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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왜 울어? 울고 싶은 건 난데!’

유남준은 가시에 찔린 듯한 고통을 참고 박민정의 얼굴을 잡은 채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했다.

“민정아, 이제야 알았는데. 네가 나보다 독해. 내 아들을 데리고 떠나서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게 하니까 좋았어? 누가 너더러 임신한 채 아이들 친아빠 몰래 외국으로 떠나라고 한 거야? 난 사실을 알 자격도 없는 거야?”

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미안해요.”

말하자마자 박민정은 고개를 들고 유남준을 바라보았다.

“내가 다 갚을게요.”

“어떻게 갚을 건데?”

유남준이 되물었다.

“얼마를 원해요?”

“이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야?”

유남준은 더욱 화가 났다.

박민정도 어쩔 줄 몰라 제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찬바람이 불어왔지만 두 사람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숨 막히는 대치를 깬 것은 환자복을 입은 채 일어난 박윤우였다.

“엄마, 아저씨, 밖에서 뭐 하는 거예요?”

말하고 나서야 박민정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박윤우는 다급히 걸어왔다.

“엄마, 왜 울어? 아저씨가 우리 엄마 괴롭힌 거예요?”

쓰레기 아빠가 착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박윤우는 작은 손으로 주먹을 쥐고 유남준의 허벅지를 쳤다.

“왜 우리 엄마를 괴롭혀요! 왜요!”

박민정은 서둘러 눈물을 닦고 박윤우를 말렸다.

“윤우야, 아저씨는 엄마를 괴롭히지 않았어. 엄마 눈이 아파서 눈물이 나온 거야...”

박민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은 박윤우를 들어 올렸다.

“아저씨가 뭐야? 난 네 아빠야.”

박윤우는 얼어붙었다.

유남준은 자신이 아들이란 것을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거짓말하지 마요. 아저씨는 우리 아빠 아니에요. 우리 아빠 이름은 연지석이라고요.”

박윤우가 아프지 않았으면 유남준은 벌써 그의 엉덩이를 때렸을 것이다.

유남준은 설명하지 않고 박윤우를 안은 채 병실로 걸어갔다.

“아아, 조심 좀 해요. 벽에 부딪칠 것 같잖아요. 나쁜 아저씨!”

박윤우는 아직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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