걸 깨달았다.오직 장씨 가문 내 지의방에 오른 높은 인물만이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아까 분명 말했지? 장조인을 부르라고.”진서준은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대응했다.신민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바로 가주에게 알리겠어. 기다려 봐.”바닥에 누워있는 장문주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해졌다.장주호와 신민준이 자기를 도와 복수해 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복수는커녕 장주호가 오히려 한쪽 귀를 잃게 되었다.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장씨 가문 가주가 직접 오게 된다니, 상황은 이미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이 청년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신민준은 장주호를 데리고 병실에서 나가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하고는 이내 장조인에게 전화해 장씨 가문의 대종사도 데려오라고 요청했다.장조인은 이 일을 듣고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그 사람이 국안부 사람은 아닐까? 혹시 국안부가 우리 계획을 눈치챈 건가?”신민준은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우리 장씨 가문 계획을 모르는 것 같
장주호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사람의 복장으로 보아 청년인 것 같았다.요즘 청년들은 언제부터 장씨 가문을 하찮게 여길 정도로 이렇게 대담해진 건가?이제 장씨 가문의 강남 내 위치를 반드시 높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최근 형님이 연락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장주호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스쳤다.그 사람들과 협력해 작전에 성공한다면 장씨 가문은 서씨 가문을 제치고 강남에서 으뜸가는 가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길 리스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장주호는 머리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을 접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살짝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인 건가?”진서준은 권해철의 치료를 도와주고 있어 장주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장주호가 이 일을 해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장주호는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버럭 냈다.“내 말 들리지 않아? 귀먹었어?”장주호의 고함이 떨어지자 방 안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언성 높여 시끄럽게 떠들 거면 당장 꺼져.”진서준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감히 장주호가 너무 시끄럽다고 하다니, 장주호는 그 말에 멈칫하다가 곧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야? 감히 내게 시끄럽다고 호통쳐? 오늘 네가 우리 장씨 가문을 건드린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 제대로 알게 될 거야.”이 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건방졌다.장주호는 여태껏 장씨 가문을 이토록 이렇게 무시하는 청년을 만난 적이 없었다.옆에 있던 신민준은 이 청년의 목소리가 다소 익숙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들으면 들을수록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민준아, 네가 먼저 저놈 좀 혼내고 와.”장주호는 신민준에게 명령하며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신민준은 즉시 체내의 강기를 손가락 끝에 모으고 가볍게 튕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