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아영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예훈 씨, 우리 남편처럼 잘하는 것부터 차근차근히 해나가면 언젠간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남편한테서 좀 배워요. 전 언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언니 지켜줄 능력도 없으면 얼른 언니 곁을 떠나길 바라요. 이러다간 언니를 망칠지도 몰라요!”이아영이 드디어 목적을 드러냈다.장미순도 얼른 거들기 시작했다.“그래, 남자라면 그런 능력쯤은 있어야지. 아내 발목을 잡고 있으면 어떡해?”그러나 임은숙이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됐어, 그만해, 미순아. 이놈이 우리 딸한테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딸이 완전히 홀려서 절대 이혼하지 않겠대. 나도 얘 때문에 화딱지가 나.”임은숙 역시 이 기회에 딸 부부를 이혼시키고 싶었다.정민아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웃어른의 말이라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이에 김예훈이 얼른 답했다.“어머님, 고모, 걱정하지 마세요. 유문석 씨한테 배울게요.”그러나 진정성 없는 그의 태도에 임은숙의 화병만 쌓여갔다.아무리 자극하려 해도 김예훈은 끄떡하지 않았다.이때, 곁에서 지켜보던 정군이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쓸데없이 힘 빼지 마. 저놈은 이미 너무 뻔뻔스러워서 이런 말에 넘어갈 애가 아니야.”그는 매우 솔직하게 말했다.김예훈은 아내를 힐끔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이곳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임은숙과 장미순은 김예훈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다. 그러나 김예훈은 어떤 타격에도 끄떡없었다.이때, 장미순이 이아영을 보며 눈짓했다.이아영은 바로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오후에 다 함께 쇼핑하러 가는 거 어때요? 반월만에 새로운 쇼핑몰이 지어졌대요.”이들은 돈으로 김예훈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애당초 물질에 별 관심이 없는 정민아는 고개를 저었다.“아영아, 여행하러 온 거 아니었어? 오후에 바닷가로 가는 거 어때?”“오늘 날씨도 덥고 텁텁하니까 시원하게 쇼핑하러 가.”유문석이 이아영을 도와 한마디 거들었다.“바닷가는 내일 가고
“아영이네 가족은 손님이니까 손님 의견을 따라줘.”정군의 말에 정민아는 할 수 없이 쇼핑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잠깐의 휴식 후, 이들은 쇼핑하러 출발했다.정민아가 포르쉐를 몰고 나타나자 장미순이 흠칫 놀랐다. 하지만 유문석과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애마는 벤츠였고 기세도 엄청났다.그리고 그녀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남편이 아무 쓸모가 없으니 비교할 바가 없었다.장미순은 심지어 임은숙 가족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우수한 사위를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쇼핑몰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특히 럭셔리 상가 앞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면세점이라 성남의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 사치품을 구매하곤 했다.“이 쇼핑물을 세운 사람이 바로 송준이에요. 우리 남편 친구이기도 하죠.”이아영은 소개를 하며 남편 자랑을 잊지 않았다.임은숙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비록 김예훈을 쫓아내기 위한 계획이었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그와 달리 정군은 아무 일도 없는 듯했다. 어찌 됐든 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낼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김예훈만이 어이가 없었다. 송준의 친구인 게 왜 자랑거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나중에 이 일로 송준을 놀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런 쇼핑몰은 일반 사람이 세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송준 역시 당도 부대의 인맥을 빌어 이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역시 송준의 능력을 검증하는 일이었다.이아영은 이들을 이끌고 샤넬 상가로 향했다. 그녀는 새로 나온 신상을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유문석은 계속 그녀한테 사주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은 김예훈의 기를 죽이기 위해 샤넬 백 사는 걸 동의했다.백을 얻음과 동시에 불쌍한 언니를 도와 모지리 남편을 벗어나게 한다는 생각에 이아영은 자기가 영웅처럼 느껴졌다.“언니, 이 백 어때?”이아영이 정민아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녀는 일부러 가격표를 보며 경악했다.“헉, 2천 5백만 원이야. 문석아, 사도 돼?”
유문석은 자기가 나설 때가 됐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가격표를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사, 비싸지도 않네, 뭘. 아내가 좋아하는 거라면 별도 따줘야지.”이아영은 그를 껴안으며 볼에 뽀뽀했다.“사랑해, 여보. 이런 남편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정민아는 두 사람의 발연기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김예훈은 매장 통째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까짓 샤넬 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여기 괜찮네. 마음에 들어?”김예훈이 정민아 곁으로 다가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그를 보며 정민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김예훈은 도대체 무슨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그녀가 고개만 끄덕인다면 김예훈은 매장 전체를 살 게 분명했다.“민아 언니 마음에 들면 사주려고요? 배보다 배꼽이 크네요.”이아영은 김예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그러나 김예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정민아한테로 눈길을 돌렸다. 그녀가 마음에 든다면 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차피 얼마 후 청혼할 것이니 이걸 선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정민아는 백운산 프로젝트 때문에 워낙 골치가 아파 매장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여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관심 없어.”“민아 언니, 예훈 씨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거야. 내가 보기엔 여기 있는 백 하나도 살 수 없는걸? 어차피 왔으니까 하나 골라. 우리 남편이 사면 그만이니까.”이아영이 그녀를 유혹했다.“아니야, 집에 많아. 아직 다 써보지도 못했는걸.”정민아는 솔직하게 답했다.“칫!”이아영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돈이 없다고 하면 그만이지. 왜 저런 소리를 해?’하지만 그녀는 바로 표정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언니, 남편이 사줄 수 없다는 거 알아. 그러지 말고 하나 골라. 우리 남편이 살 거라니까?”이렇게 말을 했지만 아까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백 하나에 몇백만 원을 호가했으니 말이다.
이아영의 끝없는 조롱에 정민아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이윽고 정민아는 가장 비싼 백이 전시된 존으로 향했다. 이아영은 순간 머리가 저릿했다. 정민아가 향한 곳에 있는 백은 모두 천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그녀가 평소 쳐다보지도 못하는 백을 사려 한다는 생각에 저절로 이가 깨물어졌다.정민아가 가장 비싼 백을 든 순간, 이아영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언니, 너무 하는 거 아니야? 그건 한정판 4억짜리라고!”이아영의 목소리가 떨렸다.“아무거나 고르라며? 그러면 가장 비싼 거로 사야지. 연봉이 억 단위인데 몇억짜리도 못 사줘?”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정민아한테 선물하려고 한 건 김예훈을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민아의 욕심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언니는 양심도 없어? 선물한다고 했지, 이렇게 비싼 걸 사준다고는 안 했어!”이아영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것도 못 산다고? 그럼 됐어.”정민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녀는 오늘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끝없이 남편을 조롱하는 이아영 때문에 이미 화가 가득 나 있었다.김예훈은 곁에서 흥미진진하게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 정씨 가문의 괴롭힘을 받던 그 여자가 아니었다.“그게 아니라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일부러 이걸 고른 거잖아!”이아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게 마음에 들면 남편한테 사달라고 해. 내 남편이 왜 사줘야 하는데? 아, 참, 남편이 그걸 살 돈이 없지?”그녀는 김예훈을 조롱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만약 자기 때문에 정민아가 이혼한다면 그녀의 공로는 엄청나게 된다.이때, 누군가가 매장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이 한정판 백, 포장해주세요.”
이에 모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비싼 백을 망설임도 없이 사는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이아영과 유문석은 고개를 돌렸다.“헉! 송준?”이 사람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아침에 터진 뉴스 덕분에 정민아는 바로 송준을 알아봤다. 그러나 그녀는 송준이 왜 이 백을 사고 자기한테 주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아침에 사진에 뒷모습을 드러낸 사람이 진짜 김예훈이란 말인가?정민아는 고개를 돌려 김예훈을 봤다. 송준도 고개를 돌려 김예훈의 눈치를 봤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예훈 옆에서 1년여 동안 경호를 맡은 송준은 바로 그가 화났음을 알아챘다.이에 송준은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정 대표님, 갑작스럽겠지만 얼마 전 CY그룹 회의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 대표님이 마침 우리 쇼핑몰의 십만 번째 고객이라 이 선물을 주려는 겁니다.”비록 억지스러웠지만 유문석과 이아영은 바로 믿었다. 그들은 정민아와 송준이 무슨 사이라도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녀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유문석은 자신감을 되찾고 송준한테로 다가갔다.“송 대표님, 저 기억나죠?”송준은 그를 훑어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나 김예훈의 체면을 봐서 조심스레 물었다.“이분은...”“전 CY그룹의 팀장 유문석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만난 적이 있죠...”유문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그는 송준이 자기를 알아보길 바랐다.“팀장?”송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누군지 모르겠고 당신과 알고 지낼 필요도 없습니다.”송준의 솔직한 답변 때문에 유문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이때, 임은숙이 의문스레 물었다.“송 대표님, 유문석이랑 친구 사이 아니세요?”그녀는 유문석을 깎아내릴 생각이 없었다. 단지 송준이 기억하지 못한 거라고 믿었다.송준은 김예훈의 표정을 살피고 말을 이어갔다.“죄송합니다. 누군지 모릅니다. 알 필요도 없죠.”말을 마친 송준은 매장을 나섰다.총사령관이 화가 났으니 얼른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었다.
송준이 떠난 후에야 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좋은 사람을 만났네요. 저분이 화를 내지 않은 게 다행이에요.”이아영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었다.“언니, 우리 남편이 송준이랑 친구가 아니라고 해도 언니 남편보다 백배, 아니 천 배는 나아!”“그래? 하지만 우리 남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그건...”이아영은 화가 나 몸이 부르르 떨렸다.이때, 임은숙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됐어, 가족끼리 왜 이러는 거야? 남들이 보면 웃어.”정민아는 입을 다물었다. 임은숙은 이아영 편이었다.‘모두 같은 편이었네.’하지만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임은숙과 장미순을 보기만 했다. 이건 그한테 게임에 불과했다. 이 게임이 어떻게 끝날지 그도 궁금했다.이들은 샤넬 매장에서 나온 후 다른 매장으로 향했다.“잠시만요, 제가 뭘 두고 온 것 같아요.”김예훈이 갑자기 말했다. 그는 재빨리 샤넬 매장으로 달려갔다.“아마 백 사러 간 것 같네요. 뭐, 세일 백이나 사러 간 거겠죠.”이아영은 득의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김예훈이 아내 카드로 백 사는 광경을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정민아는 김예훈의 뒷모습을 보며 의아함이 들었다.‘진짜 백 사러 간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또다시 예전처럼 매장 전체를 살까 봐 걱정되었다.“방금 저 백 포장해주세요.”김예훈은 샤넬 매장으로 들어오자마자 블랙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그제야 직원들은 송준이 왜 그렇게 예의를 갖췄는지 알게 되었다. 김예훈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잠시 후, 김예훈은 백 포장을 들고 매장을 나섰다.“진짜 산 거예요? 얼마짜리에요? 20만 원?”이아영이 조롱하듯 웃었다.김예훈은 아무 말도 없이 정민아 곁으로 다가가 포장을 쥐여줬다.“여보, 수고했어.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그래.”정민아는 남편이 주는 선물이라면 모두 마음에 들어 했다.“언니, 그래도 어떤 백인지 한번 열어봐.”이아영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집에 가서 볼게.”정민아가 거절했다.
곧이어 이아영은 정민아의 손에 든 물건을 잽싸게 낚아채더니 피식 웃었다.“언니, 무슨 볼썽사나운 물건도 아니고 굳이 집에 가서 봐야 할 이유라도 있어? 설마 너무 싸구려라서 망신당할까 봐?”“이아영, 작작해!”정민아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김예훈이 자신한테 준 선물인데, 이아영이 대체 무슨 명목으로 뺏어간단 말인가!이아영은 본인의 무례함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언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게 다 언니를 위해서야. 무능한 언니 남편이 눈속임하려고 아무거나 가져오면 어떡해? 99.5% 할인해서 40만 원 정도는 되는 구형 모델일 수도 있으니까 다른 선물 달라고 해야 하지 않겠어?”이아영은 말을 이어가면서 포장지를 뜯기 시작했다.하지만 포장지 속의 내용물을 보았을 때 그녀는 마치 감전된 사람처럼 그대로 얼어붙었다.한정판이라니? 그것도 무려 4억짜리 한정판이라고?!순간, 이아영은 잘못 본 줄 알고 연신 눈을 비볐다.이때 유문석도 다가와 한 마디 거들었다.“누나, 만약 쓰레기 같은 물건이라면 내가 10배 더 좋은...”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입을 닫고 얼굴을 찡그렸다. 김예훈이 다름 아닌 이 한정판 가방을 샀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순간 유문석도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이내 김예훈을 돌아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작 병신같은 놈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사람이 무슨 돈이 이렇게 많단 말이지?4억에 육박하는 액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평생 벌어도 4억이 없는 일반 가정이 얼마나 많은데!“김예훈, 너 혹시 훔친 거야?”이아영은 김예훈의 코앞에서 손가락질하며 따졌다.“이제 말 놓기로 한 건가? 네가 살 형편이 안 된다고 남들도 살 수 없는 건 아니잖아?”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하지만 이아영은 김예훈이 샀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이 쓸모없는 자식한테 몇십만이 있으면 몰라도 몇억 원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그나마 이 자식이 싸구려 물건을 사서 점원이 방심한
“다들 눈이 멀었어요? 이렇게 귀한 제품이 바꿔치기 당한 것도 눈치채지 못했어요?”이아영은 도도한 걸음걸이로 매장으로 들어서자 큰소리로 외쳤다.몇몇 점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곧바로 점장이 다가와서 물었다.“손님,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네요.”“이해가 안 가다니? 저기 좀 보세요. 저 사람이 가방을 사고 실제로는 뭘 들고 나갔는지!”이아영은 등 뒤의 김예훈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점장은 오리무중한 표정으로 이아영을 바라보더니 김예훈을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저분께서 이 가방을 산 게 맞는데요?”점장의 공손한 태도는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방금 훔쳐본 김예훈의 잔액이 대체 0이 몇 개 있는지 아직도 가늠이 안 갔다.“그럴 리가! 두 눈 크게 뜨고 똑똑히 확인해봐요! 저런 인간이 어떻게 이 가방을 살 수 있단 말이죠?”이아영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 어디까지나 김예훈을 망신시키기 위해서였지, 스스로 체면 깎이려고 찾아온 건 아니었다.“손님, 예의 좀 지켜주시겠어요? 그리고 저분께서 구매한 가방이 확실해요. 영수증도 있으니까 잘 보세요!”점장은 불쾌한 티를 팍팍 났다.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봤어도 이렇게 막무가내인 적은 처음이었다.남이 무엇을 사든 본인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제정신이 아닌 듯싶었다.이아영은 그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뒤적거리며 영수증을 꺼내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영수증에는 금액이 찍혀 있었고, 정확하게 3억 5150만 원이었다.그렇다면 이 가방을 진짜 김예훈이 돈 주고 샀단 말인가? 이럴 수가?!고작 쓰레기 같은 녀석한테 무슨 돈이 이렇게 많지?이아영은 무의식중에 정민아를 바라보았다. 설마 김예훈이 그녀의 카드를 긁었나?“언니 진짜 대단하구나. 고작 체면치레를 위해 이런 짓까지 서슴없이 해? 언니를 너무 얕잡아 봤나 봐.”이아영이 냉소를 지었다.“내가 왜?”정민아는 어리둥절하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