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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Author: 윤지
오늘 유남준이 출근하기 전부터 박윤우는 그의 손을 잡고는 오후에 같이 유치원에 가서 형 보러 가자고 했다.

유남준은 박예찬을 오래 못 본 것 같아 그렇게 하자고 했다.

오후에 운전기사는 유남준을 집으로 모셨다.

집에 도착한 그는 준비를 박민정과 박윤우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박윤우는 유남준을 보자마자 바로 소리를 질렀다.

“아빠!”

“그래.”

유남준이 대답했다.

박민정이 그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이제 가요.”

이미 조하랑에게 전화했으니 오늘 김씨 가문 사람들은 박예찬을 데리러 가지 않을 것이다.

세 식구가 차에 탔지만 차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박윤우는 박민정과 유남준 사이에 앉았는데 두 사람의 관계룰 조금 더 가까이하려면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엄마, 왜 아빠랑 손 안 잡아? 다른 집 엄마 아빠는 다 손을 잡던데.”

박윤우는 아이와 함께 인도를 걷는 부모를 보더니 물었다.

박민정은 차가운 얼굴을 한 유남준을 힐끔 바라보다가 바로 시선을 거뒀다.

이어서 유남준의 손이 그녀의 손을 덮었다.

박윤우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 빨리 손잡아.”

박민정은 유남준의 넓고 긴 손을 바라보다가 그 위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리고 남자는 그녀의 손을 꼭 잡게 되었다.

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박민정은 한 손으로는 유남준의 손을, 다른 한쪽 손으로는 윤우의 손을 잡고 있었다.

세 사람은 인파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그들은 최현아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많은 가장들이 유남준을 보고는 멋있다며 난리를 쳤다. 그 소리에 최현아도 고개를 돌렸는데 상대가 박민정과 유남준일 줄이야.

“여긴 왜 왔지?”

“지훈이 어머님, 저 사람들 알아요?”

어떤 사모님이 물었다.

최현아는 코웃음을 치더니 대답했다.

“당연히 알고 있죠. 얼굴에 흉터 있는 유자가 바로 우리 남편 사촌 동생의 아내, 박민정이라고 해요.”

“남편의 사촌 동생이 유남준 씨 아니었어요?”

어떤 여인이 입을 떡 벌리더니 물었다.

“어쩐지 잘생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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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하랑은 집을 깔끔히 정리한 뒤 너무 힘들어서 침대에 털썩하고 누웠다.이때 도우미가 각종 재료가 듬뿍 들어간 국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사모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 어르신도 말씀하셨는데 젊은 사람들은 평소에도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에 이런 음식으로 많이 보충해야 아이가 빨리 들어선다고 했거든요.”조하랑은 지금 국물만 봐도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아니요.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으니까 가져가세요.”“네? 벌써 입덧하나?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닐 텐데요.”도우미의 말에 순간 조하랑은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 숨고 싶었다.그렇게 도우미를 방에서 내보낸 뒤 그녀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정아.”박민정은 회사에서 한창 업무 내용에 대해 숙지하고 있다가 조하랑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하랑아, 무슨 일이야?”“말하자면 길어.”조하랑은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전부 그녀에게 말해줬다.가만히 듣고 있던 박민정은 어이없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할아버지가 그런 수를 썼다고?”“그렇다니까? 나 지금 결혼한 게 너무 후회돼.”조하랑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이상한 일이 한 가지 더 있는데...”“무슨 일?”조하랑은 또다시 자신이 결혼 전날 납치되었던 일에 대해서도 박민정에게 말해줬다.그러자 박민정이 대뜸 그녀에게 되물었다.“그날 저녁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너무 찜찜한게 그날 내가 정신을 잃으면서 분명 그 남자들을 봤는데...”뒷말은 결국 하지 못했다.“이 일은 무조건 자세히 조사해 봐야겠어.”박민정은 분명 이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걸 느꼈고 또 혹시나 그 남자들이 진짜 다른 나쁜 일을 했으면 어떡하나 싶었다.조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인우 씨도 이미 사람을 보내서 조사하고 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결과가 없는 걸 보면 분명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아.”“그래도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지. 내가 민기 씨더러 한번 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40화

    조하랑은 힘껏 그를 밀쳐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세 살짜리 애로 보여요?”김인우는 워낙 조건이 뛰어난 사람이니 지금까지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을 리가 없었다.조하랑이 믿지 않자 김인우는 마지못해 진실을 털어놓았다. “몇 년 전에 어떤 일을 겪은 후로 여자에게 더 이상 관심이 생기지 않았어요.”조하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뒤로는요?”“그 뒤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상 남자로 보이기 위해 적지 않은 여자를 만났죠.”조하랑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무슨 일이었는데요?”김인우는 말하기 싫어했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내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신지 알아요?”조하랑은 김씨 집안에 온 이후 김인우의 부모님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만 알 뿐 구체적인 사연은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출산 중 양수 색전증으로 돌아가셨어요.”처음엔 가벼운 표정이었던 조하랑은 점점 김인우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냈다.김인우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땐 끔찍한 광경만이 남아 있었어요.”조하랑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그럴 줄 알았으면 묻지 않았을 거예요.”김인우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이미 오래전 일이니까.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사실 어젯밤이 되어서야 그는 자신이 정상임을 깨달았다.조하랑은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김인우는 그녀가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못마땅했던지 화제를 돌렸다. “그러니까, 이제 하랑 씨가 나한테 책임져야 돼요.”“네?” 조하랑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책임이요?”“남자의 첫 경험도 책임져야죠. 남자의 청춘은 청춘이 아니에요? 서로 책임지기로 해요. 그게 공평하잖아요.”김인우가 뻔뻔하게 말하자 조하랑은 황당해하며 대꾸했다. “그럴 거면 우리 서로 퉁치죠. 아무도 손해 본 게 없잖아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김인우가 그녀를 붙잡았다.“놔요!”“안 놔요. 하랑 씨가 내 요구를 들어줄 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9화

    “착한 사람이라뇨...” 조하랑은 그 말을 중얼거리며 물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김인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랑 씨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라요.”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몸을 조하랑 쪽으로 더 가까이 움직였다. 조하랑도 어찌된 영문인지 피하지 않았고 그렇게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김인우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붙잡고 조하랑을 안아 올려 어느 노인네의 눈을 피해 은밀한 곳으로 옮겼다. 그 노인네도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이번에는 거실에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하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한 김훈은 하인에게 문 너머의 상황을 엿보게 시켰다. 잠시 후, 하인은 기쁜 표정으로 달려왔다. “어르신, 성공했습니다.”“정말인가?” 김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 틀림없어요.” 하인이 확신하자 노인은 마음속 무거운 짐을 덜어낸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편히 잘 수 있겠구나. 자, 우리도 잠이나 자자.”“네, 알겠습니다.”...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조하랑이 눈을 떴을 때 온몸이 쑤셨다. 전날 밤의 모든 기억이 선명했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어떻게 그 상황을 이겨내지 못한 걸까?옆에 누운 김인우는 아직 잠들어 있었고 무의식중에 다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조금만 더 자요.” 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조하랑은 갑작스러운 친밀함에 익숙하지 않아 김인우를 흔들어 깨웠다. “이거 놔요. 이제 일어나야죠.”김인우는 졸린 눈을 간신히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때리는 거예요?”어젯밤의 일은 분명 그녀도 동의했던 일이었다.조하랑은 얼굴이 붉어졌다. “어젯밤 일은 그냥 사고였어요.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잖아요. 걱정 마요,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앞으로도 예전처럼 지내요.”그녀는 관계를 명확히 하려 애썼지만 김인우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책임질 필요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자는 건가?김인우는 문득 깨달았다. “설마... 처음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8화

    김인우는 이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지금 이성과 충동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조하랑 역시 불편했다. 수년간 솔로로 지낸 그녀도 결코 무감정한 사람이 아니었다.“인우 씨... 지금... ”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머뭇리자 김인우는 뭔가를 깨닫고는 얼른 그녀를 놓았다.“다른 방 좀 살펴보고 올게요.”“그래요.”조하랑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김인우와 거리를 두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조하랑은 점점 더 참기 힘들어졌다.김인우 역시 괴로웠다. 다른 방들을 확인해 보았지만 문은 모두 잠겨 있었다.지친 발걸음으로 다시 거실로 돌아온 김인우는 조하랑과 마주 앉았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말을 건네는 것조차 어려워했다.“구조 요청이라도 할까요?” 조하랑이 드물게 기지를 발휘하자 김인우는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어요. 아까 확인했는데 핸드폰들이 다 사라졌어요.”“뭐라고요?” 조하랑은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몸의 열기는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혔고 김인우를 바라볼 때마다 그의 모든 것이 탐나기 시작했다.김인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상황을 잊기 위해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그럼, 우리 뭐라도 얘기할까요?”“좋아요. 무슨 얘기할까요?”김인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하랑 씨, 강연우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강연우의 이름이 나오자 조하랑의 마음은 얼음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금 진정됐다.“학교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그때 그 사람이 참 잘생겼고 법학과였거든요. 연애 경험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먼저 쫒아다녔어요.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사귀게 됐지 뭐예요.”과거를 떠올리는 조하랑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부드러워졌다.이를 본 김인우는 괜히 질투가 일었다. “그리고 나서는요?”“그냥 연애했죠.” 조하랑은 짧게 답한 뒤 김인우를 바라봤다. “인우 씨는요? 뉴스에서 여자들이랑 많이 엮였던데, 혹시 첫사랑한테 상처라도 받았어요?”김인우는 비웃으며 말했다. “웃기지 마요. 내가 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7화

    김인우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그야 당연하죠. 내가 하랑 씨가 좋아했던 그 녀석보다 훨씬 잘생겼거든요.”“그 녀석이요?” 조하랑은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강연우 말이에요.” 김인우는 여전히 그를 경쟁자로 여기고 있었다.이 말에 조하랑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나 그 사람 안 좋아한지 꽤 됐거든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김인우는 그녀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정말 신경 안 써요?” 김인우는 그녀의 어깨를 살짝 잡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조하랑은 왠지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숙였다.“네, 신경 안 써요.”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할수록 김인우는 더 의심스러웠다.김인우는 이미 조하랑과 강연우의 과거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당시 조하랑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한 청년과 결혼하려 했고 강연우 역시 그녀를 위해 목숨까지 걸 뻔했다.그런 뜨거운 사랑, 그런 소중한 기억을 과연 쉽게 잊을 수 있을까?김인우는 생각할수록 묘한 질투심에 사로잡혔다.“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조하랑은 그의 침묵에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따라 몸이 이상했다. 김인우 곁에 있으니 더더욱 불편했고 머릿속에는 온갖 이상한 생각들이 스쳤다. 그가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몸매도 좋을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까지 들 정도로.김인우는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그래요, 병원 가요.”그는 조하랑의 손을 잡고 현관으로 향했다.하지만 문에 도착한 순간 잠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문 열어요!” 김인우는 화가 나서 소리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인들 역시 모두 사라진 듯했다.조하랑은 문에 기대며 말했다.“누가 문을 잠갔죠? 할아버지는 어떻게 들어오시려고요?”“그 양반이 들어온다면 완전 변태인 거예요.” 김인우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자 조하랑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할아버지한테 그런 말 하지 마요.”김인우는 그녀가 아직도 김훈을 두둔하는 걸 보며 답답해했다.‘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나중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6화

    하인은 김훈의 뜻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주방으로 가더니 국 한 냄비를 들고 왔다.“국 좀 마셔라.” 김훈은 두 사람에게 국을 권했다.김인우는 거절하려다 김훈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는 멈칫했다.“왜? 할아버지가 증손주를 보고 싶다는데 안 되겠냐? 국 한 그릇 마시라는 것도 거부하는 거냐?”이 말을 듣고 나니 김인우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할아버지, 앞으로 재촉만 안 하신다면 국 한 그릇이 아니라 열 그릇도 마시겠습니다.”조하랑도 분위기에 따라 국을 한 그릇 들이켰다.“할아버지, 이 국 정말 맛있어요.”김훈은 인자한 표정을 지었으나 눈빛에는 슬쩍 장난기가 스쳤다.“맛있으면 더 마셔라.”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중얼거렸다.‘하랑아, 인우야, 이 할애비를 원망하지 말아라. 나도 너희 둘의 감정에 불 좀 지펴주려는 거니까.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 언제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겠니?'김인우와 조하랑은 김훈이 뭔가 꾸미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국 한 냄비를 모두 비워버렸고 거기에 밥과 반찬도 푸짐하게 먹었다.김인우는 심지어 겉옷까지 벗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이 국 정말 보양에 좋은가 봐요. 몸이 엄청 뜨겁고 힘이 넘칩니다.”김훈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렇지. 내가 좋은 재료를 듬뿍 넣었거든.”김인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앞으로 이렇게 몸에 좋은 건 밤에 먹지 말아야겠어요. 너무 덥네요.”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는데 이때 김훈이 그를 불러 세웠다.“어디 가려고?”“너무 더워서 바람 좀 쐬려고요.”김인우가 문으로 향하자 김훈은 단호하게 말했다.“나가지 마. 예찬이도 아직 안 돌아왔고 너희 둘 다 이 늙은이와 함께 있어야지.”김훈의 강한 말에 두 사람은 거절할 수 없어 그대로 남았고 결국 가족 셋이 거실에 앉아 TV를 보았다.오늘따라 김훈은 평소 즐겨보던 뉴스 대신 로맨스 드라마를 틀었다.이를 본 김인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할아버지, 이런 거 좋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5화

    설인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며 결국 방성원의 모습은 그녀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머리가 지끈거렸고 손에 쥔 휴대폰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휴대폰 화면 속에는 과거 설씨 집안이 어떻게 경쟁자에게 모함당하고 함정에 빠졌는지, 그 모든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방씨 집안의 이름은 없었다.설인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아빠, 설마... 아빠가 잘못 알고 계셨던 거예요?”하지만 허공은 아무런 대답도 돌려주지 않았고 텅 빈 방안엔 그녀의 메마른 목소리만 메아리쳤다.설인하는 너무 지쳐 있었고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수년간 품어왔던 증오. 그토록 미워했던 사람을 단 하루 만에 오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그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한편, 방성원은 당시 설인하의 아버지가 누구를 만났는지 조사하고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버린 탓에 많은 것들이 이미 사라지고 희미해져 있었다.방성원은 담배를 연달아 피웠다. 한 개비, 또 한 개비. 하지만 짙은 연기가 그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도 풀어주지 못했다.그때, 아이의 작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방성원은 화들짝 놀라 담배를 급히 비벼 끄고 창문을 활짝 열고는 소리쳤다.“아주머니!”보모가 재빨리 방에서 나왔다.“대표님!”방성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애가 어떻게 나왔어요?”보모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아까부터 은정이가 계속 울면서 엄마, 아빠를 찾길래... 제가 잠깐 데리고 나왔어요.”방성원은 혹여나 딸이 자신의 담배 냄새를 맡을까 걱정이 앞섰다.“애 데리고 가서 설인하랑 놀게 해요. 다만, 설인하가 애를 데리고 도망치진 못하게 조심하고.”“네.”보모는 활짝 웃으며 아이를 안고 설인하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둘이 사라지자 방성원은 욕실로 향했다. 그는 찬물로 샤워를 하고 옷까지 갈아입은 후 설인하의 방 앞에 섰는데 멀리서부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설인하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4화

    방성원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일이었다.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설인하 앞에 섰고 차가운 눈빛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은정아, 아빠한테 와.”방은정은 방성원의 손길을 멍하니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작은 두 눈 가득 망설임과 혼란이 서려 있었다.설인하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더 꽉 끌어안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뒤쪽 문이 쾅 하고 닫혔고 설인하는 당황해 외쳤다.“방성원, 당장 문 열어! 날 내보내!”방성원은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겨우 이 안으로 끌어들였는데 다시 나가게 해달라고?“만약 내가 안 열어주면?”설인하는 한 손으로 방은정을 안고 다른 손으로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그러나 방성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품에서 아이를 낚아챘다.아직 어린 방은정은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단순한 놀이로 착각하고 까르르 웃었다.설인하의 품이 텅 비자 그녀는 휴대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방성원의 팔에서 아이를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 여자가 성인 남성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방성원은 한 손으로 설인하를 가볍게 제압한 채 다른 손으로 아이를 보모에게 넘겼다.“방으로 데려가요.”“네”보모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고 감히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설인하는 방성원에게 억눌린 채 그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그녀는 분노에 치를 떨며 외쳤다.“방성원, 이 개자식아! 은정이를 돌려줘! 은정이는 내가 열 달 동안 품어 키운 내 딸이야! 넌 고작... 고작 삼 초면 끝났잖아! 대체 무슨 권리로 내 아이를 빼앗는 거냐고!”방성원은 그녀의 새로운 욕설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이 새어 나왔다.‘밖에서 안 좋은 것들만 배워온 모양이군.’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좋아, 이제 말발이 꽤나 늘었네?”그는 설인하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어딜 데려가는 거야? 놓으라고!”설인하는 버둥거리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어딜 가겠어. 네 정신 좀 차리게 하려는 거지.”방성원은 그녀를 과거 함께 지냈던 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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