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금운.금운 김씨 가문에 도착한 배수정.김씨 가문 장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배수정은 시골에서 갓 올라온 사람처럼 여기저기 둘러보았다.김씨 가문 정원의 부지 면적은 거의 만 묘 정도 되며 별장은 무려 50채 정도 된다.판매하고 있는 별장 구역보다 훨씬 더 크며 그 안의 풍경은 금운 전체에서 일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명인이 진법까지 깔아 놓고 정원 안에는 사계절이 봄과 같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겨울에는 따듯하다.그동안 안목이 트인 대로 트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배수정은 김씨 가문의 정원을 들어서는 순간 자격지심이 조금 생겼다.‘으리으리하네!’하지만 이는 강남에서 제2 명문 세가이다.그 말인즉슨, 제일 명문 세가 서씨 가문의 정원은 김씨 가문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사치스럽다는 것이다.배수정과 그녀의 팀은 별장 한 채에 따로 마련되었다.별장은 500제곱미터 정도로 수영장, 정원, 지하 주차장, 베란다 없는 게 없었다.물건을 내려놓고 배수정은 바로 차를 몰고 별장에서 나왔다.어디로 가려는 것이 아니라 김연아를 찾으러 가는 것이었다.김연아 역시 김씨 가문 장원 안에 있으나 하도 커서 말이다.만약 걸어간다면 적어도 20분도 걸릴 것이다.김씨 가문 정원 중심에 있는 별장에서 배수정은 차를 세웠다.“안녕하세요. 김연아 씨 안에 계세요?”배수정은 하인 한 명에게 물었다.“김연아 씨요?”하인이 거듭 확인했다.김씨 가문에 워낙 사람이 많고 김형섭의 친형제만 무려 5명이나 되니 말이다.사촌 형제들은 양손으로 헤아린다고 하더라도 모두 셀 수 없다.“네. 김연아 씨요.”배수정이 말했다.“큰 아가씨는 저 별장에 계세요.”하인은 가장 중심에 있는 별장과 가장 가까운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김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온 김연아에게 김형섭은 모두에게 김연아가 바로 자기 큰딸이라며 말하고 나서 그가 살고 있는 별장에서 가장 가까운 별장을 김연아에게 주었다.그로 인해 김혜민은 큰 아가씨에서 둘째 아가씨가 된 것이다.모든 게 김혜민 것이었는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은 뜻이 같은 동맹 관계이기도 하다.만약 진서준이 김연아를 데리고 가고 싶어 한다면 그는 김씨 가문뿐만 아니라 서씨 가문까지 상대해야 한다.서씨 가문은 김씨 가문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로 선천 대종사가 무려 5명이나 된다.한 명은 5품 대종사, 다른 3명은 7품이다.그리고 남은 한 명은 10품으로 전설 속의 지선경과 단 한 단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그러한 인물을 진서준 혼자서 마주하기엔 너무 버겁고 불가능하다.김연아는 자기로 인해 진서준을 곤경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그럼, 전화라도 직접 하실래요?”배수정은 핸드폰을 꺼내 주었다.“저...”김연아 역시 진서준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잠시 망설이더니 핸드폰을 건네받아 진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방에서 쉬고 있던 진서준은 벨 소리가 울리는 걸 듣고 바로 받았다.“수정 씨, 연아 씨 만났어요?”다급한 목소리로 진서준이 물었다.“서준 씨, 저예요.”김연아가 말했다.김연아의 목소리를 듣고 진서준은 무척이나 기뻐했다.“연아 씨, 지금 김씨 가문에 있는 거예요?”진서준이 물었다.“네, 수정 씨한테서 들었어요. 저 데리고 가고 싶어 하신다면서요?”웃으면서 김연아가 물었다.“그러고 싶은 게 아니라 꼭 그렇게 할 거예요.”진서준은 제법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 다 알고 있어요.”“그만해요. 김씨 가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한숨을 내쉬고 있는 김연아.“김씨 가문을 이길 수 없어요. 대종사만 무려 3명이나 있고 다들 지의방이에요.”그 말을 듣고서 진서준 역시 마음이 가라앉았다.탁혁수는 그저 인의방 대종사일 뿐인데, 그 실력은 공포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지의방 대종사라고 한다면 그 실력은 한 수 위일 것이 분명하다.한 명도 아니고 3명이나 되는 지의방 종사과 일 대 삼으로 싸운다는 건 대낮에 꾸는 꿈과 다름없는 일이다.“서준 씨, 괜찮아요. 나갈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서울로 찾아가서 놀수도 있어요.”김연아는 웃
서씨 가문에서는 처음에 김연아가 김형섭의 사생아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무척이나 업신여겼었다.하지만 서주희의 간청하에 서씨 가문에서는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바보를 내세웠다.바보에 사생아라, 환상의 커플이 아닐 수 없다면서.서주희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흔쾌히 승낙했다.만약 김형섭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면, 서씨 가문에서 김씨 가문을 상대로 공격을 더 할 것이다.김씨 가문의 세력이 강한 건 사실이나 서씨 가문 앞에서 약하기 그지없다.김혜민은 그 좋은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김연아에게 알려주려 온 것이다.“이건 너무 하잖아요!”배수정은 김혜민의 기고만장한 태도에 이를 갈았다.하지만 김연아는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포기한 모습을 보였다.“이게 제 팔자겠죠.”자기 엄마를 죽인 원수 집으로 시집을 가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그러나 애초부터 김연아 앞에는 그 어떠한 선택지도 없었다.만약 김형섭에게 부탁하여 김씨 가문에서 대종사를 보내 진서준을 보호하게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김연아는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진서준이 구궁한증을 치료해 주었고 웃는 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서준 씨한테 알릴까요?”배수정이 물었다.“아니요! 절대 서준 씨한테 말하지 마세요.”김연아는 다급히 말렸다.연혼의 도구로 김연아가 서씨 가문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는 사실을 진서준이 알게 된다면 그는 그 어떠한 대가도 마다한 채 김씨 가문으로 찾아와 그녀를 데리고 가려고 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진서준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 사이에서 충돌이 생길 것이 뻔하다.1, 2위에 드는 가문과 맞서게 되면 그 결과는 이미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진서준은 뼈마디 하나 온전하게 남기지 못한 채 처참하게 당할 것이다.지금 마음이 무척이나 복잡한 배수정이다.만약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는다면, 김연아는 소씨 가문으로 시집을 갈 것인데, 김연아의 인생은 그로써 끝나게 되어 있다.그렇다고 만약 입을 열게 되면, 진서준은 영원히 되돌아올 수 없는 길에 오르게 될 것이다.“김씨
한보영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서준 씨도 참가한다면 우승은 반드시 서준 씨 몫이 될 거예요.”나이 제한이 있고 35살 이하의 무자만 참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무도계에서 종사급 무자가 된 그들은 거의 99% 정도가 쉰을 넘겼다.진서준처럼 20대 청년은 대다수가 암경 무자이고 실력이 있다고 해도 내공 무자일 뿐이다.30살의 대종사도 3성 모두를 합쳐도 손에 꼽힐 정도일 것이다.“해야죠. 공짜로 얻는 약재일 것 같은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요.”진서준은 웃으며 대답했다.“내일 시작하는 거예요?”“아니요. 모레 시작하는데, 장소는 고양시 외곽에 있는 지하 링이에요.”한보영이 말했다.“알았어요. 그때 저 좀 데리고 가주세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쉬고 있어요.”웃으며 말하고서 한보영은 자리를 떠났다.진서준은 침대로 돌아와 누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들었다....박인성이 갑자기 목적지를 바꾼 이유도 실은 3성 무도 대회 때문이다.그때 그에게 전화를 건 이가 바로 경기도의 이희양이다.경기도 이씨 가문은 으뜸으로 가문 대가문으로서 지위는 한씨 가문과 비슷하다.이씨 가문이 대가문으로 될 수 있었던 건 박인성의 해외 무자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그러나 해외 무자를 들인 이유로 이씨 가문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 내막을 알고 있는 이들은 이씨 가문을 업신여기기까지 했다.하지만 이희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오로지 돈만 벌고 땅만 먹으려고 했다.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갈 길만 걸었다.이번에 이희양이 박인성에게 전화를 건 이유도 바로 박인성이 나서줬으면 해서이다.박인성은 인의방 10위 고수이다.3성을 내다보아도 박인성을 이길만한 무자가 없단 말이다.5성급 호텔 안에서 이희양이 박인성을 정중하게 초대하고 있다.“이번 무도 대회에서 잘 부탁드립니다.”이희양은 박인성에게 술을 따라주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있는 한 3성의 보스는 이희양 씨가 될 것입니다.”박인성은 덤덤하게 말했다.이희
동성에서도 많은 명문 세가들이 왔다.그중에는 동성 제일 가문이라고 하는 허씨 가문이 있는데, 극히 흔한 성 씨는 아니다.흔한 성 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성에서 허씨 가문의 허준희를 모르는 이가 없다.허씨 가문은 부동산 산업에 전념하고 있다.동성 태반의 아파트를 허씨 가문에서 세운 거라고 보면 될 정도로.동성에서 허준희는 사람들에게 ‘부동산 킹’으로 불리고 있다.허씨 가문의 종사는 모두 허준희가 많은 돈으로 어렵게 초대해 온 것이다.그중 대단한 인물이 한 명 있는데, 조정수라고 한다.다리 쪽의 무술이 뛰어난 조정수는 발차기 하나로 동성에 있는 모든 무관과 종사를 제압했다.1년 전에 조정수는 이미 선천 대종 사경에 들어섰고 인의방 11위의 거물로 거듭났다.연세가 있으셔서 참가자로 무도 대회에 온 것이 아니라 특별 게스트로 허준희에게 초대받은 것이다.허준희는 이희양이 이번 무도 대회에서 무엇인가 꾸밀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바가 있었다.그는 외력의 힘을 빌려 3성의 세력을 통일하려고 할지도 모른다.그리고 탁혁수 살해에 관한 일도 조정수를 초대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탁혁수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아 다들 좋아하고 있었는데, 20살 남짓한 청년 손에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만약 그 청년도 이번 무도 대회에 참가한다면 우승은 반드시 그 청년의 몫이 될 것이니 말이다.이는 이희양도 허준희도 보고 싶지 않은 결과이다.전에 무도 대회에서 남주성은 단 한 번도 우승을 거머쥔 적이 없다.황씨 가문, 한씨 가문,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조씨 가문까지 꼴찌를 차지했다.지금 남주성에서 진 마스터님을 내세우고 있어 이씨 가문과 허씨 가문에서는 당황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허준희와 조정수를 비롯한 허씨 가문의 일행이 고양시에 들어섰다.그들이 묶게 될 호텔은 이희양이 지내고 있는 호텔과 불과 1킬로미터 차이밖에 안 된다....병원으로 다녀오고 난 양재성은 바로 KTX를 타고 명주로 왔다.그의 스승이자 국안부 7위
양재성이 자리를 떠나고 난 뒤, 현천수는 설우빈을 바라보았다.“이번엔 아주 잘했어.”“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설우빈은 고개를 숙인 채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좋아했다.현천수의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일이니 말이다.“내 제자는 마음이 바르지 않아. 제자로 들일 때부터 이미 알아냈었어.”“만약 네가 곁에서 바로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미 남주에서 죽었을 거야.”현천수는 덤덤하게 말했다.설우빈의 두 눈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는데.“설마요... 양 종사는 스승님의 제자이신데, 진서준이 아무리 미치고 날뛰어도 감히 스승님의 제자를 죽일 수 있겠어요?”개를 때리기 전에 그 개 주인부터 보고 결정하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기고만장한 양재성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현천수의 제자이다.양재성을 죽인다는 건 현천수에게 도발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대한민국에서 감히 그 누구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그놈을 너 쉽게 봤어.감히 종사의 힘으로 선천 종사와 싸우다니... 이는 이미 일반인을 넘어선 능력이다. 그러니 일반인을 대하는 시선으로 그놈을 보면 안 된다.”“양재성을 죽인다고 한들 난 그놈한테 손끝 하나 대지 않을 것이다.”현천수는 덤덤하게 덧붙였다.“지금껏 살아온 내가 그깟 체면을 중요하게 여길 것 같으냐?”“진 씨 성을 가진 그놈은 대한민국 무도 미래의 희망이었다.”해와의 용잡이 계획을 잊은 이가 너무 많으나 국안부 8위인 호국 장군인 그는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전란에서 살아남은 그들은 자기가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됐다. 그만 돌아가 보거라. 3성 무도 대회에서 큰일이 나지 않은 이상 절대 끼어들지 말고.”현천수는 손을 흔들었다.“네.”설우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는데.“혹시 진 마스터님께서 또 오시는 건 아니겠죠?”“온다고 한들 그가 죽이려는 자는 이씨 가문 사람들이니 신경 쓸 필요 없다.”“알겠습니다.”국안부는 이씨 가문과 같은 앞잡이 가문에 대해
많은 이들 앞에서 감히 한보영을 비아냥거릴 수 있다는 건 이소준의 신분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사실 또한 그러하다.이소준은 이희양의 큰아들로 경기도에서 가장 악질이다.남녀를 불문하고 괴롭히며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다.무도 대회 시작 전에 이소준은 한보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한보영의 미모에 첫눈에 반했었다.하지만 이미 이소준에 대해 깊이 알고 있었던 한보영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이씨 가문의 매국 행위가 역겨웠다.이소준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세차게 모욕까지 해주었었다.그때 그 응어리가 가슴 속 깊이 남아 있던 이소준은 기회를 찾아 복수하려고 했었다.어젯밤 이희양이 초대해 온 인의방 10위 고수 박인성을 보고서 희망이 보인 것이다.인의방 10위 고수 박인성이 있으니 한씨 가문은 달갑지 않더라도 참아야 하니 말이다.이로써 복수를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한제성, 네 누나랑 담소 나누고 있잖아. 어딜 어린놈이 끼어들고 지랄이야!”한제성 그들이 경호원도 없이 온 것을 보고 이소준의 말투는 더욱 강렬해졌다.이소준 뒤에는 온통 내공 후기 무자로 또래들 가운데서도 적이 극히 적은 편이다.“입단속 잘해! 말 가려가면서 하라고!”한제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야 할 사람은 너야.”말하면서 이소준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한제성의 얼굴을 때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제압당하고 말았다.한제성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반짝였는데.“뭐 하려고?”“너 때리려고!”말을 마치고 이소준은 다른 한 손으로 한제성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쳤다.탁.귀를 찌른 듯한 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순식간에 거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뺨을 맞은 한제성에게 눈길을 돌렸다.“한씨 가문 도련님 아니야? 왜 뺨을 맞고 있는 거지?”“조용히 해. 때린 사람이 이소준이야. 한씨 가문 못지않게 날뛴다고 들은 바가 있어.”“이소준? 저놈이 내공 절정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 이제 곧 종사가 될 실력이라던데...”많은 이들이 이소준과 한제성
“이쁜이, 혹시 그거 알아? 날 욕했던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허사연은 이소준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당장 보영이한테 사과해!”“허허,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 가 보네.”말을 마치고 이소준은 눈빛이 돌변하더니 바로 허사연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려고 했다.허사연의 얼굴을 땅으로 힘껏 박을 생각이었다.이소준의 비위를 맞춰 놀아주던 여자들은 그에게 특수한 애호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여자를 노는 것 보다 괴롭히는 걸 더 좋아하는 그러한 애호.이소준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던 여자들은 모두 비극을 맞이했다.얼굴이 망가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끝내거나...이소준의 손아귀로 들어간 여자라면 그게 누구라도 해피 엔딩은 없었다.허사연은 이소준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진서준의 품으로 급히 도망갔다.탁.진서준은 이소준의 손을 꽉 잡았다.힘이 느껴지면서 이소준은 안색이 좀 달라졌고 펜치에 손이 꽉 끼인 것처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만만하지 않은 녀석임을 단번에 느꼈다.“이거 놔.”이소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지만 두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 나오는 듯했다.온몸을 떨고 있는 허사연을 안고서 진서준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 그 손 인제 그만 버려.”말을 마치고 진서준은 갑자기 손에 힘을 들이더니 이소준의 손을 바로 부러뜨렸다.“아!”오장육부가 뒤집혀 지는 듯한 비참한 소리가 거리 전체에 울려 퍼졌다.두 눈에 핏발이 가득 서려진 이소준은 밀려오는 통증에 눈물까지 흘렸다.손목이 완전히 부러졌음을, 절대 원상 복귀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꺼져!”호되게 욕하면서 이소준을 걷어차 버렸는데, 그는 7, 8미터 되는 곳에서 처참하게 떨어졌다.이소준이 넘어진 곳에 거미줄처럼 균열이 생겨나면서 사방으로 퍼지기까지 했다.한제성이 그에게 맞았을 때, 진서준은 나서지 않았다.남자 사이의 결투이니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한제성은 이소준의 상대가 되지 못하며
장조인은 그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진 선생님, 당시 제가 반드시 도와드리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협력 관계인 건 맞지만 저도 우리 장씨 가문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움직여야 했습니다.”장조인의 말투가 미묘하게 바뀐 걸 눈치채자 신민준과 우진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둘은 장조인 앞에 서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어제 진서준이 참격 하나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베었다는 소식은 이미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실력으로 진서준을 막는 건 어림없는 일임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조인에게 그들이 장씨 가문에 대한 충성을 보여줘야 했다.진서준은 장조인의 해명을 못 들은 듯, 권해철의 등을 만지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치료가 끝났습니다. 이제 권 마스터님은 정상인처럼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권해철도 자기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권해철의 심각하게 부러진 뼈들이 기적처럼 모두 이어진 것이다.“진 상경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권해철은 흥분한 나머지 병상에서 벌떡 일어서 옷도 챙기지 않고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으려 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손을 내밀어 허공에서 권해철을 붙들어 무릎을 꿇지 못하게 했다.“권 마스터님, 이럴 필요 없습니다. 권 마스터님이 구지범에게 당한 것도 저 때문이니 말입니다.”진서준은 권해철을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권 마스터님, 일단 옷을 갈아입으세요. 저는 저 사람들과 밖에서 좀 더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네...”권해철은 그제야 자기가 알몸이란 걸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진서준은 돌아서서 장조인을 힐끗 보고는 병실을 떠났다.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병실을 나선 진서준은 공원 뒤쪽 정원으로 걸어갔다.정원에는 작은 화원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이미 많은 환자와 가족
진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장주호와 신민준은 이 청년이 왜 그런 허세 가득한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즉시 깨달았다.진서준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진서준은 강남 서열 3위 가문 따위가 안 중에 있을 수 없었다.왜냐하면 진서준 한 사람만으로도 장씨 가문 내 모든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장조인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하고 나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진 선생님, 제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던 장문주는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자기 시력에 문제가 생겨 헛것을 본 걸까,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깬 채 꿈을 꾸고 있는 걸까?.장씨 가문 가주가 한 청년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다니,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더 끔찍한 건 장문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장조인이 진서준에게 사과한 걸 보고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들의 눈에는 장조인의 사과가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이미 숨이 끊어질 듯했던 장문주는 이 충격에 다시 한번 타격을 입고 결국 고개를 떨군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허나 장문주의 죽음은 방 안의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그들의 눈에 장문주는 있으나 마나 한 하찮은 존재였기 때문이다.고귀한 신분의 사람이 개미 한 마리의 생사를 신경 쓸 리가 없었다.장조인의 사과에도 진서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진서준은 고개를 푹 숙인 장조인을 차갑게 쓱 훑어본 뒤, 더 이상 장조인을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집중했다.장조인은 허리를 굽힌 채, 진서준이 대꾸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진서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조인은 내심 의아해졌다.결국 장조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진서준은 자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장조인의 마음속에는 순간 분노가 피어올랐다.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본인은 당당한 장씨 가문의 가주 장조인이었다.진서준이 아무리
칼처럼 날카로운 그 기운이 순식간에 신민준의 강기를 찢어버렸다.이어 그 기운이 신민준을 지나쳐 장주호의 오른쪽 귀를 스쳐 지나갔다.푹!장주호의 한 쪽 귀가 시뻘건 피를 튀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파도가 일어날 때의 물보라처럼 대량의 피가 장주호의 귀에서 쏟아져 나왔다.병실의 하얀 벽은 순간 섬뜩한 빨간색으로 물들었다.“아악!”장주호의 입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민준은 뒤에서 들리는 비명에 즉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한쪽 귀밖에 남지 않은 장주호의 모습을 발견했다.난생처음 보는 광경은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무서웠다.자기 강기가 이 청년 앞에서 힘없는 종이처럼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넌 도대체 누구야? 왜 우리 장씨 가문을 이 정도로 물고 늘어지는 거야?”상황 파악이 빠른 신민준은 즉시 이 청년이 자기가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란 걸 깨달았다.오직 장씨 가문 내 지의방에 오른 높은 인물만이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아까 분명 말했지? 장조인을 부르라고.”진서준은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대응했다.신민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바로 가주에게 알리겠어. 기다려 봐.”바닥에 누워있는 장문주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해졌다.장주호와 신민준이 자기를 도와 복수해 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복수는커녕 장주호가 오히려 한쪽 귀를 잃게 되었다.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장씨 가문 가주가 직접 오게 된다니, 상황은 이미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이 청년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신민준은 장주호를 데리고 병실에서 나가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하고는 이내 장조인에게 전화해 장씨 가문의 대종사도 데려오라고 요청했다.장조인은 이 일을 듣고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그 사람이 국안부 사람은 아닐까? 혹시 국안부가 우리 계획을 눈치챈 건가?”신민준은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우리 장씨 가문 계획을 모르는 것 같
장주호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사람의 복장으로 보아 청년인 것 같았다.요즘 청년들은 언제부터 장씨 가문을 하찮게 여길 정도로 이렇게 대담해진 건가?이제 장씨 가문의 강남 내 위치를 반드시 높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최근 형님이 연락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장주호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스쳤다.그 사람들과 협력해 작전에 성공한다면 장씨 가문은 서씨 가문을 제치고 강남에서 으뜸가는 가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길 리스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장주호는 머리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을 접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살짝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인 건가?”진서준은 권해철의 치료를 도와주고 있어 장주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장주호가 이 일을 해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장주호는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버럭 냈다.“내 말 들리지 않아? 귀먹었어?”장주호의 고함이 떨어지자 방 안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언성 높여 시끄럽게 떠들 거면 당장 꺼져.”진서준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감히 장주호가 너무 시끄럽다고 하다니, 장주호는 그 말에 멈칫하다가 곧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야? 감히 내게 시끄럽다고 호통쳐? 오늘 네가 우리 장씨 가문을 건드린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 제대로 알게 될 거야.”이 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건방졌다.장주호는 여태껏 장씨 가문을 이토록 이렇게 무시하는 청년을 만난 적이 없었다.옆에 있던 신민준은 이 청년의 목소리가 다소 익숙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들으면 들을수록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민준아, 네가 먼저 저놈 좀 혼내고 와.”장주호는 신민준에게 명령하며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신민준은 즉시 체내의 강기를 손가락 끝에 모으고 가볍게 튕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