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생각해 보니 정말 진서준의 말대로였다.해외 의학 기술은 발전한 지 겨우 2, 300년 정도였다.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발전해 왔다.대한민국이 한동안 전란으로 혼란스러워서 엄청난 의학 서적들을 잃지만 않았어도 해외파들이 이 정도로 따라잡지는 못했을 것이다.“진서준 씨, 부영권 선생님이 진서준 씨를 그렇게 칭찬하시던 이유가 있었어요. 그걸 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반재윤이 존경하는 얼굴로 말했다.“일단 차부터 주차해 두고 올게요!”진서준은 주차해 놓은 뒤 곧바로 반재윤을 찾아갔다.두 사람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심해윤 일행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진서준은 회의실 앞에 도착한 뒤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회의실 안에서 수술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토론하고 있던 최문혁 등 사람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누구죠? 누가 들어오라고 했죠?”최문혁이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심해윤은 반재윤을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설명했다.“이분은 식약처 처장님이에요.”공윤석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최문혁에게 자신과 반재윤 사이에 아주 큰 갈등이 있다고, 만약 최문혁이 서정훈의 병을 치료한다면 공윤석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그래서 반재윤의 신분을 알게 된 최문혁은 태도가 좋지 않았다.“저희는 지금 어떻게 수술을 진행해야 할지 논의 중이었습니다. 그러니 조용히 해주시죠!”반재윤은 상대방이 기를 꺾으려고 일부러 그런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기에 진서준과 함께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심해윤은 반재윤의 옆에 앉아 있는 진서준을 보더니 미간을 살짝 구기며 그에게로 걸어갔다.“반 처장님, 이분은 누구죠?”“이분이 바로 어제 제가 소개했던 진 선생님입니다. 우리 서울시의 명의시죠!”반재윤은 곧바로 작은 목소리로 소개했다.눈앞의 청년이 신의라는 것을 알게 되자 심해윤은 당장 몸을 돌려 자리를 뜨고 싶었다.진서준은 그의 아들보다도 어려 보였는데 어떻게 신의라 불린단 말인가?심해윤의 눈빛을 본 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공윤석도 의대 출신이었기에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문혁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공윤석은 최문혁의 말을 심해윤에게 전했고 그녀에게 결정을 맡겼다.50%의 성공률이었기에 심해윤은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남편이랑 상의해 볼게요.”심해윤은 곧바로 병실로 돌아와서 병상 위 서정훈에게 얘기했다.“그쪽에서 의논한 결과 수술을 하면 성공률이 50%래요.”서정훈은 그 말을 듣더니 덤덤히 웃었다.“적어도 50%의 희망이 있는 거네. 실패한다고 해도 위험은 없겠어.”평온한 발전을 추구하던 서정훈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도박을 걸었다.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얘기할게요.”심해윤은 다른 사람에게 추태를 들키지 않기 위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서정훈과 결혼한 지 30년이 되었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사랑 따위가 아니라 그 모든 걸 초월한 가족 간의 정이었다.심해윤은 회의실로 돌아와서 최문혁에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최 선생님, 부탁드릴게요!”“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때 진서준이 갑자기 말했다.“제가 옆에서 수술 참관해도 괜찮죠?”조금 전 진서준이 갑자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을 때 최문혁은 불쾌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술을 참관하겠다고 하자 최문혁은 곧바로 거절했다.“안 됩니다!”“왜 안 되죠? 제가 뭐 기술을 배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방해가 되지도 않을 텐데요.”진서준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수술실도 엄청나게 커서 저 한 명 더 들어간다고 해도 넉넉할 겁니다.”진서준이 수술실에 따라 들어가겠다고 한 건 최문혁 등이 서정훈의 병을 치료하지 못할까 걱정돼서였다.서정훈은 심장에 문제가 있었기에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한 시도 지체해서는 안 됐다.반재윤도 말을 보탰다.“진 선생님이 참관하게 하시죠. 진 선생님은 한의학 전공이라 절대 기술을 몰래 배울 일은 없습니다.”진서준이 한의학 전공이라고 하자 최문혁 등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그들은 진서준을 더 얕잡아봤다.
심장은 가장 중요한 기관이자 가장 약한 기관이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심장이 견디지 못할 수 있었다.서정훈의 심장은 원래도 문제가 있었기에 빠르게 수술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서정훈이 수술대 위에서 숨을 거둘 수도 있었다.서정훈의 상황이 심각해진 건 진서준이 예상한 일이었다.하지만 최문혁 등 사람들은 당황했다. 수술이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 벌써 견디지 못한다면, 반쯤 진행되었을 때 서정훈은 틀림없이 죽을 터였다.“얼른 응급조치를 취해. 일단 환자 상태부터 안정시켜야 해!”최문혁은 전문가였기에 곧바로 침착함을 되찾고 부하에게 응급조치를 하라고 명령했다.“그렇게 해봤자 못 구해요. 그냥 시간 낭비일 뿐이죠.”옆에 있던 진서준이 갑자기 말했다.현재 서정훈의 상태를 보면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응급조치를 할 겨를조차 없었다.유일한 방법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라 특별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심장을 치료하는 것이었다.“입 닥쳐요. 환자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다 당신 탓이에요!”최문혁은 문득 자신이 환자를 구하지 못해도 모든 책임을 진서준에게 돌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무려 부시장인 서정훈이 죽게 된다면, 이렇게 큰 의료 사고를 최문혁은 감당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대신 책임을 져 줄 사람이 있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최문혁은 부담감이 줄어들어 응급조치를 취하는 속도로 늦어졌다.진서준은 그 모든 걸 지켜보면서 속으로 냉소했다.최문혁처럼 인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의사가 될 자격이 없었다.그러나 진서준은 대놓고 얘기하지 않고 최문혁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다.약 10분간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약간의 기복이 있던 심전도가 완전히 직선이 되었다.다들 서정훈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나가죠. 환자는 가망이 없어요.”최문혁은 한숨을 쉬면서 제일 처음 수술실을 떠났다.다른 조수들도 최문혁을 뒤따랐다. 아무도 진서준을 신경 쓰지 않았다.진서준은 최문혁 팀이 전부 나가고 나서야 은침과 메스를 들고 서정훈의 옆에 섰다.다른 사람은 서
우성환과 반재윤은 심해윤이 화를 내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우성환은 곧바로 앞으로 나서면서 심해윤에게 말했다.“심해윤 씨, 화를 푸세요. 진 선생님 인품은 제가 장담합니다. 진 선생님은 절대 그런 짓을 할 분이 아닙니다.”최문혁 조수는 그 말을 듣고 냉소했다.“그 말은 제가 거짓말했다는 건가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구경하던 그 사람이 우리의 수술을 방해했다는 걸 증언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이 자꾸만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이미 환자를 치료했을 겁니다.”수술하러 들어간 사람들은 전부 최문혁의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그의 편을 들었다.다들 진서준이 문제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반재윤 씨, 뭐 더 할 말 있어요?”심해윤은 반재윤을 향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20대 청년을 데려와서 신의라고 하다니, 내가 바보 같아 보였나요? 오늘 제 남편의 죽음은 안에 있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당신도 책임져야 해요!”옆에 이던 공윤석은 그 말을 듣자 무척 기뻤다. 동시에 그는 자기 친구 최문혁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공윤석은 심해윤이 혹시라도 잘못을 따질까 봐 걱정했었는데 이제 심해윤의 이목은 전부 반재윤에로 향했다.반재윤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수술실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그 사람은요? 당장 나오라고 해요!”최문혁은 곧바로 사람을 데리고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수술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최문혁 등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그들은 진서준이 은침을 들고 서정훈의 몸을 찌르는 걸 보았다.“이 자식, 뭐 하는 거야? 어떻게 죽은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최문혁은 정신을 차린 뒤 화를 내며 고함을 지르더니 곧바로 부하에게 진서준을 끌어내라고 했다.그런데 진서준에게 가까워지자마자 다들 진서준의 영기에 부딪혀 날아갔다.밖에 있던 심해윤 등 사람들은 수술실에서 소리가 들리자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뭐 하는 거예요?”심해윤이 화가 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심해윤 씨, 저 사람이 지금 은침으로 죽은 부시장님의 몸
진서준의 가뿐한 두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고 반박할 용기조차 없었다.특히 최문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반평생 의사 노릇을 해왔지만 심장에 문제가 있는 데다 심장이 이미 박동을 멈춘 환자를 살려내는 것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제일 놀라운 것은, 사람을 살린 것이 20대 초반의 청년이다.그가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면 아예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심해윤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방금까지 진서준을 잡아가라고 떠들었는데 결국 서정훈을 살린 사람이 진서준이었으니까!“진 신의님, 서 부시장님은 괜찮으신가요?”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반재윤이 들뜬 표정으로 물었다.이 30분 동안 반재윤은 자신의 인생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전의 최저점에서 지금 최고점에 도달했으니까!“괜찮습니다.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사오십 년은 더 살 수 있습니다.”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서정훈의 나이가 곧 50세인데, 사오십 년 더 산다면 100세까지 산다는 것이다.“심 처장님, 제가 진 선생님의 의술과 인품을 믿으라고 했잖아요.”반재윤의 말에 심해윤이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 진서준에게 다가갔다.“죄송합니다, 진 선생님. 아까는 너무 조급해서 그랬습니다. 저의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주십시오.”부시장의 부인인 심해윤이 진서준이라는 청년에게 직접 사과하는 모습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진서준도 심해윤이 사람들 앞에서 사과할 만큼 패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사과는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아까 제가 사람을 구할 때 누군가가 저를 모함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방금 그에게 책임을 떠넘긴 최문혁의 조수를 바라보았다.진서준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한 조수는 놀라서 덜덜 떨었다.“그게... 최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습니다.”조수는 거짓말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최문혁을 불고 말았다.“너 헛소리하지 마! 나는 그렇게 시킨 적이 없어.”최문혁이 난처한 나머지 얼굴이 벌게지며 화를 벌컥 냈다.
최문혁이 끌려간 후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간호사한테 환자가 반나절 동안 안정을 취해야 하니 병실로 옮기라고 하세요.”우성환은 즉시 간호사를 불러 서정훈을 중환자실로 옮겼다.“진 선생님, 제 남편이 언제 깨어날 수 있어요?”심해윤이 진서준을 따라다니며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잠시 후면 깨어나실 겁니다. 하지만 몸이 허약해서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진서준이 당부했다.그가 장청의 힘과 기사회생침으로 서정훈을 살려내긴 했지만 몸이 너무 허약해서 많은 휴식과 영양 보충이 필요하다.“네네, 진 선생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현재의 심해윤은 진서준이 무슨 말을 하든 다 받아들였고,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심해윤이 초등학생처럼 진서준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본 사람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공윤석은 앞길이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현재로서는 자기 아들을 너그러이 용서하고 놓아달라고 진서준에게 빌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공수철은 10년 이상 안에서 썩어야 할 것이다.아들이라고는 공수철 하나뿐인 공윤석은 그가 공씨 가문의 대를 잇기를 바라고 있다.“사람을 살려냈으니 별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진서준이 심해윤에게 말했다.“진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남편이 깨어나면 직접 감사 인사를 드려야죠.”심해윤은 진서준이 이렇게 빨리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서정훈에게 생명의 은인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진서준이 떠난 후 서정훈에게 또 무슨 상황이 나타날까 봐 걱정됐다.“감사 인사는 필요 없습니다.”진서준은 손을 내젓더니, 뒤이어 한마디 보탰다.“아드님이 여기저기서 말썽을 일으키지 않게 잘 단속하기만 하면 됩니다.”진서준의 말에 심해윤은 깜짝 놀라며 급히 물었다.“그 망나니 자식이 진 선생님을 건드렸나요?”“어제 한 번 봤습니다.”진서준이 말끝을 흐렸지만, 심해윤은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았다.“그 자식, 제가 지금 당장 전화해서 기어와 사과하라고 할게요.”화가 잔뜩 난 심해윤은 즉시 휴대폰을
얘기를 다 들은 후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게진 심해윤은 오가는 의료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서현욱을 발로 걷어찼다.평소에 자기를 애지중지하던 어머니가 자기를 발로 걷어찰 줄 몰랐던 서현욱은 순간 균형을 잃고 바닥에 엎어졌다.“이놈 자식이 아빠가 요즘 편찮으신 줄 뻔히 알면서 계속 말썽을 피워!”심해윤은 때리고 욕하고, 마치 분노의 폭주 기관차 같았다.심해윤의 성격을 잘 아는 비서도 깜짝 놀랐다. 심해윤의 곁에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화내는 것은 처음 본다.그녀의 아들이었으니 이 정도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진작에 끝장났을 것이다.“어머니, 왜 때려요? 제가 아들이 맞긴 맞아요? 어제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저였다고요.”서현욱도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심해윤에게 발로 차이고 두들겨 맞고 했으니,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네가 내 아들이 아니었다면 열 번도 더 죽었을 거야!”심해윤은 치를 떨며 말했다.“그동안 네가 한 짓들은 모두 눈감아 줬지만, 진 선생님은 더 이상 건드리지 마.”“진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너는 네 아빠를 다시 보지 못할 뻔했어.”심해윤의 말에 서현욱은 어리둥절했다.“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못 알아듣겠어요.”서현욱은 자기 나이 또래의 그 청년이 뭐가 무섭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오늘 아침 진서준이 네 아빠 목숨을 살렸어.”“말도 안 돼요. 스무 살 남짓한 애송이가 어떻게 아빠를 살릴 수 있어요?”서현욱은 생각도 안 하고 직접 반박했다.진서준의 나이는 서현욱과 비슷했다. 서현욱은 자기와 같은 연령대의 사람이 진짜 실력이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서현욱의 친구들도 모두 20대지만 거의 다 먹고 마시고 놀 줄만 아는 부잣집 자제들이기 때문이다.진서준같이 젊고 유능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서현욱은 아예 믿지 않았다.“내가 직접 봤는데, 거짓말이겠니?”심해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말 명심해. 다시는 진 선생님을 귀찮게 하지 말고, 만나면
서현욱은 코웃음을 쳤다.“나한테 대도시 친구가 없는 줄 알아요?”“그럼, 도련님께서 누굴 찾으실 생각인지 물어봐도 될까요?”강성철이 또 한 마디 물었다.“고양시에 사는 강은우라고 들어보셨어요?”서현욱이 경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고양시는 도청 소재지로, 규모가 대단히 큰 도시다.강은우는 얼마 전 진서준에게 혼나고 기가 죽어 서울시를 떠난 사람이다.강성철은 강은우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당연히 들어봤죠. 근데 강은우는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강성철이 궁금해하며 물었다.고양시가 본진인 강은우는 서현욱과 교집합이 있을 수 없다.“그의 아들 강백산이 내 동창인데, 내 한마디면 그 자식은 물불을 안 가려요.”서현욱이 허풍을 떨었다.어쨌든 그와 강백산의 관계가 실제로 어떤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럼, 도련님의 성공을 빕니다.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끊겠습니다.”염탐이 끝났으니 강성철은 서현욱과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할 생각이 없었다.“쳇, 잘난 척은. 내가 경찰서에 들어가면 당신부터 잡을 거야.”서현욱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주소록을 열어 연적이라고 표시된 번호를 찾은 후 전화를 걸었다.사실 서현욱과 강백산은 연적의 관계였다.대학 시절 서현욱과 강백산은 모두 허사연을 쫓아다녔지만 허사연은 두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강백산이 졸업한 후, 그의 아버지 강은우는 그의 신변을 걱정하여 무조건 고양시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지금 심해윤이 진서준을 보호하고 있으니 서현욱은 진서준을 혼내는 데에 감히 부모의 공직을 이용하지 못한다.“얼씨구, 서현욱 도련님 아니신가? 어쩐 일로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강백산은 전화를 받자마자 빈정거렸다.“잔말 말고, 나랑 함께 누군가를 혼내지 않을래?”강백산과 입씨름할 기분이 아닌 서현욱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랑 손잡는다고? 어디 보자.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전화기 저편의 강백산도 놀랐다.두 사람은 대학교에서 4년 동안 싸웠지만 서로 승복한 적이 없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