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준은 그들과 더 얘기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박민정에게 말했다.“이만 가자.”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두 사람은 윤우를 데리고 떠났다.유성혁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잘난 척하긴. 아직도 자기가 유앤케이 대표인 줄 알아? 웃겨.”그들은 자신에게 곧 어떤 폭풍우가 닥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박민정은 진심으로 유남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윤우 편 들어줘서 고마워요.”“내 아들인데 당연히 지켜줘야지.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유남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다.박민정은 그가 단단히 화났다는 걸 느낄 수 있어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하지만 이때, 유남준이 또 물었다.“윤우가 유지훈을 뒷산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확신한 거야?”“윤우는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박민정이 대답했다.그녀에게 있어서 윤우는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순수한 아이였다.유남준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끝내 CCTV에 찍힌 뒷부분 영상을 박민정에게 보여주지 않았다.CCTV 뒷부분에는 박윤우가 유지훈을 뒷산에 데려간 후 급하게 떠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멀지 않은 곳에서 하품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유지훈을 느긋하게 바라본 모습이 담겨 있었다.평소 귀엽고 사랑스러운 윤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두원으로 돌아간 후.유남준이 업무를 보러 회사에 가려고 했는데 윤우가 몰래 그를 찾아왔다.“아저씨.”박윤우는 유남준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가 박민정에게 말해 자신이 그동안 엄마 앞에서 지킨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가 망가질까 봐 두려웠다.“무슨 일이야?”“엄마한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죠?”박윤우는 유남준의 표정을 살피며 그가 엄마에게 말했는지 말 안 했는지 추측하려고 했다.하지만 유남준의 얼굴은 평소와 똑같이 싸늘할 뿐이었다.“뭐라도 말했을까 봐 무서워?”유남준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박윤우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엄마한테 아무것도 얘기하지 마세요. 시키는 일 모두 할게요. 제가 나쁜
유명 가수에게 발기부전약을 홍보하라고 하다니...그리고 대사도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오글거렸다.에리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저 회사 홍보 모델로 쓰는 거 아니었어요?”매니저도 광고 기획안을 보더니 말문이 막혔다.“죄송한데 뭔가 착오가 생긴 게 아닐까요? 에리는 글로벌 스타예요. 이런 광고를 받으면 앞으로 나락 갈 일밖에 없다고요.”어젯밤에 갑자기 스캔들이 터져 많은 광고 위약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절대 이렇게 섣불리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을 것이다.금테 안경을 쓴 서다희는 코웃음을 쳤다.‘겁도 없이 유부녀를 꼬신 사람이 회사 홍보 모델을 하려고 했던 거야?’“에리 씨를 위한 광고 맞아요. 지금 이런 광고밖에 할 수 없잖아요. 우리 회사 홍보 모델로 활동하면 오히려 우리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죠.”에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게 무슨 말이죠? 일부러 장난치는 거죠? 저 그만둘게요.”에리는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서다희의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졌다.“그만둬도 돼요. 다만 위약금을 내야죠, 100억이에요.”서다희는 유남준의 비서실장으로서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지금 에리에게 가장 모자란 게 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스캔들이 터진 건 오히려 그들에게 행운이었다. 아니면 에리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1000억?화가 치밀어 오른 에리는 다짜고짜 서다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서다희는 그의 주먹을 피하며 말했다.“에리 씨, 저 분명 경고했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세계 최고의 법무팀이 있습니다. 저한테 주먹을 휘두르면 내야 할 돈은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그렇다고 환갑이 넘은 아버지에게 돈을 대신 갚으라고 하지는 않겠죠?”서다희는 계약서를 챙기더니 게스트 룸을 나섰다.매니저는 씩씩거리는 에리의 팔을 잡아당겼다.만약 에리가 서다희를 때려 또 기사에 오른다면 다시는 연예계에 복귀할 수 없을 것이다.폭행, 유부녀와의 불륜, 그
박민정은 거절하려 했지만 조하랑이 워낙 끈질기게 따라붙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저녁에 조하랑은 박민정을 데리러 왔다. 그녀의 얼굴에 아직도 붕대가 감겨 있는 걸 보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민정아, 얼굴은 좀 어때?”“많이 좋아졌어.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며칠 있으면 붕대를 그만 감아도 된대.”“그럼 다행이네.”그날 박민정이 얼굴을 긁힌 장면을 떠올리면 조하랑은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가자.”“알겠어.”박민정은 조하랑과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박예찬의 안부를 물었다.“예찬이는 어딜 가든 참 귀여움을 받는 것 같아. 오늘도 김 회장님이 예찬이를 데리고 모임에 나가셨거든. 걱정하지 마. 주위에 보디가드들이 지키고 있으니 예찬이는 완전 안전해.”조하랑이 말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인 후 또 물었다.“하랑아, 내가 얘기했었잖아. 남준 씨는 이미 예찬이와 윤우의 신분을 알게 되었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예찬이를 찾으러 갈 거야.”조하랑도 걱정했던 문제라 잠깐 침묵을 지키고는 박민정에게 말했다.“김 회장님에게 잘 말해볼게.”김훈은 워낙 예찬이를 귀여워했다. 만약 아이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라지면 그는 많이 서운해할 것이다.조하랑은 멀리서부터 모임 장소에 모여 있는 금융계 인사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약혼하면 이런 자리에 안 나와도 될 줄 알았는데, 계속 참석해야 한다네. 할아버님께서 그러셨어. 일하지 않아도 되지만 김씨 가문 며느리로서 이런 자리에는 계속 얼굴을 비춰야 한다고.”박민정은 김훈이 진심으로 조하랑을 예뻐하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해졌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도 계속 수다를 떠느라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하랑 씨.”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조하랑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양복 차림의 강연우를 발견한 그녀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박민정이 그녀의 손을 잡고서야 조하랑은 정신을 차렸다.강연우는 복잡한 눈빛으로 조하랑을 바라보더니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 씨, 혹
차가운 바람이 귓가를 스쳤는데도 유남우는 박민정의 팔을 잡은 손은 여전히 놓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그런 거야, 민정아?”유남우는 외국 병원에 있을 때도 머릿속엔 온통 박민정을 찾으러 갈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지금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니?게다가 그 사람이 자기와 똑같이 생긴 친형이라니?박민정은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일단은 부인했다.“아니에요.”전에 박민정이 유남준과의 결혼을 결심한 건 사람을 잘못 알아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금 그와 다시 시작한 것도 두 아이 때문이다.박민정이 부인했지만 유남우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럼 나는?”어두운 밤이었지만 그의 입술은 부자연스러운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박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그만 내려놔요. 내가 미안해요.”“미안하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유남우는 팔을 들어 박민정의 뺨을 때릴 기세였다.이때 어디선가 뜬금없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유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검은 코트를 걸친 김인우는 유남우를 빤히 쳐다보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유남우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김인우 씨, 이렇게 오지랖 넓은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유남우의 목소리는 온화하지만 왠지 모를 음침한 기운이 느껴졌다.김인우도 그들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박민정은 그의 절친인 유남준의 여자일 뿐만 아니라 그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다들 유 대표님은 남준이보다 성격이 좋다고 하던데 그렇지는 않은가 봐요.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이렇게 팔을 잡고 있으면 유 대표님이 형수님에게 선 넘은 행동을 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죠.”김인우는 일부러 ‘형수님’이라는 단오를 강조했다.박민정은 오늘 이미 연예인과 스캔들이 났었다. 만약 오늘 또 자기와의 스캔들이 나면 박민정은 분명 욕먹을 테니 유남우는 천천히 그녀의 팔을 놓아줬다.“민정아, 밖이 추우니까 오래 있지 마.”말을 마친 후 그는 김인우를 힐끔
청명,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병원 문 앞에서.박민정은 가녀린 몸에 수척한 손으로 병원 임신 테스트 보고서를 들고 있었는데 보고서에는 임신이 아니라는 문구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결혼한 지 3년인데 아직도 임신 못 했어? 왜 이렇게 쓸모가 없니? 너 계속 임신 안 되면 유씨 일가에서 쫓겨나는 수가 있어. 그땐 우리 집안더러 어떡하라는 거야?”한수민은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옷차림에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삿대질했다.박민정은 두 눈이 퀭하고 가슴에 꽉 막혔던 그 말들이 결국 한 마디로 함축되었다.“미안해요.”“엄마는 미안하단 말을 원하는 게 아니야. 얼른 남준의 아이를 낳으란 말이야. 알겠니?”박민정은 목이 확 메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혼한 3년 동안 남편 유남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곁을 안 주는데 어떻게 아이가 생길까?한수민은 약해빠진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왜 저를 닮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그녀는 차가운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남준이한테 여자 한 명 찾아줘. 걔도 그럼 너한테 고마워할 거 아니야.”박민정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떠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친엄마란 자가 딸에게 지금 남편을 위해 여자를 찾아주란 말이나 내뱉고 있다니.그녀의 마음에 순간 찬바람이 휘몰아쳤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박민정의 머릿속엔 온통 엄마의 마지막 말만 감돌았다.문득 귓가에 굉음이 한바탕 울렸다.그녀는 자신의 병이 더 심해진 걸 알고 있다.이때 문득 휴대폰 문자 벨 소리가 울렸다.유남준의 3년을 하루 같이 보낸 문자였다.“오늘 밤 집에 안 가.”결혼한 이 3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집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없다.아내인 그녀를 터치한 적은 더더욱 없고.3년 전 신혼 첫날밤에 유남준이 했던 말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너희 집안에서 감히 사기 결혼을 감행했으니 넌 인제 평생 고독하게 살 각오해.”평생 고독하게 살라고...3년 전 박씨 일가와
「남준 오빠, 그동안 잘 못 지냈죠? 그 여자 안 사랑하는 거 알아요. 우리 오늘 밤 만나요. 오빠 너무 보고 싶어요.」휴대폰 화면이 어두워질 때까지 박민정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택시 타고 유남준의 회사로 가는 길에서 박민정은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봤다. 비는 그칠 새도 없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유남준은 그녀가 회사로 찾아오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다. 올 때마다 박민정은 뒷문에 있는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니까.유남준의 전담 비서 서다희도 그녀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오셨어요, 민정 씨.”유남준의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를 사모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그녀는 항상 떳떳하지 못한 존재니까.박민정이 휴대폰 주러 회사까지 찾아오자 유남준은 미간이 확 구겨졌다.그녀는 늘 이런 식이다. 점심 도시락, 서류, 옷, 우산까지 유남준이 놓친 걸 전부 회사로 보내온다.“말했잖아, 일부러 내 물건 주러 회사 안 와도 된다고.”박민정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미안해요, 깜빡했어요.”언제 기억력이 이렇게 나빠졌지?아마도 이지원이 보낸 문자를 보고 덜컥 겁이 나서 그랬나 보다.유남준이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떠나기 전 박민정은 고개 돌려 유남준을 바라보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남준 씨, 아직도 이지원 씨 좋아해요?”유남준은 요즘 들어 박민정이 참 이상했다.자꾸 뭘 까먹지 않나, 이상한 질문만 해대질 않나, 그의 아내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었다.유남준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그렇게 심심하면 뭐라도 할 일 좀 찾아.”박민정은 결국 정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그녀도 전에 일자리를 구해봤지만 유씨 일가 어르신들이 그녀가 얼굴을 내비치면 가문의 체면만 깎는다고 단호하게 차단해 버렸다.유남준의 어머니 고영란은 그녀에게 거리낌 없이 쏘아붙였다.“너 정녕 온 세상에 알릴 생각이니? 우리 남준이가 청력에 문제 있는 장애인 아내를 찾았다고?”장애인 아내라...집에 돌아온 후 박민정은 최대한 바삐 돌아쳤다.먼지 하나 안
“아직 제대로 된 사랑도 못 해봤죠? 남준 오빠는 나랑 있을 때 밥도 직접 차리고 또 내가 아플 땐 제일 먼저 달려왔어요. 나한테 했던 가장 달콤한 말은 바로 ‘지원아, 난 네가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 이 말이었어요... 오빠가 민정 씨한테는 사랑한다는 말 한 적 있어요? 전에 나한테 엄청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오빠 유치하다고 항상 틱틱거렸거든요...”박민정은 묵묵히 들으며 이 3년 동안 유남준과 함께한 나날들을 되새겨보았다.그는 단 한 번도 음식을 차려본 적이 없다.그녀가 아플 때 관심의 말 한마디조차 없다.사랑한다는 말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박민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할 얘기 다 했어요?”이지원은 흠칫 놀랐다. 그녀가 너무 차분해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사람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볼 것만 같아서인지 이유는 알지 못했다.그렇게 박민정이 떠난 후에야 정신을 가다듬었다.왠지 모르게 이지원은 지금 이 순간 꼭 마치 박씨 일가의 후원을 받던 가난한 고아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박씨 일가의 귀한 따님 뒤에서 이지원은 영원히 웃음 팔이 피에로 역할이었다....박민정이라고 그녀의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12년이나 좋아했던 남자인데, 한때 그녀도 아이처럼 누군가를 좋아했었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뜨겁게 사랑했었는데...박민정은 문득 또다시 두 귀가 아파서 보청기를 빼내더니 그제야 선홍빛 핏물이 고인 걸 발견했다.그녀는 습관처럼 보청기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이 닦고는 옆에 내려놓았다.잠이 오질 않아 휴대폰을 가져와 인스타그램을 열었는데 상단 스토리에 이지원 계정이 보란 듯이 초록색 테두리로 되어 있었다.클릭해 보니 박민정을 ‘친한 친구 리스트’에 넣어 오직 그녀에게만 보여주는 사진들이었다.첫 장은 대학교 때 이지원과 유남준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둘은 나란히 서 있었고 유남준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두 번째 장은 둘의 카톡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유남준은 너무나도 상냥한 말투로 이
인제 보니 아빠는 유남준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걸 진작 알아챘나 보다.하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유씨 일가와 계약을 체결했고 박민정도 소원대로 유남준에게 시집갈 수 있었다.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이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아빠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하셨다.만약 아빠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남동생과 엄마도 계약을 위반하지 않을 텐데...박민정은 재산 양도 수속을 전부 장 변호사에게 건넨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길옆에서 이지원의 홍보 포스터들을 보게 됐다.포스터 속 그녀는 더없이 눈부시고 아름답고 해맑은 모습이었다.‘이젠 놓아줄 때가 됐어. 남준 씨도 나도 자유를 되찾아야지.’두원 별장에 도착한 그녀는 짐 정리를 마쳤다.결혼한 3년 동안 그녀의 짐이라곤 고작 캐리어 하나에 다 들어갔다.이혼합의서는 작년에 이미 장 변호사에게 부탁해 작성해달라고 했다.유남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자괴감이 들고 마음이 약해진다.그녀는 진작 알아챘다. 둘 사이의 감정은 조만간 끝이 닿는다는 걸, 그래서 일찌감치 떠날 채비를 했다...저녁 시간, 유남준의 문자는 없었다.박민정은 용기 내어 그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오늘 밤 시간 돼요? 당신한테 할 얘기 있어요.」상대는 한참 동안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박민정은 어두운 얼굴로 생각했다.‘이젠 문자로 답장하는 것조차 싫은가 보네. 내일 아침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어쩌겠어.’그 시각 유앤케이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 안.유남준은 문자를 확인하곤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았다.절친 김인우가 소파에 앉아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끝내 못 참고 물었다.“민정 씨 문자야?”유남준이 묵인했고 김인우는 거리낌 없이 비난해 댔다.“이 귀머거리가 진짜! 제가 정말 유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도 된 줄 아나? 어딜 감히 남편을 감시해? 남준아, 너 설마 걔랑 평생 시간 끌려는 건 아니지? 박씨 일가는 인제 아무것도 아니야. 걔 남동생 박민호는 회사도 운영할 줄 모르는 바보 멍청이라고. 얼마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