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무는 바로 걱정이 사라져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대종사 경지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진 마스터가 엄청난 실력자라고 해도 대종사인 어르신에게는 상대가 안 될 겁니다!”대종사 앞에서 종사는 꼼짝도 못 할 것이다.게다가 진서준은 혼자였기에 절대 탁현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게다가 그날이 되면 조천무는 국안부 사람들과 성씨 일가 사람들을 데려가서 주변을 경계할 것이다.진서준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절대 도망칠 수 없었다.“우리 황씨 일가의 두 종사도 도와드리겠습니다.”황영산이 말했다.“진 마스터는 이번에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겁니다.”조천무는 악랄한 눈빛으로 말했다.우소영은 또 조천무에게 말했다.“남주성에 많이 소문 내세요. 그리고 모든 가문에 저희 사부님이 경지를 돌파한 후 첫 번째 싸움을 보러 오라고 하세요. 그들에게 대종사의 실력을 보여드릴 거라고 하세요.”“좋아요, 지금 바로 분부하겠습니다.”조천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곧 남주성의 모든 가문이 탁현수가 대종사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세상에, 탁현수 어르신 출관하자마자 진 마스터를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지독하시네.”“진 마스터도 약하지 않지만 너무 젊어. 탁현수 어르신을 상대한다면 틀림없이 죽을 거야.”“젊은 인재를 다들 질투하나 봐. 진 마스터도 몇 년만 더 수련한다면 틀림없이 대종사가 될 텐데 말이야.”남주성의 모든 가문이 곧 벌어질 세기의 대결을 의논했다.소년 종사와 대종사라니, 살면서 이렇게 흥미롭고 자극적인 대전을 언제 또 보겠는가?한씨 일가도 그 소식을 알게 되었다.“진 마스터님, 얼른 떠나시는 게 어떻습니까?”한서강이 설득했다.“전 안 갈 겁니다. 제 가족이 그들의 손에 있거든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결연히 말했다.진서준은 대종사와 싸워본 적이 없어서 대종사가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이기든 지든 떠날 수는 없었다.그는 고한영과 유정을 구해야 했고, 진서라도 구해야 했다.“서준 씨, 내가 항상 곁에 있어 줄게요.
진서준은 유지수가 자신을 걱정하는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유지수처럼 악랄한 여자가 다른 사람을 걱정할 리가 없었다.“그런 말 할 필요 없어. 난 널 황씨 일가의 가주로 만들어줄 수는 있어. 하지만 황씨 일가를 멸문시키지는 않을 거야.”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이것은 진서준이 생각해 낸 유일한 방법이었다.오늘 진서준이 탁현수를 쓰러뜨린다면 황씨 일가는 진서준을 몹시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진서준은 황씨 일가의 가주 자리를 유지수에게 줄 것이다.“난 황씨 일가 가주의 자리는 필요 없어. 내 조건은 하나뿐이야. 황씨 일가를 없애.”말을 마친 뒤 유지수는 전화를 끊었다.진서준은 미친 유지수를 무시하고 정신을 집중하며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명인 호수.오늘은 마침 휴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피크닉을 해야 했다.그러나 오늘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공원 주변에는 순무사의 차들이 줄지어 길게 서서 그곳을 완전히 격리했다. 고양시 시민들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순무들이 1m에 한 명씩 서서 자체적으로 벽을 만들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왜 여기 경찰들이 이렇게 많은 건지? 안에서 누가 죽기라도 했나?”“모르겠어. 어쩌다 휴일이라서 여기서 놀 생각이었는데!”누군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실탄을 장착한 순무들 앞에서는 그냥 불평밖에 할 수 없었다.감히 이때 앞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틀림없이 총에 맞을 것이다.사람들 틈 사이로 두 사람이 천천히 다가왔다.한 명은 노인이었고 한 명은 젊은 여자였다.노인은 백발이 성성했다. 그 광경을 본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정말 스케일이 엄청나네. 순무들이 이곳에서 서고 있다니.”조해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저번에 한지유와 조성우에게 욕을 먹은 뒤 조해영은 서울을 떠나 강자를 스승으로 삼았다.눈앞의 노인은 조해영의 사부, 이창훈이었다.이창훈은 비록 나이가 많긴 했지만 그는 대성 종사로 인의방 90위였다.“해영아, 이번에 내가 어렵게 관전
상대는 설마 신인 걸까?“됐어. 들어가자!”이청훈은 조해영을 데리고 방어선 쪽의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자 엄재욱과 국안부의 다른 종사가 앉아 있었다.“이청훈, 두 호국사님을 뵙습니다.”이청훈은 경외심 가득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예를 갖췄다.이청훈은 탁현수는 물론이고 눈앞의 엄재욱과 다른 종사에게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엄재욱은 남주성에 오랫동안 있었기에 근처에 있는 종사들의 이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눈앞의 이청훈은 동성의 종사로 인의방에 이름을 올렸기에 꽤 실력 있는 편이었다.“들어가시죠.”엄재욱이 덤덤히 말했다.작은 방 안의 또 다른 출구로 나가니 명인 호수에 사람이 꽤 많이 모여있는 게 보였다.이청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얼굴들이 꽤 많이 보여서 그는 빠르게 걸어갔다.“영훈 씨, 정인 씨, 배윤 씨!”이청훈은 그처럼 종사인 세 노인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세 사람은 고개를 돌렸다.“청훈 씨도 오셨어요?”“탁현수 어르신이 출관한 후 처음 치르는 전투인데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이청훈은 웃으며 소개했다.“이쪽은 제 제자 조해영입니다.”조해영은 곧바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세 분을 뵙습니다!”이청훈은 세 사람과 안부를 물었고, 조해영은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렸다.쭉 둘러본 조해영은 조금 실망했다.그녀는 익숙한 얼굴을 보지 못했다.“이렇게 큰 자리에 진서준 씨는 당연히 오지 못하겠지.”조해영은 그를 떠올리고 말했다.“흥, 우리 큰아버지랑 큰어머니는 진서준 씨가 아주 대단하다고 했지만 여기서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시간이 흐르자 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다. 대다수는 오십 넘은 노인들이었고 그중에는 3, 40대처럼 보이지만 백발이 성성한 사람들도 있었다.조해영은 그들이 무척 부러웠다.만약 종사가 될 수 있다면 그녀도 그들처럼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갑자기 소란이 일었고 많은 이들이 명인 호수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설마 탁현수 대종사님께서 오신 걸까?”
수백 명의 순찰사도, 현장에 있는 종사들도 민영신은 안중에 두지 않았다.그는 3품 대종사로 이중에서는 실력이 가장 강했다.그리고 이제 막 대종사가 된 탁현수도 민영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그것이 바로 3품 대종사인 그가 가진 자신감이었다.3품과 1품의 차이는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실력은 천지 차이였다.김연아는 덤덤히 웃었다.“그러면 부탁드릴게요!”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은 뒤 조용히 진서준과 탁현수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민영신을 찾아와서 그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3품 대종사는 남주성에 아주 드물었다. 어떤 무인들은 심지어 평생토록 이렇게 대단한 인물을 만나지 못했다.민영신이 왜 관전을 하러 온 건지 다들 의논하고 있을 때 입구 쪽에 또 한 번 소란이 일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대종사가 아니라 성씨 일가의 사람이었다.성씨 일가는 동성의 일을 해결한 뒤 밤새 달려서 이곳에 도착했다.이번에 성진형은 성씨 일가의 종사를 전부 데려왔다. 성진형까지 더하면 대성 종사가 총 네 명이었다.조씨 일가가 멸문당한 일을 다들 알고 있었다.게다가 조씨 일가를 멸문시킨 사람이 진 마스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성씨 일가의 태세를 보니 단단히 각오하고 온 듯했다.성진형 일행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는 직접 진서준을 죽여서 딸과 외손자를 위해 복수하고 싶었다.그러나 탁현수가 갑자기 끼어들었다.탁현수는 이제 대종사가 되었고 성진형은 감히 탁현수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그래서 오늘 그는 성씨 일가의 종사들을 전부 데려왔다. 진서준이 도망치는 걸 막기 위해서 말이다....한씨 일가.허사연 등 사람들은 이미 출발 준비를 마치고 진서준을 기다렸다.“진서준 씨 잘 못 쉰 거 아닐까요?”진서준이 내려오지 않자 한서강은 의아한 듯 말했다.“제가 올라가서 물어볼게요!”허사연은 2층으로 가서 진서준의 방문을 두드렸다.“서준 씨, 자고 있어요?”“아까 일어났어요. 그런데 너무 일찍 가는 것 같아서요. 가면 또 한참 동안 기다
“다들 앉아요. 우리는 진서준 씨를 기다리죠.”그들은 거실에 앉아 진서준을 기다렸다....탁씨 일가.조천무와 황영산 두 사람은 문 앞에서 정중하게 탁현수를 기다렸다.우소영이 나와서 그들에게 말했다.“저희 사부님께서는 30분 뒤 출발할 겁니다.”“언제 출발할지는 전부 탁현수 어르신 말씀에 따르겠습니다.”조천무와 황영산은 아침 7시에 도착해서 그곳에 두 시간 넘게 서 있었다. 그래서 30분 더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30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탁현수가 별장 내에 모습을 드러냈다.“탁현수 어르신!”탁현수를 본 두 사람은 서둘러 예를 갖췄다.“가자.”탁현수는 두 사람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차에 앉았다.우소영이 직접 탁현수를 위해 운전했다.조천무와 황영산도 각기 다른 차에 앉아 탁현수를 위해 길을 내줬다.가는 길에 그들이 지나친 모든 곳에 순찰사가 배치되어 있었다. 탁현수가 순조롭게 지나갈 수 있게 말이다.약 10분 뒤 탁현수 일행은 명인 호수에 도착했다.이때 명인 호수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인내심이 많이 닳은 상태였다.그들이 짜증스러워할 때 오늘의 첫 번째 주인공이 드디어 도착했다.탁현수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경외심 가득한 얼굴로 길을 내줬다.“저 사람이 바로 탁현수 대종사님이에요?”조해영은 겨우 30대로 보이지만 백발이 성성한 중년 남성의 얼굴을 보고 놀라워했다.“조용히 해. 입조심해야지.”이청훈이 조해영을 나무랐다.조해영은 서둘러 입을 가렸다. 그녀는 탁현수를 빤히 바라보았다.김연아와 민영신도 탁현수를 바라보았다.“몇 년 전 탁현수를 보았을 때는 반보 대종사였는데 이젠 진짜 대종사가 됐을 줄은 몰랐습니다.”민영신이 덤덤히 말했다.탁현수도 민영신을 발견했다. 예전이었다면 그는 아마 민영신에게 달려가서 인사를 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민영신을 향해 작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탁현수 어르신, 진서준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조천무는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진서준은 보이지 않았다.“설마
조천무는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니 점점 더 초조해졌다.“이제 10분도 남지 않았는데 설마 진짜 감히 오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조천무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유정과 고한영을 감시하고 있는 사람에게 연락했다.“그 여자들 잘 감시하고 있어. 이상한 낌새 있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조천무는 진서준이 몰래 사람을 구하러 간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황시훈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그놈 어머니가 있었어요. 정말로 오지 않는다면 그놈 어머니를 납치할 거예요. 여자는 바꿀 수 있지만 어머니까지는 바꾸지 못할 테니까 말이에요.”진서준이 황시훈의 생각을 알았더라면 황씨 일가는 멸문지화를 당했을 것이다.진서준에게 가족은 역린이었다.조천무가 유정과 고한영을 납치했을 때, 조천무의 죽음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다.그가 국안부의 사람이라고 해도 진서준은 절대 조천무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5분 남았어요.”김연아는 손목시계를 확인한 뒤 미간을 살짝 구겼다.그녀는 진서준을 잘 알았다. 도전장을 받은 이상 진서준이 도망칠 리가 없었다.약속한 시각이 거의 됐지만 진서준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민영신은 김연아를 힐끗 본 뒤 말했다.“김연아 씨, 김형섭 씨는 제게 오늘 진서준 씨가 나타나든 나타나지 않든 반드시 김연아 씨를 데리고 돌아오라고 했습니다.”김형섭은 이번에 반드시 김연아를 김씨 일가로 데려올 거라고 마음먹었다.“알겠어요.”김연아는 조금 초조해졌다. 그녀는 진서준에게 연락해 지금 대체 어디 있냐고 묻고 싶었다.“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진 마스터님 두려워서 안 오는 건 아니겠지?”“3분밖에 남지 않았잖아. 내가 보기엔 안 올 것 같은데.”“겁쟁이네. 앞으로 진 마스터는 화진 무도계에 못 있겠네.”조해영은 의논 소리를 들은 조해영은 이창훈을 바라보았다.“사부님, 오늘 탁현수 대종사님과 싸우는 사람의 성이 진씨인가요?”“그래. 서울 사람이라고 들었어. 너랑 고향이 같아.”이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조해영의 동공이 떨렸다.‘설마 그 사람은
조천무는 인의방 제76위인 대성 종사이자 국안부의 호국사였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신분을 가진 조천무를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넌 우리 조씨 일가를 멸문시키고 내 조카를 죽였으니 오늘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조천무는 두 눈이 벌게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보였다.진서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말고 그냥 지금 당장 해.”진서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움직였다.그의 손바닥에 장청의 힘이 모여들었고 무시무시한 힘이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팍...조천무는 마치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명인 호수로 날아갔다.그는 입에서 피와 치아를 뿜었다.조천무는 강가에서 50m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호수에 빠졌다.호숫물이 3m 높이로 튀어 올랐고 물보라가 주위로 퍼져나가면서 무시무시한 힘을 지워버렸다.수면이 완전히 잠잠해지고서야 사람들은 충격 속에서 벗어났다.진서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경악이 가득했다.“감... 감히 조천무를 공격했어!”“인의방 제76위인 종사가 진 마스터 앞에서는 꼼짝도 못 했어.”“세상에, 저 자식 혹시 인의방 30위 안에 드는 천재인 걸까?”사람들은 진서준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화진에는 종사가 총 1,400명 정도 있고 해외 종사까지 더하면 총 8,000여 명이다.8,000여 명의 종사 중 100명 만이 순위 안에 들었다.그리고 순위 안에 든 사람들은 전부 엄청난 천재들이었다.그런데 조천무가 진서준의 앞에서 꼼짝도 못 했다.민영신의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눈을 빛냈다.“아주 재밌는 구경을 할 수 있겠네요.”민영신은 진서준의 실력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금 전 진서준의 속도와 힘을 보면 반보 대종사는 될 듯했다.반보 대종사인 사람은 화진에 수백 명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처럼 젊은 나이에 반보 대종사가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저 자식, 죽지 않는다면 화진 무도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겠어.”탁현수는 조천무가 진서준에게 맞아서 날아가는 걸 보고도
“조... 조천무 종사가 그냥 이렇게 죽었다고?”“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지? 인의방 제76위인 조천무 종사를 단번에 죽였어!”그 광경에 모든 무인은 머리털이 쭈뼛 솟고 소름이 돋았다.엄재욱은 두 눈이 굴러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그는 당시 인천에서 했던 자신의 언행을 떠올렸다.당시 그가 진서준을 화나게 했더라면 아마 그도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러나 동시에 엄재욱은 진서준을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정신을 차린 엄재욱은 진서준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진서준, 감히 우리 국안부의 호국사를 죽여? 이건 우리 국안부와 싸우겠다는 거야!”사람들은 그제야 조천무가 국안부 호국사라는 사실을 떠올렸다.진서준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조천무를 죽였다. 이것은 국안부를 자극하는 것과 다름없었다.국안부는 화진의 가장 큰 무도 조직으로 국가 기관이었다.국안부에는 종사가 200명쯤 있었고 대종사도 30명쯤 있었다.게다가 8명의 호국장군 천의방에 이름을 올린 대단한 사람들이었다.경성의 대단한 가문들도 감히 국안부와 척질 수 없었다.“호국사들은 할 줄 아는 게 일반인을 납치하는 것밖에 없나?”진서준은 엄재욱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따져 물었다.“당신들은 날 찾지 못하자 내 가족들로 날 위협했지. 그게 호국사들이 할 일이야? 당신들이 납치범들과 뭐가 다른데?”다른 이들은 조천무가 진서준의 가족을 납치했다는 말에 경악했다.“조천무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그래서 진 마스터가 그를 죽인 거였구나. 하지만 조천무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뭐가 어쩔 수 없었다는 거야? 내가 보기엔 조천무가 진 마스터의 가족들로 진 마스터를 협박한 게 틀림없어.”“탁현수 어르신이 진 마스터와 싸우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진 마스터는 아마 조천무의 비열한 수단 때문에 죽었을 거야.”누군가는 진서준을 응원하면서 조천무는 죽어 마땅하다고 했다.또 어떤 이들은 조천무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했다. 진서준이 조씨 일가를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