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 그룹.막 업무를 끝낸 하은혜가 기지개를 켜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휴대전화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하은혜는 의아해했다.조금 지난 후 하은혜는 전화를 끊고 사람을 시켜 차를 한 대 준비시키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하은혜 혼자 탄 차가 성남 국제공항에 재빨리 도착했다.두 시간 정도가 지난 후 양복을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남성이 VIP 통로에서 나와 하은혜의 차에 올라탔다.그를 본 후 하은혜는 의아해했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나윤석 씨,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리카 제국에서 사업하던 것 아니었나요? 갑자기 왜 귀국한 건가요?”나윤석은 웃으며 하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하은혜는 피했다.이 모습을 본 나윤석은 강제로 쓰다듬으려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리카 제국 좋지. 하지만 어찌 됐든 난 하씨 가문 사람이야. 그리고 요 몇 년 리카 제국에서 연애도 안 하고 혼자서 너무 외로웠어. 그래서 귀국하고 싶어 온 거야. 또 혹시 몰라? 은혜, 네가 나한테 돌아오고 싶어 할지?”하은혜는 표정이 일그러지며 말했다.“나윤석 씨, 제가 지금 당신을 보러 온 것은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온 거예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런 일을 얘기하면 전 더 이상 나윤석 씨를 만날 수 없어요.”나윤석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하은혜, 당시에 나 엄청나게 쫓아다녔잖아. 그때 내가 출국하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이미 하나였을 거야. 지금 너한테 기회를 주잖아. 잡아야 하지 않겠어?”하은혜는 차갑게 말했다.“필요 없네요! 제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요! 이번에 나윤석 씨를 만나러 온 것은 앞으로 저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이 말 하러 온 거예요!”말이 끝나자, 하은혜는 두 손을 모아 제발 그렇게 해달라는 모습을 보였다.나윤석은 잘생기고 능력이 좋은 하은혜 대학교 선배이다.하은혜가 대학교에 다닐 때 나윤석을 쫓아다닌 적이 있다.그러나 나윤석은 하은혜의 진짜 정체를 모르고 거절한 후 재벌 2세와 함께 리카 제국에 사업을 하
하은혜가 화내며 말했다.“나윤석 씨, 이 사진이 퍼지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시는 건가요? 총사령관님은 우리 한국의 수호신이에요! 그분의 정체는 일급비밀이고 만약 외국 조직들이 그분의 정체를 알게 돼 사람을 시켜 죽이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나윤석 씨도 한국의 국민이면서 어떻게 이런 걸 가지고 저를 협박하려 하세요?”“협박한다고? 하은혜 말이 너무 심하네. 만약 내가 이 사진을 리카 제국에 팔아넘기면 그들이 얼마를 줄지 알고서 그러는 거야?”나윤석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 두 개를 피고 말했다.“최소 2백억 리카 제국 달러야!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지 않고 하은혜, 너를 찾아온 것 자체가 내가 아직 국가의 정이 남아 있다는 뜻 아니겠어? 우리 두 사람 모두 오래 알던 사이니까 나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만약 이 요구를 승낙하면 이 사진 필름을 너한테 넘긴다고 약속할게.”하은혜는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은혜가 보기에 나윤석은 정말 염치가 없었다.하은혜는 차갑게 말했다.“요구가 뭔데요. 얼마를 원하데요?”나윤석은 웃으며 말했다.“하은혜, 어찌 됐든 내 여자 사람 친구인데 내가 돈에는 관심 없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순간 나윤석은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나윤석은 돈이 없지 않다. 최소한 지금은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김병욱이 나윤석을 불러 이 일을 하는 대가로 이미 20억을 줬다.일만 성공 하면 CY 그룹 49%의 지분도 나윤석 손으로 간다. 이렇게 벼락부자가 될 수 있게 한 조건 때문에 나윤석이 마음을 먹은 것이다.나윤석이 바로 김병욱이 성남시에 와서 준비해 뒀다는 그 방법이다.이 사진도 김병욱이 나윤석에게 준 사진이다.이 사진을 나윤석에게 줄 때 김병운은 이 사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윤석에게 알려주지 않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당부해 줬을 뿐이다. 그러나 나윤석 같은 사람은 이 사진의 의미가 뭔지 지금 알았더라도 나윤석의 본성으로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나윤석 같은 사람은
이 말을 들은 하은혜는 깜짝 놀랐다.나윤석이 하는 말은 인수가 아니다.나윤석은 그냥 CY 그룹을 조건 없이 넘기라는 의미이다!“나윤석 씨, 미쳤어요? CY 그룹의 시가총액이 얼마인지 알고 그러세요? 20조는 훨씬 넘어요! 그런데 껌값으로 인수하겠다고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하은혜는 정신을 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윤석은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CY 그룹을 원하는 거지 뭘 무슨 생각을 해. 그리고 나는 빈손으로 남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껌값이라도 주는 거잖아. 하은혜, 싫어도 어쩔 수 없어! 물론 내 요구를 거절해도 돼.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이것만은 확실해. 내일 이 시간에 리카 제국, 미르 제국, 일본, 미국, 중국, 이 오대 강국의 군대에서 모두 이 사진을 받게 될 거야. 그때 돼서 그들이 하는 행동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어.”이 말을 들은 하은혜의 얼굴은 창백해졌다.하은혜는 10대 명문 가문의 사람이라 김예훈의 국제적인 영향력과 억지력이 얼마나 되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일단 김예훈의 진짜 정체가 노출된다면 결과는 재앙과도 같을 것이다.이때 창백해진 얼굴을 한 하은혜가 입을 열었다.“나 선배님, 조건을 바꾸면 안 될까요? CY 그룹을 매각하는 일은 정말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절대로 선배가 손해 보게 하지 않을게요. 예를 들면 제가 개인적으로 2천억 원을 드리는 건 어때요?”하은혜의 말을 듣고 웃음이 터진 나윤석은 차갑게 말했다.“하은혜, CY 그룹 말고 2천억에 내가 만족할 것 같아? CY 그룹의 1%도 안 되는 돈으로? 지금 푼돈 던져주고 뭐 하자는 거야? 내가 똑똑히 말해주겠는데 내가 이미 다 알아봤어. 넌 쥐도 새도 모르게 지분을 나한테 넘길 방법을 알고 있잖아!”“나윤석 씨...”나윤석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것이 확실해지자 하은혜는 얼굴이 일그러졌다.중요한 것은 지금 김예훈의 공용 인감과 사용 인감을 다 하은혜가 들고 있다.김예훈을 배신하고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일은 하은혜한테
재빠르게 차에 올라탄 나윤석은 성남 국제공항을 빠져나오고 나서야 굽신대며 말했다.“만태 도련님, 모든 일을 병욱 도련님의 지시대로 수행했습니다! 계획대로 3일 안에 하은혜 이 계집애가 반드시 CY 그룹을 제 이름으로 넘겨놓을 것입니다.”김만태는 담담하게 말했다.“잘했네. 일이 잘 끝나면 CY 그룹 지분에 네 것 남겨 놓고 거기에 너를 대표로 만들어 줄게. 우리 김씨 가문은 그냥 뒤에 있을 거야. 나 대표, 잘 처리하자. 앞으로 경기도의 최대 거물이나 다름이 없어.”나윤석은 흥분해서 말했다.“만태 도련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 나윤석은 반드시 어떤 위험도 감수하겠습니다!”사실 나윤석 마음에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계획대로 해 모든 지분을 얻은 뒤에 51%를 김만태에게 넘기고 나머지 49%는 자기가 가지려고 했다.그러나 오늘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리는 것을 보고 나윤석은 혼자 다 꿀꺽하려고 마음을 바꿨다.‘총사령관이든 김씨 사걸이든 다 필요 없어! 지분을 손에 얻고 하은혜 이 계집애랑 잠자리하면 경기도 최대 거물은 바로 나야! 누가 감히 내 눈 밖에 나려 하겠어.’나윤석은 멍청하지 않다. 이미 여러 방법을 통해 하은혜의 정체를 알아냈다.경기도 일인자 하정민의 손녀다!나윤석은 그냥 한 번만 자고 증거를 남기면 하정민이 남편으로 인정 안 해도 상관이 없다.돈만 손에 넣고 하씨 가문이라는 뒷배도 생기면 나윤석은 자기가 최고로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김만태 앞에서 머리 숙여 공손하게 있지만 입꼬리는 이미 올라가 있었다.김만태는 그의 그림자를 보고 소리 없이 웃었다.한편.하은혜의 얼굴은 시퍼레졌다.하은혜는 김예훈의 최대 비밀이 나윤석같이 염치없는 놈 손에 쥐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하은혜는 김예훈의 안전이 자기 목숨보다도 중요했다.어떻게 해서라도 김예훈을 보호해 이 비밀이 노출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로 대표님을 배신해서 지분을 그 염치없는 멍청이한테 넘겨야 하는 건가? 아니면 대표님께 이 일을
모든 직원은 하은혜의 마음이 딴 곳에 가 있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심지어 송준도 이를 눈치챘다.송준은 친히 김예훈한테 전화를 걸었다.“혹시 진주 이씨 가문과 강제 혼인 일 때문인가?”김예훈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이 일은 김예훈이 이미 진주 이씨 가문에 경고했었다.그러나 진주 이씨 가문은 아직 답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하. 진주 이씨 가문이 경기도에 뻗는 힘들을 다 잘라버려야겠어.”김예훈이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러나 이 일은 급하지 않기 때문에 교대의식 후에 한 번에 해결해도 된다.한편.성남시 해변의 한 럭셔리 요트에서는 수영복을 입은 나윤석이 선실에서 양옆에 여자를 끼고 있었다.이번 귀국으로 나윤석이 승승장구해서 경기도 최대 거물이 될 가능성이 있어 나윤석은 마음이 들떴다.“윤석아, 이번에 정말 성공했네”나윤석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손희다. 손희는 범법을 저지른 형사로 형사직에서 잘린 이후 혼자 보안 회사를 운영한다. 이 회사가 성남 무법 지대에서 장사가 잘 돼 자기 밑으로 수백 명의 경호원들이 있다.나윤석은 이전부터 손희와 관계가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 큰일을 준비하기 때문에 당연히 실력 있는 보스들을 구해 자기를 보호하고자 한다.이번에 나윤석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고 바로 캐리어를 하나 꺼냈다. 안에는 몇억 정도 되는 수표가 빼곡히 있었다.이를 보고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손희가 재빨리 말했다.“나... 나윤석 형님! 이게 다 무슨 돈이야?”손희는 ‘돈 많으면 다 형이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돈을 보자 윤석이는 나윤석 형님이 됐다.“손희, 이 푼돈이 뭐라고. 이걸로 식구들 용돈이나 해! 앞으로 나랑 같이 사업해서 우리 식구들 다 돈방석에 앉자!”나윤석은 어떻게 보면 머리가 잘 돌아가기 때문에 작은 것들을 아껴서는 큰 걸 못 얻는 이치를 너무 잘 알고 있다.나윤석이 CY 그룹의 지분을 혼자 다 차지하려면 밑에 반드시 힘 있고 실력 있는 경호원들이 필요했다.그래서 오늘 피 같은 이 돈들을 꺼낸 것
나윤석과 다른 사람들을 럭셔리 요트에서 오후 내내 놀다가 나윤석의 계획에 따라 모두 바르게 자기가 맡은 일을 준비하러 갔다.나윤석은 차 한 대를 혼자 준비해서 CY 그룹 회사 밑으로 가 전화를 걸었다.“하은혜, 퇴근 시간 다 됐는데 내 요구 생각해봤어?”나윤석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저... 오늘 밤에 W 호텔로 나윤석 씨를 찾으러 갈게요.”하은혜는 한참을 고민한 후 결심을 내렸다.사무실에서 하은혜는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뾰족한 커터칼이 들어 있었다.하은혜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커터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자기 가방 안에 넣고 어두운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섰다.이 모습을 본 모든 직원은 이상해했다.‘하 비서는 워커홀릭인데 오늘은 무슨 일로 일찍 퇴근하는 거지?’회사 밑에 도착한 나윤석이 환하게 웃으며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 하은혜의 표정은 완전히 일그러졌다.하지만 하은혜는 숨을 들이마신 후 차에 올라탔다.인포메이션의 여성 직원이 이를 보고 빠르게 소문을 퍼뜨렸다.“너무 이상해! 하 비서는 항상 자기가 운전하는데 오늘은 어떤 남자 차의 조수석에 앉았다니까! 그리고 표정은 얼마나 일그러졌는데. 연인 같지 않고 오히려 협박당하는 것 같았다니까! 누가 괴롭히는 건 아니겠지?”이 소식이 송준 귀에까지 빠르게 퍼지자, 송준은 곧바로 김예훈에게 보고했다.“하은혜한테 정말로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표정이 변한 김예훈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그 차가 어디로 갔는지 빨리 확인해 봐. 내가 가서 처리할게.”“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미 사람을 시켜서 찾고 있습니다.”...한편.나윤석은 이미 W 호텔 입구에 도착한 후 하은혜를 내려주며 차갑게 말했다.“먼저 로열 스위트룸에 가 있어. 깨끗이 씻고 있는 거 잊지 말고, 난 주차하고 바로 올라갈게.”하은혜는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숨만 쉬며 차 문을 열고 나왔다.하은혜의 잘빠진 몸매와 절망한 표정을 본 나윤석은
하은혜의 표정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어린아이가 아니었기에 이 사람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때, 손희가 두 손을 비비면서 하은혜를 보며 씩 웃었다.“예쁜 동생, 무서워하지 마. 하하! 우리가 아주 소중하게 잘 다뤄줄게! 절대 무서워할 필요 없어!”모여 있던 양아치들은 옹졸하고 더러운 표정으로 하은혜를 쳐다보았고 하은혜는 나윤석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나윤석 씨, 당신은 사람도 아니에요! 전 당신의 모든 요구를 거절할 거예요! 그냥 다 같이 죽어요!”분노에 가득 찬 하은혜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손희 등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 출구를 막은 뒤, 문을 잠가버렸고 하은혜에게 도망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예쁜 동생, 벌써 가려고? 오빠는 동생과 단지 대화를 좀 나누고 싶은 거야. 절대 나쁜 일을 하려는 게 아니야!”손희 일행은 나윤석의 지시가 내려지기만 기다렸고 바로 이때, 나윤석이 실실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하은혜, 다들 호의로 이러는 거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들어.”“좋은 말로 할 때 들으라고요? 나윤석 씨, 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 당신이 날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CY 그룹을 얻으려고 그런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그저 날 모욕하고 싶었을 뿐, CY 그룹에는 이제 전혀 관심이 없는 건가요?”하은혜는 어쩔 수 없이 CY 그룹을 방패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고 이 말을 들은 나윤석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 그는 당연히 CY 그룹에 관심이 있었으며 CY 그룹만이 그를 상류층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희망이었다.“하은혜, 난 당연히 CY 그룹에 관심이 있지. 하지만 오늘 밤 네가 이곳에 온 이유도 며칠만 시간을 더 벌기 위해서 아닌가? 내 요구는 간단해. 오늘 밤 내 부하들과 잘 놀아주면 내가 삼 일의 시간을 더 줄게! 안 그러면 그 사람의 사진을 5대 강국 군대 이메일에 쫙 뿌릴 거야!”나윤석이 하은혜를 무자비하게 협박했고 그 말에 하은혜가 욕설을 퍼부었다.“나윤석 당신! 당신은 인간도 아
“악!”침대에 버려진 하은혜는 너무 아파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흘렀으며 마음속에 절망이 가득 찼다. 그녀는 나윤석이 이 정도로 양아치인 줄은 상상도 못 했으며 이런 끔찍할 짓을 저지를 줄은 더욱 몰랐다.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된 하은혜는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수모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나윤석은 이내 자기 옷을 벗어 던졌고 침대로 덮치려던 그때, 쾅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혔던 문이 누군가의 발길질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깜짝 놀란 나윤석과 손희 등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차갑고 싸늘한 눈빛으로 서있는 김예훈을 발견했고 나윤석이 버럭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당신 뭐야? 이곳은 개인 장소라는 거 몰라?”만약 나윤석이 마약을 하지 않았다면 냉정하게 김예훈의 얼굴을 살펴봤을 텐데 약 기운이 올라온 지금, 그는 그럴 생각조차 못 했으며 격한 흥분을 풀어야 하는 지금, 감히 그를 방해하는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고 여겼다.이때, 손희가 일그러진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얘들아, 일단 저놈부터 처리하자! 어디서 나타난 거지 같은 놈이 드라마를 많이 봐서 영웅 놀이를 하고 싶은 거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도 마.”손희의 명령에 몇몇 양아치들은 빠르게 김예훈에게 달려들었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던 김예훈 몸에서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팍!”김예훈의 발길질 한 방에 맨 앞에 있던 양아치가 수십 미터를 날아가다가 벽에 부딪쳐 바닥에 떨어진 채,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덜덜 떨고 있었다.뒤이어 김예훈은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를 들어 양아치의 얼굴에 던지자 순간 얼굴에 구멍이 난 양아치는 몸부림칠 기운도 없어서 바닥에 뻗어 버렸다.마지막 두 양아치가 달려들자 김예훈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칼을 발로 힘껏 차버리자 두 양아치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스르르 쓰러졌으며 이내 손가락 사이로 빨간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너무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