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그제야 송하용을 힐끔 쳐다보더니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전 당신 같은 개미를 밟아 죽이는 취미가 없어요. 아직 기분이 좋으니 무릎 꿇고 이곳을 나가면 없던 일로 해줄게요. 그렇지 않으면 남은 평생 밥도 먹지 못하게 될 거예요.”김예훈은 겁을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이었으며 한참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비웃기 시작했다.“하하하! 어디서 나타난 멍청이야. 송 대표님은 이 세자님을 대표하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해?”“그분이 너에게 사과를 하면 그걸 감히 받을 수는 있어?”“그러게 말이야! 네까짓 게 뭐라고! 이 세자님은 이미 명령을 내렸어! 넌 오늘 무조건 기어서 여길 나가야 돼!”“혼자 못 기어갈 거 같으면 우리가 도와줄게!”이곳에 있는 직원과 깡패들은 전부 진주 이씨 가문 하인들이었기에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고 있으면서도 되레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이장우와 송하용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곁에 있던 하은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오늘 일이 조용하게 끝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그들은 그녀의 대표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절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이 사람 앞에서 저렇게 건방을 떠는 건 죽으려고 환장한 거나 다름없었다.무릎을 꿇고 나가라는 김예훈의 말에 화가 잔뜩 난 송하용은 손을 뻗어 김예훈의 얼굴을 잡으려 했지만 김예훈이 빠른 속도로 손을 뻗어 송하용의 팔목을 잡은 뒤, 그 팔목을 힘껏 틀어버렸다.이와 동시에 팍 소리와 함께 김예훈의 발은 송하용의 배를 걷어찼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어버렸다.“팍!”김예훈은 송하용의 멱살을 잡더니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고 한 방 제대로 맞은 송하용은 바닥에 뒹굴면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이를 보고 있던 깡패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무섭게 달려들었다.“빌어먹을! 감히 송 대표님에게 손을 대!”“저놈이 죽으려고!”팍! 팍! 팍!김예훈이 빛의 속
잠시 고민하던 하은혜가 낮은 목소리로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대표님, 제가 오늘 밤 할아버지한테 가서 부탁드려 볼게요. 할아버지가 나서면 이 일을 조용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거예요.”“왜 조용하게 마무리해요? 이장우 그 사람이 도망가지만 않았어도 그 사람도 남은 평생 밥도 못 먹게 만들었을 거예요.”김예훈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자 하은혜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한숨만 푹 내쉬었다.김예훈이 하은혜를 집에 바래다준 뒤, 하은혜는 몰래 집에서 나와 하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고 하정민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할아버지, 큰일 났어요! 제발 김예훈 씨를 좀 도와주세요! 지금 전체 경기도에서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밖에 없어요.”하은혜는 자기 일로는 단 한 번도 하정민에게 굴복한 적이 없었지만 김예훈이 자신 때문에 전주 이씨와 서울 하씨 가문과 동시에 원한을 맺게 하고 싶지 않았다.특히 하은혜가 서울 하씨 가문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 파급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아무리 김예훈이 예전에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었다고 해도 그는 이제 퇴역을 했고 지금은 CY 그룹의 대표일 뿐이었다.이런 CY 그룹은 보통 사람에게 있어서 실력이 강한 회사지만 서울 하씨 가문과 진주 이씨 가문과 같은 명문 가문에게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었다.“하은혜, 너 지금 외딴 놈 때문에 무릎을 꿇은 거야? 그런 놈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그 사람이 능력은 좀 있다고 해도 우리 하씨 가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그냥 좀 이 세자랑 결혼하면 안 돼? 왜 이렇게 우리 하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려!”하씨 가문 사람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하은혜를 보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고 하정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 제대로 얘기해 봐.”“예훈 씨가 이장우와 정면으로 맞붙어 싸웠어요. 그리고 그가 가장 아끼는 부하까지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어요.”하은혜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
“알겠어요. 할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하은혜는 백 번 내키지 않았지만 위기에 빠진 김예훈을 구하기 위해서 모든 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장우와 결혼을 하더라도 절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라고 굳게 다짐했다.이때, 하은혜의 형수 조연아가 코웃음을 치며 말을 보탰다.“할아버지, 구두상의 약속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잖아요. 협의서라도 작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조연아의 말에 하씨 가문 사람들이 너도나도 동의했고 이내, 하씨 가문에서 김예훈의 위기 상황을 해결해 주면 하은혜는 반드시 이장우와 결혼해야 한다는 협의서를 작성했으며 하은혜는 굳은 표정으로 이를 악문 채, 협의서에 사인을 했다.이를 본 하씨 가문 사람들은 표정이 환해졌다. 진주 이씨 가문과 사돈 관계를 맺으면 서울 하씨 가문은 또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들의 신분과 권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이 협의서만 있으면 서울 하씨 가문에서는 무조건 그 조건에 동의할 것이 뻔했기에 굳이 약속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하은혜는 무조건 이장우에게 시집을 가게 될 것이다.진주 이씨 가문 쪽은 하정민이 나서서 중재를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기에 하정민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이장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송하용이 폐인이 됐다는 소식을 접한 이장우는 김예훈을 어떻게 죽일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 하정민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보자 싸늘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하씨 어르신,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오늘 있었던 일을 이장우 씨도 알고 계시죠?”하정민이 감개무량한 듯 입을 열었고 이장우가 차디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히 알죠! 이번 일은 하씨 가문에서 저한테 만족할 만한 답을 주셔야 할 겁니다.”그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하정민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지금 그 일을 상의하려고 전화를 드렸어요. 오늘 있었던 일을 문제 삼지 않으면 은혜가 이장우 씨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흠칫하던 이장우는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복에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눈살을 찌푸리
경기도 하 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도 김예훈의 진짜 신분을 몰랐기에 하정민의 말에 다들 자랑스러운 듯 너도나도 말을 보탰다.“이 세자는 역시 생각이 깊어. 그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우리 두 가문의 혼인 관계를 발표한다는 건 진주 이씨 가문과 서울 하씨 가문의 끈끈한 관계를 공개하는 거잖아!”“총사령관님과 전남산 어르신, 그리고 경기도 차기 국방부 일인자 등 사람들이 지켜보는 결혼이라니! 이건 나라가 들썩거릴 어마어마한 사건이야!”“그렇게 되면 우리 하씨 가문의 지위는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을 거야!”사람들은 아무도 하은혜의 표정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고 그들이 보기엔 하은혜를 팔아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자원을 얻을 수 있다는 건 가성비가 최고로 완벽한 비즈니스였다.이와 동시에, 한 고급 별장에서.이장우가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고 그 손님이 바로 진주 이씨 가문의 먼 친척인 이원민이었다.이원민이 소속되어 있는 가문은 진주 이씨 가문에서 떨어져 나온 분가였지만 진주 이씨 가문의 중시를 받지 못했다.하지만 이원민은 달랐다. 그는 서울 국방부의 부 수령으로 실권을 쥐고 있는 능력자였으며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소속되어 있는 부대는 대한민국 9대 군대 중 하나로 당도 부대와 실력이 맞먹을 정도였다!이장우는 성남시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원민과 연락이 닿았고 오늘 겨우 그를 집으로 모시고 온 것이다.“이 부 수령님, 저희 두 사람은 다 이씨 가문 사람인데 이번에 제가 부탁드릴 일이 좀 있어서 이렇게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이장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며 손을 쓱 휘두르더니 부하 몇 명이 큰 박스를 들고 들어왔고 그 박스 안에는 다이아몬드가 꽉 차 있었다.“세자, 국방부 사람은 이런 재물을 탐내지 않습니다. 물건은 도로 가져가세요. 부탁할 일이 있으면 편하게 얘기하세요. 제 능력 범위 안에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이원민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하자 이장우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이 수령님은 역시 서울 국방부의 왕이
이원민은 말을 하면서도 눈빛에 동경과 존경으로 가득 찼다. 당도 부대의 총사령관은 국방부의 전설이고 신화였다.듣고 있던 이장우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물었다.“뭐라고요? 총사령관이 국방부 어르신의 직위를 물려받을 수도 있다고요? 그 말이 진짜예요?”“백 퍼센트 진짜입니다. 그분만 그런 자격이 있습니다.”이원민이 감개무량한 듯 말했고 이장우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이내 말했다.“그렇다면 저희는 더욱 그분의 동의를 받아 내야죠. 그분만 동의한다면 이번에 제 혼사뿐만 아니라 우리 진주 이씨 가문은 이제부터 미래의 국방부 어르신과 연이 닿는 거잖아요! 그 관계가 생기면 우리 진주 이씨 가문이 10대 명문 가문에 입성할 수도 있는 거고요.”이장우에게 말하지 않은 계획이 하나 더 있었다. 그가 총사령관과 연만 닿을 수 있다면 진주 이씨 가문 내에서도 아무도 그의 지위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알겠습니다. 이 일은 제가 방법 좀 생각해 볼게요. 결혼 같은 좋은 일은 총사령관님도 거절하진 않을 거 같아요.”이원민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럼 너무 고맙죠!”모든 게 순조로우면 이번 교대 의식은 그가 권력을 손에 넣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서울 하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총사령관과도 연이 닿을 수 있게 된다!“그때가 되면 김병욱이나 김 세자 같은 사람들은 전부 내 발밑에 무릎을 꿇을 거야! 진주 이씨도 내 손안에 들어오게 될 거야!”이장우는 뒷짐을 지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마치 자신의 휘황찬란한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한편, 프리미엄 가든에서.김예훈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조금 전에 박인철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이원민의 친구가 교대 의식이 끝난 뒤, 그 자리를 빌려 자신의 결혼 발표를 하고 싶다고 했으며 두 신인의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이원민은 예전에 당도 부대에서 훈련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일 년도 안 된 사이에 다른 부대로 스카우트 당했다. 이원민도 장병급 인물이고 능력도 꽤 좋았기에 김예훈은 자신이 데리
이와 동시에 임씨 가문에서.임옥희와 윤해진, 그리고 나성군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성남시의 일류 가문으로 이 세 사람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건 그만큼 큰일이 생겼다는 뜻이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도복을 입은 한 남자가 자신의 왼손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몸 자체에서 뿜어 나오는 어마어마한 기세에 임옥희 등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숨까지 참게 되었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 남자가 왼손을 내렸고 임옥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둘째 도련님, 어쩐 일로 진주에서 여기까지 오셨어요? 미리 말씀하시면 제가 모시러 갔을 텐데.”“더 안 왔다가 4대 일류 가문이 지금 다 무너지게 생겼잖아요.”김병욱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 말을 듣고 있던 임옥희 등 사람들의 표정이 확 굳어졌으며 왠지 김병욱이 화가 나 있는 듯했다.“한동안 떠나 있었는데 고작 김 세자 한 명 상대하면서 성공조차 못 하고 소씨 가문까지 잃다니, 참 대단하네요.”김병욱이 싸늘한 표정을 짓자 사람들은 덜덜 떨면서 아무도 감히 대꾸하지 못했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김병욱이 화제를 돌려 다시 말을 이어갔다.“다들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 교대 의식에 참석하실 거죠?”“네!”김병욱에게 있어서 예전의 성남시 4대 일류 가문은 그저 하인에 불과했기에 임옥희 등 사람들은 혹시라도 김병욱이 그들에게 참석하지 말라고 할까 봐 얼른 대답했다. “다들 편하게 참석해요. 전 의견 없어요. 하지만 그 전에 완성해야 할 임무가 있어요.”“말씀만 해주세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완성하겠습니다.”이때, 김병욱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임씨 가문의 손녀사위 김예훈, 다들 아시죠?”“알죠! 그놈이 저희 임씨 가문의 일을 망친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놈만 아니었으면 우리 임 씨 가문은 경기도 일류 가문 중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 거예요!”임옥희의 대답에 김병욱도 덤덤하게 말을 보탰다.“그놈은 진짜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능력이 있어요. 제가 조사를 해봤는데 그 사람은 김 세자의 대리인으로
“도련님, 그 말씀이 진짜인가요? 그렇다면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교대 의식 전에 도련님에게 큰 선물을 드리도록 노력할게요!”임옥희 등 사람들은 기대감에 손을 비비고 있었고 김예훈 하나만 처리하면 이제부터 자유를 얻게 된다는 건 누구든 혹할 만한 딜이었다.특히 임씨 가문은 백운 회사를 오매불망 원하고 있지만 차기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 원경훈 때문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김병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으니 그들은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없었다.들뜬 임씨 가문 사람들을 보는 김병욱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윤석의 실패 소식을 이미 접한 그는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 교대 의식에 참석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그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다.김예훈의 진짜 신분이 노출되는 순간, 3대 일류 가문은 절대 그에게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씨 가문이 경기도에 했던 배치들이 전부 효력을 잃을 수도 있기에 3대 일류 가문이 하루빨리 김예훈을 처리해 주길 바랐다.성공을 하면 최고의 결과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김씨 가문은 잃을 게 없었다. 이렇게 해야만 모든 사람이 한배에 올라타게 되기에 나중에 김예훈의 신분을 알게 되더라도 그들은 김씨 가문의 편에 계속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김병욱이 떠나자 3대 일류 가문의 가주가 그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나성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임씨 어르신, 김예훈은 임씨 가문의 손녀사위라서 그 사람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건 어르신일 텐데 어르신이 보기엔 저희가 그자를 처리할 수 있는 확률이 큰가요?”“전에 저희 임씨 가문은 그자에 대한 조사가 철저하지 못해서 그자에게 계속 당하고 산 거예요. 이젠 그자가 김 세자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도 알 것 같네요! 이번에 두 분께서 저희 임씨 가문과 합작하게 되면 둘째 도련님이 지시한 임무를 보다 쉽게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임옥희가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자 윤해진과 나성군 표정이 한결 밝아졌으며
임옥희는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안 된다. 들어보니 경기도 조직의 새로운 보스의 이름이 오정범이라고 하던데, 김세자의 사람이라고 하더구나.”“조직의 사람들을 이용해서 손을 쓰는 것은 제 살길을 막는 것이야.”이때 구석에 서 있던 젊은이, 윤씨 가문의 세자, 윤지성이 걸어 나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회장님 세 분께, 저 윤지성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세 회장님은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잠깐 침묵이 흐르고 윤해진이 입을 열었다.“무슨 방법이라도 있느냐?”윤지성은 뒷짐을 지고 차갑게 대답했다.“경기도 조직의 사람들을 이용할 수 없다면 생각을 바꾸면 되죠. 경기도 이외의 사람을 청해오는 것입니다.”“듣자하니 강원도 변경에 죽기 직전의 용병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용병들은 돈만 주면 뭐든지 하기에 우리 세 가문에서 힘을 합쳐 이 사람들을 고용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김예훈 정도는 해치울 수 있습니다.”나성군과 임옥희는 윤지성의 방법이 만족스럽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나성군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윤 어르신네 세자가 참으로 뛰어난 인재로군요!”“우리도 이제는 늙은 모양입니다. 이런 방법도 있다니.”윤해진은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 득의양양한 상태로 수염을 매만졌다.윤지성은 그가 직접 세자로 정한 사람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중요한 의견을 내주었으니 윤해진은 그 덕분에 체면이 서게 되었다.잠깐 깊게 사고하던 임옥희는 천천히 얘기했다.“윤 세자가 생각해 낸 방법이니 이 일을 전적으로 윤 세자에게 맡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이 일이 성사된다면 우리 임씨 가문이 윤씨 가문에게 빚진 것으로 하고 이후에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나씨 가문도 윤씨 가문에 진 빚을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나성군이 얘기했다.“만약 이들을 고용해 온다면 우리 나씨 가문에서 그들의 숙소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을 은밀한 곳으로요.”제자리에서 일어선 윤해진이 얘기했다.“좋습니다. 이렇게 된 거 지성이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