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욱은 코웃음을 쳤다.“나한테 대도시 친구가 없는 줄 알아요?”“그럼, 도련님께서 누굴 찾으실 생각인지 물어봐도 될까요?”강성철이 또 한 마디 물었다.“고양시에 사는 강은우라고 들어보셨어요?”서현욱이 경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고양시는 도청 소재지로, 규모가 대단히 큰 도시다.강은우는 얼마 전 진서준에게 혼나고 기가 죽어 서울시를 떠난 사람이다.강성철은 강은우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당연히 들어봤죠. 근데 강은우는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강성철이 궁금해하며 물었다.고양시가 본진인 강은우는 서현욱과 교집합이 있을 수 없다.“그의 아들 강백산이 내 동창인데, 내 한마디면 그 자식은 물불을 안 가려요.”서현욱이 허풍을 떨었다.어쨌든 그와 강백산의 관계가 실제로 어떤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럼, 도련님의 성공을 빕니다.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끊겠습니다.”염탐이 끝났으니 강성철은 서현욱과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할 생각이 없었다.“쳇, 잘난 척은. 내가 경찰서에 들어가면 당신부터 잡을 거야.”서현욱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주소록을 열어 연적이라고 표시된 번호를 찾은 후 전화를 걸었다.사실 서현욱과 강백산은 연적의 관계였다.대학 시절 서현욱과 강백산은 모두 허사연을 쫓아다녔지만 허사연은 두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강백산이 졸업한 후, 그의 아버지 강은우는 그의 신변을 걱정하여 무조건 고양시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지금 심해윤이 진서준을 보호하고 있으니 서현욱은 진서준을 혼내는 데에 감히 부모의 공직을 이용하지 못한다.“얼씨구, 서현욱 도련님 아니신가? 어쩐 일로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강백산은 전화를 받자마자 빈정거렸다.“잔말 말고, 나랑 함께 누군가를 혼내지 않을래?”강백산과 입씨름할 기분이 아닌 서현욱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랑 손잡는다고? 어디 보자.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전화기 저편의 강백산도 놀랐다.두 사람은 대학교에서 4년 동안 싸웠지만 서로 승복한 적이 없다.그
“진서준, 네가 왜 여기 있어?”그녀는 놀라움에 약간의 경멸과 무시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마치 진서준은 이 쇼핑몰에 나타나면 절대 안 되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진서준은 허윤진의 체면을 깎지 않으려고 특별히 국제 유명 브랜드 매장을 찾았다. 여기 옷들은 모두 명품이라 코트를 아무거나 집어 들어도 가격이 수백만원대다.이 가격이 일반인에게는 영락없는 사치품이고, 과거의 진서준에게도 근처도 못 갈 물건들이었다.고개를 돌린 진서준은 목소리의 주인을 보고 잠시 멍해 있었다.그가 아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친척이었기 때문이다.여인의 이름은 정란, 진서준의 둘째 이모 딸이다. 촌수를 따지면 그의 외사촌 여동생일 것이다.놀라긴 했지만 진서준은 이 둘째 이모에게 아무런 호감도 없다.둘째 이모는 조희선과 친자매였지만 조희선 일가가 곤경에 처했을 때 한 번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을 정도로 낯선 사람보다 더 냉혹했다.“란아, 이분은 누구야?”정란 곁에 있던 청년이 웃으며 물었다.“우리 큰이모 아들이에요. 감옥 갔다고 들었는데, 벌써 나온 줄 몰랐네요.”정란이 웃으며 설명했다.감옥 갔었다는 소리에 청년의 눈빛도 호기심과 경멸로 바뀌었다.“진서준, 나왔으면 취직해서 새출발해.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지 말고.”정란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잘난 체했다.진서준은 뼛속까지 우월감으로 뭉친 정란의 모습이 역겨웠다.“너랑 상관없어!”진서준이 쌀쌀맞게 말했다.“너 사람이 왜 그래?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 남의 호의도 몰라주고.”정란은 진서준이 반격하자 즉시 화를 냈다.“란아, 그만해. 요즘 젊은이들은 성격이 다 이래. 자기를 위해서 하는 말도 나쁘게 해석해서 듣지.”정란 곁에 있던 청년이 웃으며 그녀를 말렸다.이어서 청년은 진서준에게 자신을 소개했다.“저는 공민찬이라고 해요. 란이 남자친구이고 지금 인사처에서 근무하고 있어요.”인사처는 내부 부서 중 가장 핫한 부서로, 많은 사람이 비집고 들어가려고 애쓴다.공민찬은 나이가 진서준
오션호텔은 서울시의 오래된 5성급 호텔로, 허씨 가문이 기업주다.“알았어. 점심에 꼭 갈게.”진서준도 마침 자기 가족이 그들의 도움 없이도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그럼 여기서 부자들이 입는 옷을 구경하고 있어.”말을 마친 정란은 공민찬의 팔짱을 끼고 좀 저렴한 매장으로 향했다.공민찬은 인사처에 들어가긴 했지만 집에 돈이 많지 않아 명품 매장은 반년에 한 번 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정란은 얼굴이 좀 반반한 것을 빼면 아무 실력도 없었고, 지금 60만 원 좀 넘는 월급을 받으면서 사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그녀는 체면을 세우기 위해 고급 모조품 가방을 들고 다녔다.진서준은 신사복 코너에서 몇 벌을 고른 후 판매원에게 짙은 회색 양복을 가져오라고 했다.“고객님, 이 양복은 가격이 좀 비싼데, 다른 것도 좀 보실래요?”판매원은 진서준이 부자로 보이지 않아 친절하게 귀띔했다.“가격은 문제가 아니고, 맞으면 됩니다.”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네, 그럼 이쪽으로 와서 입어보세요.”판매원이 진서준을 탈의실로 안내했다.진서준은 값비싼 양복으로 갈아입은 후 더 멋있어졌다.판매원도 홀딱 빠진 듯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이 옷이 고객님의 얼굴이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진서준은 거울을 본 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걸로 할게요.”평소에 진서준은 정장을 입기 싫어하고, 캐주얼하고 편안한 옷을 좋아한다.이런 정장을 입은 횟수는 손꼽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다.“이 양복의 가격은 3,000만 원입니다. 카드로 하시겠습니까?”여자 판매원이 물었다.“카드로 할게요.”진서준이 은행카드를 꺼내 판매원에게 건넸다.“잠시만요.”잠시 후 여자 판매원이 카드와 계산서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꿀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고 끌리는 마음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이렇게 돈이 많고 잘생긴 청년은 지금 이 사회에서 보기 드물다.그녀와 같은 여자 판매원은 돈 많은 남자를 하나만 꼬셔도 평생 돈 걱정 없을 것이다.“어머
자기 여동생이 어떤 사람인지 조희선은 너무 잘 알고 있다.진서준이 감옥에 있을 때, 조희선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조정연을 찾아간 적이 있다. 하지만 조정연은 그녀를 만나지도 않고 문전박대했다.조정연은 조희선과 친자매지만,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심지어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된 친구보다도 못했다.정이 싹 떨어진 조희선은 부자가 된 지금도 조정연을 찾아갈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이제 와서 정란이 그들 일가를 가족 회식에 초대한 것은 틀림없이 이 기회를 빌려 모욕을 주기 위한 것이다.“괜찮아요, 어머니. 어차피 그 집에서 초대하는 거니까 우리는 가서 먹기만 하면 돼요.”진서준이 허허 웃었다.“나는 참을 수 있는데, 걔들이 험한 말을 하면 네가 걔들과 싸울까 봐서 걱정이지.”조희선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걔네와 싸우지 않을 것을 약속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진서준이 다짐하자, 옆에 있던 진서라도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엄마, 오빠가 절대 손을 쓰지 않을 거예요.”진서라와 조희선 앞에서 진서준은 웬만한 일은 참고 넘어갔다.하지만 상대방이 눈치 없이 진서라와 조희선에게 손을 대면 그는 절대 참을 수 없다.가족은 진서준에게 건드리면 안 되는 역린이다.아들과 딸이 그렇게 말하자 조희선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알았어. 너희 뜻대로 해.”거의 점심이 됐을 때 서정훈이 깨어났다.곁을 지키고 있던 심해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서정훈의 손을 덥석 잡았다.“여보, 드디어 깨어났군요.”서정훈은 여전히 허약했고, 종잇장처럼 창백하던 얼굴에 핏기가 조금 돌아왔다.“수술은 잘됐어?”그는 힘없이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그러자 심해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진 선생님이 당신을 살렸어요.”서정훈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침에 최문혁 등 의료진을 만났을 때 그중 진씨 성을 가진 의사는 없었다.심해윤은 그가 듣고 화를 낼까 봐 감히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진 선생님이 당신을 살렸다는 것만 알면 돼요.”말을 마친 심해윤은 즉시
서정훈의 성미를 아는 심해윤은 우성환 원장을 불러다 서정훈을 잘 돌보라고 부탁한 후 비서를 따라 이번 회식 장소인 오션호텔로 갔다.점심시간이 되자 진서준도 진서라와 조희선을 차에 태우고 오션호텔로 왔다.차를 세운 후, 진서준은 조희선을 차에서 안아 내리고 휠체어에 앉혀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정란 일가는 호텔 3층 창문 옆에 서서 진서준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진짜 올 줄은 몰랐네.”정란이 진서준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5성급 호텔이 그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아니지. 게다가 방금 민찬 씨가 아버님한테 들은 바로는 오늘 점심 심 처장님도 여기서 식사하신대요.”정란의 아버지 정태호가 공민찬에게 물었다.“민찬아, 이따 식사할 때 심 처장님을 좀 소개해 줄래?”공민찬이 으쓱하며 웃었다.“문제없습니다. 이따가 다 같이 심 처장님께 한 잔 올리러 갑시다.”이번 식사 자리에 공민찬의 아버지도 운 좋게 동행했다.인사처 처장이자 서울시 부시장의 부인이라, 이렇게 대단한 인물을 정란 일가도 TV에서나 볼 수 있었다.그런 인물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그들은 잔뜩 흥분했다.“아래를 좀 봐요. 진서준이 들어온 것 같아요.”정란의 말을 듣고 모두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진서준 일가는 한 중년 남자의 뒤를 따라 담담하게 호텔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오션호텔 입구에서 미모의 호텔 직원 몇 명이 진서준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어서 오세요!”그녀들은 일제히 허리를 90도로 굽혔고, 머리를 평소보다 더 낮게 조아렸다.이 호텔을 허씨 가문에서 운영하고 있어 진서준을 본 적이 있고 진서준의 신분을 알기 때문이다.진서준은 담담했지만, 앞에서 가던 중년 남자는 깜짝 놀라며 살짝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션호텔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공손했지, 이렇게 격식을 갖춰 인사한 적은 없었다.하지만 이런 대접을 받은 중년 남자는 가슴을 더 활짝 폈다.“오빠, 5성급 호텔이라서 그런지 종업원 태도부터 다르네.”
진서준 일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조정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언니, 다리가 아직 안 나았어? 진작에 다 나은 줄 알았는데. 그동안 너무 바빠서 언니를 만날 시간이 없었어. 지금 만나도 늦지 않지.”조정연이 만나자마자 조희선의 상처를 들추자, 진서준은 은근히 화가 났다.같은 부모한테서 나온 자식인데, 조정연은 왜 이렇게 악독할까?조희선은 그래도 괜찮은 듯 얼굴에 그리 어색하지 않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네가 바쁘다는 걸 알고 나도 찾지 않았어.”정란 일가가 말하기 전에 진서준은 직접 조희선을 밀고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진서준이 주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본 정란은 다소 불쾌한 듯 그를 째려보았다.“늦게 와놓고 사과도 없이 그냥 앉아?”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항상 이 시간에 점심을 먹어. 아까 몇 시에 오라는 말은 안 했잖아.”진서준은 조희선과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말대꾸하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았다.정란 일가가 감히 불손한 말을 한다면, 그는 절대 오냐오냐하지 않을 것이다.“웃기네. 우리가 밥을 사는데, 네가 밥 먹는 시간에 맞춰야 하니? 란이 몇 시에 오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이렇게 늦게 와?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야?”조정연이 진서준을 향해 성난 목소리로 야단쳤다.“우리 탓이야. 우리 탓이야. 다음에는 꼭 일찍 올게...”조희선은 진서준의 손을 누르며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낸 후 계속 사과했다.“또 오겠다고? 당신들이 5성급 호텔에 평생 한 번 와도 대단한 거지.”정란이 코웃음을 쳤다.정란 일가가 밥을 사는 거지만 그들은 감히 비싼 것을 주문하지 못했다.현재 정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버지 정태호뿐이다.남자친구 공민찬도 있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헤프게 쓰지 못한다.“5성급 호텔이 뭐가 대단해서. 우리 어머니가 오고 싶으면 매일 올 수도 있어.”진서준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놈이 뭘 그리 잘난 척해?”정민이 보다못해 진서준에게 삿대질하며 욕을
정민이 눈알을 굴리더니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감옥에는 극악무도한 사람들 천지라고 하던데, 안에 있을 때 매일 얻어맞았어?”“뭘 물어? 팔다리가 비쩍 말라 가지고 딱 봐도 얻어맞게 생겼구먼.”정란이 맞장구를 쳤다.무심코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조희선은 가슴이 뜨끔해 안쓰럽고 미안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녀가 그동안 진서준에게 감옥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지 않은 것은 상처를 들추어내 아프게 할까 봐 걱정돼서였다.정민의 말을 듣고 나서 조희선은 진서준에게 매우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그렇게 알고 싶으면 한 번 들어가 보지 그래.”“됐어. 내가 너 같은 범죄자와 뭘 비교해!”진서준의 말에 정민은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정민은 아직 대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곧 졸업한다.아직 일자를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올해 졸업하는 학생이니 취직이 어렵지는 않다.“진서준, 너 취직이 안 되면 우리 아버지 회사에 가서 건물 청소나 해.”정란이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지금 사회에서 감옥살이한 적이 있다는 말만 들어도 공기업은 감히 채용하지 못한다.사기업도 지금은 구직자의 경력을 중요시하는 편이다.진서준같이 감옥 갔다 온 대학생은 거의 취직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공장의 단순 생산직은 어쩌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정태호가 술을 한 모금 마신 후 덤덤하게 말했다.“서준아, 우리도 친척이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이모부로서 내가 최대한 도와줄게.”“필요 없어요.”“그래, 계속 집에서 부모에게 빌붙어 살아.”진서준이 거절하자, 정란이 코웃음을 쳤다.사실 지금 진서준이 정태호한테 도와달라고 해도 정태호는 그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쓸모없는 친척을 돕는 것은 스스로 골칫거리를 만드는 것이다.그 뒤로 정란 일가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조희선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희선은 어쨌든 친척인데 일이 너무 커져서 앞으로 얼굴도 못 보는 것은 원치 않았다.“민찬 씨, 시간이
허사연은 11시에 오션호텔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다.전화 내용은 심해윤이 호텔에 식사하러 온다는 것이었다.심해윤은 신분이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었고, 또 어젯밤에 진서준이 서현욱을 때렸는데, 허사연은 이 기회를 빌려 진서준 대신 상황을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호텔에 오니 프런트 직원이 그녀에게 진서준이 왔다고 알렸다. 그래서 급히 찾으러 온 것이다.“바쁜데 방해될까 봐.”진서준이 다가가 허사연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허사연은 진서준을 흘겨보고는 긴장된 표정으로 조희선을 바라보았다.허사연이 자기 어머니 앞에서 긴장하는 것을 보고, 진서준은 그녀가 이전보다 더 귀엽게 느껴졌다.“아주머니, 서라 씨, 저희 호텔 요리는 괜찮았나요?”“좋았어요.”조희선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다행이에요. 입에 맞으시면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팀에 시켜서 보내드릴 수 있어요.”허사연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너무 번거로워요. 평소에 서라가 집에서 밥 해주면 돼요. 근데 사연 씨가 오랫동안 우리 집에 오지 않았네요.”지난번 오해가 풀린 후 조희선은 허사연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고, 심지어 진서준과 허사연이 올해 바로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결혼을 너무 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도 안다.“저 오늘 저녁 시간이 있습니다.”“그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으로 놀러 와요. 서준한테 차로 데리러 가라고 할게요.”허사연의 말에 조희선은 희색이 만면했다.지금 조희선이 가장 바라는 것은 가족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이는 것이다.“저녁에 윤진을 도와주러 가야 해요.”진서준이 허사연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그 계집애가 또 뭘 도와달래요?”허사연은 허윤진네 학교에서 무도회가 열리는 것을 몰랐다. 알았다면 절대 진서준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작은 일이에요. 금방 끝나요.”진서준은 가서 허윤진과 춤을 추면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서준 씨, 심 처장님이 위층에 계시니까 우리 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