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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뭐?”

김예훈은 순간 멍해졌다. 입 속에 있던 스테이크를 삼키는 것도 잊었다. 언제부터 진행된 일인 건지, 전혀 모르는 일이다.

게걸스럽게 먹는 김예훈을 보고 정소현은 더욱 질색하며 차갑게 말했다.

“동훈 오빠가 정식으로 혼담 얘기를 꺼냈어. 오늘 저녁에 예물을 보내올 거야. 눈치 있으면 조용히 앉아 있어. 눈치 없이 굴면…….”

정소현은 피식 조소를 내뱉었다. 정씨 일가가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친척 중에 경호원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란이라도 피운다면 모가지를 그대로 꺾어버릴 수도 있다.

“발표할 것이 있으니 모두 정숙하라.”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던 정 씨 일가의 어르신, 정동철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얼굴에는 기대 섞인 표정이 묻어났다.

“모두 소식 들었겠지. YE 투자 회사가 갑자기 대표 이사를 바꾸더니 이미 협상 마친 모든 투자를 부결시켰단다. 심지어 프로젝트에 1조원을 투입했지. 이유를 통 모르겠어.”

“이 알 수 없는 새 대표 이사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우리 정 씨 일가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다!”

“수많은 남해시 내 일가와 기업이 영향을 받았으니 대규모 구조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들어 정 씨 일가는 남해시에서도 상위권에 속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도 이류 일가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현재로서 남해시에서 힘을 더 키우고 우리 정 씨 일가가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우리 정 씨 일가가 일류 가문으로 거듭나 경기도에서 영향력 있는 최고 일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

“YE 투자 회사와 협력해 새로운 대표 이사와 가까이 한다면, 그 1조원이라는 파이를 나눠가질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 정 씨 일가는 남해시에서 모든 것을 누리게 될 것이다!”

정동철의 말이 끝나고, 장내에 있던 정 씨 일가는 서로를 바라만 볼 뿐 정적만 흘렀다.

YE 투자 회사와 협력을 한다? 새로운 대표 이사와 가까이 한다?

이번이 기회라는 건 모두 안다. 정 씨 일가 뿐만 아니라 남해시 전체에서 YE 투자 회사와 협력하고 싶지 않은 곳이 누가 있겠는가? 누구나 새로운 대표 이사의 환심을 사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YE 투자 회사 뒤에는 경기도 YE 일가가 있다. 정 씨 일가 같은 이류 가문에 눈길을 줄 리가 없다. 이번 기회로 급부상 해보겠다는 다짐도 그저 꿈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반응이 없자 정동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익 배당 받을 때는 그렇게 따지고 적극적이더니, 직접 나서야 하니까 다들 덜컥 겁이라도 먹었나? 무능한 것들!”

이때, 정 씨 집안의 첫째이자, 정민아의 큰아버지인 정민택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버지, 당연히 경사지요.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YE 투자 회사의 눈에도 못 들었는데, 대표이사도 이임한 지금 그게 쉽겠습니까?”

정동철은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전화 한 통으로 해결했을 것이다. 내가 너희들과 상의라도 해야하나?”

갑자기 정지용이 눈빛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 YE 투자 회사에 박동훈 대표는 분명 새로운 대표 이사가 누군지 알 겁니다. 우리가 투자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거예요.”

“민아에게 결혼 얘기도 했잖아요. 민아가 박 대표에게 시집만 간다면 모두가 가족이지 않겠어요? 1조를 받지는 못 해도 몇 백억은 거뜬할 텐데, 우리에게는 이득이에요!”

“박동훈이라…….”

정동철은 사실 박동훈이 마음에 들었다. 이때, 그의 시선이 정민아에게 향하더니 직설적으로 말했다.

“민아야, 박 대표가 너에게 정이 깊고 우리 정 씨 일가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니 네가 시집을 가거라.”

정민아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강제로 이혼하라는 소리다.

정민아가 입을 채 열기도 전에 가족들이 저마다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

“민아야, 우리는 투자가 필요해!”

“그래, 그 투자가 없다면 도산할 지도 모른다고!”

“저 무능한 데릴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야. 잘 잡아야지!”

“투자도 받을 수 있고, 잘난 남편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인데, 바라고 바라던 좋은 일 아니겠니!”

정 씨 집안 사람들이 하나같이 일어나 환호했다.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동훈이 YE 투자 회사에서 꽤나 직책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가 정 씨 일가를 돕는다면 투자는 따놓은 당상이다.

그 돈만 있다면, 정 씨 일가 모두 상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때, 임은숙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 마침 타이밍이 좋네요. 어제 동훈이가 전화로 우리 가문에 들어오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이미 오늘 저녁 연회에 불렀습니다.”

“참말이냐?”

정동철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라고 하렴!”

정동철의 표정을 본 임은숙은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자신의 딸이 드디어 보잘 것 없는 데릴사위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자신도 귀부인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하늘에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때, 조명이 일제히 꺼지며 로비 전체가 어둠으로 둘러싸였다. 그리고 로비 입구에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더니 멋스러운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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