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강은 순식간에 김예훈의 곁으로 다가가 속삭였다.“김예훈 씨, 손씨 가문의 어르신이 온다고 하시네요.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김예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돌렸다.“손 씨 어르신? 손혁오요?”“네!”“두려우세요?”손혁오는 손씨 가문의 실세로서 그가 아무리 교육청의 일인자라 하여도 쉽게 건드릴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그럼 전 두렵지 않나 보네요?”김예훈이 웃었다.이 말을 들은 주현강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눈앞의 이 사내는 너무도 담담하였다.주현강도 보통 인물은 아니지만 지금은 사색이 되어서는 입을 악물고 웃음을 띠며 말하였다.“김예훈 씨,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던 전 당신의 손을 들어줄 거예요.”김예훈이 웃으며 대답하였다.“제 편에 서는 게 아니죠, 공정하게 판단하시는 거겠죠.”“네네네, 그럼요! 공정하게 처리할게!”주현강이 연속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김예훈 씨, 우리는 지금 어떡해야 할까요...”“기다려요.”김예훈의 눈빛은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그는 이 일이 끝나면 직접 찾아갈 예정이었다.하지만 이렇게 자기 발로 찾아온다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형부...”정소현은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김예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형부가 알려줄게, 권력이란 무엇이고, 실세란 무엇인지!”...그 시각, 손씨 가문 정원.손혁오가 살기 어린 눈으로 대문을 열었다.“어르신.”문 앞에서 어떤 하얀 셔츠를 입은 청년이 그를 불러세웠다.“세자.”장손을 본 손혁오의 눈빛은 찰나 바뀌었지만 이내 미소를 띤 모습으로 돌아왔다.손지강, 손씨 가문의 3세대로서 서열은 손혁오보다 낮았다.하지만 문제는 손장건이 그를 손씨 가문의 후계자로 결정하였다는 것이다.그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였다.손지강은 손혁오의 이런 마음도 모른 채 담담하게 웃었다.“저도 소식 들었어요. 계집애 하나 때문에 주현강과 천일강 같
아우디 차 문이 열리고 잘 차려진 수트를 입은 남성이 뒷자리에 앉아 차가운 눈빛을 하고서는 손혁오를 바라보았다.그 인물은 바로 성남의 이인자인 왕태호였다!왕태호는 성남의 교육청과 보건복지부를 관할하고 있었다.한마디로 주현강의 직속 상사였다.손혁오는 왕태호를 불러와 주현강의 기를 눌러 주려고 하였다.손혁오의 지위도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왕태호 앞에서는 그도 몸을 사렸다.그가 몸을 낮추고는 입을 열었다.“태호 어르신, 오늘 이렇게 모시게 된 건 다름이 아니라 성남 고등학교에서 작은 트러블이 생겼기 때문이죠. 누가 글쎄 감히 교육청의 주총장을 앞세워 행패를 부리고 있다지 뭐예요. 이번에 이렇게 모시게 된 것도 가서 질서 한번 잡아주십사 해서 부른 거예요. 직접 나설 필요도 없고, 그냥 성함 세글자만 대면 거기 있는 주총장은 물론 나머지도 다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어요.”손혁오가 자세를 낮추어 공손하게 말하였지만 왕태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주현강이 성남의 교육청에서 아무리 날고 긴다 하여도 왕태호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나 마찬가지였다.그가 손혁오를 보며 말하였다.“이번 일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아야 할 거예요.”“그럼요, 이번 일만 처리되면 당신을 우리 성남의 일인자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할 거예요. 우리 손씨 가문이 이렇게 보요도 발언권 하나는 확실하죠. 그리고 임씨 가문과도 막역한 사이니 우리만 나선다면 십중팔구는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예요.”손혁오가 웃으며 말하였다.왕태호가 이런 일에 친히 등장한 것 또한 모두 성남의 일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이건 손씨 가문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왕태호가 성남의 일인자 자리에 오르기만 한다면 왕태호와 손씨 가문의 관계도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왕태호도 손씨 가문이 소유한 인맥의 하나로 될 수가 있다.그러니까 왕태호의 이런 요구에 손씨 가문은 애초부터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좋아요!”왕태호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이번 일
사람들이 다 모이자 왕태호는 그제야 웃었다.“시간이 없으니 이만 가죠. 이거 해결하고 성남 교육청의 일인자와 이인자의 자리를 다시 배정해야 하는 회의도 해야 하니 서두릅시다!”아직 주현강 일당들을 보지도 않았는데 왕태호는 이미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릴 준비부터 하고 있었다.“그러시죠! 축배는 우리의 것이 아니겠어요.”손혁오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 채 차에 올라탔다. 그들을 태운 차는 빠르게 성남 고등학교로 향해 달려갔다....학교 문 앞, 아우디가 한 줄로 지어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손혁오도 왔어!”“헐 대박, 여기 성남 고등학교에서 다 건드려도 되는데 유일하게 건드려서 안되는 인물이 바로 우리 손영지 공주님 아니야!”“어우 무서워! 비록 기사랑 비서만 대동했지만, 모두가 관청을 대표하고 있잖아!”“누가 감히 이 사람들을 건드린 거야?”...이때, 강당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도 이미 이 소식을 들었다.손혁오에 이어 왕태호까지 왔다는 소식에 손영지를 비롯한 그의 일당들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정소현이 고작 재벌 2세이며 주현강을 데리고 와서는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었다.손씨 가문의 권력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우물안에 든 개구리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겠는가!“정소현, 넌 오늘 끝났어, 학교에서 퇴학시킬 뿐만 아니라 저 년 봐주는 사람들까지도 다 끝장을 낼 거야.”“와, 이 재벌 2세도 너무 불쌍해. 어떡하다가 우리 공주님을 건드려서는!”“하지만 그것조차도 감사해야 할 걸,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거물급 인물들을 만나보겠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내에서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김예훈의 처참한 결과에 한 표를 던지는 것 같았다.단상 위.김예훈은 뒷짐을 하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정소현은 자신도 모르게 너무 걱정되었다.“형부, 우리 그만 해요! 손씨 가문도 임씨 가문처럼
주현강은 천일강과 눈을 마주쳤고 서로의 눈빛에서 당혹감을 읽을 수 있었다.그들은 손씨 가문이 평범한 가문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소한 일에 이러한 거물들까지 데리고 등장할 줄은 몰랐다.차마 무어라고 형용할 수조차도 없었다.주현강의 표정을 본 손혁구와 손영지가 웃음을 터뜨렸다.방금 전까지 사임을 논하던 교장과 이사장들까지도 말이다.역시는 역시나였다!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주현강과 천일강은 왕태호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 꼴이었다.주현강과 천일강의 직속상사가 왕태호였기에 아무리 길고 나는 그 둘일지라도 왕태호 앞에서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였다.하지만 왕태호와 같은 거물급 인사들을 마주하여도 김예훈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길 가다 지나가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는 표정처럼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였다.이 모습을 본 손영지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더욱이 정소현이 그 자리에서 울지 않는 모습을 보자 손영지는 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정소현!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오늘 너 때문에 너뿐만 아니라 너희 가족 모두 앞으로 이 성남에서 살기 힘들어질 거야!”손영지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나마 이쁘장한 얼굴이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손영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김예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한 채 말이다.손혁구가 냉소 어린 표정을 하고 웃었다.“공주님, 너무 화내지 말아요. 좀 있으면 아마 웃지도 못할 거예요. 아마도 지금 자신이 처한 일에 대하여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모양이에요! 이 사람 배후에는 주현강뿐이에요. 진정한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이내 손혁오와 왕태호가 앞까지 다가왔다.그리고 뒤에는 이도운이 열 몇 명의 사복 차림을 한 형사들을 데리고 걸어왔다.이 광경을 본 주현강과 천일강은 눈앞이 아찔해 나는 것만 같았다.이도운과 주현강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는 일인자의 위치에
이때였다. 왕태호가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입을 열었다.“주현강, 천일강 너희들 내가 평소에 어떻게 가르쳤는지 잊었어? 몇 번이나 말했어, 자신의 신분으로 밖에서 제멋대로 공권력을 행사하면 안된다고 말이야! 지금 너희들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 거야. 여기 손씨 가문에 사과하고 이 자리를 뜨면 더 이상의 책임은 묻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어떤지 너희가 더 잘 알 테고.”왕태호의 목소리는 단호하였고 그 고요한 목소리는 강당내에서 우레와 같이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강당의 모든 이가 떨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주총장, 우리 모두 동료고 이분 앞에서는 우린 그냥 학생일 뿐이야. 이럴 때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안 가르쳐 줘도 알겠지?”이도운이 웃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들 눈에는 한마디만 하면 주현강과 천일강이 서로 맞서 싸울 거라고 확신하였다.모두가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니 누구의 실력이 어떤지 누구의 파워가 더 센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왕태호와 이도운의 눈에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무료하였다.그들의 등장으로 인하여 모두가 숨을 죽였으니 말이다.지금 이런 말들조차도 모두 겉치레일 뿐이니 말이다.말을 마친 왕태호는 뒷짐을 지었고 그 모습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그는 속으로 삼초도 안 되는 사이에 주현강과 천일강이 허리를 굽히고 들어올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었다.하지만 주현강과 천일강의 표정은 다른 때와 달랐다.이어서 주현강이 심호흡하면서 입을 열었다.“지금 제 선택은 상사와 맞서러 나온 학생이 아니라 공적인 일로 부탁받아서 일 처리 하러 나온 것입니다. 오늘 한 일은 모두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 한 일이며 절대로 사사로운 감정이 섞여 있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더 잘 아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왕태호의 안색은 삽시간에 어두워졌고 말하는 목소리마저 냉기가 서려 있었다.“그러니까 지금 주현강 자네 말은 내가 여기에 온 건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온 거란 말을 하고 싶어서야?”“제가 감히 어떻게...”주
“이게 은혜도 모르고 되레 주인을 물려고 해!”주현강과 천일강의 안색은 삽시간에 어두워졌고 그건 마치 왕태호가 뭔가 실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그걸 본 이도운 일행은 웃음을 멈추었고 모두가 하나같이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만 여겼다.주현강, 천일강 이 두 사람이 머리에 총을 맞았는지 아니면 진짜로 무슨 중요한 카드를 가졌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왕 선생님, 김예훈 씨의 신분은 당신들이 감히 우러러보아야 할 그런 분입니다!”주현강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장내에서는 또 한바탕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손영지가 소리를 쳤다.“왕 할아버지, 속으시면 안 돼요. 이 자식 데릴사위일 뿐이니까요!”이 말을 들은 장내의 사람들 모두 어이가 없었다.언제부터 데릴사위인 신분을 우리가 우러러보아 할 신분으로 상승했단 말인가.그나마 신중한 손혁오가 김예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담담한 표정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한 그를 보고 그는 분명히 뒤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하지만 그 또한 뭐가 문제란 말인가?이깟 데릴사위가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여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과 인연이 있겠는가?그가 아무리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왕태호보다도 위겠는가?그리고 자신들 쪽에는 이도운이 서 있지 않은가? 이 모두가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인데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한낱 데릴사위가 뭘 할 수 있겠는가! 김예훈은 손을 저었고 주현강과 천일강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돌처럼 서 있었다.왕태호쪽으로 시선을 돌린 김예훈은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왕태호 씨, 당신 나 몰라요?”“건방진 게! 어디서 데릴사위가 함부로 이름을 입에 올려?”이도운이 불같이 화를 냈다.“그래, 너 같은 쓰레기들은 이분 이름 입에 올릴 자격도 없어!”손혁오도 죽일 듯이 김예훈을 노려보았다.하지만 기관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있는 왕태호는 미간을 좁히더니 다시 한번 김예훈이 한 말 뜻에 대해 곰곰이
김예훈은 더 이상 손혁구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이 가문과 얽힌 사람들과의 대화는 정력 낭비일 뿐이라고만 생각하였다.김예훈의 시선이 손혁오에게로 옮겨졌다.“손혁오 씨, 모두가 당신을 손씨 가문의 이인자로 하던데요, 그리고 그 자리를 넘보려고 애쓰는 거란 것도요. 그런데 그건 생각 안 해보셨나 봐요. 오늘 나한테 밟혀서 가도 아직도 그 기회가 주어질지 말지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손혁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손씨 가문의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자신 눈앞에 서 있는 이 사내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느낌이 좋지 않았다!너무도 쎄한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자신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쯤 되면 주현강과 천일강의 힘으로는 자신들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것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그런데도 아직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이렇게도 태연한 모습을 하고 있다니!더욱이 왕태호까지 있는 자리가 아니란 말인가!이런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데도 이렇게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다니!설마 다른 패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일반인처럼밖에 안 보이는 이 사내에게 무슨 힘이 있을까?손혁오는 미간을 좁혔고 속으로는 수만 가지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손혁구에게는 그런 걸 생각할 여력 같은 건 없었다.손혁오도 있는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권력과 파워를 잘 보여줘야 한다고만 생각하였다.그는 김예훈을 날카롭게 보더니 입을 열었다.“이봐 김 씨, 네까짓 게 뭔데 우리 가문을 상대로 개겨? 웃기지도 않아서! 누구 믿고 이러는 거야? 설마 저 주현강? 우리가 여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패는 이미 뒤집혔어! 지금이라도 무릎 꿇어! 여기서 아무리 개소리 쳐보았자 바뀌는 건 없어!”김예훈이 웃었다.“이렇게까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는데 당신네 손씨 가문 사람들은 왜 다들 이렇게 멍청하죠? 당신들 설마 정말로 주현강
김예훈이 웃었다.“이렇게 말하는 걸 보아서는 사과할 의사가 없는 건가?”“당연하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김예훈이 손혁오를 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자식이 잘못되면 그건 부모가 책임져야지, 당신이라도 무릎 꿇고 사죄하면 오늘 일에 대해서는 용서하지.”냉담하던 손혁오가 이 말에 분노하였다.손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항상 지위가 높았고 어디 가서든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이 눈앞의 사내는 고작 데릴사위라는 신분으로 자신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 것이다!격분한 손혁오가 입을 열었다.“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나더러 무릎을 꿇으라고?”“심지어 더 별 볼 일 없는 년한테? 도둑년한테 사과하라고?!”“맞아요! 이런 도둑년한테는 사과할 수 없어요!”“오늘 이 일도 다 지가 자초한 일이에요!”“얼굴만 반반하다고 이렇게 막 나가고서야?!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단상 아래에 있던 손영지 일당들은 기회라도 잡은 듯 너도나도 정소현에게 욕을 퍼부었다.안 그래도 억울하던 정소현은 당장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지금까지 억울하였던 정소현은 손학철의 일가만 해결하면 자신의 결백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하였다.그런데 지금 손영지 일당들은 아직도 자신을 향해 도둑년이, 쓰레기라고 욕을 퍼붓고 있었다!이 작은 체구의 소녀가 어찌 이런 모욕과 억울함을 감당할 수 있을까?이때 손혁오가 한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입을 열었다.“어르신, 더 이상 이 미친자와는 대화를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방금도 학교에 포르쉐를 몰고 왔다네요! 학교 안을 피범벅으로 만들 예정이었나 봅니다. 이런 건 감방에 처넣어야 해요!”왕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신고가 들어왔는데 이도운 씨, 뭐 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 나랏돈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백성들을 위해서 일해야 하지 않겠어요?”이도운이 웃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런 돈만 많은 부잣집 자제들 저희가 한두 번 다뤄본 것도 아니에요! 데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
다른 타케이 가문 사람들은 김예훈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나오키는 김예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예를 들어 부산 용문당 회장으로서 부산에 있을 때 야마자키파를 물리친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부산에 있는 야마자키파 중에 무신 급은 없었기에 김예훈이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나오키는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들을 보면서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한 모습이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타케이 가문의 수장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고, 그저 약간의 호기심뿐이었다.‘장병급 주제에 대한민국에 와서 위세를 부려?’“이봐, 젊은이. 오늘 일은 여기까지인 걸로 해. 나오토 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 일본대사관에 진주 경찰서에 잘 협조하라고 할게. 만약 네가 정말 억울한 거라면 내가 타케이 가문을 대표하여 한마디 하지. 절대 너에게 복수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국제 경찰에 수배 신청도 내리지 않을 것이고.”나오키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나 나오키는 타케이 가문의 수장이자 야마구치파의 장로로서 절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만 가봐. 떠나기 전에 내 아들한테 사과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대가를 치러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나오키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그의 신분으로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반드시 체면을 세워줄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죽어버린 타케이 가문 정예들에 대해서는 김예훈이 좋은 조건만 제시하면 따라서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었다.“사과? 일본인 주제에 나한테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발로 바닥에 있던 검을 두 동강 냈다.사람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그중 한 조각은 세이이치로의 목구멍에 꽂히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부들부들 떨면서 목을 부여잡은 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다 서서히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거두게 되었다.그는 진주에 오고부터 타케이 가문의 상속자이자 야마구치파의
진세은은 총을 들어 올리려다 다시 움츠러들었다.김예훈이 추문성 덕분에 위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순간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얼굴이 찌릿찌릿한 느낌에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당연히 자존심, 자부심과 사무라이 정신마저 짓밟히고 말았다.김예훈은 휴지 한 장을 꺼내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닦으면서 말했다.“넌 나한테 안 돼.”다시 정신을 차리려던 세이이치로는 이 말에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사실 김예훈을 만나기 전에 그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건 사실이지만 곁에 장병급 실력자가 있다고 해도 자기 상대가 안 될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뺨 한 대에 무너질 줄이야.야마구치파든, 타케이 가문이든, 실력자든, 김예훈의 소박한 뺨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세이이치로는 절망감에 휩싸였다고 해도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예훈, 장난 아닌데? 그런데 나를 이겨서 뭐 하려고? 나는 진주에서 직접 모신 손님인데 나를 죽였다간 어떻게 보고하려고? 어떻게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겠어. 그래서 말인데 넌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를 죽일 용기는 없을 거야. 지금 이 시대에서는 힘이 강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수 있는 건 아니거든. 김예훈,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어.”“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앞으로 다가갔다.“네가 날 이렇게 도발하는데 죽이지 않고서야 내 체면이 서겠어?”김예훈의 미소에서 살기를 느낀 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뭐하는 짓이야!”바로 이때, 뒷문 쪽에서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열몇 명의 일본 남녀가 검을 들고 문을 박차면서 들어왔다.조금 전의 일본인들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뒤이어 기모노를 입은 백발의 노인이 뒷짐을 쥐고 걸어왔다.추문성은 이 사람을 보자마자 숨이 가빠지더니 본능적으로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버지.”상대방을 확인한 세이이치로는 뻘쭘한 표정이었다.“나오키 어르신!”진세은은 기쁜 마음에 재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