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이 차가운 냉소를 지으며 끊임없이 이민혁에게 화염 운석 공격을 퍼부었다. 이민혁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흥미로웠다.하지만 그 순간, 이민혁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영적 에너지가 그의 몸에서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게 보였다. 강력한 영적 능력에서 큰 위압감이 느껴졌다.그와 함께 이민혁의 방패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김성훈의 공격 범위까지 벗어나 모든 화염 운석들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그 광경을 목격한 김성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단순한 영경 수준의 마법사한테 어떻게 이런 끝없는 영적 능력이 있을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었던 김성훈이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김성훈을 본 이민혁이 비웃으며 얘기했다.“왜요, 이건 예상 못 하셨나 봐요?”“이게 말이 돼? 네가 대체 어떻게…. 설마 너, 성역 법사니?”김성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미친 듯이 소리쳤다.이민혁이 가볍게 살풋 웃으며 답했다.그러는 순간에도 김성훈의 화염 운석의 위력은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단순한 중급 법술이었지만 초반부터 영적 에너지는 지나치게 소모한 탓에 길어봐야 3분 정도밖에 버틸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성훈의 화염 운석의 위력이 약해지는 것이 보였다.김성훈의 힘이 빠지는 것을 발견한 이민혁이 대놓고 김성훈을 조롱하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1분도 안 돼 점차 약해지던 화염 운석들이 아예 사라지자 이민혁도 번개 방패를 거두고 기진맥진해 그 자리에 놀란 눈으로 얼어붙어 있는 김성훈에게 천천히 걸어갔다.“너….”예상치 못한 패배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김성훈은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오는 이민혁을 노려보기만 할 뿐 말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했다.김성훈의 앞까지 걸어간 이민혁이 두 손을 모았다. 번개 빛이 번쩍이며 엄청난 굉음과 웅장한 기세를 내뿜었다.“넌 내 털끝 하나도 못 건드려.”악에 받친 김성훈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소리치며 두
그 순간, 화염에 휩싸인 거인이 등장했다. 화염에 휩싸인 거대한 체구 탓에 말도 안 되는 열기를 내뿜으며 이민혁에게 이성을 잃고 달려들기 시작했다.염마를 소환하는 데 성공한 김성훈은 그 자리에서 새빨간 피를 토하며 한참을 휘청이다 쓰러졌다.이미 영적 에너지를 다 소모해버린 김성훈은 자신의 모든 힘을 다 소진한 채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였다.그 순간, 이민혁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의 주먹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위압감을 풍기며 엄청난 힘을 품고 있는 불길이 솟았다.“하찮은 재주를 부려놨네.”이민혁의 엄청난 호통 소리와 함께 그는 순식간에 자신에게로 달려오던 염마의 앞으로 갔다. 불길을 내뿜고 있던 주먹을 힘껏 휘두르자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김성훈이 스스로 생명의 위협도 감수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소환해낸 염마는 이민혁의 주먹 한 방에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 김성훈의 영적 에너지로 변해 처참하게 사방으로 흩어졌다.이민혁은 이 기세를 몰아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김성훈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빠른 걸음으로 자신에게 걸어오는 이민혁을 보고 있던 김성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모든 기력을 소진해버린 그에게는 더이상 이민혁을 상대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방도가 없었다.눈 깜빡할 사이에 김성훈의 앞으로 온 이민혁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성훈에게 주먹을 내리꽂았다.옥패는 중급 법술 정도는 막아줄 수 있었지만 물리적인 공격에는 반응하지 못 하는 듯했다.이민혁의 주먹질은 온전히 육체적 힘으로만 내리꽂은 물리적인 공격이었다. 법술만 연마했지 이런 물리적인 기술은 겪어본 적 없던 김성훈이었기에 피할 생각도 못 하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곧바로 김성훈에게 또다시 주먹이 날아와 꽂혔다. 김성훈은 반격 한 번 못 해보고 외마디 비명만을 남긴 채 꽤 먼 거리까지 날아갔다. 피를 토하며 바닥에 내리꽂힌 김성훈은 그 자리에 쓰러져 생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잔혹한 광경에 김일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
이성일의 집에 도착한 이성일 일가족은 이민혁에게 달려가 그를 추대하기 시작했다. 이민혁이 앉아있던 소파를 빙 둘러싼 채 이것저것 갖다 바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그런 이성일 일가를 바라보던 이민혁이 모두를 불러세우고 자리에 앉히며 얘기했다.“얘기해보세요, 앞으로 다들 어떻게 할지.”“뭐든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사부님께서 내리신 결정이라면 뭐든 따를 겁니다.”이성일이 예의를 차리며 공손하게 대답했다.이민혁이 잠깐 헛기침을 하더니 사뭇 진중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이건 여러분 집안 문제인데, 여러분들이 직접 결정하셔야죠. 하지만 김씨 집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응징할 겁니다.”예전부터 김씨 집안의 행동이 지나치게 독단적이라고 생각해왔던 이민혁은 그들에게 어떠한 수단을 쓰든 벌을 주고야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씨 집안을 응징함으로써 다른 세력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심산이었다.하지만 용기가 없었던 이성일은 겁에 질려 이민혁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할 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겁먹은 이성일의 모습을 보던 이민혁이 가볍게 웃으며 얘기했다.“이렇게 하죠, 400억으로 배상하라고 전해요. 이 정도면 많이 봐준 거니까.”“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이민혁의 명령에 이성일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 순간, 문밖에서 누군가의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사장님, 사부님, 양승수 왔습니다.”“여기가 어디가 어디라고 찾아와?”이준호가 불만스러운 음성으로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주현산장의 양승수도 이성일의 집 앞까지 찾아온 자신에게 놀랐다. 기껏 찾아온 이성일의 집에 이민혁까지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버렸다.잠시 생각하던 이민혁이 입을 열었다.“들어오라고 하세요.”“사부님, 아무래도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문 앞에서 무릎 꿇고 안 들어오겠다고 버티고 있는데요.”하인이 난감하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여유롭게 웃음을 터뜨린 이민혁이 몸을 일으켜 현관 쪽을 향해 걸어갔다. 이민혁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본 이성일 일가가 다급하게 이민혁의
배달 기사는 진작에 지령을 받은 듯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민혁의 명령에 응답했다.“김성훈한테 전해하세요, 400억 빨리 준비해서 이성일한테 배상해주는 게 좋을 거라고. 최대한 봐준 게 이거니까.”이민혁이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광석을 전하러 와준 배달 기사 역시 일말의 거부감도 내비치지 않고 이민혁의 모든 요구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이민혁이 그제야 손을 휘저으며 이제 그만 가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이성일의 집 앞에 모인 인파들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이민혁 역시 이성일의 별장을 떠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낌새를 알아챈 이성일과 그의 아들 이준호가 기를 쓰고 이민혁을 자신들의 집에 남겨두려 애썼다.어쩔 수 없이 이민혁은 이성일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러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는 대로 방문을 활짝 연 이민혁의 눈에 방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이준호가 눈에 들어왔다.“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방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당황한 이민혁이 다급하게 이준호를 일으켜 세웠다.옆에서 이준호를 바라보고 있던 이성일이 둘에게로 걸어와 입을 열었다.“사부님, 제 아들 준호를 사부님의 수양아들로 거두어주십시오. 고집불통에 비열해 보일지는 몰라도 심성은 착한 아입니다. 데려가서 시종으로 쓰시면서 저희가 사부님께 은혜를 갚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이성일의 뜻을 알아들은 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성일의 뜻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그들에게 이민혁이라는 인물은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것이다.‘근데 수양아들이라니, 이제 대체 무슨 뜻이지? 나이가 이제 몇 살인데 벌써 집 밖으로 내보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냐고.’이민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얘기했다.“뜻은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서경시에 있을 때 저와 준호는 이미 얘기 다 끝냈습니다. 제가 당신 가문의 문제를 해결 해주는 대신, 저에게 이 광석들을 보내달라고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바로 제가 여러분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드릴 겁니다.”“그게… 정말입니까?”이민혁의 대답
초면에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만난 이민혁은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욱하는 마음에 주먹부터 나갈 뻔했지만, 열차 안의 모든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이 느껴졌다.굳이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었던 이민혁은 간신히 화를 삭이며 미간을 좁힌 채 얘기했다.“그쪽이 제 자리에 앉으셔서요, 그쪽 자리로 비켜주시죠.”“내가 여기 앉고 싶어서 앉겠다는데, 뭐 문제 될 거 있나?”금발의 남자가 건방지게 얘기했다.그 금발의 젊은 남자 옆에는 팔 한쪽을 문신으로 도배한 험상궂은 남자도 같이 앉아있었다. 이십대로 보이는 두 젊은 남자가 이민혁의 짜증 난다는 듯한 표정을 응시하고 있었다.성격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화가 나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하물며 이민혁은 그다지 성격이 좋은 사람도 아니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화를 주체 못 한 이민혁이 금발 남성의 멱살을 잡아 강제로 좌석에서 일으켰다. 냉기 어린 눈으로 금발의 남성을 노려보며 읊조렸다.“좋은 말로 할 때 꺼져.”“이 미친놈이 겁도 없이 감히 날 건드려?”순식간에 멱살이 잡혀버린 금발의 남자는 예상치 못한 상항에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남자가 이민혁에게 잡혀있는 자신의 멱살을 바라보며 욕을 내뱉었다. 옆에서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험상궂은 문신남 역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민혁에게 손을 쓸 준비를 하는 듯했다.일촉즉발의 순간, 그 상황을 목격한 역무원이 큰 소리로 물었다.“지금 뭐하시는 겁니까?”“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약간의 오해가 있어서요.”험상궂게 일그러져 있던 금발청년의 표정이 순식간에 누그러지더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런 금발청년을 본 문신남도 입을 꾹 다물었다.이민혁과 금발청년을 번갈아 보던 역무원이 입을 열었다.“잠시 표 검문이 있겠습니다. 신분증 좀 보여주시죠.”역무원의 말에 세 사람은 곧바로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신분증을 단말기에 인식하며 하나하나 검문하던 역무원이 금발청
”반가워요, 저는 임슬기라고 해요. 이쪽은 저희 언니 임윤지고요.”소녀가 말했다.이민혁이 그 둘을 쓱 훑어보았다.‘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싶더라니, 자매였구나.’“윤과 슬, 윤슬이라니. 좋은 이름이네요.”이민혁이 은은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이민혁이 대충 대꾸해주자 임슬기는 말문이 트였는지 본격적으로 이민혁과 대화를 시도했다.“뭐 하는 분이세요?”“아직은 직업이 없네요.”이민혁이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이민혁의 대답에 임슬기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저흰 지금 면접 보러 KP 컨소시엄까지 가는 중이에요. 진짜 합격만 하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KP라고요?”임슬기의 말에 이민혁이 멈칫했다.이민혁의 질문에 임슬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KP 컨소시엄이요. 지금 비즈니스 확장한다고 사원들 새로 뽑고 있잖아요. 저희 둘 다 금방 졸업했거든요. 1차 온라인 심사는 이미 통과했고 면접만 붙으면 돼요. KP 컨소시엄 진짜 대기업인 거 아시죠? 사내 복지도 엄청 좋다던데….”“네, 그럼 행운을 빌게요.”이민혁이 웃으며 답했다.임슬기가 무어라 더 말을 하려던 순간, 옆자리에 앉아있던 임윤지가 미간을 좁히며 임슬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언니의 시선을 느낀 임슬기가 눈치를 보며 더이상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신중할 줄 아는 언니와 그와 반대로 수다쟁이인 여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민혁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어려있었다.하지만 만약 방금 그 금발청년과 문신남이 두 소녀에게 찝쩍대지만 않았다면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세 사람은 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몰랐다.이민혁 역시 두 소녀와 더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은 없었기에 좌석 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고속 열차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기차는 빠른 속도로 서경 역에 진입했고 열차가 목적지에 멈춰 선 것을 확인한 이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릴 준비를 했다.열차에서 내려 서경 역 밖으로 나온 이민혁의 앞을 조금 전 그 금
그럼에도 임슬기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지만 임윤지의 손에 이끌려 그 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한편, 코너를 돌자마자 있는 골목 쪽에서는 천둥소리가 처참한 비명과 함께 들려왔다.곧이어 입꼬리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던 이민혁이 코너를 돌아 천천히 걸어 나왔다.두 건달 놈이 어디에서 이민혁의 소문을 주워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대고 이렇게 함부로 나대는 꼴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귀신, 귀신이다.”“아니야, 이선우야. 저건 이선우가 분명하다고.”둘의 잔뜩 겁먹은 음성에 피식 웃은 이민혁이 도로변으로 나와 해호섬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해호섬으로 돌아온 이민혁은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초공간으로 진입했다.초공간에서는 불 뿜는 용으로 잘 알려진 화교가 용신의 제단 옆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쉬고 있었다.초공간으로 들어온 이민혁을 발견한 화교는 바로 몸을 일으켜 이민혁에게로 가 머리를 비벼대며 온순한 반려동물처럼 굴었다.어딘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이민혁이 화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신에게 받은 공격으로 생긴 상처는 이미 완벽하게 아문 듯했고 정신상태 역시 또렷해 보였다.그 순간, 이민혁은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용신의 제단 그 자체에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수준의 강력하고도 신비한 힘이 있었다.그 용신의 제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힘을 이 화교가 제대로 누리는 듯했다. 몸에 난 상처가 흉터 하나 없이 말끔하게 아물고 몸속에 내재되어있던 영적 에너지도 완벽하게 회복된 것도 모자라 더 늘어난 게 보였다. 화교가 있기에 그 어떤 곳보다 적합해 보이는 그 공간을 둘러보며 이민혁이 해맑게 웃었다.“여기가 좋아?”화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미를 표했다.이민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이어 손가락을 쭉 폈다. 펼쳐진 이민혁의 손가락 끝에서 작디작은 붉은 빛이 나타났다.“계속 이곳에서 살고 싶다면, 나랑 영혼 계약이나 하나 맺자. 영혼 계약이 뭔지는 알고 있어?”화교가 고개를 가
한편, 화호산 깊은 곳에 위치한 협곡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서양인의 용모를 지닌 그는 은발에 회색의 긴 도포를 두른 채 협곡 여기저기에 남아있던 전투 흔적들을 둘러보았다.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천천히 눈을 감은 그가 알 수 없는 힘을 뿜어내어 협곡 전체를 덮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이곳에서 일어났던 전투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충 어떤 식으로 전투가 벌어졌는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곧이어 눈을 뜬 그가 새빨간 혓바닥으로 입술을 쓰며 입맛을 다시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들 정말 대단한 실력들을 갖고 있었네. 쉽지 않겠어. 피의 알까지 다 사라진 마당에 이거 어떡하면 좋지?”꽤 오랜 시간 동안 깊은 고민에 잠겨있던 남자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깊은 산 속 어딘가에서는 성스러운 빛으로 상처를 입을 사슴을 치료해주고 있던 길버트가 다급히 고개를 돌려 협곡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길버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같잖은 게 감히 날 몰래 염탐하시겠다?”치료를 끝마친 사슴이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풀숲으로 뛰어가는 것을 확인한 길버트는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또 한편, 호텔에서 단자에 빠져있던 추소영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혼잣말을 했다.혈신교 놈들이 드디어 목숨을 드러낸 건가? 간땡이가 부어도 제대로 부었지. 감히 경성까지 올 생각을 해?”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짐 정리를 마친 추소영이 문밖으로 나섰다.해 질 녘이 되어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던 때였다.서경시내로 나온 회색의 도포를 두른 남자가 덮개가 덮인 우물 앞에 서 있었다.그 남자는 순식간에 선혈의 핏자국으로 변해 우물 덮개 틈으로 스며들었다.그 핏자국들은 하수구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서경시의 모든 수도시설을 이어주고 있는 그 하수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 미로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하수도 안에는 오염수만 있는 것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