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혜의 표정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어린아이가 아니었기에 이 사람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때, 손희가 두 손을 비비면서 하은혜를 보며 씩 웃었다.“예쁜 동생, 무서워하지 마. 하하! 우리가 아주 소중하게 잘 다뤄줄게! 절대 무서워할 필요 없어!”모여 있던 양아치들은 옹졸하고 더러운 표정으로 하은혜를 쳐다보았고 하은혜는 나윤석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나윤석 씨, 당신은 사람도 아니에요! 전 당신의 모든 요구를 거절할 거예요! 그냥 다 같이 죽어요!”분노에 가득 찬 하은혜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손희 등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 출구를 막은 뒤, 문을 잠가버렸고 하은혜에게 도망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예쁜 동생, 벌써 가려고? 오빠는 동생과 단지 대화를 좀 나누고 싶은 거야. 절대 나쁜 일을 하려는 게 아니야!”손희 일행은 나윤석의 지시가 내려지기만 기다렸고 바로 이때, 나윤석이 실실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하은혜, 다들 호의로 이러는 거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들어.”“좋은 말로 할 때 들으라고요? 나윤석 씨, 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 당신이 날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CY 그룹을 얻으려고 그런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그저 날 모욕하고 싶었을 뿐, CY 그룹에는 이제 전혀 관심이 없는 건가요?”하은혜는 어쩔 수 없이 CY 그룹을 방패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고 이 말을 들은 나윤석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 그는 당연히 CY 그룹에 관심이 있었으며 CY 그룹만이 그를 상류층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희망이었다.“하은혜, 난 당연히 CY 그룹에 관심이 있지. 하지만 오늘 밤 네가 이곳에 온 이유도 며칠만 시간을 더 벌기 위해서 아닌가? 내 요구는 간단해. 오늘 밤 내 부하들과 잘 놀아주면 내가 삼 일의 시간을 더 줄게! 안 그러면 그 사람의 사진을 5대 강국 군대 이메일에 쫙 뿌릴 거야!”나윤석이 하은혜를 무자비하게 협박했고 그 말에 하은혜가 욕설을 퍼부었다.“나윤석 당신! 당신은 인간도 아
“악!”침대에 버려진 하은혜는 너무 아파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흘렀으며 마음속에 절망이 가득 찼다. 그녀는 나윤석이 이 정도로 양아치인 줄은 상상도 못 했으며 이런 끔찍할 짓을 저지를 줄은 더욱 몰랐다.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된 하은혜는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수모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나윤석은 이내 자기 옷을 벗어 던졌고 침대로 덮치려던 그때, 쾅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혔던 문이 누군가의 발길질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깜짝 놀란 나윤석과 손희 등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차갑고 싸늘한 눈빛으로 서있는 김예훈을 발견했고 나윤석이 버럭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당신 뭐야? 이곳은 개인 장소라는 거 몰라?”만약 나윤석이 마약을 하지 않았다면 냉정하게 김예훈의 얼굴을 살펴봤을 텐데 약 기운이 올라온 지금, 그는 그럴 생각조차 못 했으며 격한 흥분을 풀어야 하는 지금, 감히 그를 방해하는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고 여겼다.이때, 손희가 일그러진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얘들아, 일단 저놈부터 처리하자! 어디서 나타난 거지 같은 놈이 드라마를 많이 봐서 영웅 놀이를 하고 싶은 거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도 마.”손희의 명령에 몇몇 양아치들은 빠르게 김예훈에게 달려들었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던 김예훈 몸에서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팍!”김예훈의 발길질 한 방에 맨 앞에 있던 양아치가 수십 미터를 날아가다가 벽에 부딪쳐 바닥에 떨어진 채,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덜덜 떨고 있었다.뒤이어 김예훈은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를 들어 양아치의 얼굴에 던지자 순간 얼굴에 구멍이 난 양아치는 몸부림칠 기운도 없어서 바닥에 뻗어 버렸다.마지막 두 양아치가 달려들자 김예훈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칼을 발로 힘껏 차버리자 두 양아치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스르르 쓰러졌으며 이내 손가락 사이로 빨간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너무
악마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분명히 악마였다! 나윤석은 이제야 겨우 김예훈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으며 흐릿하던 모습이 선명해진 순간, 나윤석의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그 사람이다! 사진 속에 있는 그 사람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발로 손희의 머리를 힘껏 밟아서 매트 안에 넣어버렸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고개를 돌려 나윤석을 힐끔 쳐다보았다.“전… 저는… 이번… 이번 일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너무 놀란 탓에 나윤석은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고 김예훈은 책상 위에 놓인 사진을 들어보니 그 사진 속에는 몇 년 전의 자신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내 사진으로 하은혜 씨를 협박한 거 맞나요?”“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나윤석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죽어도 인정할 수 없었다. 이때, 김예훈이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윤석의 왼쪽 다리에 한 발 쏴 버렸다.“팍!”소음기가 달려있었기에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효과는 완벽했다.“으악!”나윤석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처절한 비명 소리를 냈고 김예훈이 그런 나윤석을 덤덤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내 사진을 구한 걸 보면 내 진짜 신분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건데, 그럼 말해봐요. 하은혜 씨를 어떻게 협박했어요?”“전… 그런 적 없습니다.”나윤석이 계속 고개를 젓자 팍 소리와 함께 김예훈이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고 이번에는 나윤석의 오른쪽 다리를 명중했다.“악!”비명을 지르던 나윤석이 바닥을 구르며 드디어 말을 꺼냈다.“말할게요! 말할게요! 하은혜에게 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 사진을 5대 강국의 군대에 쫙 풀어버린다고 했어요!”“그 병신들에게 풀어버린다고? 그 사람들이 내 진짜 신분을 알게 되어도 감히 날 건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김예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고 나윤석은 그런 김예훈을 보며 흠칫 놀란 표정이었으며 곁에 있던 하은혜도 똑같이 놀란 얼굴이었다. 김예훈이 혹시라
김예훈의 말에 나윤석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으며 왠지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그는 아픈 다리를 겨우 일으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연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개과천선하겠습니다! 앞으로 절대 나쁜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대표님, 이 사람 말을 절대 믿으면 안 돼요! 이 파렴치한 사람은 지킬 명예 따위도 없어요!”하은혜가 다급하게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 이 일을 겪고 난 그녀는 그제야 예전에 알던 선배가 얼마나 양아치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나윤석의 눈빛이 사악해졌지만 그걸 표출할 여유도 없이 김예훈을 보며 미친 듯이 머리를 박았다.“전 당신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도 부대의 총사령관입니다!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싹쓸이한 총사령관입니다! 당신은 우리 한국의 수호신입니다! 당신 같은 위인은 절대 대한민국의 국민을 죽이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한 마리의 개나 바퀴벌레에 불과합니다. 귀하신 분 손에 죽을 자격도 없습니다. 저를 죽이면 귀하신 분 손만 더럽혀질 겁니다! 저를 그냥 지나가는 공기라고 생각해 주세요!”나윤석은 고개를 들어 김예훈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며 이 정도까지 얘기했으니 김예훈은 그를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외국에서도 이런 레전드급 대단한 인물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위협이 전혀 되지 않는 약자들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기에 죽이기도 귀찮아했다.“당신은 확실히 제 손에 죽을 자격이 없어요. 하지만 그쪽 말이 저에게 큰 깨달음을 줬어요. 당신 같은 사람은 나라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거든요. 군사들이 앞장서서 나라를 위해 피 터지게 싸우는데 당신 같은 바퀴벌레들은 그 조그마한 이익 때문에 조국의 비밀을 아무렇지도 않게 누설하고 있네요! 당신은 내 손에 죽을 자격이 없지만 당신 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살아있으면 저희가 힘들게 지켜낸 평화가 그만큼 위험해지는 거거든요. 당신이 죽지 않으면 최전방에서 싸우고
W 호텔 1층에 번화가가 있었고 날씨도 너무 좋았기에 놀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김예훈이 하은혜를 안고 다니자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키가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긴 남자가 어여쁜 미인을 안고 다니는 모습에 사람들은 드라마 촬영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서 쳐다보았고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하은혜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대표님, 저를 내려 주시면 안 돼요? 저 혼자 걸을 수 있을 거 같아요.”피식 웃던 김예훈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주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그들을 향해 있었다.바로 이때,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사람들 속에서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와 김예훈을 아래위로 쓱 훑더니 그가 돈이 없어 보이자 그제야 하은혜를 보며 싱긋 웃었다.“안녕하세요. 혹시 대화 좀 할 수 있을까요?”“네? 혹시 저 알아요?”흠칫하던 하은혜가 묻자 남자가 매너 좋은 웃음으로 화답했다.“전 진주시 이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송하용이라고 합니다. 아가씨의 이미지나 분위기가 상위 1프로인 것 같은데 저희 회사에서 조금만 만져주면 아가씨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어요!”송하용은 말을 하며 하은혜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넸고 하은혜는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전 연예인에 관심이 없습니다.”그녀의 말에 송하용은 깜짝 놀란 눈치였다. 진주시의 이한 엔터테인먼트는 진주시 이씨 가문에 소속된 큰 회사로 매년 슈퍼스타를 만들어 냈고 유명한 연예인들도 많았다. 오디션 기회를 얻기 위해 수많은 미인들이 송하용에게 들이댔는데 그를 거절한 사람은 하은혜가 처음이었다. 그는 또다시 하은혜를 아래위로 훑다가 탐욕스러운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송하용은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를 만나봤지만 하은혜처럼 몸매와 외모, 그리고 분위기까지 완벽한 여자는 처음이었다.송하용은 자신이 이 자리에서 하은혜를 데려가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기에 하은혜에게 다가가 단호하게 말했다.“아가씨, 이렇게 예쁜 얼굴로 슈
송하용은 김예훈을 표독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이 남자 때문에 연예인을 안 하고 싶은 거예요? 이 봐요. 당신같이 온몸에 걸치고 있는 옷을 다 더해도 2만 원도 안 되는 사람은 저렇게 예쁜 여자 곁에 서 있을 자격이 없어요! 당신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에 슈퍼스타를 잃게 되면 당신은 죄인이라고요!”송하용의 말에 김예훈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으며 어떻게 저런 말을 저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예훈은 송하용을 외면한 채, 하은혜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가요. 저녁 먹어야죠.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맛있는 식당이 있어요.”“네.”하은혜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김예훈의 손을 잡고 떠났고 두 사람이 떠난 뒷모습을 보며 송하용의 눈빛이 악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그는 진주시에 있을 때 단 한 번도 이런 수치와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기에 지금 이 순간, 김예훈을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한참 뒤, 송하용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세자, 저 송하용이에요. 오늘 번화가 쪽에서 완전 초대박 미인을 봤는데 세자 입맛에 딱 맞을 거 같아요! 네! 지금 당장 사진을 보내드릴게요!”이내, 송하용은 조금 전에 몰래 찍은 하은혜의 사진을 보냈다.한편, 한 고급 장원에서.진주시 이씨 가문의 세자 이장우가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확인하던 순간,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하은혜?”그는 전에 하씨 가문에 혼인을 제안하러 갔을 때 하은혜를 본 적이 있었고 그때부터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여겼는데 사진 속의 하은혜가 다른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을 줄은 몰랐다.더군다나 이장우도 이 남자를 알고 있었다. 임씨 가문의 손녀사위, 김예훈이었다.“재밌네! 데릴사위 따위가 감히 내 여자를 넘봐! 어쩐지 저번에 공항에서 나를 협박까지 하더니! 하은혜 이 여자를 위해서 그랬던 거였어!”순간, 이장우의 얼굴에 괴이한 웃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은혜를 위해 이장우는 심지어 윤씨 가문과 나씨 가
이장우 같은 사람은 명품 따위로 자신의 신분을 돋보이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입고 있는 정장 자체가 이탈리아 최고 디자이너가 그를 위해 손수 제작한 옷이고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도 맞춤 제작품으로 그 가격은 100억 정도였으며 전 세계적으로 한정판이었다.그가 몸에 걸치고 있는 물건들은 보통 사람은 특별한 점을 모르지만 아는 사람은 한눈에 알아볼 정도였다.일반인뿐만 아니라 일류 가문에서도 이렇게 갖추려면 평생 돈의 노예가 되어야 할 것이다!진주시 이씨 가문은 한국 10대 명문 가문은 아니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았다. 이런 거물급 인물이 나타나면 성남시 1인자는 물론, 경기도 1인자 하정민도 그의 체면을 봐줘야 할 것이다.이때, 이장우가 김예훈을 무시한 채, 천천히 하은혜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하은혜 씨 아닌가요? 하은혜 씨는 제 구역에서 식사를 하시면서 왜 저에게 전화를 하지 않으셨어요? 제 부하들이 혹시 실수라도 저질렀으면 제가 너무 미안할 뻔했잖아요.”“이장우 씨 당신이네요!”하은혜는 이장우를 보자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하씨 가문에 혼인 제안을 하러 온 사람들 중 그가 맨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하은혜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으며 서울 하씨 가문의 뜻에 의하면 그녀를 무조건 이장우와 결혼시킬 생각이었다. 저번에 블랙티 레스토랑에서 김예훈은 서울 하씨 가문 사람들과 만난 적이 있지만 결국 유쾌하지 못하게 헤어졌었고 그 뒤로부터 이장우가 여러 번이나 찾아왔기에 이씨 가문의 세자에 대해 하은혜는 이미 짜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왜요? 하은혜 씨 표정을 보니 식사가 별로 맛이 없었나 보네요?”이장우가 웃는 얼굴로 손바닥을 몇 번 치더니 부하에게 레스토랑 셰프를 데려오라고 했고 다음 순간, 팍 소리와 함께 셰프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식사하러 오신 하은혜 씨는 제 약혼녀예요. 몰랐어요? 하인 주제에 앞으로 모셔야 할 주인도 못 알아보면서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어요? 데려가서 정신 차릴 때까지 때려!”이내, 깡패 두 놈이 살려달라
“그런데 하은혜 씨는 이렇게 중요한 혼사를 의논하는 와중에 대놓고 다른 남자와 거리에서 돌아다녀요? 이번 일로 제가 하씨 가문에 찾아가서 따지기라도 하면 이 남자는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이장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니꼬운 듯 쳐다보았다. 예전에 그는 단지 바퀴벌레 같은 김예훈과 괜히 말을 섞기 싫었는데 지금 그 바퀴벌레가 눈앞까지 기어 왔으니 당연히 밟아 죽이는 게 마땅했다.이장우의 말에 하은혜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서울 하씨 가문의 파급력을 그녀도 잘 알고 있기에 만약 진주 이씨 가문에서 정말 따지고 들면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씨 가문은 김예훈을 혼낼 것이다.더군다나 이미 퇴역한 김예훈은 아무리 예전에 총사령관이었다고 해도 두 거물급 가문을 상대하진 못할 것이며 특히 서울 하씨 가문은 10대 명문 가문이며 하씨 가문의 어르신은 9대 장로 중 한 명이었다!이런저런 생각에 하은혜가 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이장우 씨, 우리 두 사람 일에 다른 사람까지 들먹이지 맙시다! 제가 당신과 결혼할지 안 할지는 제 선택이에요. 당신이 진정한 남자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 주세요!”“싫다면요?”이장우가 장난기 넘치는 말투로 되묻자 하은혜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장우를 빤히 쳐다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김예훈에게 말했다.“대표님, 먼저 가세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그녀의 말에 김예훈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은혜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입을 열었다.“으이그,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제가 조금 전에 말했잖아요. 은혜 씨를 건드리고 싶은 사람은 일단 제 시체를 밟고 지나가야 할 거라고요.”이장우는 김예훈을 빤히 쳐다보며 그가 죽고 싶어 환장하는 사람으로 보였다.바로 이때, 송하용이 레스토랑 구석에서 나타나 이장우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한 뒤,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장우 도련님, 저 사람은 너무 건방져요. 도련님을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어요. 근데 도련님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