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정민아를 쳐다보았다, 늘 아내가 자기한테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 순간 자신을 걱정해주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하지만 정민아는 자신의 심경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이게 누구인가? 오정범이다, 지하 세계의 큰 인물, 비록 만난 적은 없지만 이 사람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정범은 그저 그런 건달에 불과했다. 훗날 어떤 큰 인물의 눈에 들어서 도움을 받게 되었고, 오정범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해에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했다.1, 2년 전부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그 명성이 어디 가겠는가, 남해에서 그 누구라도 그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이런 사람 앞에서 데릴사위인 김예훈이 그의 심기를 건드려서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빨리 가라고! 좀 있으면 가지도 못해!" 정민아는 정말 조급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일어서서 김예훈을 끌어당기려 하자 옆에 있던 정소현이 그녀를 막아섰다.정소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언니가 오늘 왜 이러는 건지?뭘 잘못 먹은 거야?능력 없는 데릴사위를 제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사람은 언니 아니었던가?근데 왜 지금은 김예훈의 편을 들지?정소현뿐만 아니라, 다른 정씨 일가의 사람들도 정민아를 모두 말렸다.오늘 밤, 김예훈은 정씨 일가의 예비 사위인 박동훈의 미움을 샀고, 박동훈의 배경은 봐도 뻔한 일, 오늘 밤 누군가 김예훈의 편을 들어준다면 기필코 화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을 못마땅해하고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를 위해 나설 생각은 없다. 이 재미난 구경거리를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특히 정지용은 몹시 당황스러웠다:" 정민아, 너 미쳤어? 저런 못난 놈을 뭐 하러 챙겨? 이젠 우리 가문과 관계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 줄 알아? 아니면 오늘 밤 우리 가문도 무사하지 못해! 병신 같은 놈이 박 대표를 건드리
박동훈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거들먹거리며 김예훈을 향해 걸어갔다. 마음속으로 많이 기뻤다. 평소에 자신이 오정범의 비위를 맞춰준 게 오늘 이렇게 보답받게 될 줄이야, 정말 체면이 확 서는 일이었다.듣기로는 오정범과 밥 한 끼 먹고 싶어도 안 되는 가문이 부지기수라고 한다!오정범이 자신의 뒤를 봐준다면 오늘 밤, 이 혼사는 큰 문제 없이 성사될 것이다!박동훈 역시 우연한 기회로 오정범을 알고 지내게 되었다.예전에, 화이트골드 호텔에서 박동훈은 실수로 한 여인과 부딪혔고 그 일로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 했다, 마침 오정범이 그곳을 지나갔고 일이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던 그가 박동훈에게 도움을 준 것이었다.그 일로 인해 박동훈은 돈만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친구도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꽤 많은 공을 들여 오정범과 친구 사이를 맺었고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 투자를 해 최근 1, 2년 동안 짭짤한 수입을 얻었다. 이것이 오늘 밤 그가 오정범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용기다.하지만 투자라는 게 어디 늘 돈을 벌 수 있겠는가, 손해를 볼 때마다 박동훈이 이를 악물고 그 손해를 메꿔 준 것이었다.만약 손해를 봤다는 걸 오정범이 알았다면 자신은 그한테 맞아 죽을 게 뻔하다.하지만, 오정범이 자신의 뒤를 봐준 후부터 박동훈은 남해의 젊은 사업가들 중에서 그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일류 가문의 후계자라도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이 모든 변화를 박동훈은 최근 1, 2년 많이 느끼고 있다.바로 이때, 오정범은 담배를 입에 물고 김예훈으로부터 10여 미터 떨어진 곳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워낙 로비의 등불이 어둡고 게다가 담배 연기까지 더해져 그는 단번에 김예훈을 알아보지 못했다.그가 무심하게 칼을 받아쥐고 바닥에 끌고 가면서 김예훈 앞까지 걸어갔다."도망쳐! 여보 도망쳐!" 정민아가 급한 나머지 김예훈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녀의 주위에도 다 사람인지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이 순간, 정민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
김예훈은 웃을 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하지만 맞은 편의 오정범은 무의식적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평소에 사람들 앞에서 그리 위풍당당하던 큰 인물이 이 순간 오줌을 쌀 정도로 떨고 있다.특히 김예훈의 눈빛은 그로 하여금 식은땀을 줄줄 흘리게 만들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오정범이 행동을 멈추자 뒤에 있던 박동훈이 급하게 말했다:"정범 형님, 인정사정 볼 것 없습니다, 저놈은 병신이에요, 이 집안의 데릴사위입니다, 당장 때려눕혀 손목을 잘라요!"박동훈은 눈이 새빨개서 끊임없이 소리쳤다, 그는 김예훈이 당장 죽기를 원했다."네가...처리하고 싶은 사람이 이 사람이야?" 오정범이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어두운 얼굴로 뒤를 돌아 박동훈을 쳐다보았다.오정범은 당황하기 그지없다, 박동훈 너 이 자식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하는 게 좋을 거다, 아니면..."네! 바로 저놈입니다! 정범 형님, 저놈을 죽여주세요!" 박동훈이 김예훈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한편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들뜬 표정을 짓고 있다. 그들은 오늘 저 못난 놈은 끝장인 게 확실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또 어떻게 당할지 그걸 기대하는 눈치였다.근데 이때, 정동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박 대표, 훈계하는 걸로 끝내게나, 죽이지는 말고."죽이지는 말라고?박동훈이 차갑게 웃었다, 김예훈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깎은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래야만 정씨 일가와 한배를 탈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정씨 일가의 사람들한테 겁을 줘야만 나중에 자신이 파산한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누구도 뭐라 말 못 할 테니까, 또한 정씨 가문을 이용해 다시 재기 할 수 있을 거니까.생각을 마친 박동훈은 하마트면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한 걸음만 가면 된다, 이 김예훈만 처리하면 엄청난 부와 아름다운 여인 둘 다 가질 수 있다!"그럽시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으니 정범 형님, 목숨
결국 그가 김예훈의 근처에 가기도 전에 오정범이 단번에 그의 머리를 잡아챘다."철썩"예고도 없이, 오정범이 박동훈의 얼굴을 좌우로 후려쳤다. 그의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박동훈은 당황스러웠다:" 정범 형님, 저놈을 때리라고 했지...왜 저를..."박동훈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 전혀 반응을 못 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죽으려면 혼자 곱게 죽을 것이지 나까지 끌어내리겠다? 오늘 넌 죽었어..." 오정범은 박동훈을 힘껏 발로 걷어차고 무섭게 말했다:"쳐라, 죽을 정도로 때려..."오정범이 데리고 온 부하들은 멍한 채로 있다가 이내 반응했다, 형님께서 말씀하셨으니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쳐라!이내, 십여 명의 사내들이 박동훈을 둘러싸고 발로 그를 걷어찼다."뭡니까! 정범 형님, 왜 저를 때리는 겁니까!"박동훈은 미친 듯이 얻어맞았고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울먹이었다. 이건 내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야!주위에 있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서 쳐다만 볼 뿐이었다, 박동훈 이 사람 오늘 여기서 맞아 죽지는 않겠지?드디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정동철이 기침을 하며 말했다:"오정범 씨, 저기 그만 멈추는 게...""멈추다니!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놈은 내가 오늘 다 처리해버릴 거야!"오정범은 정동철을 사납게 노려보더니 앞으로 걸어가 박동훈의 얼굴을 필사적으로 발로 밟았다.이 순간, 모두 크게 놀랐다, 오늘 밤 정말 누군가는 죽을 것 같다..."도... 김예훈 씨..." 이때, 오정범이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김예훈 앞으로 걸어갔다, 차마 도련님이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놈이 겁도 없이 이리 날뛰다니, 오늘 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오정범이 말을 하고 있다, 어제 막 도련님을 뵙게 되었고 아직 공을 세울 기회도 없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지금 이 순간 오정범은 박동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을 심정이다.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내가 뭘 잘못 본 것인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지하 세계의 큰 인물 오정범이 이 순간, 이 못난 데릴사위한테 이렇게 공손하다니? 주인을 모시듯 깍듯하다!이 병신 같은 놈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다들 믿기지 않은 듯 자신을 꼬집었다, 그래 이건 꿈이야, 분명 꿈이 틀림없어!정민아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그저 걱정뿐이었는데 이젠 충격을 많이 받았다. 이 상황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거지?오정범은 정씨 일가의 태도 따위에는 전혀 안중에 없었다, 그가 몸을 낮추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정말 도련님인 줄 몰랐습니다, 알았더라면 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만 노여움을 푸세요...""그만 하세요." 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그동안, 이런 사소한 일까지 직접 나서서 해결했습니까?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요?""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놈이 제 주식 투자 일을 조금 도와주고 있습니다..." 오정범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김예훈이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젠 파산한 사람입니다, 알아서 잘 처신하세요."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오정범 이 인간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실망스러워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끝장이다!오정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진짜 겁이 났나 보다.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잘 알고 있다, 고작 열몇 살 된 아이가 이미 경기도 각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남들이 보기에는 이 오정범이 그럴듯하게 성공한 듯하나, 김예훈 앞에서만큼은 자신이 앞잡이일 뿐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 이 정도의 인식조차 없다면 지금까지 헛산 거나 다름없다.도련님은 워낙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가 침묵하고 있다는 건 이미 화가 났다는 뜻이다."죽도록 패!" 오정범은 엄하게 소리쳤다, 이 일은 끝장을 보고 말 것이다.맞다, 방금 도련님께서 저놈이 파산했다고 하는데, 그럼 내가 저놈한테 맡긴 돈은...그 생각을 하니 오정범
오정범이 그의 뺨을 내리치고 차갑게 말했다:"왜 얻어맞는지 몰라? 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야? 너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저... 저 사람은 정씨 가문의 못난 데릴사위 아닙니까?"지금 박동훈은 너무 후회돼 피 토하기 일보 직전이다. 자신이 불러온 사람이 자신을 이리 만들었다, 그것도 저 강예훈 때문에, 그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데릴사위?" 오정범이 차갑게 웃었다, 김예훈의 신분을 말하려고 하는 찰나 김예훈이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무의식적으로 흠칫하더니 욕설을 퍼부었다:"똑바로 말해, 너 파산했어? 그럼 내 돈 10억은? 다 날린 거야?"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원래 나서서 싸움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 근데 이 말을 듣고 하나같이 눈빛이 변했다, 특히 정동철의 얼굴이 조금씩 변해갔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걸어 나와 말했다:"오정범 씨... 박 대표가 파산했다니요? 사실입니까?"정동철 이 노인네, 자기 가문의 아랫사람들 앞에서나 큰소리 치지, 오정범 같은 사람 앞에서는 방귀도 못 뀌는 인간이다, 이 상황에서 이리 묻다니 미친 셈이다.오정범이 못마땅한 듯 흘겨보았다, 이 노인네는 진짜 도련님 신분을 모르는 것인가? 도련님이 파산했다고 했으면 당연히 사실이 아닌가?하지만 오정범은 이 자리에서 김예훈의 신분을 밝힐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박동훈의 목을 잡고는 차갑게 말했다:"네 입으로 말해, 나한테 거짓말이라도 했다가는 손가락을 끊어버릴 거니까!""말... 말... 하겠습니다..." 박동훈은 오줌을 싸기 일보 직전이다, "정범 형님,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파산한 건 맞지만 형님 돈은 반드시 제가 갚겠습니다, 반드시 갚겠습니다.""그래, 네가 약속했어, 3일 줄게, 내 10억 가지고 와, 아니면 네 손목 날아갈 테니까!" 오정범이 차갑게 웃으며 그의 뺨을 내리치고는 소리쳤다, "가자!"부하들이 순식간에 정진 별장을 빠져나갔다, 오정범이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어 하는 걸 다들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보는
"박 대표, 설명해보게나, 방금 사람을 시켜 알아봤다니 이 수표들은 휴지 조각이라던데."이때, 정동철이 전화를 끊고 걸어 나와 손에 쥐고 있던 수표들을 박동훈의 얼굴에 뿌렸다, 그의 얼굴은 극도로 차가웠다. 20억이라는 유동자금이 손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방금 오정범의 말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재빨리 사람을 보내 조사했고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됐다.지금 정동철은, 박동훈을 찢어 죽일 싶을 심정이다, 한 평생 무엇보다도 자신의 체면을 중요시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 고작 파산한 인간이라니,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박동훈이 얼굴의 피를 스윽 닦으며 억지로 웃었다:"어르신, 잊지 마십시오, 전 YE 투자 회사의 사람입니다, 제가 파산했다고는 하나 다시 재기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뜻이지요..."이 말을 들은 정동철이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박동훈 이놈이 날 협박하고 있다!YE 투자 회사의 배후는 YE 가문이다, 경기도 최고의 가문, 아무리 잘 나가는 가문일지라도 그들을 건드리지 못한다, 하다못해 그 가문의 개조차도 위세가 남다르다는 소문이 있다. 박동훈한테 이 배후 세력이 있는 한 다시 재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물론, 정동철은 박동훈이 YE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걸 모르고 있다, 알았다면 전혀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20억이 진짜 돈이 되는 그 날, 우리 집안과의 혼사에 대해 다시 논의하도록 하지." 정동철이 박동훈을 한참 쳐다보다가 손을 뿌리치고 발길을 돌렸다."헐, 거지였군, 감히 우리 정씨 가문을 상대로 잘난 척을 했다니!""그러니까 오정범이 죽이려고 했지, 나도 때려죽이고 싶네요.""그만 해요, 그래도 YE 가문의 개 아닙니까, 우리가 건드리기에는..."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박 대표라고 존대하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이제는 조롱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박동훈은 부들부들 떨었다."당장 꺼져!"이때 정지용이 일어나서 큰 소리로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정민아의 모습을 본 김예훈은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는 임은숙을 무시한 채 박동훈한테 걸어가 담담하게 말했다, "박동훈, 당신을 때린 건 나예요, 여자한테 이럴 필요 있습니까? 집사람은 그만 놔주고 내가 같이 가죠."정민아가 크게 놀라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보통 사람들은 경찰 앞에서 벌벌 떠는 게 정상이다, 근데 김예훈이 용기 있게 나서서 자신이 경찰서로 가겠다고 하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걱정하지 마, 넌 내 와이프야, 내가 널 지킬 거야." 김예훈이 살짝 미소를 보이더니 양 서장 앞으로 걸어갔다:"제가 때린 겁니다, 인정할게요."정민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 남자, 무능력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자신을 위해 죄를 인정하다니."민아야, 너 괜찮아?" 임은숙이 빠르게 달려와서 긴장한 얼굴로 정민아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엄마 나 괜찮아, 근데 예훈 씨." 정민아는 한시름을 놓았다, 근데 경찰들에게 붙잡힌 김예훈의 모습을 보고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임은숙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기껏해야 경찰서에서 며칠 지내다 오겠지, 그러니까 넌 신경 쓰지 마.""엄마, 근데...""뭐가? 저 인간은 우리 집 데릴사위일 뿐이야 ,우리가 3년동안 왜 먹이고 재워준 것 같아? 이럴 때를 위해서야, 뭐 하러 저놈을 신경 써?" 임은숙이 차갑게 말했다."그래요, 가요!" 정소현이 정민아를 꽉 붙잡았다, 그녀가 충동적으로 무슨 일이라도 할까 봐 걱정됐다."아니, 나 안 가, 아직 해결이 안 됐잖아..." 정민아가 말했다. 하지만 임은숙과 정소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를 끌고 갔다.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살폈다. 만약 정민아가 경찰서로 끌려갔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빼내려고 했겠지만 김예훈 그놈이 들어갔으니 뭐 하러 쓸데없이 그 수고를 하겠는가?정동철조차도 그냥 차갑게 말할 뿐이었다:"경찰관 여러분, 일 다
퍽.김예훈이 손가락을 튕기자 육민준이 손에서 놓쳤던 검이 다시 날아와 그의 이마와 머리카락을 스쳤다.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유라시아 전쟁 시기 천문재에서 사람을 지원한 점을 봐서 죽이지는 않을게. 그런데 두 번 다시 봐주는 일은 없을거야.”육민준은 식은땀이 삐질 나고 말았다.정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평온한 김예훈을 보며 육민준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병신. 병신같은 자식.”그제야 반응한 선재 스님은 날아간 육민준을 보며 싫증난 표정을 지었다.‘능력도 없으면서 괜히 나서서 망신시켜.’선재 스님은 김예훈을 힘껏 짓밟아 주기 전까지는 체면을 되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구민욱 도련님께서 직접 나서야겠어요.”선재 스님은 사람 무리 중에 유일하게 태연해 보이는 한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이 청년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앞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제가 나설 수는 있지만 오늘 이후로 저희 구씨 가문은 오륜 사찰에 지은 빚이 사라지는 거예요. 제가 이 광대 같은 자식한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가르쳐줄게요.”구민욱이라는 사람이 앞으로 나서려고 할때, 도관 입구에 토요타 센추리 몇 대가 멈춰 섰다.운전하고 길을 안내하는 사람은 전부 용문당 집법부대 제자들이었다.가운데 차량의 뒷문을 열자 백발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 노인이 차에서 내렸다.노인은 네모난 얼굴형이었고, 입고있는 기모노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허리춤에 긴 검과 단검을 차고 있었지만 영락없는 평범한 노인으로 보였다.그의 뒤에는 차가운 표정의 중년 남성이 서 있었고, 딱봐도 심상치 않은 사람으로 보였다.용태웅은 멀리서부터 그들을 발견하고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재 스님, 조금만 진정하세요. 미야다 신노스케와 아마미네 다이토가 왔네요. 저희 지금 나설 필요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검신이 왔는데 이따 김예훈은 자기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거예요.”미야다 신노스케는 일본 야마구치파 검신이었다
육민준이 검을 꺼내는 순간,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육 도련님, 너무 멋있어요. 얼른 저 찌질이 같은 자식을 죽여버려요!”“선재 스님의 뺨을 때리다니.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육 도련님이 검을 빼내면 얼마나 무서운데.”무술 성지 출신들이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따라서 자신감이 폭발한 육민준은 눈깜짝할 사이 김예훈 앞에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샤삭.검에서 빛이 반짝이면서 검술의 기본기가 드러났다.용문당 집법부대 제자들은 검을 보는 순간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용태웅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육 도련님 공격도 예상하지 못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을 건드린 거야?”“전에 그렇게 거만할 수 있었던 것도 진정한 고수를 만나지 못해서 그런 거겠죠.”선재 스님이 웃으면서 말했다.“무술의 성지 천문재는 대한민국 서남 지역 일대의 강자인데 얼마나 많은 명문가에서 천문재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지 알아? 서남 지역에서 천문재의 지위는 우리 오륜 사찰이 경기도 지역에서의 지위와 비슷하기도 해. 그리고 육민준 도련님은 육씨 가문의 상속자인 거고. 검술을 18년이나 수련해서 검으로 바위도 쪼갤 수 있는 분이야. 김예훈, 네가 엄마 배 속에서부터 무술을 수련했다 해도 육 도련님의 상대가 될 수 없어.”용태웅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는 건 너무 가벼운 벌칙 아닐까요? 미야다 신노스케도 괜히 헛걸음하는 거잖아요.”한 무리의 사람은 일대 검신의 실력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쨕!바로 이때, 육민준이 검을 앞으로 뻗자 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아까까지만 해도 잘생겨 보이던 육민준의 얼굴은 그대로 일그러지고 말았다.퍽!수십 미터 밖으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힌 그는 힘없이 스르륵 바닥에 떨어졌다.“실력이 겨우 이것밖에 안 돼?”김예훈이 무관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나올 사람 또 없어? 다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아까 분명 말씀드렸는데 잘 못 들으셨다면 다시 한번 말할게요. 이 관은 당주님이 미야다 신노스케라는 사랑이랑 사용하세요. 당주님 같은 매국노는 일본 주인과 함께 누울 수 있는 것이 가문의 자랑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너!”김예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선재 스님을 쳐다보았다.“성녀님이 직접 와도 내 앞에서는 아무런 체면도 없는데 네까짓 게 뭐라고. 김현민 시중이나 잘 들어. 여긴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니까 썩 꺼져.”“이 자식이!”백옥처럼 순전 무결하다고 소문난 선재 스님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김현민과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건 맞지만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김예훈, 내 명예를 훼손한 것도 모자라 김현민 도련님의 이미지마저 망치려고? 죽고 싶어? 전화 한 통이면 네가 바짝 엎드려야 하는 거 몰라?”“그렇게 대단해?”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전화해 봐. 과연 나를 바짝 엎드리게 할수 있는지 보게.”“너...”선재 스님은 부들부들 떨면서 핸드폰을 꺼내 성녀의 번호를 누르려 했지만 이깟 일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꾸중을 들을까 두려웠다.“왜. 못하겠어?”김예훈은 덤덤하기만 했다.“겁이 나서 못 할 거면 꺼져. 넌 내 앞에서 거들먹거릴 자격도 없어.”“너!”선재 스님은 여전히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바로 이때, 도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나타나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 그렇게 화내실 필요가 뭐가 있어요. 기껏해야 저희 무술의 성지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 하층 인물인 것 같은데. 저 육민준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이런 자기 주제를 모르는 놈이에요. 손을 대봤자 제 손만 더러워지니까요. 그런데 선재 스님을 위해서라면 제가 기꺼이 본때를 보여드리죠.”이 모습에 육민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육민준 도련님, 이런 하층 인물은 반드시 혼내줘야 정신을 차려요.”“감히 우리 무술의 성지를 무시하다니. 죽고 싶어?”“육민준 도련님, 절대 봐주지 마세요. 저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선재 스님을 쳐다보았다.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그녀가 이번에 나타난 것은 김현민이 시킨 짓인 것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은 각 무술 성지의 대표인 것 같았다.이들은 단순히 관전하러 온 것이 아니라 심판 역할까지 하려고 했다.그래서 김예훈도 별로 좋지 않은 태도로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당주님이 관을 가져와서 저희 온 가족은 물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마저 관에 처넣겠다고 하는데 제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요? 아예 머리까지 박으라고 하시죠?”“그거랑 그거랑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 네가 일본인을 건드려서 검신이 복수하러 오는 거 아니야. 당주님은 네가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걸 봐서 특별히 좋은 목재로 관까지 만들어줬는데 감사한 줄도 모르고 뭐하는 짓이야. 대한민국은 너같이 무례한 사람이 많아서 수준 낮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선재 스님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때 타케이 나오토의 온 가족을 죽일 때는 오늘이 다가올 줄 몰랐어? 네가 뭔데. 경기도 김 세자? 용문당 회장? 웃기지 마. 그깟 실력으로 일본인을 건드리다니. 야마구치파 검신이 온다고 했으니 넌 이제 죽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미야다 신노스케가 정말 제 상대가 될 거로 생각하세요?”“뭐라고?”선재 스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김예훈, 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미야다 신노스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해? 말도 안 돼. 내가 말해주는데, 미야다 신노스케의 공격을 한 번만이라도 피할 수 있으면 내가 무릎을 꿇을게. 자신감 있는 건 좋은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자신을 해칠 수도 있어.”선재 스님은 한껏 가소로운 표정으로 전에 김예훈 때문에 겪었던 수치심을 거리낌 없이 되갚아 주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를 죽게.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큰코다칠 거야.”선재 스님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번에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관전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김예훈은 물론 진주·
용태웅의 손짓에 뒤에 있던 집법부대 제자들이 차량 뒷좌석에서 관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김예훈, 잘 봐. 이건 내가 너를 위해 직접 제작한 관이야.”용태웅은 한껏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네가 죽으면 내가 직접 관에 넣어서 경기도와 부산을 다녀올 거야. 너의 아내를 포함한 온 가족도 죽여서 안에 넣으려고. 너의 조상님 무덤까지 파내서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와 함께 파묻을 거야. 걱정하지 마. 다음 생에 다시 환생할 수 있게 풍수 좋은 곳에 묻어줄 테니까. 하하하하. 네가 감히 나 용태웅의 아들을 죽여?”이 순간 용태웅은 이미 감정조절이 안 되어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다.용태웅이 이 정도로 화내는 것을 처음 본 집법부대 제자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김예훈은 차를 한 잔 따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오늘 돌아가실 필요가 없겠네요. 오늘 이 관에 매국노인 당주님과 일본 검신이라는 사람을 같이 묻으면 되겠네요. 이런 대우에 만족하실 거라고 믿어요.”김예훈은 찻잔을 들어 천천히 향을 음미했다.“이런 제기랄! 감히 우리 당주님께 무슨 말버릇이야. 누가 너한테 이런 용기를 준거냐고.”바로 이때, 벤츠 G클래스 몇 대가 도관 앞에 멈추더니 한 무리의 남녀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심상찮은 포스를 풍겼다.이들은 다른 재벌 2세와는 다르게 뒤를 따르는 보디가드가 없었고, 세상을 많이 경험해 본 것처럼 허리춤에 보석이 박힌 총과 검을 지니고 있었다.가장 앞장서있는 여자는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고 있어 가느다란 허리라인이 돋보였다.이 사람은 바로 경기도 무술의 성지인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었다.이번에는 선재 스님이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온 것이다.그녀는 돌계단 위로 올라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김예훈, 전에 허씨 가문에서 네가 귀신 놀이를 할 때도, 오륜 사찰 경매회에서 제멋대로 행동할 때도 우리 성녀님께서 대인배라 가만히 있었는데 어떻게 용문당 집법부대 용태웅 당주님께 무례를 범할 수 있어. 위아래도 없이. 명령하는데 지금 당장 무릎
“당주님, 어떻게 죽고 싶으세요?”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주위 온도가 갑자기 뚝 떨어지면서 으스스해지기 시작했다.“이런 제기랄! 당주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감히 당주님 앞에서 거들먹거려? 죽고 싶어?”“전체 용문당에서 우리 당주님이 나라를 사랑하는 충신인 거 모르는 사람이 없을거야.”“당주님께 누명을 뒤집어씌우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한 무리의 용문당 집법부대 정예 부하들은 격노하며 김예훈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집법부대가 생기고부터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항상 그들이었는데 오늘 김예훈이 되려 용태웅에게 뒤집어씌울 줄 몰랐다.부하들은 이대로 참을 수가 없었다.“김예훈, 대단한데? 조금 실력을 갖춘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장난 아닌데?”용태웅은 혈압이 솟아오르는 느낌이었지만 애써 진정해 보려고 했다.“그런데 그래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거야. 네가 일본 야마구치파의 귀인을 잔인하게 살해해서 검신 미야다 신노스케가 이미 진주에 도착했어. 너를 산산조각 내버릴 거라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직접 찾아와서 제가 힘을 아낄 수 있을것 같네요. 직접 일본까지 가서 죽이기에는 시간과 돈이 아까웠는데 어떻게 보면 당주님이 좋은 일을 하신 거나 다름없네요.”“너!”용태웅은 김예훈의 거만한 말투에 천불이 났다.이때 용태웅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예훈, 어디 계속해 봐. 곧 일본 무신, 야마구치파 검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테니까. 오늘 너는 반드시 죽을 운명이야. 그래도 죽지 않으면 내가 직접 용문당 집법부대를 대표해서 너를 산산조각 내버릴 거야.”용태웅은 눈에 실핏줄이 가득했다. 화면을 통해 직접 아들이 김예훈에게 총 맞아 죽는 모습을 목격했기에 마음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까지 손쓰지 않은 이유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용태웅은 김예훈이 미야다 신노스케의 손에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만약 김예훈이 미야다 신노스케마저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라고 해도 지쳤을
다음 날 오후 두 시. 김예훈은 진주 용문당 도관에 나타났다.아마도 모든 사람이 오늘 용태웅이 진주에 오는 이유를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전체 용문당 도관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청소 아줌마조차 보이지 않았다.김예훈은 혼자서 도관 뒷산에 있는 정자에 앉아 평온한 표정으로 차를 마셨다.곧 맞이할 것은 폭풍우가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광대인 것처럼 말이다.김예훈 외로 현장에는 추문성과 류서우도 있었다.이대로 죽으면 안 되는 류서우는 어젯밤 제때 치료를 받아 지금은 휠체어에 힘없이 앉아있었다.이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했다.“김예훈, 소용없어. 오늘 당주님께서 오시면 너는 끝장이야. 게다가 일본 야마구치파 검신인 미야다 신노스케도 같이 올 거라고.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진정한 무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거야. 그러게 누가 자꾸 야마구치파를 건드리라고 했어. 너같이 오만방자한 사람의 결말은 딱봐도 뻔한 거지. 하하하!”류서우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그녀는 어제 김예훈 손에 끔찍하게 죽은 용천수를 떠올리며 머릿속에 이미 자신의 운명이 그려졌다.김예훈이 죽든 말든 류서우는 반드시 용천수를 따라가야 했다.그래서 지금 류서우는 자기 죽음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김예훈이 사지가 찢겨 가루가 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김예훈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덤덤하게 말했다.“류서우, 기대할 만할 거야. 과연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깟 일본의 검신을 숭배해. 정말 정신이 아니네.”추문성이 류서우의 뺨을 때리는 바람에 그녀는 이가 몇 대 날아갔다.추문성은 김예훈의 평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류서우가 개처럼 짖는 것을 두고볼수 없었다.차 한 주전자를 다 마신 김예훈은 이윽고 저 멀리 용문당 도관 입구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차 문이 열리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 용태웅이 정예부대를 이끌고 나타났다.한 무리의 사람은 아주 빠른 속도로 용문당 도관 뒷산에
“김 도련님의 신분을 봤을 때 이 양패쪽이 마음에 안 들 수도,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그마한 제 성의를 받아주시기를 바랄게요. 아니면 편히 잠을 잘 수 없을것 같아서 그래요.”양상철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중히 양패쪽을 김예훈의 손에 쥐어주었다.아까의 대화를 듣고, 또 양패쪽을 본 신유림 일행은 모두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이들은 양상철이 양패쪽을 내어줄 정도로 이 사기꾼 같은 놈을 신뢰할 줄 몰랐다.이 양패쪽만 있으면 이제 김예훈이 동남 해역에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김예훈도 양상철이 이 정도로 체면을 세워줄 줄 몰랐는지 멈칫하고 말았다.그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어르신, 이렇게 귀중한 물건을 받을 수 없어요.”김예훈은 이 패쪽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신으로 불리는 양상철은 전체 동남 해역에서 적수가 없는 존재로 알려졌다.남양국으로 돌아가는 순간 아마도 전체 동남 해역에서 남양국을 우러러볼 것이다.그때되면 이 패쪽이 대표하는 의미는 지금과 천차만별이었다.김예훈은 이 패쪽을 가지고 있어도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 물건을 양유선에게 주는 것은 김예훈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었다.김예훈의 말에 양유선은 멈칫하더니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진주와 밀양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김현민은 그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이 패쪽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값으로도 매길 수 없는 이 패쪽을 거절한다고? 정말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네.’김예훈은 정중히 패쪽을 돌려주며 웃으며 말했다.“정말 괜찮아요. 어르신께서 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면 기회가 될 때 술이나 사주세요.”“술은 술이고 선물은 선물이죠.”양상철은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계속 거절했다가 이 노인네가 화가 나서 잘못되면 어쩌려고요. 뭐, 이걸 원하지 않는다면 제 손녀딸을 드릴게요. 제 손녀사위가 되어준다면 이걸 안 받아도 괜찮아요. 어때요? 제 손녀사위가 되어준
“하하하. 극야한독을 제거해 주셨는데 다른 건 어려운 일도 아니죠. 진주 10대 명의가 제 친구인데 몸조리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침대에서 거의 10년을 보낸 양상철은 전성기 시절로 돌아와 기쁘지 않을수 없었다.“할아버지, 김 도련님께서 아까 할아버지를 구하다가 신유림 총에 맞아 죽을 뻔했어요.”양유선은 힘겹게 일어나 기쁜 마음으로 양상철을 부축하면서 고자질했다.신유림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변명하고 싶었지만 차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숨이 간당간당한 양상철을 상대로 아무 말이나 막 해도 이제 전성기 시절로 돌아온 그를 미치지 않고서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김 도련님,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양상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젊어서 잘나갈 때는 친구들도 많았었는데 몰락하니까 어떤 사람들인지 알겠더라고요. 이번에 김 도련님의 도움을 받았는데 누가 뭐래도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보려고요.”양상철은 양유선에게 손짓하면서 말했다.“내 물건 가져와 봐.”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저도 아무런 사심도 없이 구해드린 건 아니니까 감사해할 필요 없어요.”양상철이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솔직하시네요. 이거라도 드리지 않으면 제 마음이 안 내려갈 것 같아서 그래요.”양유선은 기쁜 마음에 안방에 가서 낡은 상자를 꺼내 양상철 앞에 가져왔다.이어 양유선은 김예훈을 향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김 도련님,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이건 저를, 그리고 전체 양씨 가문을 구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제부터 저 양유선은 김 도련님의 사람이에요. 누군가 김 도련님을 해치려고 한다면 제 시체부터 밟고 가야 할 거예요.”김예훈은 시종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양 수장님, 그저 지나가다가 우연히 도움을 드렸을 뿐이에요. 앞으로 진주·밀양에서 만날 일도 많을 텐데 돈 벌 기회가 있으면 같이 벌고, 무슨 일이 생겨도 다같이 감당하면 될 거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