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차 문이 열리고 잘 차려진 수트를 입은 남성이 뒷자리에 앉아 차가운 눈빛을 하고서는 손혁오를 바라보았다.그 인물은 바로 성남의 이인자인 왕태호였다!왕태호는 성남의 교육청과 보건복지부를 관할하고 있었다.한마디로 주현강의 직속 상사였다.손혁오는 왕태호를 불러와 주현강의 기를 눌러 주려고 하였다.손혁오의 지위도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왕태호 앞에서는 그도 몸을 사렸다.그가 몸을 낮추고는 입을 열었다.“태호 어르신, 오늘 이렇게 모시게 된 건 다름이 아니라 성남 고등학교에서 작은 트러블이 생겼기 때문이죠. 누가 글쎄 감히 교육청의 주총장을 앞세워 행패를 부리고 있다지 뭐예요. 이번에 이렇게 모시게 된 것도 가서 질서 한번 잡아주십사 해서 부른 거예요. 직접 나설 필요도 없고, 그냥 성함 세글자만 대면 거기 있는 주총장은 물론 나머지도 다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어요.”손혁오가 자세를 낮추어 공손하게 말하였지만 왕태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주현강이 성남의 교육청에서 아무리 날고 긴다 하여도 왕태호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나 마찬가지였다.그가 손혁오를 보며 말하였다.“이번 일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아야 할 거예요.”“그럼요, 이번 일만 처리되면 당신을 우리 성남의 일인자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할 거예요. 우리 손씨 가문이 이렇게 보요도 발언권 하나는 확실하죠. 그리고 임씨 가문과도 막역한 사이니 우리만 나선다면 십중팔구는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예요.”손혁오가 웃으며 말하였다.왕태호가 이런 일에 친히 등장한 것 또한 모두 성남의 일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이건 손씨 가문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왕태호가 성남의 일인자 자리에 오르기만 한다면 왕태호와 손씨 가문의 관계도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왕태호도 손씨 가문이 소유한 인맥의 하나로 될 수가 있다.그러니까 왕태호의 이런 요구에 손씨 가문은 애초부터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좋아요!”왕태호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이번 일
사람들이 다 모이자 왕태호는 그제야 웃었다.“시간이 없으니 이만 가죠. 이거 해결하고 성남 교육청의 일인자와 이인자의 자리를 다시 배정해야 하는 회의도 해야 하니 서두릅시다!”아직 주현강 일당들을 보지도 않았는데 왕태호는 이미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릴 준비부터 하고 있었다.“그러시죠! 축배는 우리의 것이 아니겠어요.”손혁오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 채 차에 올라탔다. 그들을 태운 차는 빠르게 성남 고등학교로 향해 달려갔다....학교 문 앞, 아우디가 한 줄로 지어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손혁오도 왔어!”“헐 대박, 여기 성남 고등학교에서 다 건드려도 되는데 유일하게 건드려서 안되는 인물이 바로 우리 손영지 공주님 아니야!”“어우 무서워! 비록 기사랑 비서만 대동했지만, 모두가 관청을 대표하고 있잖아!”“누가 감히 이 사람들을 건드린 거야?”...이때, 강당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도 이미 이 소식을 들었다.손혁오에 이어 왕태호까지 왔다는 소식에 손영지를 비롯한 그의 일당들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정소현이 고작 재벌 2세이며 주현강을 데리고 와서는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었다.손씨 가문의 권력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우물안에 든 개구리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겠는가!“정소현, 넌 오늘 끝났어, 학교에서 퇴학시킬 뿐만 아니라 저 년 봐주는 사람들까지도 다 끝장을 낼 거야.”“와, 이 재벌 2세도 너무 불쌍해. 어떡하다가 우리 공주님을 건드려서는!”“하지만 그것조차도 감사해야 할 걸,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거물급 인물들을 만나보겠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내에서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김예훈의 처참한 결과에 한 표를 던지는 것 같았다.단상 위.김예훈은 뒷짐을 하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정소현은 자신도 모르게 너무 걱정되었다.“형부, 우리 그만 해요! 손씨 가문도 임씨 가문처럼
주현강은 천일강과 눈을 마주쳤고 서로의 눈빛에서 당혹감을 읽을 수 있었다.그들은 손씨 가문이 평범한 가문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소한 일에 이러한 거물들까지 데리고 등장할 줄은 몰랐다.차마 무어라고 형용할 수조차도 없었다.주현강의 표정을 본 손혁구와 손영지가 웃음을 터뜨렸다.방금 전까지 사임을 논하던 교장과 이사장들까지도 말이다.역시는 역시나였다!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주현강과 천일강은 왕태호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 꼴이었다.주현강과 천일강의 직속상사가 왕태호였기에 아무리 길고 나는 그 둘일지라도 왕태호 앞에서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였다.하지만 왕태호와 같은 거물급 인사들을 마주하여도 김예훈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길 가다 지나가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는 표정처럼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였다.이 모습을 본 손영지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더욱이 정소현이 그 자리에서 울지 않는 모습을 보자 손영지는 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정소현!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오늘 너 때문에 너뿐만 아니라 너희 가족 모두 앞으로 이 성남에서 살기 힘들어질 거야!”손영지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나마 이쁘장한 얼굴이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손영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김예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한 채 말이다.손혁구가 냉소 어린 표정을 하고 웃었다.“공주님, 너무 화내지 말아요. 좀 있으면 아마 웃지도 못할 거예요. 아마도 지금 자신이 처한 일에 대하여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모양이에요! 이 사람 배후에는 주현강뿐이에요. 진정한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이내 손혁오와 왕태호가 앞까지 다가왔다.그리고 뒤에는 이도운이 열 몇 명의 사복 차림을 한 형사들을 데리고 걸어왔다.이 광경을 본 주현강과 천일강은 눈앞이 아찔해 나는 것만 같았다.이도운과 주현강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는 일인자의 위치에
이때였다. 왕태호가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입을 열었다.“주현강, 천일강 너희들 내가 평소에 어떻게 가르쳤는지 잊었어? 몇 번이나 말했어, 자신의 신분으로 밖에서 제멋대로 공권력을 행사하면 안된다고 말이야! 지금 너희들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 거야. 여기 손씨 가문에 사과하고 이 자리를 뜨면 더 이상의 책임은 묻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어떤지 너희가 더 잘 알 테고.”왕태호의 목소리는 단호하였고 그 고요한 목소리는 강당내에서 우레와 같이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강당의 모든 이가 떨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주총장, 우리 모두 동료고 이분 앞에서는 우린 그냥 학생일 뿐이야. 이럴 때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안 가르쳐 줘도 알겠지?”이도운이 웃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들 눈에는 한마디만 하면 주현강과 천일강이 서로 맞서 싸울 거라고 확신하였다.모두가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니 누구의 실력이 어떤지 누구의 파워가 더 센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왕태호와 이도운의 눈에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무료하였다.그들의 등장으로 인하여 모두가 숨을 죽였으니 말이다.지금 이런 말들조차도 모두 겉치레일 뿐이니 말이다.말을 마친 왕태호는 뒷짐을 지었고 그 모습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그는 속으로 삼초도 안 되는 사이에 주현강과 천일강이 허리를 굽히고 들어올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었다.하지만 주현강과 천일강의 표정은 다른 때와 달랐다.이어서 주현강이 심호흡하면서 입을 열었다.“지금 제 선택은 상사와 맞서러 나온 학생이 아니라 공적인 일로 부탁받아서 일 처리 하러 나온 것입니다. 오늘 한 일은 모두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 한 일이며 절대로 사사로운 감정이 섞여 있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더 잘 아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왕태호의 안색은 삽시간에 어두워졌고 말하는 목소리마저 냉기가 서려 있었다.“그러니까 지금 주현강 자네 말은 내가 여기에 온 건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온 거란 말을 하고 싶어서야?”“제가 감히 어떻게...”주
“이게 은혜도 모르고 되레 주인을 물려고 해!”주현강과 천일강의 안색은 삽시간에 어두워졌고 그건 마치 왕태호가 뭔가 실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그걸 본 이도운 일행은 웃음을 멈추었고 모두가 하나같이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만 여겼다.주현강, 천일강 이 두 사람이 머리에 총을 맞았는지 아니면 진짜로 무슨 중요한 카드를 가졌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왕 선생님, 김예훈 씨의 신분은 당신들이 감히 우러러보아야 할 그런 분입니다!”주현강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장내에서는 또 한바탕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손영지가 소리를 쳤다.“왕 할아버지, 속으시면 안 돼요. 이 자식 데릴사위일 뿐이니까요!”이 말을 들은 장내의 사람들 모두 어이가 없었다.언제부터 데릴사위인 신분을 우리가 우러러보아 할 신분으로 상승했단 말인가.그나마 신중한 손혁오가 김예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담담한 표정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한 그를 보고 그는 분명히 뒤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하지만 그 또한 뭐가 문제란 말인가?이깟 데릴사위가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여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과 인연이 있겠는가?그가 아무리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왕태호보다도 위겠는가?그리고 자신들 쪽에는 이도운이 서 있지 않은가? 이 모두가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인데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한낱 데릴사위가 뭘 할 수 있겠는가! 김예훈은 손을 저었고 주현강과 천일강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돌처럼 서 있었다.왕태호쪽으로 시선을 돌린 김예훈은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왕태호 씨, 당신 나 몰라요?”“건방진 게! 어디서 데릴사위가 함부로 이름을 입에 올려?”이도운이 불같이 화를 냈다.“그래, 너 같은 쓰레기들은 이분 이름 입에 올릴 자격도 없어!”손혁오도 죽일 듯이 김예훈을 노려보았다.하지만 기관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있는 왕태호는 미간을 좁히더니 다시 한번 김예훈이 한 말 뜻에 대해 곰곰이
김예훈은 더 이상 손혁구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이 가문과 얽힌 사람들과의 대화는 정력 낭비일 뿐이라고만 생각하였다.김예훈의 시선이 손혁오에게로 옮겨졌다.“손혁오 씨, 모두가 당신을 손씨 가문의 이인자로 하던데요, 그리고 그 자리를 넘보려고 애쓰는 거란 것도요. 그런데 그건 생각 안 해보셨나 봐요. 오늘 나한테 밟혀서 가도 아직도 그 기회가 주어질지 말지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손혁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손씨 가문의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자신 눈앞에 서 있는 이 사내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느낌이 좋지 않았다!너무도 쎄한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자신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쯤 되면 주현강과 천일강의 힘으로는 자신들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것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그런데도 아직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이렇게도 태연한 모습을 하고 있다니!더욱이 왕태호까지 있는 자리가 아니란 말인가!이런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데도 이렇게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다니!설마 다른 패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일반인처럼밖에 안 보이는 이 사내에게 무슨 힘이 있을까?손혁오는 미간을 좁혔고 속으로는 수만 가지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손혁구에게는 그런 걸 생각할 여력 같은 건 없었다.손혁오도 있는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권력과 파워를 잘 보여줘야 한다고만 생각하였다.그는 김예훈을 날카롭게 보더니 입을 열었다.“이봐 김 씨, 네까짓 게 뭔데 우리 가문을 상대로 개겨? 웃기지도 않아서! 누구 믿고 이러는 거야? 설마 저 주현강? 우리가 여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패는 이미 뒤집혔어! 지금이라도 무릎 꿇어! 여기서 아무리 개소리 쳐보았자 바뀌는 건 없어!”김예훈이 웃었다.“이렇게까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는데 당신네 손씨 가문 사람들은 왜 다들 이렇게 멍청하죠? 당신들 설마 정말로 주현강
김예훈이 웃었다.“이렇게 말하는 걸 보아서는 사과할 의사가 없는 건가?”“당연하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김예훈이 손혁오를 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자식이 잘못되면 그건 부모가 책임져야지, 당신이라도 무릎 꿇고 사죄하면 오늘 일에 대해서는 용서하지.”냉담하던 손혁오가 이 말에 분노하였다.손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항상 지위가 높았고 어디 가서든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이 눈앞의 사내는 고작 데릴사위라는 신분으로 자신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 것이다!격분한 손혁오가 입을 열었다.“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나더러 무릎을 꿇으라고?”“심지어 더 별 볼 일 없는 년한테? 도둑년한테 사과하라고?!”“맞아요! 이런 도둑년한테는 사과할 수 없어요!”“오늘 이 일도 다 지가 자초한 일이에요!”“얼굴만 반반하다고 이렇게 막 나가고서야?!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단상 아래에 있던 손영지 일당들은 기회라도 잡은 듯 너도나도 정소현에게 욕을 퍼부었다.안 그래도 억울하던 정소현은 당장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지금까지 억울하였던 정소현은 손학철의 일가만 해결하면 자신의 결백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하였다.그런데 지금 손영지 일당들은 아직도 자신을 향해 도둑년이, 쓰레기라고 욕을 퍼붓고 있었다!이 작은 체구의 소녀가 어찌 이런 모욕과 억울함을 감당할 수 있을까?이때 손혁오가 한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입을 열었다.“어르신, 더 이상 이 미친자와는 대화를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방금도 학교에 포르쉐를 몰고 왔다네요! 학교 안을 피범벅으로 만들 예정이었나 봅니다. 이런 건 감방에 처넣어야 해요!”왕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신고가 들어왔는데 이도운 씨, 뭐 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 나랏돈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백성들을 위해서 일해야 하지 않겠어요?”이도운이 웃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런 돈만 많은 부잣집 자제들 저희가 한두 번 다뤄본 것도 아니에요! 데
왕태호의 말을 들은 손혁오도 조금은 기대하는 눈치였다.손장건의 인맥은 안 보아도 뻔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일로 그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였다는 게 의아하긴 하였지만 말이다.손혁구, 손영지도 기대에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온 사람의 지위가 높을수록 그들의 체면이 서기 때문이다.그리고 손쉽게 김예훈과 정소현의 자존심을 박살 내는 일이라면 더없이 기쁘기 때문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들어온 사람들 모두가 기관의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다.가운데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은 어디서 본 것 같지만 그의 기세에 눌리어 일반인들은 그를 쳐다볼 용기조차도 없을 것이다.그의 등장만으로 모두를 압살해 버렸다!양정국!빠르게 왕태호의 일당들의 표정도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아마 그의 신분을 안 모양이다!양정국의 발걸음은 빨랐고 평소의 평온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어르신,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손혁오가 제일 먼저 앞으로 나서며 인사하였다.하지만 양정국은 그대로 무시한 채 빠르게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갔다.“괜찮으세요?”이어서 함께 온 사람들도 빠른 걸음으로 그한테로 다가갔다.“어디 다친 데는 없으세요? 회의 도중에 소식 듣고 왔습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이 자리에 온 기관 사람들 모두가 하나같이 공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1인자를 하는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오늘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의 고개를 떨구고 있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모두가 하나같이 어리둥절하였다.왕태호, 이도운, 손혁오, 손영지까지 지금 이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았다.이 사람,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 걸까?양정국을 비롯한 모든 이가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말이다.“어르신, 이분은 도대체...”왕태호는 얼굴빛이 창백해졌고 일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그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지만 양정국 일당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