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쌓인 불만을 꾹 참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임 선생님, 우리 집안에 기회를 한 번만 주세요. 저희가 부산대학교에 교육 기금을 지원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이 점을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 우리를 향한 공격을 멈춰주세요. 그리고 예훈이를 더는 힘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이번 일 때문에 겨우 찾은 직업까지 잃었으니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무서워요. 제발, 우리가 이렇게까지 비참해졌는데 자비를 베풀어서 용서해 주세요!”“비참해요?”임윤서가 웃음을 흘렸다.“김예훈 씨가 비참한 게 뭐 어때서요? 애초에 다른 사람 인생을 망칠 때는 그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질지 생각 못 했어요? 정 대표님, 인과응보가 무슨 뜻인지 아시죠? 복수가 얼마나 짜릿한데요. 그리고 정 대표님, 오지랖이긴 한데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면서 왜 김예훈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거예요? 이 지경까지 됐는데 얼른 차버리고 이혼하세요. 다른 사람들도 뭐라고 욕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네 가족은 오히려 저한테 고마워해야 해요!”정민아가 한숨을 내쉬었다.“임윤서 선생님, 어찌 되었든 김예훈은 제 남편입니다. 전의 일은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제발 예훈이를 용서해 주세요. 어떤 조건이든 말해주시면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임윤서는 자세히 생각하다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그만두는 것도 안 될 건 없죠. 듣자 하니 CY그룹의 김세자랑 연이 있다고 했죠? 저랑 김세자를 만나게 해주면 김예훈의 일은 없었던 걸로 해줄 수 있어요. 더는 당신의 집안을 건드리지 않을게요. 어때요?”“네, 해보겠습니다!”정민아는 이제 더 물러설 곳도 없었다.전화를 끊은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하은혜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하 비서님, 정말 죄송한데...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하은혜는 자초지종을 다 들은 후 얘기했다.“정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그 여자한테 CY그룹으로 오라고 해요. 우리가 처리하겠습니다.”정민아는 그 말을
“송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대학교의 임윤서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임윤서는 미소를 지으며 희고 고운 자신의 손을 내밀며 송준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송준은 손을 내밀지 않고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비서님, 이따위 여자가 온갖 수단을 써서 김세자를 만나려고 하는 거예요? 왜 이렇게 사리 분별을 못 해요? 몸을 온갖 늙은 남자들에게 갖다 바치는 년이 무슨 자격이 있어서 김세자 님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당장 꺼지라고 하세요!”송준은 말을 마치고는 손을 휙휙 저으며 임윤서보고 나가라고 했다.임윤서는 흠칫 놀라더니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그녀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 오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이 남자는 그녀의 얼굴에 홀리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그녀를 쓰레기 취급했다.하지만 특별히 놀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임윤서의 얼굴과 인맥으로는 진정한 상류사회를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상류사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남몰래 갖고 놀거나 집으로 데려가겠지, 공식 석상에서 같이 다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상류사회에서 웃음거리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임윤서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는 얼굴과 몸매로 이익을 취득하려는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가 바라고 바라던 상류사회로 들어설 수 없게 되었다.이때, 한참 멍을 때리고 있던 임윤서는 겨우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송 대표님, 비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 이미 얘기가 된 거 아니었어요? 오늘 김세자를 만나게 해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겨우 부대표직에 앉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저를 쫓아내나요? 이것만은 기억해 주세요. 저는 정민아 씨의 소개를 받고 온 거예요. 오늘 김세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아마 월급쟁이인 두 분이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일어날 거예요!”송준이 무자비하게 그녀를 내쫓았으니 임윤서도 더는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었다.그 말을 들은 송준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는 임윤서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코웃음을 치고는
김예훈은 리스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한국의 10대 명문가 중에서 서열 7위의 금릉 권씨 가문, 서열 9위의 부산 견씨 가문, 서열 10위의 서울 하씨 가문, 세 개의 가문이 리스트에 올랐다.그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대기업도 많이 와 있었다.그리고 라벤더 재단을 비롯한 해외 세력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상업 비자를 들고 왔기 때문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아마 진지하게 사업을 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김예훈은 한참 살펴보더니 결국 그 세력들의 명단을 취소하지 않았다.어쨌든 성남시에 투자하러 온다면 그는 환영할 것이니 말이다.물론 그 세력들이 성남시를 어지럽히러 왔다면 김예훈은 손쉽게 그들을 박살 낼 수 있었다.김예훈이 잠깐 쉬는 사이, 어떤 직원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물었다.“고문님, 부산대학교의 대표가 오셨습니다. 고문님을 만나 연구개발 사업에 관해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김예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대표 이름이 임윤서 맞죠?”“어, 고문님 어떻게 아셨어요?”이 직원은 방금 임윤서의 전화번호를 추가했고, 또 그녀에게 호감이 생겼기 때문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예훈의 승낙을 받으면 임윤서에게 뭘 더 요구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은 조바심이 났다.이때, 또 다른 직원이 달려오더니 말했다.“고문님, 성남대학교의 대표도 오셨는데 연구개발 사업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답니다. 그리고 경기대학교의 대표도 도착했습니다.”분명 사람들은 어제 문전박대를 겪은 후 이를 경험으로 오늘 직접 올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겹쳤고, 오늘 모두 김예훈을 찾아왔다.김예훈은 잠깐 고민에 빠지더니 말했다.“경기대학교랑 성남대학교의 실력은 잘 알고 있어요. 두 학교의 대표들에게 전하세요, 절차대로 하면 된다고요. 능력이 되는 범위 내에서 분명 그들을 우선시할 거예요. 그리고 부산대학교의 대표인 임윤서는 그냥 기다리라고 하세요.”...곧이어 스태프는 김예훈의
성남대호텔에서.임윤서는 평소에 그녀에게 구애하던 남자를 전부 불러 모았다. 그들은 한자리에 모여 어떻게 내일 미리 연구 개발 사업을 쟁취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어쨌든 고문은 그녀에게 먼지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임윤서는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윤서야, 정말 대단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리 고문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그런데 그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잖아! 고문님이 윤서를 따로 만나주는 걸 허락했다니!”“혹시 고문님이 윤서가 마음에 든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윤서를 잘 보호해야 할 텐데 말이야!”누군가가 임윤서를 탐내려고 한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상대를 때려죽일 생각이었다.그들의 말을 들은 임윤서는 어깨가 으쓱했다.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참, 그런 말을 왜 하는 거예요? 고문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데 저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겠어요? 아마 우리 부산대학교의 교육 자본과 연구 자본이 만족스러웠던 건 아닐까요?”임윤서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들의 눈에 임윤서는 예쁘장한 얼굴에 마음이 너그러울 뿐만 아니라 능력도 좋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종종 현실로 만드는 대단한 사람이었다.임윤서는 겉으로 겸손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기뻤다.만약 이번에 성공적으로 연구개발 사업을 얻어낸다면 그녀는 입학본부 주임 교수로 될 것이다! 심지어 기세를 몰아 학교의 유일한 여자 부교장으로 될 수도 있었다!그 생각에 임윤서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부산대학교의 고위층에서는 성남시 기관의 고문이 미리 임윤서를 만나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교장 이정훈은 직접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윤서야, 이번에 네가 정말 잘해야 해. 연구개발 사업을 따내기만 한다면 네가 승진할 수 있도록 밀어줄 수 있어! 아무도 널 막지 못할 거야!”자기를 예뻐하는 그의 말을 듣고서 임윤서는 흥분에 겨웠다.이정훈이 말을 이어갔다.“윤서야, 그 고문님 아직 싱글
“참, 윤서야. 너한테 전할 좋은 소식이 또 하나 있어! 로열 가든 그룹에서 김예훈의 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대. 현금도 많이 부족한 모양이야! 로열 가든 그룹의 고위층에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래. 정민아가 김예훈을 회사에서 내쫓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만약 김예훈과 로열 가든 그룹의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파업할 거래! 어쩌면 로열 가든 그룹은 데릴사위 때문에 파산한 최초의 회사가 되는 거 아니야?”이때, 임윤서에게 잘 보이려는 다른 남자가 소식을 전했다.“그럼 겹경사네요!”임윤서는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번 성남행이 헛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우선, 성남시 기관의 고문을 알 수 있고, 또 잘하면 명문 가문에 시집갈 수 있다.게다가 김예훈을 제대로 혼냈으니 그가 자괴감에 자살이라도 한다면 임윤서는 더 기쁠 것이다.“김예훈, 이번에 제대로 알려주겠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리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손쉽게 널 궁지에 몰아넣을 수가 있거든!”임윤서의 눈에는 살기가 어렸다.“윤서야, 손가락만 까딱해도 그런 놈은 쉽게 죽일 수 있지. 널 건드릴 생각을 했다니, 죽으려고 작정했나?”어떤 사람이 임윤서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를 떨며 말했다.바로 이때, 임윤서의 전화가 울렸다.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를 피해달라고 부탁했다.방에 아무도 없을 때까지 기다리고서야 임윤서는 전화를 받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견후 도련님, 저 보고 싶었어요?”임윤서가 부산에 있을 때, 부산 견씨 가문의 견후와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하지만 견후 같은 사람은 임윤서 같이 흘리고 다니는 여자에게 진심을 다할 리는 없다.몇 번 갖고 놀다가 돈을 뿌려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견후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으니 임윤서는 마음이 설렜다.부산 견씨 가문은 뭘 의미하는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전화기 너머로 견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날.성남시 컨벤션 센터에서 사람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한창 준비하고 있었다.지금 참가 신청을 한 국내외 기업은 이미 천 개를 넘어섰다.이건 한국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 대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아침 일찍, 임윤서는 동료들과 함께 컨벤션 센터에 도착했다.“윤서야, 나는 이미 성남에 도착했어. 조금 있다가 교육 계통의 일인자 주현강이랑 고문님 만나러 갈 테니까 오늘 기회 제대로 잡아야 해. 고문님의 마음을 얻는 건 물론, 연구개발 사업도 따내야 한다고!”부산대학교의 부교장인 이정훈이 특별히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꼭 잘 해내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넘어오지 않을 남자는 없거든요!”정교한 화장을 한 임윤서는 기분이 좋았다. 얼굴과 몸매라면 그녀는 항상 자신 있었다.그녀에게 구애하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두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봤다.“은서야, 너 정말 대단하네. 도대체 어떻게 해낸 거야?”“그러게, 고문님은 성깔 있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도 고문님에게 다가갈 수 없다고 했어.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참, 고문님이 아직 미혼이라고 들었는데, 설마 윤서 누나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요?”그 말을 들은 임윤서는 의기양양했지만 겉으로는 겸손한 척 티를 내지 않았다. 오로지 조용히 기다리면서 기대하고 있었다....같은 시각, 컨벤션 센터의 백그라운드에서.회의장 배치를 지켜보고 있던 김예훈의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성남시 교육 계통의 일인자인 주현강이었다.주현강이 공손하게 말했다.“고문님, 부산대학교 부교장이신 이정훈 교수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고문님을 만나 뵙고 보고드릴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부산대학교요? 들어오라고 하세요.”잠시 후, 대머리에 살찐 남자가 헐레벌떡 달려 들어왔다.김예훈을 보더니 그는 두 눈을 반짝이며 한걸음에 달려오면서 허리를 숙였다.“이분이 바로 고문님이시겠군요. 저는 부산대학교의 부교장인 이정훈이라고 합니다. 학교의
그들이 모든 힘을 다해 먹칠하고 있던 김예훈이 아니던가?성남시 기생오라비란 별명도 그들이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그들은 김예훈이 모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 몸을 벌벌 떤 채 어느 구석에 숨어있으면서, 성남시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김예훈이 컨벤션 센터에 있을 줄이야? 그것도 모자라 부교장 이정훈이랑 같이 서 있을 줄이야!임윤서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저도 모르게 화를 버럭 냈다.“김예훈, 이 병신 같은 놈, 여기는 왜 온 거야? 여기가 너 같은 쓰레기가 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그녀가 말을 마치자 장내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주위의 직원들은 고개를 들더니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임윤서를 바라봤다. 마치 그녀가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임윤서는 등골이 오싹했다.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이때, 옆에 있던 직원이 빠르게 걸어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윤서 씨,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저분은 우리가 모셔야 할 윗분이에요. 그런 분한테 지금 욕설을 퍼부은 거야? 당신 이렇게 무례하게 굴 거야?”“윗분이요?”“그럴 리가요? 저 사람이 바로 성남시 기생오라비 김예훈이잖아요!”“맞아요, 저 사람이 등골을 빼먹은 일은 성남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어요!”“저런 사람은 성남시에서 내쫓아야 해요! 어떻게 아직도 여기에 있을 수가 있죠?”임윤서와 그녀를 감싼 남자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잠시 후, 그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렸다.“짝!”주현강은 임윤서와 모르는 사이였다.누군가가 김예훈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으니 그는 임윤서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임윤서는 놀란 마음에 가만히 서 있으면서 아무 말도 못 했다.주현강은 귀싸대기를 때린 후 분노의 얼굴로 임윤서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뭐야? 네가 뭐라고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야? 지금 여기가 어떤 자리인 줄 알아?”말을 마친 주현강은 또 이정훈을 째려보며 말했다.“이정훈,
임윤서는 걷어차여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정신을 차기고는 비참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그만 때려요. 아프니까 그만 때려요!”오빠라는 호칭을 들은 이정훈은 소름이 끼쳐 임윤서의 목을 조르면서 그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구 귀싸대기를 때리기 시작했다.“누가 네 오빠야? 응? 누가 네년의 오빠냐고? 함부로 입을 놀리면 여기서 널 때려죽일 거야!”이정훈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이때 임윤서와 얽히게 된다면 그의 인생은 끝장날 것을.그는 한참 후에야 멈추게 되었다.희고 부드럽던 임윤서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찾아볼 수 없었다.지금의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누워 경련하기 시작했다. 눈가에는 피범벅이 되었다.김예훈에게 이런 신분이 있을지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면 김예훈을 건드리기는커녕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을 것이니 말이다.하지만 김예훈은 전혀 이정훈과 임윤서를 봐줄 생각이 없어 차갑게 말했다.“참, 임윤서 씨가 곧 승진한다고 들었는데요? 그걸 도와준 사람이 오빠인 당신 아니에요?”김예훈은 일부러 ‘오빠’ 두 글자를 강조하며 말했다.바닥에 누워있던 임윤서는 그 말을 듣더니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은 자기를 완전히 짓밟아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이정훈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극구 부인했다.“아닙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제 이 미친년은 우리 부산대학교에서 해고되었습니다! 그리고 임윤서가 그동안 한 일을 모두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고, 다시는 이 바닥에 들어설 수 없도록 만들겠습니다.”김예훈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임윤서 앞으로 다가가고는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교사라는 사람이 남의 모범이 되어야지... 하지만 임윤서 씨는 선생님으로서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는커녕 매일 얼굴과 몸매로 늙은 남자들을 꼬셔 이익을 얻을 생각이나 하고... 이정훈 씨, 임윤서 씨랑 사적으로도 친한 관계죠?”김예훈이 덤덤하게 말을 내뱉었지만 이정훈은 심장이 철렁 내려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