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대한민국 문화를 너무나도 좋아했다.특히 신중하게 계획해야 움직이는 그런 문화 말이다.일본 처지에서는 일본이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것이다.대한민국의 일부 지역만 점령할 수 있다면 제대로 일어설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데 김예훈이 부산, 그리고 진주에서 일본인의 계획을 망쳤으니 그를 죽이려고 미야다 신노스케나 아마미네 토시로 같은 검신을 보낸 것이다.이들은 대한민국에 두 번째 총사령관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다.일본 머리 꼭대기 위에 군림할 만한 두 번째 전설적인 존재가 나타날까 봐 두려운 것이다.김예훈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은 이미 진지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었다.이들이 김예훈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면서 마치 토네이도가 불어오는 것 같았다.아마미네 토시로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죽여버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명의 일본 자객이 동시에 굴러와 김예훈의 발을 찌르려고 검을 내밀었다.김예훈은 본능적으로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곧 또 두 명의 자객이 나타나 김예훈이 좌우로 움직이지 못하게 포위했다.이어 두 명의 자객이 하늘로 날아올라 김예훈의 모든 퇴로를 완전히 막아버렸다.이 둘은 동시에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고 했다.“재밌군.”김예훈은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역시 야마구치파보다 강한 일본 6대 파벌 중의 하나인 야마자키파답네.”소위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의 실력은 야마구치파 고수들보다는 훨씬 강력했다.저마다 탑 장병급으로 여덟 명이 모이면 위력이 엄청났다.일반 무신을 죽이려 해도 별문제가 없을 정도였다.감탄하는 동시에 김예훈은 이미 그중 한 명이 쥐고 있던 검을 딛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겉보기엔 단순한 동작인 것 같아도 정확히 이들의 약점을 찔러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빛을 극도로 어둡게 만들었다.퍽. 퍽.김예훈은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발로 두 명의 자객의 얼굴을 걷어찼다.그리고 착지하
남해시, 정진 별장.오늘은 정씨 집안 어르신의 칠순 잔칫날이다.정씨 일가의 자손들은 각각 생신 예배를 올리며 일제히 "어르신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어르신은 상석에 앉아 얼굴이 붉히며 답했다."그래, 그래. 참으로 착한 아이들이구나. 오늘 이 할아버지의 기분이 몹시 좋아 너희들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겠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보거라!""할아버지, 바닷가 인근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싶어요, 고작 2억 원 남짓해요.""할아버지, 샤넬 한정판 백을 사주세요.""할아버지, BMW 스포츠카가 가지고 싶어요.""할아버지, 롤렉스 시계를 사고 싶어요.”"그래, 다 사주마!" 어르신은 시원시원하게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입을 연 손아랫사람들은 너무 기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싶었다.그때 문득 정 씨 집안의 데릴 사위로 들어온 김예훈은 앞으로 나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장을 볼 수 있게 전기 스쿠터 한 대 사주시면 안 될까요?"말이 끝나자 집안 분위기는 싸해졌고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여 멍하니 김예훈을 바라보았다.혹시 저 데릴사위가 미쳐버린 건가? 오늘이 어떤 날인데 별 볼 것 없는 데릴사위가 입을 열었다니?게다가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 김예훈은 아무런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도 선물을 달라고 하다니? 진정 원하는 것이 전기 스쿠터인지 아니면 어르신의 체면을 깎기 위함인지 의심이 들었다.3년 전, 정 씨 일가의 증조할아버지는 가난뱅이 차림을 한 김예훈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정민아를 그에게 시집보냈다.결국 결혼식 당일, 증조할아버지는 기뻐할 겨를도 없이 세상을 떠났고 그때부터 이 집안에서는 아무도 이 데릴사위를 존중하지 않았다.3년 동안 김예훈은 발 씻는 물을 가져오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요리를 해왔다,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살았다.김예훈이 오늘 전기 스쿠터를 사달라고 말한 것은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꺼낸 말이었다.어제 장을 보는 도중 스쿠터의 배터리를 누군가가
”YE 가문에서 온 문자이다.” 김예훈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YE 가문은 경기도의 유일한 명문가문이다, 경기도의 간판이었다. 김예훈은 집안의 장손이었다.3년 전 그는 혼자의 힘으로 아무것도 아니던 YE 가문을 최정상으로 이끌기도 했었고 맨손으로 Q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그러나 그가 가문을 전국 10대 명문가의 서열로 다가갈 즈음, YE 가문 내부의 누군가가 김예훈을 공격했다.김예훈은 족보에서 바로 제명되었고, 그의 부모님도 강원도 직접 파견되어 소위 말하는 인수 계획을 수행하게 되었지만 실상은 부모님들의 소식은 끊겨버렸고 속세와 단절되었다. 3년 전 YE 집안을 나왔을 때 김예훈은 무일푼 신세였고 중상을 입었다. 그때 정 씨의 증조할아버지가 그에게 호의를 베풀면서 그를 거두어주었고 데릴사위로 삼았다, 덕분에 김예훈은 길거리에서 죽지 않았던 것이었다.하지만 정민아와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부부라는 허울뿐인 부부였다.정씨 일가가 대외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지 않았더라면 김예훈이 서재에서 잠자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시간은 이미 3년이 지났지만, 모든 것이 어제처럼 생생했다.김예훈은 자신이 이미 이런 생활에 익숙해졌다, 데릴 사위의 신분으로 정민아의 남편으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느꼈다.그리고 김예훈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정민아라는 여자가 너무 훌륭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3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김예훈은 자신이 이미 그녀를 구제불능으로 사랑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에 또 한 통의 문자가 왔다."큰 도련님, YE 가문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면초가입니다, 도련님께서 직접 만든 Q 그룹의 자금줄이 끊어져 파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제발 도와주세요! 그때 맨손으로 Q 그룹을 만들었으니 이번에도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가문은 당신이 돌아와서 대세를 장악해야 합니다. 당신이 없으면 가문은 망합니다!"바로 그때,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낯선 국제
30분 후, 김예훈은 정민아의 회사 정문 앞에 도착했다.그가 막 정문을 들어서려 할 때 경비원이 갑자기 삼단봉으로 김예훈을 막으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특히 몰골이 거지 같은 사람은 안됩니다.”라고 차갑게 말했다.김예훈은 일어나자마자 씻지 않고 구멍이 몇 개 뚫린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정말 거지와 비슷해 보였다.김예훈은 오히려 익숙한지 "경비원 형님, 제 아내에게 서류를 가져다주러 왔습니다."라고 웃기만 했다.경비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한테 마누라가 있다고요? 청소부 아주머니, 주방일 하는 이 아주머니?”“제 아내는 정민아입니다.”그 경비원은 흠칫거리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었군요, 정 씨 일가의 데릴 사위가. 하하하하.”김예훈은 자신의 명성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자, 서류 저한테 주세요, 정 대표님이 서류는 제가 대신 받으라고 하셨습니다.""안됩니다." 김예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처제가 이 서류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내가 직접 아내에게 넘겨야 할 거 같아요. 죄송하지만,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너!" 경비원은 김예훈을 가리키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건가? 정 씨 일가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모르는 건가? 게다가 이런 모습으로 회사에 출입을 한다면 회사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 뻔했다.두 사람이 말을 하는 동안 뒤에서 갑자기 엔진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BMW 5시리즈 한 대가 김예훈의 스쿠터 옆에 멈추더니 박동훈이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안녕하세요! 박대표님." 경비원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박동훈에게 인사를 건넸다.박동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박 대표님, 이쪽으로 드시죠, 정 대표님께서 사무실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박동훈은 김예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회사 로비로 들어갔다.김예훈이 막 따라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은 삼단봉을 들어
"해명?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죠?"김예훈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민아는 내 아내입니다. 민아한테서 떨어지세요, 썸은 다른 사람이랑 타세요!”"내 아내가 장미를 좋아하면 내가 사주면 됩니다, 당신이 나설 이유 없습니다.”"민아가 이렇게 예쁜데, 당신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오늘 밤 프라하의 장미를 선물하면 됩니다.”"그 장미가 얼마인 줄 알고 하는 소리입니까? 프라하 장미는 한 송이에 천만 원인데, 당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어젯밤에 어르신한테 전기 스쿠터 한 대 사달라고 했다면서요? 너 같은 버러지의 장기를 팔아도 한 송이 못 살 겁니다, 허세 부리지 마세요.”박동훈의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 그는 YE 투자회사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 그런데 데릴사위 주제에 자기에게 훈계질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김예훈이 감히 꽃을 짓밟고 자신의 여신을 엘리베이터로 끌고 들어갔다는 것이다.박동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민아 씨, 9억 원 투자를 원하셨죠?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고 말했다."뭐라고요?" 정민아가 의아해했다.박동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민아 씨, 회사에 9억의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마침 내 손에 프로젝트 자금이 있어서 투자할 수 있어요. 당신이 저와 점심 식사를 같이 해준다면 회사에 투자해 드리죠.” "진심이세요?" 정민아는 무의식으로 김예훈의 손을 놓았다, 그녀의 회사는 정말 이 자금이 필요했다."약속드리죠.”"그래요." 정민아는 잠시 고민을 하다 답했다.어쨌든 이 자금이 없다면 그녀의 회사는 아마 파산할 것이다."민아 씨, 가시죠. 프로젝트도 토론해 보고 점심도 어디서 먹을지…" 박동훈은 매너 있게 입을 열었다."여보! 당신은 저 자와 함께 갈 수 없어!" 정민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예훈은 박동훈을 노려보며 얼굴을 굳혔다. “박동훈 씨, 경고하는데 내 아내한테서 떨어지세요!”"허, 이 일을 데릴 사위가 왈가불가 할수 있다고 보는 겁니까?”"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만으
"큰 도련님, 제가 어르신께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도련님은…""나랑 흥정할 생각하지 말아요, 안 그러면 내가 나서서 YE 가문을 완전히 끝내버릴 거니까.”상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예훈은 '뚝' 하고 전화를 끊었다.골드코스트 별장 지역에 있는 모든 별장들은 모두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했다, 타일 하나부터 풀 한 포기까지 모두 신중하게 골랐다, 이곳은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지금 김예훈은 발코니 소파에 정갈하게 갖춰 입은 다소 초췌해 보이는 노인과 마주 보고 앉았다.김연철은 현재 경기도를 이끄는 YE 가문의 회장이다.그와 대면을 한적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노인이 경기도의 YE 가문에서 가장 권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일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김연철의 뒤에는 담담하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보호하는 경호원 두 명이 있었다."역시 한때 우리 YE 가문의 실세답구나, 3년이나 보지 못했는데 여전하구나!" 김연철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구원을 청하는 태도가 고작 이겁니까?" 김예훈이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김연철의 뒤에 있던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변했다.그들은 김연철과 오랫동안 함께 일했고, 보고 들은 것도 많았지만 회장님에게 이런 태도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 같았다.이 두 경호원은 김예훈을 노려보며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김연철은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너희들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예전, 우리 가문을 일으키고 이끌던 사람이다. 예전 같았으면 너희들은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회장님, 하지만 이 자는 회장님에게 매우 무례합니다."김연철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이자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까짓 무례함은 고사하고 내 뺨을 때린다 해도 난 상관없다.”"네?"이 두 경호원은 깜짝 놀라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이렇게 보잘것없는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
”박동훈?”김예훈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은 YE 투자회사가 키우는 개일뿐,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박동훈을 회사에서 자를 수도 있다."장모님, 저 이혼 안 해요, 진짜 이혼을 한다고 해도 이건 우리 부부의 일이니 장모님께서 관여하지 말아 주세요."김예훈은 웃으며 이 말을 하고 스쿠터를 타고 떠났다."김예훈, 네가 뭔데!" 임은숙은 화가 나서 바들바들 떨다가 차로 밀어버릴 작정을 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임은숙은 이를 악물고 서둘러 떠났다.퇴근 시간이 되자, 정민아는 회사 안내 데스크로 걸어갔다.데스크에는 두 여자가 웃으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고 주위에 많은 직원들이 둘러서 있었다."정 대표님의 그 못난 남편이 자신도 프라하 장미를 선물한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처지도 모르고 작은 전기 스쿠터나 타고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슬리퍼도 구멍 났는데 길에서 동냥을 해도 될 거 같았어요.”"맞아요, 정 대표님은 어떻게 저런 인간이랑 결혼을 하셨는지 모르겠어요!"“어쩌면 저런 버러지가 데릴 사위가 되다니!”"나 같으면 진작에 저런 남편과 이혼했을 거예요."“정 대표님을 따르는 자가 밖에 줄을 늘어섰다고요.”"여러분은…" 정민아는 그런 토론을 듣고 붉은 입술을 깨물며 얼굴을 찌푸렸다. "정 대표님..." 안내 데스크의 두 여자는 정민아를 확인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 대표님, 저희가 헛소리를 한 겁니다. 제발 화내지 말아 주세요.”"닥쳐!" 정민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쓸모없는 남편을 둔 자신의 너무 비참했다.다른 사람의 남편은 모두 엘리트이고 명문가의 자제인데 자신의 남편은 볼 것 하나 없는 천한 사람이었다. 풍파 속에서 자신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항상 자신을 망신 시킬 뿐이다.이때 안내 데스크의 전화가 울렸고 바들바들 떨던 여자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낮게 "정 대표님, 물류 회사에서 당신
"혹시 김예훈?"손호남은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다가 이내 냉소를 지으며 주차를 하고 곧장 호텔로 들어갔다.김예훈이 먼저 아는 체를 했지만 상대는 그를 보는 체도 안 하고 가버렸다.두 사람은 거리를 두고 룸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에 많은 시선들이 문쪽으로 돌아갔다."반장 왔어? 역시 상류사회가 다르긴 다르네, 멋있다!"라며 환호했다. 정장 허리춤에 아우디 차 키까지 차고 있는 모습이 멋있어서.곧 뒤따라 들어오는 김예훈이 보였고 그의 정장은 몸에 잘 맞지 않지만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명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누군가가 "김예훈, 너도 잘 지냈나 보네. 자, 여기에 앉아. 이 두 자리는 너와 반장이 앉아!"라고 웃으며 말했다.손호남은 김예훈을 바라보고 썩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예훈은 "응." 하고 말하면서 자리에 신경 쓰지 않고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학교의 여신인 송문영은 여전히 예나 다름없이 예뻤다.오늘 송문영은 오피스룩을 입고 왔다, 육감적인 몸매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매혹적이었다.꼿꼿한 성격인 손호남조차 송문영을 눈을 번쩍이더니 무리를 뚫고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여신이네, 오랜만이네, 그동안 왜 나한테 연락도 안 했어, 지금은 뭐하고 있는 거야?” 송문영은 옅게 웃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우디까지 운전하는 반장보다는 잘 지내지 못했어.”손호남은 눈을 번쩍 뜨며 생각했다, 할부를 받아 차를 사기 잘했다고, 사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송문영 같은 여신의 관심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서 듣고 있던 여자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반장, 우리 문영이가 하는 말에 속지 마, 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문영이는 남해시에서 제일 큰 투자회사인 YE 투자회사의 행정실 부장이야. 곧 대표로 승진할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러면 권력을 손에 넣은 거지!”"와~"장내는 떠들썩해졌다, 남해시에서 YE 투자회사가 얼마나 대
일본은 대한민국 문화를 너무나도 좋아했다.특히 신중하게 계획해야 움직이는 그런 문화 말이다.일본 처지에서는 일본이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것이다.대한민국의 일부 지역만 점령할 수 있다면 제대로 일어설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데 김예훈이 부산, 그리고 진주에서 일본인의 계획을 망쳤으니 그를 죽이려고 미야다 신노스케나 아마미네 토시로 같은 검신을 보낸 것이다.이들은 대한민국에 두 번째 총사령관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다.일본 머리 꼭대기 위에 군림할 만한 두 번째 전설적인 존재가 나타날까 봐 두려운 것이다.김예훈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은 이미 진지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었다.이들이 김예훈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면서 마치 토네이도가 불어오는 것 같았다.아마미네 토시로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죽여버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명의 일본 자객이 동시에 굴러와 김예훈의 발을 찌르려고 검을 내밀었다.김예훈은 본능적으로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곧 또 두 명의 자객이 나타나 김예훈이 좌우로 움직이지 못하게 포위했다.이어 두 명의 자객이 하늘로 날아올라 김예훈의 모든 퇴로를 완전히 막아버렸다.이 둘은 동시에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고 했다.“재밌군.”김예훈은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역시 야마구치파보다 강한 일본 6대 파벌 중의 하나인 야마자키파답네.”소위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의 실력은 야마구치파 고수들보다는 훨씬 강력했다.저마다 탑 장병급으로 여덟 명이 모이면 위력이 엄청났다.일반 무신을 죽이려 해도 별문제가 없을 정도였다.감탄하는 동시에 김예훈은 이미 그중 한 명이 쥐고 있던 검을 딛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겉보기엔 단순한 동작인 것 같아도 정확히 이들의 약점을 찔러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빛을 극도로 어둡게 만들었다.퍽. 퍽.김예훈은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발로 두 명의 자객의 얼굴을 걷어찼다.그리고 착지하
“일본의 천황이 신권과 황권이 통일된 존재라고 하지만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냥 꼭두각시일 뿐이야. 일본의 권력은 언제나 내각에 집중되어 있었어. 똑똑하지 못한 사무라이들이나 꼭두각시인 천황에 속을 뿐이지. 내 말 틀렸어?”김예훈은 태연하게 일본 사무라이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현실을 폭로했다.그들이 섬기던 군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권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아마미네 토시로의 눈빛은 잠깐 사나워지긴 했지만 곧 침착해지면서 천천히 말했다.“김예훈, 역사책을 몇 권 읽었다고 우리 일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마. 천황님은 네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위대하셔. 그런데 네가 우리 위대하신 천황님을 모욕했으니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수밖에. 당장 죽여버릴 거야!”아마미네 토시로의 단호한 외침과 함께 여덟 명의 야마자키파 자객들이 동시에 김예훈을 향해 달려들었다.여덟 명의 자객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일본 검도에서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날카로운 주합참을 선보였다.그들이 검을 내리치자 빛이 반짝였다.여덟 갈래의 빛이 서로 교차하면서 마치 폭풍우처럼 김예훈이 있는 쪽으로 몰려왔다.김예훈은 아무 말 없이 오른손으로 테이블을 ‘탁’ 쳤다.찻잔이 공중에 날아올라 첫 번째 빛과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가루가 되고 말았다.김예훈은 그 힘을 이용해 선실 밖으로 뛰어올라 갑판 난간 위에 착지했다.여긴 아직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았고, 온 바닥에 피가 묻은 탄피가 널려있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그 여덟 명의 일본 자객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순식간에 갑판 위에 올라서서 또 한 번 검을 휘둘렀다.퍽.여덟 갈래의 빛이 하나로 모여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냈다.희미하게나마 갑판이 그 기세에 눌리는 느낌이었다.뒤쪽에서는 아마미네 토시로가 찻잔을 쥐고 걸어 나오면서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이 사람들은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이야. 나중에 천황님을 모시라고 내가 정성껏 가르친 제자들이지. 너 하나 죽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야. 네가 운 좋아서 온전한 시체라도
“말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이제는 칼을 뽑는 수밖에 없겠구나.”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눈빛에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그는 앞에 놓인 말차를 가볍게 들며 담담하게 말했다.“차로 술을 대신해 너에게 마지막 한 잔을 권하지. 보는 안목이 없는 자에게 말이야.”김예훈도 차를 따라 들며 비슷한 말투로 답했다.“그럼 나도 야마자키 검신에게 한 잔을 권하지. 눈뜬장님에게 말이야.”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히며 공기 중에 살기가 감돌았다. 동시에 잔을 기울여 단숨에 마셔버렸다.김예훈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마시자 아마미네 토시로가 흥미롭게 말했다.“들어오고부터 이렇게 태연하게 내 차를 마시다니... ”“독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이미 독을 탄 거 아니었어?”김예훈이 비웃듯 말했다.“이렇게 말만 늘어놓은 건 내가 쓰러지길 기다린 거 아니야?”“하지만 안타깝게도 헛수고야.”전쟁터에서 온갖 살인 수법과 독을 겪어본 김예훈에게 이런 독은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었다.그는 처음부터 아마미네 토시로가 독을 탄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으므로 티를 내지 않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불사의 잠'이라고 우리 야마자키파에서 대대로 이어온 독약인데...”“중독된 자는 짧은 시간 내에 온몸에 힘이 풀려 혼미상태에 빠져 깨어날 수가 없지.”“그런데 너의 상태를 보니 전혀 효과가 없구나.”“아깝게 됐군.”“대체 어떻게 독을 피한 거냐?”독이 통하지 않자 아마미네 토시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을 벌기 위해 질문을 했다.김예훈은 비웃으며 대답했다.“알려줄 순 있지만 대신 질문에 답해 줘야겠어.”“너희 야마자키파라도 어쨌든 일본 6대 파벌 중 하나 아니냐?”“일본 궁중 어의이자 종주인 네가 일본에서 지위가 높을 텐데…”“왜 김현민 같은 놈의 앞잡이 노릇이나 하며 나를 두려워하는 눈치였으면서 스스로 나서는 것이야?”“돈? 권력? 다 가진 놈이 왜?”“대체 어떤 대가로 이렇게 목숨을 내던지는
“그게 무슨 뜻이냐?”아마미네 토시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정말 네 아랫것들이 떠벌리는 것처럼 잘났으면 택시에 폭탄을 설치하거나 그 많은 총잡이로 날 상대하지 않았겠지. 진짜 잘난 놈이면 그냥 칼 들고 와서 대놓고 내 목을 베어 버렸어야지. 그런데 넌 그러지 않았단 말이지.”“이렇게 삽질을 많이 한다는 건 이유가 하나밖에 없지. 그건 바로 네가 졸아서 그래. 내가 한 방에 너 죽일까 봐. 미야타 신노스케 꼴 날까 봐.”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말이야. 내가 김현민이랑 등지자마자 너같이 일본 최고의 검객이란 놈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부산에 나타났지? 비행기가 아니라 로켓을 탄다고 해도 이렇게 일찍 도착할 수는 없지.”“사실은 미야타 신노스케가 올 때부터 넌 이미 부산에 왔었지. 그런데 내가 두려워서 꼼짝도 못 했고.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나온 거잖아. 결론은 하나야. 넌 내 상대가 안 돼. 두려웠던 거지.”김예훈은 차를 탁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뭐... 그러고 보면 야마자키파의 검신으로서 미야타 신노스케보다는 조금 똑똑하긴 하네. 그래서 내가 오늘은 특별히 살려주도록 하지. 무릎 꿇고 차 한 잔 따라주고 사과한 다음 너희 나라로 굴러가면 돼. 그럼 내가 너의 면목을 봐서 좀 살려줄 수도 있고.”“닥쳐!”“죽고 싶구나!”“감히 우리 검신을 모욕하다니! 죽여주마!”여덟 명의 검객들이 일제히 칼을 뽑았다. 선창 안은 순식간에 살기로 가득 찼다.김예훈은 눈썹 하나도 까딱이지 않고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네가 진짜 이 쓰레기들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번 덤벼봐. 그때 가서야 알게 될 거야. 그날 용문당에 양상철이 있거나 말거나 달라지는 건 없다는걸.”아마미네 토시로가 비웃듯 웃더니 덤덤하게 말했다.“김예훈, 너의 그 자신감은 인정해 주마. 하지만 지나친 자만은 독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해. 내가 널 두려워한다고? 네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건 아니고?”“내가 미리 부산에 온 건 안동 김씨
“닥쳐!”“건방지구나!”“누구를 등지고 야마자키파 검신 앞에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냐?”“사전을 안 읽어봤나? ‘사’자라는 글자를 모르느냐?”여덟 명의 검객들이 하나같이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누구인가?야마자키파의 검신이자 일본 황실의 어의, 진정한 무신 급의 인물이다.그는 오랜 세월 동안 수행하며 전설적인 천인합일의 경지를 추구해왔다.이러한 대인물은 일본에서의 지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이와 같은 일본 검객들의 눈에 그는 살아있는 미야모토 무사시 , 사사코 코지로우 와도 같은 존재였다.그런데 비천한 일반인 주제에 감히 아마미네 토시로를 조롱하다니!이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아마미네 토시로의 평온하던 얼굴에 미묘한 냉기가 스쳤다.하지만 그는 곧 평정을 되찾고 왼손을 가볍게 들어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그의 동작에 여덟 명의 검객들은 억울한 듯 입을 다물었지만 눈빛으로 김예훈을 산 채로 목 졸라 죽일 듯했다.“김예훈, 네가 인물인 건 안다.”“얼마 전, 야마구치파의 검신 미야타 신노스케도 너에게 큰 피해를 보았지.”“너 때문에 야마구치파의 고수들은 거의 전멸했고...”“나카노 가문의 음양사 한 명도 목숨을 잃었지.”“하지만 넌 잘 알 거야. 미야타 신노스케에게서 그 정도 이득을 본 건 무신 양상철이 네 뒤를 봐줬기 때문이지.”“네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너 자신이 제일 잘 알겠지?”“그런데 오늘 양상철이 없이 혼자 여기 와서 내가 널 죽이려면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나?”“이런 상황에서도 감히 내가 네 앞에서 체면이 없다고 말하다니?”“김예훈, 대체 누가 네게 하늘만큼의 배짱을 준 거냐?”“너의 수준을 잊게 할 정도로?”“감히 내 아마미네 토시로 앞에서 건방을 떨어? 너한테 그럴 자격이 있나?”한 검객이 참지 못하고 비웃으며 김예훈을 노려보았다.“김예훈, 얼마 전에 감히 아마미네 다이토 도련님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시켰다지?”“누구든 네게 손을 대면 무신 양상철의 적이라
김예훈이 인파 속으로 뛰어들자 남은 총잡이들은 눈꺼풀을 떨며 뒤로 물러섰다.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몇 명은 허리에서 단검을 꺼냈지만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빠른 몸놀림으로 그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탕탕탕!총잡이들은 하나둘씩 몸을 떨더니 어떤 이는 바다로 날아가 떨어졌고 어떤 이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쓰러졌다.그들은 한 사람의 힘이 이 정도까지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단순한 주먹과 발차기만으로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김예훈은 쓰러진 적들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그는 갑판에서 깨끗한 타월을 집어 머리를 닦으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선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유람선의 내부는 호화로웠다.우아한 인테리어와 은은한 향기가 피비린내 나는 외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연출했다.안쪽은 전체적으로 일본풍으로 꾸며져 있었다.중앙에는 30cm 높이의 낮은 탁자가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이끼와 정교한 불상 등이 배치되어 있었다.이렇게 작은 유람선 안에 이런 세팅을 해놓은 주인공의 취향이 의아할 정도였다.선실 후반부에는 정교한 대나무 마루와 퉁퉁마디로 만든 자리가 깔려 있었다.평범한 소재지만 눈에 띄게 고급스러움과 값비싼 분위기가 느껴졌다.그 자리 위에는 흰 대머리에 일본 전통 목욕 복 차림을 하고 다리에 일본도를 놓은 중년의 일본 남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그는 갈색 찻잔에 들어있는 말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그의 뒤에는 검도복을 입은 8명의 일본 검객이 허리의 일본 장도를 움켜쥔 채 전투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일본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탁자 앞에 앉으며 덤덤히 말했다.“이게 누구야?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궁중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 아니야? 수행을 마치고 부산에 가서 내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떠들어 대지 않았어? 목숨을 버리려고 여기까지 와서 내게 시비를 건 건가?”“이제 보니 너희 일본 놈들은 정말
김예훈의 표정은 차가웠다. 물속에서 몸을 굴리며 회피하던 그는 놀라운 속도로 유람선에 접근했다.불과 십여 초 만에 그는 이미 유람선의 후미에 다가왔다.오른손으로 선체를 가볍게 짚으며 몸을 날려 갑판 위로 올라섰다.그와 동시에 그가 방금 빼앗은 작살을 휘둘렀다.푸!피가 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김예훈의 모습을 찾던 두 명의 총잡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을 움켜쥔 채 바닥에 쓰러졌다.김예훈은 몸을 굴리며 다른 두 명의 총잡이 앞으로 다가갔다.손에 든 작살을 던져 그들을 갑판에 박아버렸다.“젠장!”이제서야 다른 총잡이들도 반응했다.사방에서 검은 두건을 쓴 스무 명이 넘는 총잡이들이 달려왔다.그들은 이미 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한 상태였고 김예훈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다.탕탕탕!총알이 비 오듯 쏟아져 나왔다.좁은 갑판은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변했다.진한 화약 냄새가 퍼지며 김예훈은 전쟁터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힘들다.체로 치듯 총알을 맞거나 벌집이 되어 죽었을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총잡이들은 하나같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탕탕탕!하지만 김예훈은 불가능해 보이는 타이밍에 바닥에 떨어진 총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닫히지 않은 창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강철 창문이 떨어지며 김예훈 앞을 가로막았다.탕탕탕!그 순간 총알들이 창문에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김예훈은 극적으로 죽음의 위기를 피해냈다.나머지 총알들은 빗나가거나 갑판에 박혀 딱딱한 소리를 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총잡이들의 탄약이 바닥났지만, 김예훈은 겨우 살짝 긁힌 상처조차 없었다.주변은 이미 벌집이 되어 있었다.김예훈은 무심하게 또 다른 총을 주워 탄창을 교체했다.그리고 총잡이들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또 할 거냐?”총잡이들은 정신이 멍해졌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탄창을 교체했다.다시 총을 들이대며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김예훈이 먼저 두 자루의 총을 동시에 발사했다.탕
김예훈이 김현민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원래 평탄했던 도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몹시 울퉁불퉁했다.김예훈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웃으며 물었다.“기사님, 여기는 어디예요? 아니면 당신이 누구 사람인지 물어봐야 하나요? 지금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앞에는 오랫동안 보수되지 않고 있는 길이었는데 길가에는 이미 많이 낡은 경고 표지판들이 가득했다.김예훈의 질문에 대머리 택시 기사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앞에 있는 경고 표지판을 뚫고 길 끝을 향해 질주했다.기사의 무모한 행동에 김예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어디로 가냐고? 뭘 할 거냐고? 당연히 당신을 죽이러 가는 거지.”대머리 중년이 갑자기 섬뜩하게 웃었고 입가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당신이 차에 탄 순간부터 당신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고 이제 아무도 당신을 살려줄 수 없어. 김예훈 씨 잘 가! 사모님이 안부 전하라고 했어.”이어서 대머리 중년은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고 고개가 옆으로 떨어지더니 먼저 죽어버렸다.그의 오른발이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기에 차는 곧바로 도로를 벗어나 바다로 날아갔다.김예훈이 고개를 저었다.김서하가 자기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숨돌릴 시간마저 주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다만 이런 하찮은 수법으로 김예훈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솔직히 말해서 김서하든 김현민이든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거물일지 모르지만, 김예훈이 보기에 두 사람은 어디에든 내놓기 민망한 평균 이하 수준의 사람들이었다.차가 바다에 떨어지려는 순간 김예훈은 꽁꽁 닫혀 있는 차 문을 발로 차더니 차가 물에 빠지기 직전에 차에서 빠져나왔고 동시에 차는 물에 빠지면서 쿵 하는 폭발음이 터졌다.짙은 연기 속에서 수많은 철 조각이 날아다녔다.“푸!”김예훈은 바닷속 10미터 정도에 잠수했고 다시 옆으로 10여 미터 헤엄쳐 간 후에야 수면 위로 올라왔다.처음부터 김예훈은 누군가 고의로 준
김예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모님, 감히 말씀드리자면 진실 외에도 두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그게 뭐죠?”휴대폰 건너편의 박연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첫째는 안동 김씨 가문 당주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10년 전의 진실에 반드시 진주·밀양의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이 관련이 되어 있을 거라는 건 사모님도 잘 아시는 사실이잖아요. 만약 안동 김씨 가문 당주의 지지가 없다면 진실을 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잘못하다가는 사모님도 죽임을 당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후계자 대체 인력이 필요합니다. 김현민 씨가 잡힌 후 당주 자리를 이어받을 후계자가 있어야 안동 김씨 가문에 혼란이 오지 않을 것이고 또 사모님이 내정한 사람이어야만 사모님께서 김씨 가문을 더 잘 장악할 수 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사모님은 아직 젊으시니 20년 후면 반드시 사모님의 친 아드님이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김예훈은 은근히 10년 전 사건의 진범이 김현민이라고 확신하는 듯 말했다.박연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김예훈 씨가 지금 한 얘기는 신중하게 고민해 볼게요. 그리고 몸조심해요. 아가씨는 안동 김씨 가문의 아가씨일 뿐만 아니라 용전의 안주인이에요. 겉으로는 청순한 백련화처럼 보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 가면을 쓰고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죽였는지 몰라요. 부디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그녀의 손에 죽는 일은 없기를 바라요.”김예훈이 웃었다.“사모님, 감사합니다. 그 따위 계략으로 절대 저를 죽일 수 없을 거예요.”“저의 남편하고 얘기할 건데 언젠가 시간 내시면 저희 별장으로 식사 초대할게요.”박연서의 말에 김예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당주만 시간을 내주신다면 저는 언제든지 괜찮습니다.”박연서는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김예훈 씨, 일이 어떻게 진행되든 저의 병을 어느 정도라도 치료해 줘요. 앞으로 며칠 동안이라도 편히 쉴 수 있게 부탁해요. 그리고 며칠 뒤 저희 아버님 생신 파티에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