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입을 열다가 고개를 흔들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설희에게 다가와 "같이 가지 않을래? 이따가 큰일 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아…" 임설희는 잠시 망설였다. 비록 그녀는 학창 시절 김예훈과 사이가 좋았지만, 오늘 밤은 분명히 손호남이 주최했고 지금 떠나면 손호남에게 너무 미움을 사는 것 같았다.한편, 손호남은 김예훈이 가지 않고 또 다른 미녀를 꼬시러 가는 것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진 채 말했다. "김예훈, 안 꺼지냐, 아직도 뻔뻔스럽게 누구 하나 데려가려고 그러나 본데, 네가 뭔데? 네가 성공한 사람이야? 잊지 마! 넌 데릴사위야, 너 같은 사람과 동창이라는 게 우리한테 수치야!”"맞아 맞아! 우리 반 친구들 하나하나가 다 이렇게 잘 지내는데, 넌 왜 이렇게 우리 체면을 깎이게 만드냐!”"빨리 안 꺼져? 임설희, 쟤 데릴 사위야, 절대 속지 마라!"오늘 밤은 손호남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서로 치켜주면서 김예훈에 대한 모욕을 멈추지 않았다.김예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임설희가 여기에 엮이지 않았더라면 그는 정말 여기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이때, 손호남은 김예훈이 가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은행 카드를 꺼내 테이블에 던졌다. "웨이터, 일단 계산부터 하지. 저렇게 구경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럼 한번 구경해 보라고 하지. 이 식사는 아마 평생 볼 수 없는 광경 일 테니!”손호남의 행동 보고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실버 카드! 이 실버 카드는 자산이 2억 이상인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손호남이 어린 나이에 이런 성과를 거둘 줄은 몰랐다.반면에 김예훈은 어떻게 보면 가난하고, 어떻게 보면 한심했다,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이 실버 카드가 나오자 송문영조차도 손호남을 몇 번 더 쳐다봤다. 그녀는 송문영에게 능력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송문영의 시선을 느낀 손호남은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그는 예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갑자기 마음이 바
”아..” 손호남은 멍하니 있었다.“싫은가?”“아니, 아니요. 형님, 마음껏 즐기세요.” 손호남은 송문영의 표정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고 테이블 위의 차 키를 움켜쥐고 도망치려 했다.“손호남, 이 개자식아!” 송문영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다른 친구들도 하나같이 불똥이 튈까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김예훈 혼자만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오정범은 한때 YE 가문에서 거둬들인 사람이었다..오정범은 젊은 나이에 사회에 나왔지만, 돈도 없고 배경도 없어 몇 번이나 길거리에서 베여 죽을 뻔했다, 그러다 김예훈이 그를 만났고 그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가문으로 불러들였다.불과 몇 년 만에 오정범이 이렇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김예훈도 오정범에게 아는 체를 하지 않으려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자신은 이미 YE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니 오정범이 자신을 받아들일 거 같지 않았다.바로 그때, 오정범은 무심코 다른 사람들을 흘겨보다 우연히 김예훈에게로 쏠렸고 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그 순간, 그는 안색이 변했고 오만함과 횡포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 빠른 걸음으로 김예훈 앞으로 걸어갔다."도련님이셨군요, 제가 도련님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네요, 용서해 주십시오!"이 순간, 룸 전체가 조용해졌다.방금 전 날뛰던 오정범은 손짓 하나로 사회 거물들을 죽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뜻밖에도 선생님의 훈계를 듣는 초등학생처럼 공손한 얼굴로 김예훈의 앞에 서 있었다.심지어 오정범의 그 부하들조차도 모두 충격을 받은 얼굴로 서있었다, 자신의 형님은 이 세상천지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었기에.그런데 이렇게 공손하게 변했다.김예훈은 놀란 기색 없이 무표정이었다."오랜만이네요." 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오정범의 어깨를 두드렸다.“오늘 일은 여기서 멈추세요, 어쨌든 제 친구들이니까.”"네! 도련님이 그만두라고 하시면 그만둬야죠! 다른 사람들은 그만 내보내도록 해. 도련님과 얘기 나누는걸 방해하지 마라." 오정범은 흥분한
다음날 아침 일찍 김예훈은 덥수룩한 머리로 눈이 몽롱한 채 전기 스쿠터를 타고 남해시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에 도착했다.YE 투자 회사는 이 지역의 중심부에 있었다.어젯밤에 김연철한테 전화해서 회사 인수인계를 다 마쳤으니 오늘 가서 서명만 하면 되었다.어쨌든 2조 원으로 바꾼 회사였기에 김예훈은 신경이 쓰여서 아침부터 아침도 못 먹고 달려왔다.회사 로비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여기 직워들은 하나같이 엘리트들이었고, 하나같이 양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일상복을 입은 김예훈은 아무리 봐도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김예훈은 앞으로 자신의 직원이 될 사람들을 훑어보았다."김예훈, 너야? 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아름다운 여성이 김예훈 곁을 지나다가 약간 의아한 듯 물었다.송문영은 마음이 급해났다. 김예훈은 어젯밤에 화이트골드 호텔에서 친구들에게 사기를 치려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자신을 찾아왔다. 송문영은 김예훈이 자신을 스토킹하는 스토커라고 여겼다.자신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랐다.송문영이 김예훈을 보는 눈빛은 마치 변태를 보는 눈빛과 같았다.저 미친놈이 회사까지 찾아와서 자신을 괴롭힌다고 여겼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 알아? 네가 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거야?"라고 물었다.송문영은 기세등등해서 사람을 몰아붙였다.“YE 투자회사 아니야?” 김예훈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건데 네가 뭔 상관이야?""무슨 일이시죠?" 이때 중년의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는 회사의 경호팀장으로서 한 무리의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기세등등했다.송문영을 발견한 경호팀장은 깍듯이 경례를 한 뒤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 "송 부장님, 무슨 일이시죠?"송문영이 대표로 승진한다는 소문이 무성했기에 보안팀장는 그녀에게 아부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어떻게 보안 유지를 한 거예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회사로 막 들어오죠?" 송문영은 손가락으로 김예훈의 코를 가리키며 쌀쌀맞게 말했다.경호팀장은 죄
“나보고 나가라는 거야?”직원이 사장에게 나가라니, 김예훈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사람 말 못 알아들어? 나가라니까! 누가 뽑아줬든 아는 사람이 있든 신경 안 써. 그냥 지금 당장 사라져!”송문영은 이를 꽉 깨물었다. 말이 끝나자 그녀는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 바닥에 집어 던졌다.“안 나가겠다, 이거지? 돈이 필요한 거 아니야? 이 돈 들고 꺼져!”바로 그때,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가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그러자 직원들이 사측에서 몰려드려 재빠르게 예의를 갖추었다.마침 고급 가죽 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긴 포니테일 머리를 한 여성이 걸어 내려왔다. 20살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서류 봉투를 품에 안고 있었다.그녀의 외모는 송문영과 견줄 만했지만, 몸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는 송문영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송문영은 다른 사람들은 쳐다 보지도 않고 빠르게 김예훈 앞으로 다가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김예훈은 그녀를 쳐다보는 순간 누군지 떠올랐다. 하은혜. 김예훈이 YE 가문에 있을 때 자신을 따라다닌 적이 있었다. 그런 하은혜가 YE 투자 회사의 대표 비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오랜만이에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하 비서, 제 정신이에요?”송민영이 한 발짝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단아한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찼다.“우리 대표님이 누군지 모두가 다 아는데, 청소 도우미한테 함부로 대표라고 하면 안 되죠!”“청소 도우미요?”하은혜는 조심스럽게 김예훈을 바라보았다. 무표정인 그를 보고 나서야 몸을 돌려 송민영을 차갑게 쳐다봤다.“송 팀장,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요. 오늘부터 이 분이 바로 우리 회사의 새로운 대표, 김예훈 대표님이십니다.”“뭐라고요?!”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아연실색했다. 특히 경호팀장은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 대표에게 나가라고 소리치다니…….“그럴리가요! 말도 안 돼!”송민영은 얇은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이 사람이 김예훈인 건 맞아요. 하
송문영은 얼굴이 붉어졌다. 김예훈은 송문영이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젯밤만 해도 김예훈 앞에서 당당하게 콧대 세우고 함께 노래부르기도 싫어하던 송문영이 오늘 이곳에 서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한다.김예훈은 그녀를 한참 쳐다보았다. 훈녀로 불리던 옛 동기 송문영은 까칠했지만 본성이 나쁜 건 아니었다. 이 생각이 든 김예훈이 입을 열었다.“이번 일로 당장 널 해고할 생각은 없어. 다만 승진과 관련해서는 네 능력을 보고 판단할게.”말을 마친 김예훈은 송문영을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제 막 회사를 받았기에 운영 상황 같은 것도 어떤지 모르는 판국에, 송문영과 쓸 데 없는 이야기 주고 받을 시간이 없었다.송문영은 아름다운 여자지만 김예훈이 보았던 미모의 여성은 차고 넘쳤다. 적어도 자신의 아내인 정민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YE 투자 회사는 대표가 바뀌면서 진행 중이던 모든 투자 계획이 중단된 상황에 오히려 1조를 투입해 양질의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이 소식은 마치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남해시 전체로 전파됐다.남해시 유명 일가 세력들에게 크나큰 변수가 될 것임을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이 시기에 가장 먼저 YE 투자 회사에 취임한 새 대표 이사의 신임을 사게 된다면 남해에서 제일 가는 일가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물론 정씨 일가는 어떠한 동요도 하지 않고 그 즉시 가족 연회를 열어 모든 친인척을 불러 모았다.정민아는 김예훈에게 연회에 참가할 준비를 해야하니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며 전화를 걸었다.김예훈은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정민아는 이미 자신의 빨간 포르쉐에 올라타 있었다. 휴대폰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여보, 내가 늦었지.”김예훈은 잰걸음으로 정민아에게 다가왔다.정민아는 허리 라인이 강조된 예복을 갖춰 입었다. 가슴팍에는 독특한 장미 브로치를 차고 있었다.‘프라하의 심장?’김예훈의 눈이 반짝였다. 이것이 왜 그녀에게
“뭐?”김예훈은 순간 멍해졌다. 입 속에 있던 스테이크를 삼키는 것도 잊었다. 언제부터 진행된 일인 건지, 전혀 모르는 일이다.게걸스럽게 먹는 김예훈을 보고 정소현은 더욱 질색하며 차갑게 말했다.“동훈 오빠가 정식으로 혼담 얘기를 꺼냈어. 오늘 저녁에 예물을 보내올 거야. 눈치 있으면 조용히 앉아 있어. 눈치 없이 굴면…….”정소현은 피식 조소를 내뱉었다. 정씨 일가가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친척 중에 경호원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란이라도 피운다면 모가지를 그대로 꺾어버릴 수도 있다.“발표할 것이 있으니 모두 정숙하라.”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던 정 씨 일가의 어르신, 정동철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얼굴에는 기대 섞인 표정이 묻어났다.“모두 소식 들었겠지. YE 투자 회사가 갑자기 대표 이사를 바꾸더니 이미 협상 마친 모든 투자를 부결시켰단다. 심지어 프로젝트에 1조원을 투입했지. 이유를 통 모르겠어.”“이 알 수 없는 새 대표 이사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우리 정 씨 일가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다!”“수많은 남해시 내 일가와 기업이 영향을 받았으니 대규모 구조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근 몇 년 들어 정 씨 일가는 남해시에서도 상위권에 속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도 이류 일가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현재로서 남해시에서 힘을 더 키우고 우리 정 씨 일가가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기에는 아직 부족하다.”“우리 정 씨 일가가 일류 가문으로 거듭나 경기도에서 영향력 있는 최고 일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YE 투자 회사와 협력해 새로운 대표 이사와 가까이 한다면, 그 1조원이라는 파이를 나눠가질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 정 씨 일가는 남해시에서 모든 것을 누리게 될 것이다!”정동철의 말이 끝나고, 장내에 있던 정 씨 일가는 서로를 바라만 볼 뿐 정적만 흘렀다.YE 투자 회사와 협력을 한다? 새로운 대표 이사와 가까이 한다?이번이 기회라는 건 모두 안다.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박동훈은 맵시 있는 수트를 입고 단정히 정리한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넘긴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선물 상자를 손에 들고 있었다.“열렬한 박수로 박 대표를 환영해주세요!”한 청년이 크게 외쳤다.그 순간 장내에는 환호소리가 울려 퍼졌다.김예훈과 비교하면 박동훈 같은 청년이야말로 정 씨 일가의 환영을 받을 만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가장 중요한 건, 박동훈이 정 씨 일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지금 이 순간 정 씨 일가의 눈에 박동훈은 재물신과도 다름 없었다.박동훈은 웃음기가 묻어나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레드카펫을 밟는 연예인과도 같은 모습이 마치 성공한 인사처럼 보였다.“어르신, 초대도 없이 찾아와 실례했습니다. 제가 에둘러 말할 줄 모르는 성격이라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박동훈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저는 정민아 양에게 한 눈에 반했습니다. 하지만 민아 양은 보잘 것 없는 녀석에게 시집을 갔습니다.”“3년 전, 이 일을 그저 농담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을까요? 전 민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민아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요. 오늘 이곳에 온 것도 여러분 모두 앞에서 이 말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박동훈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외쳤다.“민아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민아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와아아!장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김예훈은 안중에도 없는 직설적인 고백이었다. 그 역시 이 자리에 있는데 말이다.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김예훈은 정말 보잘 것 없는 놈이다. 체면 살려줄 가치가 없다. 잘 보일 필요도 없고 말이다.그저 지금 저 데릴사위가 잔뜩 성이 났을까 걱정이다.“ 몇 년 간 민아만 바라봤습니다!”박동훈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민아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오늘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성과를 가져왔어요.”박동훈은 선물 상자를 천천히 열었다. 그 안에는 수표가
일말의 의문을 품고 있던 정민아 역시 이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어제 정민아도 장미와 프라하의 심장 모두 박동훈이 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오늘 박동훈이 사실대로 인정하니 더욱 확실해졌다.어제 오전에 했던 말인데 오후에 곧바로 프라하의 장미와 프라하의 심장을 준비하다니, 박동훈이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금방 찾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닌데, 혹시나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내가 있는 남자이기에 정민아는 이 혼사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감동이 몰려오면서도 부끄러워졌다.“김예훈 표정 봤어? 아주 놀라 자빠진 것 같은데, 웃겨 죽겠네! 하하하!”이때, 정지용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김예훈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많은 사람들이 또 다시 웅성이기 시작했다.김예훈의 표정은 확실히 일그러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박동훈의 뻔뻔한 거짓말 때문이었다. 누군가 폭로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없는 거짓말이다.“박 대표님, 우리 데릴사위 표정 좀 보세요. 대표님을 때리고 싶나 본데요?”정지용은 계속 입을 놀렸다.“그럴 수나 있겠어? 박 대표 머리카락도 못 만질 걸? 하하하!”“몸에 있는 거 전부 합쳐도 박 대표님 머리카락 한 가닥 만도 못 하지. 건들기만 해 봐, 우리가 가만히 안 둬!”“왜? 아무 말도 못 하겠어? 놀라서 벙쪘어?”정지용은 ‘하하하’ 박장대소를 했다.“김예훈, 더 머저리 같을 수는 없어? 오늘 당신 와이프 때문에 온 사람이 있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잖아. 데릴사위 꼴이 말이 아니네.”“하하하!”사방에서 신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정민아는 부끄러움이 극에 달했다. 아직 법적으로는 부부사이이기에 김예훈이 놀림 받는 만큼 스스로도 창피했다.오늘 밤에 이런 일이 있는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를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옆에 있던 임은숙이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아직도 화가 나나? 말 한 마디라도 잘못 놀렸다가는 큰 코 다칠 줄 알게!”
진세은의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본 깡패는 입을 움찔거릴 뿐이다. 그는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오늘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결국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저희를 습격한 놈이 타케이 도련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를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기고만장하게 1번 룸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능력 있으면 어떻게 해보라고 하면서요. 그리고 유우토 씨도 허리가 부러진 채 생포 당하고 말았어요.”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저희가 너무 무능한 것이 아니라 그놈이 너무 기고만장했다니까요? 저희의 체면을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어요.”홍성파 사람들은 상대방이 만만찮은 사람인 것을 눈치챘는지 서로 눈치를 보았다.구룡성은 예전부터 무법지대라 난잡한 곳이었다.홍성파는 이 구역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있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홍성파 사람을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그것도 모자라 홍성파의 귀한 손님인 유우토의 허리마저 부러뜨렸으니 죽으려고 환장한 거나 다름없었다.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김예훈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그리고 김예훈의 가족과 세력들도 모조리 파헤쳐질 운명이었다.홍성파 스타일을 보면 온 가족을 죽이겠다고 하면 무조건 죽일 사람들이었다.유우토의 허리가 부러졌다는 말에 표정이 차갑기만 하던 타케이가 갑자기 웃는 것이다.“우리 일본 야마구치파 사람이라는 건 말했어?”“네. 말했어요.”깡패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유우토 씨가 타케이 도련님의 사람이라는 것도 말했고, 저희 홍성파의 귀한 손님이라고 말해도 별로 소용이 없었어요. 일부러 시비 걸려고 찾아온 것 같았어요.”이 말에 타케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의 신분을 봤을 때, 진주는 물론 전체 대한민국에서 그의 체면을 지켜주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야마구치파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제자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여기는 자기 구역이 아니라 남의 구역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짓밟을 수는 없었다.홍성파가 알아서 나서서
허유주의 설명에 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그저 도박왕의 딸이 막무가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허씨 가문의 일때문에 복수심을 안고 일본인한테 연락해서 나를 처리할 생각을 했다니. 그런데 사회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야. 일본인이 자기를 어떻게 할 줄 알고.’하지만 이로써 대립 구도에 서 있던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나중에 허씨 가문의 도움을 받으려면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네가 일본인한테 부탁해 나를 죽이라고 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 그런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길 바라.”“알았어.”허유주는 뻘쭘하기만 했다.“전에는 내가 너무 철없었어. 미안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구석에서 울부짖고 있는 일본인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아까 너를 구하면서 일본인 몇 명을 데려왔거든. 지금은 이 사람들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기껏해 3분 내로 올 것 같은데 먼저 너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할까?”김예훈은 여유작작 차를 마시면서 허유주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허유주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절대 안 가! 날 살려줬는데 이대로 떠날 수는 없지. 아니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이 뭐가 돼. 그리고 우리 허씨 가문은 일본인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허유주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김예훈은 어느정도 성장한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이순간 허유주는 어제와 같은 말괄량이 소녀가 아니었다.여러 가지 일을 겪어봐야 성장한다는 말이 맞았다.“됐어. 사람 부를 필요 없어.”김예훈은 손을 툭툭 털면서 뒤에 서 있던 추문성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따 아가씨를 잘 부탁해. 털끝 하나 건드리게 하는 순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네!”추문성은 평온한 표정으로 전방을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한테 어떻게든 잘 보여야 했다....김예훈과 허유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양손이 부러진 홍성파 건달이 휘청거
김예훈이 룸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부근에 있던 진주·밀양 용전 제자들이 나타나 이 일본인들을 구속했다.추하린은 허유주의 위를 세척 할수 있게 의사 선생님도 보내왔다.술을 마셨다면 이 정도로 취하진 않았을 것이다.몽롱한 상태를 보면 누가 음료수에 약을 탄 것이 틀림없었다.의사 선생님의 기술이 좋아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유주의 얼굴이 평온해지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체온도 가라앉기 시작했다.허유주한테 생수 한 통을 다 먹여서야 서서히 눈을 뜨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허유주는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누구야! 지금 뭐하는 거야! 나한테 손대지 마! 우리 아빠는 도박왕 허순재라고! 나를 건드린 순간 우리 아빠가 너를 죽여버릴 거야!”허유주는 목 놓아 울부짖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흥분하지 마. 나 김예훈이야. 너를 해치지 않아.”“김예훈?”그제야 정신을 차린 허유주는 김예훈을 확인한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나한테 약을 먹여? 우리 아빠한테 다 말할 거야.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쨕!김예훈이 갑자기 뺨을 때리는 바람에 허유주는 멍하니 넋이 나가고 말았다.“정신이 좀 들어? 이제는 제대로 말할 수 있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을 닦으면서 허유주를 전혀 안쓰러워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물어? 나한테 대신 덤터기를 씌우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이나 해봤어?”허유주는 붉으락푸르락하더니 그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는지 일본인들을 힐끔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김예훈... 네가 살 살린 거야?”“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무언갈 바라고 살려준 건 아니지만 억울하게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우연히 지나가다가 네가 강제로 끌려온 거 같아서 살려준 거야.”김예훈은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쳐다보았다.“그래도 도박왕님 딸인데 어떻게 유우토한
퍽! 퍽! 퍽!전혀 봐 줄 생각이 없는 김예훈은 바로 발을 뻗었다. 그러자 상대방이 하나둘씩 저 멀리 날아가 다리가 부러진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이때 홍성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비수를 들고 덮쳐왔다.빠직!하지만 김예훈에게 닿기도 전에 멱살이 잡혀 그대로 공중에 들리고 말았다.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우리 홍성파가 진주에서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 날 건드리기만 하면 홍성파에서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홍성파가 대단해서 김예훈이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빠직!김예훈이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에 힘을 싣자 목이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자신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디가드와 몇몇 홍성파 건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을 본 유우토는 허유주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우리 일본인을 건드리는 거 보니 대단한데? 그런데 여기서 거들먹거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유우토는 갑자기 검을 들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덮쳤다.김예훈이 아무렇지않게 가만히 있자 유우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기는 놈이네. 좀 실력이 있다고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봐? 그 주제에 미인을 구출해 보려고? 유치하긴!”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여전히 거들먹거리고 있었다.“천하무적인 우리 일본인 앞에서는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랑 맞서는 순간 하느님도 너를 구하지 못한다고. 일단 너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타케이 도련님께서 너희 대한민국 여자를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한번 구경시켜 주려고. 우리는 이러는 거 제일 좋아하거든.”유우토는 실실 웃으면서 다시 허유주의 머리끄덩이를 잡으려고 했다.퍽!하지만 허유주에게 손이 닿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그의 등을 발로 차버렸다.유우토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빠직!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몇 대 빠진 그는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넌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유우토가 힘겹게 고개를 돌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말했다.“아무리 무법지대 사람들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야? 양심도 없어? 일본인이 우리 대한민국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데 막을지언정 지금 돕고 있는 거야? 그러고도 남자야?”“해쳐?”유우토가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우리 타케이 도련님을 모시는 거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해! 우리 고귀한 일본 남자를 모실 수 있는 걸 보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지. 그런데 어떻게 해친다고 말할 수 있어? 내가 일본인이라는 신분을 밝히면 얼마나 많은 여자가 내 품에 안기지 못해 안달인지 알아?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세상은 원래 이런 거야. 강자가 살아남는 법이거든. 비쩍 마른 놈이 여자를 만나보기나 했어? 그 주제에 보호해 주려고?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정말 죽여버릴 거니까!”거만하기 그지없는 이 유우토라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진주에서 종횡무진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이런 말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김예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말했다.“그 손 놓으라고. 내 말 안 들려? 굳이 내가 본때를 보여줘야겠어?”“하하. 우리 구역에서 어떻게 좀 해보려고?”건달들 눈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우리가 누군지나 알아? 우리는 홍성파 사람들이라고! 진주·밀양에서는 우리 홍성파가 일등이야! 온 가족이 죽는 꼴을 보고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유우토한테 사과해. 아니면 곧 죽게 될 거니까.”유우토는 술 냄새를 풍기면서 가소로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봤어?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너랑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 너를 죽여버릴 거라고.”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결국엔 이 여자를 안 놔주겠다?”“우리 타케이 도련님께서 아직 즐기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놔줘.”유우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이 너의 와이프거나 여동생이라고 해도 오늘 저녁에는 타케이 도련님을 모셔야 할 거야. 네가 아무
“얼른 서둘러. 타케이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있어.”“쯧쯧쯧. 역시 대한민국 여자들은 예쁘게 생겼어. 타케이 도련님마저 한눈에 반해서 어떻게든 데려오라고 하잖아.”우두머리 남성의 옷에는 유우토라는 이름이 박혀있었다.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었다.“역시 진주에 오기 잘했어!”그러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녀의 몸을 더듬거렸다.제정신이 아닌 듯한 소녀는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쳤다.하지만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어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그녀가 이곳 무법지대의 술집 여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만약 소녀가 스스러 이러고 있는 거라면 도와줬다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되기 일쑤였다.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김예훈은 본능적으로 일본 남자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 일본 남자들은 뭔가 목적을 달성한 듯한 뿌듯함에 빠져있었고, 소녀는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살짝 취한 상태라 힘이 센 일본 남자들을 밀쳐내지 못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갑자기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소녀가 머리를 드는 순간 얼굴을 확인했더니 허씨 가문 다섯째인 허유주인 것이다.이런 곳에서, 그리고 이런 상태로 그녀를 만날 줄 몰랐다.가끔 이런 일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직접 겪는 일이라 의아하기만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허유주와의 원한을 뿌리치고 본능적으로 뒤돌아 유우토의 멱살을 잡으면서 말했다.“잠깐만!”일본인들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런 제기랄!”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이거 놓고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죽여버릴 거니까.”김예훈 역시 냉랭하게 말했다.“내 친구야. 함부로 데려갈 수 없어.”바로 이때, 김예훈은 허유주의 몸에서 이상한 향기를 맡게 되었다.코끝을 자극하는 이 냄새는 머리마저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김예훈은 바로 허유주가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셨다는 것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독성이 강하고, 시간이 오래된 독극물일수록 좋아요. 이로써 어르신 체내에 있는 극야한독을 유인해 내는 거예요.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거죠.”“독으로 독을 물리친다...”양유선은 표정이 변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알겠어요. 김 도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최대한 빨리 찾아볼게요.”양상철도 처방전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유선아, 김 도련님께서 이런 처방전까지 보여주는 걸 보면 정말 우리가 편해졌나 봐. 어차피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절대 김 도련님을 탓해서는 안 돼. 알겠지? 김 도련님, 얼마든지 시도해 보세요. 제가 잘 감당해 볼게요.”“저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어르신, 극야한독이 철저히 발작하는 7일 동안 죽기보다도 못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예요. 어르신께서는 무술 고수라 충분히 버틸 수 있겠죠?”양상철은 실성하고 말았다.“이 지경이 되니 감각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렵더라고요. 식물인간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고통을 느껴야 그래도 살아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김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일주일 동안 잘 버텨볼 테니 7일 뒤에 만나요.”김예훈은 또 몇 마디 부탁하고는 양유선과 함께 이곳을 떠났다.양유선은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준비 물품을 준비하라고 하고는 뒤돌아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도련님, 감사해요. 대립 구도에 서 있던 저를 도와주셔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어차피 저희 둘 사이의 거래라 최선을 다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앞으로 일주일 동안 밑에 있는 남양인들을 잘 단속하기를 바랄게요. 제가 죽어버리면 어르신도 끝장이에요.”“걱정하지 마세요.”양유선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남양인 중에 아무도 김 도련님을 해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남양인이 아니더라도 절대 김 도련님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이제부터 김 도련님을 건드리는 사람은 저 양유선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 시체를 짓밟
두 사람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보여요? 제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아직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아니라 어르신 체내에 있는 독성은 당분간 빼내기 어려워서예요. 기생충처럼 체내에 너무 오래 머물러있어서 뿌리까지 뽑으려면 원만한 방법으로는 안 될 거예요. 다행히 어르신도 고수라 아직 희망이 보여요.”“김 도련님 뜻은...”양상철은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혹시나하는 마음에 물었다.“어르신께서는 지옥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할수도 있어요. 독성이 자기 마음대로 발작할 수 있도록 내버려 뒀다가 극치에 달했을 때 단김에 뽑아버리는 것이 가장 깔끔할 수 있어요.”“독성이 발작하게 내버려 둔다고요?’양유선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그러다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거 아니에요?”“맞아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지옥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할수도 있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지금 상황에서는 독을 말끔히 빼내는 건 불가능해요. 아까는 그저 잠시 독성을 억누른 것이라 말끔히 치료되었다고 할수 없어요. 기껏해 열흘에서 보름 정도 효과 볼 수 있는데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요. 유일한 방법은 독성이 발작하게 내버려 뒀다가 한 번에 말끔히 뽑아버리는 거예요. 비록 리스크가 크지만,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요.”양유선은 불안한 표정이었다.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러다 할아버지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양상철이 양유선을 말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도련님,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50퍼센트요.”이 말에 양유선은 표정이 창백해지고 말았다.“50퍼센트뿐이라고요?”양유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양상철이 먼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50퍼센트요? 김 도련님께서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네요. 저는 기껏해 30퍼센트라고
양유선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진지하게 물었다.“도대체 누가 할아버지한테 독을 탔을까요?”“그게...”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이 극야한독은 복용해야 체내에 흡수될 수 있는데 아마도 음식이나 마시는 물에 탔을 수 있어요. 저는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께서는 짐작 가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김예훈의 확고한 말투에 양유선은 멈칫하더니 이내 그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챈 눈치였다.독을 탄 사람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고, 또 양상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일지도 몰랐다.이런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찾자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가족이 독을 탔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양씨 가문 내부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바로 이때, 양상철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말 못 할 고통을 참으면서 얼굴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마치 언젠가 숨을 거둘 것만 같이 말이다.“지금 독이 심장을 공격하고 있어요!”김예훈은 양상철이 체내에 있는 독을 억누르지 못할 줄 몰랐는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아마도 독은 탄 사람이 누군지 짐작이 가는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그만 정신을 놔버린 것이 분명했다.“할아버지! 빨리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주세요!”당황한 양유선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확인해 볼게요.”김예훈은 피가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상철의 가슴에 있는 혈을 눌렀다.이어 메스로 왼쪽 손에 있는 혈을 찌르자, 검은 피가 상처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검은 피가 다 흐를 때까지 기다려서야 양유선더러 상처를 감싸라고 했다.이때, 부들부들 떨던 양상철은 그제야 안정을 취하기 시작했다.흐릿한 정신도 말짱해지는 느낌이었다.정상으로 돌아온 양상철은 믿기지 않는지 두 손을 들었다.비록 두 손에는 거즈가 감겨있었지만, 여전히 지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웠다.“지금 내가 손을 움직일 수 있는 거야?”“할아버지!”양유선 역시 흠칫하더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