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씨 가문에서는 처음에 김연아가 김형섭의 사생아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무척이나 업신여겼었다.하지만 서주희의 간청하에 서씨 가문에서는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바보를 내세웠다.바보에 사생아라, 환상의 커플이 아닐 수 없다면서.서주희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흔쾌히 승낙했다.만약 김형섭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면, 서씨 가문에서 김씨 가문을 상대로 공격을 더 할 것이다.김씨 가문의 세력이 강한 건 사실이나 서씨 가문 앞에서 약하기 그지없다.김혜민은 그 좋은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김연아에게 알려주려 온 것이다.“이건 너무 하잖아요!”배수정은 김혜민의 기고만장한 태도에 이를 갈았다.하지만 김연아는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포기한 모습을 보였다.“이게 제 팔자겠죠.”자기 엄마를 죽인 원수 집으로 시집을 가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그러나 애초부터 김연아 앞에는 그 어떠한 선택지도 없었다.만약 김형섭에게 부탁하여 김씨 가문에서 대종사를 보내 진서준을 보호하게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김연아는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진서준이 구궁한증을 치료해 주었고 웃는 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서준 씨한테 알릴까요?”배수정이 물었다.“아니요! 절대 서준 씨한테 말하지 마세요.”김연아는 다급히 말렸다.연혼의 도구로 김연아가 서씨 가문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는 사실을 진서준이 알게 된다면 그는 그 어떠한 대가도 마다한 채 김씨 가문으로 찾아와 그녀를 데리고 가려고 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진서준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 사이에서 충돌이 생길 것이 뻔하다.1, 2위에 드는 가문과 맞서게 되면 그 결과는 이미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진서준은 뼈마디 하나 온전하게 남기지 못한 채 처참하게 당할 것이다.지금 마음이 무척이나 복잡한 배수정이다.만약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는다면, 김연아는 소씨 가문으로 시집을 갈 것인데, 김연아의 인생은 그로써 끝나게 되어 있다.그렇다고 만약 입을 열게 되면, 진서준은 영원히 되돌아올 수 없는 길에 오르게 될 것이다.“김씨
한보영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서준 씨도 참가한다면 우승은 반드시 서준 씨 몫이 될 거예요.”나이 제한이 있고 35살 이하의 무자만 참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무도계에서 종사급 무자가 된 그들은 거의 99% 정도가 쉰을 넘겼다.진서준처럼 20대 청년은 대다수가 암경 무자이고 실력이 있다고 해도 내공 무자일 뿐이다.30살의 대종사도 3성 모두를 합쳐도 손에 꼽힐 정도일 것이다.“해야죠. 공짜로 얻는 약재일 것 같은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요.”진서준은 웃으며 대답했다.“내일 시작하는 거예요?”“아니요. 모레 시작하는데, 장소는 고양시 외곽에 있는 지하 링이에요.”한보영이 말했다.“알았어요. 그때 저 좀 데리고 가주세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쉬고 있어요.”웃으며 말하고서 한보영은 자리를 떠났다.진서준은 침대로 돌아와 누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들었다....박인성이 갑자기 목적지를 바꾼 이유도 실은 3성 무도 대회 때문이다.그때 그에게 전화를 건 이가 바로 경기도의 이희양이다.경기도 이씨 가문은 으뜸으로 가문 대가문으로서 지위는 한씨 가문과 비슷하다.이씨 가문이 대가문으로 될 수 있었던 건 박인성의 해외 무자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그러나 해외 무자를 들인 이유로 이씨 가문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 내막을 알고 있는 이들은 이씨 가문을 업신여기기까지 했다.하지만 이희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오로지 돈만 벌고 땅만 먹으려고 했다.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갈 길만 걸었다.이번에 이희양이 박인성에게 전화를 건 이유도 바로 박인성이 나서줬으면 해서이다.박인성은 인의방 10위 고수이다.3성을 내다보아도 박인성을 이길만한 무자가 없단 말이다.5성급 호텔 안에서 이희양이 박인성을 정중하게 초대하고 있다.“이번 무도 대회에서 잘 부탁드립니다.”이희양은 박인성에게 술을 따라주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있는 한 3성의 보스는 이희양 씨가 될 것입니다.”박인성은 덤덤하게 말했다.이희
동성에서도 많은 명문 세가들이 왔다.그중에는 동성 제일 가문이라고 하는 허씨 가문이 있는데, 극히 흔한 성 씨는 아니다.흔한 성 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성에서 허씨 가문의 허준희를 모르는 이가 없다.허씨 가문은 부동산 산업에 전념하고 있다.동성 태반의 아파트를 허씨 가문에서 세운 거라고 보면 될 정도로.동성에서 허준희는 사람들에게 ‘부동산 킹’으로 불리고 있다.허씨 가문의 종사는 모두 허준희가 많은 돈으로 어렵게 초대해 온 것이다.그중 대단한 인물이 한 명 있는데, 조정수라고 한다.다리 쪽의 무술이 뛰어난 조정수는 발차기 하나로 동성에 있는 모든 무관과 종사를 제압했다.1년 전에 조정수는 이미 선천 대종 사경에 들어섰고 인의방 11위의 거물로 거듭났다.연세가 있으셔서 참가자로 무도 대회에 온 것이 아니라 특별 게스트로 허준희에게 초대받은 것이다.허준희는 이희양이 이번 무도 대회에서 무엇인가 꾸밀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바가 있었다.그는 외력의 힘을 빌려 3성의 세력을 통일하려고 할지도 모른다.그리고 탁혁수 살해에 관한 일도 조정수를 초대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탁혁수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아 다들 좋아하고 있었는데, 20살 남짓한 청년 손에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만약 그 청년도 이번 무도 대회에 참가한다면 우승은 반드시 그 청년의 몫이 될 것이니 말이다.이는 이희양도 허준희도 보고 싶지 않은 결과이다.전에 무도 대회에서 남주성은 단 한 번도 우승을 거머쥔 적이 없다.황씨 가문, 한씨 가문,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조씨 가문까지 꼴찌를 차지했다.지금 남주성에서 진 마스터님을 내세우고 있어 이씨 가문과 허씨 가문에서는 당황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허준희와 조정수를 비롯한 허씨 가문의 일행이 고양시에 들어섰다.그들이 묶게 될 호텔은 이희양이 지내고 있는 호텔과 불과 1킬로미터 차이밖에 안 된다....병원으로 다녀오고 난 양재성은 바로 KTX를 타고 명주로 왔다.그의 스승이자 국안부 7위
양재성이 자리를 떠나고 난 뒤, 현천수는 설우빈을 바라보았다.“이번엔 아주 잘했어.”“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설우빈은 고개를 숙인 채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좋아했다.현천수의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일이니 말이다.“내 제자는 마음이 바르지 않아. 제자로 들일 때부터 이미 알아냈었어.”“만약 네가 곁에서 바로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미 남주에서 죽었을 거야.”현천수는 덤덤하게 말했다.설우빈의 두 눈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는데.“설마요... 양 종사는 스승님의 제자이신데, 진서준이 아무리 미치고 날뛰어도 감히 스승님의 제자를 죽일 수 있겠어요?”개를 때리기 전에 그 개 주인부터 보고 결정하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기고만장한 양재성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현천수의 제자이다.양재성을 죽인다는 건 현천수에게 도발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대한민국에서 감히 그 누구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그놈을 너 쉽게 봤어.감히 종사의 힘으로 선천 종사와 싸우다니... 이는 이미 일반인을 넘어선 능력이다. 그러니 일반인을 대하는 시선으로 그놈을 보면 안 된다.”“양재성을 죽인다고 한들 난 그놈한테 손끝 하나 대지 않을 것이다.”현천수는 덤덤하게 덧붙였다.“지금껏 살아온 내가 그깟 체면을 중요하게 여길 것 같으냐?”“진 씨 성을 가진 그놈은 대한민국 무도 미래의 희망이었다.”해와의 용잡이 계획을 잊은 이가 너무 많으나 국안부 8위인 호국 장군인 그는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전란에서 살아남은 그들은 자기가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됐다. 그만 돌아가 보거라. 3성 무도 대회에서 큰일이 나지 않은 이상 절대 끼어들지 말고.”현천수는 손을 흔들었다.“네.”설우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는데.“혹시 진 마스터님께서 또 오시는 건 아니겠죠?”“온다고 한들 그가 죽이려는 자는 이씨 가문 사람들이니 신경 쓸 필요 없다.”“알겠습니다.”국안부는 이씨 가문과 같은 앞잡이 가문에 대해
많은 이들 앞에서 감히 한보영을 비아냥거릴 수 있다는 건 이소준의 신분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사실 또한 그러하다.이소준은 이희양의 큰아들로 경기도에서 가장 악질이다.남녀를 불문하고 괴롭히며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다.무도 대회 시작 전에 이소준은 한보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한보영의 미모에 첫눈에 반했었다.하지만 이미 이소준에 대해 깊이 알고 있었던 한보영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이씨 가문의 매국 행위가 역겨웠다.이소준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세차게 모욕까지 해주었었다.그때 그 응어리가 가슴 속 깊이 남아 있던 이소준은 기회를 찾아 복수하려고 했었다.어젯밤 이희양이 초대해 온 인의방 10위 고수 박인성을 보고서 희망이 보인 것이다.인의방 10위 고수 박인성이 있으니 한씨 가문은 달갑지 않더라도 참아야 하니 말이다.이로써 복수를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한제성, 네 누나랑 담소 나누고 있잖아. 어딜 어린놈이 끼어들고 지랄이야!”한제성 그들이 경호원도 없이 온 것을 보고 이소준의 말투는 더욱 강렬해졌다.이소준 뒤에는 온통 내공 후기 무자로 또래들 가운데서도 적이 극히 적은 편이다.“입단속 잘해! 말 가려가면서 하라고!”한제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야 할 사람은 너야.”말하면서 이소준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한제성의 얼굴을 때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제압당하고 말았다.한제성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반짝였는데.“뭐 하려고?”“너 때리려고!”말을 마치고 이소준은 다른 한 손으로 한제성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쳤다.탁.귀를 찌른 듯한 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순식간에 거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뺨을 맞은 한제성에게 눈길을 돌렸다.“한씨 가문 도련님 아니야? 왜 뺨을 맞고 있는 거지?”“조용히 해. 때린 사람이 이소준이야. 한씨 가문 못지않게 날뛴다고 들은 바가 있어.”“이소준? 저놈이 내공 절정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 이제 곧 종사가 될 실력이라던데...”많은 이들이 이소준과 한제성
“이쁜이, 혹시 그거 알아? 날 욕했던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허사연은 이소준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당장 보영이한테 사과해!”“허허,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 가 보네.”말을 마치고 이소준은 눈빛이 돌변하더니 바로 허사연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려고 했다.허사연의 얼굴을 땅으로 힘껏 박을 생각이었다.이소준의 비위를 맞춰 놀아주던 여자들은 그에게 특수한 애호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여자를 노는 것 보다 괴롭히는 걸 더 좋아하는 그러한 애호.이소준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던 여자들은 모두 비극을 맞이했다.얼굴이 망가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끝내거나...이소준의 손아귀로 들어간 여자라면 그게 누구라도 해피 엔딩은 없었다.허사연은 이소준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진서준의 품으로 급히 도망갔다.탁.진서준은 이소준의 손을 꽉 잡았다.힘이 느껴지면서 이소준은 안색이 좀 달라졌고 펜치에 손이 꽉 끼인 것처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만만하지 않은 녀석임을 단번에 느꼈다.“이거 놔.”이소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지만 두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 나오는 듯했다.온몸을 떨고 있는 허사연을 안고서 진서준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 그 손 인제 그만 버려.”말을 마치고 진서준은 갑자기 손에 힘을 들이더니 이소준의 손을 바로 부러뜨렸다.“아!”오장육부가 뒤집혀 지는 듯한 비참한 소리가 거리 전체에 울려 퍼졌다.두 눈에 핏발이 가득 서려진 이소준은 밀려오는 통증에 눈물까지 흘렸다.손목이 완전히 부러졌음을, 절대 원상 복귀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꺼져!”호되게 욕하면서 이소준을 걷어차 버렸는데, 그는 7, 8미터 되는 곳에서 처참하게 떨어졌다.이소준이 넘어진 곳에 거미줄처럼 균열이 생겨나면서 사방으로 퍼지기까지 했다.한제성이 그에게 맞았을 때, 진서준은 나서지 않았다.남자 사이의 결투이니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한제성은 이소준의 상대가 되지 못하며
미친 거 아니야?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일 것이다.이소준의 손목을 부러뜨린 것으로 부족하여 감히 허씨 가문의 도령에게 이리 말하다니.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으로 보였다.동성, 남주성, 경기도.3성 가운데서 남주성의 무대 세가가 가장 약하다.탁현수가 죽었고 지금 유일하게 그 무게를 짊어질 수 있는 자가 바로 전설 속의 진 마스터님이다.다른 성 사람들은 거의 진 마스터님을 본 적이 없다.하여 지금 감히 허준석 그리고 이소준과 맞서고 있는 사람이 바로 진 마스터님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허준석의 눈 밑에 차가운 빛이 번쩍였는데, 속으로는 무척이나 불쾌했다.“평범하지 않은 분이었네요. 그러하니 감히 이소준 저 병신한테 손을 대겠죠.”허준석은 바로 불평을 토해낸 것이 아니라 진서준에게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덤덤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번 무도 대회에서 허씨 가문과 이씨 가문이 갑자기 일정을 함께 앞당긴 걸 보면 무엇인가 일으키기 위함이 분명하다.진서준의 추측에 따르면, 두 가문에서는 남주성이 크게 다친 틈을 타서 무엇인가 꾸미려는 것으로 보였다.하여 진서준은 허준석에게 그리 좋은 감정이 없었을뿐더러 심지어 적대시하는 느낌도 있었다.“허준석! 날뛰지 마. 이번 무도 대회에서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이소준은 이를 악문 채 허준석을 바라보았다.가능하다면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지경이다.“너 같은 병신이? 몸도 성치 않은 네가 날?”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였으나 이소준의 손이 부러진 관계로 그는 링 위에서 허준석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내가 링 위에 설 수 없다고 한들 우리 가문에 또 다른 이가 없는 건 아니야.”이소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사형이 왔거든.”이소준의 사형도 함께 왔다는 소식을 듣고 허준석은 안색이 변했다.“너 겨우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어? 너 혼자서 버거우니 도우미를 부른 거야?”“그럼 뭐? 어차피 이기면 되는 거잖아.”이소준은 입을 삐죽거
한씨 가문 하나만 등에 업고는 이럴 패기가 없을 테니 말이다.하지만 진서준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한테만 의지한다.“딱 셋만 센다. 무릎 꿇지 않을 시에 내가 직접 꿇게 할 거야.”진서준은 덤덤하게 말했다.그리고 한보영은 그가 정말로 말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진서준에게 있어서 가족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허사연은 진서준의 여자 친구이자 그가 사랑하는 여인으로 앞으로 아내로 맞이할 사람이다.이소준이 허사연에게 한 짓이 있는데, 절대 순순히 놔줄 리가 없다.“안 해! 네까짓 게 날 어떻게 할 건데!”이소준은 콧방귀를 뀌며 아랑곳하지 않았다.“셋.”진서준은 이소준을 상대하지 않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둘.”“하나.”마지막 두 글자와 함께 진서준은 몸이 살짝 흔들리더니 바로 제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큰일 났다고 감지한 이소준은 갑자기 차가운 한기가 발밑에서 나타나 그대로 온몸을 타고 뇌로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온몸에 솜털이 곤두서면서 죽음을 맞이할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칼이 허공을 찌르고 있는 듯한 소리가 모두의 고막을 자극해 왔다.칼날 하나가 이소준의 앞에서 스쳐 지나갔다.진서준의 손은 거의 이소준의 얼굴에 닿을 뻔했으나 날을 보는 순간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어 일단 칼날부터 잡았다.영기 모을 틈도 없이 바로 손으로 그 칼날을 잡았다.찰칵.날카로운 칼날을 진서준은 손으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이소준이 정신을 차렸을 때,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적셔있었다.불과 1초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저승길에 오른 것만 같았다.멀리서 한 청년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청년을 보자마자 이소준은 바로 달려가 큰 소리로 외쳤다.“사형.”“사형, 저놈이 제 손을 부러뜨리고 무릎까지 꿇리려고 했습니다. 제발 복수 좀 해주세요.”이소준은 그의 사형에게 고자질을 하느라 바빴다.사형인 왕천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진서준을 자세히 훑어보았다.종사경인 왕천희마저도 알아볼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