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그의 정체를 모르는걸!”나지혜는 울상을 한 채 말했다.진서준은 싸늘한 눈길로 황정식을 바라보았다.“앞으로 어떻게 교육할 생각이죠?”황정식은 망설였다. 황성윤은 친손자였기에 심하게 처벌하는 건 마음이 아팠다.그러나 처벌이 너무 가벼우면 진서준의 노여움을 살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황씨 일가 전체가 변을 당할지도 몰랐다.“진서준 씨 분부대로 하겠습니다.”황정식은 진서준에게 결정권을 넘길 생각이었다.진서준이 정말로 황성윤을 죽일 생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황성윤이 장손이긴 했지만 유일한 손자는 아니었다.“조금 전 황은비 씨가 말하길, 손주분이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요?”진서준은 차분하게 말했다.“네, 저놈은 줄곧 해외에서 살았습니다.”황정식이 황급히 대답했다.진서준은 냉소했다.“그러면 앞으로 평생 알리카에서 살게 하세요. 절대 알리카를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알리카.7대륙에서 알리카가 가장 빈곤했다.알리카에 있는 수도 중 일부는 경제 상황이 대한민국의 시골보다도 못했다.황성윤은 해외에서 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과 알리카에 여행 가본 적이 있었다.그는 알리카가 얼마나 가난하고 혼란스러운지 직접 봤었다.평생 알리카에서 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네! 오늘 당장 알리카로 보내겠습니다. 평생 알리카를 벗어나지 못하게 할게요.”황정식도 동의했다.“할아버지, 전 할아버지 친손자예요.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되죠!”당황한 황성윤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서 사정했다.그러나 황정식은 꿈쩍하지 않았다.“썩 꺼지거라. 친손자가 아니었으면 널 잘게 다져서 만월호에 던졌을 거다.”황성윤을 알리카에 보낸다면 삶이 좀 고달프긴 하겠지만 적어도 살 수는 있었다.만약 황정식이 진서준이 제시한 조건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황성윤에게는 죽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제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황정식은 귀찮다는 듯이 경호원에게 손짓했다.“지금 당장 데리고 가. 그리고 오늘 밤 알리카로
검은색 마이바흐 승용차 안.“아버지, 우리 복수는 어떻게 해요?”진서준에게 맞아 한 손이 부러진 강호걸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기 아버지를 쳐다보았다.그들 부자는 진서준이 바로 진 마스터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진서준은 남주성의 명문가들로부터 천사로 불렸던 권해철과의 승부에서 이겼다.그리고 거침없는 기세로 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를 죽여버렸다.이런 무서운 존재는 그들 강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강성준의 사부님이라 해도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급해하지 마. 내가 좀 생각해 볼 게.”강옥산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언짢은 어조로 말했다.진서준의 무서운 실력을 본 강옥산은 공포와 절망을 느꼈다.그리고 지금 진서준과 겨룰 수 있는 사람은 전설 속의 선천 대종사밖에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선천 대종사는 남주성에 단 한 명도 없었다.설령 있다고 해도 그들 강씨 집안은 만날 자격이 없었다.이때 갑자기 강옥산의 눈이 번쩍였다.“성준의 사부님이 예전에 혈운 조직의 종사들과 아는 사이라고 했으니 성준이가 오늘 일을 혈운 조직에 알려준다면 그 사람들은 절대로 진서준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혈운 조직에는 대성 종사만 열 명 있었고 그들은 많은 종사들을 죽였다.만약 진서준이 혈운의 유혁수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조건 진서준을 향해 미친 듯이 복수를 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제아무리 진서준이 대단하다고 해도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럼 제가 지금 바로 형님께 전화할게요.”전화기 너머로 강성준은 진서준이 유혁수를 죽였다는 사실을 듣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큰소리로 웃었다.혈운 조직은 화진의 무도계에서 세력이 아주 강하기로 소문이 났다.혈운 조직을 건드리면 죽임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날 진서준이 권해철을 이겼다는 소식은 무서운 속도로 전 남주성에 퍼졌고 심지어 가까운 여러 성에도 모두 진 마스터라는 이름이 쫙 퍼졌다.모든 사람은 서울시에 이렇게 하늘을 찌르는 실력을 갖춘 괴물이 생겼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남주성 고양시.
이상범은 공손하게 자기소개를 했다.중년 여자는 그의 이름을 듣고 흠칫 놀란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얼른 들어오세요. 탁 어르신께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어요.”말을 마친 후, 중년 여자는 별장의 문을 열어 세 사람을 들어오게 했다.별장에 들어오자 이지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셋째 삼촌, 이 할머니에게 그렇게 공손하게 대해서 뭐 해요? 이 할머니는 탁 어르신도 아니잖아요.”이지성이 이렇게 말하자 이상범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이상범이 말을 하기도 전에 차가운 살기가 이지성의 발밑을 스쳐 지나갔다.쓱!나뭇잎 하나가 공기를 가르며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날아가 이지성이 앉고 있는 쇠로 만든 휠체어를 박살 냈다.그러자 이지성은 휠체어에서 바로 땅으로 미끄러지며 심하게 넘어졌다.이 상황을 본 이혁재는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나뭇잎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니, 이건 분명히 종사 급이었다.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아줌마가 무도 종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종사님, 바보 같은 제 조카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이상범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허리를 굽혀 그 중년 여자에게 사과했다.“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하세요. 아니면 시신을 거둘 준비나 하세요.”중년 여자는 소리 없이 이상범 세 사람 옆을 지나갔다.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세 사람은 제정신이 들었다.“바보 같은 녀석!”이상범은 발로 이지성을 호되게 걷어찼다.“죄송해요, 셋째 삼촌. 난 저 여자가 그냥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얼굴이 창백해진 이지성은 식은땀이 나서 옷이 흠뻑 젖었다.그녀가 자신의 곁을 지날 때, 이지성은 지옥으로 말려들어 가는 것 같았다.“탁 어르신 저택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평범한 사람일 수 있어!”“그만해, 상범아. 어서 탁 어르신을 만나러 가자.”이혁재가 자기 아들을 위해서 한마디 했다.이상범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그러자 이혁재도 자기 아들을 부축하고 절뚝거리며 별장 거실로 향했다.거실에 들어서자 흰색 한복을
살랑살랑 불어오는 저녁 바람은 너무 차게 느껴지지 않았다. 진서준과 허사연은 손을 잡고 금영사 입구에 도착했다.사찰은 크지 않았고 다소 외진 데다 저녁이라 사람이 드물어 조금 적막해 보였다.“이 나무, 엄청 높네요!”사찰에 들어서자 높이가 40m 남짓한 고목이 보였다. 이 고목은 황보식 집에 있던 나무보다 잎이 무성했다. 일 년 내내 공양을 받으며 향을 피웠기 때문에 진서준은 이 나무에서 영기를 느꼈다.어떤 이는 고목 앞에서 경건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도 했다.멀지 않은 곳에는 늙은 스님 한 분이 바닥을 쓸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걸상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마시곤 했다.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흘렀고 마치 산해진미를 음미하듯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을 본 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힐링 되는 느낌을 받았다.“소란스러운 도시를 떠나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것 같아요.”진서준이 말했다.“그럼 우리 앞으로 매주 한 번씩 여기로 오면 되죠. 어때요?”허사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 그러면 그녀는 진서준과 단둘이 이곳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너무 좋죠!”진서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차를 마시고 있던 스님이 어느새 그들 앞에 나타났다.“두 분은 인연을 빌러 오셨죠?”스님이 직설적인 질문에 허사연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렇다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스님이 웃으면서 말했다.“우리 금영사에서 인연을 빌면 뜻대로 이루어질 겁니다! 이 나무가 아주 대단한 기운을 가지고 있거든요.”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 진서준을 끌고 나무쪽으로 향했다. 진서준이 스님 곁을 지나갈 때 스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시주님, 더는 손에 피를 묻히지 마세요.”그러자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스님을 한번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스님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인연을 비는 나무 앞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고개
“사연 씨가 제때 저를 잡아줘서 다행이지 아니면 저는 아마 죽었을 수도 있었어요!”진서준은 장난을 치면서 계속 말했다.“예전에는 영웅이 미녀를 구했지만 지금은 미녀가 영웅을 구하네요.”진서준이 웃는 모습을 보자 허사연은 그제야 자신이 진서준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허사연의 목을 껴안았고 허사연은 그를 품 안에 꼭 껴안았다.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스킨십은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만들었다.진서준은 앵두 같은 그녀의 입술을 보며 점점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댔다.그러자 수줍은 허사연은 얼른 눈을 감았다. 저녁노을까지 더해져 분위기는 더 로맨틱해졌다.이때 문 앞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분위기가 깨졌다.허사연은 놀란 토끼처럼 얼른 진서준을 내려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문 쪽을 바라보았다.진서준도 고개를 돌리고 화가 난 듯 문 쪽을 바라보았다. 문 앞에는 연한 메이크업을 한 여자가 얼굴을 가린 채 서있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숨길 수 없었다. 심지어 허사연과 비교해도 막상막하일 정도였다.“어! 저 여자는 그 사람이에요!”허사연은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질렀다. 진서준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더니 그도 금세 이 여자의 정체를 알아보았다.그녀는 국내에서 가장 핫한 연예인 배수정이었다!배수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느끼하고 펑퍼짐한 몸매의 중년 남자가 서있었다.“배수정, 네 주제를 알았으면 해! 우리 사장님과 함께 식사한 건 네 영광이야! 너 같은 연예인을 망치는 것은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더 쉬워!”그 남자는 사악한 눈빛으로 배수정을 거침없이 아래 우로 훑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가냘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옆에 있던 그녀의 매니저도 입을 열었다.“수정아, 그냥 강 사장님이랑 밥 한 끼 먹는 거야. 별거 아니야!”하지만 배수정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강 사장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연예인이 그에게 당한
방금 어디론가 사라졌던 늙은 스님이 마치 귀신처럼 배수정과 그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스님은 손에 빗자루를 들고 이 험악한 분위기를 보지 못한 듯 담담하게 바닥을 쓸고 있었다.“시주님, 발을 들어주세요!”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배수정은 이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발을 들었다. 그러자 스님은 그녀의 발밑에 있던 나뭇잎을 쓸어내려 갔다.방금 말하던 건장한 남자가 상황을 보고 어리둥절 해있다가 곧이어 화를 내며 소리쳤다.“대머리 새끼야, 저쪽에 가서 바닥을 쓸어!”하지만 스님은 이 건장한 남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그의 곁으로 갔다.“시주님, 발을 들어요.”스님이 자기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발을 들라고 하니 건장한 남자는 발을 들어서 그대로 스님의 배를 향해 걷어찼다.“안돼!”배수정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건장한 남자는 키가 190cm에 몸무게는 200근 거의 되었지만 스님은 뼈가 보일 정도로 나약해 보였다.만약 건장한 남자가 제대로 걷어차서 스님이 맞았다면 크게 다칠 것 같았다.이때 건장한 남자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이게 바로 내 말을 안 들은 결과야.”하지만 다음 순간 모두가 멍해졌다.스님이 손에 든 빗자루를 건장한 남자를 향해 가볍게 흔들었다.그러자 건장한 남자는 낙엽처럼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졌다.다른 경호원들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빨리 달려가 건장한 남자를 부축했다.“동원 형님, 괜찮으세요?”황동원은 여러 사람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이를 갈며 스님을 쳐다보았다.“대머리 새끼야, 죽고 싶어! 감히 나한테 손을 대? 네 절을 부숴버리겠어.”하지만 스님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황동원을 바라보았다.“이곳은 불가의 성지이니, 시주님께서 부디 말을 조심히 해주세요.”그러자 황동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성지기는 개뿔. 오늘 내가 너를 부처님께 보내 주마!”말을 마친 후 황동원은 뒤에 있는 십여 명의 경호원들에게 이 스님을 혼내주라고 지시했다.그러자 경호원들은 동시에 스님에게 덮
10여 자루의 총이 한 사람을 겨누고 있었으니 두려울 만도 했다.종사라 할지라도 10여 자루의 총을 마주할 때는 피해야 했다.허사연은 스님과 배수정을 걱정했지만 더더욱 진서준이 다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쏴!”황동원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스님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했다.탕탕탕!총소리가 울리자 절 밖의 새들은 놀라서 날아갔다.스님은 손에 든 빗자루로 온 힘을 다해 막았지만 실력 차이는 컸다. 그의 몸은 총알자국으로 피범벅이 되었다. 그 순간 스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숨이 딸렸다.“스님!”배수정은 비명을 지르면서 스님 앞으로 달려가서 그의 앞을 막아 나섰다.“그만해요. 당신들과 함께 갈게요.”배수정은 이를 갈며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봤다.전혀 무고한 사람에게 손을 댔으니, 그들이 얼마나 짐승 같은 사람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꺼져, 이 새끼는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야. 저년을 당장 끌어내!”황동원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말했다.바로 이때 진서준이 경호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모든 사람이 이 청년이 누구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있을 때 두 경호원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황동원은 화가 치밀어 올라 진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새끼야, 너도 죽고 싶어?”그리고 손을 들어 진서준을 향해 총을 쏘았다.총구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총알이 하나씩 진서준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서준 씨, 조심하세요!”허사연이 비명을 질렀다.배수정의 얼굴은 더더욱 창백해졌고 그녀는 두려워서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총소리가 울려 퍼지자, 황동원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서준의 몸에는 어떤 상처도 없었다. 그가 손을 약간 벌리니 총알 탄피가 땅에 떨어져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깜짝이야.”허사연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배수정과 매니저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맨손으로 총알을 막다니, 말도 안 돼.’배수정은 자신이 살면서 별의별 장면을 다 보
황동원 일행이 의기소침하게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배수정과 그녀의 매니저 박소진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멍해 있다가 갑자기 정신이 든 배수정은 즉시 진서준에게 고맙다고 말했다.“정말 감사해요.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 이미...”배수정은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들을 따라갔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두 짐작이 갔다.“참, 빨리 구급차를 불러요!”배수정은 갑자기 자신을 보호해 주려다 다친 스님이 생각났다.스님의 몸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았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수시로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러자 진서준이 말했다.“먼저 전화하고 있어요. 제가 스님을 구하고 있을게요.”진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배수정은 더욱 놀랐다.“혹시 의사 선생님이세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님 앞에 왔다.그가 손을 뒤집히자 다섯 개의 은침이 손바닥에 나타났다.“조금만 참으세요.”진서준이 말하는 동시에 손에 있던 은침들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스님의 몸안으로 날아들어 갔다.은침이 들어가자 스님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스님이 자기 몸에 매우 대단한 기운이 들어온 것을 느꼈다.그 기운은 그의 내상을 치료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원래 막혀 있던 경맥까지 시원히 뚫어주었다.스님은 놀란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치료가 끝나고 진서준이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자 스님의 몸 안에 있던 은침이 갑자기 밖으로 튀어나왔다.“지금 느낌이 어때요?”“시주님의 은혜는 이 무념이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무념 스님은 땅에서 몸을 일으키며 고마움 가득한 표정으로 진서준에게 인사했다.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건강해 보이는 무념 스님을 본 배수정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의술도 뛰어나고 무술 솜씨도 훌륭한 이 청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배수정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혹시 저의 개인 경호원과 의사가 되어 줄 수 있어요? 연봉은 당신이 마음대로 정하세요!”허사연이 이 상황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