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연락했다.“안 그래도 서준 씨에게 연락하려고 했어요!”허사연이 작게 말했다.“우리 텔레파시가 통한 걸까요?”진서준이 너털웃음을 쳤다.“얼른 우리 집으로 와요. 우리 집에 아주 고약한 놈이 찾아왔어요!”허사연이 짜증 난다는 말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곧바로 정색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진서준은 또 누군가 허사연을 희롱하려고 그녀를 찾아갔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허사연이 그를 바로 쫓아내지 못한 걸 보면 아마 신분이 범상치 않을 것이다.진서준은 이내 차를 타고 허씨 별장에 도착했다.허씨 별장 입구에 검은색의 아우디가 하나 있었다.비록 눈에 띄는 차는 아니었지만 번호판을 보니 깜짝 놀랐다.그건 부시장의 차였다.진서준은 곧바로 허사연이 왜 상대방을 쫓아내지 못했는지를 깨달았다.동시에 진서준은 화가 났다. 점심에 반재윤은 진서준에게 부시장이 좋은 사람이며 보기 드문 훌륭한 공무원이라고 했었다.그러나 이젠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진서준은 차를 세운 뒤 성큼성큼 허씨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허사연과 낯선 젊은 남자가 정원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는데 허사연의 안색을 보니 굉장히 불쾌해 보였다.“서현욱 씨, 자꾸 할 일 없으면 우리 집에 찾아오지 말아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우리 사이를 오해할 거예요! 내 남자 친구도 이 모습을 보면 분명 오해할 거예요!”허사연은 미간을 구기며 차갑게 말했다.허사연의 말에 서현욱은 당황했다.“사연 씨, 사연 씨 언제부터 남자 친구가 있었던 거예요? 왜 난 몰랐죠?”서현욱이 곧바로 물었다.“당신이 뭐라고 내가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고 당신에게 보고해야 하는 거죠?”허사연은 단호히 반박했다.서현욱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허사연은 당장 경호원들에게 그를 내쫓으라고 했을 것이다.서현욱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곧 미소를 지었다.“사연 씨, 화가 나서 그런 말 하는 거 나 다 알아
“네...”허사연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진서준의 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저 사람 서현욱이라고 하는데 아버지가 부시장이에요. 그래서 감히 내쫓을 수는 없었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허사연의 등을 토닥였다.“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곧이어 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정자로 걸어갔다.이때 서현욱의 안색은 한없이 어두워서 아주 무서웠다.서현욱이 보기에 허사연은 그의 미래 아내이자 그의 소유물이었기에 절대 다른 남자가 손을 대는 걸 참을 수 없었다.그런데 진서준으 손을 댔을 뿐만 아니라 서현욱의 앞에서 허사연과 뜨겁게 키스했다.“자기소개를 하죠. 전 진서준이라고 해요. 허사연 씨 남자 친구죠.”진서준은 허사연을 안고 서현욱의 맞은편에 앉았다.서현욱에게 그것은 도발이었다.“진서준 씨,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 사연 씨는 내 친구예요!”서현육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제가 제 여자 친구랑 키스한 게 뭐 어때서요? 여기 부시장 아들이라고 다른 커플이 키스하는 것까지 간섭하는 건가요?”진서준은 차갑게 웃더니 일부러 허사연의 볼에 짧게 뽀뽀했고 허사연은 쑥스러워했다.“그만해요!”서현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서 탁자를 쾅 내리쳤다.“조금 전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사연 씨에게서 떨어져요. 사연 씨는 내 미래 아내니까!”서현욱은 진서준을 향해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당신이 뭐라고 내가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는 거죠?”진서준이 같잖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우리 아버지가 부시장이거든요!”서현욱은 울컥해서 크게 소리쳤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하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당신 아버지는 부시장이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당신이 부시장이 된다면 그때 다시 명령해요.”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있다.그러나 서현욱을 보니 서정훈이 서현욱을 제대로 가르치지는 못한 듯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또 이해할 수 있었다. 남자들은 일이 바빠서
허성태는 진서준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진서준이 비싼 물건은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아마도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보물일 것이다.서현욱이 준비한 백 년 된 동충하초 따위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비싼 것이면 뭐 어떻단 말인가? 허씨 일가에서도 충분히 돈 주고 살 수 있는데 말이다.진서준과 허사연의 관계는 이미 확실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서준아, 넌 너무 겸손해. 네가 매번 준비한 선물은 날 놀라게 했으니까 말이야.”허성태는 진서준을 향해 웃으며 말한 뒤 서현욱에게 말했다.“현욱아, 네가 준 약도 고마워. 하지만 너무 비싸서 받기가 좀 그렇구나.”서현욱은 허성태의 말에 초조해졌다. 그는 허성태가 진서준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아저씨, 이 동충하초는 아주 신통한 거예요. 상자를 열면 동충하초가 저절로 튀어나올 거예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웃음이 터질 뻔했다.동충하초는 아주 비싼 약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벌레이기도 했다.진서준은 서현욱을 놀려줘서 이참에 그의 낮은 지능을 제대로 조롱할 생각이었다.아버지가 부시장이 아니었더라면, 서현욱의 지능으로는 성인이 되지도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서현욱 씨, 이 동충하초 어디서 산 거예요?”진서준의 질문에 서현욱은 헛기침을 하면서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그는 같잖다는 눈빛으로 거만하게 말했다.“잘 들어요. 이 동충하초는 내가 강주에 있는 늙은 농부에게서 사 온 거예요. 우리 아버지가 부시장이라는 걸 그가 몰랐다면 이런 보물을 싼값에 나한테 팔지 않았을 거예요. 다른 곳에서 파는 동충하초들은 적어도 20억은 하거든요.”서현욱은 이 동충하초를 얼마나 주고 샀는지 명확히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자랑하는 듯한 말투를 보면 적어도 몇억은 쓴 것 같았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작게 웃었다.“강주라면 남주성이 아니네요?”강주는 남주성과 비교적 가까웠지만 남주성에 속해 있지는 않았다.남주성의 농부라고 해도 서현욱의 신분을 모를 것이다. 그런데 남주성 밖의
감옥에 있을 때 구창욱은 진서준에게 귀한 약재들은 천 년 이상 살게 되면 신통하게 영성을 띠게 된다고 한다.그러나 영성이 있다고 해서 달릴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허사연 부녀가 자신을 믿지 않자 서현욱은 초조해졌다..“안 믿는 거예요? 그러면 지금 바로 열어볼게요. 이 동충하초가 그렇게 신통한 물건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게!”서현욱은 그렇게 말하면서 상자를 열었다.상자를 열자 빨간색 천이 그 밑의 물건을 가리고 있는 게 보였다.빨간색 천이 잠잠하자 서현욱의 안색이 달라졌다.설마 정말 그 농부가 그를 속인 걸까?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서울시 부시장의 아들이 아닌가.“왜 열지 않는 거예요? 도망칠까 봐 걱정되는 거면 내가 문을 닫고 올게요.”진서준이 조롱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서현욱은 진서준을 노려보더니 빨간색 천을 들었다.빨간색 천 아래의 물건을 본 순간, 서현욱은 얼이 빠졌다.그 밑에 있는 것은 신통한 동충하초가 아니라 나뭇가지 몇 개와 죽은 매미 몇 마리가 들어있었다.“하하하하...”진서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서현욱 씨, 속으셨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서현욱 씨 아버지는 명성이 자자하잖아요.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강주에 있는 그 사람을 잡으러 가면 되죠!”진서준이 통쾌하게 웃자 서현욱은 너무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그는 4억으로 죽은 벌레 몇 마리와 나뭇가지 몇 개를 샀다.가장 중요한 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체면을 잃었다는 점이다.“됐다, 현욱아. 이번에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해. 누구나 사기당할 때가 있는 법이지. 나도 예전에 사업할 때 사기당한 적이 있어.”허성태는 서현욱의 안색이 좋지 않자 곧바로 그를 달래주려고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서현욱은 진서준을 바라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선물은 뭔데요? 좋은 선물이에요?”서현욱은 진서준을 통해 자신의 체면을 되살리려 했다.서현욱이 보기에 진서준은 가난해서 비싼 선물을 준비할 수 없었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좋은 선
세 가지 처방은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자라면 앞의 두 가지 약을 쓰고 남자는 뒤의 두 가지 약을 쓴다.하지만 어느 것이든 시장에 내놓는다면 아주 잘 팔릴 것이다.허사연은 진서준의 의술과 처방을 100% 믿었다.진서준이 흉터 제거 파우더, 주안 파우더처럼 이목을 끄는 이름을 지었다는 건 진서준이 준 처방으로 충분히 그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특히 흉터 제가 파우더는 세계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었다.사람이라면 몸에 흉터가 있기 마련이고 다들 그 흉터가 사라지길 바랄 것이다.병원에서 흉터 제거 수술을 받을 수도 있지만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서 일반인은 감당할 수가 없었다.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언제나 대중을 향한 것이다.일반 대중들도 살 수 있다면 벼락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그게 뭔데요?”서현욱은 못 알아들었다.“주안 파우더, 흉터 제거 파우더, 신장 강화 알약이요!”허사연이 다시 경멸 어린 어조로 반복했다.“못 알아듣는 것도 정상이에요. 서현욱 씨는 마른 나뭇가지를 몇억 주고 사는 사람이니까요.”허사연의 비아냥에 서현욱은 화가 나서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내가 속은 건 사연 씨 때문이죠! 사연 씨, 내가 사연 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연 씨도 알고 있죠? 나랑 만난다면 허씨 일가는 서울시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 될 거예요. 그러면 좋지 않아요?”허사연은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서현욱의 말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진서준이 준 세 개의 처방만으로 허씨 일가는 서울이 아니라 남주성, 심지어 전국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이 세 가지 약이 시판된다면 허사연은 허씨 일가가 1년 만에 국내 시총 순위 500위 안에 들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서현욱 씨, 똑똑히 얘기할게요. 난 남자 친구 있어요. 그러니까 이만 포기해요!”허사연은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서현욱을 바라본 뒤 그의 앞에서 일부러 진서준의 팔에 팔짱을 꼈다.“뭐 때문이죠?”서현욱은 미친 사람처럼 허사연을 향해 달려들며 그
“괜히 공무원이랑 싸우게 되면 피곤해지는 건 우리야. 이 점만은 꼭 명심해!”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조금 전 서현욱을 찼을 때, 진서준은 몰래 서현욱에게 은침을 하나 꽂았다.그 은침은 마침 서현욱의 배에 있는 혈 자리에 꽂혔다.고수의 도움이 없다면 서현욱은 평생 남자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다.“됐어, 우리는 밥 먹자. 밥 먹으면서 얘기 나누자고.”세 사람은 다이닝룸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밥을 먹을 때 허성태는 진지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서준아, 조금 전에 사연이가 말한 약 이름들 진짜야?”“네, 확실해요. 하지만 흉터 제거 파우더로 완벽한 효과를 보려면 조금 비싼 약재를 사야 해요. 일반 약재로도 흉터를 없앨 수는 있지만 1mm 정도 되는 흉터가 남게 돼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장철결에는 흉터 제가 파우더의 처방이 여러 가지가 있었고 진서준은 그중 두 가지를 선택했다.한 가지는 비싼 약재를 써서 효과가 좋고 다른 한 가지는 일반 약재를 쓰지만 효과가 지금 시판되는 흉터 제거 파우더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았다.허성태 부녀는 진서준이 겨우 1mm 정도 되는 흉터가 남는다고 하자 깜짝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1mm의 크기는 바로 눈앞에 있지 않으면 눈치채기도 어려웠다.“서준아, 넌 정말 우리 집안의 복덩이야!”허성태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이 세 처방전 모두 잘 보관해.”진서준이 당부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돈 벌 수 있는 보물이면 당연히 잘 숨겨둘 거니까.”허사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이 세 처방전으로 허씨 일가는 대한민국 한약 업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진서준이 허사연 부녀와 함께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한껏 모욕당한 서현욱은 권력을 상징하는 차를 타고 돌아갔다.“아저씨, 이 사람 좀 조사해 주세요!”서현욱은 차에 타자마자 운전석에 앉은 중년 남자를 향해 말했다.운전기사는 서현욱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일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누
허윤진은 홀로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는 잘 생기고 비싼 옷을 입은 청년이 있었다.청년은 잘 보이려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나 허윤진은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의 눈동자에서 약간의 혐오가 보였다.자기 집에서 나오는 진서준을 본 허윤진은 눈앞이 환해지면서 빠르게 그에게로 다가갔다.“서준 씨, 우리 집에 왔으면서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은 거예요?”허윤진은 진서준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의 팔에 팔짱을 끼며 친근한 척했다.진서준은 허윤진의 행동에 겁을 먹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허윤진이 보낸 눈빛을 보았다. 자신에게 협조하라는 듯한 눈빛이었다.청년은 허윤진과 진서준의 친근한 모습을 보더니 눈빛이 차가워지고 표정이 어두워졌다.“윤진아, 이 남자는 누구야?”청년이 차갑게 물었다.“조규범, 이래도 모르겠어? 당연히 내 남자 친구지!”허윤진은 그 말을 할 때 몰래 진서준을 힐끔거렸다.진서준이 거짓말이라고 폭로하지 않자 허윤진은 그제야 안도하며 내심 기뻐했다.“윤진아, 거짓말하지 마. 그 사람 윤진이 네 집안의 운전기사나 경호원이지?”조규범은 웃었다. 그는 허윤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조규범은 허윤진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허윤진이 절대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남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조규범이 보기에 진서준은 잘생긴 얼굴을 제외하면 다른 이목을 끌 만한 점이 전혀 없었다.진서준은 허윤진이 자신을 방패막이로 삼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허윤진은 앞으로 그의 처제가 될 사람이니 도울 수 있다면 최대한 도울 생강이었다.“윤진아, 이 남자는 누구야?”진서준이 자신을 친근하게 윤진이라고 부르자 허윤진은 얼굴을 붉혔다. 그녀의 얼굴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나랑 같은 학교 다니는 사람인데 계속 나한테 달라붙어요.”허윤진이 설명했다.“내가 남자 친구 있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믿지 않아요.”허윤진이 조규범에게 말했다.“내 남자 친구를 봤으니까 이젠 믿죠?”조규범은 같잖다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상대방이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이 조씨 일가 사람인 걸 알고 당연히 부랴부랴 도망칠 줄 알았다.“그건 또 뭐예요? 못 들어봤어요.”진서준은 귀를 후비면서 말했다.진서준이 자신의 가문을 무시하자 조규범은 진서준의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서준 씨, 조씨 일가는 만만치 않아요. 고양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집안이에요. 우리 서울의 명문가들도 조씨 일가와 비교할 수 없어요.”허윤진은 진서준의 반응이 과한 것 같아 곧바로 목소리를 낮추고 설명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도 조씨 일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좋아요, 배짱 있다 이거죠? 진서준이라고 했죠? 내가 기억해 뒀으니까 두고 봐요!”말을 마친 뒤 조규범은 진서준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는 자신의 스포츠카에 올라탄 뒤 자리를 떴다.조규범이 떠난 뒤 진서준은 허윤진이 팔짱을 풀 줄 알았으나 그녀는 팔짱을 풀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저 조규범 때문에 진짜 짜증 나 죽겠어요. 오늘 서준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허윤진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참, 내일 저녁 우리 학교에 파티가 있는데 내 파트너로 참석해 줘요.”허윤진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난 춤 못 춰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내가 가르쳐줄게요. 엄청 간단해요!”허윤진은 진서준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애교를 부렸다.“진서준 씨, 부탁이에요. 내일 한 번만 도와줘요. 그렇지 않으면 저 조규범이 또 날 귀찮게 할 거예요!”조규범은 허윤진에게 고백하기 전까지 신사인 척했다.내일이면 파티이기 때문에 조규범은 뻔뻔하게 차까지 타고 허윤진을 따라서 그녀의 집 앞까지 따라왔다.진서준은 반팔 하나 입고 있었다. 허윤진은 비록 겉옷을 입고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아주 얇게 입고 있었다.허윤진이 팔을 계속 잡아당기자 진서준은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그만해요. 갈게요.”허윤진은 그 말을 듣더니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일찌감치 승낙하면 얼마나 좋았어요?”허윤진은 진서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