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담담하게 말했다.“뼈를 부숴서 꽃병에 쑤셔 넣겠다고? 허도겸, 정말 그럴 능력 된다면 어디 내 털끝하나 건드려 보든가.”‘털끝 하나 건드려 보라고?’이 말에 곽영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저 새끼 정말 염치없는 놈이네. 실력 좀 된다고 해서 밀양에서 미쳐 날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얼마나 많은 고수가 저 외국 국적을 가진 보디가드들한테 개처럼 두들겨 맞았는지 모르나 봐. 전부 다 유럽에서 전역한 장병급 실력자들이라 전쟁터에서는 일당백의 존재들인데. 이 보디가드들을 모셔 오려고 셋째 도련님께서 얼마나 큰 심혈을 기울였는데.’이들은 김예훈이 그저 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벼든다고 생각했다.“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니.”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가 비웃으면서 말했다.“셋째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 새끼를 병신으로 만들어버려!”이때 네 명의 보디가드들이 동시에 주먹을 날렸다.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실력은 있어 보였다.최소한 현란한 움직임은 없었고, 일반 고수들은 상대가 안 될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김예훈은 태연하기만 했다. 아무리 장병급이라고 해도 그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첫 번째 보디가드가 덮쳐왔을 때,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의 뺨을 때렸다.쨕!상대방은 김예훈의 움직임조차 확인하지 못했고, 그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캄캄한 느낌과 함께 왼쪽 뺨이 아파져 오는 동시에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쨕! 쨕! 쨕!나머지 세 명의 보디가드들도 여기저기 튕겨 나가 대리석 기둥에 부딪히거나 테이블에 부딪혀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이게 뭐야?”곽영석 등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허도겸, 보디가드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더 이상 너를 보호하지 못할 것 같은데?”김예훈이 티슈로 손을 닦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뺨 몇 대로 보디가드들을 전부 날려
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아까 공격에 가담하려고 했지만 김예훈이 네 명의 보디가드들을 쉽게 무너뜨릴 줄 몰랐다.지금도 김예훈이 도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명령했다.“무기들 꺼내!”나머지 네 명의 보디가드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허리춤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 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와 같이 서서히 김예훈에게 접근했다.쨕! 쨕! 쨕!청량한 뺨 소리와 함께 이 다섯 명은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특히 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는 처량하게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얼굴이 삐뚤어지고 말았다.김예훈은 비명을 무시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허도겸을 쳐다보았다.“허도겸, 보디가드들 실력이 별론데? 허씨 가문이 밀양에서 잘나간다고 들었는데 고수들도 많을 거 아니야. 어디 한번 불러보시든가.”김예훈이 순식간에 보디가드들을 제압한 모습에 곽영석 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감히 입을 열지도 못했다.하지만 허도겸은 여전히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았고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그는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면서 말했다.“이봐. 실력 좀 된다고 해서 잘난 척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있을 텐데...”그는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면서 김예훈에게 인생 교육을 하는 것만 같았다.“그깟 실력으로 우리 보디가드들을 때려눕히고 나니 자기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것처럼 느껴져? 유치하고 순진하긴! 지금 너의 행동이 밀양의 법도를 어긴 거 몰라? 공공장소에서 사람을 때리면 감옥에 가야 하는 거 모르냐고. 내가 전화 한 통 하면 넌 인생 끝장이야. 쓸쓸한 감옥에서 남은 생을 끝내고 싶어?”김예훈은 별로 대꾸도 하지 않았다.허도겸은 표정 변화 하나 없는 김예훈을 보고 말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흥미진진하게 쳐다보더니 또 웃으면서 말했다.“그래도 상남자인가 본데? 감옥에 가는 거 하나도 안 두려운가 봐? 그러면 이쯤에서 다른 것을 놀아볼까? 방금 우리 부하가 동영상 하나를 보내
방수아의 표정이 급변한 그때, 로비 문이 활짝 열리면서 몇십 명의 건장한 외국 국적의 보디가드들이 몰려왔다.그중에 검은 가죽옷을 입은 금발 머리에 몸매도, 얼굴도 예쁜 외국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가 김예훈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다른 보디가드들도 언제든지 덮칠 것만 같이 김예훈과 방수아를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다.방수아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했다.“허도겸 씨,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어떻게 저희 직원들을 납치할 수가 있죠? 아무리 그래도 허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신데. 어떻게 이렇게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어요?”“납치요?”허도겸은 피식 웃고 말았다.“수아 씨, 저는 그저 동영상을 보여드렸을 뿐이에요. 제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함부로 사람을 모함하면 안 되죠. 저 허도겸은 밀양 허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으로서 늘 정직한 비즈니스맨이었고, 합법적인 비즈니스만 해온 사람이에요. 매일 셀 수 없는 돈이 주머니로 흘러들어오는데 제가 굳이 사람을 납치할 필요가 있을까요? 경찰에 신고해 보시든가요. 누가 수아 씨 말을 믿어줄지.”방수아는 화가 치밀어올라 창백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허도겸 씨,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얼른 사람부터 내려줘요.”“흠... 반 시간 전인가? 당신들이 이곳으로 올 때쯤...”허도겸이 시가 연기를 내뿜으면서 말했다.“수아 씨 직원들이 글쎄 수아 씨 회사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저희 창고를 들이닥친 거 아니에요. 그러다 결국 보안직원한테 들켜서 잡힌 거고, 저희는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요. 밀양 법도에 따라 지금 바로 바다에 떨어뜨려도 아무도 뭐라 말 못 할 상황이에요. 왜냐, 저는 제 합법적 재산 안전을 보호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죠. 밀양 법도가 다른 곳이랑 살짝 다르긴 해죠. 예를 들어 저희는 해양법이라면 그쪽은 대륙법이잖아요. 배심원은 무슨 존재인지 알기나 해요? 경찰에 신고하면 밀양 배심원 7명이 이 사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거예요. 제가 좋은 마음에 충고드리는데... 밀양 배심원 중에 70
“너...”방수아는 표정이 차가워지고 말았다. 학교에서는 품위 있고 매너도 좋던 곽영석이 이런 역겨운 사람일 줄 몰랐던 모양이다.방수아는 곽영석의 뺨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고 한숨을 내쉬더니 허도겸을 째려보면서 말했다.“허도겸 씨가 저의 직원들을 해치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몰래 창고를 들이닥쳤다고 해도 그저 물건을 확인하려고 했을 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잖아요. 아무리 도둑놈 취급을 해도 당신은 제 직원들을 어떻게 할 권력이 없다고요! 경찰한테 맡기는 것이 좋겠어요. 허도겸 씨, 제가 경고하는데 아무리 허씨 가문이 밀양에서 대단하다고 해도 이 나라에는 올바른 법도가 있는 거예요. 계속 안 풀어줄 거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방수아는 당황한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을 따라 일하던 직원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랐다.김예훈은 아무 말 없이 주위를 둘러보다 아까 그 금발 머리 여자한테 시선을 고정시켰다.그의 실력으로는 이 사람들을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그런데 옆에 방수아도 있으니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저랑 법도를 따지는 거예요? 설마 밀양 법도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니죠?”허도겸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밀양에서는 제가 바로 법도인 거예요. 이제는 알아듣겠어요? 뭐, 직원들을 내려줄수는 있지만 일단 이 차부터 마셔요. 이 차를 마시고 나면 바로 내려줄게요.”곽영석은 실실 웃으면서 부하한테서 핑크색 알약을 건네받아 찻잔에 떨어뜨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방수아에게 건넸다.김예훈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도겸, 감히 약까지 타? 정말 염치가 없군.”“그래. 약 탔다. 왜? 나를 때리게?”허도겸이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그저 흥미를 돋궈줄 약이라 죽지는 않을 거야. 수아 씨, 직원들 목숨은 수아 씨한테 맡길게요.”이때 화면 속 철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끼익 끼익!언제든지 바다에 떨어질 것만 같은 기괴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죽음의 문턱 앞에서 누구
“재밌네요! 수아 씨, 정말 다시 보게 되네요! 다들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남자한테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저는 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수아 씨는 정말 그런 사람이었네요.”허도겸이 엄지를 치켜들면서 말했다. 하지만 정신이 흐릿한 방수아를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짐승 같은 남성적 호르몬을 풍기기 시작했다.이때, 허도겸의 손짓하나에 화면 속 철창이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속했던 거와는 달리 수면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언제든지 바다에 버려질 거라는 불안감에 직원들은 하나둘씩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화면을 보고있던 방수아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허도겸 씨, 왜 약속을 안 지키는 거예요? 이런 젠장!”와인을 마시고 있던 허도겸이 웃으면서 말했다.“수아 씨,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른대로 해야죠. 내려준다고 했지, 풀어준다고는 약속하지 않았잖아요.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이 사람들이 제 구역에서 난동을 부렸는데 제가 이대로 내버려 둬서야 되겠어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방수아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제기랄! 허도겸 씨, 당신을 정말 개보다도 못한 사람이네요.”허도겸이 피식 웃었다.“이쁜이. 욕하고 싶으면 욕해도 돼요. 더 소리높여 욕할수록 제가 더 흥분할 것 같거든요. 아, 맞다. 제가 한 가지 알려 드릴게요. 지금 마침 밀물이 밀려올 때인 것 같은데 시간을 계산해 보면 2시간 내로 저 철창이 바닷물에 잠길 것 같네요.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이 발생하진 않겠죠? 흠... 저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렇게 높게 매달아 놓은 이유는 그저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어요. 제가 내려주겠다고 했으니 약속을 어기면 안 되죠. 안 그래요? 하하하하!”허도겸은 배를 끌어안고 박장대소를 짓기 시작했다.“짐승보다도 못한 자식!”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방수아는 약 효과 때문인지 온몸이 나른해져 일어설 수가 없었다.“이쁜이가 화를 내는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난 이쁜이가 나를 욕해줬으
“병신들 얘기는 그만하고. 일단 너의 처지나 말해보자고. 나한테는 전역한 50명의 장병들과 장병의 왕이라고 불리고 있는 무신급 존재가 있다고. 전부 다 우리 허씨 가문에서 큰돈을 들여 전쟁터에서 모셔 온 분들이야. 네 실력이 대단하다는 거 인정할게. 그런데 아무리 대단해봤자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지금 두 가지 선택의 자유를 주도록 하지.”퍽!허도겸은 말하다 말고 왼쪽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첫째, 무릎 꿇고 사과하면서 내 가랑이 밑을 기어가. 그리고 알아서 너의 두 손을 잘라버리면 수아 씨를 봐서라도 살려는 드릴게. 둘째, 너의 사지를 부숴서 꽃병에 6박7일 동안 쑤셔 넣었다가 물고기 밥으로 바다에 버리는 거. 알아서 잘 선택해.”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금발 머리 여자가 입맛을 다시더니 냉랭하게 말했다.“허 도련님, 그렇게까지 번거롭게 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저한테 맡기세요. 그러면 제가 살을 하나하나 도려내면서 밀양에서 허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요.”금발 머리 여자는 허도겸이 아끼는 부하이기도 했고 제1 싸움꾼이기도 했다.그래서 김예훈이 잘난 척하는 모습을 진작에 꼴보기 싫어했고 주먹 한 방이면 손쉽게 그를 때려눕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금발 머리에 얼굴, 몸매까지 예쁜 외모와는 달리 실력이 막강해 보이는 여자를 차갑게 쳐다보았다.방수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허도겸 씨, 얼른 사람을 풀어줘요.”“이쁜이. 왜 아직도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설마 직원들이 얼른 죽었으면 좋겠어?”철컥!이때, 허도겸이 배시시 웃으면서 손짓 한번 하자 철창이 또 1m 정도 아래로 떨어졌다.몸 절반이 바닷물에 잠긴 직원들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밀물까지 밀려오면 이대로 익사할 것이 뻔했다.이 모습에 방수아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이들한테 피해가 갈까 봐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허도겸은 입맛을 다시면서 점점 더 미쳐가기 시작했다.김예훈이 허도겸을 차갑
곽영석이 마음껏 비웃고 있을 때, 안나가 발바닥에 힘을 실어 총알처럼 김예훈이 있는 곳을 향해 덮쳤다.이때 방수아가 본능적으로 소리쳤다.“오빠, 조심해요!”퍽!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옆에 있는 와인병을 냅다 던졌다.안나는 어느샌가 오른손에 쥔 회초리로 와인병을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안나가 폭발하면 그 전투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잘 알고 있는지 보디가드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퍽!김예훈은 또다시 옆에 있던 의자를 안나 쪽으로 걷어찼다.안나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쏜살같이 허도겸 뒤에 나타나 허도겸의 목에 과일칼을 갖다 댔다.허도겸은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고 말았다.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의 손에 잡힌 것이다. 그는 김예훈의 스피드가 이 정도로 빠른 줄 몰랐다.김예훈은 과일칼로 허도겸의 목을 쿡쿡 찌르면서 다가오려는 보디가드들을 협박했다.“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 안 그러면 너희 도련님을 죽여버릴 거니까. 못 믿겠으면 어디한번 해보든가!”와장창!말을 끝낸 김예훈은 왼손으로 와인병을 들어 허도겸의 머리를 내리쳤다.“아악!”처량한 비명에 다가오려던 보디가드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이때 방수아가 힘겹게 큰 숨을 몰아쉬면서 김예훈한테 가까이했다.“이 새끼가. 감히 우리 도련님을 인질로 삼아? 죽고 싶어?”자기가 보는 눈앞에서 허도겸을 인질로 삼을 줄 몰랐는지 안나는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이것보다도 더 수치스러운 일이 없었다.와장창!김예훈이 또 와인병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바람에 허도겸은 어질어질해 지기 시작했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뒤로 물러서. 안 그러면 바로 칼로 목을 찔러버릴 거니까. 너희 도련님 목숨은 귀해도 난 같이 죽어봤자 손해 볼 거 없잖아. 안 그래?”김예훈의 우스갯소리에 보디가드들은 서로 눈치만 보면서 두려운 마음에 뒤로 물러섰다.도도하기 그지없는 세자, 도련님들은 목숨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겨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지만 눈에 뵈는 것이 없는 김예훈을 보고 있자니 덜컥 겁부터
허도겸의 신분으로 봐서는 밀양에서 두려운 것이 없었지만 오늘 김예훈한테 꼼짝도 못 하고 잡힐 줄 몰랐다.허도겸은 이대로 고개를 숙일 수 없어 냉랭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밀양에서 내 사람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나를 납치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부터 대!”김예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김예훈.”“김예훈?”허도겸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어디서 나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서 악독스럽게 말했다.“그래, 알겠어! 좋기는 너의 신분을 나한테 들키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쨕!김예훈은 또 한 번 와인병으로 허도겸의 머리를 박살 냈다.“감히 나를 협박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이 나를 협박하는 거야. 어디 한번 더 해보든가.”“너!”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허도겸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꼭 너의 신분을 알아낼 거니까.”“확인해 볼 필요 없어요. 이분이 어떤 분이신지 제가 알려주도록 하죠.”바로 이때, 입구에서 누군가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분은 저희 추씨 가문의 귀한 손님이자 저 추문성의 형님이기도 해요. 허 도련님, 꼭 기억하시길 바랄게요!”이때 입구에서 몇십 명이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고 제일 앞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멋진 아우라를 풍기면서 걸어들어왔다.하지만 그의 등장에 허도겸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말았다.부잣집 따님들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심지어 방수아도 추씨 가문의 사람이 나타날 줄 몰랐는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추씨 가문은 명문가는 아니었지만 추문성의 아버지가 바로 밀양 1인자였다.밀양 허씨 가문이 아무리 잘나가고 두려운 것이 없다고 해도 추씨 가문의 체면은 지켜줘야 했다.이때 추문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김예훈 앞으로 가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김 대표님, 제가 너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추문성의 공손한 모습에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