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그 말씀이 진짜인가요? 그렇다면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교대 의식 전에 도련님에게 큰 선물을 드리도록 노력할게요!”임옥희 등 사람들은 기대감에 손을 비비고 있었고 김예훈 하나만 처리하면 이제부터 자유를 얻게 된다는 건 누구든 혹할 만한 딜이었다.특히 임씨 가문은 백운 회사를 오매불망 원하고 있지만 차기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 원경훈 때문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김병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으니 그들은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없었다.들뜬 임씨 가문 사람들을 보는 김병욱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윤석의 실패 소식을 이미 접한 그는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 교대 의식에 참석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그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다.김예훈의 진짜 신분이 노출되는 순간, 3대 일류 가문은 절대 그에게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씨 가문이 경기도에 했던 배치들이 전부 효력을 잃을 수도 있기에 3대 일류 가문이 하루빨리 김예훈을 처리해 주길 바랐다.성공을 하면 최고의 결과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김씨 가문은 잃을 게 없었다. 이렇게 해야만 모든 사람이 한배에 올라타게 되기에 나중에 김예훈의 신분을 알게 되더라도 그들은 김씨 가문의 편에 계속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김병욱이 떠나자 3대 일류 가문의 가주가 그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나성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임씨 어르신, 김예훈은 임씨 가문의 손녀사위라서 그 사람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건 어르신일 텐데 어르신이 보기엔 저희가 그자를 처리할 수 있는 확률이 큰가요?”“전에 저희 임씨 가문은 그자에 대한 조사가 철저하지 못해서 그자에게 계속 당하고 산 거예요. 이젠 그자가 김 세자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도 알 것 같네요! 이번에 두 분께서 저희 임씨 가문과 합작하게 되면 둘째 도련님이 지시한 임무를 보다 쉽게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임옥희가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자 윤해진과 나성군 표정이 한결 밝아졌으며
임옥희는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안 된다. 들어보니 경기도 조직의 새로운 보스의 이름이 오정범이라고 하던데, 김세자의 사람이라고 하더구나.”“조직의 사람들을 이용해서 손을 쓰는 것은 제 살길을 막는 것이야.”이때 구석에 서 있던 젊은이, 윤씨 가문의 세자, 윤지성이 걸어 나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회장님 세 분께, 저 윤지성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세 회장님은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잠깐 침묵이 흐르고 윤해진이 입을 열었다.“무슨 방법이라도 있느냐?”윤지성은 뒷짐을 지고 차갑게 대답했다.“경기도 조직의 사람들을 이용할 수 없다면 생각을 바꾸면 되죠. 경기도 이외의 사람을 청해오는 것입니다.”“듣자하니 강원도 변경에 죽기 직전의 용병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용병들은 돈만 주면 뭐든지 하기에 우리 세 가문에서 힘을 합쳐 이 사람들을 고용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김예훈 정도는 해치울 수 있습니다.”나성군과 임옥희는 윤지성의 방법이 만족스럽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나성군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윤 어르신네 세자가 참으로 뛰어난 인재로군요!”“우리도 이제는 늙은 모양입니다. 이런 방법도 있다니.”윤해진은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 득의양양한 상태로 수염을 매만졌다.윤지성은 그가 직접 세자로 정한 사람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중요한 의견을 내주었으니 윤해진은 그 덕분에 체면이 서게 되었다.잠깐 깊게 사고하던 임옥희는 천천히 얘기했다.“윤 세자가 생각해 낸 방법이니 이 일을 전적으로 윤 세자에게 맡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이 일이 성사된다면 우리 임씨 가문이 윤씨 가문에게 빚진 것으로 하고 이후에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나씨 가문도 윤씨 가문에 진 빚을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나성군이 얘기했다.“만약 이들을 고용해 온다면 우리 나씨 가문에서 그들의 숙소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을 은밀한 곳으로요.”제자리에서 일어선 윤해진이 얘기했다.“좋습니다. 이렇게 된 거 지성이
김예훈이 풉하고 소리를 내어 웃었다. “당신 섬라 사람이지?”“내가 왜 당신이란 같이 가야 하지?”남자가 차갑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네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으니까!”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를 건드려?”“얼른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자칫하다간 총이 빗겨나가서 뒤에 있는 여자들을 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이미 경고했어.”그는 이미 살짝 싫증이 난 상태였다. 이곳은 외곽이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적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만약 진짜 지나가는 사람이 발견하게 되어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가면 꽤 복잡해질 터였다. “따라가 줄 수는 있는데 적어도 내가 누굴 건드렸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김예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좋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알려주지. 넌 윤씨 가문의 윤지성 도련님을 건드렸어. 그래서 그분이 우리를 고용해서 널 데려오라고 한 것이고.”남자는 바로 차 문을 열고 김예훈을 끌어 봉고차 안으로 던져버렸다. 김예훈은 이 사람들이 총을 난사하다가 정민아와 육해연을 다치게 할까 봐 반항하지 않았다. 봉고차는 갑자기 등장했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어느샌가 도로의 끝에서 모습을 감췄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정민아와 육해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낯빛은 여전히 핏기가 가신 채 새하얬다. “민아야, 어떡해? 나 해외에 있을 때 들었는데 섬라의 사람들은 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대. 저 사람들이 섬라에서 온 사람들이라면, 예훈 씨를 죽이면 어떡해?”걱정 가득한 육해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김예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한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서 강도한테 잡혀갔으니 마음속은 공포심으로 가득 찼다. 눈앞이 어두워진 정민아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겨우 일어선 정민아가 얘기했다. “해연아, 아까 예훈이를 데려간 사람이 뭐라고 얘기했는지 들었어? 누구를 건드렸다고 했어?”“그 앞장서던 강도가 윤씨 가문의 윤지성이라고 말한 것 같아!”육해연이 기억을 더듬으며
남자는 담배에 가볍게 불을 붙이고 도넛을 만들어 내더니 웃기 시작했다.“김예훈, 김세자의 대리인, 정씨 가문의 데릴사위, 맞지?”“그쪽은 또 누구?” 김예훈이 차가운 태도로 물었다.“자기소개를 하지. 성은 윤 씨, 윤지성이라고 한다.” 윤지성은 한껏 예의를 갖추고 얘기했다.“내가 그쪽을 건드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김예훈은 진짜 자기가 윤씨 가문과 무슨 갈등이 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확실히 윤씨 가문과 갈등을 빚은 것은 아니지. 하지만 넌 절대로 둘째 도련님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미소를 머금은 윤지성이 입을 열었다.“둘째 도련님?”미간을 찌푸린 김예훈이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그 인간쓰레기 김병욱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뭐? 둘째 도련님이 쓰레기라고?”윤지성은 멈칫했다.김병욱이 지금 경기도에서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아무리 그가 실패하고 진주에 머무르고 있다지만 다른 이들은 사석에서도 그의 이름을 함부로 거론하지 않았다.김씨 가문은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와도 같으니까.하지만 눈앞의 김예훈은 감히 김병욱을 쓰레기라고 얘기하고 있었다.윤지성은 절대 멍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를 잘 쓰는 편이었다.그래서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절대 그럴 리가 없을 듯한 가설이 떠올랐다.잠시였지만, 김예훈을 납치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그 시각.정민와와 육해연은 임씨 저택앞에 도착했다.겨우 임씨 저택이 그들에게 문을 열어주었고 임무경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말했다.“이게 누구신가. 그토록 잘난 정민아, 정 대표님 아니신가?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에 오셨을까?”다른 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차가운 시선으로 정민아를 바라보았다.지어는 입꼬리를 올린 채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사실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고 정민아를 기다리고 있었다.정민아의 눈앞에서 김예훈을 납치하는 것도 그들의 계획 중 하나였으니까.그녀가 오늘 무
“이런 강도들이 하는 짓이야 거기서 거기지. 김예훈이 그들을 건드려서 잡혀갔으니 살아 돌아오지는 못할 거야.”“넌 다음 결혼 상대나 찾고 있어.”기쁨을 감추지 못한 임영운의 얼굴은 기대로 가득했다.약속대로라면 김예훈, 그 쓰레기는 곧 죽을 것이었다.쓰레기 따위가 감히 자기더러 그한테 꿇으라고 했으니.지금 당장 강도의 손에 죽어도 쌌다.모든 사람이 다 웃고 있는 것을 본 정민아는 절망스러워 임옥희 앞에 꿇어앉아 눈물을 흘렸다.“할머니, 어찌 되었던 간에 예훈이는 손녀사위잖아요!”“잊어버리셨어요? 전에 할머니 생신 때에도 열심히 선물을 준비해 왔던 사람이에요!”“그 점을 봐서라도 제발 삼촌한테 잘 얘기해주세요!”임옥희는 차갑게 대답했다.“고작 약 한 알로 나를 움직이려고? 꿈 깨라.”“민아야, 네가 임씨 가문과 등을 지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지 마.”“그가 확실히 죽게 되면 넌 가서 사망신고부터 해. 이 할머니가 다른 혼처를 찾아줄 테니.”이게 바로 임씨 가문의 목적이었다.김예훈이 죽고 정민아를 다른 곳에 시집보내는 것.그렇다면 반복되는 수단으로 백운 그룹의 주식을 야금야금 차지해 갈 수 있었다.정민아는 그런 음모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임옥희의 다리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할머니, 전 예훈이 아니면 안 돼요. 제발 부탁드려요!”“백운 그룹의 주식을 갖고 싶으신 거잖아요? 예훈이를 살려만 주시면 주식을 드릴게요!”정민아의 그 한마디에 임옥희가 흠칫했다.임옥희와 임무경이 눈빛을 주고받았다.이런 게 바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아니겠는가.오랫동안 계획을 세운 목적이 바로 백운 그룹의 주식을 빼앗으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런 복잡한 방법이 필요 없이 정민아가 바로 백운 그룹의 주식을 주겠다고 하니.임옥희는 그녀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척 연기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민아야, 네가 한 말 지킬 수 있겠니? 잘 생각해야 한단다.”“백운 그룹은 네가 몇 년 동안 일궈낸 것이잖니.”“네가 백운 그룹의 주식을
임가네 사람들은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임씨 가문은 관료들을 많이 배출한 가문으로서 상업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돈이 많지 않은 관계로 임씨 가문은 특급 가문이 되기에 힘들었다.지금은 백운 그룹이 손에 들어왔으니 임씨 가문이 특급 가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심지어 몇몇 임가네 사람들은 이미 특급 가문의 사람이라도 된 듯 했다.정민아가 사인을 마친 것을 확인한 임무경이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성남시 경찰서 형사 반장 여운기인가? 나 임무경일세.”“내 손녀사위인 김예훈이 섬라에서 넘어온 강도한테 납치당했는데 이 일을 처리해 주길 바라네. 꼭 24시간 안에 구해내길 바라네.”“네!”전화기 너머로 여운기가 경례를 하고 바로 일에 착수했다.통화를 끊은 임무경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조용히 기다려라. 지금 성남시 경찰서 형사 반장인 여운기가 나섰으니 곧 김예훈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담담해 보이는 임무경의 모습에 정민아와 육해연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사실상 임무경은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이 일에 임씨 가문도 참여했기에 여운기가 24시간 안에 김예훈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마지막에는 결국 시체만 들고 올 것이었다.그리고 그 계약서에, 임무경은 이미 손을 써두었다.그저 김예훈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죽었든 살았든 정민아는 반드시 백운 그룹의 모든 주식을 내놓아야 했다.일석이조였다.한편으로 김병욱의 임무도 완성하였고 김예훈도 처리하고, 또 한편으로는 백운 그룹의 모든 주식을 순조롭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이 순간 임무경은 득의양양해졌다.백운 그룹이 있으니 다음에는 성남시의 2인자 자리를 노려보아도 괜찮을 듯 싶었다.김예훈의 생사는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2인자의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면 정민아 따위는 쉽게 처리해 버릴 수 있는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이 바로 임무경이었다.......그 시각, 나씨 가문의 저택 지하실.윤지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다가 차갑게 말했다.“무슨 뾰족한 수
퍽.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마침 윤지성 앞에 사람이 뚝 떨어졌다.미소를 짓고 떠나던 윤지성의 낯빛이 삽시에 어두워졌다.그가 몸을 돌려 눈앞의 광경을 확인하자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무슨 상황인가.50명 정도 되는 용병들이 다 쓰러지다니? “너, 너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윤지성이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뭐 하는 사람이냐고? 네까짓 게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이런 서프라이즈를 준비해 준 사람한테 전해줘, 이게 바로 날 건드린 대가라고.”김예훈은 윤지성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놀란 윤지성은 뒷걸음치며 소리쳤다.“다가오지 마!”뚜두둑.김예훈은 그런 그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윤지성의 오른쪽 다리를 콱 밟았다.“아악!”오른쪽 다리가 끊어진 윤지성이 바닥에서 뒹굴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는 김예훈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그러고는 또 몇 번 밟아놓고는 아예 사지를 다 분질러 놓았다.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란 윤지성에게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 속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김예훈은 오정범을 찾아 이 일의 배후를 찾아보라고 얘기한 후 재빨리 떠났다. 얼른 가서 정민아를 찾아야 했다.그녀의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걱정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임씨네 저택.“삼촌, 예훈이는 언제 돌아와요?”정민아는 불가마 위의 개미처럼 앉아있질 못하고 걱정스레 물었다.“이미 성남시 경찰서의 사람을 동원해서 찾고 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거다.”임무경이 차를 마시며 담담히 얘기했다.윤지성에게 사고사로 위장하라고 문자를 보내놓았다.아마도 곧 사고사로 죽은 김예훈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육해연은 정민아보다 냉정했다. 그녀는 임가네 사람들의 태도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작게 경고해 주었다.“민아야, 아니면 우리 먼저 나가자. 정 안되면 김세자를 찾아서 도움을 청하자.”그 말에 임무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넌 누구냐. 감히 무슨 자격으로 우리 가문 일에 끼어들어.”
“예훈아,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정민아는 다른 곳에 신경 쓸 사이도 없이 바로 김예훈을 안고 다친 곳은 없나 보고 있었다.하마터면 걱정되어서 쓰러질 뻔했다. 겨우 버텨냈기에 다행이지 아니라면 이미 병원에 누워있을 것이었다.“여보, 울지마. 나 괜찮아. 우리 돌아가자.”부드러운 목소리로 정민아를 위로하며, 김예훈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이번 일은 끝까지 파헤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민아 앞에서 그런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일단은 해연이를 공항에 데려다줘. 널 걱정하다가 비행기도 놓치게 생겼어.”“난 아직 삼촌이랑 할 얘기가 있어.”정민아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김예훈은 살짝 의문스러웠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육해연을 데리고 성남 국제공항으로 떠났다.다른 한편, 임무경은 이미 변호사를 데려와 계약을 이행하려고 했다.“두 분, 계약서에 서명하신 대로 지금 이 시간부터 정민아 씨의 주식은 다 임가네 것으로 되었습니다”변호사는 말하면서 다른 증명 서류를 꺼내 두 사람에게 사인을 시켰다.“네, 알겠습니다.”정민아는 답답한 마음으로 사인을 마쳤다.이건 그녀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다.임가네 사람들은 계약서를 보며 하나같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임무경은 자비로운 척 미소를 띠고는 얘기했다.“민아야, 백운 그룹은 네가 더 잘 알고 있고 또 다른 회사들이랑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있지 않니.”“이 삼촌 생각에는 네가 주임을 맡고 내가 너에게 4천만 월급을 주는 것이 어떠하냐.”“4천만이면 나쁘지 않지.”임가네 사람들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맞아, 다른 사람들은 몇십만이라도 벌려고 아득바득 일하는데.”“우리 집안 사람이니까 그런 월급을 주는 거야.”“이런 기회 흔치 않다.”임씨 가문은 백운 그룹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을 뿐만 아니라 정민아를 이 회사의 부품으로 계속 써먹을 생각이었다.“삼촌, 마음은 고맙지만 거절할게요.”정민아는 슬픈 감정
“체면을 지켜주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뺨을 때리면 뭐 어쩔 거냐고.”남윤지는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참기만 하더니 드디어 폭발할 준비가 된 거야?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자, 한 대 쳐봐. 어떻게 나를 건드릴 건지 지켜볼 거니까.”“너!”추문성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수십 명의 제복을 입고 전신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총을 빼 들고 전체 마당을 포위했다.이때 제복을 입고있는 추하린이 긴 다리를 뻗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남윤지 씨,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기 전에 제 의견을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요.”말하는 사이 추하린은 추문성 앞으로 다가가 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처참한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진주·밀양 용전 전주 추하린이잖아. 왜? 전주를 며칠 해봤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옥루 회관에 와서 소란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야?”남윤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이 어르신 생신 때문에 너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판에 여기서 허세를 부려? 이런 제기랄! 이따 네 뺨까지 때려줄까?”맹승현도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창피하게 그깟 총을 꺼내지도 마. 하나같이 피를 본 적도 없는 초보들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나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맹승현?’이때 추하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추문성이 여기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달려오느라 김예훈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추문성이 남윤지만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맹승현도 있다는 것이다.남윤지와 맹승현은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 두 가문을 대표하고 있어 잘못했다간 용전도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었
“그리고 강씨 가문 지분이 추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대신 결정할 자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주인이 이미 두려워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스스로 제안한 건가?”남윤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응시하며 다음 행동을 위해 그의 표정으로 뭔가를 읽어내려 했다.하지만 추문성이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남윤지 씨,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저희랑 이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거예요?”남윤지는 천천히 다가와서 추문성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물론 거래할 의향이 있지만 아쉽게도 네가 강서연 씨를 납치한 게 아니거든.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주인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계속 붙잡아 두고 강씨 가문이 당신들이랑 연을 끊게 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당신 주인이라는 사람은 그깟 똑똑한 척하는 머리와 기술로 진주·밀양에서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정말 순진하긴. 나타나기조차 두려워서 너 같은 쓰레기를 보낸 것만 해도 병신인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김예훈을 위해 준비된 것인데 김예훈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른바 거래를 할수 없었다.게다가 추문성은 그녀와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남윤지 씨는 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이 없나 봐요?”“당연히 체면은 지켜줘야지.”남윤지는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서희를 납치한 일은 따지지 않을게. 돌아가서 사람을 풀어주고 옥루 회관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내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어? 안 된다면 너까지 잡아둘 수밖에. 네가 먼저 옥루 회관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붙잡아도 너희 누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걸어오던 임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동의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까 동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었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