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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그런데 하은혜 씨는 이렇게 중요한 혼사를 의논하는 와중에 대놓고 다른 남자와 거리에서 돌아다녀요? 이번 일로 제가 하씨 가문에 찾아가서 따지기라도 하면 이 남자는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장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니꼬운 듯 쳐다보았다. 예전에 그는 단지 바퀴벌레 같은 김예훈과 괜히 말을 섞기 싫었는데 지금 그 바퀴벌레가 눈앞까지 기어 왔으니 당연히 밟아 죽이는 게 마땅했다.

이장우의 말에 하은혜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서울 하씨 가문의 파급력을 그녀도 잘 알고 있기에 만약 진주 이씨 가문에서 정말 따지고 들면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씨 가문은 김예훈을 혼낼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퇴역한 김예훈은 아무리 예전에 총사령관이었다고 해도 두 거물급 가문을 상대하진 못할 것이며 특히 서울 하씨 가문은 10대 명문 가문이며 하씨 가문의 어르신은 9대 장로 중 한 명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하은혜가 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이장우 씨, 우리 두 사람 일에 다른 사람까지 들먹이지 맙시다! 제가 당신과 결혼할지 안 할지는 제 선택이에요. 당신이 진정한 남자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 주세요!”

“싫다면요?”

이장우가 장난기 넘치는 말투로 되묻자 하은혜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장우를 빤히 쳐다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김예훈에게 말했다.

“대표님, 먼저 가세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그녀의 말에 김예훈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은혜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으이그,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제가 조금 전에 말했잖아요. 은혜 씨를 건드리고 싶은 사람은 일단 제 시체를 밟고 지나가야 할 거라고요.”

이장우는 김예훈을 빤히 쳐다보며 그가 죽고 싶어 환장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바로 이때, 송하용이 레스토랑 구석에서 나타나 이장우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한 뒤,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장우 도련님, 저 사람은 너무 건방져요. 도련님을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어요. 근데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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