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리가 없어! 이 동영상은 가짜야! 내가 어떻게 문호 씨를 해치겠어!” 윤수인은 바로 부정했다. 김예훈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나 먼저 갈게. 너 후회하지 마!”“잠깐만, 네 요구를 말해봐!”윤수인은 이내 입을 열었다. “내가 한 짓이라고 인정하면 뭐 어쩔 건데?”“근데 너도 피차일반이야! 이런 동영상을 경찰에 제출하지 않고 날 찾아와서 협박하는 거 보면 너도 똑같은 인간이라고!”윤수인은 김예훈이 이 동영상을 빌미로 그녀한테서 돈을 뜯어낼 심산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김예훈이 그 당시 박문호가 죽기 직전 느꼈던 고통을 그녀한테 되돌려 줄 거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2천억!”김예훈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라고? 2천억? 너 미쳤어? 복씨 가문에는 왜 협박하지 않는데?”윤수인 화를 벌컥 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뿌리면 복씨 가문에서는 해결 방법이 있겠지. 근데 넌 있어?”“넌 누구한테 의지할 건데? 윤씨 가문?”“윤씨 가문에서 널 상대해 줄까?”“나...”윤수인은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윤씨 가문에서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근데 윤씨 가문에서 그녀를 위해 나설 리가 있나?만약 그때 윤씨 가문에서 그녀를 중시했다면 그녀가 복씨 가문과 손을 잡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얼굴이 창백해진 윤수인이 입을 열었다. “2천억은 너무 많아,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야.”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영상 속에는 네 사람이 있어! 근데 2천억을 못 모은다고?”“하루 시간 줄게, 네 친구들이랑 잘 의논해 봐!”“내일까지 돈 마련하지 못하면 이 동영상 퍼뜨릴 거야.”“아참, 핸드폰은 선물이야. 기념으로 가지고 있어!”김예훈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 많은 사본을 보관하고 있으니, 돈을 내지 못하면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내일 봐, 우리 여신님...”김예훈은 사무실을 걸어 나왔다. “털썩-”윤수인은 소파에 주저앉아 절망적인 표
“이 동영상 가짜 아니야...”왕명호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요즘은 하도 조작하는 일이 많아서 그가 믿지 않을 만도 했다. 윤수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 생각 했었는데, 방금 너희들 기다리면서 이미 몇 번이나 확인해 봤어. 동영상은 가짜 아니야.”“그러니까 그 말은 일단 이 동영상이 퍼져나가면 우리 모두 다 털린다는 거야?” 세 사람 중 가장 겁이 많은 탁문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옆에 있던 여성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노출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야.”“문제는, 이 동영상이 노출되면 복 씨 가문의 스캔들도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거라고.”“복 씨 가문은 그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분명 우리를 죽이려 하겠지, 복세자가 어떤 인물인데,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왕명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이제 우리 어떡해?”윤수인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너희들을 부른 거잖아. 뭐 파티라도 하는 줄 알았어?”“별다른 방법이 없어. 2천억 주고 그 동영상 사는 수밖에. 안 그러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야!” 한참 동안 고민하던 탁문우가 입을 열었다. 사실상, 지금 이 순간에는 정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돈 말고는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거야?” 여성택은 낙심한 표정을 지었다. 왕명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것 보세요, 형님들. 2천만 원이 아니라 2천억이야, 우리 넷이 나눈다고 해도 그 큰돈을 정말 쉽게 내놓을 생각이야?”“싫어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별다른 방법 있어?” 여성택이 되물었다. 이때, 윤수인이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사실, 김예훈한테 돈을 준다고 해도 그가 이 동영상을 폐기할 거라는 보장은 없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한테 또 하나의 방법이 있긴 한데...”“무슨 방법?”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이 세상에 제일 독한 것이 여자의 마음이라고 했던가!여신처럼
모든 준비가 끝났지만 윤수인은 서두르지 않았다. 마음이 급하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 10시가 다가오자 그녀가 김예훈한테 전화를 걸었다. “김예훈, 돈은 이미 준비가 다 됐어. 근데 현금으로 준비해서 옮기기가 불편해.”“프라이빗 클럽 주소 보내줄 테니까 동영상 원본 가지고 와. 절대 복사본 같은 거 만들지 말고.”“안 그러면 너한테 돈 주지 않을 거야!”윤수인은 김예훈을 믿지 못하는 말투로 말했다. 사실 이건 김예훈을 속이기 위해 그녀가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김예훈은 대답했다. “알았어. 거기서 봐.”얼마 지나지 않아 윤수인은 김예훈한테 주소 하나를 보냈다. 그곳은 프라이빗 클럽이었다. 이미 그녀의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네 사람 모두 그곳에 있었다. 이곳은 네 사람과 전혀 상관없는 곳이었다. 그들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일 처리를 더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킬러 다섯 명을 이곳에 배치했어. 하나같이 악랄한 사람들이야. 미리 한 사람한테 2억씩 지불했고 일이 마무리되면 한 사람당 2억씩 더 주기로 했어.”탁문우가 입을 열었다. “잘했어! 돈은 문제가 아니야!”“김예훈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이까짓 돈쯤이야!”윤수인은 조금 긴장되었지만 여전히 살기가 가득했다. 12시쯤 되어서 김예훈은 프라이빗 클럽에 도착했다. 이번에 그는 하은혜를 데리고 오지 않았고 그 대신 오정범을 데리고 왔다. 어떤 일은 하은혜가 있으면 처리하기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앞에 도착하자 윤수인이 미니스커트 차림을 하고 그들을 마중했다. 김예훈과 오정범 두 사람을 보고 그녀는 살짝 흠칫했다. 이내 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김예훈, 오래 기다렸잖아. 왜 이렇게 늦게 와?”김예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윤수인을 쳐다보았다. 이 여자 예전에는 되게 도도한 것 같았는데?목숨을 구걸하려고 자존심까지 내다 버린 것인가? 이내, 윤수인은 그들을 데리고 안에 있는 제일 큰 룸으로
“그래! 당장 동영상 원본 내놔, 내놓지 않으면 네 다리를 부러뜨린 다음 널 죽어버릴 거야!” 여성택도 그를 위협했다. 역시 자신의 근본 이익에 관한 일이니 네 사람은 아주 죽이 척척 잘 맞았다. 김예훈은 점점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이때 그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재미있군, 그때 당시 박문호도 너희들한테 이렇게 협박당한 거겠지?”“날 박문호한테 보낼 생각이야?”윤수인은 차갑게 말했다. “김예훈, 너한테 지금 기회를 주는 거야. 박문호까지 죽인 마당에 우리가 널 죽이지 못할 것 같아?!”“아이고 무서워라!” 김예훈이 말했다. “근데 어쩌지? 내가 무서워서 동영상 원본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한테 부탁했으니까 이제 곧 도착할 거야.”“뭐라고? 동영상 원본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윤수인과 세 사람은 멍해졌다. 김예훈이 동영상 원본을 가지고 오지 않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신경 쓰지 마, 일단 죽이고 보자!” 탁문우가 킬러들한테 명을 내렸다. 윤수인이 그들을 막아섰다. “잠깐만, 일단 동영상 원본부터 받고 나서 얘기해!”얼마 지나지 않아 공자해가 직접 동영상 원본을 가지고 들어왔다. 동영상 원본을 본 윤수인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지만 김예훈이 한발 먼저 동영상 원본을 손에 넣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작은 카메라로 향했다. “물건 줄게, 근데 일단 돈부터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동영상 원본인 걸 확인한 왕명호는 차갑게 웃었다. “김예훈, 곧 죽을 사람이 돈 타령이야?”“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야?”“순진하게 우리가 정말 너한테 돈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 “똑똑히 들어! 오늘 이 동영상 원본은 반드시 폐기할 거야!”“그리고 네 목숨도 빼앗아 갈 거고!”탁문우, 왕명호, 여성택 세 사람은 악랄하게 웃었다. 윤수인은 팔을 감싸고 도도하게 소파에 앉아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김예훈, 넌 박문호랑 똑같이 멍청하고 순진한 인간이야!”
“당신들, 너무 쉽게 생각한 거 아니야? 킬러 다섯 명으로 우리 대표님을 죽이려 하다니? 장난해?”오정범은 고개를 들어 윤수인과 세 사람들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지하 세계의 큰 형님인 그는 나름대로 기품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말 한마디에 윤수인과 세 사람은 뼈도 못 추스를지 모른다. 그들은 온몸을 떨며 탁문우를 쳐다보았다. 킬러들은 그가 부른 것이었다. 이렇게 맥없이 죽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탁문우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나도 어렵게 구한 킬러들이었어. 근데 이렇게 실력이 없을 줄 누가 알아!”“그리고 실력이 강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제일 죽일 놈은 너야, 난 처음부터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어! 이제 어떡할 거야?”윤수인은 찌질한 탁문우와 벌벌 떨고 있는 왕명호, 여성택을 보면서 이 세 남자한테는 의지할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하얀 다리를 뽐내며 오정범한테 애교를 부렸다. “이봐요, 오늘 밤 이 일에서 손을 뗀다면 내가 잘 보답해 줄게요.”오정범은 피식 웃었다. 정말 멍청한 여자인 것 같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날 꼬시려 하다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오정범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윤수인은 김예훈을 쳐다보며 애교를 떨었다. “김예훈, 이런 일로 얼굴 붉힐 필요가 있어? 돈 달라고 이러는 거잖아? 이젠 돈도 나도 다 네 거야...”김예훈은 차갑게 웃었다. “박문호가 왜 널 좋아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너 같은 여자는 박문호의 발끝조차도 따라가지 못하는데 말이야!”말을 하면서 김예훈은 탁문우를 쳐다보았다. 오정범은 김예훈의 뜻을 눈치채고 이내 탁문우의 목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윤수인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말했다. “당신들...뭐 하는 거야?”“그날의 대가를 오늘 치러야지. 너희들이 박문호를 죽였으니 응당 목숨값을 치러야 하지 않겠어?”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하며 오정범한테 사인을 줬다. 오정범은 차갑게 웃으며 오른
다음 날. 복 씨 가문의 별장, 관 한 개가 조화와 함께 복 씨 가문의 대문 앞으로 배달되었다. 별장이 있는 그 지역은 모두 복 씨 가문의 산업이 있는 곳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복 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내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복 씨 가문은 전통적이고 오래된 대가문으로 이러한 일들을 매우 꺼렸다. 이내 이 소식은 아침 훈련을 하고 있는 복률의 귀에 들어갔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샤워를 마치고 전통의상을 입고 대문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때, 별장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복 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어두웠고 특히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 안에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건지?“누가 보내온 건지 알아?”복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비록 이런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하게 느껴졌다. 중요한 건, 꽤 오랫동안 김 씨 가문 조차도 이렇게 복 씨 가문을 상대로 도발해 온 적이 없었다. 근데 도대체 어떤 놈이란 말인가?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하는 건지?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인가?“세자, 주변의 CCTV는 이미 파손된 상태입니다. 누가 보내온 것인지 모르겠습니다.”“제 생각에는 아마도 그 대리인이 보내온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은 이렇게 대담하지 못합니다.”복현이 몸을 굽히며 공손하게 말했다. 복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관 열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해 봐!”그 순간, 복 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저 서로를 쳐다볼 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너무나도 섬뜩한 물건이라서 말이다!중요한 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만약 폭탄이라도 들어있다면? 그럼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복현은 다가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다. “쓸모없는 인간들!”복률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앞으로 걸어가 관을 걷어찼다. “펑-”관 안에 있는 시체를 본 순간 복 씨 가문의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이 사람은
“보아하니 이번에 그 일을 청산하려고 작정하고 온 것 같군.”복률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세자님, 만약 그 사람이 손을 쓴 거라면 저희가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윤수인은 몸을 벌벌 떨었다. 그 사람의 포악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적은 없지만 그 사람은 존재만으로 그녀한테 큰 압박을 주었다. 3년 전, 그 사람이 사고로 김 씨 가문에 의해 제거되었다는 소문만 돌지 않았어도 그녀는 절대 박문호를 배신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됐든 박문호는 그 사람의 대리인이었으니까!“쓸모없는 년! 이런 것이 어떻게 우리 복 씨 가문의 하인인지! 복 씨 가문의 체면을 다 구겼어!” 복현은 싫은 표정을 지으며 윤수인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앞으로 걸어가서 공손하게 말했다. “세자님, 제 짐작이 맞는다면 김예훈은 이번에 도적구자의 사람들을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적구자의 세력은 성남시에서 중하류에 속합니다. 그들만으로 우리를 제압하려 하다니 정말 웃긴 일이 아닙니까?”“오정범이라는 사람도 있지 않았어?” 복률이 한마디 거들었다. “오정범을 더한다고 하더라도 별문제 있겠습니까? 세자님, 성남시 지하 세계의 일인자가 저희 사람입니다.”복률은 담담하게 말했다. “성남시에서 3위 안에 드는 사람들한테 부하들 준비하라고 전해.”“김예훈이 이렇게 도발하였으니 아마 실제로 손을 쓸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윤수인 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윤수인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복세자님, 세자님이야말로 진정한 세자이십니다!”“고작 김예훈 따위가, 데릴사위인 주제에 감히 우리한테 용서를 구하라고 하다니? 죽여주세요!”복현은 천천히 말했다. “세자님, 전 기대됩니다. 김예훈이 저희한테 어떤 서프라이즈를 해줄지.”말을 하는 사이, 한 하인이 걸어 들어왔다. “세자님, 누군가 택배를 보내왔습니다. 편지도 함께 보내왔습니다.”“가져와.” 복률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택배 상자 안에는 핸드폰 하나가 들어
집에서 김예훈은 하은혜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민아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김예훈한테 당자 공사 현장으로 오라고 했다. 공사 현장에 도착한 김예훈은 놀랍게도 이곳에는 도적구자의 부하들만 일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김예훈은 정민아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정민아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침에 CY그룹 쪽에서 전화가 왔어. CY그룹 쪽에서는 회사 대표로 나만 인정할 거라고 했어.”“듣기로는 할아버지께서 그 전화를 받고 엄청 화가 나셔서 바로 시공팀과 직원들을 불러들였대.”“대표는 너야. 그들이 네 말을 안 듣는 거야?”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구의 말을 듣는 게 지금은 중요하지 않아. 직원들과 시공팀 사람들은 다 똑똑한 사람들이야. 지금 회사 내부 상황은 아주 혼란스러워. 이 일을 철저히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은 출근하지 않을 거야.” 정민아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해?”김예훈은 직원들이 이해가 됐다. 대가문 내부의 권력 싸움은 종종 피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정 씨 일가의 사람들이 모두 정민아의 편에 섰을 때는 자연히 대표 이사의 말에 따랐다.하지만 지금의 정민아는 정 씨 일가에서 쫓겨난 상태이다. 하지만 CY그룹에서는 여전히 정민아한테 백운 그룹의 대표 이사 자리를 맡겼다. 그렇게 되면 쌍방의 모순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김예훈이 복 씨 가문의 미움을 샀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에서 일반 직원들은 어떻게 두렵지 않겠는가?복 씨 가문과의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민아가 아무리 백운 그룹의 대표라고 해도 아마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김예훈은 잠시 고민하는듯 했으나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며칠 후, 자신이 복 씨 가문을 해결한다면 이 사람들은 자연히 돌아오게 될 거라고 믿었다. 공사 현장은 하루 이틀 쉬어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김예훈이 말을 하지도 않고 태연한 척하는 모습을 보고 정민아
하지만 아무리 지위가 높다고 해도 배시시 웃으면서 일어나 말할 뿐이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특별 경로를 통해 일본 야마구치파에 소식을 전했거든요. 야마구치파 장로님인 나오키가 오늘 저녁 진주에 도착한다고 해요. 아들딸 세이이치로와 루미코도 동행한다고 하네요. 가족인 타케이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김현민이 가식적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직접 진실을 파헤쳐야 하다뇨. 정말 일본인 친구들한테 미안하네요. 지훈 씨, 저를 대신해 일본 손님들을 잘 대접해 주세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드리고요. 물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 아시죠?”남지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남씨 가문은 밀수로 일어난 가문이잖아요. 아무도 추적할 수 없을 거예요.”김현민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김병욱을 힐끔 쳐다보았다.“병욱아, 정말 김예훈이 타케이 도련님을 죽인 게 확실해?”김병욱이 피식 웃었다.“그럼요. 병원 CCTV에 김예훈 모습이 찍혔고, 현장에 남겨진 당도 위에 그의 반쪽 지문이 남아있거든요. 비록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 평생 콩밥을 먹일 순 없겠지만 일본인이 복수할 만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요?”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증거는 증거야. 확실한 증거든 아니든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뿐이야. 그들이 어떻게 선택할지는 그들의 문제라고. 아, 또 한 가지 일이 있어.”김현민이 곽영현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곽씨 가문에 믿을만한 변호사가 몇 명 있잖아요. 진세은 씨를 구해내죠? 일본 손님을 대접하는데 진세은 씨가 없어서 되겠어요?”곽영현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말했다.“네.”김현민은 또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저희는 진주·밀양의 고위층을 대표하기도 하고 공평 공정을 대표하기도 하는 거예요. 기관에서 공평 공정하게 처리 못 하는데
동하임은 남윤지의 도발을 무시한 채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여유작작 차를 마시고 있는 김현민을 쳐다보았다.“김현민 도련님한테서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서 찾아왔어요.”“하임 씨, 저를 다시 경찰서에 데려가서 조사할 예정이에요? 어젯밤 이미 충분히 잘 답변해 드린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저는 진주의 치안을 생각해서 쌍방의 모순을 중재했을 뿐인데 ‘착한 시민’ 상을 안 줄지언정 정한테 누명을 씌울 건 아니죠?”김현민은 의심할 여지 없이 확고한 말투였다.동하임은 평소였다면 이런 분노가 섞인 말투를 들었을 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깊이 숨을 마시고는 천천히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왜 타케이를 죽이고 김예훈한테 누명을 씌웠느냐예요.”“타케이가 죽었어요?”놀란 표정을 보면 전혀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어젯밤 안동 김씨 가문의 명의를 에드워드 병원으로 보내드렸잖아요. 그런데 왜 죽어요?”동하임은 김현민을 자세히 쳐다보면서 잠시 후 입을 열었다.“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요. 죽은 사람은 그 어떤 의사도 살릴 수 없어요.”퍽!“이럴 수가!”김현민은 갑자기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졌다.“내가 타케이 도련님을 구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의사와 간호사를 동원했는데. 그런데 죽었다고요? 하임 씨,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서 일본대사관에 알려야 해요. 아니면 위에 항의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분노로 가득찬 김현민은 결코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법을 지키는 정의로운 사람처럼 보였다.동하임은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다 뒤돌아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건은 제가 직접 범인을 찾아낼 것입니다. 나쁜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겠지만 절대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결과가 나오자마자 알려드릴게요. 도련님께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계시면 돼요.
동씨 가문 자제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말했다.“네. 살해된 것도 모자라 목구멍에 칼자국이 있었어요. 초보적으로는 당도로 인해 생긴 상처라고 보고요. 다른 단서는 추가적인 수색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모든 단서와 어젯밤 사건을 놓고 보면 알게모르게 김예훈 씨를 범인으로 몰고 있어요.”동태원은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나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이제 막 ‘착한 시민’ 상은 수여하려던 찰나에 안동 김씨 가문이 김예훈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울 줄 몰랐다.안동 김씨 가문과 김현민에 대해 잘 알고있는 동태원은 이들이 나서는 순간 절대적인 치명타를 입게 될 거일 것도 잘 알고 있었다.타에이의 죽음은 김예훈이 진범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동태원이 직접 나서서 해명한다고 해도 범인임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충분할 것이 틀림없었다.동태원은 태양혈을 문지르며 동하임에게 시선을 돌렸다.“김현민한테 가봐.”“왜요?”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동씨 가문의 입장을 알려줘야지.”동태원은 한숨을 내쉬며 별장 밖에 있는 남태평양 바다를 쳐다보았다.지평선 끝에 먹구름이 가득한 것이 곧 폭풍우가 진주를 휘몰아칠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 폭풍우가 지나면 진주에 남게 될 자가 과연 누구일지 아무도 몰랐다....퍽!오후 3시. 동하임은 비를 뚫고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고급 사무실 문을 열었다.동하림은 프론트 데스크 여직원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넓은 회의실로 향했다.이곳은 안동 김씨 가문의 건물이자 김현민의 사무실이기도 했다.이 순간 사무실 안에는 김현민 외에도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층이 앉아있었다.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김병욱,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곽영현 및 나머지 두 명, 진주 잡지사 아들, 일본의 귀족 등등...이들은 저마다 진주·밀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어느 누가 밖에 나가서 발을 구른다고 해도 진주가 휘청거릴 정도였
“네가 아무리 김예훈 성과를 무시한다고 해도 진주·밀양에 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생각해 봐. 김예훈 때문에 밀양 상황이 완전히 뒤집혀 허씨 가문이 더 이상 왕으로 불리지 않잖아. 대립 구도에 서 있어야 하는 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이 서로 손잡지 않았다고 해도 김예훈 편에 서 있잖아. 추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어. 김예훈이 추하린을 진주·밀양 용전 주인 자리에 앉히는 순간 한 편이 된 거야. 허씨 가문 쪽은 허순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 간에 김예훈이 어젯밤 그의 소중한 딸을 구출해 냈잖아. 허순재가 얼마나 명성을 아끼는 사람인데. 게다가 김예훈이 허순재를 두 번이나 구해줬잖아. 그런데도 김예훈을 지지하지 않고 김예훈 편에 서지 않아서야 되겠어? 두 가문의 지지를 받는 이상 밀양을 발칵 뒤집는 날은 멀지 않을 거라고. 그래도 김예훈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생각에 잠겨있던 동하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김예훈이 진주·밀양에서 온 이후로 이 사람 저 사람을 건드린 것 같아도 불과 두 주일 만에 든든한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이러한 속도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그리고 우리 동씨 가문마저 김예훈의 편에 서도 김현민과 힘을 겨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동태원은 남은 커피를 한 모금에 다 마시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동하임은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있더니 잠시 후에 말했다.“그러면 저희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 되는 거예요? 대놓고 김예훈 편에 서 있으면 되는 거예요?”동태원은 이 순진한 딸 때문에 한숨만 나왔다. “우리 동씨 가문이 그 정도로 지조 없는 가문이었어? 잘 기억해. 김예훈이 일본인을 유도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착한 시민’을 수여해야 해. 그리고 진주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도와줘야 하고. 인정은 바라지 않고 그저 친해지기만 하면 돼...”동하임은 그의 말을 알 듯 말 듯 했다.“아빠, 그런데 아까는 전폭적으로 지지하라고 했잖아요...”“물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건 맞지.”동태원은 동하임의
김예훈은 점심이 지나서야 배를 만지면서 별장에서 나왔다.동태원이 직접 문 앞까지 배웅하는 모습에 동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항상 겸손함과 신비로움을 지키던 총독님께서 직접 배웅까지 한다고?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이에 따라 동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김예훈을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기회가 생기면 김예훈과 친해지려 했다.동태원이 이 정도로 중시하는 사람은 절대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동태원이 집안으로 돌아갔을 때, 화가 나서 표정이 어두워진 동하임이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말했다.“아빠가 김예훈을 집까지 초대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냥 사람들한테 소식만 전달하면 되지 왜 이렇게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알면 무조건 아빠한테 불만이 생길 거잖아요. 진주·밀양의 왕이라고 불리는데 건드렸다간 저희 동씨 가문이 곤란해질 거란 말이에요.”동하임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동태원이 총독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안동 김씨 가문이 위에서 누르고 있어 동태원은 몇 년 동안 숨어서 지내야 했다.“저희 계속 조용히 숨어서 지내도 되었잖아요. 그런데 어젯밤 그 사건 때문에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냥 휘말여 들어간 거잖아요.”동태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이 두 통의 전화로 경찰서 사람들과 기자들을 불렀어. 그건 우리 동씨 가문을 불구덩이로 몰고 간 거라고. 우리가 권력자 편에 서서 김예훈 같은 착한 시민을 억압한다면 내가 오늘 바로 제거당했을 거야.”동태원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밀양이 대한민국 관할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엔 대한민국 땅이야. 설마 국가에서 권력자 편에 서서 기준도, 양심도 없는, 법도 모르는 총독을 용납할 수 있었을까?”“저도 알긴 아는데...”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그런데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이 정도까지 적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동태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둘째, 밖에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며 홍성파며 총독님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는데 총독님 위치가 위태해지는 순간 반드시 끌어내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식사 한 끼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요? 셋째, 동맹자를 찾기 위함이겠죠. 제가 진주·밀양에 오고부터 용전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김현민이 여러 번 손쓰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총독님께서는 제가 도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연합할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던 거죠.”김예훈의 분석에 동하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자기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할 정도로 어젯밤 이렇게 큰 압박을 받고 있을 줄 몰랐다.이와 동시에 김예훈의 깊은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총명함에 놀란 것이다.동태원이 흥미롭게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첫 번째와 두번째는 확실히 제 생각이 맞지만, 세 번째는 어떤 의미가 온 걸까요? 김 도련님께서 저에게 조언 좀 해줄 수 있을까요?”무의식중에 변한 호칭으로 그가 김예훈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순간 동태원은 김예훈을 어깨를 나란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천하에 백성의 왕은 한 명뿐이 아니겠습니까. 이전의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겸손함을 유지했다면 김현민은 다르죠. 용전에서 새로 거듭난 무신이자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꼽히고 있고, 또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잖아요. 그런데 총독님께서 봤을 때 김현민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되든 말든 그 사람이 총독님을 계속 주목할 것 같은 거죠? 맞죠? 김현민의 성격과 인품을 봤을 때, 그 자리에 올라서면 진주·밀양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되면 총독님께서는 자리를 양보하거나 머리를 수일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총독님께서 원하는 것이 아닐 테고
아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동태원은 9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아무리 힘을 실어봤자 오히려 자기 손바닥만 점점 찢어지듯이 아파져 왔다.“대단하네요.”동태원은 적당히 물러나서 더 이상 계속하지 않았다.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머리가 뛰어난 것도 모자라 실력과 마음가짐도 대단하시네요. 이번에 그 쪽한테 당한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네요.”이때 동태원의 손짓 하나에 집사 한명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 사람 옆으로 가져왔다.김예훈한테 자리에 앉으라면서 직접 차를 한 잔 우려주었다. 이어 집사가 정교한 다과를 차례로 가져왔다.동하임은 아버지가 김예훈을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 몰랐는지 의아하기만 했다.복수극이 열릴 줄 알았는데 마치 갑자기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동태원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이상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을 죽여버리지 않고 식사 초대를 해서 이상해?”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동태원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원래부터 김 도련님께 식사를 초대하고 싶었어. 이곳까지 모신 이유는 나에게 중시 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럴 자격이 없더라도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어젯밤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식사를 초대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그저 순수한 저녁 식사 한 끼에 불과한 거지.”동태원의 의미가 담긴 말에 동하림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이제 막 보석으로 풀려난 김예훈이 자신의 아빠에게 이렇게 중시 받고 있을 줄 몰랐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은 동태원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도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이 생각 많은 늙은 여우한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 낭패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동태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께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동하임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어젯
샤샤샥!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동하임은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김예훈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보고 싶은지 가소로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그런데 결국 실망할 줄 몰랐다.김예훈은 뒷짐 쥔채 제자리에 서서 나뭇가지들이 몸을 스쳐 지나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기 실력을 뽐내고 있는 동태원을 쳐다보았다.‘대단한데?’김예훈이 속으로 감탄하고 있을 때, 동태원이 선글라스를 벗어 와이프한테 건넸다.그러고는 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젊은 나이에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대단한데요? 제가 어젯밤 당신한테 호되게 당한 것도 이유가 있었네요. 당신 같은 사람 손에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동태원은 김예훈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아까는 김예훈을 테스트하기보다 겁을 주면 놀라서 오줌을 지릴 정도의 사람인지 보고싶었다.그런데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모습에 다시 보게 되었다.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과찬입니다. 그런데 왜 저 때문에 호되게 당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젯밤 제가 경찰에 신고한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시민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잖아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박장대소를 지었다.“역시 재밌는 사람이네요. 맞는 말이죠. 경찰에 신고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자 권력이죠. 그것 때문에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고요. 진주 1인자로서 큰 권력을 쥐고 있는 한편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에요.”동태원의 시원시원한 말투에 김예훈도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때 동태원이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내밀면서 말했다.“자, 정식으로 인사하죠. 저는 진주 1인자인 동태원이라고 해요.”김예훈도 배시시 웃으면서 악수했다.“그러면 저도 제 자기소개를 하죠. 저는 용문당 회
허유주가 김예훈을 데리고 아침 먹으러 가려고 할때, 구룡성 경찰서에서 어떤 몸매가 좋은 여자가 걸어왔다.그 여자는 바로 동하임이었다.동하임은 허유주와 함께 웃고 떠드는 김예훈을 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쓰레기 같은 자식.”이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갔다.동시에 그녀에게 시선이 향한 추하린과 허유주는 진주 1인자의 딸인 그녀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이해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설마 번복해서 김 도련님을 다시 구속하려는 건 아니겠지?’다시 경찰서로 들어간다고 해도 아무 상관 없는 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쳐다보았다.이대로 잡힌다고 해도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동하임이 한참동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말했다.“김 도련님,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다 같은 편인데 하실 말씀이 있으면 여기서 하시죠.”동하임은 잠깐 침묵하더니 겨우 한마디 꺼냈다.“저희 아빠가 김 도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아침 식사 함께하는 거 어떠세요?”동태원이 주동적으로 만나자고 할 줄 몰랐는지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은 이를 거절하지 않고 추하린더러 허유주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하고는 동하임의 포르쉐 911차에 올라탔다....반 시간 뒤, 태산 뒤쪽에 있는 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드넓은 이 별장에서는 멀리 있는 남태평양까지 보였다.습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서 소금 짠 내가 풍기기도 했다.하와이풍의 반바지와 반소매 티를 입은 진주 1인자 동태원은 손에 낚싯대를 들고 바닷가에서 낚시하고 있었다.동하임과 함께 별장으로 들어섰을 때, 마침 동태원이 잡은 물고기를 들어올렸다.그의 옆에 있던 여인은 낚싯바늘을 떼어내고 다시 물고기를 방생했다.이 모습을 보고있던 김예훈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이런 생활은 그가 꿈꾸던 노년 생활이었기 때문이다.그때되면 과연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아니면 모두 다?김예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