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손호남은 멍하니 있었다.“싫은가?”“아니, 아니요. 형님, 마음껏 즐기세요.” 손호남은 송문영의 표정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고 테이블 위의 차 키를 움켜쥐고 도망치려 했다.“손호남, 이 개자식아!” 송문영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다른 친구들도 하나같이 불똥이 튈까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김예훈 혼자만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오정범은 한때 YE 가문에서 거둬들인 사람이었다..오정범은 젊은 나이에 사회에 나왔지만, 돈도 없고 배경도 없어 몇 번이나 길거리에서 베여 죽을 뻔했다, 그러다 김예훈이 그를 만났고 그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가문으로 불러들였다.불과 몇 년 만에 오정범이 이렇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김예훈도 오정범에게 아는 체를 하지 않으려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자신은 이미 YE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니 오정범이 자신을 받아들일 거 같지 않았다.바로 그때, 오정범은 무심코 다른 사람들을 흘겨보다 우연히 김예훈에게로 쏠렸고 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그 순간, 그는 안색이 변했고 오만함과 횡포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 빠른 걸음으로 김예훈 앞으로 걸어갔다."도련님이셨군요, 제가 도련님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네요, 용서해 주십시오!"이 순간, 룸 전체가 조용해졌다.방금 전 날뛰던 오정범은 손짓 하나로 사회 거물들을 죽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뜻밖에도 선생님의 훈계를 듣는 초등학생처럼 공손한 얼굴로 김예훈의 앞에 서 있었다.심지어 오정범의 그 부하들조차도 모두 충격을 받은 얼굴로 서있었다, 자신의 형님은 이 세상천지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었기에.그런데 이렇게 공손하게 변했다.김예훈은 놀란 기색 없이 무표정이었다."오랜만이네요." 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오정범의 어깨를 두드렸다.“오늘 일은 여기서 멈추세요, 어쨌든 제 친구들이니까.”"네! 도련님이 그만두라고 하시면 그만둬야죠! 다른 사람들은 그만 내보내도록 해. 도련님과 얘기 나누는걸 방해하지 마라." 오정범은 흥분한
다음날 아침 일찍 김예훈은 덥수룩한 머리로 눈이 몽롱한 채 전기 스쿠터를 타고 남해시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에 도착했다.YE 투자 회사는 이 지역의 중심부에 있었다.어젯밤에 김연철한테 전화해서 회사 인수인계를 다 마쳤으니 오늘 가서 서명만 하면 되었다.어쨌든 2조 원으로 바꾼 회사였기에 김예훈은 신경이 쓰여서 아침부터 아침도 못 먹고 달려왔다.회사 로비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여기 직워들은 하나같이 엘리트들이었고, 하나같이 양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일상복을 입은 김예훈은 아무리 봐도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김예훈은 앞으로 자신의 직원이 될 사람들을 훑어보았다."김예훈, 너야? 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아름다운 여성이 김예훈 곁을 지나다가 약간 의아한 듯 물었다.송문영은 마음이 급해났다. 김예훈은 어젯밤에 화이트골드 호텔에서 친구들에게 사기를 치려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자신을 찾아왔다. 송문영은 김예훈이 자신을 스토킹하는 스토커라고 여겼다.자신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랐다.송문영이 김예훈을 보는 눈빛은 마치 변태를 보는 눈빛과 같았다.저 미친놈이 회사까지 찾아와서 자신을 괴롭힌다고 여겼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 알아? 네가 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거야?"라고 물었다.송문영은 기세등등해서 사람을 몰아붙였다.“YE 투자회사 아니야?” 김예훈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건데 네가 뭔 상관이야?""무슨 일이시죠?" 이때 중년의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는 회사의 경호팀장으로서 한 무리의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기세등등했다.송문영을 발견한 경호팀장은 깍듯이 경례를 한 뒤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 "송 부장님, 무슨 일이시죠?"송문영이 대표로 승진한다는 소문이 무성했기에 보안팀장는 그녀에게 아부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어떻게 보안 유지를 한 거예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회사로 막 들어오죠?" 송문영은 손가락으로 김예훈의 코를 가리키며 쌀쌀맞게 말했다.경호팀장은 죄
“나보고 나가라는 거야?”직원이 사장에게 나가라니, 김예훈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사람 말 못 알아들어? 나가라니까! 누가 뽑아줬든 아는 사람이 있든 신경 안 써. 그냥 지금 당장 사라져!”송문영은 이를 꽉 깨물었다. 말이 끝나자 그녀는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 바닥에 집어 던졌다.“안 나가겠다, 이거지? 돈이 필요한 거 아니야? 이 돈 들고 꺼져!”바로 그때,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가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그러자 직원들이 사측에서 몰려드려 재빠르게 예의를 갖추었다.마침 고급 가죽 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긴 포니테일 머리를 한 여성이 걸어 내려왔다. 20살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서류 봉투를 품에 안고 있었다.그녀의 외모는 송문영과 견줄 만했지만, 몸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는 송문영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송문영은 다른 사람들은 쳐다 보지도 않고 빠르게 김예훈 앞으로 다가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김예훈은 그녀를 쳐다보는 순간 누군지 떠올랐다. 하은혜. 김예훈이 YE 가문에 있을 때 자신을 따라다닌 적이 있었다. 그런 하은혜가 YE 투자 회사의 대표 비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오랜만이에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하 비서, 제 정신이에요?”송민영이 한 발짝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단아한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찼다.“우리 대표님이 누군지 모두가 다 아는데, 청소 도우미한테 함부로 대표라고 하면 안 되죠!”“청소 도우미요?”하은혜는 조심스럽게 김예훈을 바라보았다. 무표정인 그를 보고 나서야 몸을 돌려 송민영을 차갑게 쳐다봤다.“송 팀장,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요. 오늘부터 이 분이 바로 우리 회사의 새로운 대표, 김예훈 대표님이십니다.”“뭐라고요?!”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아연실색했다. 특히 경호팀장은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 대표에게 나가라고 소리치다니…….“그럴리가요! 말도 안 돼!”송민영은 얇은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이 사람이 김예훈인 건 맞아요. 하
송문영은 얼굴이 붉어졌다. 김예훈은 송문영이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젯밤만 해도 김예훈 앞에서 당당하게 콧대 세우고 함께 노래부르기도 싫어하던 송문영이 오늘 이곳에 서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한다.김예훈은 그녀를 한참 쳐다보았다. 훈녀로 불리던 옛 동기 송문영은 까칠했지만 본성이 나쁜 건 아니었다. 이 생각이 든 김예훈이 입을 열었다.“이번 일로 당장 널 해고할 생각은 없어. 다만 승진과 관련해서는 네 능력을 보고 판단할게.”말을 마친 김예훈은 송문영을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제 막 회사를 받았기에 운영 상황 같은 것도 어떤지 모르는 판국에, 송문영과 쓸 데 없는 이야기 주고 받을 시간이 없었다.송문영은 아름다운 여자지만 김예훈이 보았던 미모의 여성은 차고 넘쳤다. 적어도 자신의 아내인 정민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YE 투자 회사는 대표가 바뀌면서 진행 중이던 모든 투자 계획이 중단된 상황에 오히려 1조를 투입해 양질의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이 소식은 마치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남해시 전체로 전파됐다.남해시 유명 일가 세력들에게 크나큰 변수가 될 것임을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이 시기에 가장 먼저 YE 투자 회사에 취임한 새 대표 이사의 신임을 사게 된다면 남해에서 제일 가는 일가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물론 정씨 일가는 어떠한 동요도 하지 않고 그 즉시 가족 연회를 열어 모든 친인척을 불러 모았다.정민아는 김예훈에게 연회에 참가할 준비를 해야하니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며 전화를 걸었다.김예훈은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정민아는 이미 자신의 빨간 포르쉐에 올라타 있었다. 휴대폰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여보, 내가 늦었지.”김예훈은 잰걸음으로 정민아에게 다가왔다.정민아는 허리 라인이 강조된 예복을 갖춰 입었다. 가슴팍에는 독특한 장미 브로치를 차고 있었다.‘프라하의 심장?’김예훈의 눈이 반짝였다. 이것이 왜 그녀에게
“뭐?”김예훈은 순간 멍해졌다. 입 속에 있던 스테이크를 삼키는 것도 잊었다. 언제부터 진행된 일인 건지, 전혀 모르는 일이다.게걸스럽게 먹는 김예훈을 보고 정소현은 더욱 질색하며 차갑게 말했다.“동훈 오빠가 정식으로 혼담 얘기를 꺼냈어. 오늘 저녁에 예물을 보내올 거야. 눈치 있으면 조용히 앉아 있어. 눈치 없이 굴면…….”정소현은 피식 조소를 내뱉었다. 정씨 일가가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친척 중에 경호원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란이라도 피운다면 모가지를 그대로 꺾어버릴 수도 있다.“발표할 것이 있으니 모두 정숙하라.”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던 정 씨 일가의 어르신, 정동철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얼굴에는 기대 섞인 표정이 묻어났다.“모두 소식 들었겠지. YE 투자 회사가 갑자기 대표 이사를 바꾸더니 이미 협상 마친 모든 투자를 부결시켰단다. 심지어 프로젝트에 1조원을 투입했지. 이유를 통 모르겠어.”“이 알 수 없는 새 대표 이사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우리 정 씨 일가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다!”“수많은 남해시 내 일가와 기업이 영향을 받았으니 대규모 구조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근 몇 년 들어 정 씨 일가는 남해시에서도 상위권에 속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도 이류 일가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현재로서 남해시에서 힘을 더 키우고 우리 정 씨 일가가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기에는 아직 부족하다.”“우리 정 씨 일가가 일류 가문으로 거듭나 경기도에서 영향력 있는 최고 일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YE 투자 회사와 협력해 새로운 대표 이사와 가까이 한다면, 그 1조원이라는 파이를 나눠가질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 정 씨 일가는 남해시에서 모든 것을 누리게 될 것이다!”정동철의 말이 끝나고, 장내에 있던 정 씨 일가는 서로를 바라만 볼 뿐 정적만 흘렀다.YE 투자 회사와 협력을 한다? 새로운 대표 이사와 가까이 한다?이번이 기회라는 건 모두 안다.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박동훈은 맵시 있는 수트를 입고 단정히 정리한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넘긴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선물 상자를 손에 들고 있었다.“열렬한 박수로 박 대표를 환영해주세요!”한 청년이 크게 외쳤다.그 순간 장내에는 환호소리가 울려 퍼졌다.김예훈과 비교하면 박동훈 같은 청년이야말로 정 씨 일가의 환영을 받을 만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가장 중요한 건, 박동훈이 정 씨 일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지금 이 순간 정 씨 일가의 눈에 박동훈은 재물신과도 다름 없었다.박동훈은 웃음기가 묻어나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레드카펫을 밟는 연예인과도 같은 모습이 마치 성공한 인사처럼 보였다.“어르신, 초대도 없이 찾아와 실례했습니다. 제가 에둘러 말할 줄 모르는 성격이라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박동훈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저는 정민아 양에게 한 눈에 반했습니다. 하지만 민아 양은 보잘 것 없는 녀석에게 시집을 갔습니다.”“3년 전, 이 일을 그저 농담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을까요? 전 민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민아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요. 오늘 이곳에 온 것도 여러분 모두 앞에서 이 말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박동훈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외쳤다.“민아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민아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와아아!장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김예훈은 안중에도 없는 직설적인 고백이었다. 그 역시 이 자리에 있는데 말이다.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김예훈은 정말 보잘 것 없는 놈이다. 체면 살려줄 가치가 없다. 잘 보일 필요도 없고 말이다.그저 지금 저 데릴사위가 잔뜩 성이 났을까 걱정이다.“ 몇 년 간 민아만 바라봤습니다!”박동훈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민아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오늘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성과를 가져왔어요.”박동훈은 선물 상자를 천천히 열었다. 그 안에는 수표가
일말의 의문을 품고 있던 정민아 역시 이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어제 정민아도 장미와 프라하의 심장 모두 박동훈이 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오늘 박동훈이 사실대로 인정하니 더욱 확실해졌다.어제 오전에 했던 말인데 오후에 곧바로 프라하의 장미와 프라하의 심장을 준비하다니, 박동훈이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금방 찾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닌데, 혹시나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내가 있는 남자이기에 정민아는 이 혼사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감동이 몰려오면서도 부끄러워졌다.“김예훈 표정 봤어? 아주 놀라 자빠진 것 같은데, 웃겨 죽겠네! 하하하!”이때, 정지용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김예훈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많은 사람들이 또 다시 웅성이기 시작했다.김예훈의 표정은 확실히 일그러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박동훈의 뻔뻔한 거짓말 때문이었다. 누군가 폭로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없는 거짓말이다.“박 대표님, 우리 데릴사위 표정 좀 보세요. 대표님을 때리고 싶나 본데요?”정지용은 계속 입을 놀렸다.“그럴 수나 있겠어? 박 대표 머리카락도 못 만질 걸? 하하하!”“몸에 있는 거 전부 합쳐도 박 대표님 머리카락 한 가닥 만도 못 하지. 건들기만 해 봐, 우리가 가만히 안 둬!”“왜? 아무 말도 못 하겠어? 놀라서 벙쪘어?”정지용은 ‘하하하’ 박장대소를 했다.“김예훈, 더 머저리 같을 수는 없어? 오늘 당신 와이프 때문에 온 사람이 있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잖아. 데릴사위 꼴이 말이 아니네.”“하하하!”사방에서 신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정민아는 부끄러움이 극에 달했다. 아직 법적으로는 부부사이이기에 김예훈이 놀림 받는 만큼 스스로도 창피했다.오늘 밤에 이런 일이 있는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를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옆에 있던 임은숙이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아직도 화가 나나? 말 한 마디라도 잘못 놀렸다가는 큰 코 다칠 줄 알게!”
별장에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봤다.저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혹시 정말 YE 투자 회사의 새 대표이사가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김예훈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YE 투자 회사의 새 대표이사는 바로 나, 김예훈입니다.”모두가 경악했다. 장내 전체에 숨막히는 정적이 흘렀다.하지만 그 순간,“당신이라고? 하하하하!”박동훈은 배를 잡고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그는 겨우 웃음을 멈추고 정동철을 향해 말했다.“어르신, 저 데릴사위가 허풍 떨기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바보였네요.”정지용과 일부 사람들이 모두 ‘풉’하며 웃음을 뿜었다. 그러고는 바보를 쳐다보듯 김예훈을 바라봤다.“김예훈, 네가 무슨 대표이사야!”정지용이 말했다.“참 재미없네. 그런 헛소리를 누가 못해?”정가을이 비웃으며 말했다.임은숙 역시 성이 났다.“그만 망신시키고 당장 돌아와!”“고집 부리지 말고 그만 해.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네 얼굴에 침 뱉는 거나 마찬가지야.”정민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김예훈이 오늘 너무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자신이 YE 투자 회사의 대표이사라고 최면을 건다고 여겼다.“그만 해. 의사한테 가보자.”정민아는 김예훈을 끌어당기며 말했다.“민아야, 날 믿어. 내가 증명할게.”김예훈은 휴대폰을 만지며 말했다. 그의 통화기록에 이름이 하나 눈에 띄었다.“박동훈 씨, 당신은 YE 투자 회사의 임원이니 이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죠?”‘하은혜’라는 세 글자가 박동훈의 눈에 들어왔다.“참 우습네요. 우리 대표이사님의 비서 이름이 증거라는 겁니까? 그럼 휴대폰에 세계 갑부의 비서 이름이 있으면 저도 세계 갑부겠네요?”박동훈은 전혀 믿지 않았다.YE 투자 회사의 명성은 대단하다. 베일에 싸인 새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부 대표부터 대표이사 비서까지 남해시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김예훈도 아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허풍은 도를 넘었다.“그럼
순식간에 1분이 지나가고, 34명의 금 레벨의 인원은 모두 다 남기로 했다.용전의 지위와 연봉이 아까워서인지, 추하린이 이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는지는 몰랐다.추하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들을 쳐다보면서 자기만의 진주·밀양 용전의 규칙을 내세우기로 했다.이 규칙을 어기는 자가 나타나면 바로 법에 따라 죽여버릴 수도 있었다.추하린은 앞으로 진주·밀양 용전의 규칙을 진일보 세부화하여 어기는 자가 있으면 피도 눈물도 없이 바로 처단하겠다고 했다.어느정도 부담을 느낀 34명의 금 레벨의 인원들은 추하린이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래도 용전 본부의 도움 없이 진주·밀양 용전은 오래 못 갈 거로 생각했다.기껏해 한 달도 안 되어 울며불며 용전 본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추하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원을 재배치하여 원래의 조직도를 갈아엎었다.내부 규칙을 세부화한 덕에 진주·밀양 용전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흔들림 없이 잘 운영될 수 있었다.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추하린은 드디어 업무를 다 마치게 되었다.이때 부하가 국밥 두 그릇을 가지고 와 김예훈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다.“경찰서 서열 2위를 하기에는 아까운 존재였네요.”김예훈은 수저를 들면서 감탄했다.추하린의 능력에 놀란 것도 있고, 다른 한 면으로는 이제부터 추하린 덕에 진주·밀양 용전을 전면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현민 곁에 스파이를 한 명 붙여놓은 것과도 같았다.김현민이 자기를 죽이겠다고 하는데 김예훈도 선제공격으로 짓밟아 버리겠다고 다짐했다.이때 김예훈이 태산 뒤쪽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진주·밀양 용전을 철저히 장악한 뒤에 해야 할 첫 번째 임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추하린은 멈칫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감시하는 거겠죠. 특히 김현민 씨요. 어떻게 움직일지는 도련님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김예훈이 피식 웃
진주·밀양 용전 고위층들은 추하린의 눈빛을 마주할 때 심지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비록 불만이 많았지만, 전주자리에 앉은 추하린이 그들의 명줄을 잡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전에는 나이 어린 추하린이 무슨 일을 해내겠냐고 똘똘 뭉쳐서 그녀를 쫓아내려고 했다.추하린이 겁먹고 그들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들의 권력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할 정도로 기가 센 사람일 줄 몰랐다.명령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바로 해고하겠다고 했다.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에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겁이 나긴 해도 금 레벨의 인원들은 나이 어린 추하린을 볼 때마다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금 레벨이라고.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고!’‘내가 너 같은 계집애를 무서워할 것 같아?’하지만 불만이 많아도 쉽게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은 없었다.갓 부임한 추하린이 가장 의욕이 넘칠 때 누구를 잡고 늘어질지 몰랐기 때문이다.김예훈이 그녀의 옆에 앉아 조용히 이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추하린은 쭉 둘러보다 빈자리 두 개를 발견하더니 말했다.“모든 업무를 내려놓고 무조건 용전으로 와야 한다고 했잖아요! 안 온 사람은 누구예요!”이때 단발머리의 한 여성이 말했다.“전주님, 백우석 씨와 채지민 씨입니다. 한 분은 몸이 편찮으시고 한 분은 일본에서 일을 해결하고 있어서 저보고 대신 전주님께 말씀드리라고 했습니다.”그녀 역시 추하린이 만만치 않은 사람인 것을 눈치채고 바로 나서서 설명했다.김예훈은 자료를 통해 이 두 사람이 이전 전주의 오른팔과 왼팔인 것을 알게 되었다.백서하와도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면 충분히 반항할 만도 했다.“그래요.”추하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인사팀에서는 저 두 사람을 오늘부로 해고해 주세요. 잠시 저 두 분의 조수께서 업무를 맡아주시고, 잘하시면 한 달 내로 승진도 가능합니다. 저 두 사람이 받던 대우를 똑같이 받게 해드리겠습니다.”금 레벨의 인원들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말
추하린은 김예훈의 표정을 무시한 채 진주에 들어서자마자 명령을 내렸다.진주·밀양 용전 금은동철 4급 인원은 얼마나 급한 일이 있든 간에 모두 다 내려놓고 무조건 10시 전에 진주·밀양 용전으로 모여야 했다.하지만 김예훈이 예상했던 대로 금 레벨의 36명 인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12명은 밀양에 출장 갔다고 했고, 12명은 할 일이 있다고 했고, 마지막 12명은 아예 대꾸도 하지 않았다. 새로 전주 자리를 부임한 추하린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이때 추하린은 차가운 표정으로 또 한 번 명령을 내렸다.10시 전에 진주·밀양 용전에 나타나지 않으면 영원히 자기 앞에 나타날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이 36명의 금 레벨 인원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모든 업무와 권력을 넘기기로 했다.심지어 이 사람들이 진주·밀양 용전에서 쫓겨나서도 용전과 관련된 정보를 누설하는 순간 죽여버리겠다고 했다.그렇게 살기가 넘치는 명령이 전해지고, 추하린을 무시하던 36명의 금 레벨의 인원은 바로 말을 바꾸면서 10시 전에 무조건 도착하겠다고 말했다.이 사람들이 용전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저마다 어마어마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따라서 용전에서 받는 대우도 나쁘지 않았다.20억 원의 연봉 이외에 어마어마한 권력과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만약 정말 용전에서 쫓겨난다면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다.이 사람들의 약점을 건드리면 순순히 말을 잘 들을 것이 뻔했다.무언의 신경전이 오가고 있을 때, 추하린과 김예훈은 진주·밀양 용전에 도착하게 되었다.추하린이 차에서 내렸을 때, 통지를 받고 도착한 수백 명의 금은동철 4급 인원들이 전신 무장한 채 추하린을 맞이하고 있었다.금 레벨의 인원들은 안색이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똑같이 공손하게 맞이하고 있었다.추하린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들을 무시한 채 전체 진주·밀양 용전을 순찰하기 시작했다.그녀의 옆에는 밀양에서부터 데려온 믿을만한 사람이 그녀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추하린은 진주·밀양 용전과 관련된 자료를 정리한다고
“도박왕님, 소귀는 주인을 잃었기 때문에 3일 내로 폭동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때되면 허씨 가문의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어 나갈 수도 있어요. 지금 해결할 수 있다고 했지, 그때 가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니까요.”“당연히 해결해야죠!”허순재는 3분 동안 곰곰히 생각하더니 결국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저에게 하루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허씨 가문의 장로분들을 설득해야 김 회장님께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허순재가 허씨 가문의 권력을 잡고 있다고 해도 장로들의 체면은 세워줘야 했다.조사와 연관된 일이라 어르신들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다간 나중에 큰 폭풍이 일어날지도 몰랐다.김예훈은 알겠다면서 이곳을 벗어나자고 했다.“요 며칠 저는 진주·밀양에서 처리할 일이 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연락처이기 때문에 결정하신 뒤에 저한테 연락해 주세요. 최대한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마당에 흑구 피를 뿌려주시고, 가족분들한테 절대 집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말씀해 주세요. 지금 집을 떠나는 건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거든요.”김예훈은 말을 끝내고 뒤돌아 이곳을 떠났다.허순재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주영철이 말했다.“저 김예훈이라는 사람 말을 믿을 수 있겠어? 조사를 망가뜨렸다가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려고!”허순재가 담담하게 말했다.“지금까지 진주·밀양에서 한 행동을 보면 믿을만한 사람이야. 하지만 그래도 대안은 준비해야지. 오륜 사찰 장로님들을 모셔 와. 최대한 조사를 망가뜨리지 않는 방법이 없는지 확인해야지.”허순재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허씨 가문을 벗어난 김예훈은 바로 추하린에게 연락하여 함께 진주 용전으로 가기로 했다.어제 이후로 진주 용전의 고위층들은 모조리 아웃당하고 말았다.그리고 이제부터 추하린이 새로운 전주라는 공고까지 공개되었다.진주 용전은 이제부터 용전 소속이 아니라 용문당, 용연옥, 용의 부대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김 회장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허순재는 마음을 진정시켜 보려고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비록 당황하긴 했어도 한때 도박왕까지 한 사람이라 당황한 티를 내면 안 되었다.김예훈은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했다.“도박왕님께서 동남 해역에 오래 계셨다면 남양음술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 일은 섬라국의 3대 마승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아까 보신 것은 남양음술에서 가장 음흉하기로 소문난 양소귀였습니다. 아마도 3대 마승이 키워낸 소귀인 것 같은데 일부러 허씨 가문의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인이 죽어버렸으니 이 소귀들도 따라서 갈피를 잃은 거죠. 양소귀는 갓 죽은 아이의 영혼을 곁에 가두어 키우는 것을 말합니다. 소귀는 매일 대량의 피와 살을 먹어야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허씨 가문의 하인들이 자꾸 사라지는 것도 이 소귀와 연관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허순재는 멈칫하더니 실성하고 말았다.“소귀가 사람을 먹는다고요? 말도 안 돼.”김예훈의 말이 믿기 어려운지 주영철 역시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의 표정을 본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비록 저는 풍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양소귀는 솔직히 말해서 사람을 죽이는 음술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 해결 방법을 알고 있고요.”유라시아 전쟁에서 겪어보지 못한 것이 없는 김예훈은 표정이 담담하기만 했다.일본의 닌자와 음양사, 리카 제국의 전사, 영국 제국의 신전 기사, 유럽의 위도우 등등.남양의 귀신을 전쟁터에서 천 마리는 안 되어도 800마리는 거뜬히 잡았기 때문에 양소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고요?”허순재가 겨우 입을 열었다.“김 회장님께서는 이 소귀를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인가요?”“구체적인 상황을 봐야 하므로 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한가지 말씀드려야 할 것은 조사가 80%는 망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조사가 망가질 수 있다고요?”허순재는
선재 스님이 김현민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을 때, 김예훈은 허순재와 함께 허씨 가문을 한 바퀴 구경하고 있었다.허씨 가문 조사 앞에 도착했을 때,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그러더니 허순재더러 다른 사람은 다 보내고 믿을만한 사람 한 명만 남기라고 말했다.김예훈이 왜 그러는지는 몰랐지만, 그의 말대로 집사 한 명만 남겼다.집사는 환갑이 넘는 나이였지만 기운이 넘쳐 보였고, 차가운 표정을 보면 왕년에 그래도 어마어마한 사람인 것을 느낄수 있었다.“김 회장님, 이분은 저희 허씨 가문의 집사님이신 주영철이라고 합니다. 저랑 함께 자라온 벗이며 함께 생사를 나눈 사이죠. 자식들보다 더 믿는 사람입니다.”허순재는 주영철이 자신한테 어떤 존재인지 설명해주고 있었다.“해야 하는 일이 위험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영철이는 저를 위해 목숨도 내놓을 사람이니까요.”주영철은 담담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인 것을 느낄수 있었다.허순재를 해하려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아마도 제일 먼저 칼받이가 되어줄 사람이었다.“믿을만한 사람을 남기라고 한 것은 도박왕님을 보호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것입니다. 이따 저는 도박왕님을 보호해 드릴 겨를이 없을 거거든요.”김예훈은 두 사람더러 마당 정중앙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놓인 조사 앞에 서 있으라고 했다.“무슨 일이 일어나든 꼭 햇빛이 비치는 곳을 벗어나면 안 됩니다.”김예훈의 의미심장한 말에 허순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김 회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뭘 준비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저희 허씨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과 연관된 건가요?”타다닥!김예훈이 아무 설명 없이 돌멩이 하나를 튕기자, 조사 앞에 나란히 놓인 조상 비석들이 전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허순재는 표정이 굳어버렸고, 주영철 역시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허씨 가문 조상 비석을 깨뜨렸다는 것은 허순재의 체면을 짓밟아 버린 거나 다름없었다.하지만 허순재가 무슨
“김 회장님, 농담도 참.”허순재는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애써 화제를 돌려보려고 했다.“그런데 김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맞는 말씀도 있어요. 반년 동안 저희 허씨 가문은 정말 바람 잘 날이 없었거든요. 제 건강은 물론 제 불효자식들도 하나둘씩 김 회장님을 건드려서 병신이 되어서 돌아왔잖아요. 김 회장님 실력도 물론 대단하시겠지만, 저희 허씨 가문의 운도 예전 같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저는 김 회장님을 믿어보려고요!”허순재는 다른 각도에 서서 김예훈과 허씨 가문의 작은 원한을 언급하면서 자기 진심을 보여주기도 했다.커피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마침 점심시간이 풍수지리를 보는 가장 적합한 시간인데 제 생각이 맞는지 한번 구석구석 확인해 볼까요?”허순재가 흔쾌히 대답했다.“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 얘들아! 현장 정리 좀.”...김예훈이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선재 스님은 토요타 알파드 차에 올라타 뒤따라오는 허유주를 아예 무시했다.밀양 송산 별장 구역을 벗어났을 때, 선재 스님은 그제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일은 잘 해결되고 있나요?”전화기 너머에서 중저음의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재 스님은 김예훈 앞에서 기세등등하던 모습과는 달리 온화한 표정이었다.“현민 씨, 김예훈 그놈이 나타나는 바람에 변고가 생겼어요. 실력이 어마어마한 것도 모자라 풍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서 저희 구음술을 바로 알아버렸어요.”전화기 너머의 김현민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알았어요.”선재 스님이 계속해서 말했다.“지금 제가 제일 걱정하고 있는 것은 김예훈이 구음술을 풀어버리고 허순재의 목숨을 구제해 주는 거예요. 허씨 가문 자식들은 현민 씨 손바닥 안에 있다지만 허순재 그 능구렁이는 현민 씨를 믿을 생각을 하지 않잖아요. 허순재가 권력을 쥐고 계속 살아있는 한 밀양 허씨 가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러면 밀양 상류 인사
야단법석 이후에 허도겸이 응급실로 실려 가는 바람에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심각해지고 말았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조각들을 보고 하나같이 식은땀을 흘렸다.“여러분, 이제 믿으시겠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이때 허유주가 여전히 고집을 부리면서 말했다.“김 세자님, 저희 셋째 오빠가 쓰러진 건 우연일 수도 있으므로 확실한 증거로 될수 없어요.”“확실한 증거가 필요해요?’김예훈은 바닥에서 수맥 탐지 봉 조각을 주워 마당으로 튕겼다.퍽!이때, 햇살을 맞은 조각에서 귀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하늘에 순식간에 밀려온 먹구름은 귀실 얼굴로 변했고, 따라서 원망이 가득한 비명이 들려오더니 햇빛이 비쳐오면서 다시 말끔히 사라졌다.빠직.음기가 흩어져 가는 순간, 유일하게 남은 조각이 가루로 변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이거면 확실한 증거가 될수 있겠어요?”김예훈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아까는 조각 하나뿐이지만 전체 수맥 탐지 봉을 만졌다간 재난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맥 탐지 봉으로 풍수를 본다고 해도 음기가 가득할 것입니다. 풍수로 현재 문제점을 해결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고요. 3년 정도 지났을 때 사람이 한 명씩 죽어 나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도 그저 우연일 뿐 오륜 사찰에서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고 믿고 싶네요.”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선재 스님의 표정은 일그러지고 말았다.“아빠, 어떻게 김 세자님의 말을 믿을 수가 있어요?”허유주는 화가 나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요? 지금 허씨 가문과 오륜 사찰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거라고요!”허유주는 지금 당장 김예훈의 멱을 따서 죽여버리고 싶었다.‘내가 어떻게 오륜 사찰에 들어갔는데. 이러다 성녀분의 미움을 사면 어떡하지?’허순재는 진지하게 허유주를 쳐다보면서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아빠도 아빠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퍽!이때 선재 스님이 갑자기 차가운 얼굴을 하고서 자리에서 벌
김예훈의 의미심장한 말에 허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쳐다볼 뿐이다.이때 허유주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김 세자님, 너무 없는 말을 지어내시는 거 아니에요? 최근 반년 동안 저한테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요?”김예훈이 허유주를 힐끔 보더니 피식 웃었다.“허유주 씨는 아직 공부할 나이라 평소에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서 음기를 흡수할 기회가 없었겠죠.”허유주는 이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한지 여전히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허씨 가문 사람들은 잠깐 고민하더니 얼굴이 확 변하고 말았다.이때 허준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맞는 말이야. 요즘 도박할 때마다 돈을 잃고 있어.”허성빈 역시 마른기침하더니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요즘 들어 예전보다 잔병치레가 많아진 허씨 가문의 여자들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다.약을 먹으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병은 아니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다년간 보약이란 보약은 다 먹어본 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력을 봤을 때 10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한 병을 요즘 들어 몰아서 앓고 있으니 말이다.허순재 역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맞아요. 최근 들어 저도 몸이 많이 허약해진 느낌이에요. 기침을 할때 피까지 봤다니까요? 밖에서 도는 소문에 의하면 제가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어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맞네요.”선재 스님이 냉랭하게 말했다.“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내에 음기가 있다고 해도 저희 오륜 사찰 수맥 탐지 봉에서 흡수한 거라고 증명할 수 있어요? 저희 수맥 탐지 봉이 허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냐고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선재 스님, 이것마저 증명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인데 말이죠. 이 자그마한 조각을 봐도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했다는 것을 느낄수 있어요. 허유주 씨를 제외한 분들이 이 조각을 3초 이상 쥐고 있으면 무조건 기절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