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참지 못한 임영운의 손이 나가려고 할 때 원경훈을 태운 임무경의 차가 프리미엄 가든에 도착했다.단지 문 앞에서 내린 원경훈이 웃으며 말했다.“임 회장님,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총사령관님의 정체는 일급비밀이기 때문에 여기서 그만 돌아가 주셔야겠습니다.”“좋습니다. 어쨌든 나중에 임명식에서 존엄하신 총사령관님을 뵐 수 있으니까요.”임무경은 애초에 사람을 시켜 원경훈의 뒤를 밟으라 할 수 없기에 깍듯이 대답했다.가든 안에 두 사람은 결국 모두 국방부 우두머리기 때문에 임씨 가문이 미움을 사면 안 된다.그러나 임무경 역시 빠르게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관계자 외에는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다들 멀리 떨어져서 지키고 있어. 이따 원 총지휘관님이 나오시면 집으로 모셔다드리고.”한편, 김예훈 집 문 앞.임영운은 싸늘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며 말했다.“당신 같은 애송이는 애초에 내가 상대할 가치조차 없어요! 하지만 김예훈 씨는 사리 분별도 못할 뿐만 아니라 계속 우리 임씨 가문을 도발하고 있어요! 우리가 친척 사이라는 걸 감안해서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고 정민아랑 이혼하면 이번 일은 눈감아 줄 수도 있습니다!”차갑게 임영운을 쳐다보던 김예훈이 갑자기 앞으로 걸어와 손을 올려 뺨을 날렸다.팍!선명한 소리의 임영운은 전혀 반응한 틈조차 없이 멍해졌다.주위에 있던 형사들을 포함에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두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임영운은 경찰계 격투기 챔피언이다. 워낙 몸이 날렵해 평소에 일대 십으로 싸워도 끄떡없었다. 그런데 웬걸 오늘, 이 데릴사위가 날린 걸 못 피하다니?’임영운은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맞았다는 사실을 자각했다!임영운의 지위를 생각하면 그 누구도 감히 덤빌 수 없다.그런데 지금 측근 부하직원들 앞에서 다른 사람한테 한 대 맞다니?심지어 일개 데릴사위한테!“건방진 녀석! 감히 우리 성남시 경찰서의 삼 인자를 때려?”“너 이거 경찰을 공격하는 거야! 넌 이제 끝이야.”
원경훈이 올 줄 몰랐던 김예훈은 매우 의아한 듯 쳐다봤다.원경훈은 당도 부대에 있던 기간이 길지 않았고 실력으로 유명한 게 아니라 전략 세우기와 전술로 유명했다.그렇다 해도 당도 부대의 모든 사람은 전부 장병 출신으로 당도 부대 밖에서는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그 실력이 차원이 달랐다.임영운이 경찰계 격투기 챔피언인지 뭔지 하더라도 원경훈과의 실력 차는 형용할 만한 단어도 없다.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임영운의 운은 정말로 좋았다.만약 원경훈이 중요한 순간에 임영운이 날린 주먹을 막지 않았더라면 임영운은 지금 이미 기절해 사경을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건방진 것들! 너희 제복을 보니 경찰서 사람들이지? 경찰서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대로 일반인을 때려? 법의 어긋나는 일인 걸 알면서도 법을 어겼으니, 이건 가중 처벌이야!”경기도 기관에서 공무를 이렇게 난장판으로 집행하고 있었을 줄은, 심지어 경찰서 사람들이 이러고 있을 줄을 상상도 못 한 원경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총지휘관님이 높은 분인 건 알고 있지만 지금 우리 경찰서에서 업무 중인 거 안 보이십니까? 공무집행방해가 얼마나 큰 죄인지 아십니까?”임영운은 노발대발하며 몸에 지니고 있던 총기를 집어 안전장치를 풀고 원경훈의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이 행동의 원경훈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총기를 자기 멋대로 아무 상황에서나 겨누는 모습을 본 원경훈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내로라하는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 이렇게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일반인한테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쏴봐. 어디 한번 쏴봐! 이 대낮에 감히 이런 짓을 해? 한국 법이 우스워?”원경훈은 차갑게 말했다.임영운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못 할 것 같습니까? 제가 경기도 경찰계를 꽉 잡고 있어요. 그 말이 뭔지 모르세요? 제 말이 곧 법이라는 겁니다! 저는 지금 당신과 김예훈, 이 녀석이 한 패인지 아닌지 의심되는데요? 둘 다 당장 경찰서로 끌고 가야겠습니다. 만약 거부하시면 저는 현장에서 사살할
“네?”이 말을 듣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임영운은 겁에 질린 듯 뒷걸음쳤다.임영운을 따라온 형사들도 모두 이 상황에 미칠 것 같아 몸서리가 났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갑자기 튀어나와 그저 정의감이 불타오르는 행인인 줄 알았는데 경기도 국방부의 이번 일인자라고? 이... 이... 이게 무슨 자살행위야!’임영운은 방금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줄 알게 돼 온몸을 벌벌 떨었다.임씨 가문이 명문 가문인 것은 맞다.하지만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는 실권 중에서도 거물급 인사이다.임씨 가문은 이 책임을 절대로 감당할 수가 없다.지금 가장 큰 문제는 방금 임영운은 자기 입으로 자기 말이 곧 경기도의 법이라고 한 것이다.임영운은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그것도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그리고 이 잘못은 어쩌면 경기도에서 임씨 가문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임영운과 임무경읜 관계를 알게 된 원경훈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된 일이군요. 임씨 가문이 곧 경기도의 법이었군요! 임 회장님께서 직접 저를 데려다주시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랑 같이 저를 죽이려고 했던 거였나요? 간이 정말 크시네요!”원경훈이 뱉은 말을 듣자, 임무경은 오금이 저렸다.국방부 일인자를 죽인다?죄명은 말할 것도 없이 악랄하다.순간 임무경은 재빨리 달려와 말했다.“총지휘관님! 오해입니다! 전부 오해입니다! 저와 아들은 공무를 집행하고 있던 것뿐인데 어쩌다 총지휘관님을 마주치게 된 것뿐입니다. 절대로 절대로 마음에 담아 두시지 마십시오! 제가 이 녀석한테 빨리 사죄하라고 하겠습니다.”“공무 집행 중이었고요? 네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만 말해보자면 그쪽들은 공무를 이런 식으로 집행합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저한테 말해보세요!”원경훈이 차갑게 말했다.“그게...”임무경과 임영운은 설명하기 쉽지 않아 서로를 쳐다봤다.왜냐하면 이 일에는 임씨 가문의 이익이 포함되어 있어 원경훈이 제대로 수사한
“당사자가 한 말 못 들었어?”원경훈이 한기를 내뿜으며 말했다.화가 난 임영운은 이를 꽉 깨물었지만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김예훈, 미안해. 앞으로 절대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할게.”임영운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은 모습을 보고 김예훈은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임영운 면전 앞에 던지고 웃으며 말했다.“착하네. 앞으로 조금 더 일찍 꿇으면 용돈 더 많이 챙겨 줄게.”“너!”화가 머리끝까지 난 임영운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임영운은 김예훈이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걸 알고 있다.그러나 원경훈 앞에서 절대로 화를 낼 수가 없다.임영운의 태도를 보고 원경훈은 만족해하며 말했다.“이제 나가. 이번 일은 내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게. 근데 임무경 씨, 당신과 저의 교류는 여기까지만 하죠.:원경훈은 임씨 가문의 체면을 최대한 챙겨줬다고 생각했다.만약 다른 곳에서 총사령관님을 귀찮게 한 놈들이 있다면 원경훈은 벌써 다 죽였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지위가 총지휘관이어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아...”임무경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렵사리 원경훈의 뒤에 올라탔기 때문에 가만히만 있었으면 총지휘관 라인을 탈 수 있었는데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럼 임씨 가문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원경훈 총지휘관님 염려 놓으세요. 이 불효 자식은 제가 엄하게 다시 교육하겠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뵙겠습니다!”임무경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임씨 가문이 전부 나가고 나서야 원경훈은 다시 김예훈에게 예를 갖춰 인사한 후 말했다.“부하 원경훈,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김예훈은 원경훈을 위아래로 훑은 후 웃으며 말했다.“됐어. 됐어. 난 이미 퇴역했는데 뭘. 넌 곧 경기도 국방부 총지휘관이 될 몸이니 앞으로 날 봐도 이렇게 하지 마. 앞길에 영향받아.”원경훈은 진지하게 말했다.“만약 총사령관님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습니다. 총사령관님께 예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김예훈
이때 정민아가 무언가 생각이 나 말했다.“김예훈. 아까 임씨 가문이 형사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어? 임씨 가문이 너 괴롭힌 거 아냐?”김예훈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걔네가 뭔데 나를 괴롭혀? 임영운이 떠날 때 나한테 머리 숙여 사과까지 하고 갔어”정민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예훈아. 아직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어떡해. 만약 이 말이 밖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너만 힘들어져! 난 정말 네가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김예훈은 진지하게 말했다.“여보. 나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못 믿겠으면 원경훈한테 물어봐. 방금 원경훈이 두 눈으로 다 봤어.”원경훈은 옆에서 듣고 말했다.“사모님, 제가 아까 그 자리에 있었고 임무경 씨와도 조금 말다툼이 있었어요. 그리고 임씨 가문이 정말 진지하게 사과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갔어요.”정민아는 이상했다. 솔직히 말하면 김예훈 친구인 원경훈을 그렇게 믿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어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육해연은 이런 것까지 신경 쓰지 않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원 씨, 임씨 가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요? 경기도 삼 인자예요! 원 씨는 지위가 어떻게 되시는데 임씨 가문과 말다툼을 해요? 그들이 원 씨 말을 듣기나 했어요?”원경훈은 웃으며 말했다.“근데 정말 제 말을 듣고 반박도 못 한 게 사실인 걸 어떡해요.”웃음이 사라진 육해연은 말했다.“반박도 못 했다고요? 당신이 무슨 경기도 일인자라도 되는 줄 아세요?”원경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비록 경기도 일인자는 아니지만 비슷하긴 합니다.”육해연은 하나도 믿지 않으며 원경훈을 바보 바라보듯 쳐다봤다.김예훈이 허풍을 잘 떠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친구도 보통의 허풍쟁이가 아니었다.정말로 둘 다 한통속이었다!이때 정민아는 조금 망설였지만 그래도 로열 가든 그룹 쪽에 전화를 걸었다.조금 뒤 의아한 듯 정민아는 말했다.“해연아, 로열 가든 그룹 쪽에서 더 이상 김예훈한테 책임을 물지 않을 거래. 그리
“맞습니다. 제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원경훈 총지휘관의 상사인 살아있는 전설, 당도 부대의 총사령관님도 프리미엄 가든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당분간 원경훈 총지휘관님은 계속 프리미엄 가든을 드나들 것입니다. 만약 그분에게 우리 임씨 가문이 계속 김예훈을 찾아간다면 원경훈 총지휘관님이 화내실 수도 있습니다.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이자 총지휘관에게 절대로 임씨 가문이 밉보이면 안 됩니다!”임무경은 진지했다.그저 김예훈, 이 쓸모없는 녀석이 이렇게 좋은 일을 겪어 운이 좋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들어보니 김예훈은 세를 살고 있는데 전설 속의 인물인 총사령관과 같은 단지에 살고 있으니 임씨 가문 운이 더럽게 안 좋았던 것뿐이었다.임씨 가문 큰 어르신인 임옥희는 잠시 생각을 한 뒤 천천히 말했다.“그래.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일도 전부 망치게 돼. 네 말이 다 맞다. 지금은 그 녀석 때문에 우리 임씨 가문의 큰일을 그르칠 수 없어! 그럼 이렇게 하자. 사람을 시켜 프리미엄 가든 소유주들 리스트를 뽑아 조사해 봐. 누가 가장 총사령관일 가능성이 높은지 확인하고, 확실해지면 임씨 가문이 어떻게든 가까워지면 돼!”임무경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가슴을 부여잡으며 임영운이 빠르게 말했다.“할머니, 아버지, 절대로 안 됩니다. 원경훈 총지휘관이 이렇게 무서운 분이면 전설 속의 인물인 총사령관님은 더욱이 어려운 분일 겁니다. 거기에 그의 정체는 일급 기밀이니 분명히 여러 대비책을 취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그분의 정체를 파헤치다가 걸리게 되면 그 후폭풍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저희 임씨 가문이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임영운이 말을 듣고 임옥희와 임무경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왜냐하면 임영운의 말이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당도 부대 사람들은 모두 장병이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더구나 당도 부대 총사령관님은 걸어 다니는 전설이자 살아있는 신이십니다. 절대로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조금 더 준비하고
임무경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임옥희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당일에 똑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들이 분명 많이 올 것이다.바로 가까이 있는 하정민과 공문철도 10대 명문 가문 출신으로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단순히 지위와 배경만 생각하면 임효는 서울 하씨 가문과 대구 공씨 가문의 딸들을 이길 수 없다.임영운은 옆에서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버지, 사실 저희가 조금 더 대범하게 행동하면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당일에 동생이 먼저 총사령관님께 안겨 총사령관님의 애를 가지면, 설령 동생과 결혼하지 않아도 저희는 총사령관님의 핏줄을 가질 수 있습니다!”임무경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런데 그렇게 되면 우리 임씨 가문의 명성이 떨어지잖아!”임영운이 차갑게 말했다.“아버지, 그런 사소한 일들을 일일이 다 신경 쓰면 큰일을 얻지 못합니다! 만약 이번 일이 성공하면 아버지는 앞으로 장관 중 한 분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앞길을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우리 임씨 가문이 꽃길만 걸을 수 있습니다! 이런 큰일들이 우리 앞에 있는데 명성 따위가 뭐가 중요합니다. 그걸로 먹고 살 수도 없는데!”임옥희도 동의하며 말했다.“좋은 방법이야. 영운아 너 정말 똑똑한 아이였구나. 어서 임효한테 전화해서 지금부터 먹는 거 가려 먹으면서 임신 준비하라 해. 우리 계획은 반드시 한 번에 성공하자!”임씨 가문도 준비 중이고 나씨 가문과 윤씨 가문도 전부 준비 중이다.왜냐하면 이번 일은 성남시 전체에서 가장 큰일이다. 바로 국방부 일인자의 교대 의식이기 때문이다.이번 교대 의식에서 원경훈 총지휘관과 당도 부대 총사령관의 등에 없는 자가 바로 경기도의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통제권을 잡는 자가 된다.그리고 진주 이씨 가문 쪽 이장우도 각종 최고급 축하 선물을 준비 중이다.총사령관의 라인을 탈 수 있는 것은 이씨 가문 내에서 이장우의 세력을 굳힐 수 있어 이장우에게도 중요한 기회다.그렇지 않으면 이장우는 어쩌면 김병욱한테 철저히 밟혀 이
CY 그룹.막 업무를 끝낸 하은혜가 기지개를 켜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휴대전화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하은혜는 의아해했다.조금 지난 후 하은혜는 전화를 끊고 사람을 시켜 차를 한 대 준비시키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하은혜 혼자 탄 차가 성남 국제공항에 재빨리 도착했다.두 시간 정도가 지난 후 양복을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남성이 VIP 통로에서 나와 하은혜의 차에 올라탔다.그를 본 후 하은혜는 의아해했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나윤석 씨,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리카 제국에서 사업하던 것 아니었나요? 갑자기 왜 귀국한 건가요?”나윤석은 웃으며 하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하은혜는 피했다.이 모습을 본 나윤석은 강제로 쓰다듬으려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리카 제국 좋지. 하지만 어찌 됐든 난 하씨 가문 사람이야. 그리고 요 몇 년 리카 제국에서 연애도 안 하고 혼자서 너무 외로웠어. 그래서 귀국하고 싶어 온 거야. 또 혹시 몰라? 은혜, 네가 나한테 돌아오고 싶어 할지?”하은혜는 표정이 일그러지며 말했다.“나윤석 씨, 제가 지금 당신을 보러 온 것은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온 거예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런 일을 얘기하면 전 더 이상 나윤석 씨를 만날 수 없어요.”나윤석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하은혜, 당시에 나 엄청나게 쫓아다녔잖아. 그때 내가 출국하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이미 하나였을 거야. 지금 너한테 기회를 주잖아. 잡아야 하지 않겠어?”하은혜는 차갑게 말했다.“필요 없네요! 제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요! 이번에 나윤석 씨를 만나러 온 것은 앞으로 저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이 말 하러 온 거예요!”말이 끝나자, 하은혜는 두 손을 모아 제발 그렇게 해달라는 모습을 보였다.나윤석은 잘생기고 능력이 좋은 하은혜 대학교 선배이다.하은혜가 대학교에 다닐 때 나윤석을 쫓아다닌 적이 있다.그러나 나윤석은 하은혜의 진짜 정체를 모르고 거절한 후 재벌 2세와 함께 리카 제국에 사업을 하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