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쓰레기 같은 놈이 또 뭐 하려고?”이아영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설마 매장에 다시 들어왔으니 민아 언니한테 또 선물 사준다는 말은 아니겠지? 아주 가관이네, 그럼 사! 어디 한번 매장에 있는 가방 싹 다 결재해보지? 그게 가능하다면 무릎 꿇고 절이라도 해줄 테니까.”이아영은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김예훈이 4억 가까이 되는 가방을 샀다는 자체만 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따라서 매장에 있는 가방을 전부 구매하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적어도 수십억이 넘지 않겠냐는 말이다.“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정민아를 힐긋 바라보았다.“이따가 잊지 말고 찍어.”말을 마친 김예훈은 점장을 돌아보았다.“여기 있는 거 다 포장해주세요.”내내 대꾸하느라 바쁜 점장은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진짜 다 구매한단 말인가? 매장에 있는 제품을 전부 더하면 족히 몇십 억은 넘었다!“손님, 농담이시죠?”점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아니요.”김예훈이 딱 잘라 말했다.점장은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 비록 김예훈이 돈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으로 물건 달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순간 그녀는 머리가 띵해 나더니 멍한 느낌이 들었다.반면, 이아영은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김예훈이 진짜 그녀의 도발에 응할 줄이야! 그녀를 망신 주려고 작정한 건가?다만 말은 쉽게 내뱉어도 과연 결제할 돈이 있냐는 말이다.정민아가 아무리 대표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몇십억에 육박하는 현금이 있을 리가 없다고 장담했다.“얼른 포장해서 계산하지 않고 뭐해요?”이때, 이아영이 이를 갈며 말했다.이아영은 점점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저런 못난 놈이 자기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꼴을 어찌 눈 뜨고 지켜볼 수 있냐는 말이다.반면, 옆에 있던 유문석은 식은땀이 확 났다.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으로서 그는 김예훈의 태연한 모습은 진짜 아무렇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며, 절대로 허세 부리는 느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
임은숙도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말했다.“민아야, 내가 몇 번을 얘기했니? 아무리 돈이 있어도 이렇게 함부로 쓰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대체 어디서 생긴 돈인지 제대로 확인해봐야지 않겠어? 만약 또 빌린 돈이라면 김예훈한테 본인이 갚을 예정이며 우리랑 상관없다는 내용으로 서명하도록 해.”임은숙의 말을 듣자 장미순 가족은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돈을 빌려서 허세를 부려? 나중에 어떻게 갚을지 두고 볼 테야!정민아는 의혹이 가득 담긴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비록 김예훈의 돈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돈을 빌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어쨌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은 이상 무려 몇십억을 섣불리 빌려주는 집이 어디 있냐는 말이다.더 중요한 건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김예훈은 방금 전화할 틈조차 없었다.일단 마음속으로 스멀스멀 번지는 의구심을 지우고 정민아는 느릿느릿 말했다.“엄마, 미순 이모, 오늘 누구한테 본때를 보여주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방금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매장까지 돌아와 소란 피운 사람을 다들 직접 목격했을 텐데, 쟤가 저한테 함부로 대하는 건 당연하고, 저는 한 게 아무것도 없지만 남을 괴롭히는 처지가 되었단 말인가요?”이아영의 지나친 행동에 정민아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순간 눈이 마주친 장미순과 임은숙은 너나 할 것 없이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오늘에 있었던 모든 일은 정민아가 김예훈을 싫어하거나 김예훈의 체면을 잃게 하는 계기는커녕 오히려 스스로 망신당하는 꼴이 되었다.이때, 김예훈이 입을 열었다.“이아영, 네가 했던 말을 잊은 건 아니지?”김예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사람이 그를 째려보았다.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방금 이아영은 김예훈이 모든 제품을 결제하는 순간 무릎이라도 꿇고 절을 하겠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그런데 문제는 김예훈 따위 전혀 안중에도 없는 이아영이 어찌 진짜 무릎 꿇고 절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이아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고작 데릴사위한테
그는 성격상 이아영이 말을 내뱉은 이상 무조건 실현하게 할 것이다.하지만 정민아가 넘어가자고 했으니 이쯤에서 관두기로 했다. 어차피 별일도 아니니까.“쇼핑 그만하고 돌아갈래요!”이아영은 굳은 얼굴로 김예훈과 정민아를 쳐다보지도 않더니 화를 꾹꾹 눌러 담고 홱 돌아서서 걸어갔다.장미순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정민아, 네 남편은 어쩌면 예의가 일도 없니? 앞으로도 우리랑 친척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이혼해!”그녀도 말을 마치자 자리를 떠났다. 유문석은 한 마디 거들고 싶었지만, 태연하기 그지없는 김예훈을 보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오늘 김예훈이 보여준 다양한 모습에서 유추해보면 그가 결코 보통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지는 유문석 자신조차 가늠이 안 갔다.따라서 김예훈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한, 유문석은 그를 더욱 심기불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곧이어 유문석도 무리를 따라갔다.세 사람이 떠나고 나서 정민아는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대답해. 대체 어디서 돈이 났는데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는 거야? 제발 빌렸다는 소리는 하지 마.”김예훈은 사흘 뒤 인수합병 행사에서 정민아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예정이었다.따라서 지금 굳이 먼저 공개할 필요는 없는지라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겼다.“지난번 골동품 가게에서 소현이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잖아. 아직도 기억해?”“응,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정민아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정군과 임은숙도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도 이 사건을 알고 있었지만,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갔다.“그때 상대방에 돈으로 배상해줬는데 며칠 전에 마침 내 계좌로 이체했거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완벽에 가까운 핑계라고 생각한 그는 정민아의 의심을 사지 않을 거로 확신했다.“뭐라고?! 소현한테 배상한 돈이라고? 무려 20억인데?”그의 말에 임은숙은 기절할 뻔했다.20억 배상금으로 가방 사는 데 다 썼다니? 그것도
“그럼 어떡해?”정군이 눈살을 찌푸렸다.“뭘 어떡해? 당연히 계획대로 진행해야지.”장미순은 쌀쌀맞은 얼굴로 말했다.“문석아, 그분은 초대했어? 오늘 저녁의 주인공은 너니까 잘 좀 해야지.”이아영도 입을 열었다.유문석은 원래 김예훈을 나름대로 견제했는데, 임은숙의 입을 통해 김예훈이 돈을 어디서 얻었는지 확인하는 순간 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본인처럼 유능한 사람이 고작 데릴사위 따위한테 겁을 먹었다는 자체가 낯뜨거울 지경이었다.이에 유문석은 싸늘한 말투로 대답했다.“어머님, 아영아, 걱정하지 마. 다음은 나한테 맡겨! 허세 부리는 게 그렇게 좋다면 고급스러운 장소를 제대로 체험하게 해주지. 손님은 이미 초대했고, 준비도 완료했어. 내가 장담컨대 오늘 이후로 김예훈은 다시는 우리 앞에 얼굴 비출 일이 없을 거야!”이아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직 부족해! 바닥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할 테니까, 나중에 꼭 동영상 찍어줘.”...오늘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두 가족은 결국 저녁도 따로 먹기로 했다.김예훈은 어차피 상관없는지라 정민아를 데리고 반월만 호텔 1층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늦게 찾아간 탓에 룸은 전부 나갔고, 홀 자리만 남아 있었다.하지만 결혼한 지 꽤 된 김예훈과 정민아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둘은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고 기분 좋게 식사를 이어갔다.김예훈도 오랜만에 정민아와 즐겁게 지내는 것 같다는 생각에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특히 성남시에 온 이후로 둘만의 시간이 더 적어졌기에 그는 모처럼 얻은 기회를 소중히 여겼다.“누나, 웬일이야?”이때,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슈트 차림의 두 남자가 걸어왔다. 그중 한 사람은 누가 봐도 유문석이었다.유문석의 얼굴에는 어렴풋이 득의양양한 표정이 떠올랐고, 이내 정민아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자자, 누나한테 소개해줄게. 이분은 성남시 나씨 가문의 직계 친척 나영수야. 현재는 협력 사업 때문에 나랑 논의 중이셔.”유문석 옆에 서 있는
한편 정민아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지점장님 맞으시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우리 회사는 당분간 자금 문제는 없을 거예요. 나중에라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찾아가지 않을까요?”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민아는 나영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나영수의 탐욕스러운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연히 눈치챘다.반면, 유문석이 이런 사람을 데리고 자신한테 소개해줬다는 사실 자체가 김예훈과 그녀의 사이를 훼방 놓으려는 게 너무 티가 나서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유문석은 정민아가 심기 불편하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듯 미소를 지었다.“누나, 지점장님은 나이도 젊으신데 능력까지 뛰어나서 엄청 잘 나가. 성남시에 지점장님을 만나고 싶어도 기회조차 없는 부잣집 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오늘 지점장님과 만난 걸 영광인 줄 알아. 아니면 내 체면을 세워주는 셈 치고 우리 테이블에 와서 한잔할래?”정민아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남편이랑 밥 먹고 있는 게 안 보여?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두 분, 별일 없으면 이만 자리를 피해주시죠?”정민아의 말뜻은 누가 들어도 두 사람한테 돌아가라는 것이었다.유문석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정민아, 그렇다면 내 체면을 봐주지 않겠다는 뜻인가?”나영수가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끼어들었다.“유 팀장, 굳이 나랑 알고 지내지 않아도 괜찮다는데 그냥 내버려 둬. 다만, 우리의 협력도 여기까지가 끝이야.”“아닙니다! 제가 꼭 잘 설득해보겠습니다.”유문석은 일그러진 얼굴로 대답했다.그러고 나서 빠른 걸음으로 정민아 곁으로 다가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오늘 누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점장님 눈에 든 이상 무조건 같이 한잔해야 해! 만약 내가 추진하는 협력 건이 물 건너간다면 너도 CY그룹에서 바람 잘 날 없을 거야!”이때, 옆에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유문석, 고작 CY그룹의 팀장에 불과한 너 같은 사람은 회사에 있으나 마나 해. 게다가 내일이면 해고당할
그의 말에 유문석은 냉소를 짓더니 더 이상 김예훈 같은 사람과 말 섞기 싫은 듯 무시해버렸다.이내 진지한 얼굴로 정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누나,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테니까 잘 들어. 누나 남편은 평생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할 운명이야! 만약 내가 누나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집에서 쫓아낼 테니까. 그래야만 누나도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겠어? 난 누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고, 다른 사람은 누나의 불행을 재미로 삼을 뿐이지!”유문석은 마치 정민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나영수도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정민아 씨가 얼마나 훌륭한 여자인데요. 성공한 사업가에 젊고 예쁘기까지, 저런 남자가 어찌 가당키나 하겠어요? 인생의 반쪽으로 진짜로 괜찮은 남자를 선택해야죠. 자기 여자를 돌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남자 말입니다.”말을 마친 나영수는 가슴을 살짝 폈다. 사실 그의 말뜻은 간단했고, 즉 진짜로 괜찮은 남자는 본인이라는 것이다.이는 오늘 저녁의 만남은 두 사람이 사전 계획하에 이뤄졌고, 결코 우연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정민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외부인이 제 사적인 일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게다가 전 김예훈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기분 좋게 밥 먹고 있는데, 이제 그만 방해해주시죠?”유문석은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누나, 정신 차려! 저런 사람이 괜찮다고? 오늘 저녁 밥값만 해도 못 낼 것 같은데? 여기서 한 끼 사 먹는데 얼마 드는지 알아? 적어도 400만이라고! 오후에 소현한테 준 배상금을 펑펑 쓰면서 허세 부렸다고 해서 진짜 돈 있는 줄 알아? 잘 들어, 거지는 어디까지나 거지야. 빈털터리가 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우리가 뭘 먹고 계산을 어떻게 하든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정민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제 그만 자리를 피해줄래?”유문석은 안색이 살짝 변했고, 나영수의 얼굴은 저절로 일그러졌다.김예훈은 시종일관 무심
“무슨 일이래?”정민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유문석은 왜 갑자기 김예훈을 초대한단 말이지?“나한테 CY그룹 사람을 접할 기회라고 파티에 같이 가자고 하던데? 일단 가 볼게. 어쩌면 앞으로 네 사업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럼 갔다가 일찍이 와.”정민아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김예훈이 사람을 만나고 인맥을 넓히고 싶다고 한 이상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30분 뒤, 반월만의 해변에 있는 프라이빗 클럽에 CY그룹 임원 십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그들 중 대부분은 원래 김씨 가문에 소속된 그룹사의 팀장이었다.당시 김예훈이 Q그룹을 설립했을 때, 이들은 그 그룹사에 취직하고 있었다.나중에 김씨 가문이 내분을 일으킨 바람에 김예훈의 충신들은 그룹사를 떠나거나 뿔뿔이 흩어졌다.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버티다가 제일 먼저 김병욱을 포함한 사람한테 빌붙었다. 게다가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나 데이터를 잽싸게 그들에게 바쳤다.따라서 김병욱을 포함한 사람들은 김예훈이 두 손으로 일군 Q 그룹을 아주 순조롭게 이어받았다.반면, 김예훈이 김씨 가문의 자산을 다시 회수한 이후로 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CY그룹에 기생했다.심지어 하은혜를 찾아가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물론 목적은 그동안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함이었다.한 마디로 이 사람들은 기회주의자였다.김예훈이 아직 임명하지 않은 탓에 이들이 담당했던 직위는 공석인 상태였다.하지만 이로 인해 그들은 3일 뒤에도 임원 자리가 다시 본인들에게 넘어올 거라는 커다란 착각에 빠졌다.김씨 가문과 김세자가 피 터지게 싸워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 실속 차리는 사람들은 본인일 테니까!물론 이들은 당시 김예훈의 심복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그의 정체를 몰랐다.“유 팀장, 오늘 자네가 준비한 자리에서 진짜 마음 놓고 놀아도 돼?”“다들 정신적으로 초긴장 상태라서 자극이 필요하거든.”“노는 건 문제 없지만, 절대 사고를 치면 안 돼. 자네도
“왔어요!”이때 유문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곧이어 뒷짐을 쥐고 프라이빗 클럽 입구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여유롭게 걸어 들어오는 김예훈이 나타났다.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겨왔다.다만 그런 느낌은 금세 사라졌고, 현장에 있던 소위 임원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유문석, 네가 말한 못난 놈이 쟤야?”그중 한 사람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눈앞의 남자는 어딘가 눈에 익었지만, 정확히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사실 그저 평범한 직원에 불과한 이들은 김예훈의 얼굴을 정면으로 본 적이 없기 마련이다.다만 당시 여러 행사장에서 아무리 직원이라고 해도 멀리서나마 김예훈을 봤을지도 모르기에 낯익은 느낌이 들 수 있었다.물론 어디까지나 느낌에 불과했다.“맞아요! 이따가 여러분에게 맡길게요.”유문석이 미소를 지었다.이내 김예훈한테 가까이 다가가 입을 열었다.“자자, 여러분, 이 사람을 소개해 드리자면 이름은 김예훈이고, 정 씨 일가의 데릴사위이자 정민아의 못난 남편이죠. 임원 여러분도 아마 들어본 적 있을 텐데, 앞으로 CY그룹에 좋은 프로젝트거나 업무가 생기면 제 체면 세워주는 셈 치고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비록 유문석은 말을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잘 들어보면 김예훈의 신분을 콕 집어 언급했는데 누가 봐도 김예훈을 데리고 와서 웃음거리로 만들 작정이지, 그를 소개해주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아니나 다를까 순간 클럽에 참석한 모든 임원이 폭소를 터뜨렸다.유문석은 마치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미소를 보지 못한 듯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자, 김예훈, 소개해줄게. 이분은 CY그룹 인사팀장 이유정이고, 이분은 CY그룹 주임 장소훈이야. 그리고 이분은...”유문석이 한 명씩 소개하자 소위 임원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거만한 표정을 지었는데, 딱 봐도 김예훈에게 그들을 아는 척하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뻔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이들을 훑어보았다.유문
“하하하하! 역시 병신이 맞았어!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너희들 꼬락서니를 봐!”추문성 일행의 처참한 모습을 본 맹승현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이러고도 내 앞에서 잘난 척했던 거야? 그것도 모자라 정의를 되찾고 싶어? 아직 수류탄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겁을 먹다니! 정말 던져버리면 무서워서 울겠네? 정말 안 되겠네. 추씨 가문? 동씨 가문? 제발 웃기지 마! 1인자 자리에 앉아있는 건 아무도 너희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야. 정말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나 같은 사람이랑 비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맹승현은 추문성의 얼굴을 때리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임수민 등 아름다운 여성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동씨 가문이든 추씨 가문이든 진주·밀양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무고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맹승현과 함께 죽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됐어. 오늘은 충분히 기회를 많이 줬어.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도 하지 마.”맹승현은 한껏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길에서 나를 만나든 윤지 씨를 만나든 멀리 썩 꺼져. 앞으로 우리가 참석하는 자리에는 동씨 가문도, 추씨 가문도 나타나지 말아야 할 거야. 아니면 만날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 그리고 내 말대로 얼른 돈이랑 고서희 씨를 돌려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기 전에. 알겠어?”맹승현은 테이블 위에서 샴페인 병을 집어 들고 추문성의 머리를 내리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진주·밀양에서는 아무도 내 앞에서 뭐라 하지 못해. 너희들은 그럴 자격도 없어.”추문성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일그러진 것이 맹승현이 수류탄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직접 나섰을 것이다.추문성이 이토록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맹승현은 더욱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나는 어때!”바로 이때, 인파를 뚫고 한 사람이 거만한 모습으로 맹승현 앞에
한계를 넘어선 맹승현의 행동에 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말았다.그녀는 진주·밀양 용전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김예훈의 이익도 대표하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맞을 수가 있겠는가?다음 수난 추하린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맹승현, 내가 괜히 진주·밀양 용전 전주가 된 줄 알아? 정말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추하린의 명령과 함께 주위에 열몇 명의 부하들이 동시에 나타나 총알을 장전하고 맹승현을 겨냥했다.하지만 맹승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그는 무표정으로 추하린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옥루 회관을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윤지 씨 앞에서 위세를 부리는데 너를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 내가 말해주는데 추하린! 진주·밀양 용전 전주면 다른 사람에게 겁줄 수는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먹혀. 네까짓 게 추문성을 위해 나서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추하린이 냉랭하게 말했다.“나랑 제대로 한번 붙어볼 생각인가 봐? 사람도 많고 총도 많은데 굳이 나를 건드리겠다고?”맹승현은 피식 웃기만 했다.“총으로 나를 쏴보든가! 나를 죽이지 못하면 추씨 가문의 남자는 대대로 노예가 되고 여자는 창녀가 될 것이야.”맹승현이 외투를 풀어 헤치는 순간 옷 속에서 또 몇 개의 검은 수류탄이 보였다.수류탄이 터지는 순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을 운명이었다.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수십 명의 용전 부하들과 경호원들은 본능적으로 후퇴했고, 어떤 사람들은 은신처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맹승현은 그야말로 진정한 미친놈이었다.남윤지조차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심지어 왜 이런 미치광이를 전쟁터에서 데려왔는지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맹승현의 스타일을 봤을 때 정말로 동반자살 하는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추하린이 꽉 잡았다.“왜.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나를 죽이겠다면서? 왜 이제는 하나둘 겁먹은 거야
“체면을 지켜주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뺨을 때리면 뭐 어쩔 거냐고.”남윤지는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참기만 하더니 드디어 폭발할 준비가 된 거야?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자, 한 대 쳐봐. 어떻게 나를 건드릴 건지 지켜볼 거니까.”“너!”추문성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수십 명의 제복을 입고 전신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총을 빼 들고 전체 마당을 포위했다.이때 제복을 입고있는 추하린이 긴 다리를 뻗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남윤지 씨,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기 전에 제 의견을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요.”말하는 사이 추하린은 추문성 앞으로 다가가 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처참한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진주·밀양 용전 전주 추하린이잖아. 왜? 전주를 며칠 해봤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옥루 회관에 와서 소란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야?”남윤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이 어르신 생신 때문에 너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판에 여기서 허세를 부려? 이런 제기랄! 이따 네 뺨까지 때려줄까?”맹승현도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창피하게 그깟 총을 꺼내지도 마. 하나같이 피를 본 적도 없는 초보들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나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맹승현?’이때 추하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추문성이 여기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달려오느라 김예훈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추문성이 남윤지만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맹승현도 있다는 것이다.남윤지와 맹승현은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 두 가문을 대표하고 있어 잘못했다간 용전도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었
“그리고 강씨 가문 지분이 추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대신 결정할 자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주인이 이미 두려워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스스로 제안한 건가?”남윤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응시하며 다음 행동을 위해 그의 표정으로 뭔가를 읽어내려 했다.하지만 추문성이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남윤지 씨,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저희랑 이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거예요?”남윤지는 천천히 다가와서 추문성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물론 거래할 의향이 있지만 아쉽게도 네가 강서연 씨를 납치한 게 아니거든.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주인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계속 붙잡아 두고 강씨 가문이 당신들이랑 연을 끊게 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당신 주인이라는 사람은 그깟 똑똑한 척하는 머리와 기술로 진주·밀양에서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정말 순진하긴. 나타나기조차 두려워서 너 같은 쓰레기를 보낸 것만 해도 병신인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김예훈을 위해 준비된 것인데 김예훈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른바 거래를 할수 없었다.게다가 추문성은 그녀와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남윤지 씨는 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이 없나 봐요?”“당연히 체면은 지켜줘야지.”남윤지는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서희를 납치한 일은 따지지 않을게. 돌아가서 사람을 풀어주고 옥루 회관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내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어? 안 된다면 너까지 잡아둘 수밖에. 네가 먼저 옥루 회관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붙잡아도 너희 누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걸어오던 임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동의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까 동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었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