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우는 유남준이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일부로 손가락을 굽히며 세는 척했다.“한 명, 두 명, 세 명... 적어도 열 몇 명은 되는 것 같은데요? 다 잘생겼었어요.”열몇 명이라...그 말에 유남준은 무조건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예전에 그가 박민정과 결혼했을 때는 그녀 옆에 다른 남자가 전혀 없었었다. 그런데 이제 박민정을 좋아하는 남자가 열몇 명이나 있다니?“그래서 민정이가 그 사람들과 만났었어?”박윤우는 침대에 누워서 볼록 튀어나온 배를 만지면서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도 몰라요. 제가 계속 엄마 옆에 따라다닌 게 아니라서요.”그러자 유남준은 벌떡 일어섰다.“너 잘 쉬고 있어.”박윤우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유남준의 손을 잡았다.유남준의 큰 손을 만지자 박윤우는 처음으로 아빠의 손을 잡는 느낌을 받았다.“아저씨, 어디 가려고요?”유남준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왜? 또 뭐 있어?”박윤우는 장난을 이쯤에서 끝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을 오해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했다.“그거 알아요? 저 예전에 아저씨를 티브이 뉴스에서 본 적 있어요. 엄마가 티브이에서 아저씨를 볼 때마다 넋이 나가 있었어요.”유남준은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졌다.“자.”“네.”박윤우는 유남준의 말을 듣고 자려고 했다.유남준은 밖으로 나가서 경호원에게 몇 시인지 물었다.경호원이 대답했다.“벌써 9시가 됐습니다.”9시가 되었는데도 안 돌아오다니.유남준은 병원을 떠나지 않고 박윤우 병실에 딸린 작은 침실로 갔다.한 편.박민정은 에리와 토론하면서 곡에서 이상한 부분을 적어놓고 돌아가서 수정하려고 했다.“이번에도 예찬이랑 윤우가 같이 안 왔네. 애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에리가 아이들에 대해 묻자 박민정은 윤우가 입원했고 예찬이는 친구네에서 지내고 있다고 간단히 대답했다.식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나왔다.에리가 차 문을 열면서 말했다.“타. 집까지 바래다줄게.”에리는 지난
훤칠한 키의 유남준은 입구 앞의 한 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앞이 보이진 않지만 보디가드에게서 박민정과 에리가 이미 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유남준을 발견한 박민정은 발걸음을 멈췄다.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그녀는 에리 앞에 섰다.“나 도착했으니까 먼저 돌아가.”그 말을 들은 에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다음에 봐.”에리의 차가 천천히 길옆에 섰다.그가 차에 올라탄 걸 확인하고서야 박민정은 돌아서 병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유남준 앞에 온 후 박민정이 입을 열었다.“나 이제 윤우 만나러 가도 돼요?”차가운 유남준의 얼굴은 그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시간이 몇 시인데. 윤우는 이미 잤어.”유남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박민정은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는데 벌써 열 시가 넘었다.에리와 곡에 관해 토론하느라 너무 몰입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알겠어요. 그럼 내일에 보러 갈게요.”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그녀의 팔을 확 잡았다.“정말 아이를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걱정하는 척하는 거야?”박민정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그게 무슨 말인지는 네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유남준은 그렇게 박민정 곁을 스쳐 지나갔다.박민정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또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윤우를 못 만나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내 진심을 의심하다니. 열 달 품어 낳은 아이를 내가 왜 걱정하는 척하겠어?’박민정은 그와 싸우기도 귀찮아 먼저 병원에 돌아가서 쉬고 내일 아침 다시 윤우를 만나러 오기로 했다.박윤우의 옆 병실에는 유지훈이 입원해 있었다.하루 동안의 치료를 받은 그는 마침내 생기를 되찾았다.“엄마, 아빠, 다 그 재수 없는 놈 때문이에요.”이제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유지훈은 바로 부모에게 일러바쳤다.최현아가 그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아들,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전에 박민정과 박윤우를 통해 그날에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지만 유지훈에게서는
“뭐가 그렇게 급해? 아침까지 기다리기 그렇게 힘들어?”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은 그의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았다.“남준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나 윤우 엄마예요. 윤우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요.”“내가 너무하다고?”유남준의 목소리가 갑자기 싸늘해졌다.“그럼 나와 윤우를 4, 5년 동안 떨어져 있게 한 것도 너무하잖아?”박민정의 가슴은 세게 내리쳐진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말했다.“알겠어요. 기다릴게요. 점심에 다시 보러 오죠.”유남준은 그녀에게 다가가고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었다.“점심에 윤우를 본가로 데려갈 거야.”본가로 데려간다고?박민정은 갑자기 기억이 돌아온 그날, 유명훈과 고영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안 돼요. 윤우는 꼭 나랑 같이 있어야 해요.”“당신과 같이 있어야 한다고? 그럼 당신이 다른 남자와 연애하는 걸 윤우에게 보이겠다는 거야?”유남준이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박민정은 어안이 벙벙했다.‘다른 남자와 연애라니? 내가 언제 다른 남자와 연애했는데?’“그게 무슨 헛소리예요?”“변명할 시간에 휴대폰이나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거야.”유남준은 출근해야 했기에 더는 그녀와 싸울 시간이 없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박민정은 깨어난 후 바로 윤우를 보러 올 생각에 휴대폰도 확인하지 않았다.휴대폰을 보니 조하랑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민정아, 너 에리도 알아? 두 사람 정말 너무 어울린다. 에리가 너보다 몇 살 어리지? 그럼 연하남이네. 대박, 너무 좋아...]박민정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리고 네이버를 켜자마자 1면에 뜬 사진을 발견했다.한 사진은 두 사람이 레스토랑 앞에 있을 때 찍힌 것이었다. 다른 한 사진은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병원에 돌아가는 길에 찍힌 듯했다.기사 타이틀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황당했다.‘톱스타 스캔들! 한밤중 유부녀와의 밀회, 그녀의 정체는?’클릭해 보니 에리와 박민정이 사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박민정이 유남
“그렇게 많은 돈을 물어야 해?”에리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지. 네가 그동안 번 돈은 기부했거나 흥청망청 써버렸지. 우리가 무슨 수로 갚아?”매니저가 한숨을 푹 쉬었다.에리는 매니저더러 잘 계산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집을 팔아야만 위약금을 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럼 집을 팔지, 뭐.”그에게 있어서 집이나 차와 같은 재산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장난하는 거야?”매니저는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에 에리와 광고 계약하려던 회사에 다시 연락했다.하지만 그 회사들도 기사를 접했기 때문에 에리를 모델로 쓰려고 하지 않았다. 이 일이 잘 해결되면 그때 다시 얘기해 보자고 했다.매니저가 IM 그룹에도 문의했는데 드디어 다른 대답이 나왔다.“3년 계약하면 우리 회사에서 에리 씨의 스캔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서다희였다.매니저는 에리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에 동의했다.IM 그룹에 대해 조사했는데 요즘 성장세가 워낙 엄청나 더 유명해질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었다.에리는 IM 그룹의 배후가 유남준인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매니저가 계약하기로 약속했다고 하니 그도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그럼 오늘 IM 그룹 한 번 가보자.”“알겠어.”에리는 귀찮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한편, IM 그룹 대표 사무실.서다희가 유남준에게 이미 3년 계약을 마쳤다고 알렸다.그 말인즉 에리는 IM 그룹 밑에서 3년 동안 일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차가운 얼굴을 한 유남준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았다.“언제 온대?”“오늘 오후에 온다고 합니다.”“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유남준이 물었다.“네, 잘 알고 있습니다.”에리가 겁도 없이 감히 박민정과 스캔들이 나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유남준은 분명 그가 인생에 회의감이 들 때까지 부려 먹을 것이다.다른 한편, 병원.박민정은 에리에게 전화해 자기가 직접 나서 해명할 필요가 있는지 물었다.에리
박민정은 어색한 마음에 다급하게 벨 소리 크기를 낮추려 했지만 실수로 휴대폰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리고 하필 이때 조하랑이 보낸 음성 메시지가 연이어 재생됐다.[정말 에리랑 연애하는 거야? 나 일찍 알려주지, 엄청 만나고 싶었는데.][에리가 한 번도 연애해 본 적이 없다며? 순정 연하남이 유남준보다 몇백 배 나은지 몰라...]박민정은 허리를 숙여 휴대폰을 주우려 했지만 휴대폰은 좌석 밑에 끼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그녀는 다급한 마음에 얼굴까지 빨개졌다.운전하고 있던 기사는 자기도 모르게 백미러로 뒷좌석을 바라봤는데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시선을 거두고 가림막을 내렸다.박민정은 겨우 휴대폰을 손에 넣은 뒤 음성 메시지를 껐다.유남준의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졌다.“그냥 작곡 얘기를 한 거라며? 연하남 좋아했어?”“다 오해라고 했잖아요.”박민정은 바로 조하랑에게 문자를 보냈다.[나와 에리 씨는 그저 업무 관계일 뿐이야. 어제도 그냥 작곡 얘기만 했어.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조하랑은 그제야 더는 캐묻지 않았다.차 안의 공기는 한껏 무거워졌다.박민정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는데 본가가 아닌 두원 별장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알아챘다.“우리 본가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유남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두원으로 돌아가고 있어. 앞으로 윤우를 치료할 의사도 모시고 공부를 가르쳐줄 선생님도 모실 거야.”박민정은 거절할 수 없었다.“알겠어요.”그동안 박민정은 일로 바빴고, 또 윤우의 몸 상태 때문에 계속 윤우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었다.그 생각만 하면 박민정은 윤우에 대한 미안함뿐이었다.두원에 도착하고.윤우가 다른 차에서 내렸다. 박민정은 발견하자마자 그는 달려가며 말했다.“엄마.”박민정이 아이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쓰다듬었다.“몸은 좀 어때? 아직도 아파?”윤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제 괜찮아.”“그럼 다행이네.”유남준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봤다.바로 이때, 전화 한 통이 이
최현아는 박윤우를 보자마자 바로 목소리를 낮추고는 어머니에게 말했다.“엄마, 바로 쟤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 같아 보여도 심보가 얼마나 못되었는데.”그 얘기를 들은 최현아의 어머니는 표독스러운 얼굴로 박윤우를 바라봤다.“네가 우리 지훈이를 해친 거야?”유지훈은 외할머니 옆에 앉아 있었다. 든든한 자기 편이 있었으니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박윤우를 바라봤다.‘자식, 감히 내 유씨 가문 후계자의 자리를 탐내? 꿈도 꾸지 마.’어젯밤에 최현아는 아들에게 박민정이 뒤를 봐주는 사람 없으니 앞으로 유씨 가문은 모두 그의 것이라고 했다.박민정은 박윤우의 손을 꼭 잡았다.“제가 그날 충분히 똑똑하게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할아버지, 제가 한 번 또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요?”유명훈은 지금 당당한 박민정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민정아, 엊그제 지훈이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잖아. 넌 당연히 윤우 입장에서 말했겠지. 오늘 지훈이가 그러던데 전혀 윤우를 때릴 마음이 없었다고 했어.”“그럼 두원 별장에는 왜 왔대요? 설마 윤우랑 놀려고 찾아온 건 아닐 테고.”박민정이 유지훈 가족이 하려고 했던 변명을 미리 말해 버렸기 때문에 그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명훈은 계속 유지훈의 편을 들었다.“애들은 싸워도 금방 잊어버려, 오래 안 간다고. 윤우와 다른 친구들 찾아가 놀려고 했겠지. 그런데 윤우가 뒷산으로 가게 해서 길을 잃었다잖아.”박민정은 이제 깨달았다.삼자대면인 줄 알았는데 이건 결국 유지훈의 편을 들기 위한 자리였다.박민정은 유명훈이 왜 이렇게 편파적인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유지훈은 갓난아이일 때부터 봐 왔던 손주이고, 박윤우는 이제 갓 만난 손주이니 유지훈을 더 예뻐하는 게 당연했다.“사돈, 보셨죠? 이제 저들은 할 변명도 없을걸요?”최현아의 어머니는 박민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바로 따져 물었다.“우리 지훈이 이렇게 된 거 책임져.”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남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뭘 원하시는
그리고 박윤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를 부른 거야?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거지 같은 놈이. 어디서 눈을 부라려? 우리 맞짱 뜨면 혼자 올 배짱은 있어?”“당연하지.”이 녹음 파일로 사건의 자초지종이 밝혀졌다.유지훈은 박윤우가 녹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최현아도 당연히 이를 생각하지 못했다.“다 가짜야, 다 가짜예요...”유지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유명훈을 보며 말했다.“할아버지, 저 거지 같은 놈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거지 같은 놈...녹음 파일에서도 유지훈은 이렇게 박윤우를 불렀었다.그래서 유명훈은 유지훈의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사돈, 들으셨죠? 지훈이가 먼저 시비를 건 거네요.”최현아의 부모님은 외손주를 위해 일부러 유씨 가문 본가를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최현아의 아버지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녹음 파일로 뭐 설명할 수 있는데요? 저놈이 일부러 지훈이 얘기하게 하고 녹음했을 수도 있잖아요. 정말 무서운 놈이네요.”최씨 가문 사람들은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기세였다.박민정은 이런 사람들과 잘 얘기해 보려고 한 게 후회되었다.“네 살짜리 애가 녹음 파일을 조작했다는 건 본인이 들어도 황당한 말 아닌가요?”박민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동서가 가르쳤을지도 모르잖아.”최현아가 바로 대답했다.지금은 그들은 박윤우뿐만 아니라 박민정까지 끌어내릴 생각이었다.박민정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하자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이어서 한 보디가드가 USB를 가지고 들어왔다.USB 안에는 그날 별장 문 앞에서 일어난 모든 화면이 담겨 있었다. 소리도 박윤우의 스마트 워치에서 녹음된 것과 똑같았다.그리고 이뿐만이 아니었다. 유남준은 보디가드더러 그날 운전기사와 최현아의 통화 내용을 재생하라고 했다.재생된 내용에 의하면 최현아는 분명 유지훈이 친구들 데리고 박윤우를 때리러 갈 걸 알면서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더 부추겼다.동영상이 끝나자 현장은 쥐
유남준은 그들과 더 얘기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박민정에게 말했다.“이만 가자.”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두 사람은 윤우를 데리고 떠났다.유성혁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잘난 척하긴. 아직도 자기가 유앤케이 대표인 줄 알아? 웃겨.”그들은 자신에게 곧 어떤 폭풍우가 닥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박민정은 진심으로 유남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윤우 편 들어줘서 고마워요.”“내 아들인데 당연히 지켜줘야지.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유남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다.박민정은 그가 단단히 화났다는 걸 느낄 수 있어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하지만 이때, 유남준이 또 물었다.“윤우가 유지훈을 뒷산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확신한 거야?”“윤우는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박민정이 대답했다.그녀에게 있어서 윤우는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순수한 아이였다.유남준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끝내 CCTV에 찍힌 뒷부분 영상을 박민정에게 보여주지 않았다.CCTV 뒷부분에는 박윤우가 유지훈을 뒷산에 데려간 후 급하게 떠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멀지 않은 곳에서 하품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유지훈을 느긋하게 바라본 모습이 담겨 있었다.평소 귀엽고 사랑스러운 윤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두원으로 돌아간 후.유남준이 업무를 보러 회사에 가려고 했는데 윤우가 몰래 그를 찾아왔다.“아저씨.”박윤우는 유남준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가 박민정에게 말해 자신이 그동안 엄마 앞에서 지킨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가 망가질까 봐 두려웠다.“무슨 일이야?”“엄마한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죠?”박윤우는 유남준의 표정을 살피며 그가 엄마에게 말했는지 말 안 했는지 추측하려고 했다.하지만 유남준의 얼굴은 평소와 똑같이 싸늘할 뿐이었다.“뭐라도 말했을까 봐 무서워?”유남준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박윤우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엄마한테 아무것도 얘기하지 마세요. 시키는 일 모두 할게요. 제가 나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