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마이바흐 승용차 안.“아버지, 우리 복수는 어떻게 해요?”진서준에게 맞아 한 손이 부러진 강호걸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기 아버지를 쳐다보았다.그들 부자는 진서준이 바로 진 마스터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진서준은 남주성의 명문가들로부터 천사로 불렸던 권해철과의 승부에서 이겼다.그리고 거침없는 기세로 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를 죽여버렸다.이런 무서운 존재는 그들 강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강성준의 사부님이라 해도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급해하지 마. 내가 좀 생각해 볼 게.”강옥산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언짢은 어조로 말했다.진서준의 무서운 실력을 본 강옥산은 공포와 절망을 느꼈다.그리고 지금 진서준과 겨룰 수 있는 사람은 전설 속의 선천 대종사밖에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선천 대종사는 남주성에 단 한 명도 없었다.설령 있다고 해도 그들 강씨 집안은 만날 자격이 없었다.이때 갑자기 강옥산의 눈이 번쩍였다.“성준의 사부님이 예전에 혈운 조직의 종사들과 아는 사이라고 했으니 성준이가 오늘 일을 혈운 조직에 알려준다면 그 사람들은 절대로 진서준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혈운 조직에는 대성 종사만 열 명 있었고 그들은 많은 종사들을 죽였다.만약 진서준이 혈운의 유혁수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조건 진서준을 향해 미친 듯이 복수를 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제아무리 진서준이 대단하다고 해도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럼 제가 지금 바로 형님께 전화할게요.”전화기 너머로 강성준은 진서준이 유혁수를 죽였다는 사실을 듣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큰소리로 웃었다.혈운 조직은 화진의 무도계에서 세력이 아주 강하기로 소문이 났다.혈운 조직을 건드리면 죽임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날 진서준이 권해철을 이겼다는 소식은 무서운 속도로 전 남주성에 퍼졌고 심지어 가까운 여러 성에도 모두 진 마스터라는 이름이 쫙 퍼졌다.모든 사람은 서울시에 이렇게 하늘을 찌르는 실력을 갖춘 괴물이 생겼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남주성 고양시.
이상범은 공손하게 자기소개를 했다.중년 여자는 그의 이름을 듣고 흠칫 놀란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얼른 들어오세요. 탁 어르신께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어요.”말을 마친 후, 중년 여자는 별장의 문을 열어 세 사람을 들어오게 했다.별장에 들어오자 이지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셋째 삼촌, 이 할머니에게 그렇게 공손하게 대해서 뭐 해요? 이 할머니는 탁 어르신도 아니잖아요.”이지성이 이렇게 말하자 이상범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이상범이 말을 하기도 전에 차가운 살기가 이지성의 발밑을 스쳐 지나갔다.쓱!나뭇잎 하나가 공기를 가르며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날아가 이지성이 앉고 있는 쇠로 만든 휠체어를 박살 냈다.그러자 이지성은 휠체어에서 바로 땅으로 미끄러지며 심하게 넘어졌다.이 상황을 본 이혁재는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나뭇잎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니, 이건 분명히 종사 급이었다.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아줌마가 무도 종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종사님, 바보 같은 제 조카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이상범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허리를 굽혀 그 중년 여자에게 사과했다.“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하세요. 아니면 시신을 거둘 준비나 하세요.”중년 여자는 소리 없이 이상범 세 사람 옆을 지나갔다.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세 사람은 제정신이 들었다.“바보 같은 녀석!”이상범은 발로 이지성을 호되게 걷어찼다.“죄송해요, 셋째 삼촌. 난 저 여자가 그냥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얼굴이 창백해진 이지성은 식은땀이 나서 옷이 흠뻑 젖었다.그녀가 자신의 곁을 지날 때, 이지성은 지옥으로 말려들어 가는 것 같았다.“탁 어르신 저택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평범한 사람일 수 있어!”“그만해, 상범아. 어서 탁 어르신을 만나러 가자.”이혁재가 자기 아들을 위해서 한마디 했다.이상범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그러자 이혁재도 자기 아들을 부축하고 절뚝거리며 별장 거실로 향했다.거실에 들어서자 흰색 한복을
살랑살랑 불어오는 저녁 바람은 너무 차게 느껴지지 않았다. 진서준과 허사연은 손을 잡고 금영사 입구에 도착했다.사찰은 크지 않았고 다소 외진 데다 저녁이라 사람이 드물어 조금 적막해 보였다.“이 나무, 엄청 높네요!”사찰에 들어서자 높이가 40m 남짓한 고목이 보였다. 이 고목은 황보식 집에 있던 나무보다 잎이 무성했다. 일 년 내내 공양을 받으며 향을 피웠기 때문에 진서준은 이 나무에서 영기를 느꼈다.어떤 이는 고목 앞에서 경건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도 했다.멀지 않은 곳에는 늙은 스님 한 분이 바닥을 쓸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걸상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마시곤 했다.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흘렀고 마치 산해진미를 음미하듯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을 본 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힐링 되는 느낌을 받았다.“소란스러운 도시를 떠나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것 같아요.”진서준이 말했다.“그럼 우리 앞으로 매주 한 번씩 여기로 오면 되죠. 어때요?”허사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 그러면 그녀는 진서준과 단둘이 이곳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너무 좋죠!”진서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차를 마시고 있던 스님이 어느새 그들 앞에 나타났다.“두 분은 인연을 빌러 오셨죠?”스님이 직설적인 질문에 허사연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렇다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스님이 웃으면서 말했다.“우리 금영사에서 인연을 빌면 뜻대로 이루어질 겁니다! 이 나무가 아주 대단한 기운을 가지고 있거든요.”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 진서준을 끌고 나무쪽으로 향했다. 진서준이 스님 곁을 지나갈 때 스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시주님, 더는 손에 피를 묻히지 마세요.”그러자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스님을 한번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스님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인연을 비는 나무 앞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고개
“사연 씨가 제때 저를 잡아줘서 다행이지 아니면 저는 아마 죽었을 수도 있었어요!”진서준은 장난을 치면서 계속 말했다.“예전에는 영웅이 미녀를 구했지만 지금은 미녀가 영웅을 구하네요.”진서준이 웃는 모습을 보자 허사연은 그제야 자신이 진서준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허사연의 목을 껴안았고 허사연은 그를 품 안에 꼭 껴안았다.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스킨십은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만들었다.진서준은 앵두 같은 그녀의 입술을 보며 점점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댔다.그러자 수줍은 허사연은 얼른 눈을 감았다. 저녁노을까지 더해져 분위기는 더 로맨틱해졌다.이때 문 앞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분위기가 깨졌다.허사연은 놀란 토끼처럼 얼른 진서준을 내려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문 쪽을 바라보았다.진서준도 고개를 돌리고 화가 난 듯 문 쪽을 바라보았다. 문 앞에는 연한 메이크업을 한 여자가 얼굴을 가린 채 서있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숨길 수 없었다. 심지어 허사연과 비교해도 막상막하일 정도였다.“어! 저 여자는 그 사람이에요!”허사연은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질렀다. 진서준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더니 그도 금세 이 여자의 정체를 알아보았다.그녀는 국내에서 가장 핫한 연예인 배수정이었다!배수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느끼하고 펑퍼짐한 몸매의 중년 남자가 서있었다.“배수정, 네 주제를 알았으면 해! 우리 사장님과 함께 식사한 건 네 영광이야! 너 같은 연예인을 망치는 것은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더 쉬워!”그 남자는 사악한 눈빛으로 배수정을 거침없이 아래 우로 훑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가냘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옆에 있던 그녀의 매니저도 입을 열었다.“수정아, 그냥 강 사장님이랑 밥 한 끼 먹는 거야. 별거 아니야!”하지만 배수정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강 사장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연예인이 그에게 당한
방금 어디론가 사라졌던 늙은 스님이 마치 귀신처럼 배수정과 그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스님은 손에 빗자루를 들고 이 험악한 분위기를 보지 못한 듯 담담하게 바닥을 쓸고 있었다.“시주님, 발을 들어주세요!”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배수정은 이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발을 들었다. 그러자 스님은 그녀의 발밑에 있던 나뭇잎을 쓸어내려 갔다.방금 말하던 건장한 남자가 상황을 보고 어리둥절 해있다가 곧이어 화를 내며 소리쳤다.“대머리 새끼야, 저쪽에 가서 바닥을 쓸어!”하지만 스님은 이 건장한 남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그의 곁으로 갔다.“시주님, 발을 들어요.”스님이 자기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발을 들라고 하니 건장한 남자는 발을 들어서 그대로 스님의 배를 향해 걷어찼다.“안돼!”배수정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건장한 남자는 키가 190cm에 몸무게는 200근 거의 되었지만 스님은 뼈가 보일 정도로 나약해 보였다.만약 건장한 남자가 제대로 걷어차서 스님이 맞았다면 크게 다칠 것 같았다.이때 건장한 남자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이게 바로 내 말을 안 들은 결과야.”하지만 다음 순간 모두가 멍해졌다.스님이 손에 든 빗자루를 건장한 남자를 향해 가볍게 흔들었다.그러자 건장한 남자는 낙엽처럼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졌다.다른 경호원들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빨리 달려가 건장한 남자를 부축했다.“동원 형님, 괜찮으세요?”황동원은 여러 사람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이를 갈며 스님을 쳐다보았다.“대머리 새끼야, 죽고 싶어! 감히 나한테 손을 대? 네 절을 부숴버리겠어.”하지만 스님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황동원을 바라보았다.“이곳은 불가의 성지이니, 시주님께서 부디 말을 조심히 해주세요.”그러자 황동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성지기는 개뿔. 오늘 내가 너를 부처님께 보내 주마!”말을 마친 후 황동원은 뒤에 있는 십여 명의 경호원들에게 이 스님을 혼내주라고 지시했다.그러자 경호원들은 동시에 스님에게 덮
10여 자루의 총이 한 사람을 겨누고 있었으니 두려울 만도 했다.종사라 할지라도 10여 자루의 총을 마주할 때는 피해야 했다.허사연은 스님과 배수정을 걱정했지만 더더욱 진서준이 다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쏴!”황동원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스님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했다.탕탕탕!총소리가 울리자 절 밖의 새들은 놀라서 날아갔다.스님은 손에 든 빗자루로 온 힘을 다해 막았지만 실력 차이는 컸다. 그의 몸은 총알자국으로 피범벅이 되었다. 그 순간 스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숨이 딸렸다.“스님!”배수정은 비명을 지르면서 스님 앞으로 달려가서 그의 앞을 막아 나섰다.“그만해요. 당신들과 함께 갈게요.”배수정은 이를 갈며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봤다.전혀 무고한 사람에게 손을 댔으니, 그들이 얼마나 짐승 같은 사람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꺼져, 이 새끼는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야. 저년을 당장 끌어내!”황동원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말했다.바로 이때 진서준이 경호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모든 사람이 이 청년이 누구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있을 때 두 경호원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황동원은 화가 치밀어 올라 진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새끼야, 너도 죽고 싶어?”그리고 손을 들어 진서준을 향해 총을 쏘았다.총구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총알이 하나씩 진서준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서준 씨, 조심하세요!”허사연이 비명을 질렀다.배수정의 얼굴은 더더욱 창백해졌고 그녀는 두려워서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총소리가 울려 퍼지자, 황동원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서준의 몸에는 어떤 상처도 없었다. 그가 손을 약간 벌리니 총알 탄피가 땅에 떨어져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깜짝이야.”허사연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배수정과 매니저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맨손으로 총알을 막다니, 말도 안 돼.’배수정은 자신이 살면서 별의별 장면을 다 보
황동원 일행이 의기소침하게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배수정과 그녀의 매니저 박소진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멍해 있다가 갑자기 정신이 든 배수정은 즉시 진서준에게 고맙다고 말했다.“정말 감사해요.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 이미...”배수정은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들을 따라갔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두 짐작이 갔다.“참, 빨리 구급차를 불러요!”배수정은 갑자기 자신을 보호해 주려다 다친 스님이 생각났다.스님의 몸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았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수시로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러자 진서준이 말했다.“먼저 전화하고 있어요. 제가 스님을 구하고 있을게요.”진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배수정은 더욱 놀랐다.“혹시 의사 선생님이세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님 앞에 왔다.그가 손을 뒤집히자 다섯 개의 은침이 손바닥에 나타났다.“조금만 참으세요.”진서준이 말하는 동시에 손에 있던 은침들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스님의 몸안으로 날아들어 갔다.은침이 들어가자 스님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스님이 자기 몸에 매우 대단한 기운이 들어온 것을 느꼈다.그 기운은 그의 내상을 치료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원래 막혀 있던 경맥까지 시원히 뚫어주었다.스님은 놀란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치료가 끝나고 진서준이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자 스님의 몸 안에 있던 은침이 갑자기 밖으로 튀어나왔다.“지금 느낌이 어때요?”“시주님의 은혜는 이 무념이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무념 스님은 땅에서 몸을 일으키며 고마움 가득한 표정으로 진서준에게 인사했다.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건강해 보이는 무념 스님을 본 배수정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의술도 뛰어나고 무술 솜씨도 훌륭한 이 청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배수정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혹시 저의 개인 경호원과 의사가 되어 줄 수 있어요? 연봉은 당신이 마음대로 정하세요!”허사연이 이 상황을 보
“은퇴해도 돼요. 하지만 수정 씨가 번 돈의 열 배나 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해요!”진서준은 그녀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계약 내용이 이렇게 불공평할 줄은 몰랐다.허사연은 똑똑한 사업가로서 연예계의 내막을 알고 있었기에 진서준에게 말했다.“서준 씨,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은퇴하려면 뒷받침을 해주는 든든한 사람이 있어야 해요. 아니면 뼈가 빠질 때까지 일해야 돼요.”배수정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찌 됐든 오늘 정말 감사해요. 이건 제 명함이에요.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진서준은 명함을 받아 허사연에게 건네줬다.“네, 알겠어요.”...서울시 황성 술집의 룸 안.“성철 씨, 진수 씨, 앞으로 우리는 형제처럼 지내요. 이 강은우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만 해줘요.”40대 중반의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성철과 도진수는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었고 그들 곁에는 예쁜 여자들로 에워쌌다.“강 회장하고 형제가 되다니, 우린 운이 참 좋네요.”강성철이 아첨하듯 말했다.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이 중년 남자는 다름 아닌 고양시 지하 세력의 왕이라 불리는 강은우였다.강은우도 오늘 만월호에 있었던 승부를 직접 보러 왔다.진서준이 권해철과의 승부에서 이겼고 심지어 유혁수까지 죽이자 강은우는 즉시 사람을 보내 진서준의 인간관계를 알아보았다.강성철과 도진수가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은우는 직접 두 사람에게 찾아가 술자리를 가지자고 초대했다.예전 같으면 강성철과 도진수는 강은우와 함께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라곤 전혀 없었다.지금 그들이 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진서준의 덕이었다.강성철과 도진수도 이 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진서준을 더욱 고마워했다.세 사람이 술을 마시며 즐겁게 지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문을 확 열어버렸다.“어느 새끼야, 죽고 싶어!”강성철이 언짢은 어조로 소리쳤다.강은우가 들어온 사람이 자기
“그럼 됐네요.”정장 남자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흥, 우리 아버지한테 개기는 놈은 죽는 길밖에 없어.”하지만 정장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누군가가 공중을 가르며 정장 남자의 옆으로 날아가더니 벽에 거칠게 처박혔다.“뭐지?”조호 부자가 급히 뒤를 돌아보자 방금 날아간 게 귀도파 정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지금 그 정예는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뭐야, 이게?”조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조호가 반응하기도 전에 연이어 비명이 울려 퍼졌다.조금 전까지 우쭐대며 다가가던 정예들이 전부 바닥에 나뒹굴며 신음을 내고 있었다.반면, 진서준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 광경을 본 조호의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몇 초 만에 자기 정예 부하들이 전부 나가떨어졌다.진서준이 설마 이렇게 강력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네 부하들, 영 쓸모가 없는데?”진서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네 차례인가?”조호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이곳 르벨의 고수들은 죄다 알고 있는 조호였지만 이 청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설마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와 귀도파와 시비를 걸려는 놈인가?“대체 넌 누구야?”조호가 쌀쌀하게 물었다.“지금에서야 내 신분이 궁금해졌어? 늦어도 한참 늦었어.”진서준이 여유롭게 대답했다.“경고하지. 르벨 동부 구역은 내 구역이야. 설령 네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도 내 구역에서 깽판 치면 살아 나가지 못할 거야.”조호가 굳은 얼굴로 위협했다.“그래? 그럼 네가 어떻게 날 못 나가게 하는지 한번 보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었다.조호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총알은 못 피하겠지?”옆에서 정장 남자도 한숨을 돌리며 비웃었다.“방금까지 그렇게 까불더니 총 앞에서도 한번 까불어 봐.”지금 시대에서 총을 손에 쥔 자가 곧 생사를 결정하는 법이다.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일반인은 총알 한 방이면 끝장
“문 닫아, 전원 퇴장시켜.”조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즉시 움직였다.순식간에 유흥업소에서 즐기던 사람들이 전부 나갔고 유흥업소 전체가 텅 비었다.감시 카메라는 전부 끊겼고 유흥업소의 모든 출입구가 봉쇄됐다.이유도 모른 채 쫓겨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웅성거렸다.“대체 누가 호랑이 구역에서 깽판 친 거야?”“호랑이가 모든 사람을 내쫓으면 그건 누군가 죽는다는 뜻인데?”“조용히 살면 안 돼? 왜 하필 호랑이를 잘못 건드려서...”사람들은 몇 마디 수군거리고 이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이봐 청년, 생각보다 꽤 침착해 보이네.”조호가 진서준을 보며 의외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보통 사람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바지에 지렸을 텐데 이 녀석은 소파에 편하게 앉아 꼼짝도 안 했다.“하지만 오늘이 네 제삿날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조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제삿날이라고? 나한테 하는 소리 맞아?”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우리 아버지가 자기한테 하는 소리라도 된다는 거야?”정장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아까 그렇게 잘난 척했잖아. 지금도 그렇게 까불어 봐.”진서준은 정장 남자를 한번 쓱 보더니 진지하게 경고했다.“입단속 잘해. 안 그러면 조금 있다가 평생 말할 수 없게 될 거니까.”그 말에 조호의 눈이 가늘어졌다.“이 자식이 정말 건방지네. 좋아, 네 오만함을 봐서 특별히 기회를 주지. 스스로 팔 하나 자르고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럼 네 숨통을 끊어놓지 않을게.”조호가 칼을 꺼내 진서준 앞에 던졌다.그런데 진서준은 가볍게 웃더니 주머니에서 천기각 각주의 옥패를 꺼냈다.“이거 본 적 있어?”“그냥 싸구려 옥패 아니야? 뭐야, 돈으로 해결하려는 거야? 늦었다, 이 자식아.”정장 남자가 실소를 터뜨렸다.조호 역시 아무런 반응도 없자 진서준은 옥패를 집어넣었다.이 무리는 천기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그렇겠지. 애초에 그 노인네가 지하 세계를 누빈 것도 아닌데 이런 조폭들을 천기각에 끌어들이진
“됐어, 다들 그만 좀 해.”이때 엄승현이 나서서 중재하기 시작했다.“다들 아까 일 때문에 민감해진 것 같은데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자.”“엄승현, 너 인맥 넓잖아? 아까 그 사람 구해낼 수 있어?”도민수가 갑자기 물었다.“뭐? 무슨 소리야? 나보고 호랑이 손아귀에서 사람을 빼내라고?”엄승현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이 녀석이 호랑이의 아들을 때려놓고 이제 와서 엄승현에게 사람을 구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사실 방금 엄승현이 자기 목숨 건진 것도 기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민수야, 그럴 필요 없어. 진서준은 괜찮을 거야.”도지아가 조용히 말했다.“헛소리 마. 상대는 호랑이라고. 동부 구역에서 호랑이는 그야말로 지하의 황제야.”도민수는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분한테 찍히면 대단한 사람이 나서지 않는 이상 무조건 죽는다고.”자기 동생이 아직도 착한 사람이란 사실을 알아채자 도지아는 가슴이 뭉클했다.“내가 왜 나서야 하는데? 나랑 아무 상관도 없잖아.”엄승현이 싸늘하게 말했다.사실 도와주고 싶어도 도무지 도울 수 없었다.호랑이가 마음만 먹으면 엄씨 가문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적어도 저 사람은 우리를 구해줬어.”도민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팩트를 말했다.“내가 구해달라고 했어? 애초에 저놈이 괜히 주먹을 휘둘러서 일이 이렇게 커진 거잖아. 저놈이 흥분하지만 않았다면 우린 진작에 저기서 나왔어.”엄승현이 뻔뻔하게 말했다.“맞아, 자기가 영웅이라도 된 줄 아나 봐? 이제 곧 처맞을 텐데 아주 꼴좋네.”단발머리 여자가 대놓고 비웃었다.그들의 차가운 태도에 도민수는 분노가 치밀었다.“민수야, 넌 나를 못 믿는 거야? 내가 진서준이 무사할 거라고 분명히 말했잖아.”도지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누나를 믿으라고?”도민수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어떻게 누나를 믿어? 며칠 전 일은 벌써 잊었어?”도지아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잊지 않았어. 근데 결국 다들 무사히 돌아왔잖아.”“무사히 돌아왔다고?”
진서준이 호랑이의 아들까지 후려치는 걸 보자 사람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너 미쳤어? 조 도련님은 호랑이 아들이라고. 이분을 때린 건 곧 호랑이의 얼굴에 뺨을 때린 거랑 다름없다고.”엄승현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조 도련님, 복수할 대상을 잘못 찾으면 안 됩니다. 문제를 일으킨 건 저 사람들이지 우린 아무 상관 없습니다.”“맞아요, 조 도련님. 저희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정장 남자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이 쪽팔린 놈들아, 다 꺼져.”정장 남자가 침을 뱉으며 욕설을 내뱉었다.이렇게까지 비굴한 놈들은 정장 남자도 처음 봤다.“어서 가자, 다들 서둘러.”사람들은 구세주를 만난 듯 기쁨에 찬 얼굴로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너희도 가. 여긴 나 혼자로도 충분해.”진서준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그래도...”도지아는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여기 남아봐야 나한테 짐만 돼. 그냥 가.”진서준이 단호하게 다시 축객령을 내렸다.그 말에 은근히 기분이 상한 도지아는 진서준을 살짝 째려봤다.“알겠어. 조심해. 가자, 민수야. 여긴 진서준한테 맡기자.”도지아는 도민수의 팔을 끌며 방을 나섰다.같은 시각, 정장 남자도 전화를 마쳤다.정장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진서준을 노려봤다.“어디 한번 보자. 네가 얼마나 배짱 좋은 놈인지. 우리 아버지가 오시면 그때도 지금처럼 잘난 척할 수 있길 바랄게.”진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 조호가 오기를 기다렸다.한편, 엄승현 일행은 유흥업소 건너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그들은 창문을 통해 건물 앞에 줄지어 선 승합차들을 확인했다.그 차에서 강철로 된 칼을 든 건장한 남자들이 쏟아져 나와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어휴, 빨리 도망쳐서 다행이야. 조금만 늦었다면 우린 꼼짝없이 죽었어.”그 광경을 보며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아까 정장 남자가 엄승현 일행을 놔주지 않았다면 저 방에서 영영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야, 도민수. 그냥 네 누나한테 조 도련님이랑 한 달만 있으라고 해. 그럼 우린 다 여기서 나갈 수 있잖아.”“그래, 네 누나가 조 도련님이랑 잘 되면 넌 조 도련님 처남이 되는 거야. 그건 일반 신분이 아니야.”“맞아, 너희 집안이 이 기회를 잡고 르벨에서 우뚝 서는 거야.”다들 자기 안전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민수를 설득하려 했다.“너희들 인간 맞아? 우리 누나를 희생해서 너희 목숨을 구하겠다고?”도민수는 눈을 부릅뜨고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자기 친구들이 이 정도로 역겨운 사람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이 일 애초에 너 때문에 일어난 거잖아. 네가 조 도련님을 때리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 꼴 났겠어?”정장 남자가 엉덩이를 만졌던 여자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아까 저놈이 네 엉덩이 만졌을 때, 네가 먼저 성추행이라고 소리쳤잖아?”도민수는 어이가 없었다.아까 기껏 도와줬더니 지금 와서 오히려 자기를 원망하고 있었다.정말 배은망덕하긴 짝이 없었다.“그때 저 사람이 조 도련님인 줄 알았으면 난 절대 그런 말 안 했어.”여자가 당당하게 반박했다.“너희들 정말 대박이다.”도민수는 분통이 터져 미칠 것 같았다.“너희랑 같은 학교 다녔다는 게 진짜 내 인생 최대의 수치야.”“조 도련님, 우리 모두 도민수 누나가 조 도련님을 모시는 걸로 동의했어요. 그러니 제발 우리를 풀어주세요.”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다.도지아 역시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고 이 사람들이 역겨워 토할 것만 같았다.“진서준, 부탁할게.”도지아는 진서준을 바라봤다.“알았어. 넌 먼저 동생을 데리고 나가 있어.”진서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다.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도민수의 병을 봐주는 거였는데 주먹을 또 휘두르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다른 놈들은 몰라도 이 여자는 못 건드려.”진서준은 무심한 말투로 정장 남자에게 경고했다.“넌 또 뭐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정장 남자는 진서준의 건방진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정장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자 상황은 순식간에 뒤집혔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던 엄승현은 정장 남자의 따귀를 맞고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그 이유는 단 하나, 정장 남자의 아버지가 바로 호랑이였기 때문이었다.호랑이는 르벨 동부 지역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인물이었다.엄승현의 집이 좀 잘사는 건 맞지만 호랑이 앞에서는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지금 이 순간, 이렇게 공개적으로 뺨을 맞았음에도 엄승현은 감히 화를 낼 수도 없고 그저 비굴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조 도련님, 방금은 제가 많이 실례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엄승현은 황급히 와인 한 병을 따더니 단숨에 들이켰다.술이 모두 넘어가자 엄승현의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조 도련님, 우리 아버지와 도련님 아버지는 오랜 사업 파트너입니다. 제 아버지를 봐서라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주실 수 없겠습니까? 제가 나중에 호텔에서 성대한 연회를 열어 다시 한번 정식으로 사죄하겠습니다.”그러나 정장 남자는 엄승현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내가 네 술 한 잔 얻어먹자고 이러는 줄 알아?”엄승현은 그 말에 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조 도련님,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간단하지. 네 아버지랑 우리 아버지가 아는 사이니까 네가 와인 한 병 더 마시면 그냥 보내주지. 하지만 이놈들은 여기 남아야 해.”정장 남자는 도지아를 비롯한 일행을 가리키며 비열하게 웃었다.그 말을 듣자 모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여자들은 공포에 질려 몸을 벌벌 떨며 엄승현 뒤로 숨었다.“승현 오빠, 제발 구해주세요.”여자들은 울먹이며 엄승현에게 도움을 청했다.눈물 그렁그렁한 얼굴들이 엄승현의 동정을 자아냈다.엄승현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정장 남자에게 부탁했다.“조 도련님, 제발 이 애들은 봐주십시오. 다들 제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이 한 잔씩 올리는 걸로 그냥 넘어가 주실 수 없겠습니까?”말이 끝나자마자 정장 남자는 다짜고짜 손을 들어 그
“나도 너 같은 외지인들 많이 봤거든. 기를 쓰고 우리 도시에 자리 잡으려 하는 놈들 말이야.”갑자기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하는 엄승현을 보며 진서준은 질린다는 듯이 눈을 부라렸다.‘이놈 정신 상태가 이상하네.'그때, 도민수가 나서서 말했다.“형, 우리 그냥 딴 데로 갈까요?”“왜 딴 데로 가려고 해?”조금 전 진서준에게 밀린 탓인지 엄승현의 말투가 사뭇 날카로웠다.“여긴 귀도파 구역인지라 싸움이 금지되어 있잖아요. 아까 그놈 패버렸는데 혹시 그놈이 귀도파에 일러바치면 우리도 곤란해질 수 있어요.”도민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귀띔했다.이 말을 들은 도민수 일행도 슬슬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르벨은 동서남북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그중 동부 지역을 장악한 최대 조직이 바로 귀도파였다.귀도파 조직원은 수천 명이었고 하나같이 잔혹한 놈뿐이라 감히 건드릴 자가 없었다.게다가 여기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대학생 신분인지라 괜히 귀도파를 건드렸다가 진짜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하지만 엄승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걱정 마. 우리 아버지가 귀도파 두목 호랑이와 친구거든.”“대박, 승현 오빠 인맥이 대단하네요.”“역시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남자다워요. 귀도파 두목이랑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우리 다 함께 승현 오빠를 위해 한잔하자.”모두가 잔을 들며 엄승현에게 한 잔을 권하자 엄승현의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엄승현은 이때다 싶어 슬쩍 도지아를 바라봤다.자기를 보고 감탄하는 줄 알았는데 도지아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바로 이때, 누군가 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곧이어 아까 엄승현에게 얻어맞았던 정장 남자가 불같이 뛰어들었다.그리고 남자 뒤에는 칼을 든 건장한 사내들이 잔뜩 따라왔다.이 광경에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순식간에 엄승현 뒤로 숨어들었다.“너 진짜 지원군 데려왔네?”엄승현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겁먹은 기색은 없었다.“군자는 복수를 하루라도 미루지 않는 법이야. 네가 아까 날 때린
“승현 오빠, 시원하게 잘 팼어요. 저 개자식 확실하게 밟아버리세요.”“우리 승현 오빠 앞에서 감히 까불어? 죽지 못해 안달이 났구나.”“흥, 승현 오빠는 우리 헬스팀 에이스야. 감히 이런 분을 건드려? 주제 파악이 안 돼?”도민수 일행은 정장 남자가 피범벅이 된 걸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이 분위기에 엄승현도 한껏 고무되었다.“지금 당장 꺼져. 안 그럼 넌 오늘 병원 중환자실 예약이야.”엄승현이 또 술병을 들어 정장 남자를 협박했다.“너 독한 건 인정하지.”정장 남자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이를 악물고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말 똑바로 해. 그리고 우리 친구들한테 제대로 사과해.”엄승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차기를 날렸고 정장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미안해.”정장 남자가 이를 갈며 억지로 사과했다.“성의가 없잖아, 다시 제대로 해.”엄승현이 또다시 발차기를 날렸다.“죄송합니다!”정장 남자가 억지로 분을 삭이며 다시 외쳤다.“그래, 그 정도는 돼야지.”엄승현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이제 꺼져. 다음에 또 마주치면 알아서 자리를 피해. 또 쓸데없이 까불다간 진짜 뼈를 바스러뜨릴 줄 알아.”정장 남자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더니 떠나기 전 엄승현을 빤히 쏘아봤다.“승현 오빠 최고예요!”“승현 오빠는 저놈 사과를 받아낼 정도로 대단하네요.”“승현 오빠 아직 여자친구 없다면서요? 혹시 우리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 아닌가요?”몇몇 여학생은 얼굴을 붉히며 설레는 마음으로 엄승현을 바라봤다.팽팽한 분위기가 풀리자 도지아가 다가와 도민수를 설득했다.“민수야, 이제 누나랑 같이 집에 가자.”“나 안 가. 갈 거면 누나 혼자 가. 나 귀찮게 하지 마.”도민수가 짜증 섞인 말투로 도지아를 밀쳐냈다.“야, 너 누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엄승현이 곧바로 다가와 얼굴을 굳히며 도민수를 꾸짖었다.그러곤 다시 다정한 눈빛으로 도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 누나, 괜찮아요?”“응, 난 괜찮아.”도지아가 예의 바르게
“그만해!”도지아가 황급히 외치며 도민수의 앞을 막아섰다.“이봐요, 말로 해결합시다. 손찌검은 하지 말고요.”“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도민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누나를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어이쿠, 여기 또 미녀 한 분이 오셨네? 이런 풍경은 흔치 않은데?”정장 남자가 도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도지아는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말했다.“이봐요, 제 동생이 당신한테 어떤 짓을 했나요?”“이놈이 내 얼굴을 때렸거든. 이걸 어쩌면 좋을까?”양복남이 쌀쌀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내 친구 엉덩이를 만졌잖아. 한 대 맞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도민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반박했다.“내가 그년 엉덩이를 만진 건 영광인 줄 알아야지. 게다가 그년은 왜 그렇게 야하게 입고 다니는데? 남자 꼬시겠다는 거 아니야?”정장 남자가 억지 논리를 내세웠다.그 말을 듣자마자 도지아는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이 인간이 도민수의 친구를 성추행했고 도민수가 그걸 못 참아 주먹을 날린 거였다.“이봐요, 당신이 먼저 잘못했으니까 제 동생이 참지 못한 거죠.”도지아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웃기고 자빠졌네. 내가 뭘 잘못했는데?”양복남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가씨, 이놈 누나 맞지? 그럼 내가 화해할 방법을 알려 줄게. 오늘 밤 아가씨가 나랑 즐겁게 놀아주면 아가씨 동생이 날 때린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그 순간, 도민수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이 개자식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너 그 입 다시 놀려 봐? 진짜 네 머리 터지고 싶어?”정장 남자의 선을 넘는 말에 도지아의 얼굴도 차갑게 식었다.“지금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누가 옳고 그른지 경찰이 판단하게 하자.”“경찰?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 알고 개소리하는 거야? 그놈들이 감히 날 잡아갈 수 있을 것 같아?”양복남은 코웃음을 치며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내 일은 내가 해결해. 넌 빠져.”도민수가 도지아를 옆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