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김예훈, 장난치지 마! 어르신을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는 게 중요하지, 자칫 어르신에게 폐라도 끼친다면 책임질 수 있겠어?”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자기야, 괜찮아. 어차피 카풀 부르기 전에 오늘 내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면 된다고 이미 얘기했거든. 2천 원 내면서 빨리 가려는 건 욕심이지.”정민아는 말문이 막혔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어르신을 데리고 한 곳만 들르는 게 아닌가?한편, 주위에 있는 사람은 원망이 가득한 눈초리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때, 이장우가 다가오더니 호통치기 시작했다.“김예훈, 괜히 전남산 어르신의 시간이나 지체하지 말고 꺼져. 내가 어르신을 모셔다드릴 테니까.”“안 돼.”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왜?”이장우는 화가 발끈 났다.“어르신이 다른 차 타고 가시면 누가 결제해줄 건데? 공항까지 오는데 기름값은 안 드는 줄 알아?”김예훈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래? 네가 원하는 건 돈이잖아. 이 정도면 기름값으로 충분하지? 이제 꺼져!”이장우는 지폐 뭉치를 꺼내서 김예훈 앞에 던졌다.김예훈은 무심하게 말했다.“더러운 돈 따위 관심 없어.”“이...!”이장우는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제야 김예훈이 일부러 말썽부리러 찾아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이때, 전남산이 이장우를 빤히 바라보며 쌀쌀맞게 말했다.“이세자, 난 살면서 남의 재산을 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날 모욕하는 겁니까?”폭발 직전까지 갔던 이장우는 겁에 질린 나머지 부르르 떨면서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어르신, 용서해주세요. 저 무능한 놈이 감히 어르신을 모시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겠다고 하니 마냥 지켜볼 수가 없었어요. 저한테 속죄할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어르신을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릴게요.”전남산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진주 이씨 가문은 사업하는 집안으로서 이미 신용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 않나요? 고작 의사에 불과한 나도 일약천금이 무슨
한편, 정민아는 쏜살같이 차를 몰고 백운 별장 공사장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운전하는 내내 그녀는 수십 통의 전화를 걸면서 귀빈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김예훈이 대체 카풀을 어떻게 잡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전남산 어르신을 공사 현장으로 모신다는 자체가 백운 그룹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허둥지둥 일 처리 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뒷좌석에 앉은 정군과 임은숙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오늘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아무리 봐도 전남산과 접점이 없는 듯한 데릴사위가 무려 전남산 어르신을 모시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니?다들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곧이어 정민아는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시공사와 회사 직원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현장을 깨끗이 정돈한 사람들은 전남산을 맞이하기 위해 성대한 환영식을 마련했다....한편, 허름한 봉고차는 도로 위를 천천히 달렸다.송준은 운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김예훈이 대시보드에서 소주 팩을 꺼내더니 전남산에게 건네면서 피식 웃었다.“어르신, 오랜만에 뵙는데 여전히 정정해 보이시는군요.”전남산이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죠. 실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지난번 사하라에서 예훈 씨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몇 년 전에 이미 사막에서 목숨을 잃었을지 몰라요.”김예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어르신, 과찬이십니다. 다들 같은 나라 사람 아니겠어요?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제 능력이 닿는 한 그 누구라도 구해줬을 겁니다.”전남산이 웃음을 터뜨렸다.“괜히 총사령관이 아니네요. 국민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되어 있네요. 만약 총사령관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5대 강국의 압박에 못 이겨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쳤을지도 모르죠.”김예훈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이게 다 최전선에서 혈투를 벌인 수많은 병사 덕분이죠.”전남산은 한숨을 내쉬었다.“예훈 씨 공로만 따져보면 벌
전남산이 웃으면서 말했다.“젊은이 일에 이 늙은이는 빠질게요. 하지만 와이프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날 납치해서 공사장에 데려가는 대신 한 가지 부탁 들어줘요.”김예훈이 미소를 지었다.“말씀만 하세요.”전남산이 말을 이어갔다.“간단해요. 그때 가서 총사령관 신분으로 경기도 국방부 교대의식에 참석해줘요.”“네? 왜요?!”전남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비록 예훈 씨가 5대 강국을 물리쳤지만, 일본과 미르 제국, 리카 제국이 아직도 못된 심보를 버리지 못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비록 우리나라는 남이 건드리기 전에 먼저 공격하는 법은 없으나 망나니 같은 놈들이 자꾸 설치니까 눈에 거슬리긴 하네요. 총사령관은 그야말로 국방부의 신화 같은 존재이죠. 총사령관님이 현역에서 물러났기에 저놈들이 감히 말썽 피우는 거예요. 하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모습을 비추고 몇 마디 하는 것만으로도 이 야비한 무리를 겁주기 충분하죠.”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런 일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전남산이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상 김예훈도 포기했다.“그럼 박인철한테 공식 발표하라고 할게요.”김예훈은 전남산이 지켜보는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곧이어 전국을 뒤흔든 소식이 퍼졌다.이번에 전남산 어르신이 성남시를 찾은 목적은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의 교대의식 때문이며, 새로운 장관의 취임식에서 전남산은 물론 한동안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국방부의 신화, 당도 부대 총사령관도 얼굴을 비춘다고 했다.이 소식이 퍼지자 사람들은 그제야 전남산이 왜 그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무려 총사령관을 만나러 갔을 줄이야!그리고 전남산이 왜 직접 카풀을 불렀는지도 납득이 갔다.소문에 의하면 총사령관은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로 아주 검소한 생활을 이어갔는데 아무도 그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전남산이 카풀을 부른 이유도 괜히 다른 사람 때문에 조용한 삶을 즐기는 총사령관이 방해받을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다만 이번 경기도 국방부 장관의 취임식에 전남산과
“위치는 나쁘지 않네요. 힐링하기 딱 좋은 곳인데, 오래 살다 보면 각종 만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겠네요.”“혹시 집값이 비싸나? 만약 싸게 나왔다면 나도 한 채 계약할게!”전남산이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마침 특가로 10채 싸게 내놓은 매물이 있는데, 한번 보여드릴까요? 가격이 아주 저렴하게 나왔어요. 만약 당일 계약하신다면 할인해 드릴게요.”정민아는 전남산 어르신의 성격상 공짜로 집을 선물해준다면 절대로 받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아니나 다를까 전남산은 여느 어르신처럼 꼼꼼하게 따져보더니 크기도 적당하고 산과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별장을 골랐다.“그럼 이거로 할게.”정민아는 흘끗 보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가격은 10억 3천인데, 이 별장으로 하신다면 3천만 원은 안 주셔도 돼요. 그리고 앞으로 관리비도 저희가 부담해 드릴게요.”전남산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계약하는 거로 해.”말을 마친 그는 블랙 카드를 꺼내 정민아에게 건넸다.이 광경은 본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비록 전남산은 겉보기에 수수하지만, 사실 돈이 없는 편은 아니었다.의학 관련 각종 발명품은 둘째 치고, 월급만 해도 꽤 많이 받았기에 별장 하나쯤은 쉽게 살 수 있을 것이다.이내 전남산이 백운 별장에 집을 샀다는 소식이 미디어 채널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반면, 성남시 부동산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했다.백운 별장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지는 아닌지라 투자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전남산이 백운 별장과 계약한 이상 그곳에 입주할 수만 있다면 무려 전남산 어르신과 이웃이 된다는 걸 의미했다.10분도 안 되어 백운 별장 영업부에 전화가 폭주했다.심지어 어떤 해외 고객들은 한 두 채만 요구하는 게 아니었다.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에 정민아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물론 정민아의 휴대폰도 쉴새 없이 울렸다.이제 성남시 상류층 인사들은 인맥을
김예훈은 손목에 찬 앤티크 롤렉스 시계를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건 좀... 약속 시간이 다 돼서 전남산 어르신을 얼른 약속 장소로 모셔다드려야 해.”사실 이건 김예훈의 핑계다.전남산 어르신을 모시고 백운 별장 공사장에 온 것만으로도 미안해 죽겠는데, 임씨 가문까지 찾아가라니?사실 김예훈에게 임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하다.정민아만 아니었다면 임씨 가문을 상대할 일조차 없었을 테니까.결국 김예훈은 전남산을 모시고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왔다.안 그래도 활동적인 그는 김예훈이 당도 부대 본부에 거처를 마련하자마자 냉큼 성남대병원에 가 본업에 복귀했는데, 전문의도 아닌 일반의로 단돈 2000원에 예약 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이 소식이 퍼지는 순간 성남시 전체가 들썩였다.그동안 난치병에 고생하던 사람들이 진찰을 받으려고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반면, 임씨 가문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차갑게 식어갔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전남산과 김예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약 1시간이 지난 뒤, 마침내 정민아의 전화가 걸려왔다.“외할머니, 제가 김예훈한테 얘기했는데 시간이 없다면서 얼른 전남산 어르신을 약속 장소에 모셔다드려야 한다고 가버렸어요.”“뭐라고?!”임옥희가 식탁을 내리쳤다.“내가 이미 다른 가문의 회장님을 모셔와 식사 자리까지 마련했는데, 이제 와서 그 쓰레기 같은 놈이 어르신을 모시고 갔다고 말하면 어떡해? 그전에는 무슨 수로 공사장에 데려갔는데?”정민아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외할머니도 아시다시피 카풀이 시간제한이 있잖아요. 만약 4시간 안에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지 못하면 비용이 차감돼요. 김예훈이 수입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얼른 데려다줘야 한다고 했단 말이에요.”임옥희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고작 이런 이유로 전남산 어르신을 모시고 갔단 말인가?임옥희가 전화를 끊자 나성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임씨 가문의 지위도 우리가 상상했던 만큼 대단하지는 않네요. 심지어
저녁이 되자 김예훈은 전남산과 식사하려고 성남대병원을 찾았다.전남산은 딱히 취미가 없긴 하지만, 그나마 노포를 찾아다니면서 현지 음식을 즐기는 걸 좋아했다.밤이 되자 김예훈은 일부러 허름한 봉고차를 다시 끌고 와서 전남산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전남산은 모처럼 여유를 즐기며 말했다.“총사령관님, 오늘 밤 코 삐뚤어지게 마셔봅시다.”김예훈도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서 생사를 함께 하며 각별한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이 술 몇 잔 마시는 게 뭔 대수랴!오늘이 아니면 김예훈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입에 대지도 않을 테니까....한편, 프리미엄 가든.정소현을 포함한 정민아 가족이 모두 집에 있었다.이때, 갑자기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이 몰려와 갖은 연장을 들고 문을 부수는 바람에 문이 산산조각이 났다.곧이어 일당은 하나같이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그들은 누가 봐도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다.집에 들어선 불청객들은 미안한 기색이 하나도 없이 주변을 살피다가 정민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당신들 누구야! 왜 갑자기 남의 집 문을 부수고 난리야? 이게 얼마인지 알아? 배상할 능력은 되고?”마침 팩하고 있던 임은숙이 일어나서 버럭 화를 냈다.“짝!”맨 앞에 선 남자가 임은숙의 뺨을 세게 내리치자 마스크팩이 저 멀리 떨어져 나갔고, 임은숙은 이내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다.감히 집까지 찾아와서 손찌검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따로 없었다.반면, 정민아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벌떡 일어나서 임은숙의 앞에 막아섰다.“당신들 누군데? 무단으로 주거 침입하면 불법인 거 몰라? 게다가 손찌검까지 해? 경찰에 신고 할 거야!”앞장선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정민아 양 맞죠? 딱히 폐를 끼칠 생각은 없지만, 경찰에 신고 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어차피 서로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데 무슨 의미가 있어요?”그는 마치 정민아를 노리고 온 듯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뭐?”정민아는
“퍽!”누군가 정군의 아랫배를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그는 고통에 못 이겨 땅바닥에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임은숙은 그들을 말리려 하다가 결국 싸대기를 몇 대나 더 얻어맞았다.정민아는 이내 끌려가게 되었는데, 그제야 정신을 차린 프리미엄 가든 경비원들이 막아서려고 하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십여 분이 지나서 김예훈의 동창이자 프리미엄 가든 영업부장인 유미니도 소식을 접했다.그녀는 아연실색하며 곧바로 김예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김예훈, 큰일 났어! 정체불명의 무리가 와서 너희 장인 장모님한테 손찌검하더니 네 와이프까지 끌고 갔어!”“뭐라고?”전남산과 밥을 먹던 김예훈이 벌떡 일어나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자신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감히 정민아를 납치할 줄이야!김예훈은 곧바로 양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양정국 씨, 일 처리가 이래서 되겠어요? 성남시 치안이 정말 개판이네요. 10분 줄 테니까 만약 우리 와이프가 어디 있는지 못 알아낸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날 준비부터 하세요!”성남시 교외, 진주와 인접한 해안가.골드코스트라고 불리는 이곳은 진주의 빅토리아 항구가 한눈에 보였다.곳곳에는 대저택과 별장으로 가득했는데, 워낙 땅값이 비싼 곳이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의 신분과 자산을 나타낸다. 물론 일반인은 이곳에 얼씬거릴 자격조차 없다.한편, 검은 슈트 차림의 경호원 수백 명이 도처에 널린 9호 저택에는 삼엄한 경비 때문에 벌레 한 마리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그리고 저택 정중앙 연못 위에 세워진 정자에 두 남녀의 모습이 보였는데, 겨우 스무 살 남짓한 남자는 표정이 거만스럽기 짝이 없었다.그가 바로 견청오이며, 여자는 다름 아닌 정가을이다.정가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과일 껍질을 까서 정성껏 준비한 과일을 견청오의 입에 넣어주었다.견청오는 그녀의 몸을 쓰다듬더니 이내 흥미를 잃은 듯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어쨌든 한두 명과 놀아본 정가을이 아닌지라 고작 그런 몸뚱어리로
정지용이 히죽 웃었다.“도련님, 물론 정민아의 신분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도련님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일 뿐, 거론할 가치조차 없죠.”견청오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런데?”“그래서 제가 알아서 사람을 보내 정민아를 납치했죠.”정지용이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정가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청오 도련님, 정민아보다 오만한 여자는 없을 거예요. 게다가 허세는 어찌 부리는지, 얼굴만 믿고 엄청 새침하게 군다니까요? 알고 보면 그냥 걸레 같은 년인데!”견청오는 정가을의 뺨을 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 놀 거 다 놀고 할 거 다 한 화냥년이 어디서 남을 무시하고 난리야?”곧이어 견청오는 일어나서 주변을 서성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만약 이전에 이런 짓을 벌였다면 그냥 넘어갔겠지. 하지만 오늘부터 그녀의 위상은 많이 달려졌어. 우린 어디까지나 외지에서 온 사람에 불과한데, 성남시에서 괜히 소란을 피워봤자 악영향만 끼칠 거야.”“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툭 까놓고 말하면 정 씨 일가는 고작 부산 견씨 가문의 하인에 불과하죠. 도련님이 무엇을 하시든 어디까지나 하인을 혼낸다고만 생각하지, 감히 도련님 앞에서 왈가불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요? 게다가 도련님의 시중을 든다는 자체가 정민아에게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축복이지 않겠어요? 우리 가을이는 그런 기회조차 얻기 힘들잖아요.”정지용은 히죽 웃으면서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말을 듣는 순간 견청오도 미소를 지었다. 이내 앞으로 다가가 정지용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네가 언급한 덕분에 생각났네. 정 씨 일가라 해봤자 그냥 우리 가문 하인에 불과한데, 누가 감히 우리 집안일에 참견할 수 있는지 두고 볼 거야.”곧이어 정민아는 건장한 사내들의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정지용, 정가을! 너희였어?”두 사람을 발견하는 순간 정민아는 정지용과 정가을이 옆에서 부추긴 탓에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