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의 집에 도착한 이성일 일가족은 이민혁에게 달려가 그를 추대하기 시작했다. 이민혁이 앉아있던 소파를 빙 둘러싼 채 이것저것 갖다 바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그런 이성일 일가를 바라보던 이민혁이 모두를 불러세우고 자리에 앉히며 얘기했다.“얘기해보세요, 앞으로 다들 어떻게 할지.”“뭐든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사부님께서 내리신 결정이라면 뭐든 따를 겁니다.”이성일이 예의를 차리며 공손하게 대답했다.이민혁이 잠깐 헛기침을 하더니 사뭇 진중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이건 여러분 집안 문제인데, 여러분들이 직접 결정하셔야죠. 하지만 김씨 집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응징할 겁니다.”예전부터 김씨 집안의 행동이 지나치게 독단적이라고 생각해왔던 이민혁은 그들에게 어떠한 수단을 쓰든 벌을 주고야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씨 집안을 응징함으로써 다른 세력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심산이었다.하지만 용기가 없었던 이성일은 겁에 질려 이민혁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할 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겁먹은 이성일의 모습을 보던 이민혁이 가볍게 웃으며 얘기했다.“이렇게 하죠, 400억으로 배상하라고 전해요. 이 정도면 많이 봐준 거니까.”“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이민혁의 명령에 이성일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 순간, 문밖에서 누군가의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사장님, 사부님, 양승수 왔습니다.”“여기가 어디가 어디라고 찾아와?”이준호가 불만스러운 음성으로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주현산장의 양승수도 이성일의 집 앞까지 찾아온 자신에게 놀랐다. 기껏 찾아온 이성일의 집에 이민혁까지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버렸다.잠시 생각하던 이민혁이 입을 열었다.“들어오라고 하세요.”“사부님, 아무래도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문 앞에서 무릎 꿇고 안 들어오겠다고 버티고 있는데요.”하인이 난감하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여유롭게 웃음을 터뜨린 이민혁이 몸을 일으켜 현관 쪽을 향해 걸어갔다. 이민혁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본 이성일 일가가 다급하게 이민혁의
배달 기사는 진작에 지령을 받은 듯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민혁의 명령에 응답했다.“김성훈한테 전해하세요, 400억 빨리 준비해서 이성일한테 배상해주는 게 좋을 거라고. 최대한 봐준 게 이거니까.”이민혁이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광석을 전하러 와준 배달 기사 역시 일말의 거부감도 내비치지 않고 이민혁의 모든 요구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이민혁이 그제야 손을 휘저으며 이제 그만 가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이성일의 집 앞에 모인 인파들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이민혁 역시 이성일의 별장을 떠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낌새를 알아챈 이성일과 그의 아들 이준호가 기를 쓰고 이민혁을 자신들의 집에 남겨두려 애썼다.어쩔 수 없이 이민혁은 이성일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러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는 대로 방문을 활짝 연 이민혁의 눈에 방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이준호가 눈에 들어왔다.“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방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당황한 이민혁이 다급하게 이준호를 일으켜 세웠다.옆에서 이준호를 바라보고 있던 이성일이 둘에게로 걸어와 입을 열었다.“사부님, 제 아들 준호를 사부님의 수양아들로 거두어주십시오. 고집불통에 비열해 보일지는 몰라도 심성은 착한 아입니다. 데려가서 시종으로 쓰시면서 저희가 사부님께 은혜를 갚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이성일의 뜻을 알아들은 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성일의 뜻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그들에게 이민혁이라는 인물은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것이다.‘근데 수양아들이라니, 이제 대체 무슨 뜻이지? 나이가 이제 몇 살인데 벌써 집 밖으로 내보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냐고.’이민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얘기했다.“뜻은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서경시에 있을 때 저와 준호는 이미 얘기 다 끝냈습니다. 제가 당신 가문의 문제를 해결 해주는 대신, 저에게 이 광석들을 보내달라고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바로 제가 여러분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드릴 겁니다.”“그게… 정말입니까?”이민혁의 대답
초면에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만난 이민혁은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욱하는 마음에 주먹부터 나갈 뻔했지만, 열차 안의 모든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이 느껴졌다.굳이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었던 이민혁은 간신히 화를 삭이며 미간을 좁힌 채 얘기했다.“그쪽이 제 자리에 앉으셔서요, 그쪽 자리로 비켜주시죠.”“내가 여기 앉고 싶어서 앉겠다는데, 뭐 문제 될 거 있나?”금발의 남자가 건방지게 얘기했다.그 금발의 젊은 남자 옆에는 팔 한쪽을 문신으로 도배한 험상궂은 남자도 같이 앉아있었다. 이십대로 보이는 두 젊은 남자가 이민혁의 짜증 난다는 듯한 표정을 응시하고 있었다.성격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화가 나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하물며 이민혁은 그다지 성격이 좋은 사람도 아니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화를 주체 못 한 이민혁이 금발 남성의 멱살을 잡아 강제로 좌석에서 일으켰다. 냉기 어린 눈으로 금발의 남성을 노려보며 읊조렸다.“좋은 말로 할 때 꺼져.”“이 미친놈이 겁도 없이 감히 날 건드려?”순식간에 멱살이 잡혀버린 금발의 남자는 예상치 못한 상항에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남자가 이민혁에게 잡혀있는 자신의 멱살을 바라보며 욕을 내뱉었다. 옆에서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험상궂은 문신남 역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민혁에게 손을 쓸 준비를 하는 듯했다.일촉즉발의 순간, 그 상황을 목격한 역무원이 큰 소리로 물었다.“지금 뭐하시는 겁니까?”“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약간의 오해가 있어서요.”험상궂게 일그러져 있던 금발청년의 표정이 순식간에 누그러지더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런 금발청년을 본 문신남도 입을 꾹 다물었다.이민혁과 금발청년을 번갈아 보던 역무원이 입을 열었다.“잠시 표 검문이 있겠습니다. 신분증 좀 보여주시죠.”역무원의 말에 세 사람은 곧바로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신분증을 단말기에 인식하며 하나하나 검문하던 역무원이 금발청
”반가워요, 저는 임슬기라고 해요. 이쪽은 저희 언니 임윤지고요.”소녀가 말했다.이민혁이 그 둘을 쓱 훑어보았다.‘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싶더라니, 자매였구나.’“윤과 슬, 윤슬이라니. 좋은 이름이네요.”이민혁이 은은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이민혁이 대충 대꾸해주자 임슬기는 말문이 트였는지 본격적으로 이민혁과 대화를 시도했다.“뭐 하는 분이세요?”“아직은 직업이 없네요.”이민혁이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이민혁의 대답에 임슬기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저흰 지금 면접 보러 KP 컨소시엄까지 가는 중이에요. 진짜 합격만 하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KP라고요?”임슬기의 말에 이민혁이 멈칫했다.이민혁의 질문에 임슬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KP 컨소시엄이요. 지금 비즈니스 확장한다고 사원들 새로 뽑고 있잖아요. 저희 둘 다 금방 졸업했거든요. 1차 온라인 심사는 이미 통과했고 면접만 붙으면 돼요. KP 컨소시엄 진짜 대기업인 거 아시죠? 사내 복지도 엄청 좋다던데….”“네, 그럼 행운을 빌게요.”이민혁이 웃으며 답했다.임슬기가 무어라 더 말을 하려던 순간, 옆자리에 앉아있던 임윤지가 미간을 좁히며 임슬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언니의 시선을 느낀 임슬기가 눈치를 보며 더이상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신중할 줄 아는 언니와 그와 반대로 수다쟁이인 여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민혁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어려있었다.하지만 만약 방금 그 금발청년과 문신남이 두 소녀에게 찝쩍대지만 않았다면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세 사람은 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몰랐다.이민혁 역시 두 소녀와 더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은 없었기에 좌석 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고속 열차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기차는 빠른 속도로 서경 역에 진입했고 열차가 목적지에 멈춰 선 것을 확인한 이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릴 준비를 했다.열차에서 내려 서경 역 밖으로 나온 이민혁의 앞을 조금 전 그 금
그럼에도 임슬기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지만 임윤지의 손에 이끌려 그 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한편, 코너를 돌자마자 있는 골목 쪽에서는 천둥소리가 처참한 비명과 함께 들려왔다.곧이어 입꼬리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던 이민혁이 코너를 돌아 천천히 걸어 나왔다.두 건달 놈이 어디에서 이민혁의 소문을 주워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대고 이렇게 함부로 나대는 꼴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귀신, 귀신이다.”“아니야, 이선우야. 저건 이선우가 분명하다고.”둘의 잔뜩 겁먹은 음성에 피식 웃은 이민혁이 도로변으로 나와 해호섬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해호섬으로 돌아온 이민혁은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초공간으로 진입했다.초공간에서는 불 뿜는 용으로 잘 알려진 화교가 용신의 제단 옆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쉬고 있었다.초공간으로 들어온 이민혁을 발견한 화교는 바로 몸을 일으켜 이민혁에게로 가 머리를 비벼대며 온순한 반려동물처럼 굴었다.어딘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이민혁이 화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신에게 받은 공격으로 생긴 상처는 이미 완벽하게 아문 듯했고 정신상태 역시 또렷해 보였다.그 순간, 이민혁은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용신의 제단 그 자체에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수준의 강력하고도 신비한 힘이 있었다.그 용신의 제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힘을 이 화교가 제대로 누리는 듯했다. 몸에 난 상처가 흉터 하나 없이 말끔하게 아물고 몸속에 내재되어있던 영적 에너지도 완벽하게 회복된 것도 모자라 더 늘어난 게 보였다. 화교가 있기에 그 어떤 곳보다 적합해 보이는 그 공간을 둘러보며 이민혁이 해맑게 웃었다.“여기가 좋아?”화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미를 표했다.이민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이어 손가락을 쭉 폈다. 펼쳐진 이민혁의 손가락 끝에서 작디작은 붉은 빛이 나타났다.“계속 이곳에서 살고 싶다면, 나랑 영혼 계약이나 하나 맺자. 영혼 계약이 뭔지는 알고 있어?”화교가 고개를 가
한편, 화호산 깊은 곳에 위치한 협곡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서양인의 용모를 지닌 그는 은발에 회색의 긴 도포를 두른 채 협곡 여기저기에 남아있던 전투 흔적들을 둘러보았다.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천천히 눈을 감은 그가 알 수 없는 힘을 뿜어내어 협곡 전체를 덮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이곳에서 일어났던 전투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충 어떤 식으로 전투가 벌어졌는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곧이어 눈을 뜬 그가 새빨간 혓바닥으로 입술을 쓰며 입맛을 다시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들 정말 대단한 실력들을 갖고 있었네. 쉽지 않겠어. 피의 알까지 다 사라진 마당에 이거 어떡하면 좋지?”꽤 오랜 시간 동안 깊은 고민에 잠겨있던 남자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깊은 산 속 어딘가에서는 성스러운 빛으로 상처를 입을 사슴을 치료해주고 있던 길버트가 다급히 고개를 돌려 협곡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길버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같잖은 게 감히 날 몰래 염탐하시겠다?”치료를 끝마친 사슴이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풀숲으로 뛰어가는 것을 확인한 길버트는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또 한편, 호텔에서 단자에 빠져있던 추소영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혼잣말을 했다.혈신교 놈들이 드디어 목숨을 드러낸 건가? 간땡이가 부어도 제대로 부었지. 감히 경성까지 올 생각을 해?”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짐 정리를 마친 추소영이 문밖으로 나섰다.해 질 녘이 되어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던 때였다.서경시내로 나온 회색의 도포를 두른 남자가 덮개가 덮인 우물 앞에 서 있었다.그 남자는 순식간에 선혈의 핏자국으로 변해 우물 덮개 틈으로 스며들었다.그 핏자국들은 하수구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서경시의 모든 수도시설을 이어주고 있는 그 하수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 미로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하수도 안에는 오염수만 있는 것
이민혁은 추소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갑자기 피식 웃으며 말을 꺼냈다.“들어오세요.”이윽고 두 사람은 이민혁의 방에 들어왔고 추소영은 소파에 기대앉아 감탄을 쏟아부었다.“여기 공기가 정말 맑네요.”“과찬이십니다. 혹시 어떤 비밀을 공유하러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나요?”이민혁은 추소영에게 차를 내주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추소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여기 환경이 이렇게 좋은데 부모님도 당연히 이곳에 계시겠죠?”“아니요.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적에 실종되어서 전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면서 자라왔습니다.”이민혁이 담담하게 말하자 뜻밖의 소식에 추소영이 안절부절못했다.“앗,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그러나 이민혁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런데 이건 비밀이 아닌 것 같은데요.”“그저 한번 물어본 것 뿐입니다. 그런데 아까 누군가가 우리를 몰래 감시하고 있었는데 민혁 씨도 알고 계셨죠?”“혹시 아까 타임슬립을 사용한 녀석 말씀하시는 겁니까?”“네.”그러자 이민혁은 무뚝뚝한 얼굴로 답했다.“그 녀석이 이미 서경시에 온 모양인데 종적을 감춘 것을 보아하니 어딘가에 숨어지내는 듯 합니다.”“혈신교에 속한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피의 알 사건에 대해 알아보러 온 듯 싶네요.”추소영이 말하자 이민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피의 알은 대체 뭡니까?”“피의 알은 혈신교의 성물로써 들은 바로는 혈신님께서 하사하신 물건인데 강대한 힘을 갖고 있어 피의 알에 들어있는 힘을 전부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은 혈신교의 성자나 성녀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성자나 성녀는 매우 강대한 존재로서 직접 혈신과 교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일정한 신력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이민혁은 잠시간 침묵을 지키며 사색에 잠겼다. 피의 알은 확실히 강대한 힘을 갖고 있다. 이는 헌제에서 받은 용의 은총으로 충분히 확인된다.이어 추소영이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민혁 씨는 피의 알을 가
곧이어 추소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네, 안타깝죠. 하지만 저희 동제회는 두 분의 유지를 이어받아 계속해서 싸워나갈 겁니다.”이민혁은 더이상 답하지 않았고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우리는 지금 함께 힘을 합쳐 싸워야 합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잠시 이곳에서 지내도 될까요?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드는 비용이 적지 않거든요.”추소영이 싱긋 웃어 보이자 침묵을 지키던 이민혁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안될 건 없지만 이곳의 모든 건 전부 비밀입니다.”“당연하죠. 전 무조건 이곳의 모든 규칙을 엄격히 준수할 겁니다.”추소영이 활짝 웃으며 선언하자 이민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이곳에는 빈방이 많으니 묵고 싶은 방 하나 고르시면 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전 이제 돌아가서 잠 좀 자야겠어요. 계속 잠을 자지 않으면 피부에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럼 이만.”추소영은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이윽고 이민혁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멀어져가는 추소영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뭐가 이리도 복잡한 것인지.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지?”한참을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자 이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손을 뻗어 김성훈의 옥패를 손에 쥐었다.이 옥패는 제물로 쓰이기에는 합격한 옥패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면역 중간 등급 이하의 법술에도 상당히 나쁘지 않은 법기이기도 하다.하지만 이민혁의 진용결의 레벨이 점점 향상하며 체질을 올리는 데에 필요한 단약의 등급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젠 몇십 그램이나 200g 정도의 용의 은총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그리고 이 옥패도 아마 그렇게 많은 은총을 바꿔낼 수 없을 것 같으니 그냥 잠시 몸에 들고 다니며 몇 가지 제물을 더 모아 함께 바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잠시 고민을 하던 이민혁은 그대로 정신력을 이용하여 옥패 안에 침입한 뒤, 예전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정신 흔적을 새겨넣었다. 이렇게 되면 그의 정신 마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