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이 걱정하며 얘기했다.“예훈 형님, 경찰서의 사람이 온다면 일이 복잡하게 될 텐데요.”김예훈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나만 잘 따르면 아무 일도 없을 거다.”이혁은 잠시 굳어버렸다가 다시 하하 웃으며 얘기했다.“당연히 형님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걸 알죠. 앞으로 형님만 따르겠습니다. 형님이 죽어라고 하면 죽는시늉까지 할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차 몇 대가 빠르게 병원 입구를 막아버렸다.차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는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는데 허리춤에는 총알이 담긴 총이 꽂혀 있었다.가장 앞에 선 남자는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살기를 뿜으며 사람들을 밀쳐내고 박정옥 옆으로 와 물었다.“박 원장님, 누가 병원에서 날뛰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도대체 어떤 바보 같은 녀석이, 설마 에드워드 병원의 배후가 누구인지 모르는 겁니까? 신성한 병원에서 마구 날뛰다니. 그런 놈에게는 법의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합니다.하얀 제복을 입은 남자를 본 박정옥은 환한 얼굴로 웃으면서 얘기했다.“형사 부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이 두 양아치들이 우리 병원의 사람들은 의사 자격이 없다고 모욕하고 또 사람까지 때렸어요. 꼭 우리 에드워드 병원을 위해 우리를 지켜주시고 저들은 감옥에 보내야 합니다! 이번 일은 제가 위에 보고할 겁니다!”박정옥은 바로 김예훈을 가리키며 애처로운 여왕처럼 얘기했다.이때 호현주와 일행들도 벌떡 일어나서 하나같이 김예훈을 가리키며 그가 진상 손님이라고, 병원의 규칙을 어겼다고 얘기했다.“뭐라고요? 감히 박 원장님을 때려요? 훤한 대낮에 싸움이라니. 도덕도 없고 법을 지키려는 마음도 없어 보이는군요!”성남 경찰서의 이인자, 부서장인 임성휘가 눈을 무섭게 뜨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젊은 사람이 이런 곳에서 날뛰다니. 결과를 감당할 수는 있...”말을 마치지 못한 임성휘의 몸이 그대로 굳더니 얼굴은 공포로 가득 찼다.그리고 겨우 입을 열고 말을 뱉었다.“김...
임성휘는 눈가의 근육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에 온몸이 같이 떨렸지만 그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저 떨리는 다리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이 뺨을 치기 좋게 오른쪽 얼굴을 내주었다.퍽. 김예훈은 머뭇거리지 않고 그대로 뺨을 내쳤다.임성휘의 몸이 그대로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질 때는 치아가 두 개가 떨어져 나갔다.이게...이게 무슨 일인가! 이게 가능한 일인가?!박정옥과 호현주 등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꿈을 꾸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지?임성휘는 성남 경찰서의 이인자인데!하지만 그저 거지 같아 보이는 자식 앞에서 왼쪽 뺨을 맞고 오른쪽 뺨까지 순순히 내어준다고?!중요한 것은, 임성휘가 오른쪽 뺨을 내밀 때, 상대방의 편의를 위해서 각도까지 조절했다는 것이다.이 순간,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김예훈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임성휘 같은 큰 인물마저 힘을 쓰지 못하다니.이혁은 그 모습을 보고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김예훈은 확실히 대단했다. 김 고문이라는 신분도 종이 쪼가리가 아닌 매우 중요하고 높은 지위였다.“이리 와.”김예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바닥에 엎드려 있던 임성휘가 겨우 기어서 왔다. 반항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퍽퍽퍽.김예훈이 또 양쪽으로 뺨을 열 대 정도 때렸다. 임성휘의 얼굴은 붉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피가 흘렀으며 눈가는 멍이 들었다. “나를 교육하겠다며? 나한테 법의 매운맛을 알려주겠다며? 이리 와, 어디 한번 해봐. 내가 가만히 있을 테니.”임성휘는 머리를 땅에 박은 채 중얼거릴 뿐 입을 열 담이 없었다.김예훈 고문님을 교육한다고?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자기가 뭐라고?!김 고문의 배후가 전설 속의 그분이 아니더라도.다른 배후인 양정국도 임성휘가 감히 건드리지 못할 사람이다. “왜? 못하겠어?”김예훈은 임성휘의 얼굴을 가볍게 치며 얘기했다.“정말 실망이군. 지금 나에게 반격한다면 차라리 좋았을 수도 있겠는데. 아까는 레이 리조트에서
“잘못을 알겠어? 그럼 기회를 한번 주지.”김예훈은 임성휘를 바닥으로 차버렸다.“네 부하들을 데리고 이 병원을 폐업시켜.”“에드워드 병원을 폐업시킨다고? 참 대단한 녀석이네.”이때, 사람들 뒤에서 그들을 무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뭐라고 감히 에드워드 병원을 폐업시킨다 만다 얘기하는 거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네까짓 게?”“공씨 도련님!”그 목소리를 들은 박정옥은 또 기쁜 미소를 짓고 그들을 맞이하러 나갔다.“공씨 도련님, 마침 잘 오셨어요. 어디서 튀어나온 자식인지 모르겠는데, 우리한테 시비를 거는 것은 둘째 치고 우리 병원까지 폐업시키겠다고 합니다! 얼른 저 자식을 혼내주세요!”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걸어 나왔다.그는 온몸에 사치품을 걸치고 등장했는데 졸부 같은 느낌이 있었다. 입에는 시가를 물었고, 곁에는 열댓명의 친구들을 데리고 들어왔다.그를 본 박정옥은 나는 듯이 달려갔다.“공씨 도련님.”그렇게 말하는 박정옥은 그를 애틋하게 보고 있었다. 그러니 이 공씨 도련님의 신분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손을 뻗어 박정옥의 얼굴을 만지고 바로 임성휘를 걷어차며 차갑게 얘기했다.“쓰레기 같은 게, 저리 비켜.”임성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화를 낼 담도 없었다.그는 자신이 이미 개천에서 용 난 격으로 출세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시각에는 아무것도 못 하는, 개보다도 못한 사람이었다.그는 얼굴을 부여잡고 옆으로 가서 섰다. 떠나지 않은 채 누가 더 강한가 보고 앞으로 누구의 라인을 탈 것인지 고민하려고 했다.자기의 배후가 온 것을 본 박정옥은 의기양양하게 김예훈을 가리키며 얘기했다.“김예훈, 너 이 분이 누구인지 알아? 이분은 대구에서 온 공명진 도련님이다! 대구 공씨 가문에 대해 들어봤겠지? 한국의 10대 명문가에 대해서 들어봤겠지? 그중 여덟 번째 가문이다! 그리고 공명진 도련님은 우리 에드워드 병원의 대 주주시지! 우리 에드워드 병원을 건드리는 건 공명진 도련님을
“예훈 형님, 대구 공씨 가문은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데요! 공문철은 경기도의 이인자라고요! 그 가문을 건드리면 복잡해질 겁니다!”이혁은 배짱이 큰 편이었지만 대구 공씨 가문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김예훈이 성남 기관의 고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성남의 일인자인 양정국도 공문철을 만나면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이다.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얘기했다.“괜찮아. 그저 광대일 뿐이야.”이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예훈이 그렇게 얘기했으면 달리 말할 필요가 없다.“광대? 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가? 우리가 누군지는 알아? 이분은 서울 하씨 가문의 도련님, 이분은 부산 견씨 가문의 도련님, 이분은 미래 증권의 송씨 도련님이셔... 그런데 너 같은 거지가 감히 우리한테 광대라고 얘기하는 거야?”이때 화려하게 입은 남녀가 일곱, 여덟 명 정도 나왔다. 그리고 차갑게 웃으며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딱 봐도 한국의 각 가문과 회사의 자제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가문의 상속권을 받지 못해 그저 평소에 놀고 다니는 게 일이었다.밖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수많은 나쁜 짓을 하고 다녔다.일반인이 그들을 건드린다면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결과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너 이 자식, 오늘 제대로 사고 친 거야. 딱 기다려. 여기는 성남이야. 너를 죽이지는 못해도 네 옷은 벗길 수 있어!”공명진과 그의 일행은 이미 김예훈과 이혁을 다 잡은 물고기처럼 보고 있었다.그리고 그들 옆의 여성 파트너들은 깔보는 시선으로 김예훈과 이혁을 바라보았다.역시 거지답네. 감히 재벌 2세들과 잘난 척을 하다니? 제 주제도 모르는 격이다.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공명진이 웃으면서 앞으로 다가와 멸시의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며 차갑게 얘기했다.“네가 사고 치고 다닌 거냐?”“맞습니다, 도련님, 바로 이 자식이에요!”박정옥은 도발적인 자세로 김예훈 앞에 왔다. 그리고 얼굴을 김예훈 앞으로 들이밀고 차갑게 얘기했다
“공명진 도련님, 이 자식을 죽여버려요!”공명진 뒤에 서 있던 그의 친구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아까 김예훈은 박정옥의 뺨을 친 것이지만 간접적으로는 그들의 얼굴을 친 것과 같았다. 그들이 봤을 때, 이건 도발이었다.박정옥은 얼굴을 부여잡고 억울하다는 듯이 얘기했다.“공명진 도련님, 보셨습니까?! 이 자식이 미쳤어요! 도련님 앞에서 제 뺨을 쳤어요! 도련님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자식이에요! 법도 무시하고, 심지어 대구 공씨 가문도 무시하는 격이라니까요?!”박정옥이 옆에서 공명진의 화를 돋우기 위해 끊임없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공명진이 김예훈을 죽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공명진은 손을 저어 사람들을 행동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김예훈을 보며 미소 지었다. “좋아, 담은 큰 녀석이네. 내가 본 자식들 중에서 가장 배짱이 커. 하지만 이 정도로 나대면서 나를 도발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다른 말을 하지 않을게. 알아서 손 하나, 발 하나를 부러뜨리고 20억을 바치고 꺼져. 그러면 오늘 일은 넘어가 주도록 하지.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불러봐. 우리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릎 꿇고 머리를 박아주지. 하지만 나를 제압할 수 없으면 네 사지를 다 부러뜨릴 거야. 알겠어?!”공명진은 화가 나지 않은 것처럼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그의 말투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멸시와 허세가 섞여 있었다.마치 성남, 더 나아가서 경기도가 다 그의 발아래 있는 것 같았다.그가 원하는 일은 다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처럼.호현주 등 사람은 김예훈의 상황에 기뻐했다. 그들이 봤을 때 김예훈은 이미 죽은 목숨과 마찬가지였다.“손 하나, 발 하나, 그리고 20억?”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네까짓 게 뭔데?”공명진이 웃었다.“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가 화가 나는 순간, 넌 나를 막지 못할 거야.”“화가 나면 어떻게 되는데?”김예훈이 미소를 지었다.옆의 호현주가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김예훈
에드워드 병원은 정적에 휩싸였다. 전화기 너머의 공문철도 그것을 알아챘다. 웃는 얼굴로 김예훈에게 곧 닥칠 일을 지켜보려던 박정옥 등 사람들은 식은땀이 줄줄 났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그들은 김예훈이 이렇게까지 막 나가는 사람인 줄 몰랐다.박정옥, 호현주 등 사람들을 무시하고, 임성휘도 무시하고, 심지어 신분이 더욱 높은 공명진까지 무시하다니! 김예훈이 전화를 걸 때,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하지만 그가 바로 공문철에게 전화를 걸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명문 가문의 도련님들은 분노에 차서 온몸을 벌벌 떨었다. 항상 그들이 더 높은 위치에 있었지, 다른 사람의 발아래에 밟혀본 적은 없었다.이때 열댓 명의 보디가드가 김예훈을 죽일 것 같은 표정으로 몰려왔다.김예훈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얘기했다.“공문철 씨, 아까 뭐라고 얘기했는지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만?”전화기 너머의 공문철은 공경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김 대표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문에는 공명진이라는 사람이 없으니 김 대표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십쇼.”말을 마친 공문철은 더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다고 전화를 끊을 배짱도 없었다.김예훈은 핸드폰을 공명진 옆에 놓고 담담하게 얘기했다.“공명진, 만약 공문철 씨가 너를 조카로 인정한다면 너를 이대로 돌려보내 줄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네 손발을 하나씩 가져갈 거다, 괜찮지?”김예훈의 동작과 표정은 매우 담담해서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의 몸에서는 차가운 한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분위기를 압도할 만큼 차가웠다.공명진은 몸을 살짝 떨었다. 그는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자기 큰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 대구 공씨 가문이 경기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바로 경기도 이인자 공문철이었다.하지만 지금 공문철은 김예훈의 전화를 끊을 용기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다가오지 마!”공명진이 반항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고
바로 그 순간, 공명진이 바닥에서 기어서 일어나더니 김예훈을 보고 겨우 입밖으로 말을 꺼냈다.“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박정옥 등 사람들은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 모두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공명진이 어떤 사람인데.그는 잘나가는 도련님으로서 성남에 온 지 며칠 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밟아 죽였는지 셀 수도 없었다.그런 그가 김예훈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다니? 설마 김예훈이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일까?여태까지 김예훈을 막 대하던 박정옥의 눈에도 불안함이 엿보였다.“이제야 잘못을 알겠어?”바닥에 무릎 꿇은 공명진을 보며 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다리를 자를 것이다. 불만은 없지?”그 말을 들은 공명진은 몸을 부르르 떨며 우는 것보다 더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다들 공명진이 이를 꽉 깨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공명진은 아까 메시지를 받았는데 김예훈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살아 돌아와도 공문철의 손에 죽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공명진은 김예훈의 신분을 알지는 못했지만 자기 큰아버지가 그토록 무서워하는 사람이니 그냥 일반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공명진은 겨우 웃음을 쥐어 짜내며 얘기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니지 말았어야 합니다! 제가 너무 나대서 그렇습니다! 얼른 저를 위해 제 다리를 잘라주십쇼!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불만 따위는 없습니다!”“불만이 없다니, 다행이네.”김예훈은 이혁을 쳐다보았다.이혁은 앞으로 나가 공명진의 왼손을 잘라버렸다. 아까 이미 손발을 하나씩 가져가겠다고 했으니 이제 와서 봐줄 수는 없었다. 어느새 김예훈과 이혁은 다친 형사들을 데리고 병원 입구까지 왔다.그들이 움직이는 사이에 그들을 막 대하던 박정옥도 두려움에 떨며 그들을 막지 못했다.어느새 성남 대병원의 구급차가 왔고 얼른 사람들을 데려갔다.김예훈과 이혁도 구급차와 같이 사라졌다.사라진 김예훈을 보며 공명진은 온몸을 부르르
사우나 안에 있는 사람은 바로 이대정이었다.그는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대표이다.한국 안에서 그는 청별 그룹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고, 말 한마디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그는 지금 얼굴색이 어두웠다.죽었다니?내 아들이 죽었다니?비록 그다지 아끼는 아들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자기 핏줄을 이어받은 자식이 죽었다.이대정은 남쪽 시장을 개척하러 이성택을 보냈지만 겨우 하루 만에 아들이 죽었다니?“쓸모없는 놈!”한참 후에야 이대정이 입을 열었다.이때, 금 테두리 안경을 쓴 남자가 사우나 문 쪽에서 천천히 걸어왔다.그의 얼굴은 이성택과 7,80% 비슷했지만 훨씬 더 우아하고 기품이 있었다.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아버지, 슬픔을 삼가십시오.”“내가 말했었지, 성택이는 워낙 제멋대로라서 언젠가는 일을 낼 거라고.”“다만 그 일이 빨리 터졌을 뿐입니다. 아버지의 지혜와 경험으로는 이미 이 일을 예견하셨을 건데요! 컥!”사우나에 있던 이대정이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금 테두리 안경을 쓴 남자의 목을 조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형택, 넌 결국 혼외자식일 뿐이라고. 성택이가 죽었다고 해도 넌 영원히 내 자리를 물려받을 수 없어!”“아버지, 저도 아버지 아들입니다.”이형택이 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성택이가 죽었으면 깨닫는 게 있으셔야죠. 저까지 죽으면 아버지에게는 자리를 물려줄 아들이 더는 없게 됩니다.”“퍽!”이대정은 이형택을 벽 쪽으로 내던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을 잘 처리할 기회를 줄게. 성택이를 죽인 사람들, 하나도 빠짐없이 그 대가를 치렀으면 좋겠어. 8대 천왕 중에서 아무나 세 명 데리고 가. 그래도 상대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너는 돌아올 필요가 없어.”이형택의 얼굴색은 조금 바뀌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웃는 듯 마는 듯 이대정을 보며 말했다.“아버지, 만약 제가 상대를 해결할 수 있다면요?”“그럼 넌 앞으로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 되겠지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