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02화

Author: 윤지
민수아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엄청 점잖고 고고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밌는 줄은 몰랐네.”

그녀는 눈물을 닦더니 말을 이어갔다.

“맛있는 거 빨리 먹자. 안 그러면 다 식겠어.”

“그래.”

순수한 민수아에게 서다희가 정말 상처를 준다면 박민정은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서다희와 추경은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자리를 떴다.

박민정과 민수아도 따라 나갔다.

추경은은 서다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다희 오빠, 저 돌아가기 싫어요.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

서다희는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1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안 돼요. 여자친구에게 11시 전에 돌아가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럼 전화해서 저랑 같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 안 돼요?”

추경은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서다희는 그녀가 그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

“말 들어요. 운전기사한테 두원 별장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두원 별장에 돌아가기 싫어요. 거기 가면 또 새언니한테 괴롭힘을 당할 거라고요.”

서다희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두원 별장에서 박민정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용인을 괴롭힌다는 말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설마 지금 사모님을 질투하고 있는 건가?’

“그럼 호텔을 예약해 줄게요.”

“여자 혼자서 호텔에 있는 건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추경은은 계속해서 졸라댔다.

서다희를 완전히 자기 옆에 묶어두고 이용해서 유남준을 차지할 계획이었다.

서다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돌아가야 했으니 말이다.

아니면 민수아는 걱정할 것이다.

“진짜 가야 해요. 경호원을 붙여줄 테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추경은 서다희가 떠나려고 하자 그에게 와락 안겼다.

“다희 오빠, 고마워요.”

서다희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혼자 차에 올라탄 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떠나자마자 추경은은 눈가의 눈물을 닦고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어렵게 진주에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03화

    추경은은 민수아에게 뺨을 맞고 난 후 한참 동안 멍해졌다.정신을 차리고 쫓아가려 했지만 민수아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민수아는 가까운 곳에 주차된 박민정의 차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추경은이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속이 좀 후련했다.“잘했어.”박민정이 말했다.“고마워.”민수아는 소매를 걷었는데 빨갛게 부어오른 손바닥을 발견했다. 그만큼 추경은을 때릴 때 얼마나 힘을 줬는지를 설명했다.그녀는 또 아까 녹음한 파일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다 녹음했어. 서다희에게 들려줄 거야. 그럼 더 이상 변명할 여지도 없겠지.”“급할 것 없어.”박민정은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추경은은 얼굴을 감싸고 있었는데 민수아를 찾을 수 없어 휴대폰을 꺼내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하지만 서다희가 민수아를 진심으로 사랑해 그녀의 편을 든다면 자기에게 불리할 수 있었다.추경은은 유남준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 서다희는 그저 도구일 뿐이었다.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결국 이 일을 꾹 참고 넘기기로 했다.휴대폰을 확인했는데 놀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그녀는 진주에서 가장 큰 클럽으로 향해 멋있는 남자들과 놀기로 했다.그러나 추경은은 자신을 미행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그 사람들은 이제 박민정과 민수아가 아닌, 박민기의 부하들이었다.박민정은 임신하고 있었기에 추경은을 계속 미행할 수 없어 차에 누웠다. 그리고 정민기더러 사람을 보내 추경은을 미행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민수아도 옆에서 자고 있었다. 기분이 불쾌해져 서다희가 거듭 전화를 했음에도 받지 않았다.그녀는 서다희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은 친구 집에 왔어. 안 돌아갈 거야.]서다희는 그 문자를 보고 실망했지만 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민수아는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결국 서다희는 또다시 문자를 보냈다.[자기야, 왜 전화를 안 받아?][친구 집에서 있다고 했잖아. 다 잠들었는데 전화 받으면 깨울 것 같아서.][알겠어. 그럼 내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04화

    아무도 서다희에게 답을 알려줄 수 없었다.그는 사람 시켜 조사하고 싶었지만 민수아가 알게 되면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유남준은 오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김인우도 함께 왔는데 그 소식을 듣고 한숨을 푹 쉬었다.“이거 정말 골치 아프네.”하지만 유남준의 반응은 무덤덤했다.“남준아, 안 돌아갈 거야? 형수 임신 중이잖아.”김인우는 요즘 박민정을 많이 걱정했기에 유남준을 당장이라도 집에 보내고 싶었다.“내가 준 돈으로 임신 중 필요한 건 다 해결할 수 있어.”유남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러고는 또 서다희에게 물었다.“오늘 추경은 쪽에서 무슨 소식 없었어?”서다희는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없었어요...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요.”서다희는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돌아오더니 유남준에게 말했다.“전화를 받지 않네요.”유남준은 더 묻지 않았다.김인우는 오늘 이 두 사람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두 사람 모두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다.“다희 씨, 여자친구랑 싸웠어요?”김인우는 농담조로 말했다.서다희는 정신을 차린 후 김인우를 차갑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인우는 자기가 무심코 한 질문이 맞아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조금 놀랐다.서다희 같은 성실한 사람이 여자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김인우는 속으로 안도했다.‘다행이야. 난 신경을 쓸 여자도 없다고. 두 사람처럼 절대 여자 문제에 휘둘리지 않지.’...호산 그룹, 옥상.추경은은 어제 너무 늦게까지 놀았는지 오늘 아침에도 돌아오지 않았다.그래서 박민정은 혼자 출근했다.홍주영은 박민정이 다른 부잣집 사모님처럼 그저 형식적으로 회사에 나오기만 할 줄 알았지만 박민정은 어제 대부분의 회의 자료를 읽고 정리까지 마친 상태였다.홍주영은 박민정에게 더욱 호감을 느끼며 문을 두드린 후 들어왔다.“사모님, 오늘 대표님과 함께 클라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05화

    유남우는 주현승이 박민정 때문에 회사 이미지를 망칠 수 있다는 말에 얼굴색이 금세 어두워졌다.“그래요?”유남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주현승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는 웃으며 말했다.“장난이에요. 사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미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법이죠.”주현승은 유남우가 온화하고 겸손한 후배이지, 유남준처럼 잔인한 성격이 아니라는 생각에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유남우는 더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아, 먼저 가서 쉬고 있어.”박민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여기 계속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요?”“그래. 가도 돼.”“알겠어요.”박민정도 더는 이곳에 남아 주현승의 불쾌한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휴게실로 향했다.그녀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골프장 밖에서는 비명과 용서를 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주변 사람들은 경호원에 의해 막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시닉 그룹의 대표가 지금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있었다.“유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대표님이 좋아하시는 여자란 걸 정말 몰랐습니다. 무례하게 굴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주현승은 무릎을 꿇은 채 사과했다.유남우가 손에 든 골프채는 주현승을 때릴 때 이미 휘어져 있었다.주현승은 바닥에 엎드렸는데 상처투성이가 되어 벌벌 떨며 말했다.“유 대표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유남우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골프채를 옆에 던졌다.“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요.”“네. 알겠습니다.”주현승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는 겨우 목숨을 건진 줄 알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더 끔찍한 일이었다.몇 명의 경호원이 그를 끌고 갔다.유남우는 손을 깨끗이 씻고서야 휴게실로 향했다.박민정은 의자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이고 있었다.유남우는 잠이 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그의 손이 박민정에게 닿으려는 순간, 그녀는 눈을 떴다.“다 끝났어요?”박민정이 의아해하며 물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06화

    박민정은 택시 탄 후 운전기사더러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유남우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몰래 그녀의 뒤를 따라 뭐 하러 가는지 지켜보려고 했다.병원에서.윤소현은 합의서를 꽉 쥔 채 한수민을 노려보며 말했다.“어떻게 해야 나와 연을 끊겠어요?”한수민의 배에서는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하지만 윤소현이 주는 정신적인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소현아, 나는 네 친엄마야. 어떻게 나랑 연을 끊을 생각을 해?”윤소현은 한수민이 계속 동의하지 않자 짜증이 났다.“이렇게 빌게요, 네? 나 같은 딸이 없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한수민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렇게 예뻐하던 딸이 자기를 이렇게 대할 줄은 전혀 몰랐다.“동의하면 모든 의료비와 생활비를 부담할게요. 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윤소현이 또 협박했다.병실 안은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박민정이 도착하자 간병인은 서둘러 그녀에게 달려갔다.“박민정 씨, 왜 이제야 오셨어요? 동생을 좀 말려보세요. 자기 친엄마와 연을 끊겠다는 걸 보니 정말 양심이 없는 것 같아요.”박민정은 재미난 구경을 보러 온 것이지, 윤소현을 비난하거나 한수민을 도우러 온 건 아니었다.“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인 후 병실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윤소현과 한수민은 발소리를 듣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박민정을 발견하자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었다.“소현아, 오늘 일은 내가 못 들은 걸로 할 테니까 얼른 돌아가.”한수민은 박민정에게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윤소현도 오늘은 합의서에 사인받지 못할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는 자리를 떴다.밖으로 나간 후 차가운 목소리로 간병인에게 말했다.“앞으로 저 사람을 돌볼 필요 없어요. 월급을 주지 않을 거니까요. 아줌마는 해고예요.”간병인은 어이가 없어 벌컥 역정을 냈다.“윤소현 씨, 이런 짓은 왜 하는 거예요? 천벌 받는 게 두렵지도 않아요?”윤소현은 코웃음을 쳤다.“천벌이요? 천벌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07화

    윤소현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바로 거짓말을 지어냈다.“계모가 암에 걸렸다고 했잖아요. 계모를 보러 왔어요.”“그래? 그럼 왔던 김에 뵈러 가면 좋겠는데?”유남우는 윤소현이 어떻게 거짓말을 이어 나가는지 보고 싶었다.윤소현은 즉시 거절했다.“괜찮아요. 지금 주무시고 있으니까 방해하지 마요.”“알겠어.”윤소현은 아직 이용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으니 이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되었다.차가 출발하여 서서히 병원을 떠났다.병실 안에서.한수민의 머릿속에는 윤소현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내 엄마는 정수미뿐이야.”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얌전하고 착할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딸이 다른 사람을 엄마로 받아들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박민정이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한수민의 말라붙은 얼굴은 생기가 없었다. 눈동자도 초점을 잃어 기운이 없어 보였다.박민정이 간병인에게 말했다.“한 여사님과 단둘이 있게 해주실 수 있나요?”“네, 알겠습니다.”간병인은 박민정을 믿고 병실을 나섰다.간병인이 떠나자 병실 안은 박민정과 한수민만 남아 유난히 조용했다.박민정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여사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한수민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는 아련한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봤다. 왜인지 모르지만 후회가 몰려왔다.박민정이 물었다.“아버지 사고, 여사님과 관련이 있죠?”그 말은 폭탄처럼 한수민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그녀는 즉시 부인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 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정말이에요? 그런데 아버지가 탔던 차, 여사님이 전날에 운전했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차에 여사님 혼자밖에 없었고요.”박민정은 목이 메었다.“또 차의 브레이크 패드에 문제가 있다는 게 발견되었어요. 그건 절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고요.”한수민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뭐?”박민정은 한수민이 아직도 모르는 척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직도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08화

    한수민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바로 그녀를 제지했다.“안 돼! 박민정에게 말하면 나... 나 당신 앞에서 죽어버릴 거야.”한수민은 이 방법으로 간병인을 협박할 수밖에 없었다.간병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렇다고 계속 박민정 씨를 속일 수는 없잖아요. 지금 사모님이 누리고 있는 모든 건 박민정 씨가 제공한 거잖아요. 양심이 있다면 진실을 얘기해요.”한수민은 간병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감히 진실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내가 죽기 전에 말할게.”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두원 별장에 도착하자 추경은이 돌아온 걸 발견했다.어제 클럽 갔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얌전하고 착한 모습이었다.추경은의 얼굴에는 아직도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다.어젯밤 민수아가 꽤 세게 때린 모양이었다.“새언니, 돌아오셨어요? 어제 친구에게 아이 돌보는 방법을 배우러 가서 늦게 돌아왔어요. 윤우를 더 잘 돌봐야죠. 설마 화가 나신 건 아니죠?”박민정은 의아해서 물었다.“경은 씨 친구도 아이가 있어요?”“네. 나이가 비슷한데 아들이 네 살이거든요.”추경은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었다.“그랬군요. 수고 많았어요.”박민정이 말했다.“아니에요. 수고는 무슨.”추경은은 박민정을 속였다고 생각해 저도 모르게 코를 만졌다.옆에서 과일을 먹고 있던 박윤우도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 눈치챘다.“경은 이모, TV에서 심리학자가 말한 걸 봤는데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하는 움직임이 있대요. 경은 이모가 계속 코를 만지고 있던데 거짓말을 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추경은은 코를 만지던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있겠어?”그녀는 또 손에 있던 물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박윤우는 조용히 그녀를 보며 또 말했다.“참,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물을 마시면서 자신을 감추려고 한다고도 했거든요.”“...”할 말을 잃은 추경은은 물컵을 내려놓았다.박민정은 제 발 저린 추경은을 보고 웃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09화

    밤이 되었다.추경은은 침대에 누워 잠들었는데 갑자기 방 안에서 ‘따르릉’ 소리가 울렸다.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녀는 불을 켰는데 그 소리는 다시 사라졌다.“이상하다. 꿈인가?”추경은은 불을 끈 후 다시 잠들었다.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서 다시 막 잠들려는 순간 ‘따르릉’ 소리가 또다시 울렸다.이번엔 꿈이 아닌 게 확실했다.“어디서 난 소리지? 설마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인가?”추경은은 휴대폰 전원을 끈 후 다시 잠을 청했다.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갑자기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우우...”비몽사몽한 추경은은 등골이 오싹해졌다.놀라서 깨어난 그녀는 더 이상 잠들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몸을 움츠렸다.“설마 귀신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추경은은 결국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 날, 박민정이 아침을 다 먹고 출근 준비를 할 때까지도 추경은은 깨어나지 못했다.박민정은 똑같이 되갚아주기 위해 혼자 회사로 가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경은 씨가 너무 깊이 자서 깨우기가 미안하네. 오늘도 혼자 출근하는 날이네요.]박민정은 고영란이 한가할 때 SNS를 자주 확인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자질은 그녀도 할 수 있었다.박민정은 이 게시물을 고영란에게만 보이도록 설정했다.추경은은 고영란의 연이은 전화벨 소리에 겨우 깨어났다.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의 본성이 드러났다.“누구야? 왜 자는데 방해를 해?”“10시인데 아직도 자고 있어?”고영란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고영란이 추경은더러 박민정과 함께 회사로 출근하라고 한 이유는 임신한 박민정을 잘 돌보라는 뜻이었지, 두원 별장에서 편하게 지내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추경은 고영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휴대폰을 보니 정말로 10시가 넘었다.어젯밤 방 안에서 계속 소리가 나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이모, 죄송해요. 지금 바로 일어날게요.”추경은은 급히 일어나 방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이상한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찾기 시작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찾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10화

    박민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박민정?”유남준은 확신이 없었는지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렀다.“무슨 일이에요?”박민정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유남준은 이 번호 주인이 박민정인 걸 확인하고는 조금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호산 그룹에 출근하지 마.”“왜요?”박민정은 황당할 뿐이었다.호산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회사를 운영하는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이유는 없어. 그냥 내 말 들어.”유남준이 말했다.박민정은 그의 말투를 듣고 그가 아직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는 걸 직감했다.“이유도 말하지 못하면서 내가 왜 남준 씨 말을 들어야 해요?”‘아직도 내가 옛날의 박민정으로 알고 있는 거야?’“다른 일 없으면 먼저 끊을게요.”박민정은 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끊었다.유남준은 끊긴 휴대폰을 바라보며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그의 옆에 있던 서다희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힘이 빠진 채로 의기소침해 있었다.서다희는 오늘도 민수아와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기 앞에서 애교를 부리던 약혼자가 이틀 전 밤부터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겁이 없네. 감히 내 전화를 끊어?”유남준이 말하고는 또 서다희에게 물었다.“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도 이랬어?”서다희는 의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네? 누가요?”“너 요즘 도대체 왜 이래?”유남준은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다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서다희마저 변해버린 듯했다.서다희는 유남준이 화를 내자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대표님, 요즘 여자친구가 이유도 없이 외박을 하거든요. 걱정이 돼서 그러는데 오늘 하루 휴가를 내도 될까요?”유남준은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자 문제였다.“가.”“대표님, 감사합니다. 빨리 처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서다희는 외투를 챙기고 서둘러 자리를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62화

    방 안에서는 이미 유성혁이 상의를 벗은 채 박민정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그때, 최현아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여보!”“뭐야?” 유성혁은 갑작스러운 방해에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유남준이 돌아왔어요.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까 얼른 옷부터 입어요!” 최현아가 다급하게 외쳤다.유성혁은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서둘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어떡하지? 어떡하지? 유남준이 내가 박민정과 함께 있는 걸 알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에요. 얼른 옷 다 입고 숨어요. 여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요.” 최현아가 단호하게 말하자 유성혁은 허겁지겁 옷을 걸쳐 입으며 당부했다.“꼭 나랑 관련 없는 일처럼 해줘. 아직 아무것도 못 했다고!”“알았어.” 최현아는 그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를 방에서 밀어내고 나서야 최현아는 박민정 쪽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동서.” 그녀는 살며시 불렀다.박민정은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최현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유남준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기를.그녀는 박민정의 몸을 가볍게 감싸 이불을 덮어준 후, 소파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다.잠시 후, 약효가 다소 풀렸는지 박민정은 흐릿한 눈빛으로 천천히 눈을 떴는데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그때였다.쿵!문이 거칠게 열리며 유남준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민정이는 어디 있어요?”최현아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앞을 막아섰다.“남준 씨! 갑자기 웬일이에요? 마침 남준 씨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요.”유남준의 얼굴은 싸늘하기만 했다.“민정이는요?”“아마 술을 잘 못 마셔서 그런가 봐요. 지금 쉬고 있어요. 원래 남준 씨 방으로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전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최현아가 태연한 척 대답했다.분명 박민정은 오늘 칵테일을 한 모금 정도 마셨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그냥 음료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61화

    박민정은 홀로 홀 대각에 앉아 있다가 어딘가 불편한 기운이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이 감각... 낯설지 않았다.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최현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동서, 벌써 가려고?”“네. 몸이 좀 안 좋아서 먼저 가볼게요.”최현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내가 바래다줄까? 어차피 나도 딱히 할 일 없는데.”“아니에요, 괜찮아요.”박민정이 정중히 거절하자 최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물었다.“그런데 남준 씨는? 어디 갔어?”“일이 있어서 나갔어요.”그 말을 듣자 최현아의 눈빛이 살짝 누그러졌다.“그래? 그럼 다행이네. 내가 데려다줄게, 길을 잃으면 곤란하잖아.”“괜찮아요. 길은 기억하고 있어요.”설령 잊는다 해도 하인들에게 물으면 될 일이었다.박민정은 가볍게 웃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걸음을 옮길수록 몸이 이상했는데 발이 휘청이고 머리가 묘하게 어지러웠다.최현아는 그녀의 상태를 눈치채고도 모르는 척 다가왔다. 이대로 그녀를 그냥 보낼 리 없었으니까.“괜히 사양하지 마.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최현아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가 따라오든 말든 지금은 어서 이곳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하지만 점점 시야가 흐릿해졌다.혹시 몸에 다시 문제가 생긴 걸까? 머릿속이 어지럽고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마지막 남은 의식으로 박민정은 힘겹게 입을 뗐다.“...구급... 구급차를 불러줘요...”그러나 그녀가 완전히 쓰러지기 직전, 최현아가 그녀를 붙잡았는데 그녀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구급차? 정말 순진하기도 하지.”최현아는 비웃듯 말하며 박민정을 외딴 곳으로 끌고 갔다. 곧 어둠 속에서 몇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최현아가 지시한 대로 움직였다.박민정은 서쪽에 있는 빈집으로 실려 갔다.최현아는 남자들을 향해 싸늘하게 경고했다.“오늘 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60화

    박민정이 고개를 들자 날카로운 기색이 어린 최현아의 시선과 마주쳤다.“여기서 혼자 뭐 하고 있어? 저쪽에서 사촌 언니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같이 갈래?”최현아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요, 전 혼자가 좋아서요.”박민정은 조용히 거절했다.최현아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걸었지만 그 눈빛은 싸늘했다.“그래? 알겠어.”박민정은 그녀가 이대로 물러설 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최현아는 곁에 앉았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자 최현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사실 나도 시끄러운 분위기는 별로야. 어차피 동서도 혼자고, 나도 혼잔데, 같이 있어도 괜찮잖아?”이렇게 나오니 박민정은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게다가 여기는 유씨 가문 안이었기에 자신이 뭐라고 그녀를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박민정은 시선을 돌려 멀리 있는 유씨 가문의 젊은 친척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서로 어울려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사이, 최현아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슬쩍 박민정의 잔을 힐끔거렸다. 그녀의 눈동자에 교활한 빛이 스쳤고 이내 일부러 놀란 척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동서, 이것 좀 봐.”그녀가 화면을 내밀자 박민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화면에는 에릭에 대한 연예 뉴스가 떠 있었다.박민정이 그 기사를 읽는 사이, 최현아는 잽싸게 손을 뻗어 박민정의 잔을 건드렸다. 긴장한 듯한 그녀의 손길이 빠르게 움직였다.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에릭 씨, 동서네 회사 직원 맞지? 설마 남자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가십 뉴스잖아요. 아마 거짓일걸요.”박민정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에릭이 그런 취향이라면 연지석과 그렇게 티격태격할 리가 없었다. 연지석처럼 잘생긴 남자가 앞에 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면 그건 정말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였다.“그렇지? 요즘 매체들은 자극적인 소문을 너무 많이 퍼뜨려.”최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거두었다. 그러더니 문득 박민정에게 물었다.“오늘 밤엔 안 돌아가겠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9화

    “뭐?”유성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고 곧이어 바닥에 침을 뱉으며 비웃었다.“그 여자, 가식 떨기는 끝내주더니. 진짜 정절을 지키는 여자인 줄 알았잖아. 그리고 유남준,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어째서 자기 동생 하나 제대로 손보지도 못하는 거야?”유성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손에 넣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불쾌했다.최현아는 그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는데 그가 무슨 더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훤히 꿰뚫고 있었다.그러나 이제 와서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여보, 당신이 예전부터 그 여자를 원했던 거, 난 다 알고 있어요. 내가 도와줄게요.”유성혁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당신은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당신밖에 없어.”최현아는 그가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모습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당신이 날 사랑하는 건 알지만 동시에 여전히 민정 씨를 갖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난 다른 여자들처럼 질투하고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그녀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긴 듯했다.유성혁은 원래부터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순간적으로 그의 흥미가 자극되었다.“당신 정말 최고야. 하지만 박민정은 너무 고고한 척하는 년이잖아. 절대 동의하지 않을걸? 그리고 유남준이 알면 난 팔다리가 부러질 거라고.”최현아는 그가 결국 겁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여보, 당신은 참 어리석어요. 민정 씨가 거절하는 건 당신이 어디 가서 이 사실을 떠벌릴까 봐 그런 거죠. 내가 잘 설득하면 오늘 밤엔 당신 것이 될 거예요.”“정말이야?” 유성혁의 눈빛이 반짝였다.“당연하죠. 그러니까 깨끗하게 씻고 기다리고 있어요.” 최현아는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유성혁은 기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좋아! 약속한 거다!”그는 들뜬 표정으로 손을 비비며 자리를 떠났다.최현아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8화

    박민정은 유남준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자 마치 새롭게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남준 씨,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녀가 감사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앞으로 나한테 고맙다는 말 하지 마.”둘은 부부였으나 박민정은 늘 그에게 예의를 차렸다.이 말에 박민정은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아, 미안해요, 깜빡했어요.”“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마.” 유남준이 덧붙이자 박민정은 말문이 막혔고 무슨 말을 해도 틀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알겠어요.” 그녀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숙였다.그 모습을 본 유남준은 다시금 마음이 아려왔다. “가자, 좀 쉬어야지.”“네.”박민정은 그의 뒤를 따라 두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그곳에 도착하자 유남준은 하인들을 모두 내보냈고 집 안에는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이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던 박민정은 소파에 앉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듯 말했다. “맞다, 아이들은요?”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처리하던 유남준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아이들은 본가에서 안전해. 게다가 오늘 가문의 여러 친척들도 모일 건데 아이들이 그 사람들과 친해지면 나중에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야.”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리를 비우는 게 실례가 되진 않을까요?”“아니.” 유남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어.”그의 말에는 어떠한 허세도 섞여 있지 않았고 박민정은 그의 능력을 믿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어젯밤 잠을 설친 탓인지 그녀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업무를 처리하던 유남준은 가끔씩 시선을 들어 그녀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예전에는 일할 때 누구도 그의 집중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지 박민정이 그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꾸만 시선이 가는 것이었다.그가 얼마나 그녀를 바라보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7화

    “아버지, 드세요. 이건 제가 직접 정성 들여 고운 탕이에요. 백세를 넘긴 한의학자의 비법을 배워 만든 거라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꽤 걸렸어요. 드시면 장수하실 거예요.”유석진이 아부하듯 말하자 유명훈의 눈이 반짝였다.“정말이냐?”“그럼요. 제가 아버지를 속이겠습니까? 제가 해외에서 돌아온 이유도 아버지를 잘 모시고 장수하시게 하려는 거죠.”유석진은 유남준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아버지와 달리, 유명훈의 환심을 사는 데 능숙했다.그래서인지 유명훈은 늘 그쪽을 편애했다.“석진아, 우리 집에서는 네가 가장 효심이 깊구나.” 유명훈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물론 이 나이가 되면 누구나 늙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안다.하지만 유명훈은 늙고 싶지 않았고 죽음은 더더욱 두려웠다. 그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병원에서 수혈을 받기까지 했다.“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동생과 아이들도 다 효심이 깊어요.” 유석진은 의미심장한 눈길을 유남준에게 보냈다. “그렇지, 남준아?”유남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고 말로 유명훈도 그의 성격을 아는 터라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모두에게 자리를 권했다.“다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으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히 있어라.”그렇게 말했지만 모인 이들은 각자 복잡한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유명훈은 문득 박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민정아.”“네, 할아버지.” 박민정이 공손하게 대답하자 유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불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박민정에게로 향했다.“민정아, 넌 이제 우리 유씨 가문의 중요한 일원이야. 네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떠냐?”“많이 나아졌어요.” 박민정은 조용히 대답했다.“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완전히 회복되면 가정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회사 일은 남준이에게 맡기고 말이다.”유명훈은 여자는 집에서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그가 유남준과 박민정의 결혼을 허락한 것도 당시 박민정의 가문이 유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6화

    박민정은 그에게 안긴 채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고 가슴 한편이 알 수 없는 먹먹함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가만히 손을 들어 유남준의 등을 두드렸다. “됐어요, 이제 괜찮아요. 자요.” 유남준은 그녀를 더 꼭 끌어안더니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박민정은 저항하지 않고 그의 품에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그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풀어냈다.이제는 그녀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는 발코니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수많은 생각에 잠겼다.새벽 여섯 시가 되자 유남준은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자신에게 덮여 있는 담요를 내려다보며 멍하니 있었다.희미한 기억 속에서 그가 돌아왔을 때 박민정이 곁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녀는 지금 어디로 간 걸까?혹시 꿈을 꾼 걸까 싶어 그는 2층 방으로 올라가 욕실에서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잠을 청했다.박민정은 그의 움직임을 들었지만 상태가 괜찮아 보이자 조용히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아침 여덟 시, 유남준은 평소처럼 정시에 일어났고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그는 우아한 태도로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했는데 박민정은 그의 맞은편에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바라보다가 놀라고 말았다.어젯밤 그렇게 술을 마셨는데 오늘은 마치 전혀 취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보였다.유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감지하고는 눈을 들어 그녀의 맑은 눈과 마주쳤다. “왜?”“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박민정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식사를 이어갔다.두 아이도 식탁 위의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결국 참지 못한 박윤우가 작은 목소리로 여름 박예찬에게 물었다. “형, 나 왜 집이 이상한 것 같지?”“조용히 하고 만두나 먹어.”“아, 응.”아침 식사를 마친 후, 가족들은 청명을 맞아 조상을 기리기 위해 본가로 향했다.차가 본가 대문 앞에 멈추자마자 고영란이 반갑게 달려 나왔다. “윤우야, 예찬아, 어서 할머니한테 오렴.”유남우도 그녀 옆에 서서 서슴없이 박민정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5화

    유남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택배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확인했는데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박민정은 다가가기가 너무 부끄러워 멀리서 그 여자 형체랑 똑같이 제작된 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마음에 들어요? 저는 상관없긴 하거든요.”유남준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이런 기괴한 물건에 그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박민정에게 물었다.“민정아, 이건 너무하다고 생각되지 않아?”그의 말에 박민정은 깜짝 놀랐다.“왜요?”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서 구매한 물건이었다.“오해하지 말아요. 사람마다 생리적 욕구가 있기 마련이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희는 부부잖아요. 그렇죠?”유남준은 그녀가 자기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역시나 박민정은 그가 왜 화 났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그의 뒤를 따라가며 다시 설명했다.“원래는 다른 여자를 찾아주려고 했는데 그래도 저희는 현재 부부잖아요. 또 제가 기억을 잃기 전에는 서로 사랑했다고 해서 그렇게 처리하는 건 아닌 것 같았거든요.”유남준은 순간 머리가 아파서 소파에 털썩하고 앉았다.“알겠으니까 그만 말해.”‘날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지?’‘그저 성욕을 못 참아서 안달 난 짐승으로 생각하나?’박민정은 그제야 입을 꾹 닫았는데 순간 거실의 분위기가 한층 무거워진 것 같았다.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박민정이 그에게 낮은 소리로 물었다.“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자러 갈게요. 내일 옛 저택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그러나 유남준은 여전히 토라진 말투로 답했다.“응. 마음대로 해.”그러나 박민정은 그가 화 났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기쁜 마음으로 돌아섰다.유남준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더니 멍한 얼굴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그냥 이대로 가는 거야?”그리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그는 소리에 어이가 없었다.제우스 클럽.방성원과 유남준은 술을 마시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4화

    그리고 침대에 던져지고 나서야 박민정은 이게 무슨 뜻인지 깨닫고 재빨리 이불을 몸에 둘렀다.“오지 말아요!”그러나 유남준의 눈빛은 이미 초점을 잃은 채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민정아, 나도 남자야.”시간도 많이 흘렀고 같은 방을 쓰고 있지만 매일 그냥 잠만 자려고 하자니 그도 나름 괴로웠다.그리고 이 상태로 두 사람이 계속 지냈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병들 것 같았다.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밖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유남준은 단번에 그녀의 팔을 잡아끌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그녀는 순간 호흡이 가빠지고 또다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하여 다 포기한 채 가만히 누워 온전히 그의 손길을 느끼고 있을 무렵 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엄마.”박예찬과 박윤우가 학교에서 돌아왔는지 아래층에서 큰 소리로 박민정을 불렀다.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에 순식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진서연이랑 설인아, 그리고 민수아까지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으나 두 아이도 있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박민정은 있는 힘껏 유남준을 밀쳐냈다.하여 오늘에는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멈춰야 했다.박민정이 황급히 방에서 나오니 두 아이가 마침 문 앞에 서 있었다.“엄마, 자고 있었어? 왜 얼굴이 빨개?”박윤우의 물음에 그녀의 얼굴은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게...”겨우 설명하려고 입을 떼려는데 유남준이 갑자기 방 안에서 나오더니 한껏 어두운 얼굴로 두 아이에게 물었다.“왜 벌써 왔어?”“추석이라 수업이 일찍 끝났어요.”박예찬은 뭔가 눈치챈 듯 무뚝뚝하게 답했다.그러나 박윤우는 여전히 천진난만하게 두 사람을 보고 물었다.“엄마, 저 쓰레기 아빠랑 같이 잔 거야?”“아니.”박민정은 단번에 그의 말을 부정했다.“그저 찾을 물건이 있어서.”“무슨 물건인데?”호기심이 많은 아이의 질문 공세에 박민정은 한참 동안 생각해 보다가 겨우 답했다.“책.”“무슨 책? 나도 같이 찾아볼게.”“아니야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