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문과 차형석이 이번에 하산하게 된 것은 오씨 가문 가주 오정수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인천은 한동안 흉흉했고, 오정수는 그곳의 수장으로 당연히 사건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했다.그러나 오정수는 그저 무인일 뿐, 도술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에 화령문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잠깐만!”천경문이 갑자기 멈춰 서서 경계 어린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왜 그러세요, 사부님?”차형석은 의아한 얼굴로 앞을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앞에 사람이 있어!”천경문이 차갑게 말했다.“사람이 있다고요? 오씨 일가에서 사람을 보낸 걸까요?”차형석은 궁금한 얼굴로 자신의 추측을 얘기했다.그가 보기에 이때 보운산에 올 사람은 오씨 가문 사람을 제외하면 없었다.그러나 천경문은 고개를 저었다.“오씨 가문 사람은 아닐 거야. 우리랑 같은 사람인 듯한데.”“뭐라고요?”차형석은 흠칫 놀랐다.“설마 도술을 수련한 사람이란 말인가요?”말하는 사이 두 사람이 안개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천경문은 처음에는 놀라더니 곧 표정에 노여움이 스쳤다.“권해철, 감히 다시 보운산으로 돌아와?”그 두 사람은 빠르게 진서준을 뒤쫓고 있던 권해철과 이승재였다.누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 권해철과 이승재가 사력을 다해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그래서 권해철은 앞에 사람이 있는지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럴 여유가 있었더라면 절대 이곳에서 천경문과 마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천경문을 본 권해철은 눈빛이 복잡했다.“사형,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이승재와 차형석은 서로의 사부님을 훑어보았다.특히 차형석은 사문에서 몇 년간 지냈지만 단 한 번도 권해철을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권해철이 천경문을 사형이라고 부르자 호기심이 생겼다.“닥쳐. 사부님은 이미 널 사문에서 내쫓았어. 너랑 난 이젠 더 이상 사형제가 아니야!”천경문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차형석은 자신이 왜 권해철을 본 적이 없는지 바로 이해했다.하지만 이승재는 많이 놀란 듯
“지금의 너한테는 호산대진의 낙인이 없을 텐데 어떻게 화령문에 들어갈 수 있겠어?”천경문이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호산대진을 자유롭게 드나들려면 반드시 장문이 남긴 호산대진의 낙인이 있어야 했다. 그것이 없다면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진법에 공격을 당하게 된다.호산대진은 위력이 엄청났다. 진서준이 조금 전 굴복시킨 누렁이마저 멋대로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실력이 아주 막강한 분과 함께 왔습니다. 그분이라면 절 데리고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권해철이 말했다.“우습구나. 네가 말한 그 고수가 설마 우리 사부님보다 더 강하단 말이야?”천경문은 같잖다는 표정으로 경멸에 차서 말했다.“얼른 산에서 내려가.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사부님이 널 본다면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으시려고 할 거야!”“전 가지 않을래요.”권해철이 다시 말했다.“이 자식, 내가 직접 손을 쓰길 바라는 거냐?”천경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체내에서 진기가 서서히 모여들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말이다.권해철은 감히 방심할 수 없어서 곧바로 진기를 동원했다.두 사람이 손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귀청을 찢는 듯한 울부짖음이 옆에서 들려왔다.그 소리에 천경문과 차형석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큰일이네. 그 짐승이야!”천경문은 권해철을 향해 소리쳤다.“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산에서 내려가. 그렇지 않으면 틀림없이 저 짐승에게 잡아먹힐 거야!”말을 마친 뒤 천경문은 곧바로 차형석과 함께 몸을 돌려 산 위로 달렸다.떠나기 전 천경문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그들의 뒤에 2미터가량 되는 사자가 있었다.그러나 놀랍게도 사자의 등에 사람 두 명이 올라타 있는 것 같았다.“내 눈이 잘못된 걸까?”천경문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사자가 얼마나 강한지 천경문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사자를 이길 실력자가 있다고 해도 사자를 굴복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천경문과 차형석이 도망친 뒤 누렁이에 올라탄 진서준이 권해철을 바라
백여 가지 진법이라니, 듣기에는 무시무시했지만 사실 진법마다 약점이 있었다.진법의 약점을 찾아낸다면, 꽃밭 속을 지나가도 몸에 꽃잎 하나 붙지 않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진서준은 그 경지에 다다랐지만 누렁이와 권해철은 불가능했다.그래서 진서준은 반드시 이 백여 가지 진법을 파괴해야 했다.“진서준 씨, 제가 먼저 들어가서 시도해 보고 진서준 씨는 밖에서 보고 계시는 게 어떻습니까?”권해철이 제의했다.권해철은 예전에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어 경험이 조금 있었다.그는 자신이 직접 시험해서 진서준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를 바랐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러면 부탁할게요.”권해철은 곧바로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꺼냈다.도사검, 칠성의, 성운 나침반... 권해철은 자신의 보물들을 전부 꺼냈다.이번에 사문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권해철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그 보물들을 전부 몸에 지닌 뒤 권해철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갔다.권해철이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휘감았다.진법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고 1킬로미터밖에 진법 문양이 하나 나타나며 소용돌이 같은 것이 생겼다. 그것은 호산대진의 출구 같아 보였다.진법들은 마치 별과 같았다. 그중에는 사람을 죽이거나, 환상을 보여주거나, 사람을 가두거나 하는 흔한 진법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취영진도 많았다.취영진의 도움 아래 사람 목숨을 빼앗는 진법들의 위력은 더욱 무시무시했다.백여 개의 진법들은 마치 수백 개의 물길로 이루어진 강 같았다.큰 강 속에서 수백 개의 물줄기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권해철은 세 걸음 걷자마자 갑자기 멈춰 섰다. 그의 두 눈은 마치 환상에 빠진 듯 멍했다.그러나 곧 성운 나침반 중앙에서 빛이 한 줄기 나왔고, 그의 눈빛이 다시금 맑아졌다.그러나 권해철이 환상에 빠졌을 때 다른 진법들이 이미 그를 향해 공격을 발동했다.쿠구궁...진법 속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검들이 쏟아져 내리고, 야수가 출몰했다.
“당연하죠. 밖에서 기다리면 돼요.”“진서준 씨, 조심해요.”허윤진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당부했다.“네!”이와 동시에 호산대진의 다른 쪽.천경문과 차형석 두 사람은 진법 안에 서 있었다.조금 전 권해철이 진법 안으로 들어간 뒤 진법의 각종 공격이 발동된 걸 두 사람은 똑똑히 보았다.하지만 두 사람은 누가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왔는지 알지 못했다.만약 그 사자라면 천경문은 걱정되지 않았다.하지만 권해철이라면 지금쯤 살아있을지 의문이었다.“사부님, 저희 가서 볼까요?”차형석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다.”천경문은 고개를 저었다.“1시간쯤 뒤면 권해철이든, 그 짐승이든 알아서 떠날 거다.”호산대진이 얼마나 대단한가?화령문 초대 장문인과 장로 몇 명이 협력하여 만든 이 진법은 화령문의 평화를 오랫동안 지켰다.진법의 위력이 예전보다는 훨씬 약했지만 사람의 힘으로 파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호산대진에 있어 화령문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쳤다.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진법 안의 공격이 다시 발동되었다.“사부님, 또 누군가 진법 안으로 들어온 걸까요?”차형석은 깜짝 놀랐다.천경문은 이번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그 짐승이 틀림없다. 그 짐승은 진법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친 적이 있는데, 몹시 화가 났을 때면 다시 진법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된통 당하고 나서야 알아서 떠날 거다.”...진서준은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체내의 장청의 힘을 운용했다.검이 울기 시작했고, 천문검이 갑자기 나타났다. 진서준은 그것을 손에 쥐었다.환상 진법이 발동되었지만 진서준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진서준은 순식간에 환상 진법의 진안을 찾아낸 뒤 그곳을 발로 힘껏 굴렀다.쿵...폭발음과 함께 환상 진법이 하나 사라졌다.그와 동시에 기타 진법이 공격을 발동했다. 진서준과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진서준 씨, 꼭 무사해야 해요!”허윤진은 이어지는 광경을 보기가 두려워져서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엄청난 공격에도
천경문과 차형석은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렇게 5분간 넋 놓고 있다가 두 사람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사부님, 저...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차형석은 이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모든 게 가짜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심지어 자신의 손등을 힘껏 꼬집어 봤다. 강렬한 통증이 그에게 이 모든 것이 진짜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호산대진이 정말로 파괴되었다.조금 전 천경문은 자신만만하게 아무도 호산대진을 파괴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러나 2분도 되지 않아 호산대진이 파괴되었다.“이럴 리가 없는데?”천경문은 믿기지 않는 건지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댔다.“설마 그 짐승이 한 짓인가? 그놈이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천경문을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는 옆에 있던 차형석을 신경 쓸 새도 없이 곧장 사문으로 달려갔다.그는 이 놀라운 사실을 장문인에게 알릴 생각이었다.사실 천경문이 얘기해 줄 필요는 없었다. 화령문 사람들 모두 큰일이 일어났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다.조금 전 보운산의 최고봉도 흔들렸는데 화령문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조금 쉬었다가 다시 올라가죠.”진서준은 천문검을 거두어들인 뒤 약간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권해철과 이승재는 멍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가득했다.권해철은 자신의 모든 보물을 동원해서야 호산대진에서 겨우 십여 초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은 검 하나로 호산대진을 파괴했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진 마스터님...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아니십니까?”권해철은 말할 때 입술이 덜덜 떨렸다.“제가 신이었다면 왜 권해철 씨를 따라서 이 보운산에 왔겠어요?”진서준은 살짝 창백한 얼굴로 덤덤히 웃어 보였다.조금 전 진서준은 검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이다.그러나 그 한 번에 진서준 체내의 영기는 이제 1/10도 남지 않았다.이 호산대진은 천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아주 견고했다. 심지어 안에는 취영진
그 위세는 조금 전보다 더 강했다.“진 마스터님, 경지를 돌파하신 겁니까?”권해철이 당황해하면서 물었다.“아뇨. 그저 조금 전 그 공격으로 제 실력이 조금 더 증진된 것뿐이에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예전에 진서준은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고, 체내의 영기가 거의 바닥난 적도 없었다.이번에 단 한 번 전력을 다했는데 체내의 영해가 또 한 단계 발전했다.진서준은 그제야 장청결의 전투로 경지를 돌파한다는 말이 조금 이해되었다.당시 감옥에 있을 때 구창욱은 거의 매일 진서준을 때렸고, 진서준은 매번 그에게 맞아 상처투성이가 됐다가 저녁이면 구창욱에게서 치료를 받았다.그리고 다음 날, 구창욱은 또다시 그를 때렸다.그렇게 밤낮 가리지 않고 맞다 보니 진서준의 실력은 마치 로켓처럼 빠르게 발전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겨우 3년 사이에 종사와 엇비슷한 실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권해철 씨 사문으로 가서 권해철 씨 사형제들을 만나야겠어요.”진서준은 싱긋 웃더니 허윤진을 데리고 누렁이의 등에 올라탔다.권해철은 쓴웃음을 지었다.“진 마스터님, 제 사형제들은 분명 절 환영하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충동이 있을지도 몰라요.”조금 전 천경문의 태도에 권해철은 괴로웠다.그들은 과거 친형제와 다름없을 정도로 친했었다.심지어 사문에서 쫓겨날 때도 다들 권해철을 보내고 싶지 않아 했다.그러나 지금 다시 만나니 서로 적대시해야 했다. 권해철은 그 점을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그러나 이렇게 된 마당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괜찮아요. 제가 있으니 아무도 권해철 씨를 다치게 못 할 겁니다.”진서준이 평온하게 말했다.“진 마스터님, 제 사형제들을 다치지 않게 해주셨으면 해요. 그들 모두 좋은 사람입니다.”권해철은 90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애원했고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들이 꼭 죽겠다고 덤벼들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이번에 이곳을 찾은 건 단지 영골 때문이었기에 괜히 화령문 사람들과 갈등이 빚어지고 싶지는
네 명의 장로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다 둘째 장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사형께서 금방 하산하셨는데 설마 우리 호산대진을 파괴한 사람과 마주친 건 아니겠지?”그의 말에 삼장로가 자조하듯 웃었다.“사형, 장난하십니까? 이 세상에 우리 호산대진을 파괴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 짐승이 우연한 기회로 우리 진법을 파괴한 거겠죠!”이 호산대진은 장로인 그들과 화령문 장문인이 협력한다고 해도 파괴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장로들은 호산대진을 파괴한 것이 그 산 아래의 맹수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그 맹수는 그들보다 더 오래 살았고 실력도 인간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만약 정말 그 짐승이라면 큰일이군요.”사장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평소 화령문 사람들은 누렁이의 약을 많이 올렸었다.적지 않은 제자들이 도망치는 연습을 하려고 일부러 누렁이의 심기를 건드린 뒤 호산대진 안으로 도망쳤었다.그래서 누렁이는 호산대진을 아주 싫어했다.물론 누렁이는 화령문의 모든 도사도 싫어했다.그런데 지금 호산대진이 파괴되었으니, 네 장로들은 그 사자가 분명 산으로 올라와서 복수할 거라고 생각했다.“얼른 사부님을 찾아가죠. 사부님께서 결정하게 합시다.”마지막에 오장로가 입을 열었다.현재 천경문이 자리에 없으니 결정을 할 수가 없어 폐관한 장문인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다섯째야, 넌 뒷산으로 가서 사부님을 찾아. 난 세 사람을 데리고 입구로 가서 기다리겠다. 만약 정말 그 짐승이라면 우리 셋이 잠깐은 막을 수 있을 거다.”이장로가 낮게 말했다.“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오장로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뒷산으로 달려갔다.“우리도 움직이자.”대전에서 나온 세 사람은 사문의 모든 제자가 대전 문 앞에 모여 있는 걸 보았다.이장로가 차가운 얼굴로 호통을 쳤다.“다들 여기 모여서 뭐 하는 거냐? 얼른 가서 연습하지 않고?”“이장로님,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보운산 전체가 뒤흔들렸는데요.”
“조금 전에 하산할 때 권해철을 만났다.”천경문이 또 말했다.“뭐라고요? 권해철이요? 걔가 사문에는 왜 왔대요?”권해철이라는 말에 다른 세 사람은 의아했다.권해철은 이미 화령문을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 오늘 갑자기 찾아온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듯했다.“모르겠어. 게다가 자기가 진법을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이랑 같이 왔대.”“말도 안 돼요. 이 세상에 우리 호산진법을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삼장로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나도 큰소리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천경문은 자신의 추측을 전부 얘기했다.“나와 권해철이 싸우려고 할 때 산 아래 짐승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나와 형석이는 감히 그곳에 남아있지 못하고 곧바로 산 위로 도망쳤다. 고개를 돌렸을 때는 그 짐승 위에 사람 두 명이 올라타 있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천경문의 세 사형제는 경악했다.“대사형, 눈이 안 좋으십니까? 그 짐승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사부님의 사부님 실력이라도 그 짐승과 엇비슷한 수준인데요!”천경문은 계속해 말했다.“그 짐승은 실력이 강하긴 하지만 호산대진을 파괴하려면 반드시 진법 안의 수백 개 되는 진법의 진안 위치를 찾아내야 한다. 그 짐승은 비록 영리하지만 그래도 결국 짐승이지 인간은 아니다.”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천경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사형, 사형 말대로라면 호산대진을 파괴한 사람이 권해철 그 자식이 데려온 사람일지도 모른단 말입니까?”“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문을 떠난 지가 언젠데 왜 갑자기 돌아왔답니까?”“설마 사부님을 찾아서 복수라도 할 생각인 걸까요? 불가능하지 않습니까?”천경문은 고개를 저었다.“권해철은 내게 사문으로 돌아온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복수는 아닐 거다. 사부님은 영선 경지와 반보 차이이기 때문이니 말이다.”영선 경지는 무도의 선천 대종사와 같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