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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Author: 무가
오션호텔은 서울시의 오래된 5성급 호텔로, 허씨 가문이 기업주다.

“알았어. 점심에 꼭 갈게.”

진서준도 마침 자기 가족이 그들의 도움 없이도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 여기서 부자들이 입는 옷을 구경하고 있어.”

말을 마친 정란은 공민찬의 팔짱을 끼고 좀 저렴한 매장으로 향했다.

공민찬은 인사처에 들어가긴 했지만 집에 돈이 많지 않아 명품 매장은 반년에 한 번 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란은 얼굴이 좀 반반한 것을 빼면 아무 실력도 없었고, 지금 60만 원 좀 넘는 월급을 받으면서 사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체면을 세우기 위해 고급 모조품 가방을 들고 다녔다.

진서준은 신사복 코너에서 몇 벌을 고른 후 판매원에게 짙은 회색 양복을 가져오라고 했다.

“고객님, 이 양복은 가격이 좀 비싼데, 다른 것도 좀 보실래요?”

판매원은 진서준이 부자로 보이지 않아 친절하게 귀띔했다.

“가격은 문제가 아니고, 맞으면 됩니다.”

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네, 그럼 이쪽으로 와서 입어보세요.”

판매원이 진서준을 탈의실로 안내했다.

진서준은 값비싼 양복으로 갈아입은 후 더 멋있어졌다.

판매원도 홀딱 빠진 듯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옷이 고객님의 얼굴이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

진서준은 거울을 본 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할게요.”

평소에 진서준은 정장을 입기 싫어하고, 캐주얼하고 편안한 옷을 좋아한다.

이런 정장을 입은 횟수는 손꼽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다.

“이 양복의 가격은 3,000만 원입니다. 카드로 하시겠습니까?”

여자 판매원이 물었다.

“카드로 할게요.”

진서준이 은행카드를 꺼내 판매원에게 건넸다.

“잠시만요.”

잠시 후 여자 판매원이 카드와 계산서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꿀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고 끌리는 마음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돈이 많고 잘생긴 청년은 지금 이 사회에서 보기 드물다.

그녀와 같은 여자 판매원은 돈 많은 남자를 하나만 꼬셔도 평생 돈 걱정 없을 것이다.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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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1화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0화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9화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8화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7화

    이 말이 나오자 방 안의 분위기가 다소 묘해졌다.조호의 머리는 미친 듯이 회전했다.‘이게 무슨 뜻이지? 설마 조상규의 아내를 탐낸다는 건가?’“진서준 씨, 농담이죠? 제 아내는 그저 다도 실력만 조금 괜찮을 뿐입니다.” 조상규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조상규, 거참 겸손하네. 네 아내는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좋고 얼굴은 요염한 여우처럼 매혹적인데?”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치파오 여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이 행동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오영수조차도 눈썹을 꿈틀거리며 진서준이 도대체 뭘 하려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혹시 진짜 여자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 건가?치파오 여자는 난감하게 웃으며 진서준의 손을 밀어냈다.“진서준 씨, 농담이 지나치네요. 저도 벌써 서른이 넘었어요. 젊은 아가씨들과는 비교도 안 돼요.”“맞아요, 진서준 씨. 혹시 여자가 필요하시면 잠시 후 가게 아가씨들을 전부 데려오겠습니다. 마음껏 고르세요.”조상규가 웃으며 말했다.“젊을 땐 숙녀의 매력을 몰라보고 철없이 어린 여자를 보물로 여긴다고 하지.”진서준의 손이 다시 치파오 여자의 허벅지 위에 올려졌다.“난 이렇게 성숙하고 섹시한 여자가 좋더라. 점심 식사 후에 네 아내 잠자리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보면 어떨까?”이 말을 듣자 조호 일행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겉보기엔 신사인 줄 알았던 진서준이 사실 이렇게 천하의 난봉꾼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남의 아내를 탐내는 것도 모자라 남편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아내를 달라고 하다니, 조상규가 격분해 목숨을 내걸고 싸우자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오영수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린 채 진서준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오영수는 진서준이 절대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진서준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게다가 진서준이 김연아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진서준 씨, 정말 농담이 지나칩니다. 우선 차부터 드시죠.”조상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 분노를 억눌렀다.누구라도 이런 말을 직접 들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6화

    “진서준 씨나 잘 모셔. 내가 당장 전화해 안배할 거니까.”조상규는 단호한 말투로 말하며 조호에게 반박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알겠습니다.”조호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진서준 씨, 이쪽으로 오시죠.”휴게실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손짓하며 오영수를 가리켰다.“이쪽은 내 친구 오영수야.”“오영수요? 설마 그 오씨 가문 사람입니까?”조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맞아.”오영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 씨,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조호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오씨 가문은 르벨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가였고 감히 귀도파 따위가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다.“괜찮아. 사실 나도 조상규 씨 같은 고수를 한 번 상대해 보고 싶었거든.”오영수가 담담하게 대응했다.조호는 이때다 싶어 슬쩍 말을 붙였다.“오영수 씨가 진서준 씨와 친구라면 이제부터 우리도 한 식구 아닙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하지만 오영수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난 집에 자주 가지도 않아. 나한테 잘 보여봤자 얻을 건 없을 거야.”오영수는 오랫동안 전신전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고 사람들의 속셈이 무엇인지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그러니 조호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목적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아, 아닙니다. 그냥 오영수 씨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었을 뿐입니다.”조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자기 속내를 대놓고 들켜버리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조호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참, 진서준 씨. 이따가 제 아들도 와서 직접 사과드릴 겁니다.”하지만 진서준은 대수롭지 않아 하는 태도였다.“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진짜 화났다면 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거야.”“네, 그 말이 맞네요.”조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조호는 아까 진서준이 조상규 같은 대종사를 가볍게 처치하는 걸 직접 확인했다.그러니 조호는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었다.쓸데없는 행동으로 진서준의 심기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5화

    체육관 안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믿을 수 없는 장면에 사람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귀도파의 최종 병기라 불리던 조상규가 진서준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얻어터질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조상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영수를 가볍게 쓰러뜨린 자였기에 실력 하나만 봐도 절대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그렇다면 단 한 가지 결론만이 모두의 앞에 놓였다.지금 귀도파을 건드린 이 청년은 인간을 뛰어넘는 괴물이었다.“와, 대박이야. 이 녀석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어? 야, 너 때문에 나 큰일 날 뻔했잖아.”늑대가 정신을 차리고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엄승현을 노려봤다.조상규 같은 고수도 진서준 앞에서는 그저 두들겨 맞을 뿐이었는데 늑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링에 올라가 진서준과 붙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과가 나올 게 뻔했다.“늑대 형, 오해입니다. 저도 저 자식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어요.”엄승현이 기겁하며 변명했다.어제 진서준이 왜 무사하게 유흥업소에서 나갈 수 있었는지, 자기가 호랑이를 찾아갔을 때 호랑이가 왜 버럭 화냈는지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그 모든 이유는 진서준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호랑이의 부하 중에 진서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멍때리지 말고 얼른 튀어. 이따가 저놈이 우리까지 상대하면 너도나도 여기서 뒤질 거야.”늑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다들 얼른 도망쳐.”엄승현도 체면 따위 집어치우고 그 뒤를 따랐다.링 위에서 조상규는 온몸이 축 늘어진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조상규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고 피까지 줄줄 흘러내렸다.“아까 네가 뭐라고 했더라? 내 사지를 갈기갈기 찢는다 하지 않았어?”조상규를 내려다보는 진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그 말에 조상규는 흠칫 놀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진, 진서준 씨. 살려주십시오. 제가 눈이 멀어 감히 진서준 씨에게 헛소리를 지껄였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조상규는 머리를 박아가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4화

    하지만 조상규 앞의 보호막은 한 치도 밀려나지 않았다.“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상규의 손바닥이 진동했다.그리고 산을 뒤엎는 듯한 힘이 오영수를 덮쳤다.그러자 오영수의 몸이 통제할 수 없이 끊어진 연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쿵!오영수의 몸이 바닥에 세게 내리꽂히며 몸속에서 우두둑하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모두가 넋이 나간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4대 천왕을 가뿐히 쓰러뜨린 오영수가 인간도륙의 한 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역시 인간도륙의 명성은 헛소문이 아니었다.“대박이야, 사촌 형 너무 멋져요!”조호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었고 신나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이봐, 이제야 알겠어? 이게 귀도파의 진정한 실력이야.”늑대가 잔뜩 으스대며 자기가 오영수를 때려눕힌 것처럼 신나 있었다.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오영수에게 다가가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올리더니 장청의 힘을 체내에 흘려보내며 치료하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진서준 씨. 저 사람 실력이 너무 강하네요. 제가 도저히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오영수는 깊은 자책감에 고개를 숙였다.적어도 몇 방 정도는 버틸 줄 알았는데 단 한 방도 막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것이다.“저 사람은 노련한 대종사입니다. 대장님이 못 이기는 게 당연하죠. 이제부터는 제가 상대할게요.”진서준이 조용히 돌아서서 링 위로 걸어갔다.“저 자식 미쳤나? 대체 뭘 믿고 올라가는 거야?”늑대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설마 살려달라고 빌려는 건 아니겠죠?”엄승현이 비꼬듯 말했다.“끝까지 숨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깡은 있네.”조호가 코웃음을 쳤다.다른 사람들도 의아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도대체 진서준이 올라가서 뭘 하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때, 링에 올라오는 진서준을 확인한 조상규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어라? 여기서 다시 보네.”그날, 서광문이 갑자기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조상규와 진서준은 이미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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