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07화

Author: 윤지
“아빠 엄마 싸우지 마세요. 응?”

박윤우는 매우 빠르게 감정 이입을 하며 눈물 가득한 두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박민정과 유남준은 모두 하던 말을 멈추었다.

박윤우는 가없게 바라보았다.

“엄마 내가 유치원 안 갈게요. 아빠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아빠는 내가 슬퍼하니까 그런 거예요.”

박민정은 아들의 말을 듣고 특히 마음이 아팠다.

유남준이 아들이 슬퍼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했다면 그녀는 두고 볼 수 있었을까?

‘내가 몇 년 동안 아들을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달 같이 지낸 아빠가 더 좋은 걸까?’

“엄마 화내지 마요. 네?”

박윤우는 아빠를 위해 몸을 굽히며 엄마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박윤우는 원래 자기가 이렇게 애교를 부리면 박민정이 더는 유남준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윤우야 네가 원하면 가도 돼.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바로 유치원에서 나오는 거야.”

그렇게 말한 뒤 박민정은 예전처럼 박윤우를 안아주지 않고 곧바로 그를 지나쳐 갔다.

박윤우는 갑자기 당황했다.

그는 엄마가 지금 아빠에게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화가 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박민정은 혼자 있고 싶어서 음악실로 가 문을 닫았다.

밖에서 박예찬이 몰래 박윤우를 혼내고 있었다.

“너 멍청하지? 엄마가 널 지금까지 키워줬는데 넌 그 아저씨 편을 들어?”

“형은 완전한 가족을 갖고 싶지 않아? 설마 형은 매일 다른 사람한테 아빠 없는 잡종 자식이라고 놀림 받는 게 좋아?”

박윤우가 되묻자 순간 박예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고집스러운 동생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내 생각은 여전히 똑같아. 엄마가 아저씨를 받아줘야 난 아빠라고 부를 거야.”

“형.”

“애교 부리지 마. 나한테 안 통해.”

박예찬은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유남준은 서다희에게 박윤우가 다닐 각종 시설이 잘 준비된 유치원을 알아보라고 했다.

박윤우는 계속 기다려도 엄마가 나오지 않자 엄마가 많이 슬퍼한다는 것을 깨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08화

    아이의 아빠로서 유남준은 박윤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그는 모든 것을 깊게 고려해 본 뒤 윤우가 집에 있는 것과 유치원에 가는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방금 윤우의 희망찬 표정이 떠올라 다시 거절하지 않았다.“그래요.”그녀는 손가락을 서로 꼬집으며 참지 못하고 당부했다.“절대 윤우한테 아무 알도 일어나지 않도록 해줘요.”유남준은 얇은 입술을 오랫동안 꽉 깨물고 있다가 말했다.“아이들은 내 아들이야. 네가 더 말할 필요 없어.”저녁에 유남준은 밥을 많이 먹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 여러 차례 담배에 불을 붙였다.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특히 마음이 속상했다.분명히 두 아들 모두 그의 자식이니 그는 기뻐야 하는데 박민정이 몰래 아이들을 뺏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면 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한편 박예찬과 박윤우는 같은 방에 있었다.“계속 이렇게 가면 안 돼. 내가 아빠를 찾아가서 먼저 사과하라고 해야겠어.”“거기서.”박예찬은 동생을 불러세웠다.“왜?”박윤우는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넌 엄마하고 아저씨가 우리 때문에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를 혼사 억울하게 만드는 거라도?”박윤우는 박예찬의 말에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투덜거렸다.“형은 몰라. 내 생각에는 두 사람 다 서로를 좋아하는데 화가 났을 뿐이야.”박민정은 옆 방에서 이미 잠들어 있었다. 내일은 주말에 그녀는 학부모 위원회가 주최하는 파티에 가야 했다. 아이들이 가는 여행에 부모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다음 날 아침 일찍 박민정은 일어나서 씻은 뒤 도우미에게 두 아이를 돌보게 한 뒤 학부모회에 가려고 했다.유남준은 오늘 회사에 가지 않았기에 아침 일찍부터 두 아이에게 공부를 시작하게 했다.예찬이는 공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윤우는 조금 어려워했다. 윤우는 똑똑했지만 수학은 배우지 않았다.“아빠 이거 나하고 형이 할 수 있는 거예요?”유남준은 차갑게 말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09화

    레스토랑 전체를 빌려 아이 엄마들이 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이미 아이들이 해외에 가는 일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그들은 박민정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하던 말을 멈추고 전부 시선을 주목했다.박민정은 옷을 아주 겸손하게 차려입었고 은은하고 연한 메이크업을 했다. 오른쪽 얼굴에 있는 흉터가 있어도 그녀의 세련된 아우라를 감출 수는 없었다.그녀들도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었지만 박민정의 날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을 보고 질투를 느꼈다.그녀들은 피부관리를 항상 받고 있었지만 박민정의 피부보다 좋지 않았다. 다행히 그녀의 얼굴에는 흉터가 있었다.“안녕하세요.”박민정은 시간을 확인하고서는 늦지 않은 것을 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최현아와 시선을 마주쳤다.유지훈과 박예찬은 같은 반이었기에 최현아가 이곳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최현아는 상석에 앉아서 박민정을 못 본 척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른 사람들은 상석에 앉은 최현아가 박민정을 무시하자 모두 그녀의 인사에 호응하지 않았다. 어제 박민정에게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라고 했던 지원이 엄마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예찬이 엄마. 와서 내 옆에 앉아요.”박민정은 고마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 뒤 그녀의 옆에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최현아는 계속 말했다.“이번에 아이들의 비행기 티켓과 숙박비는 내가 책임질게요. 지금 시터 비용과 가이드 비용 그리고 여행 프로그램 비용 등이 남았는데 내가 부담하는 3억을 제외하면 16억 남았어요.”박민정은 최현아가 말하는 긴 비용 목록을 듣고서 오늘 아이들의 여행 비용을 논의하기 위해 모두 모였다는 것을 깨달았다.지원 엄마가 김민정에게 설명해 줬다.“우리 학교와 다른 학교는 조금 달라요. 다른 학교 아이들은 모두 각자 부담해서 가는데 우리는 학부모 위원회 분들의 가정 형편이 좋아서 아이들과 선생님의 여행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어요.”김민정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한 엄마가 손을 들고 말했다.“전 2천만 원 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0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박민정이 창피를 당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마음속으로 그녀가 남은 비용을 잘못 계산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예상외로 박민정은 침착하게 대답했다.“물론입니다.”그녀는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지금 카드로 할 수 있을까요?”12억이라는 돈이 현재 그녀에게는 딱히 천문학적인 숫자가 아니었다.그녀가 비싼 옷과 가방을 입지 않은 것은 단순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지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최현아는 오늘 박민정을 당황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오히려 당황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박민정이라는 새로운 아기 엄마가 나타나서 12억이 넘는 비용을 지원했는데 학부모 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그녀는 3억을 지원했다.최현아는 억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찬 어머니 정말 마음이 넓으시네요.”다른 사람들도 박민정이 그 많은 돈을 정말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원래 그녀를 바라보던 경멸스러운 눈빛이 조금 변했다.회의가 끝난 뒤 지원 엄마는 박민정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눴다.“예찬 엄마 아이들한테 그렇게 많은 돈을 지원하고 가족들이 반대할까 봐 걱정되지 않아요?”“그 돈은 제가 번 거예요. 가족들 의견은 물어볼 필요가 없어요.”박민정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지원 엄마는 그녀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최현아가 돈이 많은 것은 태어날 때부터 부자로 태어났고 그 뒤로는 애초에 돈이 부족할 걱정이 없는 재벌가 유씨 가문으로 시집을 갔기 때문이다.하지만 박민정은 그녀가 알기로는 인터넷 뉴스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재산을 그녀의 남동생에게 남겨줬다고 들었다.비록 그녀는 유남준과 결혼했지만 결혼한 뒤 몇 년 동안 유남준과 유씨 가문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했고 아예 그녀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이제 유남준이 앞을 볼 수 없게 되었으니 더욱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예찬 엄마 미안해요.”지원 엄마는 갑자기 사과를 건넸다.박민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사과를 하세요?”“사실 이 위원장이 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1화

    지원 엄마는 박민정의 아이디어에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박민정을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끌고 가서 말했다.“예찬 엄마, 최현아 씨가 왜 학부모 위원장이 됐는지 알아요? 유씨 가문에서 매년 유치원에 200억씩 기부하거든요. 그쪽도 유씨 가문의 며느리인 건 알지만 남편이...”눈이 멀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면서도 개의치 않았다.“만약 제가 더 기부하면요?”지원 엄마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학부모 위원장은 학교 측 의견도 있어요. 그리고 학부모 위원회 엄마들이 투표로 뽑는 건데 이제 막 들어온 사람에게 위원장 자리를 주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누가 감히 유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리겠어요? 다들 유씨 가문과 최현아 씨 모임에 들어가려고 난리예요. 최현아 씨 한마디면 남편 회사 일이 잘 풀리니까요.”유씨 가문의 실세가 아닌 유성혁도 이 정도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박민정은 호산 그룹을 아무나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고 확신했다.지원 엄마는 그녀가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지 못하고 물었다.“혹시 최현아 씨에게 밉보이는 행동을 했어요?”비록 최현아와는 사촌지간이지만 그래도 시누이 사이인데 보통 가족이라도 다투기 마련인 걸 더구나 여긴 대가족이었다.“저희 사이엔 큰 갈등이 있죠.”예전에는 말로만 박민정을 모함하던 최현아가 이제는 유지훈에게 자신의 아들을 해치라고 시킨 것이다.또한 그녀는 최씨 집안 부모님까지 불러 윤우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이 말을 들은 지원 엄마는 자신이 엉뚱한 사람에게 붙은 건 아닌가 싶어 조금 겁이 났다.“예찬 엄마, 어차피 애들 학교 다니는 건 2, 3년밖에 안 되니까 그냥 최현아 씨한테 잘못 인정하고 고개 숙이고 조금만 참는 게 어때요?”참으라고?박민정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여러 번 참아주면 상대는 결국 자신을 우습게 볼 것이다.“알겠어요.”그녀는 지원 엄마에게 속내를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최현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바로 가서 일러바칠지 누가 알겠나?지원 엄마가 떠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2화

    박민정은 엄마로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준비하기로 결심했다.먼저 유치원 원장에게 투자에 대해 문의했고 원장도 흔쾌히 동의했다.그리고 박민정은 엄마들의 모임에 천천히 들어갈 준비를 했다. 처음에는 엄마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고 박윤우는 잠든 눈을 비비며 불렀다.“엄마, 밥 먹을 시간이에요.”“그래.”박민정은 컴퓨터를 닫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밥 먹을 시간이 되자 박윤우는 일부러 박민정과 유남준을 함께 앉혔다.“엄마 내 맞은편에 앉아요.”아이 맞은편에는 유남준이 앉아 있었다.박민정은 유남준을 힐끗 보고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자리에 앉았다.식사 자리에서 유남준의 음식은 가정부가 떠줬기에 더는 당근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유남준은 식욕이 별로 없었는지 대충 몇 입 먹는 시늉을 했다.두 사람은 아주 가깝게 앉았는데, 박민정의 팔이 이따금 유남준의 팔에 닿자 그녀가 살짝 멀어지려던 찰나, 식탁 아래에서 유남준이 손을 뻗어 박민정의 의자를 옆으로 끌어당겼다.드르륵-의자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나며 박민정의 몸이 함께 흔들리더니 그대로 그의 품에 쓰러질 뻔했다.“뭐 하는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안 보여서 의자를 잘못 잡아당겼네.” 유남준은 무심하게 대답했다.박민정도 더 따지지 않고 다시 의자를 옮기려는데 이번엔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또 잘못 잡았어요?” 박민정은 다소 화가 났지만 때마침 박윤우가 말을 꺼냈다.“엄마, 아빠는 앞이 안 보이니까 좀 이해해 줘요.”박민정은 유남준이 아이에게 무슨 약이라도 먹인 듯 왜 윤우가 계속 그의 편을 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억지로 손을 빼고 고개를 숙여 식사를 계속했다.바로 그 순간 전화가 걸려 왔고 박민정은 에리의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에리, 무슨 일이야?”에리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세 부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3화

    박윤우는 잠들기를 거부했다. “엄마, 엄마랑 아빠가 저랑 형한테 이야기해 주면 안 돼요?”“무슨 이야기 듣고 싶어? 엄마가 나중에 들려줄게.”다정하게 말하는 박민정은 자신은 해줄 수 있어도 유남준은 필요 없다는 뜻을 전했다.유남준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인공지능 로봇 가져와서 너희들에게 이야기 해주라고 할게.”“...”이 아빠가 정말 눈치도 없네.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유남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시뮬레이션이 잘 된 지능형 로봇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해주고 간단한 집안일도 돕게 했다.박윤우는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로봇이 너무 재미있었는지 박예찬과 함께 얼른 침실로 들어가 로봇을 조작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두 아이가 금방 말을 듣자 문득 유남준이 기꺼이 받아줬더라면 해외에서 자신 따라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위층으로 올라가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불렀다.“오늘 학부모 위원회에서 무슨 일 있었어?”멈칫한 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덧붙였다.“내가 애들 아빠인데 아이를 몰래 낳더니 아직도 숨기려는 거야? 나도 알 권리가 있어.”박민정은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가 갑자기 학부모 위원회에 물어봐서 망설였다.“학부모 위원회 위원장이 최현아 씨인데, 한 아이의 학부모가 알려줬어요. 학교 측 담당자와 가까운 사이인데 아이들을 따돌리고 왕따 시킬 수 있다고요.”유남준은 오늘 박민정이 아이와 이야기하는 걸 들으며 살짝 망설이는 걸 보아 분명 말하지 않은 일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런 일인 줄은 몰랐다.“최현아의 위원장 자리는 유씨 가문이 수년에 걸쳐 유치원에 투자한 것과 관련이 있을 거야. 내 기억이 맞다면 할아버지가 유치원의 최대 주주지.”박민정은 유치원에 투자한 사람이 유성혁인 줄은 알았는데 그 배후가 유명훈인 걸 보니 증손자인 유지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모양이었다.“그 얘기는 들었어요.” 박민정이 말하자 유남준은 카드를 꺼내 박민정에게 건넸다.“여기 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4화

    박민정은 지원 엄마의 SNS도 살펴봤는데 딸 자랑과 인생 글귀를 제외하면 그녀가 직업도 없고 돈도 없이 집에서 시어머니에게 끌려다닌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박민정이 SNS를 살펴보던 중 엄마들 단톡방에 누군가 문자를 보냈다.[일요일에 다들 시간 되세요? 우리 집에 파티하러 와요.] 최현아였다.평소 최현아는 해외 출장을 가지 않을 때면 엄마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파티를 하곤 했는데 심심한 것도 있었고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함도 있었다.이번에 초대를 하며 최현아는 특별히 박민정도 언급했다.오늘 박민정을 망신시키지 못했으니 박민정이 파티에 오기만 하면 반드시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먼저 답장을 보낸 건 지원 엄마였다.[좋아요, 위원장님. 빨리 만나고 싶네요.]벌써 자정인 데다 박민정은 가사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 지원 엄마가 아직 깨어 있었고 게다가 가장 먼저 답장을 보낼 줄은 몰랐다.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참석하겠다며 답장을 보냈고 박민정이 답장을 하지 않자 지원 엄마가 따로 메시지를 보냈다.[예찬 엄마, 좋은 기회인데 이번 기회에 최현아 씨와 더 가까워지는 게 어때요?]박민정은 이처럼 학부모 위원회 엄마들을 한 번에 다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드물었기에 지원 엄마에게 이렇게 답장했다.[네, 알려줘서 고마워요.]최현아와 가까워지려 하는 건 아니었다.박민정 역시 단톡방에 답장을 보냈다.[그래요, 내일 봬요.]답장을 마친 박민정은 밤새 유명 브랜드 의류 본사에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원피스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박민정은 자신의 키와 몸무게, 사이즈를 보내며 맞춤 제작은 필요 없고 입을 수 있는 드레스면 된다고 말하며 돈은 얼마든지 내겠다고 했다.돈이 많으니 일이 무척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마찬가지로 박민정은 전에 엄마들이 원했던 가방이나 구하지 못한 팔찌, 주얼리 등을 구입했다.단순히 그들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할 때도 기교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비싼 선물을 주면 오히려 호감 대신 반감만 살 수 있었다.다음 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15화

    주식 인수가 무척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박민정이 시세보다 3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이제 그녀는 유명훈을 제치고 54%의 지분을 가진 국제 유치원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절차가 거의 마무리되자 원장이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정민기는 그녀를 유씨 가문 저택으로 데려다주었다.유씨 가문 저택,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는 동쪽에 어르신과 작은 아들, 즉 유남준 부친 일가가 있었고, 서쪽에는 큰아들이 살고 있었다.박민정은 도착하자마자 서쪽 집사의 안내를 따라 최현아가 사는 곳으로 향했다.차로 10분 정도 달려서 최현아와 유성혁의 집에 도착했다.멀리서 봐도 정자와 누각이 곳곳에 고급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박민정이 차에서 내리자 탁 트인 잔디밭에는 이미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고, 아기 엄마들은 모두 최고의 복장으로 곱게 차려입고 도착해 있었다.다소 평범해 보이는 지원 엄마도 목과 손목에 값비싼 보석을 차고 있었다.다만 주얼리와 들고 있는 가방 모두 오래된 모델이라 주변에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줄곧 박민정을 기다리던 그녀는 박민정이 도착하자 다가가려는데 어제와 다른 박민정의 모습을 발견했다.눈앞에 있는 박민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억’ 소리가 났다.다른 아기 엄마들도 박민정이 입은 옷을 훑어봤는데 귀걸이마저 1억 이상이었다.누가 일류 재벌이고 누가 평범한 사장인지 한눈에 드러났다.“예찬 엄마가 들고 있는 가방, 전 세계에 단 두 개뿐인 거 아니에요? 항상 갖고 싶었는데 남편이 우리 집 재산으로는 못 산다던데요.”“저 팔찌, 저도 눈여겨본 건데 10억짜리예요!”“옷도 맞춤 제작한 것 같은데 저거 최소 1년 전에 예약해야 할 걸요.”“위원장님 가방 중 가장 비싼 게 4억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죠? 예찬 엄마가 들고 있는 이 가방은 최소 6억 이상이겠는데요?”“...”아기 엄마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박민정은 그들의 부러운 눈빛을 바라보며 자신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았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8화

    윤소현은 유남우가 단호하게 등을 돌리고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결국 참지 못하고 그를 따라 나섰고 마침 비서 홍주영이 유남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여자의 직감으로 홍주영이 자신의 남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지 못할 리 없었다. 질투심이 활활 타오르던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유남우 앞에서 홍주영의 뺨을 후려쳤다.“아직 설 연휴인데 홍 비서는 왜 남우 씨를 직접 나서게 해요? 일을 그 정도로 못 하나?”홍주영의 뺨은 화끈거렸고 그녀는 한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해 있었다.그제야 유남우가 사태를 파악하고 급히 다가와 윤소현의 팔을 붙잡았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그의 날 선 질문에 윤소현은 한순간 당황했지만 곧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남우 씨, 그냥 너무 속상해서 그랬어요. 명절에 당신이 나랑 다혜를 두고 가버리다니...”그러나 유남우는 그녀의 손목을 더 세게 움켜쥐며 차갑게 말했다.“그게 네가 무고한 사람을 때린 이유야?”그의 싸늘한 눈빛은 평소의 온화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그 눈빛에 겁먹은 윤소현은 몸을 떨었고 손목이 점점 아파왔다.“남우 씨, 아파요...”하지만 유남우는 전혀 풀어줄 기색 없이 냉정하게 말했다.“홍 비서에게 사과해.”그의 단호한 말에 윤소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나더러 부하 직원한테 사과를 하라고요?”“홍 비서는 단순한 부하 직원이 아니야. 내 친구이기도 해. 그러니까 얼른 사과해.” 유남우는 한 글자씩 힘을 주어 말했다.더 이상 버틸 수 없던 윤소현은 마지못해 홍주영을 향해 말했다.“미안해요, 홍 비서.”홍주영은 얼얼한 뺨의 통증을 참으며 유남우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됐죠?” 윤소현은 다시 유남우를 바라봤다.그제야 유남우는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었다.손목이 풀리자마자 윤소현은 아픈 손목을 문지르며 속으로 화를 삼켰다.손목이 빨갛게 부어오를 정도로 세게 잡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7화

    “방금 그 여자요? 이제 막 온 사람이잖아요. 그 춤을 완전히 익히지도 않았는데요.” 리더는 여전히 억울해했다.그녀는 겨우 얻은 리더 자리를 놓칠 수 없다. 이번 공연만 잘 끝내면 성과가 두 배로 오를 텐데 이제 와서 신입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될 줄은 몰랐다.“주 비서가 방금 못 했던 동작, 그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해냈잖아.”무용 선생님의 눈엔 명백한 경멸이 담겨 있었다.“주 비서, 전에 나한테 사람을 바꾸라고 했잖아? 그럼 이제 내가 바꿨는데 왜 불만이야?”주영리라는 이름의 리더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이제 와서 후회할 수도 없었다. 후회하면 그야말로 자존심이 말도 못 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럼 안 하면 되죠. 제가 이걸 좋아하는 줄 아세요? 하지만 오늘 선생님이 매니저님에게 뒷문으로 부탁한 일, 전 꼭 대표님에게 보고할 거예요.”무용 선생님은 주영리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럼 가서 고자질해 봐.”주영리는 무용 선생님의 태도에 화가 나면서도 이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손에 힘을 주며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무용 선생님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잠깐만, 그 무용 복장은 두고 가.”주영리는 결국 무용 복장을 남기고 떠났지만 마음속으로는 박민정을 수십 번 욕하며 씩씩대었다.박민정은 집에서 메시지를 확인하며 재채기를 했다.그녀는 유남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국내에 도착했어요? 오늘 면접은 성공했는데, 인턴이에요.”그때 해외에서 돌아온 유남우는 윤소현에게 아이를 잠시 돌봐달라고 요구받아 할 수 없이 아이를 안고 한쪽으로 갔다.윤소현은 그를 지켜보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유남우의 휴대전화 화면이 켜지는 것을 봤다.궁금한 마음에 다가가 봤지만 그녀는 박민정의 메시지를 발견했다.유남우는 박민정의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여자의 직감으로 그녀는 이 메시지가 박민정에서 온 것임을 알았다.그녀는 재빨리 유남우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려 했지만 비밀번호를 알 수 없어서 열지 못했다.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6화

    “어때요? 아무거나 해내면 돼요.” 무용 선생님이 박민정에게 말하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그리고 넓은 공간으로 걸어갔다.무용을 하고 있는 직원들은 모두 박민정을 주목하며 그녀가 실수하는 모습을 기다렸다.아까 선생님이 보여준 동작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그들은 박민정이 그걸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지 의심했다.박민정이 그 동작을 따라 하긴커녕, 아마 우스꽝스럽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박민정은 선생님이 보여준 동작을 완벽하게 해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동작을 더 깔끔하고 정확하게 소화했다.“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한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리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반 달 동안 연습해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동작을 박민정이 그렇게 쉽게 해냈다는 사실에 놀랐다.“언제 우리 회사에 이런 춤 잘 추는 사람이 있었던 거야? 왜 이제야 나타난 거지?” 또 다른 사람이 투덜거렸다.무용 선생님은 박민정을 보며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저기, 어느 부서 사람이에요? 제가 매니저님께 얘기해서 앞으로 이 기간 동안 우리랑 같이 춤 연습을 해요. 공연 끝난 후에는 보너스도 줄게요.”박민정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저는 이 회사 직원이 아니에요. 오늘 면접 보러 온 사람이에요.”무용 선생님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아, 그럼 면접은 합격했나요?”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무용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합격 못했지? 이렇게 춤도 잘 추고 예쁘기까지 한데, 정말 판매직에 딱 맞을 사람인데.”박민정은 자신의 장점은 알지만‘경력'란을 채우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잠깐만 기다려 줘요.”무용 선생님은 박민정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하며 말했다.“잠시만요, 금방 돌아올게요.”박민정은 의아했지만 결국 선생님의 말을 따랐다.“네.”무용 선생님이 자리를 떠나자 주위 사람들은 수군거렸다.“우리 회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5화

    실내는 죽은 듯한 침묵에 휩싸였고 박민정은 머리가 갑자기 지끈거리며 아팠다.그녀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며 어색하게 말했다.“저는 예전에 어떤 일도 해본 적이 없어요.”매니저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럼 전업주부로 계셨던 건가요?”이곳에서는 전업주부도 일종의 직업으로 여겨졌다.하지만 박민정은 자신이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요.”매니저는 더욱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결혼 후 육아 때문에 일을 안 했다는 거라면 몰라도 졸업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일한 적이 없다니.‘이건 게으르거나, 아니면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매니저는 곤란한 듯 말했다.“솔직히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희는 경력이 필요한 자리라서요. 정말 죄송합니다.”그 말을 들은 박민정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그녀는 표정을 잃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그녀는 자신의 이력서를 꽉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사실, 그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왜 졸업 이후로 단 한번도 일을 하지 않았던 걸까?’유남우는 그녀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전혀 이상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건물 밖으로 나온 박민정은 각양각색의 면접자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들은 학력도 뛰어나고 경력도 풍부해 보였으며 어떤 이는 그녀보다 더 어려 보였다.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다른 일자리를 다시 찾아보자.’그녀는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가 더 많은 공고를 살펴보기로 했다.그렇게 돌아가는 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한 댄스 스튜디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안에는 대부분이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붙잡았다.한 댄스 강사가 리더 자리에 서 있는 한 여성을 향해 소리쳤다.“너 대체 뭐 하는 거야? 2주나 배웠는데 아직도 실수야? 2주 후면 해외 VIP들 앞에서 공연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 괜찮겠어?”리더로 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4화

    아침이 밝자 의사가 집에 방문해 박민정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한 뒤 약을 처방했다.의사는 약을 꼭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복용하라고 당부했고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감사합니다.”의사가 떠난 뒤 유남우는 그를 배웅하며 차 안에서 물었다.“1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예전 일을 꿈에 꾸는 거죠?”의사는 차분히 대답했다.“그건 정상입니다. 어떤 최면이라도 환자가 과거를 완전히 잊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그리고 덧붙였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그녀의 상태는 안정될 겁니다. 그때부터는 매달 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어질 겁니다.”유남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네요.”그러나 의사는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하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분이 예전에 알던 사람이나 익숙한 물건을 접하면 기억이 자극받아 최면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알겠습니다.” 유남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의사를 배웅한 후 그는 방으로 돌아와 박민정이 약을 다 복용하는 것을 확인했다.약을 먹은 박민정은 졸음을 느꼈지만 일자리 지원을 잊지 않았다.그녀가 고른 회사는 현지에 위치한 곳으로, 출장도 필요하지 않아 유남우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그는 박민정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수화기 너머로 윤소현의 다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우 씨, 오늘 새해잖아요. 왜 아직도 안 와요? 집에는 나랑 다혜밖에 없는데, 우리랑 시간을 안 보내줄 거예요?”그녀의 말에도 유남우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소현아, 너도 알잖아. 나 지금 호산 그룹에서의 기반이 불안정해. 나도 다혜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하지만 윤소현은 물러서지 않았다.“대체 어떤 일이기에 꼭 외국에 있어야 하는 건데요? 그리고 언제쯤 돌아올 건데요?”그는 잠들어 있는 박민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며칠 후에.”“안 돼요! 늦어도 내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3화

    박민정은 유남우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저, 이제 자러 갈게요.”“그래.”유남우는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박민정은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다시 누웠다.그가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박민정은 누워 있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옆방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대체 왜 이러지?”박민정은 스스로에게 질문했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최근 들어 유남우와의 관계에서 이유 모를 거리감이 느껴졌다.1년 전 깨어난 뒤로 박민정은 자신이 많은 기억을 잃었다고 느꼈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유남우와 관련된 몇 가지 일들뿐이었다.그는 그녀에게 과거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 일부 기억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외에서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라고 했다.새벽이 되어서야 박민정은 겨우 잠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악몽에 시달렸다.꿈속에는 유남우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나타났는데 그 남자는 성격이 매우 거칠었다.박민정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당신 누구예요?”남자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날 잊은 거야?”그의 말에 박민정은 혼란스러웠다.갑자기 남자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너를 찾느라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알아?”그러더니 강제로 무언가를 하려 했다.박민정은 몸부림치며 외쳤다.“놔요! 제발 놔요!”그 순간, 그녀는 깨어났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왜 이런 꿈을 꾸는 거지?”여전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박민정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다시 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방의 등을 켜고 핸드폰을 들어 인터넷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스크롤을 내리던 중 여러 구인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박민정은 자신이 예전에 외국어에 능숙했던 기억은 있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비서직이나 번역 관련 공고를 보며 흥미를 느꼈다.그때 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2화

    “무슨 일이야?”유남우가 묻자 박민정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저,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어요.”지난 1년 동안 그녀는 유남우의 돈으로 생활하며 치료를 받아왔다.하지만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된 만큼 스스로 자립하고 싶었다.모든 걸 그에게만 의지하며 그의 어깨에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그가 기꺼이 허락할 거라 생각했지만 잠시 침묵을 지킨 유남우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혹시 사고 싶은 게 있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내가 다 해결할게.”“아니에요.”박민정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오빠가 준 돈도 다 쓰지도 못해요. 그냥 내 힘으로 해보고 싶어서 그래요. 오빠한테 계속 의지하는 것도 싫고요.”“그게 왜 의지야? 난 너를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 없어.”그는 말을 마치며 대화를 끝내려는 듯 덧붙였다.“알겠지? 자, 이제 밥 먹자. 일 얘기는 나중에 하고.”그의 단호한 태도에 박민정은 더 이상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저녁을 먹은 뒤 박민정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요즘 그녀는 집안일을 하고 나면 독서나 TV 시청으로 하루를 때웠는데 그런 단조로운 일상이 너무 지루하다고 느껴졌다.어느새 유남우가 그녀의 등 뒤에 다가왔다.“민정아.”“응?”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맑은 그녀의 눈을 마주한 유남우는 순간 목울대가 꿈틀거렸다.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박민정의 옆얼굴에 닿았다.“왜 그래요?”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박민정은 얼어붙은 듯 물었다.하지만 유남우는 아무런 대답 없이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곧이어 몸을 기울이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박민정은 긴장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당황한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그를 보지 못했다.그리고 그의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결과 그의 입맞춤은 그녀의 옆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1화

    여느 때처럼 박예찬은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화면을 응시하며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었다.옆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박윤우가 한마디를 던졌다.“두 녀석이 이제 겨우 한 살 좀 넘었잖아. 뭘 안다고 그래?”박윤우는 한숨을 쉬며 다시 문을 닫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아휴, 저 애들 꼴값 떠는 거 정말 못 봐주겠어.”그는 투덜거리면서 박예찬 옆으로 다가가 함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화면에는 어딘가의 거리 CCTV 영상이 떠 있었다.1년 전부터 여전히 엄마의 흔적을 찾지 못한 박예찬은 세계 곳곳의 CCTV 영상을 끌어모으며 단서를 찾고 있었다.시간이 날 때마다 두 아이는 거리 CCTV를 뒤져 엄마의 모습을 찾으려 애썼다.“뭔가 찾았어?”“아니... 아직 없어.”박예찬의 목소리엔 실망감이 묻어났다.그는 다른 지역의 영상을 다시 띄우며 끈질기게 화면을 지켜보았다.그렇게 두 아이는 꼼짝하지 않고 화면 앞에서 모든 영상을 체크하고 있었다.한편, 집 안은 시끌벅적했다.정수미는 두 외손자들과 놀며 한껏 즐거워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윤소현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자기 딸이 소외되는 것이 못마땅해 아이를 안고 내려왔다.“엄마, 요즘 다혜를 너무 안 챙기시는 것 같아요.”박민정 사건 이후로 정수미는 윤소현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다.그래도 겉으로는 치우치지 않으려 유다혜를 받아 안으며 말했다.“다혜야, 외할머니가 너한테도 선물 사왔단다.”하지만 아직 몇 개월밖에 안 된 유다혜에게 줄 만한 건 옷 몇 벌뿐이었다.윤소현은 자기 딸에게 주어진 옷 몇 벌과 박민정의 네 아이에게 보내진 고가의 선물들을 비교하며 질투심이 치밀었다.“엄마, 어릴 때부터 늘 딸이 최고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편애하시면 안 되죠. 예찬이랑 윤우에겐 개인 비행기를 사주시면서 우리 다혜는 옷 몇 벌이 다예요?”정수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다혜는 아직 어려서 그래. 나중에 크면 당연히 비행기도 사줄 거야.”정수미는 윤소현의 이런 불만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0화

    고영란은 투박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의 말투를 들으며 왜 이런 여자가 유씨 가문에 시집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상류층의 여인 다운 기품이 없었다.“그럼 남준이는? 아직도 안 왔어요?”잠시 망설이던 집사가 대답했다.“큰 도련님은 지금 두원 별장에 계십니다. 설날엔 안 오실 거라고 하셨어요.“박민정을 찾지 못한 유남준이 아직도 우울에 빠져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고영란은 더 묻지 않았다.“알겠어요. 이제 음식 준비 부탁해요.”“네.”집사는 곧바로 사람들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영란은 두 아이를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식탁에는 윤소현, 박윤우, 박예찬 그리고 고영란 이렇게 네 명뿐이었다. 오늘따라 식탁이 아주 썰렁하게만 느껴졌다.“고기 많이 먹어.”고영란은 두 아이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윤소현은 두 아이에게 지나친 애정을 쏟는 고영란을 바라보며 질투심으로 불편한 마음을 안고 음식을 먹었다.그때, 식탁으로 다가온 집사가 말했다.“사모님, 정 대표님이 오셨는데요.”정수미는 박민정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박민정의 행방을 찾는 동시에 네 명의 외손자들을 자주 찾아왔다.그녀는 이제라도 박민정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상하기 위해 외손자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쏟아붓고 있었다.“고마워요.”고영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미를 맞이하러 갔다. 그리고 윤소현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영란의 뒤를 따라나섰다.하지만 박윤우와 박예찬은 식사에만 집중하며 정수미의 등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아이들 역시 이제는 정수미가 엄마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엄마, 저녁 식사 중이었는데, 같이 드실래요?”윤소현은 웃는 얼굴로 정수미에게 말했다.하지만 정수미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이미 먹고 왔어. 이번에는 그냥 아이들 보러 온 거야.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네.”윤소현은 정수미의 냉한 태도를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