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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작가: 낭아감자
일말의 의문을 품고 있던 정민아 역시 이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제 정민아도 장미와 프라하의 심장 모두 박동훈이 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오늘 박동훈이 사실대로 인정하니 더욱 확실해졌다.

어제 오전에 했던 말인데 오후에 곧바로 프라하의 장미와 프라하의 심장을 준비하다니, 박동훈이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금방 찾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닌데, 혹시나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있는 남자이기에 정민아는 이 혼사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감동이 몰려오면서도 부끄러워졌다.

“김예훈 표정 봤어? 아주 놀라 자빠진 것 같은데, 웃겨 죽겠네! 하하하!”

이때, 정지용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김예훈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많은 사람들이 또 다시 웅성이기 시작했다.

김예훈의 표정은 확실히 일그러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박동훈의 뻔뻔한 거짓말 때문이었다. 누군가 폭로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없는 거짓말이다.

“박 대표님, 우리 데릴사위 표정 좀 보세요. 대표님을 때리고 싶나 본데요?”

정지용은 계속 입을 놀렸다.

“그럴 수나 있겠어? 박 대표 머리카락도 못 만질 걸? 하하하!”

“몸에 있는 거 전부 합쳐도 박 대표님 머리카락 한 가닥 만도 못 하지. 건들기만 해 봐, 우리가 가만히 안 둬!”

“왜? 아무 말도 못 하겠어? 놀라서 벙쪘어?”

정지용은 ‘하하하’ 박장대소를 했다.

“김예훈, 더 머저리 같을 수는 없어? 오늘 당신 와이프 때문에 온 사람이 있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잖아. 데릴사위 꼴이 말이 아니네.”

“하하하!”

사방에서 신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민아는 부끄러움이 극에 달했다. 아직 법적으로는 부부사이이기에 김예훈이 놀림 받는 만큼 스스로도 창피했다.

오늘 밤에 이런 일이 있는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를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옆에 있던 임은숙이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직도 화가 나나? 말 한 마디라도 잘못 놀렸다가는 큰 코 다칠 줄 알게!”

“김예훈, 한 마디도 못 하네. 장모님이 그렇게 무서워? 자, 박 대표님이 민아에게 프러포즈하는데, 소감 좀 들어보자! 동의 하는 거야? 말 좀 해봐!”

정지용은 김예훈을 가만히 둘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김예훈에게 모욕을 주는 게 재미있는지 신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김예훈은 정지용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원한다면 한 마디 하겠습니다. 다른 일은 제쳐두더라도, 민아가 차고 있는 프라하의 심장은 제가 선물한 겁니다. 자신이 준 것마냥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 순간, 별장 전체에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모두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봤다.

“하하하!”

잠시 후,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곧이어 장내 전체가 웃음바다로 변했다.

“하하하, 정말 웃기는 친구야! 프라하의 심장을 샀다고? 저게 얼마인지는 아는 거야?”

“예전에 저 녀석 머리가 어떻게 됐다는 말을 안 믿었는데, 지금은 믿을 수 있겠다. 어디에 머리라도 쥐어박은 게 분명해!”

“퉤! 박 대표가 보낸 선물을 자신이 보낸 것이라고 말하기는, 뻔뻔하네!”

이 가운데,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사람은 박동훈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재빨리 우습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지용은 테이블을 치며 박장대소하면서도 김예훈을 가리켰다.

“김예훈, 너무 허풍 떠네. 너무 충격 받아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믿어줄 거라 생각하는 거 아니지? 좋아, 내가 믿어 줄게. 하지만 그 물건이 어디에서 났는지 말해야 할 거야.”

“다른 사람에게 사오라고 시켰어요.”

김예훈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YE 일가 사람에게 사서 보내라고 시킨 것이었다.

“다른 사람한테?”

정지용은 웃음을 꾹 참았다.

“그럼 얼마 썼는데?”

“저에게 부탁한 일 때문에 준 선물로 친 거라 돈은 들지 않았어요.”

김예훈이 말했다.

“다른 사람이 너에게 일을 부탁해? 너에게 선물을 해?”

어느정도 진정했던 정지용은 웃겨서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하하하하!”

모두 로비가 떠나가라 웃었다.

김예훈이 너무 웃겼다.

그에게 부탁을 하고 선물을 보낸다고? 머저리 같은 김예훈에게 누가 부탁할 일이 있겠는가? 또 그런 부탁을 어떻게 들어줄 수 있겠는가!

“그럼 너에게 무슨 일을 맡겼는지 들어나 보자.”

정지용은 조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투자를 부탁했습니다.”

김예훈이 말했다.

“YE 투자 회사에 투자해달라고 부탁했죠.”

“풉—.”

정지용은 침까지 뿜어져 나왔다.

“김예훈, 네가 YE 투자 회사와 엮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잠이 덜 깼어?”

이 웃긴 장면을 구경만 하던 박동훈이 눈을 크게 뜨며 김예훈을 쳐다봤다. 하지만 얼굴에는 조소가 가득했다.

“우리 회사의 자금 사용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밥도 마구잡이로 먹더니, 말도 마구잡이로 하네요. 당신 같은 쓸모 없는 데릴사위가 우리 YE 투자 회사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렸을 때 닥칠 결과는 생각 안 하나 봐요?”

“결과? 박동훈 씨, 당신 같은 중간관리자가 YE 투자 회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여기서 사람들을 속였을 때 닥칠 결과는 생각 하지 않습니까?”

김예훈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보는 눈 하나도 없고, 머저리는 머저리네요. 회사에서 제가 어떤 위치인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각하는 당신이 알 수나 있겠어요? 전YE 투자 부서의 프로젝트 부장입니다. 1조원 투자 중에서 3분의 2가 내 손을 거쳐 간다고요.”

박동훈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이게 무슨 뜻인 줄 압니까?”

박동훈의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남해시에 있는 수많은 일가와 기업의 생사가 내 말 한 마디로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정지용은 흠모하는 시선으로 박동훈을 쳐다보다 김예훈을 가리키며 욕을 내뱉었다.

“김예훈! 아무 것도 모르는 게 여기서 함부로 입을 놀려? 우리 정 씨 가문 망신은 다 시키네!”

“박 대표님은 YE 투자 회사 인재라고! 너 같은 데릴사위가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

“김예훈, 박 대표님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사과로 끝내지 못할 거야!”

“박 대표님, 저런 놈이랑 말도 섞지 마세요. 대표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네요!”

“박 대표님이 있으니 우리 정 씨 가문이 프로젝트 투자금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겠어?”

“…….”

잘 보이려 알랑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김예훈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 1조원 투자는 전부 새로운 대표 이사가 결정한다고 들었는데, 중간관리자 따위가 개입할 수 있겠습니까?”

박동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당신 같은 머저리가 우리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 뭘 안다고 허풍이죠? 내가 바로 새로운 대표이사의 직속 간부입니다. 그의 신임을 얻고 있고요!”

사실 박동훈은 새 대표이사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정 씨 일가 앞에서 유난 떠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의 말을 의심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김예훈은 콧방귀가 새어 나왔다.

“새 대표이사의 신임을 얻었다?”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는군요.”

박동훈은 당황했다. 정 씨 사람들은 의심조차 하지 않는데, 데릴사위라는 자가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니 말이다.

김예훈을 몇 번 훑었다. 자신의 새 대표이사를 알 턱이 없다고 확신한 박동훈은 냉정하게 답했다.

“우리 새 대표이사님을 아는 것처럼 말하네요? 어르신도 하지 못할 말을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하는 거죠?”

“박 대표, 저 데릴사위 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떠들어대는 거야. 신경 쓰지 마.”

“저런 말을 바로 ‘개소리’라고 하죠. 말씨름할 필요 없어요.”

“쯧쯧, 저 녀석 표정 좀 보세요. 스스로 진짜 잘났다고 생각하나 봐요.”

“그만 해라!”

정동철이 이맛살을 구기며 김예훈에게 소리쳤다.

“김예훈, 여기서 네가 말할 자격은 없다. 네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구석으로 썩 꺼져라!”

“맞아. 구석으로 꺼져! 여기서 망신 주지 말고!”

“우리 정 씨 가문 체면은 저 데릴사위가 다 깎네!”

박동훈은 씩 웃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괴롭히고 오늘 기회를 한 번 드리죠.”

“새 대표이사가 누구인지 맞춘다면 당신에게 사과할게요. 하지만 말 못하면 오늘 당장 정 씨 일가에서 쫓아낼 겁니다!”

박동훈은 이미 김예훈을 문밖으로 쫓아낸 장면을 보기라도 한 듯한 태도였다. 오늘 막 취임한 새 대표이사는 베일에 감춰진 인물이다. 자신도 모르는 대표이사가 누군지 데릴사위가 알 리 없다.

“박 대표님은 마음씨도 넓으시네요. 처가에 붙어 사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머저리에게 기회를 주다니, 우리 가문 체면까지 살려주시는군요!”

“김예훈, 적당히 하지 못해? 당장 박 대표님에게 무릎 꿇고 빌어!”

“네가 뭔데 입을 놀려!”

임은숙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김예훈을 향해 소리쳤다.

“누가 여기서 나서라 그랬어?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니? 여기서 입을 놀리고 말이야. 당장 나가!”

하하하!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웃음 참기 바빴다. 장모까지 편을 들어주지 않는데, 나가 죽는 게 낫겠다.

예전이라면 김예훈은 분명 조용히 사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김예훈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임은숙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정민아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약해 빠진 김예훈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김예훈은 몸을 곧추세우며 장내 전체를 빙 둘러보았다. 비열하기 짝이 없는 정 씨 일가의 표정에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

“YE 투자 회사의 새 대표이사가 누군지 알고 싶은 거 아니에요?”

“좋아요. 제가 알려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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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장에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봤다.저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혹시 정말 YE 투자 회사의 새 대표이사가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김예훈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YE 투자 회사의 새 대표이사는 바로 나, 김예훈입니다.”모두가 경악했다. 장내 전체에 숨막히는 정적이 흘렀다.하지만 그 순간,“당신이라고? 하하하하!”박동훈은 배를 잡고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그는 겨우 웃음을 멈추고 정동철을 향해 말했다.“어르신, 저 데릴사위가 허풍 떨기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바보였네요.”정지용과 일부 사람들이 모두 ‘풉’하며 웃음을 뿜었다. 그러고는 바보를 쳐다보듯 김예훈을 바라봤다.“김예훈, 네가 무슨 대표이사야!”정지용이 말했다.“참 재미없네. 그런 헛소리를 누가 못해?”정가을이 비웃으며 말했다.임은숙 역시 성이 났다.“그만 망신시키고 당장 돌아와!”“고집 부리지 말고 그만 해.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네 얼굴에 침 뱉는 거나 마찬가지야.”정민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김예훈이 오늘 너무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자신이 YE 투자 회사의 대표이사라고 최면을 건다고 여겼다.“그만 해. 의사한테 가보자.”정민아는 김예훈을 끌어당기며 말했다.“민아야, 날 믿어. 내가 증명할게.”김예훈은 휴대폰을 만지며 말했다. 그의 통화기록에 이름이 하나 눈에 띄었다.“박동훈 씨, 당신은 YE 투자 회사의 임원이니 이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죠?”‘하은혜’라는 세 글자가 박동훈의 눈에 들어왔다.“참 우습네요. 우리 대표이사님의 비서 이름이 증거라는 겁니까? 그럼 휴대폰에 세계 갑부의 비서 이름이 있으면 저도 세계 갑부겠네요?”박동훈은 전혀 믿지 않았다.YE 투자 회사의 명성은 대단하다. 베일에 싸인 새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부 대표부터 대표이사 비서까지 남해시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김예훈도 아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허풍은 도를 넘었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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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표님, 바보랑 무슨 대화를 하겠어요. 전 하나도 안 믿어요.”주변에 있던 정지용이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말했다. 이내 김예훈의 폴더폰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다.“하루 종일 허풍이나 떨고 있어! 증거라고? 웃기고 있네!”“당장 나가! 같은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역겹다고!”“우리 정 씨 가문에 어떻게 저런 놈이 있을 수가 있는지!”“파렴치한 놈!”하나 둘씩 정 씨 일가에 먹칠을 한다며 김예훈을 욕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대표이사일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 김예훈에게 당했다는 생각에 수치심이 밀려왔다.“이게 왜…….”하은혜가 3년 전에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휴대폰을 바꿨다는 말도 해주지 않다니, 하은혜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짜악!전혀 예상치 못했다. 모두가 이 소동을 즐기려고 하던 그때, 한 편에 앉아있던 임은숙이 갑자기 일어나 김예훈의 뺨을 내리쳤다.김예훈조차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하고 그만 바닥에 고꾸라질 뻔했다. 얼굴도 부어올랐다.“개자식, 아직 덜 망신 당했다 이거야? 우리 집 개에 불과한 놈이 누가 입을 놀리라 했어!”“네가 정말 뭐라도 된 것 같니? 새 대표이사라고?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하하하하!”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코미디라도 보듯 흥미진진한 눈빛이었다.정민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오늘 일 때문에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건 알겠지만 왜 이렇게 뻔히 들킬 거짓말을 하는 거야? 이럴 필요 없어. 이혼하겠다는 말 안했으니까.”“당장 박동훈 대표님께 사과해. 이 일이 새어나가 YE 대표이사가 알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야.”김예훈은 잠시 멍해졌다. 정민아가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 순간 박동훈은 참을 수 없었다. 김예훈이 계속 발악을 하는 것이 이득이었다.“어르신, 이렇게 허풍을 치다가는 큰일날 지도 모릅니다.”박동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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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훈의 말에 정동철은 가슴이 철렁했다. 맞는 말이다. 김예훈이 계속 저렇게 발악한다면 정말 정 씨 가문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어르신, 오늘은 정 씨 일가의 연회인 만큼 피 봐서 좋을 게 없을 겁니다. 제가 직접 앞뒤 분간 못하는 저 사람을 따끔히 혼내겠습니다!”박동훈이 나서려고 하는 모습에도 정동철은 전혀 말릴 생각이 없었다.다른 사람들도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애초부터 김예훈이 마음에 안 들었기에 박동훈이 해결해줬으면 했다.박동훈은 앞으로 달려나가 뛰어오르더니 김예훈을 향해 발을 날렸다.그의 운동 실력은 몇 년 간의 헬스로 다져졌다. 게다가 태권도를 배우며 검은 띠도 땄었다. 발차기를 하는 순간 강한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태권도 검은 띠 고수라고 하지 않았어? 김예훈은 망했네. 당장 쓰러지겠군!”“저 녀석 너무 멍청한 거 아니야? 집안 때문에 때리지 못한 거지, 아니었으면 나한테 진작 맞았어!”“허세 부릴 게 없어서, 자신이 대표이사라고? 어떻게 죽을지 감도 안 잡히네!”주변에서 비난이 몰아쳤다. 모두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소동을 지켜봤다.저 발에 맞으면 머리까지 돌아갈지도 모른다.하지만 김예훈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발에도 미동없이 우뚝 서있었다.“김예훈, 어서 잘못했다고 인정해!”정민아는 김예훈이 맞기까지 하는 모습에 스스로 긴장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어쩌면 정말 강아지를 키운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는 아무렇게나 다뤄도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그런 감정.“싸움은 흉내만 낼 줄 아나 봐요.”물러설 생각이 없던 김예훈은 오히려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어느 삼류 강사에게 배워온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발차기는 겉보기에 대단해 보여도 시범 경기 기술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김예훈은 YE 가문의 직계 자제로서,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워야만 했다.그가 배운 건 태극권이었다. 그것도 실전에서 가장 강하다는 ‘무가태극권’을 배웠다.3년 동안 무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 지존 사위   제19화

    ”뭐야?”모두 벙찐 얼굴이 되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오른손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어찌 이렇게 고꾸라질 수가 있단 말이지?이런 힘이 있었다니!그저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닐까?사람들은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박동훈이 재수가 없어서 김예훈이 휘두른 손에 자빠진 것이라고 말이다.“김……김예훈……딱 기다려…….”박동훈은 부들부들 떨며 온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섰다.“반드시 널 죽여 버리겠어…….”사람들은 코피가 흐르고 있는 박동훈을 바라보다 불쌍한 얼굴로 김예훈을 쳐다봤다.저 데릴사위가 무슨 능력이 있단 말인가? 박동훈은 YE 투자 회사의 중간관리자다. 그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식은 죽 먹기처럼 김예훈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김예훈은 박동훈을 상대하기 싫다는 듯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웠다. 이내 김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예훈아. 무슨 일 있느냐?”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김연철의 목소리는 한없이 따뜻했다.김예훈은 바닥에 엎어져 있는 박동훈을 쳐다보며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YE 투자 회사에 박동훈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회사 이름을 팔며 사기 치고 다니네요. 처리 좀 해주시겠어요?”“별 것 아니구나.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니?”“모든 것을 잃게끔요.”말을 마친 김예훈은 전화를 끊었다.“개자식, 감히 이 몸을 때려? 아직 안 끝났어!”박동훈이 소리쳤다.“이 몸이 누군지 알아? 난 YE 투자 회사 사람이야. 내 뒤에는 YE 가문이 있다고! 내 말 한 마디면 뼈도 못 추릴 거야!”박동훈 역시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그러고는 모두 보란 듯이 스피커폰을 켰다.잠시 후, 위엄이 느껴지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훈아, 무슨 일이냐?”“범이 형님, 누가 절 때렸어요! 여기 킹덤주택단지 5동 펜션이에요. 사람 좀 데려와서 이 개자식 좀 처리해 주세요!”“알겠다. 마침 그 근처에 있으니 10분 안에 도착하마.”박동훈의 외침에 ‘범이 형님’이

  • 지존 사위   제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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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존 사위   제21화

    "박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 옆에 있던 정지용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박동훈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둘러댔다:"아니에요, 부회장님이 술 한잔 같이하자고 하시는데 제가 그럴 여유가 없지 않습니까? 다음에 하기로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YE 투자 회사의 부회장이 박동훈에게 술자리를 제안했다고?근데 박동훈이 그걸 거절하고 다음으로 약속을 미뤘단 말인가?정말 지위가 있는 사람이구나, 큰 인물이 틀림없군!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동훈 옆에서 가서 그의 비위를 맞췄다.바로 이때, 별장 입구에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고 검은색 승합차 몇 대가 급하게 멈춰 섰다.곧바로, 차 문이 열리고 십여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손에 칼과 야구 방망이를 든 채 차에서 내렸다.십여 명의 사내 중, 하얀 셔츠를 입고 있는 흉악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는데 바로 말로만 듣던 오정범이다.그는 담배 한가비를 입에 물고는 흥미진진하게 눈앞의 별장을 쳐다보았다."정범 형님!"박동훈이 헐레벌떡 달려가서 오정범을 향해 허리를 굽히더니 조심스럽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오정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으면서 말했다:"누가 우리 동훈 동생을 업신여긴 건가?""바로 저놈입니다, 정범 형님, 저놈 혼내주십시오! 숨만 붙어있으면 됩니다!" 박동훈이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이 순간,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동훈은 쳐다보았다.오정범!박동훈이 정말 지하 세계의 큰 인물 오정범을 불러오다니!이건 장난이 아니다!오정범, 남해 지하 세계에서는 쟁쟁한 인물이다, 듣기로는 당시에 칼 두 자루로 이 바닥을 평정한 사람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인물을 절대 움직일 수 없다!큰 가문은 아니지만 정씨 일가도 보안요원을 몇몇 두고는 있다. 하지만 오정범, 이런 사람과 비교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오정범이라는 사람은 독하기로 소문났다, 듣기로는 내로라하는 집안에서도 그의 체면을

  • 지존 사위   제22화

    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정민아를 쳐다보았다, 늘 아내가 자기한테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 순간 자신을 걱정해주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하지만 정민아는 자신의 심경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이게 누구인가? 오정범이다, 지하 세계의 큰 인물, 비록 만난 적은 없지만 이 사람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정범은 그저 그런 건달에 불과했다. 훗날 어떤 큰 인물의 눈에 들어서 도움을 받게 되었고, 오정범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해에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했다.1, 2년 전부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그 명성이 어디 가겠는가, 남해에서 그 누구라도 그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이런 사람 앞에서 데릴사위인 김예훈이 그의 심기를 건드려서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빨리 가라고! 좀 있으면 가지도 못해!" 정민아는 정말 조급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일어서서 김예훈을 끌어당기려 하자 옆에 있던 정소현이 그녀를 막아섰다.정소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언니가 오늘 왜 이러는 건지?뭘 잘못 먹은 거야?능력 없는 데릴사위를 제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사람은 언니 아니었던가?근데 왜 지금은 김예훈의 편을 들지?정소현뿐만 아니라, 다른 정씨 일가의 사람들도 정민아를 모두 말렸다.오늘 밤, 김예훈은 정씨 일가의 예비 사위인 박동훈의 미움을 샀고, 박동훈의 배경은 봐도 뻔한 일, 오늘 밤 누군가 김예훈의 편을 들어준다면 기필코 화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을 못마땅해하고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를 위해 나설 생각은 없다. 이 재미난 구경거리를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특히 정지용은 몹시 당황스러웠다:" 정민아, 너 미쳤어? 저런 못난 놈을 뭐 하러 챙겨? 이젠 우리 가문과 관계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 줄 알아? 아니면 오늘 밤 우리 가문도 무사하지 못해! 병신 같은 놈이 박 대표를 건드리

  • 지존 사위   제23화

    박동훈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거들먹거리며 김예훈을 향해 걸어갔다. 마음속으로 많이 기뻤다. 평소에 자신이 오정범의 비위를 맞춰준 게 오늘 이렇게 보답받게 될 줄이야, 정말 체면이 확 서는 일이었다.듣기로는 오정범과 밥 한 끼 먹고 싶어도 안 되는 가문이 부지기수라고 한다!오정범이 자신의 뒤를 봐준다면 오늘 밤, 이 혼사는 큰 문제 없이 성사될 것이다!박동훈 역시 우연한 기회로 오정범을 알고 지내게 되었다.예전에, 화이트골드 호텔에서 박동훈은 실수로 한 여인과 부딪혔고 그 일로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 했다, 마침 오정범이 그곳을 지나갔고 일이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던 그가 박동훈에게 도움을 준 것이었다.그 일로 인해 박동훈은 돈만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친구도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꽤 많은 공을 들여 오정범과 친구 사이를 맺었고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 투자를 해 최근 1, 2년 동안 짭짤한 수입을 얻었다. 이것이 오늘 밤 그가 오정범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용기다.하지만 투자라는 게 어디 늘 돈을 벌 수 있겠는가, 손해를 볼 때마다 박동훈이 이를 악물고 그 손해를 메꿔 준 것이었다.만약 손해를 봤다는 걸 오정범이 알았다면 자신은 그한테 맞아 죽을 게 뻔하다.하지만, 오정범이 자신의 뒤를 봐준 후부터 박동훈은 남해의 젊은 사업가들 중에서 그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일류 가문의 후계자라도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이 모든 변화를 박동훈은 최근 1, 2년 많이 느끼고 있다.바로 이때, 오정범은 담배를 입에 물고 김예훈으로부터 10여 미터 떨어진 곳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워낙 로비의 등불이 어둡고 게다가 담배 연기까지 더해져 그는 단번에 김예훈을 알아보지 못했다.그가 무심하게 칼을 받아쥐고 바닥에 끌고 가면서 김예훈 앞까지 걸어갔다."도망쳐! 여보 도망쳐!" 정민아가 급한 나머지 김예훈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녀의 주위에도 다 사람인지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이 순간, 정민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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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존 사위   제2631화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 지존 사위   제2630화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 지존 사위   제2629화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 지존 사위   제2628화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 지존 사위   제2627화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 지존 사위   제2626화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 지존 사위   제2625화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

  • 지존 사위   제2624화

    김예훈을 추문성에게 전화해서 현장을 처리해달라고 했다.동하임에게도 전화하려고 했지만 여자한테 이런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얼마 후, 주우섭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상처를 치료받았다.추문성은 아까 쓰러진 고서희를 알아본 듯 미간을 찌푸렸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김예훈은 추문성의 표정을 캐치하고 물었다.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서희는 옥루 회관 사람이거든요. 옥루 회관은 진주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구역인데 어젯밤 남윤지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옥루 회관까지 건드렸으니 남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남씨 가문?”김예훈은 실성하고 말았다.“남씨 가문이 나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남씨 가문을 건드렸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건데?”추문성은 멈칫하더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조사해 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강서연 씨가 정말 잡혀갔어?”김예훈이 화제를 돌리자 추문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맞아요. 제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남씨 가문이 화해의 의미로 강서연 씨를 데려갔다고 했는데 사실 반강제로 끌려갔다고 했어요.”“그러면 강준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김예훈이 물었다.“강준 씨는 집법부대 사람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어서 아무도 그와 연락할 수 없었어요. 이 중요한 순간에 강서연 씨가 옥루 회관으로 끌려간 걸 보면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강준 씨는 늘 조심스러운 사람인데 어떻게 갑자기 남씨 가문을 건드렸을까요?”추문성은 어제 사건의 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의아하기만 했다.“내 편에 서기로 했거든.”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섰다.“겉으로는 남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를 노리고 있어. 나랑 함께 옥루 회관에 가보자고. 강서연 씨를 무사히 데려오지 못하면 아마 진주·밀양에서 아무도 나한테 투자하지 않으려고 할 거야.”추문성은 이제야 이해한 표정이었다

  • 지존 사위   제2623화

    “그래. 지금 놔줄게.”김예훈은 그를 힘껏 바닥에 던져버렸다.“푸!”정장남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목구멍이 달아오르고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동시에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와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벌려 숨을 쉬고 싶었지만 마치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조여진 것처럼 전혀 공기를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김예훈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 몰랐던 그는 그래도 기절하고 말았다.퍽!김예훈은 정장남을 발로 차서 그녀 앞으로 날려 보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풀어줬어. 이제는 됐어?”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우섭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결말이었다.“죽여버려!”이때 일곱, 여덟 명의 정장남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김예훈을 향해 달려들었다.두목이 쓰러졌는데 김예훈을 죽여버리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지 몰랐다.쨕! 쨕! 쨕!김예훈은 뒤로 물러서지도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가 그들의 뺨을 가차 없이 때렸다.잠시 후, 이들은 모두 저 멀리 날아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눈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이들은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이 정도로 무서운 존재인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김예훈을 마주했을 때 이 일곱, 여덟 명의 장정들은 반격은커녕 전혀 피할 수조차 없었다.아까 그녀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곧바로 소리쳤다.“김예훈, 넌 이제 큰일 났어!”쨕!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뺨 한 대로 그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겨우 일어나려고 할 때, 김예훈은 그녀의 머리를 밟아버렸다.“말해. 누가 나를 괴롭히라고 보낸 건지.”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너를 괴롭힌다고 그래? 분명 네가 먼저 우리의 좋은 일을 망쳤잖아. 죽고 싶어?”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멀리 있는 총을 다시 잡으려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다른 한 발로 그녀의 손가락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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