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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박동훈은 맵시 있는 수트를 입고 단정히 정리한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넘긴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선물 상자를 손에 들고 있었다.

“열렬한 박수로 박 대표를 환영해주세요!”

한 청년이 크게 외쳤다.

그 순간 장내에는 환호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예훈과 비교하면 박동훈 같은 청년이야말로 정 씨 일가의 환영을 받을 만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장 중요한 건, 박동훈이 정 씨 일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정 씨 일가의 눈에 박동훈은 재물신과도 다름 없었다.

박동훈은 웃음기가 묻어나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레드카펫을 밟는 연예인과도 같은 모습이 마치 성공한 인사처럼 보였다.

“어르신, 초대도 없이 찾아와 실례했습니다. 제가 에둘러 말할 줄 모르는 성격이라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박동훈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

“저는 정민아 양에게 한 눈에 반했습니다. 하지만 민아 양은 보잘 것 없는 녀석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3년 전, 이 일을 그저 농담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을까요? 전 민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민아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요. 오늘 이곳에 온 것도 여러분 모두 앞에서 이 말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박동훈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외쳤다.

“민아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민아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와아아!

장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김예훈은 안중에도 없는 직설적인 고백이었다. 그 역시 이 자리에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김예훈은 정말 보잘 것 없는 놈이다. 체면 살려줄 가치가 없다. 잘 보일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저 지금 저 데릴사위가 잔뜩 성이 났을까 걱정이다.

“ 몇 년 간 민아만 바라봤습니다!”

박동훈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민아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오늘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성과를 가져왔어요.”

박동훈은 선물 상자를 천천히 열었다. 그 안에는 수표가 들어있는데, 액수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수표 20억입니다. 민아가 저에게 시집만 온다면 예물로 바치겠습니다.”

박동훈이 밝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수십 억에 호가하는 제 부동산에도 모두 민아 이름 올리겠습니다.”

“뭐라고요?!”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을 틀어막았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수표를 받아 정동철에게 건넸다. 모든 사람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물론 정 씨 같은 가문에게 20억은 큰 돈이 아니다. 남해시에서 이류 일가에 속하지만 이래 뵈도2000억 자산 보유 가문이다.

하지만 박동훈이 꺼낸 건 현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일가를 통틀어 대부분 자본이 모두 고정 자산이지 유동 자산은 많지 않다.

정 씨 일가만 해도 장부에 현금 수십 억이 있는 것도 상당한 액수다.

박동훈이 건넨 20억만 있다면 정 씨 일가는 더 수준 높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정민아에게 향했다. 여자들은 자신이 프러포즈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에 아쉬워했다.

“20억짜리 예물이라니, 너무 로맨틱해!”

“얼마인지는 둘째치고, 저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맞아. 너무 부러운 러브스토리야. 나한테 이래주는 남자는 어쩜 없는 거야!”

질투 섞인 남자들의 목소리와 부러움 가득한 여자들의 목소리가 한 데 뒤엉켰다.

특히 박동훈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눈빛은 사랑에 빠진 듯했다.

임은숙과 정소현은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박동훈을 바라보았다. 능력과 외모까지 모두 갖춘 그는 김예훈과 비교하면 백 배 천 배는 더 나았다.

이때, 박동훈이 말을 계속 이었다.

“민아야. 어제 오후에 프라하 장미 한 트럭 받았지? 그 안에 프라하의 심장도 있었어.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박동훈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어제 오후, 그는 정민아 회사에 붙여둔 직원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선물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준 것처럼 속인 것이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테니 말이다.

“뭐? 프라하의 심장?!”

“말로만 듣던 그 프라하의 심장 말이야? 민아가 차고 있는 저 브로치 아니야? 전 세계에 딱 한 개 밖에 없어서 돈이 있어도 살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정말 대단한 걸!”

“이럴 수가…….”

수많은 여자들의 시선이 정민아에게 향했다. 모두 눈 앞이 아찔해졌다.

프라하의 심장은 전설 속에 내려오는 보석이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만큼 ‘프라하의 보물’이라고도 불린다. 오늘 이곳에서 볼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저게……!”

김예훈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번에는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박동훈은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이 아내에게 준 선물을 뻔뻔하게 스스로 준비한 것마냥 속이다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 더욱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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