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머리끝까지 난 임재훈을 보고 집사가 우물쭈물 말했다.“임재훈 어르신, 제가 들은 소식에 의하면 전남산은 이미 충주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데려오는 건 무리입니다.”임재훈이 한숨을 쉬며 냉정하게 말했다.“충주에서 사람을 데리고 와? 지금 나를 바보로 알아? 거기에 눈에 불을 켜고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데리고 간 사람이 누군지 빨리 알아 와! 분명 김예훈일 거야!”집사가 말했다.“김예훈이 직접 충주로 전남산을 데리고 갔다는 것 같습니다.”팍!임재훈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지며 소리 질렀다.“이 망할 놈! 이 망할 것! 내 아들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전남산까지 데리고 가? 잡아 죽일 놈!”집사는 나지막이 말했다.“어르신, 김예훈이 CY그룹 김세자의 운전기사라고 합니다.”“CY그룹? 지금 경기도를 이끌고 있다는 CY그룹? 그리고 김세자는 이전에 김씨 가문의 그 세자야?”임재훈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맞습니다. 바로 그자입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르신!”집사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임재훈이 차갑게 말했다.“그 일개 CY그룹이 얼마나 대단한지 먼저 알아 와! 그전에 먼저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내일 밤 연회를 열 것이야! 성남시 세력들 말고도 다른 해외 세력 대표들도 전부 초청해! 사람들한테 내가 왔다고 알려야겠어! 연회는 임씨 가문 저택에서 치른다!”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르신! 염려 마십시오! 제가 완벽히 해 오겠습니다.”임씨 가문 사람은 모두 신이 났다.이때 임옥희가 앞으로 와서 말했다.“임재훈 어르신, 아직 말을 못 드린 얘기가 있습니다. 당도 부대 총사령관님이 내일 저희 저녁에 성남 임씨 가문으로 옵니다. 저희는 지금 그분을 저희 손녀사위로 눈여겨보고 있습니다.”임재훈은 당황했지만, 곧 냉정하게 말했다.“좋아! 총사령관은 이미 이전부터 들었네. 그자가 바로 한국에서 몇 없는 거물이라지? 만약 손녀사위로 만들
대표실.하은혜가 문서를 보고 있었는데 안내 데스크에서 급하게 사무실로 보고하러 들어 왔다.“하 비서님, 밖에서 누군가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초청장 내용이 조금 이상합니다. 한 번 봐보세요!”히은혜가 초청장을 열어 보자 인상을 구겼다.이건 정식적인 초청장이 아닌 협박을 가장한 안내문이다!내용은 간단했다. 김세자에게 내일 시간 맞춰 연회장에 오라는 내용이었다.이 초청장을 김예훈 책상으로 빠르게 가져다 놨다.초청장을 받은 김예훈은 웃었다.하은혜는 옆에서 이상한 듯 말을 했다.“대표님, 임재훈 어르신의 태도가 너무 별로입니다. 그런데 이 연회에 참석하실 예정인 겁니까?”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가야지요. 왜 안갑니까? 여기에 만약 안 오면 외교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적혀 있는 거 못 봤어요? 이런 사람들은 큰코다쳐 봐야 세상 무서운 줄 알아요.”...성남시 기관의 거물을 포함해 모두 초청장을 받았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거물이 성남시에 발을 내디뎠다는 소문이 전부 퍼졌다.리카 제국의 거물을 다들 들어 봤다.이런 가문의 거물이 갑자기 나타나 모두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특히 이번에 온 사람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셋째 어르신인 임재훈이라는 소문이 퍼졌다.이 사람은 쉬운 상대가 절대 아니고 리카 제국 코라에서 유명한 세력과 불법 세력까지 다 손에 넣은 무시무시한 사람이다.그리고 이번에 온 건 성남에 와서 사업을 하겠다는 소리다.성남 시장을 눈여겨 본 사람들은 이번 초청이 협박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리카 제국이 만약 정말로 손을 쓰면 많은 사람은 재기도 못 할 정도로 처참히 밟힐 것이다.물론 라벤더 재단 같이 해외에서 온 세력들은 모두 신이 나 웃고 있다.지금 이들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CY그룹이다.그러나 지금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 앞장서 CY그룹을 해결해 주려 하고 있다.따라서 이들은 그 근처에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이와 별개로 또 작은 소문들이 퍼졌다.임재훈의 아들이 이전에
임옥희는 뿌듯했다.성남 임씨 가문이 언제 이렇게 위풍당당한 적이 있었을까. 임경훈이 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당시 임씨 가문은 기관에서 지위가 높을 뿐이었지만 자산이 많지 않아 다른 가문이 무시했었다.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바뀌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뒷배가 되어 주니 무서울 게 하나도 없었다.손님들을 마중하는 임영빈의 표정은 자만에 차 있었다. 이전에 자기를 무시하던 거물 자제들이 지금 공손하게 태도가 바뀌었다.일부 가문 딸들은 먼저 번호를 주며 앞으로 더 관계가 깊어지길 원했다.이 모든 것들은 임영빈이 꿈꾸던 것들이다.그리고 임효는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이들이 보기에 임효는 곧 총사령관의 여자가 될 사람이다.반드시 임효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중에 가면 다리 붙잡고 애원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밖이 조용해지자, 임효는 신이 나 말했다.“우리 임씨 가문에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네. 너무 좋잖아!”임영빈도 웃으며 말했다.“내 말이! 저 가문들 내가 유학했을 때 마주치면 본 척도 안 했었는데. 지금은 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기세야!”임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임씨 가문 사람이라는 게 정말 행운이야!”임영빈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효야! 너는 우리 임씨 가문의 보물이야! 오늘 밤이 지나면 넌 한국에서 가장 권력이 센 여자가 되는 거야! 그때가 되면 이 오빠 잊으면 안 된다! 무슨 일 있으면 다 말해 어떻게든 해결해 줄게!”임효는 부끄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누가 뭐래도 우리는 사촌이야! 한 가족이 두말하겠어? 내가 있는 한 오빠 지위는 내가 보장해!”기뻐하는 임영빈은 순간 무언가가 생각난 듯 조용히 말했다.“효야, 임영운은 국내에서 커서 우리랑은 조금 달라. 만약 내가 임씨 가문의 세자가 되고 대표가 되면 앞으로 성남 임씨 가문은 너의 손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임영빈은 야심이 가득한 사람이어서 임씨 가문 세자가 될 생각을 벌써 하고 있
손님들이 거의 다 오고 연회 시작 시간이 다가왔다.모두 정해진 자리에 앉은 후에 상석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저녁 8시가 되자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연회장 앞에 모여 큰 소리로 말했다.“임재훈 셋째 어르신 축하드립니다!”모든 사람의 기대 속에 임재훈이 뒷짐을 지고 문에서 걸어 나왔다.청색의 삼베옷을 입은 임재훈은 평범해 보였지만 이를 드러낸 금색 용들이 자수로 박혀 있었다.지금 임재훈은 오랫동안 지위가 높았던 윗사람이어서 기가 굉장히 셌다. 아무렇게나 하는 행동과 눈빛으로 인해 모든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일어났다.특히 일부 거물들은 임재훈을 보고 마음속으로 탄식했다.임재훈은 역시 임재훈이다, 이렇게 뿜어져 나오는 기와 분위기는 성남에서 견줄 사람이 없었다.누구는 속으로 탄식까지 했다. 지금 임재훈이 나오는 순간부터 성남, 더 나아가 경기도 전체 시장은 임재훈의 것으로 암묵적으로 확정이 됐다.그 누구도 임재훈과 경쟁할 자격이 없다.임재훈은 연회장 전체를 한번 훑고 차갑게 말했다.“CY그룹의 김세자는 어디에 있나? 빨리 나와!”이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무서워 벌벌 떨었다.임재훈이 방금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김세자를 불렀다!김세자, 그는 경기도를 이끄는 인물이다!김재훈은 오자마자 김세자를 겨냥했다. 이것이 바로 용과 호랑이의 싸움이다!그러나 임재훈이 김세자를 밟는다면 앞으로 경기도는 임재훈의 것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그 누구도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조용히 눈치만 봤다.“김세자는? 온 거야?”임재훈은 계속 말을 이었다.“임재훈 어르신, CY그룹 사람들은 무서워서 오지도 못했습니다!”“김세자는 분명 어르신이 무서워 오지 않은 겁니다!”“맞아요! 분명히 그런 거예요!”성남 임씨 가문 사람들이 이 기회를 틈타 알랑방귀를 뀌었다.이 말을 듣고 난 후 임재훈은 더 화가 났다.분명 협박을 해 오라고 했건만 기어코 오지 않았다!이건 무시하는 행동이자 모욕이다!“누가 C
임옥희는 화가나 몸을 바들바들 떨며 소리쳤다.“쓰레기 같은 놈이!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우리 성남 임씨 가문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원래부터 한 가족이었어! 계속 그렇게 우리 성남 임씨 가문을 모욕하면 네 다리를 다 분질러버릴 거야!”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그쪽들을 사람으로 보긴 해요?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제가 다시 한번 말해줘야 알아요?”이 말을 하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상한 듯 쳐다봤다.이 데릴사위가 하는 말이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성남 임씨 가문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 눈에 발등의 때만도 못하는 건 맞는 말이다!이때 임영빈이 일어나 김예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김예훈! 우리 임씨 가문에 올 면목이 아직도 남아 있어? 네가 여기 올 수 있다고 생각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이곳이 무슨 대단한 곳도 아니고, 그냥 개새끼들 몰려 있는 집일 뿐인데. 오고 가는 건 내 마음이지.”“부인 등골이나 빼먹고 집에서 쉬는 데릴사위 주제에! 우리 임씨 가문이 일찍 이 네 쓰레기 같은 부인과 연을 끊었는데 네가 뭔데 여길 기어 와!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꺼져! 임재훈 어르신을 뵐 자격도 없어 넌!”임영빈이 김예훈을 가리키며 흥분해 소리쳤다.“지금 다시 돌아온 건 뭐 하자는 거야?”“아. 우리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 라인을 탄 걸 알고 너도 타고 싶어서 염치 불고하고 온 거야?”“내가 똑똑히 말하겠는데! 넌 자격 박탈이야!”임씨 가문 사람들은 김예훈이 이득 보려고 온 거로 생각했다.그렇기 때문에 김예훈이 들떠있는 것도 이해됐다.임재훈 앞에서 당당하게 있으면 이득을 볼 때도 많기 때문이다.김예훈은 임영빈을 정신병자 보듯 쳐다봤다.이때 임영빈은 또 무언가가 생각이나 김예훈 앞으로 걸어가 노려보며 말했다.“너 지금 돌아온 거 임재훈 어르신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지? 총사령관님 뵈려고 온 거잖아! 지금 우리 임씨 가문이 리카 제국 임씨 가문 라인도 타고 총사령관님이 우리 손녀사위가 되려고
“꿇어!”임영빈은 웃으며 아예 김예훈 앞으로 걸어와 김예훈의 어깨를 눌러 꿇게 하려 했다.그러나 아무리 눌러도 눌러지지 않았다.“빨리 무릎 꿇지 못해?”지금, 이 모습은 임재훈 앞에서 창피한 일이다. 어떻게든 김예훈을 눌러 꿇려야 한다.팍!김예훈이 갑자기 한 손으로 임영빈의 뺨을 날렸다.그리고 임영빈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온몸이 덜덜 떨었다.현장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특히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었다.이들은 지금 어떤 지위인가?그런데 김예훈 이 쓰레기 같은 녀석이 감히 뭘 믿고 임씨 가문을 때리는 건가?팍!임영빈이 막 몸을 일으키려 하자 김예훈이 다가가 한 발로 목을 짓눌렀다.모든 사람은 숨을 죽이고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임영빈...죽은 건가?김예훈의 행동을 보고 임재훈도 숨을 죽이며 자기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질을 쳤다.그리고 정신을 차리고서는 임재훈의 표정은 일그러지며 화가 잔뜩 나 있었다.임재훈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셋째 어르신이다. 그런데 지금 일개 데릴사위한테 겁을 먹었다고?그러나 김예훈은 임재훈의 행동을 의식하지 않고 연회장 중앙으로 가 주위를 한번 훑었다.모두 김예훈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보고만 있다.“내 부인과 처제 체면을 봐서 리카 제국 임씨 가문과 성남 임씨 가문한테 마지막 기회를 준다. 7일 후 모든 사람은 우리 집 대문에 와 무릎 꿇고 사과해! 모든 사람이라 했어. 여기에는 아직 리카 제국에 있는 임씨 가문도 포함이야! 칠 일 뒤에 만약 사과하지 않으면 결과는 간단해. 나라를 팔고 이득을 취하는 녀석들한테는 죽음만 있는 거야!”김예훈의 목소리가 차가웠다.지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범상치 않은 것 같은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봤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협박해?그리고 리카 제국 임씨 가문 전부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그리고 저들을 매국노라고 해?이...이 녀석 너무 도발하는 거 아니야?리카
이때 임재훈이 손을 들고 차갑게 말했다.“가라고 해. 오늘은 우리 임씨 가문한테 좋은 날이야. 이 일은 천천히 해결해도 돼. 나중에 총사령관과 결혼한 후에 밟아 죽이는 건 시간 문제야!”암옥희는 이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곧바로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역시 셋째 어르신의 생각은 항상 놀라울 정도입니다. 일개 데릴사위를 손보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오늘 밤 총사령관님이 오는 것이야말로 큰일이지요! 총사령관님과 결혼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이 경기도를 이끄는 가문이 될 것입니다!”이렇게 김예훈에게 쏠렸던 관심이 사그라들었다.이때 임재훈이 표정을 풀고 담담하게 말했다.“총사령관이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언제 온대?”임옥희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이전에 총사령관님께 시간을 알려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오실 때 됐습니다. 제가 사람을 시켜 전화해 보겠습니다.”곧이어 여문성이 다급히 달려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셋째 어르신, 임옥희 어르신, 제가 방금 국방부에 연락해 보니 총사령관님이 이미 왔다 가셨답니다!”“뭐라고? 총사령관님이 오셨었다고? 언제?”임재훈과 임옥희가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총사령관님께서 이미 임씨 가문에게 기회를 줬으니 알아서 하라고 하셨답니다.”이 말에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임재훈과 임옥희는 서로를 보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얼마 후 임옥희가 지팡이를 들고 온몸을 떨며 말했다.“나 이해했어요. 총사령관님이 오셨을 때 김예훈이 일을 벌이고 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총사령관님은 우리 임씨 가문이 존중받지 못해 떠난 것 같습니다!”임재훈은 당황해하며 소리쳤다.“김예훈, 이 죽일 녀석! 우리 임씨 가문의 기회를 망쳐?”이때 임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상황 파악을 했다.김예훈, 이 쓰레기 같은 녀석 때문이 분명하다!왜 하필 와도 총사령관님이 오실 때 와서는 그런 말을 지껄이고 간 거야!김예훈의 오만한 행동 때문에 총사령관님이 화가 나 자리를 떠나 임씨 가문이 계획한 모든 일을 다 망쳤다!김
양정국은 임재훈을 뚫어져라 쳐다본 뒤 천천히 말했다.“셋째 어르신, 어르신께서 리카 제국 코라 임씨 가문의 대표이신 건 알고 있습니다. 리카 제국의 코라는 항상 우리 성남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해서 제가 한마디 감히 하겠습니다. 무릎 꿇고 사과하고 짐 챙겨서 리카 제국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한국에 발도 딛지 마세요.”양정국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놀랐다.지금 손발이 닳도록 사과하고 리카 제국으로 꺼지라는 소리다!“맞습니다. 저는 양 어르신과 같은 생각입니다.”“성남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곳이 아닙니다! 임재훈 어르신 빠르게 사과하고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은 이곳에서 피를 보고, 저희도 리카 제국과 교류하기 꺼리게 됩니다.”다른 성남 기관 사람들 고위층 사람들도 모두 입을 열었다.선우건이는 진지하게 말했다.“임재훈 어르신, 어떤 일들은 적을 알고 피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이건 나약한 게 아닙니다.”마지막으로 홍인경도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다들 틀린 말을 한 건 아닙니다. 임재훈 어르신, 방금 입에 올린 분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이들은 성남시 일류 클럽 사람들이다.지금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하니 다른 사람들은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이전에 이들은 이렇게 입을 열기도 무서워했다.그러나 방금 김예훈의 태도는 분명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 사람보고 무릎 꿇고 사과하고 꺼지라는 것이다!이때 이들은 당연히 임재훈에게 한마디를 하는 게 맞다.이들은 선한 사람들이다.임재훈이 성남에서 죽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니 이들은 그렇게 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그러나 문제는 김예훈에게 한마디 할 수 없으니, 임재훈을 말리는 것이다.임재훈은 얼굴을 구기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김세자 따위를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지금 장난 하는 건가?임재훈이 알아본 결과 경기도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은 딱 한 명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