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는 누구도 김예훈이 동기 모임에 나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두 번째는 김예훈이 유미니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서 내린 것이다.오늘은 성남시 대학 동기 모임이다. 송문영은 남해시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이 오지 않자 깜짝 놀랐다.“뭐야? 김 씨 도련님 아니야? 우리 학교에서 꽤나 소문이 많았는데!”제일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깬 사람은 한껏 차려입은 남자였다.김예훈의 옆반 반장이었던 그의 이름은 고현문이었다.학교 시절 줄곧 김예훈의 기세에 눌리고 졸업한 그는 괜찮은 중형 기업에 입사해 연 수입이 억이 넘는다고 했다.오늘 외제 BMW를 운전하고 온 그는 한껏 으스대며 등장했다.김예훈은 싱긋 웃었다. 고현문과 가깝게 지내지 않은 탓에 웃어 보인 것으로 충분히 인사가 됐다고 생각했다.“김예훈, 우린 오늘 네가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맞아. 네가 남해시에서 데릴 사위가 되었다는 말은 들었어. 매일 장모님 발이나 닦아주고 화장실청소…”“와이프가 동기 모임에 보내준 걸 보니 오늘 집안일은 끝났나 보네?”동기들의 말투는 상냥했지만 말속에 가시가 있었다.고현문은 헛기침을 하며 다른 사람을 힐끔 보고 말했다.“그만해. 김예훈의 인생도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니잖아.”“우리 같은 친구들이니까 우울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사실, 김예훈이 데릴사위가 되었다는 말은 고현문이 제일 먼저 말했다.그가 진짜 동기 모임에 나타날 줄 몰랐기 때문이다.“그래! 김예훈도 사람인데 우리 동기 모임에 나와야지!”“김예훈한테 술 많이 먹이지 마. 형수님이 기분 나빠할 수 있어!”모두 장난치듯 웃으며 말했지만 김예훈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는 빼놓을 수 없었다.데릴 사위 김예훈이 밖에서 마음껏 놀고 집에 돌아가 괴롭힘을 당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현문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을 지나쳐 유미니 앞으로 와 웃으며 말했다.“유미니, 웨이터한테 차를 맡기고 우리 들어가자. 다들 너만 기다려!”고현문이 유미니한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나타냈다. 자신의 실력이 어
김예훈이 대학에 진입할 그때는 마침 김 씨 가문이 다시 부활하는 중요한 시기였다.그때 마침 그가 맨손으로 제국을 설립하고 많은 일을 했던 시기였다.친구들은 그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김예훈은 그저 돈이 많은 재벌 2세였다.재벌 2세에 잘생긴 외모, 그를 추종하는 여학생들도 아주 많았다.하지만 나이가 같은 동기들보다 생각이 빨리 성숙된 김예훈에게 동기들은 어린아이들처럼 보였다.그렇게 김예훈은 대학교 시절 풍문이 많은 남자였다.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 년 후, 김 씨 가문을 다시 일으켰을 때, 김 씨 가문 내부에서 혼란이 생겼다.김 씨 사걸과 어르신의 협박하에 김예훈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비켜났다.금방 재기한 김 씨 가문이 다시 망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김예훈은 어쩔수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몸을 숨기고 있는 3년 동안, 그는 데릴 사위라는 이름을 가졌다.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보기에 김예훈은 집에서 버림받고 다른 가문의 데릴 사위가 된 것이다.빛이 나던 소년이 이제는 길거리에서 누구나 수군거릴 수 있는 개미가 된 것이다.김예훈을 짝사랑하던 여자들에게 차인 남자들은 그런 그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내가 말했잖아! 재벌 2세 같은 사람은 절대 좋은 결과가 없어. 저기 봐! 다른 집 데릴 사위나 하는 주제야!”“데릴 사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나는 데릴 사위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노숙이 훨씬 편하겠어!”“그런 신분으로 동기 모임에 참석하다니. 진짜 쪽팔려!”“돈을 빌리려고 온 게 아닐까? 다들 조심해!”“……”김예훈을 질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이제 겨우 자신을 어필할 기회를 잡은 사람들은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돈만 밝히는 여자들도 한껏 우쭐거리는 표정이었다.그때 김예훈과 만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났다면 자신도 지금 김예훈처럼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김예훈! 너 거기서 뭐해? 이리 와! 여기 아직 좋은 구경 못 해
“이 얘기는 그만하죠.”유미니는 대화를 강제로 종료시키며 사람들이 김예훈을 비웃지 못하도록 했다. 그녀는 김예훈이 부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길 바랐다.유미니의 말에 동창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눈치를 봤다. 유미니의 신분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곧 모든 동창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김예훈 곁에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유미니가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자 그녀의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어쩌다 보니 김예훈은 미녀들 사이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멀지 않은 곳에 몇몇 남성들이 고결 옆에 모여들었다.“형, 우리 학교 퀸카가 예훈이한테 완전히 빠진 거야? 저놈이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왜 계속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야? 오늘 형이 노렸던 계획이 모두 거품이 되겠는데?”그러나 고결은 도도하게 받아쳤다.“흥, 내가 저 데릴 사위한테 질 것 같아?”김예훈 옆에는 유미니 말고도 유지영이 앉아있었다. 유지영은 성남시 2류 가문 집안 자식이라 돈도 많은 데다가 미모도 갖추고 있었다. 비록 돈 많은 가문의 자녀이지만 성격도 매우 좋았다. 대학교 시절 김예훈한테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를 단 한 번도 얕본 적이 없었다.“예훈아, 요즘 우리 가족이 구인하고 있는데 회사 부팀장 한 번 해보는 거 어때? 월급도 괜찮고 열심히 하면 앞으로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을 거야. 생각 있다면 연락 줘.”유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김예훈한테 명함을 건넸다.“고마워.”김예훈은 그녀의 진심을 느꼈다. 그는 명함을 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미니가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김예훈의 재부가 여느 2류 가문에 뒤지지 않았으니 우습기만 했다. 그러나 유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지영을 자기의 라이벌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두 사람을 제외하곤 다른 여자들은 김예훈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예훈아, 너 예전에 잘나갔었잖아. 어쩌다가 지금 이 모양이 된 거야?”“아내가 뭐라 하지 않아?”“어디 가서 나랑
“지영아, 넌 잘 모르겠지만 진성 아버지가 진짜 거물이야.”“우리 사이에서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진성 앞에선 고개도 들지 못해.”잠시 후, 복도에서 소란 소리가 들려왔다.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 쪽을 바라봤고 고결은 가장 빠른 걸음으로 맨 앞에 자리를 잡았다.진성은 보통 정장을 입은 채 나타났지만 손목에 매우 값비싼 시계를 차고 있었다. 불빛 아래에서 시계가 유난히 빛났다. 시계로 충분히 그의 부를 과시할 수 있었다.그리고 그의 옆에는 170센티미터가 넘는 미녀가 서 있었고 한눈에 봐도 모델이란 걸 알 수 있었다.“진성 도련님, 드디어 뵙게 됐네요!”고결은 진성을 보자마자 바로 앞으로 다가가 열정 넘치게 악수했다.진성은 악수를 하며 치렛말을 했다.“요즘 잘 나간다고 들었는데, 좋아.”“진성 도련님 앞에서 그게 자랑이라도 되겠어요?”고결은 고개를 들며 진성 옆에 서 있는 미녀를 보며 물었다.“이분은...?”“응? 그냥 아는 동생이야.”진성은 무심하게 답했다. 그한테 여자는 그냥 노리개에 불과했다.많은 남성들이 진성 옆에 서 있는 여성을 보고 두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이 사람은...인터넷에서 엄청 유명한 비제이잖아! 나 짤에서 본 적 있어!”뭇 남성들이 수군거리자 여인은 주목을 받는 느낌에 더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남성들은 부러움에 이가 간질거릴 정도였다. 진성이 뭇 남성들의 꿈인 그녀를 그냥 아는 동생 취급하는데도 그녀는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이때, 누군가가 진성 앞에 불쑥 나타났다.“도련님, 혹시 저 기억나요? 대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진성은 여전히 무심했다.그러나 친구는 그의 말 한마디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기억나요? 이럴 수가...도련님, 저희 회사에 마침 개발 프로젝트가 있는데, 혹시 저희 회사를 위해 말씀 좀 해줄 수 있어요?”“그래, 말 한마디 하는 건데, 뭐...”“시간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줘요. 야밤이라도, 아니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진성 도련님이 널 기억하고 있어!”“진성 도련님이 말한 대로 걔는 체면도 불구하고 여기 왔어.”고결은 자리에 편안히 앉아있는 김예훈한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진성 도련님이 왔는데 와서 인사 한마디도 안 해? 진성 도련님을 얕보는 거야?”진성은 웃는 듯 마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됐어, 그만해. 당시 김예훈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잖아. 우리 아빠도 기억하고 있잖아, 이번에 만나면 좀 배우라고 했어.”“데릴사위 되는 법을 배우라는 건가?”“하하하...”모두들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이때, 누군가가 김예훈을 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아직도 멍하니 앉아서 뭐 하는 거야? 진성 도련님이 널 부르잖아!”“얼른 와서 정중히 인사해!”“평생 아내 등골 빨아먹으면서 살 거야? 그러고도 자기를 남자라고 하는 거야?”...모두들 김예훈의 추태를 보기 위해 그를 부추겼다. 그러나 김예훈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듯 여유작작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히려 유미니와 유지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사람은 진성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유미니는 상 밑으로 김예훈의 다리를 찼다. 김예훈은 돈도 많고 힘도 있는 사람이었지만 진성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얼른 일어나!”“진성 도련님이 직접 와서 부축여야 돼?”남자들이 모여들어 김예훈을 협박하기 시작했다.고결도 한마디 덧붙였다.“야, 얼른 일어나 도련님한테 인사해! 무례하게 굴지 말고!”김예훈은 여전히 차를 홀짝이며 눈앞의 사람들을 투명 인간 취급했다.진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특히 그의 양옆에 있는 유미니와 유지영을 보고 왠지 모르게 분노가 치밀었다.두 여자 모두 미모와 몸매를 갖춘 미녀였고 애당초 그는 두 사람한테 관심이 있었지만 모두 김예훈 때문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그러나 지금 데릴사위가 된 김예훈이 양옆에 미녀를 앉히고 있으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진성 눈빛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덩달아 겁이 나기 시작했다. 김예훈이 혼자 당하는
순간 주위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그 누구도 함부로 숨을 쉬지 못했다.진성한테 걸리면 뼈도 추리지 못하니 모두들 김예훈과 선 긋기 바빴다.그러나 김예훈은 요지부동 제자리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진성의 말을 무시했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얼른 꺼져!”진성의 목소리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김예훈이 데릴사위가 아닌 부잣집 아들이었어도 그는 진성의 안중에 들지도 못했을 것이다.지금 시대에 돈도 권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그러나 김예훈은 차를 홀짝이며 진성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진성이 분노에 떨며 눈초리가 파르르 떨릴 때 그의 옆에 서 있던 여자가 앞으로 나오며 상 위에 있던 찻잔을 들고 김예훈을 향해 쏟았다.“진성 도련님 말이 안 들려? 얼른 꺼져! 기어 나가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 배짱을 부리는 거야?”여자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그 누구도 그녀의 돌발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다.고결은 얼른 앞으로 나서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분위기를 녹이기 위해 애를 썼다.“예훈아, 얼른 도련님한테 사과해. 그럼 별일 없을 거야.”“다 동창인데 진심으로 사과하면 진성 도련님이 심하게 굴지 않을 거야!”“그 무릎이 뭐라고 그냥 꿇어!”“얼른 꿇어!”사람들이 질세라 한 마디씩 던졌다.유미니와 유지영은 어이없다는 눈길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두 사람 눈에는 진성과 그의 여친이 가해자였다. 물을 뒤집어쓴 건 김예훈인데 왜 그가 사과해야 한단 말인가?하지만 두 사람은 진성한테 반박을 못 했다. 지금 진성이 김예훈의 뺨을 때려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김예훈은 언짢은 표정으로 손에 든 잔을 내려놓은 후 고개를 들어 진성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아버지한테 사과하라고 해. 안 그러면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뭐? 진성 도련님 아버지한테 사과하라고?”모든 사람이 자기의 귀를 믿지 못해 멍을 때리고 있었다.“김예훈, 미쳤어? 진성 도련님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감히 그분의 사과를 받을 수 있어?”“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데릴사위
진성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김예훈이 한발 앞서 그의 손을 낚아채고 힘껏 꺾었다.퍽!동시에 그는 진성의 무릎을 힘껏 걷어찼다.이윽고 진성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김예훈 앞에 쓰러졌다.퍽!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진성 옆에 서 있던 여자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의 힘을 이기지 못한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두 사람은 지금 김예훈 앞에 꿇고 있었다.“뭐 하는 거야? 감히 진성 도련님을 때려?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고결이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김예훈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은 듯 재떨이를 들고 꽝 소리가 나도록 진성의 머리를 내리쳤다.“윽!”진성은 피 흐르는 이마를 부여잡고 소리를 질렀다.사람들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유미니는 눈앞의 장면을 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김예훈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몸을 쪼그리며 진성의 뺨을 때렸다.“10분 줄 테니까 얼른 아버지 불러와서 사과하게 해. 안 그러면 오늘 사지 멀쩡하게 돌아가지 못할 거야.”진성은 분노와 억울함에 차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아빠, 나 지금 호텔에서 구타당했어요, 얼른 와서 구해줘요!”이때, 김예훈이 그의 핸드폰을 빼앗아 웃으며 말했다.“진성국 씨죠? 10분 줄 테니까 여기로 당장 오세요. 이제 9분 남았네요. 안 나타나면 당신 아들 오늘 반신불수로 만들어 버릴 겁니다.”그러곤 그는 진성의 핸드폰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해졌다.김예훈은 죽으려고 환장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진성뿐만 아니라 그의 부친인 진성국한테도 도발했으니 말이다.진성국은 아예 급이 다른 사람이었다.진성은 고개를 들고 김예훈을 보며 피범벅이 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넌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어. 아빠가 오면 넌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야! 우리 진씨 가문은 경기도 곳곳에 세
김예훈은 유미니를 보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내가 왜 도망쳐? 얘 아버지가 와서 사과할 때까지 기다려야지!”유미니는 말문이 턱 막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김예훈이 이미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고 생각했다.잠시 후, 10분도 안 되는 사이, 세단 몇 대가 호텔 앞에 멈춰 섰고 이윽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진성은 발걸음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그의 구세주가 왔으니 말이다!진성의 부친 앞에서 김예훈 같은 델릴사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성뿐만 아니라 고결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평소 이런 거물을 만날 기회가 없었으니 말이다.곧 사람 무리가 우르르 안으로 달려 들어왔고 선두에 중년 남성이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부티가 흐르는 외모에 카리스마가 남다른 사람이었다. 그의 뒤에는 그를 도와주는 조수가 가득했다.들어올 때까지 평온하던 진성국의 표정은 피범벅이 된 채 누워있는 아들을 보자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아빠, 도와줘! 이놈이 감히 날 때렸어! 절대로 그냥 놔둘 수 없어!”진성은 입에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평소 진성국은 아들을 굉장히 아꼈다. 누군가 뒤에서 아들의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소리만 들어도 가만 놔두지 않던 사람이었다.“누가 그랬어?”진성국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이놈입니다! 이 데릴사위가 그랬습니다!”이때, 고결이 기회를 노리고 끼어들었다.진성국은 눈살을 찌푸린 채 김예훈을 쳐다봤다. 그러나 그의 눈길이 김예훈한테 향하는 순간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고 일그러진 표정도 사라졌다.모두의 예상과 달리 진성국은 김예훈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잡고 공손하게 물었다.“괜찮으세요?”그러곤 그는 아들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성남시에서 오랫동안 살며 많은 거물들과 만나왔지만 지금 눈앞의 사람처럼 그를 떨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방금 김예훈을 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있던 실루엣이 눈앞의 사람과 완벽히 일치했다.눈앞의 사람이 뽐내는 걸 싫어한다는 걸 몰랐다면 이미 무릎을 꿇고 인사했을 것이다.진성국의 행동에 그의
“도련님, 저 지금 해양 공원 야외 주차장에 있어요.”주우섭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두려움이 담겨 있는 듯했다.“지금 컨테이너 뒤에 숨어있는데 계속 저를 찾고 있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어요... 서연이가 잡혀갔다고요. 빨리 와주시면 안 돼요?”“알겠어요. 곧 갈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김예훈은 조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는 웨이터에게 현금을 건네고는 택시를 잡아 해양 공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누군가 어두운 구석에서 걸어 나와 무전기를 꺼내 조용히 말했다.“걸려들었어.”...십몇 분 뒤, 김예훈은 해양 공원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서 택시요금을 낸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곧 김예훈은 구석 자리를 찾았다.몇몇 정장을 입은 장정들은 입에 시가를 물고 한 남자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이들이 하나같이 호스, 야구방망이 같은 것들을 휘두르는 바람에 구석에 있는 남자를 울부짖게 했다.이들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랭글러 차 보닛 위에는 어떤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몸매 좋은 그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영락없는 명사수의 모습이었다.김예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곧바로 살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멀리서 총으로 김예훈을 겨냥하면서 저리 꺼지라는 제스처를 했다.한껏 거만한 태도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정말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도대체 누가 자기를 건드리려고 하는지 보고 싶어서였다.김예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 구석에서 구타당하고 있는 주우섭을 발견했다.이 순간 그의 얼굴에는 뺨 자국이 가득했고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여러 곳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전혀 재벌 2세의 모습이 아니었다.게다가 그가 입고있는 정장은 너덜너덜해져 악취가 계속 풍겨 나왔다.앞장서있던 남자는 야구 방망이를 세게 내리쳐 주우섭의 비명을
남윤지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 남지훈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동생아, 이제 이 늙은 호랑이가 진주에 돌아와 소란을 피울 때도 된 거야. 그 사람이 이기면 우리 남씨 가문도 다시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야. 어차피 그 사람이 죽어도 앞으로 너의 걱정이 하나 줄어드는 거 아니겠어?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우리한테는 좋은 일일 거라고.”남윤지는 표정이 확 변했다.“설마 김현민 도련님이랑...”“쉿!”남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현민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4대 도련님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건데? 예전의 4대 도련님은 이미 그에게 죽임을 당하고 대신 김병욱이 올라섰어. 만약 나랑 곽영현이 이렇게 바보처럼 지내고 있으면 얼마 안 지나 또 다시 물갈이하지 않겠어?”남윤지가 말했다.“그러면 맹승현은...”남지훈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맹승현이 우리의 체면을 되찾아 줄 수 있다면 우리 편에 설 자격이 있는 거지. 아니면 그냥 버려진 존재일 뿐이야. 진주에서는 오직 나랑 곽영현이 힘을 합쳐야만 김현민과 맞설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설마 나랑 곽영현이 계속해서 심부름꾼이나 할거로 생각하지 않았지? 그래도 남자 대장부인데 남에게 짓밟혀 살아야 하겠어?”뒤쪽에서 곽영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의 등장에 남윤지는 멈칫하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그녀는 이 두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정말 김현민과 힘겨루기를 할 만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음날 이른 아침. 김예훈은 앱으로 주변에 있는 딤섬 가게를 찾았다.진주 경찰서와의 약속에 따라 단기간 내에 진주를 떠날 수 없었다.하지만 그래도 그의 자유를 제한할 방법은 없었다.적어도 김예훈은 지금도 동하임이 자신에게 ‘착한 시민상’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밥을 먹고 있는데 김예훈은 어두워진 날씨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주변이 끔찍하게 어두워 하늘이 언제든지 내려앉을 것만 같았
남윤지 뒤에는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남지훈이 카푸치노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남윤지의 화가 거의 가라앉을 때쯤, 그제야 담담하게 말했다.“왜 이렇게 화를 내고 흥분하는 건데? 생각해 봐. 진세은, 김청미, 류서우도 그 사람한테 당했는데 너도 손해 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야? 왜 그 사람을 건드리러 갔는지 자신을 탓해야지. 다른 사람을 보냈어도 되잖아. 내가 몇번을 말해. 우리 남씨 가문은 폭력으로 먹고 사는 게 아니라고. 그런 건 홍성파에서나 할 짓이지. 우리는 머리를 써야 해.”퍽!남윤지는 남지훈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안 가게 생겼어? 김현민 도련님이 강서연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는데 옥루정도 우리 남씨 가문의 재산이고, 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겠어. 너는 감히 나설 수가 있겠어?”남지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바닥에 던져진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에르메스에서 20억 원 이상은 소비해야 받을 수 있는 선물인데 이렇게 깨져버리니 너무나도 아쉬웠다.이때 남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흥분하지 마. 우리가 비록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김현민 도련님한테 우리는 언제나 그의 편인 것을 알렸잖아. 그것도 투자나 마찬가지라 좋은 일이지. 도련님께서 이 일을 알게 되면 우리 남씨 가문이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남씨 가문의 충성을 기쁘게 여길 것이야.”남윤지가 냉랭하게 말했다.“너는 당연히 괜찮겠지. 나는 어떨 것 같아? 도련님한테 내가 무능한 사람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어떻게 안방마님이 되라고. 김청미를 겨우 없애고 나한테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 있겠어? 내가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진주 4대 도련님인 너한테도 좋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내가 지금 무엇때문에 머리 아파하는지 모를 리가 없잖아.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여기서 비꼬기만 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남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이 정도로 흥분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안
이번 식사 자리는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강서연은 대충 몇 입 먹고는 계산을 마치고 곧바로 이곳을 떠났다.김예훈은 그녀가 보고하러 갈 거라고 예상하고 막지 않았다.진주·밀양 용문당 무도관.방석에 앉아있는 강준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강서연이 맞은편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서연의 말이 끝나자 강준은 그제야 눈을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잘못 들은 게 아니야? 정말 김현민을 포함한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했다고?”강서연은 자세히 기억을 되새겨서야 대답했다.“김예훈 씨가 정말 그렇게 말한 거 맞아요.”“재밌네.”강준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남윤지가 부르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단 말이지. 모든 걸 계산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이 와도 상관없었던 거야?”강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떤 경우든 한 가지 사실을 의미하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김예훈이 진주·밀양에서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강서연은 강준의 표정을 보며 조금 망설였다.“할아버지, 저희 남씨 가문을 찾아가서 잘 이야기해 보는 거 어때요? 아니면 김예훈 씨랑 끝까지 가는 것이 좋을까요? 문제는 집법부대가 안동 김씨 가문의 편이잖아요. 김예훈 씨를 따라갔다간 위험해질지도 몰라요.”강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진주·밀양에 지금 거대한 폭풍이 일고 있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고. 우리 강씨 가문이 진주·밀양 용문당을 수년간 지배해 오면서 절대적으로 그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잖아. 한쪽은 집법부대고 한쪽은 부산 회장인데 우리도 용문당 사람으로서 더 이상 중립을 지킬 수 없어. 무조건 한쪽을 선택해야 해.”강서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할아버지, 그렇다고 지금 당장 누구의 편에 설 필요도 없잖아요.”강준은 고개를 흔들었다.“어쩔 수가 없잖아. 최소한 지금은 선택할 여지가 있잖아.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나중에 안동 김씨 가문이랑 엮
김현민까지 이곳에 부를 바에 남윤지는 결국 조용히 있기로 했다.오늘 너무 급하게 온 나머지 너무 경솔하기도 했다.조금만 더 잘 준비하면 김예훈을 죽이기는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고 생각했다.이순간 수많은 음흉한 계획이 남윤지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음 순간, 그녀는 복수의 결의를 다지며 강서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강서연 씨, 미안해요. 오늘은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무례한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 옥루정 이익에 관해서는 잘 정리해서 최대한 빨리 보내드릴게요.”“그래요. 사과를 받아들일게요.”강서연은 일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무덤덤하게 말했다.“이제 가보셔도 좋아요.”남윤지는 강서연의 태도에 화가 나서 거의 피를 토할 뻔했지만 결국 분노를 억누르며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과 강서연을 쳐다본 후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남윤지 일행이 떠나자 주우섭이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그러고는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강서연의 옆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연 씨, 오늘 일을 크게 벌였는데 이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남씨 가문은 4대 명문가 중의 하나로서 만약 남윤지 씨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찾아오면 우리가 손해 볼지도 몰라. 아니면 지금 바로 김현민 도련님을 찾으러 가는 건 어때? 직접 사과하고 손해배상도 드리자고.”“맞아! 맞아!”“나도 그 말을 하려고 했어.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절대 건드리면 안 돼.”“우리가 지금은 이겼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 거야.”아까 남윤지가 있을 때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던 강서연 친구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혹시라도 잘못 연루될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이들이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외감 외에도 적대감이 더해졌다.분명 오늘 김예훈의 행동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였다.남씨 가문에서 발끈해서 본격적으로 나서면 그 후과를 누
엄기준은 남윤지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만 가자고!”수십 명의 중부 경찰서 사람들은 헐레벌떡 이곳에서 도망쳤다.지금 비참한 정도는 아까 기고만장하던 모습과 맞먹었다.눈을 휘둥그레 뜬 주우섭은 물론 손다미 등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다.‘김예훈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전화 한 통으로 엄기준을 쫓아낸 것도 모자라 남윤지의 체면마저 짓밟아버렸다니.’남윤지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소리쳤다.“대장님, 어디 가세요!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언젠가 죽여버릴 거예요!”엄기준은 못 들은 체하면서 최대한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잠시 후, 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남윤지, 저 사람으로는 안 되겠는데? 계속 도움을 요청해 보시지? 그냥 한꺼번에 불러와.”김예훈은 무표정으로 화가 잔뜩 난 남윤지 앞으로 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 2인자 아버지인 김현민을 불러오지 그래? 아니면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을 전부 불러오든가. 시간은 충분히 드릴게.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어.”김예훈은 매너를 갖춰 남윤지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환한 핸드폰 불빛에 자극된 남윤지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이런 제기랄!”지금 이 순간 남윤지는 김예훈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그런데 머리 위로 든 손을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직접 겪어보고 나서 김예훈 같은 사람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다.남씨 가문 따님이라고 해서 절대 그에게 겁줄 수 없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전혀 그의 기세를 꺾어버릴 수 없었다.함부로 손댔다간 오히려 두 배로 당할 것인 것도 알고 있었다.오늘 밤 남윤지는 이미 바닥날 정도로 체면을 잃어버렸다.김예훈에게 뺨을 맞으면 예쁜 얼굴이 완전히 망가버릴지도 몰랐다.이를 갈고 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남윤지를 바라보며 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오른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툭툭 쳤다.“불만이 많은 것도, 억울한 것도 알
하지만 중부지역에서 활개 치고 다니던 엄기준은 한 무리의 총을 든 사람들을 데리고 왔는데도 김예훈의 기세를 꺾지 못할 줄 몰랐다. 그것도 모자라 뺨까지 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으니 말이다.이런 일은 절대 이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이대로 체면을 되찾지 않으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남윤지에게도 할 말이 없었다.그의 부하들도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앞으로 다가와 총알을 장전하고서 바로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바로 이때 김예훈은 테이블 위에 있는 휴지로 손바닥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엄기준이라고? 굳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겠다는데 뭐라 하지 않을게. 그런데 죽기 전에 누가 네 뺨을 때렸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지금 바로 하임 씨한테 전화해 봐. 그러고도 나랑 끝까지 싸울지 고민할 기회를 줄게. 이 년 때문에 나를 건드릴지 지켜볼 거라고.”“이런 제기랄! 하임 아가씨의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엄기준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했다.“어디서 굴러온 놈이 나랑 큰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 하임 아가씨한테 전화하라는 건데?”엄기준은 수준이 너무 낮아서 이 며칠 동안 김예훈이라는 이름이 진주에서 뭘 대표하는지 몰랐다.김예훈은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하고는 엄기준 앞에 핸드폰을 던졌다.“자, 하임 씨한테 말해봐. 지금 총으로 날 쏴 죽이겠다고.”아무렇지도 않던 엄기준은 전화번호를 확인한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바로 동하임의 전화번호였기 때문이다.동하임은 비록 진주 1인자가 아니었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진주 1인자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진주 경찰서 내부에서 동하임의 신분은 절대 낮지 않았다.그리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도 얼마 없는데 김예훈이 알고 있을 줄 몰랐는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뚜. 뚜. 뚜.잠시 후 전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엄기준은 멈칫하더니 본능적으로 전화를 들고 구석으로 가서 받았다.하지만 통화를 마치고 나서 얼굴이 어
쨕!김예훈은 바로 손을 들어 엄기준의 뺨을 때렸다.엄기준은 멍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총을 머리가 대고 있는데 지금 내 뺨을 때렸다고?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아니면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는 건가?’이런 생각이 들자 엄기준은 분노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잘 봐. 나는 진주 중부 경찰서의 대장 엄기준이라고! 진주 법도를 어긴 혐의로 지금 바로 너한테 총을 쏠 수도 있어. 죽고 싶지 않으면 무릎부터 꿇어!”쨕!김예훈은 또 한 번 무심한 표정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아까보다도 더 맑고 강렬한 뺨 소리에 모든 사람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이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특히 남윤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김예훈이라는 녀석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와 자신감이 나왔는지 몰랐다.엄기준이 이미 총알을 장전하고 총구를 그의 머리에 대고 있는데 말이다.만약 엄기준이 한순간 충동적으로 방아쇠를 당긴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제벌 2세들조차도 이렇게까지 행동할 용기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면 바로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그런데 김예훈의 대담한 행동을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지금 날 때렸어? 그것도 모자라 두 번이나?”엄기준은 어이없는 상황에 분노에 차서 외쳤다.“내가 총을 못 쏠 것 같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그는 김예훈에게 겁을 주려고 총구로 허벅지를 겨냥했다. 제대로 진주 법도의 위엄을 알려주기로 했다.철컥!그런데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어느샌가 젓가락이 총구로 들어와 어떻게든 당길 수가 없었다.쨕!총구를 막아버린 김예훈은 또 한 번 그의 뺨을 때렸다.이번에는 힘이 세다 못해 엄기준은 손에서 총을 놓치고 뒤로 휘청거렸다.펑!그러다 엉겁결에 방아쇠가 당겨져 총알이 천장에 매달린 조명에 맞았다.거대한 소리에 현장이 진동하고, 멍하니 쳐다보던 남윤지와 손다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거침없는 사람일 줄 몰랐다.
엄기준은 한 무리의 중부 경찰서 경찰들과 함께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2층 룸으로 향했다.그는 혼잡한 인파를 밀치고 남윤지 앞에 나타나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윤지 씨, 옥루정에서 소란을 피우는 놈이 있다고요? 그것도 모자라 윤지 씨의 얼굴까지 때렸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너무 놈이야! 윤지 씨가 진주의 여왕인 걸 몰라서 그래?”엄기준은 마치 가죽을 벗겨버리겠다는 포스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누군지 알려주시면 제가 제대로 혼을 내줄게요. 진주 법도가 어떤 건지 똑똑히 알려줄게요.”주우섭은 부들부들 떨면서 김예훈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이만 항복하시죠. 엄기준은 남씨 가문의 사람인데 중부지역 우두머리가 못해내는 것이 없어요. 그리고 기관이나 범죄조직이나 국방부와도 어느정도 서로 아는 사이일 거예요. 성격이 하도 잔인해서 재벌 2세들도 저 사람을 무서워한다고요. 그러니까 조심하셔야 해요. 아니면 그냥 항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그렇군요. 재밌네요.”엄기준이 총을 들고 건장한 경찰들을 데리고 이곳에 나타나자 남윤지는 처음 모습으로 돌아와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엄 대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강씨 가문의 따님이 저 기생오라비한테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거든요. 강씨 가문을 믿고서 옥루정에서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총까지 쐈다니까요? 봐봐요. 제 보디가드들이 말리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얼른 잡아서 법에 따라 처리해 주세요. 제가 신고했다고 너무 엄하게 다스리지도 말고 강서연 씨의 사람이라고 또 봐주지도 마세요. 아무튼 법대로 진행해 주세요. 저희는 상류 인사로서 경찰서의 위신, 기관의 위엄, 법의 권위를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엄격하고도 신속하게 처리해 주세요!”이 순간 남윤지는 마치 자신이 여왕인 듯한 모습으로 김예훈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 엄기준에게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기도 했다.그야말로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손다미 등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하나같이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