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눈이 멀었어요? 이렇게 귀한 제품이 바꿔치기 당한 것도 눈치채지 못했어요?”이아영은 도도한 걸음걸이로 매장으로 들어서자 큰소리로 외쳤다.몇몇 점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곧바로 점장이 다가와서 물었다.“손님,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네요.”“이해가 안 가다니? 저기 좀 보세요. 저 사람이 가방을 사고 실제로는 뭘 들고 나갔는지!”이아영은 등 뒤의 김예훈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점장은 오리무중한 표정으로 이아영을 바라보더니 김예훈을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저분께서 이 가방을 산 게 맞는데요?”점장의 공손한 태도는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방금 훔쳐본 김예훈의 잔액이 대체 0이 몇 개 있는지 아직도 가늠이 안 갔다.“그럴 리가! 두 눈 크게 뜨고 똑똑히 확인해봐요! 저런 인간이 어떻게 이 가방을 살 수 있단 말이죠?”이아영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 어디까지나 김예훈을 망신시키기 위해서였지, 스스로 체면 깎이려고 찾아온 건 아니었다.“손님, 예의 좀 지켜주시겠어요? 그리고 저분께서 구매한 가방이 확실해요. 영수증도 있으니까 잘 보세요!”점장은 불쾌한 티를 팍팍 났다.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봤어도 이렇게 막무가내인 적은 처음이었다.남이 무엇을 사든 본인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제정신이 아닌 듯싶었다.이아영은 그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뒤적거리며 영수증을 꺼내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영수증에는 금액이 찍혀 있었고, 정확하게 3억 5150만 원이었다.그렇다면 이 가방을 진짜 김예훈이 돈 주고 샀단 말인가? 이럴 수가?!고작 쓰레기 같은 녀석한테 무슨 돈이 이렇게 많지?이아영은 무의식중에 정민아를 바라보았다. 설마 김예훈이 그녀의 카드를 긁었나?“언니 진짜 대단하구나. 고작 체면치레를 위해 이런 짓까지 서슴없이 해? 언니를 너무 얕잡아 봤나 봐.”이아영이 냉소를 지었다.“내가 왜?”정민아는 어리둥절하기만
“이 쓰레기 같은 놈이 또 뭐 하려고?”이아영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설마 매장에 다시 들어왔으니 민아 언니한테 또 선물 사준다는 말은 아니겠지? 아주 가관이네, 그럼 사! 어디 한번 매장에 있는 가방 싹 다 결재해보지? 그게 가능하다면 무릎 꿇고 절이라도 해줄 테니까.”이아영은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김예훈이 4억 가까이 되는 가방을 샀다는 자체만 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따라서 매장에 있는 가방을 전부 구매하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적어도 수십억이 넘지 않겠냐는 말이다.“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정민아를 힐긋 바라보았다.“이따가 잊지 말고 찍어.”말을 마친 김예훈은 점장을 돌아보았다.“여기 있는 거 다 포장해주세요.”내내 대꾸하느라 바쁜 점장은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진짜 다 구매한단 말인가? 매장에 있는 제품을 전부 더하면 족히 몇십 억은 넘었다!“손님, 농담이시죠?”점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아니요.”김예훈이 딱 잘라 말했다.점장은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 비록 김예훈이 돈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으로 물건 달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순간 그녀는 머리가 띵해 나더니 멍한 느낌이 들었다.반면, 이아영은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김예훈이 진짜 그녀의 도발에 응할 줄이야! 그녀를 망신 주려고 작정한 건가?다만 말은 쉽게 내뱉어도 과연 결제할 돈이 있냐는 말이다.정민아가 아무리 대표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몇십억에 육박하는 현금이 있을 리가 없다고 장담했다.“얼른 포장해서 계산하지 않고 뭐해요?”이때, 이아영이 이를 갈며 말했다.이아영은 점점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저런 못난 놈이 자기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꼴을 어찌 눈 뜨고 지켜볼 수 있냐는 말이다.반면, 옆에 있던 유문석은 식은땀이 확 났다.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으로서 그는 김예훈의 태연한 모습은 진짜 아무렇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며, 절대로 허세 부리는 느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
임은숙도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말했다.“민아야, 내가 몇 번을 얘기했니? 아무리 돈이 있어도 이렇게 함부로 쓰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대체 어디서 생긴 돈인지 제대로 확인해봐야지 않겠어? 만약 또 빌린 돈이라면 김예훈한테 본인이 갚을 예정이며 우리랑 상관없다는 내용으로 서명하도록 해.”임은숙의 말을 듣자 장미순 가족은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돈을 빌려서 허세를 부려? 나중에 어떻게 갚을지 두고 볼 테야!정민아는 의혹이 가득 담긴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비록 김예훈의 돈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돈을 빌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어쨌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은 이상 무려 몇십억을 섣불리 빌려주는 집이 어디 있냐는 말이다.더 중요한 건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김예훈은 방금 전화할 틈조차 없었다.일단 마음속으로 스멀스멀 번지는 의구심을 지우고 정민아는 느릿느릿 말했다.“엄마, 미순 이모, 오늘 누구한테 본때를 보여주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방금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매장까지 돌아와 소란 피운 사람을 다들 직접 목격했을 텐데, 쟤가 저한테 함부로 대하는 건 당연하고, 저는 한 게 아무것도 없지만 남을 괴롭히는 처지가 되었단 말인가요?”이아영의 지나친 행동에 정민아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순간 눈이 마주친 장미순과 임은숙은 너나 할 것 없이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오늘에 있었던 모든 일은 정민아가 김예훈을 싫어하거나 김예훈의 체면을 잃게 하는 계기는커녕 오히려 스스로 망신당하는 꼴이 되었다.이때, 김예훈이 입을 열었다.“이아영, 네가 했던 말을 잊은 건 아니지?”김예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사람이 그를 째려보았다.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방금 이아영은 김예훈이 모든 제품을 결제하는 순간 무릎이라도 꿇고 절을 하겠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그런데 문제는 김예훈 따위 전혀 안중에도 없는 이아영이 어찌 진짜 무릎 꿇고 절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이아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고작 데릴사위한테
그는 성격상 이아영이 말을 내뱉은 이상 무조건 실현하게 할 것이다.하지만 정민아가 넘어가자고 했으니 이쯤에서 관두기로 했다. 어차피 별일도 아니니까.“쇼핑 그만하고 돌아갈래요!”이아영은 굳은 얼굴로 김예훈과 정민아를 쳐다보지도 않더니 화를 꾹꾹 눌러 담고 홱 돌아서서 걸어갔다.장미순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정민아, 네 남편은 어쩌면 예의가 일도 없니? 앞으로도 우리랑 친척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이혼해!”그녀도 말을 마치자 자리를 떠났다. 유문석은 한 마디 거들고 싶었지만, 태연하기 그지없는 김예훈을 보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오늘 김예훈이 보여준 다양한 모습에서 유추해보면 그가 결코 보통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지는 유문석 자신조차 가늠이 안 갔다.따라서 김예훈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한, 유문석은 그를 더욱 심기불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곧이어 유문석도 무리를 따라갔다.세 사람이 떠나고 나서 정민아는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대답해. 대체 어디서 돈이 났는데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는 거야? 제발 빌렸다는 소리는 하지 마.”김예훈은 사흘 뒤 인수합병 행사에서 정민아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예정이었다.따라서 지금 굳이 먼저 공개할 필요는 없는지라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겼다.“지난번 골동품 가게에서 소현이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잖아. 아직도 기억해?”“응,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정민아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정군과 임은숙도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도 이 사건을 알고 있었지만,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갔다.“그때 상대방에 돈으로 배상해줬는데 며칠 전에 마침 내 계좌로 이체했거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완벽에 가까운 핑계라고 생각한 그는 정민아의 의심을 사지 않을 거로 확신했다.“뭐라고?! 소현한테 배상한 돈이라고? 무려 20억인데?”그의 말에 임은숙은 기절할 뻔했다.20억 배상금으로 가방 사는 데 다 썼다니? 그것도
“그럼 어떡해?”정군이 눈살을 찌푸렸다.“뭘 어떡해? 당연히 계획대로 진행해야지.”장미순은 쌀쌀맞은 얼굴로 말했다.“문석아, 그분은 초대했어? 오늘 저녁의 주인공은 너니까 잘 좀 해야지.”이아영도 입을 열었다.유문석은 원래 김예훈을 나름대로 견제했는데, 임은숙의 입을 통해 김예훈이 돈을 어디서 얻었는지 확인하는 순간 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본인처럼 유능한 사람이 고작 데릴사위 따위한테 겁을 먹었다는 자체가 낯뜨거울 지경이었다.이에 유문석은 싸늘한 말투로 대답했다.“어머님, 아영아, 걱정하지 마. 다음은 나한테 맡겨! 허세 부리는 게 그렇게 좋다면 고급스러운 장소를 제대로 체험하게 해주지. 손님은 이미 초대했고, 준비도 완료했어. 내가 장담컨대 오늘 이후로 김예훈은 다시는 우리 앞에 얼굴 비출 일이 없을 거야!”이아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직 부족해! 바닥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할 테니까, 나중에 꼭 동영상 찍어줘.”...오늘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두 가족은 결국 저녁도 따로 먹기로 했다.김예훈은 어차피 상관없는지라 정민아를 데리고 반월만 호텔 1층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늦게 찾아간 탓에 룸은 전부 나갔고, 홀 자리만 남아 있었다.하지만 결혼한 지 꽤 된 김예훈과 정민아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둘은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고 기분 좋게 식사를 이어갔다.김예훈도 오랜만에 정민아와 즐겁게 지내는 것 같다는 생각에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특히 성남시에 온 이후로 둘만의 시간이 더 적어졌기에 그는 모처럼 얻은 기회를 소중히 여겼다.“누나, 웬일이야?”이때,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슈트 차림의 두 남자가 걸어왔다. 그중 한 사람은 누가 봐도 유문석이었다.유문석의 얼굴에는 어렴풋이 득의양양한 표정이 떠올랐고, 이내 정민아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자자, 누나한테 소개해줄게. 이분은 성남시 나씨 가문의 직계 친척 나영수야. 현재는 협력 사업 때문에 나랑 논의 중이셔.”유문석 옆에 서 있는
한편 정민아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지점장님 맞으시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우리 회사는 당분간 자금 문제는 없을 거예요. 나중에라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찾아가지 않을까요?”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민아는 나영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나영수의 탐욕스러운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연히 눈치챘다.반면, 유문석이 이런 사람을 데리고 자신한테 소개해줬다는 사실 자체가 김예훈과 그녀의 사이를 훼방 놓으려는 게 너무 티가 나서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유문석은 정민아가 심기 불편하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듯 미소를 지었다.“누나, 지점장님은 나이도 젊으신데 능력까지 뛰어나서 엄청 잘 나가. 성남시에 지점장님을 만나고 싶어도 기회조차 없는 부잣집 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오늘 지점장님과 만난 걸 영광인 줄 알아. 아니면 내 체면을 세워주는 셈 치고 우리 테이블에 와서 한잔할래?”정민아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남편이랑 밥 먹고 있는 게 안 보여?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두 분, 별일 없으면 이만 자리를 피해주시죠?”정민아의 말뜻은 누가 들어도 두 사람한테 돌아가라는 것이었다.유문석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정민아, 그렇다면 내 체면을 봐주지 않겠다는 뜻인가?”나영수가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끼어들었다.“유 팀장, 굳이 나랑 알고 지내지 않아도 괜찮다는데 그냥 내버려 둬. 다만, 우리의 협력도 여기까지가 끝이야.”“아닙니다! 제가 꼭 잘 설득해보겠습니다.”유문석은 일그러진 얼굴로 대답했다.그러고 나서 빠른 걸음으로 정민아 곁으로 다가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오늘 누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점장님 눈에 든 이상 무조건 같이 한잔해야 해! 만약 내가 추진하는 협력 건이 물 건너간다면 너도 CY그룹에서 바람 잘 날 없을 거야!”이때, 옆에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유문석, 고작 CY그룹의 팀장에 불과한 너 같은 사람은 회사에 있으나 마나 해. 게다가 내일이면 해고당할
그의 말에 유문석은 냉소를 짓더니 더 이상 김예훈 같은 사람과 말 섞기 싫은 듯 무시해버렸다.이내 진지한 얼굴로 정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누나,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테니까 잘 들어. 누나 남편은 평생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할 운명이야! 만약 내가 누나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집에서 쫓아낼 테니까. 그래야만 누나도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겠어? 난 누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고, 다른 사람은 누나의 불행을 재미로 삼을 뿐이지!”유문석은 마치 정민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나영수도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정민아 씨가 얼마나 훌륭한 여자인데요. 성공한 사업가에 젊고 예쁘기까지, 저런 남자가 어찌 가당키나 하겠어요? 인생의 반쪽으로 진짜로 괜찮은 남자를 선택해야죠. 자기 여자를 돌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남자 말입니다.”말을 마친 나영수는 가슴을 살짝 폈다. 사실 그의 말뜻은 간단했고, 즉 진짜로 괜찮은 남자는 본인이라는 것이다.이는 오늘 저녁의 만남은 두 사람이 사전 계획하에 이뤄졌고, 결코 우연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정민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외부인이 제 사적인 일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게다가 전 김예훈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기분 좋게 밥 먹고 있는데, 이제 그만 방해해주시죠?”유문석은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누나, 정신 차려! 저런 사람이 괜찮다고? 오늘 저녁 밥값만 해도 못 낼 것 같은데? 여기서 한 끼 사 먹는데 얼마 드는지 알아? 적어도 400만이라고! 오후에 소현한테 준 배상금을 펑펑 쓰면서 허세 부렸다고 해서 진짜 돈 있는 줄 알아? 잘 들어, 거지는 어디까지나 거지야. 빈털터리가 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우리가 뭘 먹고 계산을 어떻게 하든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정민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제 그만 자리를 피해줄래?”유문석은 안색이 살짝 변했고, 나영수의 얼굴은 저절로 일그러졌다.김예훈은 시종일관 무심
“무슨 일이래?”정민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유문석은 왜 갑자기 김예훈을 초대한단 말이지?“나한테 CY그룹 사람을 접할 기회라고 파티에 같이 가자고 하던데? 일단 가 볼게. 어쩌면 앞으로 네 사업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럼 갔다가 일찍이 와.”정민아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김예훈이 사람을 만나고 인맥을 넓히고 싶다고 한 이상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30분 뒤, 반월만의 해변에 있는 프라이빗 클럽에 CY그룹 임원 십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그들 중 대부분은 원래 김씨 가문에 소속된 그룹사의 팀장이었다.당시 김예훈이 Q그룹을 설립했을 때, 이들은 그 그룹사에 취직하고 있었다.나중에 김씨 가문이 내분을 일으킨 바람에 김예훈의 충신들은 그룹사를 떠나거나 뿔뿔이 흩어졌다.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버티다가 제일 먼저 김병욱을 포함한 사람한테 빌붙었다. 게다가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나 데이터를 잽싸게 그들에게 바쳤다.따라서 김병욱을 포함한 사람들은 김예훈이 두 손으로 일군 Q 그룹을 아주 순조롭게 이어받았다.반면, 김예훈이 김씨 가문의 자산을 다시 회수한 이후로 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CY그룹에 기생했다.심지어 하은혜를 찾아가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물론 목적은 그동안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함이었다.한 마디로 이 사람들은 기회주의자였다.김예훈이 아직 임명하지 않은 탓에 이들이 담당했던 직위는 공석인 상태였다.하지만 이로 인해 그들은 3일 뒤에도 임원 자리가 다시 본인들에게 넘어올 거라는 커다란 착각에 빠졌다.김씨 가문과 김세자가 피 터지게 싸워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 실속 차리는 사람들은 본인일 테니까!물론 이들은 당시 김예훈의 심복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그의 정체를 몰랐다.“유 팀장, 오늘 자네가 준비한 자리에서 진짜 마음 놓고 놀아도 돼?”“다들 정신적으로 초긴장 상태라서 자극이 필요하거든.”“노는 건 문제 없지만, 절대 사고를 치면 안 돼. 자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