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택시 탄 후 운전기사더러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유남우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몰래 그녀의 뒤를 따라 뭐 하러 가는지 지켜보려고 했다.병원에서.윤소현은 합의서를 꽉 쥔 채 한수민을 노려보며 말했다.“어떻게 해야 나와 연을 끊겠어요?”한수민의 배에서는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하지만 윤소현이 주는 정신적인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소현아, 나는 네 친엄마야. 어떻게 나랑 연을 끊을 생각을 해?”윤소현은 한수민이 계속 동의하지 않자 짜증이 났다.“이렇게 빌게요, 네? 나 같은 딸이 없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한수민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렇게 예뻐하던 딸이 자기를 이렇게 대할 줄은 전혀 몰랐다.“동의하면 모든 의료비와 생활비를 부담할게요. 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윤소현이 또 협박했다.병실 안은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박민정이 도착하자 간병인은 서둘러 그녀에게 달려갔다.“박민정 씨, 왜 이제야 오셨어요? 동생을 좀 말려보세요. 자기 친엄마와 연을 끊겠다는 걸 보니 정말 양심이 없는 것 같아요.”박민정은 재미난 구경을 보러 온 것이지, 윤소현을 비난하거나 한수민을 도우러 온 건 아니었다.“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인 후 병실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윤소현과 한수민은 발소리를 듣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박민정을 발견하자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었다.“소현아, 오늘 일은 내가 못 들은 걸로 할 테니까 얼른 돌아가.”한수민은 박민정에게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윤소현도 오늘은 합의서에 사인받지 못할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는 자리를 떴다.밖으로 나간 후 차가운 목소리로 간병인에게 말했다.“앞으로 저 사람을 돌볼 필요 없어요. 월급을 주지 않을 거니까요. 아줌마는 해고예요.”간병인은 어이가 없어 벌컥 역정을 냈다.“윤소현 씨, 이런 짓은 왜 하는 거예요? 천벌 받는 게 두렵지도 않아요?”윤소현은 코웃음을 쳤다.“천벌이요? 천벌이
윤소현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바로 거짓말을 지어냈다.“계모가 암에 걸렸다고 했잖아요. 계모를 보러 왔어요.”“그래? 그럼 왔던 김에 뵈러 가면 좋겠는데?”유남우는 윤소현이 어떻게 거짓말을 이어 나가는지 보고 싶었다.윤소현은 즉시 거절했다.“괜찮아요. 지금 주무시고 있으니까 방해하지 마요.”“알겠어.”윤소현은 아직 이용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으니 이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되었다.차가 출발하여 서서히 병원을 떠났다.병실 안에서.한수민의 머릿속에는 윤소현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내 엄마는 정수미뿐이야.”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얌전하고 착할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딸이 다른 사람을 엄마로 받아들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박민정이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한수민의 말라붙은 얼굴은 생기가 없었다. 눈동자도 초점을 잃어 기운이 없어 보였다.박민정이 간병인에게 말했다.“한 여사님과 단둘이 있게 해주실 수 있나요?”“네, 알겠습니다.”간병인은 박민정을 믿고 병실을 나섰다.간병인이 떠나자 병실 안은 박민정과 한수민만 남아 유난히 조용했다.박민정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여사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한수민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는 아련한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봤다. 왜인지 모르지만 후회가 몰려왔다.박민정이 물었다.“아버지 사고, 여사님과 관련이 있죠?”그 말은 폭탄처럼 한수민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그녀는 즉시 부인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 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정말이에요? 그런데 아버지가 탔던 차, 여사님이 전날에 운전했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차에 여사님 혼자밖에 없었고요.”박민정은 목이 메었다.“또 차의 브레이크 패드에 문제가 있다는 게 발견되었어요. 그건 절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고요.”한수민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뭐?”박민정은 한수민이 아직도 모르는 척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직도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
한수민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바로 그녀를 제지했다.“안 돼! 박민정에게 말하면 나... 나 당신 앞에서 죽어버릴 거야.”한수민은 이 방법으로 간병인을 협박할 수밖에 없었다.간병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렇다고 계속 박민정 씨를 속일 수는 없잖아요. 지금 사모님이 누리고 있는 모든 건 박민정 씨가 제공한 거잖아요. 양심이 있다면 진실을 얘기해요.”한수민은 간병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감히 진실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내가 죽기 전에 말할게.”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두원 별장에 도착하자 추경은이 돌아온 걸 발견했다.어제 클럽 갔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얌전하고 착한 모습이었다.추경은의 얼굴에는 아직도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다.어젯밤 민수아가 꽤 세게 때린 모양이었다.“새언니, 돌아오셨어요? 어제 친구에게 아이 돌보는 방법을 배우러 가서 늦게 돌아왔어요. 윤우를 더 잘 돌봐야죠. 설마 화가 나신 건 아니죠?”박민정은 의아해서 물었다.“경은 씨 친구도 아이가 있어요?”“네. 나이가 비슷한데 아들이 네 살이거든요.”추경은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었다.“그랬군요. 수고 많았어요.”박민정이 말했다.“아니에요. 수고는 무슨.”추경은은 박민정을 속였다고 생각해 저도 모르게 코를 만졌다.옆에서 과일을 먹고 있던 박윤우도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 눈치챘다.“경은 이모, TV에서 심리학자가 말한 걸 봤는데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하는 움직임이 있대요. 경은 이모가 계속 코를 만지고 있던데 거짓말을 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추경은은 코를 만지던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있겠어?”그녀는 또 손에 있던 물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박윤우는 조용히 그녀를 보며 또 말했다.“참,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물을 마시면서 자신을 감추려고 한다고도 했거든요.”“...”할 말을 잃은 추경은은 물컵을 내려놓았다.박민정은 제 발 저린 추경은을 보고 웃음
밤이 되었다.추경은은 침대에 누워 잠들었는데 갑자기 방 안에서 ‘따르릉’ 소리가 울렸다.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녀는 불을 켰는데 그 소리는 다시 사라졌다.“이상하다. 꿈인가?”추경은은 불을 끈 후 다시 잠들었다.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서 다시 막 잠들려는 순간 ‘따르릉’ 소리가 또다시 울렸다.이번엔 꿈이 아닌 게 확실했다.“어디서 난 소리지? 설마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인가?”추경은은 휴대폰 전원을 끈 후 다시 잠을 청했다.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갑자기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우우...”비몽사몽한 추경은은 등골이 오싹해졌다.놀라서 깨어난 그녀는 더 이상 잠들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몸을 움츠렸다.“설마 귀신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추경은은 결국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 날, 박민정이 아침을 다 먹고 출근 준비를 할 때까지도 추경은은 깨어나지 못했다.박민정은 똑같이 되갚아주기 위해 혼자 회사로 가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경은 씨가 너무 깊이 자서 깨우기가 미안하네. 오늘도 혼자 출근하는 날이네요.]박민정은 고영란이 한가할 때 SNS를 자주 확인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자질은 그녀도 할 수 있었다.박민정은 이 게시물을 고영란에게만 보이도록 설정했다.추경은은 고영란의 연이은 전화벨 소리에 겨우 깨어났다.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의 본성이 드러났다.“누구야? 왜 자는데 방해를 해?”“10시인데 아직도 자고 있어?”고영란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고영란이 추경은더러 박민정과 함께 회사로 출근하라고 한 이유는 임신한 박민정을 잘 돌보라는 뜻이었지, 두원 별장에서 편하게 지내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추경은 고영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휴대폰을 보니 정말로 10시가 넘었다.어젯밤 방 안에서 계속 소리가 나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이모, 죄송해요. 지금 바로 일어날게요.”추경은은 급히 일어나 방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이상한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찾기 시작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찾
박민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박민정?”유남준은 확신이 없었는지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렀다.“무슨 일이에요?”박민정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유남준은 이 번호 주인이 박민정인 걸 확인하고는 조금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호산 그룹에 출근하지 마.”“왜요?”박민정은 황당할 뿐이었다.호산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회사를 운영하는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이유는 없어. 그냥 내 말 들어.”유남준이 말했다.박민정은 그의 말투를 듣고 그가 아직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는 걸 직감했다.“이유도 말하지 못하면서 내가 왜 남준 씨 말을 들어야 해요?”‘아직도 내가 옛날의 박민정으로 알고 있는 거야?’“다른 일 없으면 먼저 끊을게요.”박민정은 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끊었다.유남준은 끊긴 휴대폰을 바라보며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그의 옆에 있던 서다희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힘이 빠진 채로 의기소침해 있었다.서다희는 오늘도 민수아와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기 앞에서 애교를 부리던 약혼자가 이틀 전 밤부터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겁이 없네. 감히 내 전화를 끊어?”유남준이 말하고는 또 서다희에게 물었다.“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도 이랬어?”서다희는 의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네? 누가요?”“너 요즘 도대체 왜 이래?”유남준은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다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서다희마저 변해버린 듯했다.서다희는 유남준이 화를 내자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대표님, 요즘 여자친구가 이유도 없이 외박을 하거든요. 걱정이 돼서 그러는데 오늘 하루 휴가를 내도 될까요?”유남준은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자 문제였다.“가.”“대표님, 감사합니다. 빨리 처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서다희는 외투를 챙기고 서둘러 자리를
서다희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추경은을 만나러 간 게 민수아에게 들켰을 뿐만 아니라 사진까지 찍혔다니.[수아 씨, 내가 설명할게.]문자를 보냈지만 카톡도 이미 차단된 상태였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서다희는 곧바로 민수아 회사로 향했다.회사 안.민수아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끝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는 서다희에게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민수아가 다니는 회사는 크지 않고 경비도 허술했다.서다희는 곧바로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 민수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수아 씨, 내 말 좀 들어봐.”민수아는 깜짝 놀랐다.주변 동료들이 모두 이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서다희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 서다희는 바로 그녀에게 사과했다.“수아 씨, 미안해. 거짓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야. 그냥 수아 씨가 화낼까 봐 솔직히 말할 용기가 없었어.”‘내가 화낼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고?’민수아는 더 화가 났다.“그럼 나도 밖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희 씨 화낼까 봐 그 사실을 숨기면 받아들일 수 있겠어?”서다희는 자신이 처음에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민수아의 말을 듣고 나서 죄책감이 밀려왔다.“당연히 안 되지.”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민수아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희 씨가 그렇게 했잖아. 다를 게 뭐가 있어? 내가 화낼까 봐 나한테 말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돼? 내가 한밤중에 다른 남자와 몰래 만나서 포옹했는데 다희 씨에게 말하지 않으면 다희 씨는 어떻게 할 건데?”서다희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는 그 남자를 절대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미안해, 수아 씨. 이번엔 정말 내가 잘못했어.”처음에는 추경은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민수아의 말을 듣고 나니 서다희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나를 믿어줘. 정말 포옹한 적은 없어. 그 사람이 갑자기 와서 안겨서 나도 어떻게
서다희는 감정에 있어서 아직도 서툴렀기 때문에 민수아가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민수아는 더 이상 그와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회사로 돌아가려 하자 서다희가 따라오려고 했다.민수아는 바로 단호하게 말했다.“나랑 친구도 안 하겠다는 거지?”서다희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아니, 그런 건 아니야.”그는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하지만 민수아는 쉽게 그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지금 용서하면 다음엔 또 다른 여자와 껴안을 수 있으니 말이다.사무실로 돌아온 민수아는 마음이 울적했는데 이 모든 걸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서다희와 사귄 이후로 이 도시를 오게 되었기 때문에 친구가 별로 없었다.헤어지겠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이사하면 어디서 살아야 할지조차 막막했다.그러다 민수아는 문득 박민정을 떠올렸다. 주저하다가 끝내 박민정에게 문자를 보냈다.[민정아, 혹시 어디에 방을 빌릴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민수아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곧바로 후회했다.박민정은 예전에 재벌가의 아가씨였고 지금은 재벌가의 사모님이라 방을 빌릴 수 있는 곳을 알 리가 없었다.문자를 삭제하려고 하던 찰나, 박민정의 답장이 도착했다.[서 비서님이 너를 내쫓았어? 그 녀석 진짜 나쁜 놈이네!]박민정은 민수아와 서다희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 지금 동거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서 비서님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쓰레기네. 자기가 한 일이 들켰으니까 수아를 쫓아내려는 거야?’[그게 아니라 내가 자진해서 나가려고 하는 거야. 계속 같이 살면 내가 너무 자존심 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서.]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내가 빈집이 하나 있는데 괜찮다면 거기서 지내도 돼.]박씨 가문의 옛 저택은 현재 청소부가 가끔 가서 청소할 뿐,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상태였다.민수아가 그곳에 살면 집에도 온기가 더할 것 같았다.[정말? 그럼 내가 월세를 내고 살면 안 돼?][그래. 진주시 평균 월세로
하지만 택시가 멈춘 뒤, 서다희는 택시에 타고 있던 사람이 민수아가 아닌 것을 발견했다.“젠장!”그 순간에도 추경은은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경은 씨,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추경은은 서다희의 냉랭한 목소리에 당황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다희 오빠, 자고 있어요?”“아니요.”‘덕분에 오늘 밤은 아예 잠도 못 잘 것 같다고.’추경은은 이어서 말했다.“어젯밤에 별장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거든요. 좀 무서워서 그러는데 오빠가 남준 오빠에게 나 좀 데려가달라고 말해줄 수 없어요?"서다희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대표님께 직접 전화해 보세요.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끊을게요.”추경은은 끊긴 전화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문득 전날 밤 민수아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혹시 민수아가 서다희에게 모든 것을 말한 건가?’추경은은 서다희에게 먼저 고자질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민수아에게 맞았던 얼굴 사진을 찍어뒀었다.서다희는 민수아에게 안전하게 도착했는지 묻기 위해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그 순간 추경은이 또다시 사진을 보내왔다.사진 속 추경은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서다희는 처음에 그 사진을 보고 박민정이 때린 건 줄 알아 너무하다고 생각했다.곧이어 추경은이 또 문자를 보내왔다.[사실 다희 오빠에게 말하지 않은 일이 있어요. 우리가 저녁을 먹은 그날 밤에 다희 오빠 여자친구를 만났거든요. 여자친구분이 우리 사이를 오해했는지 저를 때렸어요.]서다희는 추경은의 뺨을 때린 사람이 민수아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민수아와 추경은이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을 듣지 않았다면 그는 민수아가 예의 없이 사람을 때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제 그는 추경은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경은 씨, 증거가 있나요?]서다희가 문자를 보냈다.[증거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